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구나. 너희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고천천히 크라고 주문을 걸어도 무용지물. 이젠 동화책과도 이별을 고할 때가 다가오고그때가 되면 너희들에게 어떤 책들을 추천하면 좋을까.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검증이 끝난 고전을 추천해주면 쉽겠지. 하지만 최근 출간된 책들도 추천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아빠는 가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들을 들쳐 보곤 한단다. 아빠의 안목이 없다 보니 국내외 문학상 수상작들이 눈에 들어 오게 되는데, 그런 책 중에 최근에 읽은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을 이야기해줄게.

우리 식구들 모두 빵을 좋아하잖아. 많이 먹으면 몸에 썩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함과 향기에 거부할 수 있는 매력이 있구나. 그런 빵을 만드는 빵집 이야기인가 싶었어. 앞에 마법사라는 뜻의 위저드가 붙어서 평범한 빵집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말이야.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인터넷 서점 서핑을 하다가 많이 본 이름이라 이름은 익숙한 분이야. 그런데 아빠는 이번이 구병모 님의 작품은 처음이란다. 아빠의 선입견인데, 이름 때문에 당연히 남자 작가인줄 알았단다. 구병모 님께 죄송~~ 아빠가 비록 이번이 처음이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파과>, <아가미> , <네 이웃의 식탁>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쓰셨단다. 나중에 이런 책들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읽어봐야겠구나.


1.

이 책에는 주인공은 열여섯 살 소년이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되어 있어서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단다. 나왔는데, 아빠가 놓쳤을 수도 있고 말이야. 주인공은 여살 살 때 엄마에 의해 청량리역에 버려졌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아픈 기억이 있단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아픈 병을 가지고 있었어. 결국 주인공 엄마는 자살을 하고 말았지. 주인공이 열 살 때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어. 새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

주인공도 혼자 생각할 때는 새엄마에게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선생이라고 했어. 배선생은 두 살배기 딸 무희가 있었어. 시간이 지나도 배선생과 주인공 사이는 좋지 않았어. 그래서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밥도 집에서 잘 먹지 않았단다.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가지고 왔지. 그렇게 위저드 베이커리 빵집의 단골손님이 되었어.

위저드 베이커리는 빵집 이름답게 약간 신비스러움을 가지고 있단다. 말 수 적고 음침한 분위기마저 내는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소녀. 빵집은 독특하게도 24시간 내내 운영한단다. 아르바이트생 소녀는 낮에만 일하고 밤에는 점장이 직접 카운터를 지킨단다. 사장은 낮에는 주로 빵을 구웠어. 그럼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는 것인가.

시간은 흘러 주인공은 열여섯 살, 의붓동생 무희는 열 살. 무희가 어디선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은데, 겁먹은 무희가 주인공을 손가락으로 가르쳐서, 배 선생한테 엄청 맞고, 주인공은 도망쳐서 베이커리로 와서 숨겨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주인공과 위저드 베이커리는 다시 엮이게 된단다. 그러면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일들을 알게 되었단다.


2.

위저드 베이커리에서의 사장님은 진짜 마법사이고, 마법에 걸린 빵을 팔고 있었어. 그리고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녀는 밤이 되면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변하는데, 소녀의 정체는 파랑새였단다. 빵집 진열대에는 평범한 빵을 팔지만, 마법 주문에 걸린 빵은 인터넷을 통해 몰래 팔고 있었단다. 미운 사람에게 주면 당황한 상황을 유발하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시험이나 출장 등을 앞두고 부정타지 않게 하는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면 100퍼센트 화해하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을 주면 바로 떨어져 나가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시간들 되돌리고 싶을 때 먹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을 인터넷 주문으로 팔고 있었단다.

사장님은 24시간 내내 잠을 자지 않고 있었고, 한 달에 한번 빵집을 쉬면서 24시간 내낸 자는 게 전부라고 했어.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고 마법사니까…. 사장님은 주인공을 처음에는 하룻밤만 숨겨주려고 했으나 계속 눌러 앉게 되었어. 베이커리 일도 도와주고 그랬단다. 사장님이 마법에 걸린 빵을 파는 것은 분명 불법이고, 사장님이 아주 너그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사장님과 위저드 베이커리가 주인공에게 위안을 주었어. 오랫동안 집에서 받은 상처를 아물게 해주었어.

이후 이야기는 빵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된단다. 위저드 베이커리 빵집의 단점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거야. 마법 걸린 빵을 주문한 손님들이 실제 빵의 마법이 동작하자 불만을 가지고 빵집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고 어떨 때는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찾아오는 경우는 있단다. 그럴 경우는 미련 없이 그 동네를 떠나 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곤 했어. 주인공이 사는 동네에도 그렇게 온 것이고, 또 떠날 때는 그렇게 아무 이야기 없이 갑자기 떠났단다. 주인공이 살던 그 동네에서도 그렇게 갑자기 떠나고 말았단다 .

주인공은 그 베이커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간 주인공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단다. 의붓동생 무희를 성추행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게 된 거야.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배 선생.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것을 깨달은 주인공. 빵집 점장님이 주신 시간 되돌리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가 손에 있었단다.

..

이후 이야기는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은 경우와 먹지 못한 경우 두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먼저 타임리와인더를 먹은 경우, 그러니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 주인공. 주인공의 강력한 반대로 아버지는 재혼을 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아 성추행으로 구속되는 것은 똑같이 일어났고,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집의 소녀를 보고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단다.

그리고 타임리와인더를 먹지 못한 경우(난리통에 떨어진 타임리와인더를 배선생이 발로 밟음), 시간이 흘러 2몇 년 뒤 우연히 익숙한 빵봉지를 보게 되었어.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손님이 호의로 건넨 빵.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봉지였어. 손님에게 그 빵을 산 곳을 물어 보았고,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 위저드 베이커리로 달려갔단다. 그가 몇 년 동안 찾던 위저드 베이커리의 간판이 저 멀리 보였어. 주인공을 힘차게 위저드 베이커리를 향해 달려가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판타지 소설이었구나. 괜찮았단다. 새로운 영역의 소설이지만, 지은이의 이런 시도도 좋았고, 이야기도 좋았어.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모습도 좋았고 말이야. 빵집 점장님이 비록 무뚝뚝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정도 있어 보였고 말이야. 몇 년 전에는 위저드 베이커리가 갑자기 이사가면서 헤어졌지만, 이제 다시 만나게 되면, 주인공도 위저드 베이커리 점장님의 수제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청출어람의 마법사가 되어서, 더 신비하고 마법에 걸린 빵을 만드는 그런 이가 되었으면 하네그리고 점장님은 이 소설 속에 등장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척 궁금하구나. 어떻게 이런 빵집을 시작했는지,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등 말이야. 소설에서 풀지 않은 떡밥들이 많이 있어서 후속작이 나왔을 법한데, 이 책은 2009년 출간되었는데 십 년이 넘도록 조용한 것을 보니 후속작은 없는가 보구나. 아빠와 같은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중불로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책의 끝 문장: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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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7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맘이 참 아팠던 책, 아이들이 이 책 참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구병모작가님 피그말리온 아이들도 좋았어요. 피그말리온 읽고 아이들이 로젠탈 등 용어도 찾아보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크는 건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더 크지요.

bookholic 2021-11-17 08:30   좋아요 1 | URL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도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네요... 추천 감사~~^^
아이들이 금방금방 크는 게 정말 아쉬운데,
클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늘어서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제 좀 더 크면 같이 안 놀아주겠죠???
 















(45)

오늘 아침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는 현상황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있습니다. 그 여자, 오로지 그 여자 탓입니다! 꾸준히 서쪽으로 진군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지, 그 여자의 꼭두각시요 인형인 안토니우스가 아닙니다. 그가 추는 춤은 이집트의 춤입니다. 저나 로마나 무슨 짓을 했다고 육군과 해군의 위협을 받아야 합니까? 로마와 저는 우리의 의무를 다했을 뿐, 동방에 있는 안토니우스를 위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서방을 위협할까요? 정답은,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란 겁니다! 그가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입니다!”


(85)

한마디로 말해 안토니우스는 개별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있어도 전체 군사작전을 지휘하지는 못했다. 모든 게 잘되리라 여기는 그의 낙천적인 믿음은 끊임없이 등한시되는 병참과 보급품 문제에만 이르면 그를 저버렸다. 게다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족시키는 데 골몰한 나머지 장비와 물자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힘을 써버린 탓이었다. 그의 참모진에게는 이것이 약점 같아 보였지만, 안토니우스의 진짜 약점은 그가 클레오파트라를 죽이고 그녀의 군자금을 몰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향한 애정과 그의 정정당당한 승부 정신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197-198)

로마인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민족이 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신격화했는지 말해주겠소. 그건 정말이지 로마인답지 않은 행동이거든.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소! 휘하 병사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다는 장군들은 많았지만, 로마와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밖에 없소. 그분은 포룸 로마눔을 걸을 때, 로마나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의 뒷골목과 빈 민가를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동등하게 대했소.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의 소소한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 애썼소. 수부자 지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최하층민 무리 속에 있을 때면 그들의 일원처럼 행동했소. 그들의 은어를 사용하고 그곳 여자들과 잠자리를 했으며 그들의 냄새나는 아기들에게 입맞추고 그들의 힘든 처지에 공감하여 울기도 다반사였소. 그러다 저 교만하고 지독한 속물들과 돈밖에 모르는 자들이 그를 살해했으니, 로마와 이탈리아 인민들은 그를 잃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요. 바로 그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소, 원로원이 아니라! 실상 원로원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주도하에! – 어떻게든 카이사르 숭배를 진압하려 했지. 그래봤자 소용없었소. 그의 피호민이 군대였기에 나는 그분의 재산과 함께 군대도 상속받았소.”


(250)

옥타비아누스는 서른다섯 살로 일곱번째 집정관을 지내고 있던 1월의 열세번째 날 원로원을 소집했다. “이제 제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 그는 말했다. “위험은 지나갔습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 불쌍한 얼간이가 죽은 지도 2년 밤이 지났고 그를 추악하게 타락시켰던 짐승들의 여왕도 그와 함께 죽었습니다. 그 시기 이후의 소소한 공포와 일시적인 두려움도 모두 사그라졌으며, 그것은 로마의 힘과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로마의 충실한 수호자였고 로마의 지칠 줄 모르는 투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모든 속주를 포기하겠습니다. 곡물이 나는 섬들, 히스파니아, 갈리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아시아 속주, 아프리카, 키레나이카, 비티니아, 시리라 등입니다. 이 속주들을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제가 유지하고 싶은 것은 저의 존엄, 그에 수반되는 전직 집정관이자 여러분의 원로원 최고참 의원으로서의 자격, 그리고 명예 호민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지위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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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3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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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시월의 말> 마지막 3권을 이야기해줄게. <시월의 말> 3권은 기원전 43 1월부터 기원전 12월까지의 이야기란다. 2권에서 카이사르가 죽었잖아. 그 이후 혼란스러운 로마의 이야기를 그렸고 말이야. <시월의 말> 3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단다. 이번 3권에서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옥타비아누스라고 봐야 할 것 같구나. 카이사르의 공식 후계자이니 말이야. 그리고 옥타비아누스가 그 위험한 후계자 자리를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니, 카이사르가 사람 보는 눈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로마뿐만 이탈리아 전체에 혼란이 이어졌단다. 아무래도 거대한 산이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키케로는 입으로 계속 안토니우스를 비난하였단다. 그리고 안토니우스는 이제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한 것 같구나. 원래는 해방자들 편에 섰으나, 이제는 해방자들을 공격했어. 마치 과거는 모두 잊은 것처럼 말이야. 해방자 측에서는 데키무스 브루투스가 총독이 되었고, 안토니우스의 이 공격을 반란으로 규정했어.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옛 군단과 함께 하면서 사태를 지켜보았단다. 원로원 의원은 옥타비아누스에게 데키무스 브루투스의 아래로 들어와 함께 싸우라고 이야기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 카이사르를 죽인 이들과 어찌 함께 하는가. 오히려 그들은 죽여야 할 원수 같은 존재인데 말이야.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안토니우스와 전투에서 져서 갈리아로 도망쳤어.

그런데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갈리아에서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된단다. 그는 갈리아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 자기 자랑을 했단다. 데키무스 브루투스 자신이 카이사르를 죽인 사람이라고오랫동안 카이사르와 싸운 갈리아인들이니 당연히 카이사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고 한 이야기였어.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지. 갈리인들은 관용을 베푼 카이사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거든. 오히려 갈리인들은 데키무스 브루투스를 가둬 두었고, 안토니우스에게 데키무스 브루투스를 어떻게 할지 물어보았단다. 안토니우스는 갈리아인들에게 돈까지 보내면서 죽이라고 했어. 그래서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갈리인들에 의해 죽고 말았단다.

….


1.

옥바티아누스는 조금씩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들을 했어. 옥타비아누스는 스무 살도 안된 나이에 수석 집정관이 되었단다. 옥타비아누스가 집정관이 되어 로마에 있던 이즈음 서방에는 총독 레피두스와 안토니우스가 자리 잡고 있었고, 동방에는 마르쿠스 브루투스 등 해방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어. 옥타비아누스는 집정관이 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카이사르를 죽인 23명에 대해 기소를 한 것이란다. 그리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어. 스스로 해방자들이라 부른 이들은 이제 모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된 것이란다.

옥타비아누스는 동방에 있는 그 범죄자들을 바로 공격하러 가기에는 서방에 있는 세력들도 만만하게 볼 세력이 아니었단다. 그래서 옥타비아누스는 결단을 내린단다. 서방으로 가서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협상을 하게 된단다. 안토니우스와 레피두스는 처음에는 적대적으로 대했지만, 옥타비아누스의 설득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단다. 그의 제안은 셋이 함께 로마를 이끌어가자는 이른바 삼두정치이란다. 그 옛날 율리우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마르쿠스 크라수스가 함께 했던 것처럼 말이야. 역사는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의 삼두정치를 2차 삼두정치 또는 2차 삼두연합이라고도 한단다.

그들의 지위는 집정관보다 위라고 정의했어. 독재관을 셋이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구나. 옥타비아누스는 집정관도 그만두고, 셋이 하는 독재관을 하기로 했단다. 그들에게 문제가 하나 있었어. 세금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들은 예전에 카토가 썼던 칼을 꺼내 들었단다. 그것은 바로 공권박탈. 공권박탈이란 죄를 지은 이들의 재산과 지위와 심한 경우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거야. 그 공권박탈의 1순위는 누구일까. 힌트는 안토니우스가 강력히 주장했어. 그래, 얼마 전까지 안토니우스를 맹비난했던 키케로였단다. 공권박탈이 법으로 제정되자마자 안토니우스는 사람을 보내 키케로를 죽였단다. 그냥 독약 같은 것으로 얌전히 죽인 것도 아니고, 참수하고 손목까지 자르는 등 잔인하게 죽였단다. 이것을 지켜본 옥타비아누스는 속으로 안토니우스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어. 현재 어쩔 수 없이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어. 옥타비아누스는 더 확실한 적과의 동침을 하기로 했단다. 안토니우스의 의붓딸 클라우디아와 정략결혼을 하는 것이야. 아무리 정략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클라우디아와 잠자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어.


2.

카이사르를 죽인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동방 사정을 잠시 살펴보자꾸나. 마르쿠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동방의 여러 속주들을 차지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갔어. 그러면서 로마로부터 들려오는 소문에 촉각을 세웠단다. 그리고 자신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어. 그리고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긴장했단다. 더 많은 군대와 군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속주들을 공격했어. 당연히 속주들의 민심은 잃은 것은 당연한 것.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어.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의견차가 점점 심해져서 주먹다짐까지 한 적도 있어.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으로 공격을 가려고 했는데, 또 하나 남은 찜찜함도 해결하고 갔단다. 그것은 시칠리아에서 정세를 살피고 있던 폼페이우스의 둘째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 동맹을 맺은 거야. 이것도 지금의 안전을 위한 일시적인 동맹이라고 생각했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관계를 보면 함께 할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나서 동방으로 살인자들을 치러 갔단다.

그리고 필리피에서 커다란 전투가 벌어졌어. 필리피 회전이라고도 해. 서로 승리와 패배가 이어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 전투는 허무하게 끝이 났단다. 카시우스는 승리를 거둔 자신의 기병들이 오는 것을 보고, 적군이 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젠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결을 한 것이란다. 거참,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카시우스의 죽음 소식을 접한 브루투스…. 브루투스는 카시우스에 비해 군대를 이끌 능력이 부족했어. 그래서 카시우스 죽음 이후 브루투스 군대는 급격히 밀리게 된단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브루투스는 부하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했단다. 브루투스를 끝으로 암살자들이 이끈 군대는 더 이상 없었단다. 완패.

카이사르를 죽이기 전에 이것저것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23명의 암살자들그들이 계산에 넣지 않았던 하나, 그것은 바로 옥타비아누스였단다. 그리고 그 옥타비아누스로 인해 그들은 모두 파멸과 죽음의 길을 가고 말았단다. 브루투스의 시신을 본 옥타비아누스. 그 시신을 처리하는 데 있어 안토니우스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단다. 안토니우스는 브루투스의 장례를 치러 주려고 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가차없이 참수해 버렸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만큼 영리하지만,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처신은 달랐단다. 옥타비아누스가 생각하길 카이사르가 그렇게 죽은 이유도 다 관용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옥타비아누스의 사전에서 관용을 지어버렸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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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그것이 바로 내 아버지의 큰 실수였다. 아버지는 오래된 귀족들을 유지하고자 하셨고, 자신의 파벌을 오래된 귀족 가문 출신들의 이름으로 유지하고자 하셨다. 그의 독재는 표면상 민주적인 틀 안에서 제대로 확립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내 건강 상태와 취향은 화려함과 어울리지 않고, 나는 내 아버지의 웅장함을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는 최고신관의 의복을 입고, 용기의 상징은 시민관을 머리에 쓰고, 천하무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포룸 로마눔을 거닐고 다니셨다. 그를 쳐다보는 여자들은 활홀해했다. 그를 쳐다다보는 남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자신의 무능함을 떠올리며 괜스레 그를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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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이사르가 죽고 난 이후 이집트로 돌아온 클레오파트라. 자신의 후계구도에 대해 계속 고민했단다. 자신과 카이사르 사이에서 낳은 아들 카이사리온과 짝을 맺어줄 자신의 딸이 필요했단다. 당시 이집트는 기본적으로 근친간 결혼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었단다.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에게 편지를 보냈단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말이야.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완벽한 거절 의사를 보냈단다. 정말 칼이구나, 옥타비아누스. 클레오파트라가 다시 아이를 낳지 못해서 그런지, 이집트는 다시 가뭄과 역병으로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단다. 여기까지가 <시월의 말> 3권의 이야기란다.

지은이 콜린 매콜로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쓰면서 6부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단다. 공화정도 끝난 시점이고, 카이사르도 죽었으니 말이다. <시월의 말>을 쓰고 난 다음 쓴 작가의 말에도 그런 내용이 있더구나. 그런데 작가들의 성화에 힘입어 7부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는 왼쪽 눈의 시력까지 잃어서 남편의 도움으로 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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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로마 공화정 시대에 끌린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다른 작가들에 의해 지겹도록 많이 다뤄지진 않았다. 둘째, 우리 사회의 사법, 정치, 상업 체계가 대부분 로마 공화정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로 현대 서구문명과 연관이 깊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그토록 비범한 재능을 지닌 여러 인물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서로 알고 지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카이사르는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를 모두 알았고, 이들 모두 어떤 식으로 카이사르의 인생항로에 영향을 끼쳤다. 그 밖에 카토 우티켄시스나 키케로 같은 다른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월의 말> 끝자락에 이르면 카이사르를 포함해 그들 모두 세상을 떠난다. 남는 것은 그후로도 계속되는 후대에 그들이 남긴 유산이며, 그 주인공은 카이사르의 생질손으로 훗날 카이사르 임페라토르, 최종적으로 아우구스투스가 되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나는 절대 멈추지 못할 것이다!  -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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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추가된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하나만 남았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나라를 구했고 그 잊지 못할 집정관 임기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뒤(그는 들을 준비가 된 모든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섰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디라키온과 앙코나 사이의 아드리아 바닥 어딘가에 영원히 놓이게 되었다.


아그리파는 질투나 야망의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옥타비아누스를 향한 그의 감정은 늘 순수한 애정, 온전한 존경, 부드러운 보호반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며 옥타비아누스의 성격에서 가장 극단적인 면마저 나쁘게 보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지성이 그를 점점 더 하늘 위로 끌어올렸다면, 옥타비아누스의 아주 다른 사고방식은 그를 땅속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해준다고 아그리파는 생각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인간의 결점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약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의 무게를 꼼꼼히 따졌다. 그의 본능은 파충류를 닮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섣불리 움직이는 실수를 범할 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움직일 때는 너무 빨라서 흐릿하게 보일 뿐이거나, 혹은 너무 느려서 가만히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 P49

"로마는 로마입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로마의 종복일 뿐 로마의 주인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과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로마에 더 큰 영광을 가져다주고 로마의 국력을 키우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당신과 저, 마르쿠스 레피쿠스가 꼭 경쟁해야 한다면 로마의 더 큰 영광에 기여했다는 명성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오늘 이 전투에서 죽든, 아니면 이후 평화로운 시기에 죽든 간에 우리는 유한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로마는 영원하죠. 로마는 우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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