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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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 인류는 어디서 왔는가? 이것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고 있고,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아. 진화에 의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가졌을 텐데, 그 첫 출발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연구중인 것 같아.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런 인류학을 전공한 분께서 인류의 기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적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란다.

너희들도 학교 교과서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니 네안데르탈인이니 배웠잖아. 그래서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고 읽게 되었단다. 물론 과학 교양 서적은 아빠의 관심 분야라서 읽은 이유도 있고 말이야. 이 책의 지은이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이상희 교수님과 <과학 동아> 윤신영 편집장님의 공저란다. 이 글들은 <과학 동아>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하는데,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라서 어려우면 어쩌나 하고 책을 폈는데, 책을 읽기 편하게 잘 써주셨단다.

그리고 높임말을 사용하여 써주셔서, 직접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단다. 지은이 이상희 교수님은 흔치 않은 인류학을 전공하셨고, 미국의 대학교에서 교수님을 하고 있다니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았단다. 교수님이 그 동안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아빠와 같은 아마추어들도 이해하기 쉽게 적어 주셨단다. 22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차례를 보고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더구나.


1.

인류학은 어떻게 연구하는가. 오래된 인류의 화석과 유골들을 찾고 그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고, 화석들의 상태를 보고 당시의 생활상을 추측하곤 한단다. 그런 화석이 많은 것도 아니니 적은 양에서 그 오래 전의 일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구나. 100 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인류학자들과 과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볼게.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약 400만 년 전에 살았다고 하는구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인류의 기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땅에서 직립 보행을 했기 때문이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아파렌시스와 아프리카누스 등으로 세분화하여 진화하였고, 200만년 전에 호모에렉투스가 나타난단다. 호모 에렉투스는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런 도구를 이용해서 동물을 잡아 먹으면서 육식을 시작하게 되었대.

그런 인류는 더욱 진화를 거쳐 약 20만 년에서 15만 년 전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단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 말고도 인류와 비슷한 다른 인류들이 존재했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이란다. 아빠도 예전에 다른 책에서 그런 내용은 본 적이 있어. 그 책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다른 인류로 지금은 멸종되었다고 했어. 하지만 현생 인류의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가 홀로 진화한 것이 아니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하여 다른 인류들과 교류하면서 오늘날 현생 인류가 된 것이라 이야기해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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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263)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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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는 이런 직선적인 진화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처음 출현한 이후 인류가 진화해 가면서 같게 된 인류의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 왜 그런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었냐, 이런 내용으로 말이야. 예를 들어 어른이 왜 우유를 마시게 되었나? 사람의 피부는 왜 흰 사람이 있고 검은 사람이 있냐? 인류는 왜 걷게 되었는가? 인류는 왜 농사를 하게 되었는가? 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었단다.

몇몇 그런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수다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수단으로 쓰이잖아. 왜 인류는 그렇게 수다를 많이 떨까? 진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류는 다른 덩치 큰 짐승들에 비해 힘이 약해서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소통으로 정보를 주고 받아야 그 덩치 큰 짐승을 잡기 수월했다는 거야. 그래서 언어가 생기고 정보의 주고받는 주요 기능이 바로 수다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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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직립 보행을 하게 된 인간은 그 손에 주먹도끼를 쥐어 봤자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가련한 인간의 혼자 힘으로는 짐승을 잡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집단 수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단 수렵 활동을 위해서는 탄탄한 사회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사계절마다 변하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빙하기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정보 취합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인간에서 사회생활은 여가를 활용하기 위한 취미 생활이 아닌,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필수입니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 교환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소통의 수단으로 언어가 발생하고 발달하였으며 그 주된 기능이 바로 수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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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털이 사라진 이유는 주로 낮에 움직이기 때문이래. 많은 맹수들이 야행성이라서, 그 맹수들이 활동하지 않는 낮이어야 약한 동물들을 노려 사냥할 수 있으니 말이야. 맹수들이 야행성인 이유는 털이 많아서 더운 낮에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구나. 그럼 반대로 인류는 맹수들을 피해 낮에 움직이는데, 털이 있으면 역시 금방 지치겠지. 그래서 털이 점점 없어지는 진화를 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털이 없어지자, 자외선이 직접 피부에 노출되는 것이야. 그런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멜라닌이라는 색소인데, 이 색소가 피부에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피부도 검어진대. 아프리카의 첫 번째 인류는 피부색이 검정색이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의 후세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데, 햇빛이 덜 뜨거운 북쪽 지방에서는 자외선이 약해서 멜라닌 색소가 필요 없게 되었단다. 오히려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자외선 속의 비타민 D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었어. 그래서 북쪽 사람들은 자외선 속 비타민 D를 흡수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대. 그래서 다양한 피부색의 인류가 나타난 것이란다. 그렇게 피부색은 진화에 의한 것인데, 오늘날에도 몰염치한 이들 중에 피부색으로 가지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이 있는데, 공부 좀 제대로 받고 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원숭이와 유인원의 차이를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금방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구나.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그런데 긴팔원숭이라는 동물이 있는데, 이 동물은 유인원인데 이름에 원숭이를 붙여 놓아서 혼란을 주고 있다고 하는구나. 비전공자가 이름을 처음 붙여 놓았나 보네. 아무튼 다음에 놀이동산에 가서 동물들을 보면, 원숭이인지 유인원인지 유심히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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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00)

유인원과 원숭이를 볼 때 가장 눈에 띄고 분명한 차이는 꼬리의 유무입니다.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이고,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입니다. 절대 혼동할 수 없는 차이입니다. 그런데 유인원 중 마지막으로 게놈이 밝혀진 기번(gibbon)의 한국어 명칭이 바로 긴팔원숭이입니다. 유인원의 이름이 긴팔원숭이인 이상, 혼돈스러운 명칭을 바로 잡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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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어, 너희들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

여러 인류 기원설들이 있어. 진화론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만들었다는 창조를 믿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아빠는 예전부터 외계 유입설이 마음이 가더구나. 지구 환경에 가장 못하는 인류. 인류가 그렇게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썰…. 불시착한 우주선이든, 멸망 직전에서 탈출한 우주선이든…. 유난히 밤 하늘을 많이 쳐다보는 인류는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오래 전 고향을 쳐다보는 것은 아닐는지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2001, 저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에서 조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새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왔습니다.

책의 끝 문장: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되었는가?


이런 동물에게 서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게 하는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몸집과 송곳니입니다. 수컷에게는 이 두가지가 최대한 크고 강할수록 유리하겠죠. 유인원 가운데에서 이런 특성을 보이는 종이 있을까요? 바로 고릴라가 그렇습니다. 고릴라는 암수 사이에 몸집, 두개골, 송곳니 크기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암수 사이의 크기 차이는 수컷끼리의 경쟁을 알려 줍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수컷끼리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나타내지요. 실제로 고릴라는 짝짓기를 할 때는 수컷이 미리 힘 대결을 펼쳐 서열을 정해 두고, 가임기가 되면 높은 서열을 지난 수컷만 암컷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P40

후기 구석기 시대 이후 현대까지, 평균 수명과 노년층의 수는 계속 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 평균 수명이 50세이던 시대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즉 3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 이후 수명이 대폭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평균 수명이 75세가 된 지금 증손주가 클 때까지 증조부모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4대가 공존해야 하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칠순이 되도록 증손주는커녕 손주를 보기도 힘듭니다. 예전에 비해 결혼과 출산 연령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 P113

두뇌가 커진 것도 역시 걷기 덕분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려면 뛰어난 지능이 필요합니다. 언어를 사용할 만큼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려고 해도 지능이 필요하고, 이는 곧 큰 두뇌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두뇌는 그냥 커질 수 없습니다. 두뇌는 지방으로 이뤄진 기관입니다. 고지방, 고단백의 식생활이 필수입니다. 이런 식생활은 도구를 이용해 고기를 정기적으로 확보하고 섭취한 이후에야 가능했습니다. 모든 게 두 발로 걸은 이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뤄진 일입니다. - P182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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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1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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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책을 읽으면 리뷰를 쓰곤 한단다. 이 습관을 들인 것도 꽤 오랜 된 것 같구나.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읽고 나서 얼마 지나면 다 까먹거든. 그래서 리뷰라도 써 놓으면, 그걸 다시 찾아 보고, , 책 내용이 이랬지그런단다. 아빠에게 리뷰는 기억의 보조 수단이었던 것이지. 아빠처럼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나면 리뷰, 그러니까 독후감을 쓰곤 한단다. 너희들도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쓰곤 하잖니. 자의든 타의든 많은 사람들이 독후감을 쓰고 있어. 너희들도 숙제로 어쩔 수 없이 쓰는 독후감이 아닌,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 사라지지 않게 스스로 독후감을 쓰는 즐거움을 갖기를

그렇게 리뷰를 쓰는 사람들 중에 글솜씨가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독후감들을 엮어서 책을 내기도 해.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었단다.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아빠가 미쳐 깨닫지 못했던 책 속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많은 책들을 소개받기도 하거든그 책들에게 소개 받은 책들을 찾아 읽기도 하고, 선순환이구나.

그런데 책을 읽고 리뷰를 만화로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책이 있었단다. 바로 키두니스트 님의 <유머과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아빠가 그림을 잘 못 그리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도, 만화로 리뷰를 그린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글로 리뷰를 쓰려고 해도 뭘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걸 만화로 그리다니대단한 열정과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단다. 그런데 그것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참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는구나. 아빠도 한때 자주 들락거렸던 디씨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에 만화로 그린 책 리뷰를 올렸다는구나. 그리고 이번에 자신이 그렸던 리뷰 중에 번외 편 포함하여 12편을 엮어서 단행본을 낸 것이야.

그리고 소개한 작품들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 장르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문학들의 리뷰라고 했어. 고전 장르 문학을 만화로 그렸다니, 책 선정도 덕후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선택인 듯싶구나. 고전 리뷰를 해 주는 책들은 간혹 어렵게 읽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단다. 책 제목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머와 드립이 유치하지 않게 난무하고 말이야.


1.

장르 고전 문학이라면 어떤 것을 이야기할까? 아빠도 몇몇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었어. 이 책에서 소개된 11편의 고전은 다음과 같단다. 멋진 신세계, 1984, 걸리버 여행기, 장미의 이름, 데카메론,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오 헨리의 단편들,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시리즈,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 러브크래프트 전집, 카프카의 단편들. 아빠가 읽은 작품은 <멋진 신세계>, <1984>, <장미의 이름> 이렇게 세 개뿐이구나. 어렸을 때 동화로 읽은 <걸리버 여행기>도 완역본으로 읽은 것이 아니니 제외해야 하고일부만 읽은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두어 개, 카프카의 단편 두어 개 정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처음 들어본 작품인데,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작가가 쓴 연쇄 살인 모음집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 아무리 재미있게 소개를 해주어도 아빠는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구나.

지은이 키두니스트님께서 아빠가 리스트에서 뺄 수 있도록 솔직한 리뷰를 해 주셨단다. 그리고 < 러브크래프트 전집>도 읽어야 할 책에서 슬쩍 빼기로 했단다.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예전에 책이 너무 예쁘게 출간되어 아빠가 혹한 적이 있었단다. 그리고 나중에 한번 기웃거려봐야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단지 전집의 겉모습에 반해서 말이야. 하지만, 키두니스트 님의 리뷰를 보고 난 다음, 아빠가 보기에는 무척 어려운 책이겠구나, 하고 마음을 접었단다. 장르도 익숙지 않은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코즈믹 호러란,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말한대. 개미가 인간에게 느끼는 감각 혹은 인간이 몇 천 미터짜리 괴물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나 거대한 자연에서 느껴지는 공포도 코즈믹 호러라고 하는구나.

같은 호러라도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 소설은 그래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우리 집에도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모음집 <우울과 몽상>이 있는데, 아빠가 몇 편 읽고는 다시 책장에 모셔두고 있단다. 책이 거대한 벽돌 책이고 단편들로 가득 차 있다 보니 한번에 읽기 버겁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 지은이가 에드가 앨렌 포 전집으로 두 개 출판사를 소개해 주었는데, 그 중에 저렴한 것으로 주문해 버렸단다. 분책도 되어 있어서 접근성도 좋아 보였어.

<오 헨리 단편선>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단다. 오 헨리는 단편 중에는 유명한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만 알고 있었어.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어. 이 책을 통해서 오 헨리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오 헨리는 평생 단편만 썼대. 보통 소설가는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장편도 쓰고 그러던데, 평생 단편만 수백 편을 쓰셨다니…. 재능은 있으나 인내력이 부족하셨던가. ㅎㅎ. 한 우물만 파서 크게 성공하면 됐지, .. 키두니스트 님이 소개해 준 오 헨리의 몇몇 작품 소개를 읽다 보니, 모두 유쾌하고 기분 좋게 해 주는 작품들 있었단다. 책 읽다 말고,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오 헨리 단편선>을 그냥 장바구니에 넣게 되더구나.

데카메론이라는 작품은 어떤 내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 책도 아빠의 읽어야 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책인데, 키두니스트 님의 소개를 읽으니 바로 읽고 싶더구나. 정말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참 많은 것 같구나

....

이 책을 읽고 나니,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가 아닌 완역본으로 읽어 보고 싶고, 아빠가 한번씩 읽어 본 <멋진 신세계>, <1984>, <장미의 이름>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게 되었단다. 지금도 읽어야 할 책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언제 다시 읽는가. 예전에 아빠 회사 분께서 담배를 오래도록 피기 위해서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킨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ㅎㅎ 아빠는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서 그걸 다 읽기 위해서 건강을 지켜야겠구나.

….

아참, 이 책에는 번외 편으로 <해리 포터> 리뷰도 만화로 그리셨단다. 그만큼 지은이 키두니스트 님이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번외 편으로 <해리 포터>를 실으신 것 같더구나. 지은이 소개란에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적을 만큼 해리 포터 마니아이신 것 같구나. 책 표지에 해리 포터 그림이 있는데, 너희들이 그걸 보고 , 해리 포터다!’ 그랬잖니. 너희들도 해리 포터 시리즈 마니아인데 말이야.

키두니스트 님이 인터넷에서 연재한 리뷰들이 수십 편이라고 했는데, 이 책에는 고작 12편이 실려 있었단다. 그 이야기는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 기대해 봐야겠구나.

그런데 지은이의 필명 키두니스트는 무슨 뜻이지?


PS:

책의 첫 문장: 일반적으로 디스토피아 소설하면 무엇을 상상할까요?

책의 끝 문장: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롤링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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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오늘 리뷰 따숩 뭉클합니다
이렇게 편지로 책과 교감하는 북홀릭님 아이들 키두니스트님 연재작 알고 있을것 같습니다 ^^

bookholic 2021-12-09 18:44   좋아요 2 | URL
아이들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아직 초딩들이라 ㅎㅎ

새파랑 2021-12-09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1984밖에 없네요 😅 어렸을때는 독후감 쓰는게 싫었는데 지금은 재미있네요. 역시 강제보다는 자발적인게 좋은거 같아요 ^^ 리뷰는 바로 써야 안까먹는게 맞는거 같아요~!!

bookholic 2021-12-09 18:45   좋아요 3 | URL
그런데 저는 게을러서 리뷰는 늘 많이 밀려있어요 ㅎㅎ 새파랑님의 부지럼을 배워 보겠습니다~~

mini74 2021-12-09 0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너무 기발하고 웃기고 해서 아이도 재미있게 봤던 책이에요. 그럼에도 가볍지만은 않던 ~걸리버여행기 읽으면서 아 야후가 여기서 나오는건가 했던 기억이 납니다 *^^*

bookholic 2021-12-09 18:48   좋아요 2 | URL
작가님의 정체가 무척 궁금하더라구요~~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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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출퇴근길에 영어 공부 좀 하겠다고 EBS 라디오를 듣곤 했었는데, 중간 중간 광고에 자주 나오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단다. 정확한 멘트는 생가나진 않지만, 12시 밤 12시에 만나요, <윤고은의 EBS 북카페>.. 대충 이런 멘트가 있는 광고였어. 아빠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방송을 듣고도 싶었지만, 12시와 밤 12시에 라디오를 듣기는 쉽지 않은 시간대지. 그리고 나중에 윤고은 님이 소설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런데 아빠는 그분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단다. 아빠도 한국문학에 아주 문외한은 아닌데, 어쩌다 윤고은 님의 책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까.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윤고은 님께서 대거상이라는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사실 대거상이라는 것도 처음 들어봤는데, 영국에서 유명한 추리문학상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 최초로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에서 수상하셨다고 했어. 뭐야, 추리 소설 쓰시는 분이었어? 라디오 광고에서 들은 윤고은 님 목소리는 엄청 부드러우셨는데, 추리 소설도 쓰셨구나. 갑자기 그 대거상을 탔다고 하는 책이 궁금해졌단다. 그리고 아빠가 추리소설을 쫌 좋아하잖니. 그렇게 알게 되어 읽은 책이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3년이구나. 그 동안 몰라봐서 미안하네.^^ 민음사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3권이었네. 대거상 수상으로 출판사도 미소를 지었겠네.


1.

주인공 고요나는 정글이라는 여행사에 다니고 있단다. 그런데 이 여행사는 평범한 여행사가 아니었어. 여행사 정글은 재난 장소로 가는 여행상품만 판매하는 독특한 여행사란다. 재난 여행이라는 것이 실제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있어도 그런 곳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을까? 남들의 고통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 이 소설에서 재난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이 있다고 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아빠는 실제로 이런 상품이 있다 해도 가지는 않을 것 같구나. 아름답고 멋진 곳들도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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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à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à 내 삶에 대한 감사 à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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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요나는 이 여행사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재난 여행 상품을 기획하며 발굴하는 그런 일을 했어. 어느 날 그의 상사인 김조광 팀장이 그에게 성추행을 했어. 다른 회사 같으면 김조광 팀장이 짤려나갔을 텐데, 이 회사는 김조광이 인사권의 50% 이상을 갖고 있어서 김조광을 어떻게 할 수 없었어. 사실 김조광이 이런 성추행을 한 것이 고요나가 처음이 아니었어. 그 이전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했어. 그런데 그 성추행 당한 사람의 공통점은 회사에서 좀 위태위태한 사람들업적 부진으로 곧 잘릴 것 같은 사람들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고요나는 성추행의 수모도 수모지만, 자신이 퇴출되는 것인가? 이런 고민도 했어.

여러 번 김팀장의 성추행을 당하고 결국 요나는 사표를 썼어. 그런데, 김팀장은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나에게 한 달간 휴가 겸 출장을 주였어. 그들의 여행 상품들 중에 인기가 없는 곳에 가서,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어. 병 주고 약 주나. 아빠가 요나라면, 그런 건 니가 하라면서 사표 쓰고 김팀장을 고소했을 것 같은데, 소설 속 요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2.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요나에서 홍보팀에서 추천한 곳은 비싸지만 인기 없는 사막의 블랙홀이라는 상품이었단다. 가상의 조그마한 섬나라 무이에 있는 사막인데, 수십 년 전에 사막 한 바탕에 블랙홀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건이 있었어. 그래서 재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되었는데, 요즘에는 인기가 시들었단다. 일정은 5 6일 일정으로 직접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를 까먹었어. , 벌써 일정부터 마이너스.

이번 여행에 같이 간 이들은 모두 다섯 명으로 간신히 숫자를 채웠단다. 교사와 어린 딸, 시나리오 작가, 군대를 갓 제대한 대학생, 그리고 요나. 현지 가이드 루까지 포함하면 여섯 명이었어. 현장을 들러본 요나는 왜 인기가 시들하고 퇴출 후보인지 알게 되었단다. 사막의 싱크홀에 지금은 물어 들어차 있어서 전혀 재난 현장 같지 않았어. 그리고 그 사막에 살고 있는 운다 족과 카누 족이 예전에 전쟁을 벌여 서로 죽이고 죽고 그랬어. 그래서 그 부족들과 하룻밤 같이 체험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그것도 전혀 감흥을 주지 못했어.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상품이었고, 체험자들이 블로그에 여행기를 쓴다면 재난 여행지로는 완전 비추로 작성할 그런 곳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열차가 중간에 둘로 갈라져서 한 쪽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모르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기차는 둘로 갈라졌단다. 그리고 자신의 짐과 일행은 가른 열차 칸에서 공항으로 갔고, 요나는 빈털터리가 되어 혼자 다른 곳으로 향했어. 요나의 고생은 그것이 끝이 아니야. 여건과 지갑은 잃어버리고, 핸드폰 배터리는 다 떨어졌단다. 우여곡절 끝에 무이에서 머물렀던 벨에포크 리조트로 다시 왔단다. 돈도 없고, 여권도 없으니 당장 돌아갈 수 없었어. 그런데 며칠 뒤 여행의 일행이었던 시나리오 작가가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단다. ? 왜 다시 돌아온 거지?


3.

그 시나라오 작가는 황준모라는 사람인데 그는 벨에포크 리조트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했어. 무슨 일? 무이의 관광 사업을 다시 살리기 위한 일. 그런데 거기 시나리오 작가가 왜 필요하지?

요나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자신의 회사인 여행사 정글에 전화를 했어. 그 전화를 듣건 벨에포크 리조트의 매니저 폴은 요나가 여행사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 협조를 요청하였단다. 무이 관광 사업을 다시 살리는데 도와달라고 말이야. 그것이 요나의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고, 요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냐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것이 좀 그랬단다. 인공적인 싱크홀을 만들고 그것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고 홍보하는 것이야. 앞뒤 정황을 잘 만들고, 사고 발생 뒤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 황준모도 그 곳에 있었던 거야. 요나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나 보니 얼떨결에 그 사업에 합류하기로 했어. 사고 발생 후 희생자들을 만들기 위해서 시신들도 구해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단다. 잔인한 면도 없진 않지만, 일단 이 작전이 성공하면 벨에포크 리조트는 살아날 수 있으니 리조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사고일은 8월 첫 번째 일요일로 계획했단다. 그런데 그날 새벽….. 더 엄청난 재난이 그곳에 몰려왔단다. 쓰나미.. 동남아 섬나라였던 무이에게 예상하지 못한 재난은 아니었지만, 예고도 없이 찾아온 갑작스러운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단다. 그곳에 머물고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그 동안 아빠가 감정이입을 하며 읽던 주인공 고요나도 마찬가지로 죽고 말았단다. 아빠는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기 때문에 주인공인 죽는 경우 약간의 충격을 받는데, 이번에도 그랬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지만, 무이는 쓰나미는 대 재난이 발생해서, 다시 재난여행상품으로 인기를 끌게 되겠지. 결말이 약간은 블랙코미디 요소도 좀 있긴 한데, 주인공은 간신히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참, 요나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지? 죽었다고 장담해도 되나? 이 책의 속편이 나와서, 요나가 죽지 않고 살아 나타나서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 나가면 어떨까, 그런 상상도 해 보았단다. 예를 들어 피눈물 나는 사람들의 아픔을 여행 상품으로 파는 여행사 정글과 싸우는 휴머니즘? ㅎㅎ 아빠가 너무 나갔나? 아무튼 이 소설을 나쁘지 않게 읽었단다. 윤고은 님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윤고은 님이 진행하는 윤고은의 EBS 북카페도 꼭 들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북상하는 것.

책의 끝 문장: 그러나 거기에도 요나는 없었다.


사막은 스스로 분열하듯이 수많은 색들을 만들어 냈다. 사막에도 채도와 명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막을 말할 때에 수만 가지 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모래의 색에 따라 사막의 색도 달라지면서 이름이 달라졌다. 흰모래사막이 있는가 하면 붉은모래사막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사막도 그 위에 구름이 얼마나 덮고 있느냐, 구름 위로 햇살이 내리쬐느냐 아니냐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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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07 23: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아직 못 읽어봤어요. 추리소설에 손이 잘 안가서 그런가 봐요 ㅜㅜ 작가님이 라디오도 진행하시는군요. 왠지 궁금합니다 ㅋ 속편이 필요한 작품이라니 여운이 많이 남나봐요 ^^

bookholic 2021-12-08 21:35   좋아요 2 | URL
정통 추리소설은 아니니까 문학을 사랑하시는 새파랑님도 잼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순식간에..^^

scott 2021-12-08 0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좋았습니다 영어로 번역 된걸로만 읽었지만 이런 스타일에 한국 문학 아주 신선했습니다.책 읽기전 부터 윤고은님 EBS 북카페 들었었는데 글쟁이와 전혀 다른 활달 명랑하신분 ^^

bookholic 2021-12-08 21:36   좋아요 3 | URL
영어로 읽으셨군요.. 역시^^.. 어떻게 번역이 되었을까 궁금하네요~~ 저도 라디오 꼭 들어보겠습니다~~^^

mini74 2021-12-08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속편이 필요하다 ㅎㅎ 저도 동의합니다 *^^*

bookholic 2021-12-08 21:37   좋아요 3 | URL
주인공 고요나 님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 없습니다 ㅎㅎ
 















(101)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는 생각했다.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사랑은 생명이다.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랑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사랑은 신이고, 따라서 죽음은 사랑의 일부인 내가 보편적이고 영원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에 그에게는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에 불과했다. 거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뭔가 일방적이고 개인적이고 이성적이며, 불분명한 것이 있었다. 불안과 모호함이 있었다.


(109-110)

온갖 현상의 원인을 종합한다는 것은 인간의 지혜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속에는 원인을 탐구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인간의 지혜는 각각이 개별적으로 원인이 될 수 있는 현상들의 수많은 조건과 복잡성은 깊이 탐구하지 않고, 가장 처음의, 가장 알기 쉬운 근접한 것을 포착해 그것을 원인이라 말한다. 역사적 사건에서(인간 활동을 관찰하는 대상으로 하는) 태초에 있고 근접하다고 생각되는 원인은 하느님의 의지이고, 그다음은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 즉 역사상 영웅들의 의지다. 그러나 각 역사적 사건의 본질, 즉 사건에 참가한 인간 전체의 활동을 통찰해본다면, 역사상 영웅의 의지가 인간 전체의 활동을 지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그들에게 인도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언뜻 역사적 사건의 의의는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구 여러 민족이 동쪽을 향해 나아간 것은 나폴레옹이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그것은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던 거라고 말하는 사람 사이에는, 마치 지구는 정해진 위치에 있고 행성들이 그 둘레를 도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지구가 무엇에 의해 지탱되는지는 모르지만 지구와 행성의 운행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안 사람들 사이에 존재했던 것과 같은 차이가 있다. 역사적 사건의 원인은, 모든 원인의 근저에 있는 유일한 원인 이외에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갖가지 사건을 지배하는 법칙은 존재하고, 어떤 부분은 알 수 없지만 또 어떤 부분은 감지할 수 있다. 이 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한 인간의 의지에서만 원인을 구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데, 이는 행성 운행 법칙의 발견이 사람들이 지구 부동설을 버렸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 것과 마찬가지다.


(134)

식량과 무기, 포탄, 수많은 물자로 가득한 모스크바는 나폴레옹의 손안에 있었다. 프랑스군 병력의 절반밖에 되지 않던 러시아군은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지위는 더없이 눈부셨다. 두 배의 병력으로 러시아군의 잔군을 습격해 섬멸하고 유리한 강화 조건을 제시해 만약 거절당하면 페테르부르크에 위협 공격을 가하거나, 또 만약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스몰렌스크나 빌나로 돌아가든가 모스크바에 머물면 그만이어서 당시 프랑스군이 차지했던 빛나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천재성도 필요치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을 위해서는, 군대에 약탈을 허용하지 않고, 모스크바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던 전군의 동복을 마련하고, 반년 이상 전군에 공급할 수 있는 있을 만큼 풍부한(프랑스의 역사가는 이렇게 말한다) 모스크바 내 식량을 확실하게 수집하는 등의 극히 간단하고 쉬운 일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역사들이 역설하듯, 천재 중의 천재이자 군의 통솔권을 쥐고 있던 나폴레옹은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183)

눈덩이를 순식간에 녹이기는 불가능하다. 일정한 시간의 한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열을 가하더라도 그보다 빨리 녹일 수는 없다. 오히려 열을 가할수록 남은 눈은 더 단단해진다.


(190-191)

프랑스군은 보로디노에서 승리한 후, 중대한 전투는 고사하고 다소나마 주목할 만한 전투도 한 번 없었는데 그 존재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이 만약 중국의 역사에서 끌어낸 실례라면, 우리는 이것은 역사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것은 자기 척도에 맞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 역사가들이 빠져 나가는 구멍이다). 또한 소규모의 군대만 참가한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우리도 이 현상을 예외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조상의 눈앞에서 벌어졌고, 또 그들에게는 조국의 생가가 걸린 대사건이었으며, 더구나 역사상 알려진 전쟁 중에서도 최대의 전쟁이었다.


(191-192)

펜싱의 모든 규칙에 따라 결투하려고 하는 검은 든 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승부는 꽤 오랜 시간 계속된다. 갑자기 한쪽이 자신이 상처 입은 것을 알아채고,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목숨과 결부된 일이라 깨닫고는 검을 버리고 옆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들고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확실하고 가장 단순한 방법을 합리적으로 사용했다고 하고, 또한 가사도 전설에 고무되어 사건의 진상을 감추고자 가신은 검도의 모든 규칙에 따라 검으로 승리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어난 결투를 이런 식으로 기술할 때 어떤 혼란과 모호함을 일으킬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규칙대로 결투할 것을 요구한 검객은 프랑스인들이고, 칼을 내던지고 몽둥이를 집어든 상대방은 러시아인들이고, 펜싱의 규칙에 따라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이 사건을 기술한 역사가들이다.


(196)

1812년에 퇴각하던 프랑스군은 전술상 각기 분산해서 방어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가호 뭉쳐 다녔는데, 군의 사기가 떨어져 집단이 아니면 그들을 하나로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러시아군은 전술상 집단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분산 행동을 했다. 이는 각자가 명령도 기다리지 않고 프랑스군을 공격할 만큼 군의 사기가 높았고, 곤경과 위험에 뛰어들도록 강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59)

역사가들이 이것은 위대하다!’고 할 때는 이미 선도 악도 없고 위대한 것위대하지 않은 것이 있을 뿐이다. 위대한 것은 선이고, 위대하지 않은 것은 악이다. 그들의 관념에 따르면 위대함이란 그들이 영웅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동물들의 특질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파멸하는 동지들은 고사하고 (그의 의견에 의하면) 자기가 여기까지 데리고 온 사람들까지 버리고 혼자 따뜻한 털외투를 입고 돌아오면서도 이것은 위대하다고 느끼고 마음이 평온했던 것이다.

숭고(나폴레옹은 자기 안에서 숭고한 무언가를 보았다)와 우스꽝스러움은 겨우 한 발짝 차이다하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그리고 온 세계는 오십 년에 걸쳐 숭고하다! 위대하다! 나폴레옹은 위대하다! 숭고와 우스꽝스러움은 겨우 할 발짝 차이다하고 되풀이했다.


(269)

사람은 죽어가는 동물을 볼 때 그 자신인 것, 즉 그의 본질이 눈앞에서 분명히 소멸하고 존재하기를 멈추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죽어가는 그것이 인간이라면, 더욱이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이면, 생명의 소멸에 대한 공포 외에도 단절감과 정신적인 아픔을 느끼며, 그것은 육체적인 상처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생명과 결부되기도 하고 때로는 치유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 상처는 아프고, 외부의 자극적인 접촉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317)

쿠투조프는 유럽과 세력 균형과 나폴레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이 적멸하고 러시아가 해방되어 영광의 정점에 이르자, 러시아 민족의 대표자이자 가장 러시아인다운 러시아인이었던 그에게는 이제 아무 할 일이 없었다. 국민 전쟁의 대표자에게 죽음밖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321-322)

피예르의 외면적인 태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예전과 똑같이 보였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산만하고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특별한 것에 마음이 사로잡힌 듯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예전에는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남이 말한 것을 잊어버렸을 때, 마치 멀어서 전혀 볼 수 없는 뭔가를 분별하려 애쓰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처럼 자못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렸었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남이 말한 것도 눈앞에 있던 것도 잊어버렸지만, 지금은 살짝 미소를 띠고 분명 뭔가 다른 것을 보고 듣는 것 같긴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과거의 그는 선량하지만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심결에 그를 멀리했다. 지금은 삶에 대한 기쁨의 미소가 늘 입가에 감돌고 두 눈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 즉 당신들도 나만큼 만족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빛났으며, 사람들은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했다.


(370)

그러나 만일 오십 년 전 알렉산드로 1세가 인류의 선에 대해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알렉산드르를 비난하는 역사가의 인류의 선에 대한 견해 역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릇되었다고 판명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발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매년 새 저자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의 선에 대한 견해가 달라져, 선이라 생각되었던 것이 십 년 우에는 악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가 목격하는 이상, 이 가정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냐에 대해 정반대의 견해를 동시에 발견하게 되는데, 어떤 사람은 폴란드에 부여한 헌법과 신성동맹을 알렉산드르의 공적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378-379)

우연, 수백만의 우연이 그에게 권력을 주고, 모든 사람은 합의라도 한 것처럼 이 권력의 확립에 힘을 보탰다. 우연은 그에게 종속되도록 당시 프랑스 위정자의 성격을 만들었고, 우연은 그의 권력을 승인한 파벨 1세의 성격을 만들었다. 우연은 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의 권력을 확립해준, 그를 반대하는 음모를 만들어주었다. 우연은 앙기앵 공을 그의 수중에 던져 뜻하지 않게 그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옳다는 것을 다른 어떤 수단보다 더 강력하게 군중에게 납득시켰다. 우연은 그에게 분명 파멸을 초래했을 영국 원정에 전력을 쏟게 했지만, 결국은 그 계획을 실행시키지 않고 뜻밖에도 마크가 인솔한 오스트리아군을 공격하게 해 싸우지도 않고 항복시켰다. 우연과 천재성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겼고, 우연히도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일어나려는 사건에 참가하지 않은 영국을 제외한 전 유럽 모든 사람이 품었던 그의 범죄에 대한 과거의 공포와 혐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에게 그의 권력, 그가 스스로에게 준 칭호, 위대와 영광이라는 그의 이상까지 승인해주었으며, 그 이상은 만인에게 무엇보다 훌륭하고 현명한 것으로 보였다.


(466)

새로운 역사학은 신이 권력을 부여하고 신의 의지에 직접 인도되는 사람들 대신 비범한 초인간적 능력을 가진 영웅, 혹은 위로는 군주에서부터 아래로는 저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인도하는 온갖 성질의 인간을 선택했다. 이전에는 신의 뜻에 맞는 목적이라고 여겨졌던 민족들, 즉 인류 운동의 목적으로 여겨졌던 유대 민족, 그리스 민족, 로마 민족 대신에 새로운 역사학이 설정한 목적은,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 민족의 복지였으며, 가장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전 인류 문명의 복지였지만, 이 인류란 대개 북서부의 작은 한구석을 차지한 민족들을 의미했다.


(482)

권력이란 대중에 의해 선출된 통치자들에게 명시적 혹은 암묵적 동의에 의해 표명된 대중 의지의  총화다.

국가와 권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구성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의 논의로 성립되는 법에 대한 과학 분야에서 이 모든 것은 아주 명백하다. 그렇지만 역사에 적용할 경우 권력의 정의에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법에 대한 과학은 마치 고대인들이 불을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고찰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권력을 고찰한다. 그런데 역사에서 국가와 권력은 마치 현대 물리학에서 불은 자연력이 아니라 현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낱 현상일 뿐이다.


(491)

역사적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 권력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 권력은 어느 인물에게 옮겨진 대중 의지의 총화다. 대중의 의지는 어떤 조건에서 한 인물에게로 옮겨지는가? – 그 인물에 의해 모두의 의지가 표현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고로 권력은 권력이다. 고로 권력은 우리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이다.


(506)

전과 같은 성격, 전과 같은 조건에 놓일 때 인간은 전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경험과 추론이 인간에게 몇 번을 보여준다 해도, 인간 같은 성격, 같은 조건으로 항상 같은 결과로 끝나는 일에 착수할 때, 설령 그것이 첫번째라 할지라도 역시 그 일을 경험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확신한다. 미개인이든 사상가든 인간은 누구나 같은 조건 아래서 상이한 두 행위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추론과 경험으로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입증되었는데도, (자유의 본질을 이루는) 무의미한 개념 없이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불가능한 것이라고 해도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은 자유의 개념 없이는 생활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522)

인간의 자유는 그 힘이 인간에게 의식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힘과 다르지만, 이성에게는 그 힘도 다른 힘과 다르지 않다. 인력, 전기력, 화학적 힘이 각기 다른 것은 이성이 그 힘을 여러 가지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의 힘도 이성이 그것에 부여한 정의 때문에 다른 자연의 힘과 구별될 뿐이다. 필연이 없는 자유, 즉 이것을 정의하는 이성의 법칙이 없는 자유는 인력이나 열이나 식물이 생장하는 힘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그것은 이성에게 정의할 수 없는 찰나적인 삶의 감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44-545)

수백만의 사람이 서로를 죽이고 100만의 절반이 죽은 사건의 원인이 한 사람의 의지일 리 없고, 한 사람이 자기 혼자 산을 파서 무너뜨릴 수 없듯 한 사람이 50만을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일부 역사가들은 프랑스인의 정복욕과 러시아인의 애국심이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다른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의 대군이 퍼뜨린 민족주의적 요소나, 러시아가 유럽에 연대해야 했던 점 등등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대체 왜 수백만이 서로를 죽이고, 누가 그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는가? 모두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 것이 분명했는데도 그들은 왜 그 일을 했을까? 이 무의미한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무수한 회고적 추론이 가능하고 실제 이것을 하고 있지만, 방대한 수익 설명과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목적에 맞춰지고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한없이 많아서 그중 어느 하나도 원인이라고 꼽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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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5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덩이를 순식간에 녹이기는 불가능하다.고 톨스토이 옹은 전! 평에서 말했지만 북홀릭님은 대작 전 평! 눈 녹이듯 완독 하쉼 !추카! 아들과 딸에게 자랑 하삼 333^^!

bookholic 2021-12-07 08:35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 전쟁과 평화 독서 편지를 써야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scott님 오늘도 따뜻한 하루 되세요~~~
 
녹색평론 통권 181호 - 2021년 11월~12월, 창간 30주년 기념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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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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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181(2021 11-12)>를 읽었단다. 읽기 전에 이번 호가 녹색평론 30주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올해 계속해서 녹색평론 3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하기도 했고그렇다고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녹색평론답게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글들을 실어 주었단다. 녹색평론을 창간하고 늘 함께하던 김종철 님의 부재가 아쉬웠지만, 김종철 님의 동지이자 따님이신 김정현 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녹색평론이 길을 잃지 않고, 30주년까지 잘 온 것 같구나.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법정 스님의 책을 통해서였단다. 그래서 그 이후에 빼놓지 않고 읽어봤는데, 아빠도 녹색평론을 함께 한 지가 10년이 넘었구나. 20주년 특집, 25주년 특집이 엊그제 같았는데, 세월은 너무나 빨리 흘러 어느덧 30주년이 되었구나.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이어졌는데, 양질의 책 내용처럼 독자수도 계속 늘어나고 출판사도 번창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리 되지 않은 것 같더구나. 예전에도 녹색평론의 재정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최근에도 여전한 것 같아. 이 좋은 글들을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또한 안타깝구나.

갑작스럽게 김종철 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김정현 님께서 녹색평론을 잘 이끌고 계시고는 있지만, 조금은 힘에 부치신 것 같구나. 이번 30주년 기념호 녹색평론을 출간하고, 1년 동안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30년간 쉼 없이 달려왔으니, 1년간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년은 금방 휙 지나가니 그리 긴 시간도 아니고…. 1년 동안 잘 쉬시고,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래본다. 식상한 인사말이지만, 녹색평론이 우리 사회에 영원한 녹색 빛이 되어 주기를….


1.

아빠는 녹색평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단다. 세상을 보는 눈, 사회를 보는 눈, 국가를 보는 눈의 시력을 높여 주었어. 가끔 그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글들을 계속해서 실어주어, 여러 번 읽다 보면 이해가 가기도 했어. 그리고 많은 불편한 진실들도 알게 되었어. 녹색평론은 창간 할 때부터, 그러니까 30년 전부터 그런 불편한 진실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했고, 그런 불편한 진실을 없애기 위해 여러 조언들 해주었단다.

아래도 김종철 님의 녹색평론 창간사에 있던 말인데, 지금 이야기를 해도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좋은 글이고 말이야. 그만큼 김종철 님은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르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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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생태학적 재난은 결국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온 이른바 문명, 그 중에서도 특히 서구적 산업문명에 내재한 논리의 필연적인 결과로서의 사회적, 인간적, 자연적 위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사람이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진실로 심오한 철학적 종교적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녹색평론사> 창간사, 1991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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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집권층들이 그런 말을 새겨 듣지 않은 것이 문제였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들도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지. 결국 30년이 지난 지구는 기후위기와 끝날 것 같지 않은 무서운 전염병에 커다란 위기에 빠져 있구나. 이런 것들이 자본주의의 병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번 만들어진 시스템을 겁나서 바꾸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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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지난 2~3세기 동안 이른바 문명세계가 산업문명을 통해서 이룩했다고 하는 높은 생활수준은 실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구 자본주의의 산물인 산업경제와 그것에 의존해온 근대적 문명은, 그것이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인 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종말의 파국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한계를 그 출발점에서부터 내포하고 있다.”(<책머리에>,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녹색평론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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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님의 녹색평론 창간사에서 하나만 더 보자꾸나. 당시만 해도 과학 기술이 우리 인류에 주는 편리함과 빠름으로 인해 과학 기술은 찬양의 대상이었단다. 하지만 그때 이미 과학기술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대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말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만 것 같구나. 이렇듯 세상에는 김종철 님과 같은 선지자들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적은 게 현실인가 보구나. 누가 사람들을 이렇게 조종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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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오늘날 과학기술의 힘이 막강하고, 부분적이나마 과학기술 수준이 찬탄스러운 것이라 해도, 과학은 여전히 우리의 삶의 바탕과 이 세상과 우주의 근원적인 진리를 해명하는 데에는 너무나 미약하고 부적절한 수단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하물며, 기계론적 우주관과 선형적 진보사관에 의지하여 전개되어온 지난 수세기의 근대과학기술의 성과는 이제 인류의 파멸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지구생태계의 대재난을 초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것이 아닌가? 삶의 태반을 망가뜨리면서 그것을 진보와 발전이라고 믿어온 것은 실로 우매의 극치라 할 만하고, 완전한 미치광이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관계, 그리고 근대과학의 근본가정에 깔려 있는 폭력성에 대한 뿌리로부터의 철저한 반성 없이, 계속하여 더 많은 과학과 더 정교한 기술만을 구한다면 파멸은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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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녹색평론 30년 동안 줄곧 이야기해온 주제 중에 하나가 농촌에 대한 이야기란다. 이번 30주년도 농촌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도 같이 제시했단다. 우리나라 농촌의 여러 문제점은 정치 구조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어. 중앙집권적 정치시스템이다 보니 농촌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묵살된다는 거야.

면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모두 반대하는 사업이 그 면에 진행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그 면에 사는 국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말이야. 지방자치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거지. 지방자체제도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군을 폐지하고 읍면 단위로 이루어져야 하며, 읍면장과 이장은 직접 선거로 뽑아야 한다고 했어. 지금은 군수들이 보이기 사업으로 하다고 보니 자신이 왕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 면의 국민들과 툭하면 충돌이 일어나고, 비리나 저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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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외국의 지방자치제도를 보면, 군수와 군청이 아예 없는 나라도 많다. 그러니 면의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대한민국도 516 군사쿠데타 이전까지는 그랬다. 516 이전의 기초지방자치는 시, , 면 자치였다. 면장, 읍장도 직선으로 뽑고 면의원, 읍의원도 뽑았다. ()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세력이 쿠데타에 성공하자마자 지방자치를 중단시키면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면,읍을 군()으로 강제 통합했던 것이다.

그런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박정희의 잔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면서도 면,읍 자치를 부활시키지 않고 군 단위로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상한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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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앙집권적 정치제도로 인해, 남의 동네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를 우리 동네에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란다. 그걸로 끝이 아니고, 그 전기를 남의 동네까지 전송하느라, 고압송전탑을 또 우리 동네와 남의 동네 사이에 있는 동네들에 만들고물론 그 동네의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말이야그래서 반대 시위라도 하려면 하면 님비(NIMBY)라고 비판하고하지만, 누가 진짜 님비(NIMBY)인지는 조그만 생각해 보면 알게 된단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지역의 전기는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우리나라가 중앙집권적 정치제도가 너무 확고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은 안 드는구나. 솔직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우리도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남의 동네근처에 살고 있어서 읽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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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렇다면 누가 님비(NIMBY)인가? 전기를 많이 쓰면서도 우리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쪽이 님비인가, 아니면 우리 지역에서 쓰는 전기도 아닌데 발전소와 송전선을 우리 지역에 건설하겠다고 밀어붙이니 거기에 반대하는 것이 님비인가? 사실은 서울과 그 인근 지역이야말로 극단의 님비이다. 외부에 전기를 의존하면서도 스스로 전기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도 자체 처리를 못하고 외부로 반출해서 버리는 도시가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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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런데 이런 방식은 놔두고, 농지를 훼손해가면서 태양광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전환이 아니라 공멸로 가는 길이다. 이것은 전력시스템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위험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장거리 초고압송전에 의존하는 전력시스템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 수도권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초고압송전선 몇 군데에서 동시에 사고가 나면 전력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그 위험을 감추기 위해 송전선을 덕지덕지 건설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답은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하고, 자기 지역의 전력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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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0주년 기념호에도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오늘은 한가지만 더 이야기를 하고 마치련다. 비싸지만, 즐겨 먹지는 못하지만 간혹 그 달콤함에 사 먹게 되는 샤인머스켓이라는 과일그것이 예상은 했지만, 유전자 조작까지는 아니지만 성장호르몬을 처리하여 씨가 없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때 사용한 성장호르몬 지베렐린에 대한 안정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유전자 조작과 비슷한 것이구나. 예전에 씨가 없게 조작한 과일들을 많이 먹으면 불임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샤인머스켓을 좀 멀리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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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7)

샤인머스켓은 낯선 과일이다. 칠레와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눈에 띄게 늘어서 수입한 청포도라고 짐작했는데, 우리 땅에서 재배하는 일본 품종인 걸 얼마 전에 알았다. 기껏 육종했건만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겨 아쉬움이 크다는데, 약삭빠른 일본 자본도 가끔 실수하나 보다. 먹어보니 씨가 없고 아주 달다.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이는 포도 영양분의 85%가 씨에 있다는데, 샤인머스캣은 왜 씨가 없을까? 그렇게 육종한 걸까? 아니라고 한다. 꽃이 필 때와 열매가 생길 즈음, 식물 성장호르몬인 지베렐린을 두 차례 처리한 결과이다.

지베렐린은 사람과 가축에 해가 없다지만, 복합오염 시대에 우리가 그 위험을 아직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요즘 거봉도 씨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을 텐데, 먹기 편해지려고 씨를 꼭 없애야 했나? 바나나도 씨가 없는데, 지베렐린과는 관계없다. 우연히 씨 없는 열매를 찾아냈고, 알뿌리로 번식이 가능한 그 다년생 풀을 집중적으로 재배해 오늘의 바나나 품종이 세계 과일시장을 점유하게 되었다. 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처럼 생긴 씨앗이 촘촘히 박힌 바나나를 발견하면 새 품종을 찾을 기회이므로 팔지 않으니 시장에 나오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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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녹색평론> 창간 3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몹시 무겁다.

책의 끝 문장: 숲이 없으면 사람도 살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식들은 생명협동운동으로서 직거래운동과 유기농운동을 결합해 도농상생의 공동체를 일구기 위한 한살림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여기서 직거래운동은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 소비자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상호 신뢰를 통해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내는 새로운 경제운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기농운동 역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순환과 생태계 복원, 생명존중 실천이라는 의미를 폭넓게 담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유기농업의 등장 이유를 우루과이라운드 등 농산물 수입개방 상황에서 국내산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런 운동적 관점을 놓친 매우 협소한 시각이다. - P25

고도로 화폐화된 자본주의사회는 세계화와 도시화로 필연적으로 귀결되어, 수많은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화’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화폐에 담겨 있는 본래적 의미를 잘 살린다면, 화폐(국가화폐와 은행화폐) 의존적인 삶을 벗어나 지역화된 사회로 이행하는 데 지역화폐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홍동면의 지역화폐운동은 궁극적으로 화폐(지역화폐도 포함)가 부족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한 공동체로 가는 이해 도구로 지역화폐만큼이나 유용한 것도 없다. - P47

신혼부부 앞에서 주치의는 "태어날 당신 아들은 운동을 좋아할 텐데 야구에 적성이 맞고, 투수보다 유격수를 추천"할지 모른다고 리 실버는 전망했다. 젊어서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면 60세 이전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80%가 넘으니 금연을 권하거나 수정란 유전자를 폐암을 피할 유전자로 바꾸라고 권유할 것으로 예견하면서, 그런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자식에게 좋은 유전자를 주입하는 걸 누가 통제할 수 있겠는가? 좋은 유전자로 세대마다 바꾼 부유층은 그렇지 못한 일반 계층과 어울리지 않을 텐고 그렇게 10세대 이상 지나면 서로 다른 종으로 구별되고 서로 관심이 없어질 거라고 실버는 예상했다. 침팬지에게 인간이 애정을 느끼지 않듯. - P61

라운드업은 광범위한 효능을 지닌 제초제일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생명체들을 죽이는 독극물이다. 꽃가루를 매개하는 유익한 곤충이나 토양 생물을 말살한다. 라운드업레디 작물들로 인해 북반구에서 왕나비의 90%가 사라졌고, 과학자들이 ‘곤충 대멸종’이라고 부르는 현실 속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GMO 대두를 이용하여 가짜 고기를 생산하는 일을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P80

"지난 2~3세기 동안 이른바 문명세계가 산업문명을 통해서 이룩했다고 하는 높은 생활수준은 실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구 자본주의의 산물인 산업경제와 그것에 의존해온 근대적 문명은, 그것이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인 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종말의 파국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한계를 그 출발점에서부터 내포하고 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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