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 모퉁이에는 이상한 사람들, 즉 몽상가들이 살고 있습니다. 몽상가, 좀 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를 테면 무슨 중성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대체로 다른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구석에 정착합니다. 마치 한낮의 햇빛까지도 피하려는 듯이 그 속으로 기어드는 거죠. 그리고 일단 자신의 안식처에 숨어들면 달팽이처럼 아예 자기 구멍에 찰싹 들러붙습니다. 적어도 이 점에서 그는 생물이자 동시에 집이기도 한 저 흥미로운 동물, 거북이라 불리는 것과 유사하죠.

 

(57)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 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 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있어. 몇 년 더 지나면 또 우울한 고독이 뒤따를 거야. 목발을 짚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노년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뒤에는 우수와 권태가 뒤따를 거야. 너의 환상 세계도 빛을 잃겠지, 그리고 꿈은 시들어 낙엽처럼 떨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리겠지…… , 나쓰쩬까! 혼자, 전적으로 혼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심지어 아쉬워할 것조차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도, 지금의 모든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고 동그란 원, 그저 한낱 꿈이었으니까요!

 

(115)

그러니까 나쓰쩬까, 너는 내가 모욕의 응어리를 쌓아 두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너의 화사하고 평화스러운 행복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게 할 것 같은가, 너를 신랄하게 비난하여 너의 심장에 우수의 칼을 꽂을 것 같은가, 너의 가슴이 비밀스러운 가책으로 고통받고 행복의 순간에도 우울하게 고동치도록 만들 것 같은가, 네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제대(祭臺)를 향해 걸어갈 때 너의 검은 고수머리에 꽂힌 저 부드러운 꽃 중에 단 한 송이라도 나로 인해 구겨져 버리게 할 것 같은가…… , 천만에, 천만에!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과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2-04-04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야!! 너무 좋아요^^

bookholic 2022-04-05 00:02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39)

산업문명 초기에 전체 육지의 14퍼센트에 불과했던 인간의 서식지가 77퍼센트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수치가 모든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다. 지구 일부를 점유하는 조건 아래 지구와 균형을 유지하던 종(, species)으로서의 인류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 되자 모든 병리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인간 중심적 행성화(anthropocentric planetization)라 부를 수 있고, 기후변화는 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53)

지구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비선형적으로 작용한다. 환경의 비선형 변화가 갖는 위험은 현재 물리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범위 밖으로 나갈수록 증가한다. 어느 부분에서 언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재앙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가령 기온이 1.5도를 넘을 경우, 빙하가 녹아서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산악지대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매장되어 있던 온실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 결정적인 위험 요소다.


(83)

정신이라 유기체들이 뇌와 고등신경계를 발달시키기 오래 전에 시작된, 생명의 복합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중요하다. 자연도 정신적 존재다. 정신은 생명 현상의 한 측면이다. 정신이란 살아 있음의 정수다. 생명계의 조직 원리들은 그 본질에 있어 정신적이다. “생명의 모든 수준에 있는 물질 내부에는 정신적인 것이 존재한다.” 카프라는 베이트슨이 생물학이 인간과 자연의 공통점에 주목해서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을 처음으로 극복했다고 평가한다.


(115)

지구법학은 생태위기에 답하기 위해 창안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학이다. 지구법학은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구와 인간의 상호 증진적 관계를 지향하는 지구 중심적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면서 다듬어졌다. 산업문명과 근대법이 생명과 자연을 취급하는 생각과 방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새로운 세계관과 법 제도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123)

우리는 수십억 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졌다. 그리고 1 2,000년 가까운 홀로세 기간에 적정 기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고작 100년도 안 되는 눈 깜짝할 새에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지금의 기후위기와 전염병을 우리 책임 밖의 일이라 할 수 없다. 기술이 해결해주리라고 쉽사리 낙관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새롭게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주적 시간이다. 이 깊은 시간 속에서 먼 우리에게까지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의 해석과 미래의 지침을 발견해 나가야 한다.”


(128)

생태대는 토머스 베리와 브라이언 스윔이 <우주 이야기>를 저술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지구 및 지구 공동체와 상호 증진하는 관계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다. 생태대를 뜻하는 ‘EcoZonic’은 그리스어로 집을 의미하는 ‘oikos’와 살아 있는 존재를 의미하는 ‘zoikos’의 합성어이다. 생물의 집’ ‘생물의 집’ ‘생명 공동체(지구 공동체)’라는 뜻이다. ‘생태(Eco)’생물(Zoe)’의 합성어는 통합적이고 생물학적인 용어다.


(171)

지구와사람은 학교를 목표로 한다. 만나서 배우고 가르치고 교류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구와사람은 처음부터 학술 교육 문화의 세 영역을 미션으로 설정했다. 문화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작업을 통해 학습과정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모임에서 이런 목표를 추구하며 운영해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자주 한계에 부닥쳐왔다.


(180)

인간은 지구가 낳은 의식이다. 지구의 이야기 속에서 아주 천천히 걸어나왔다 두 발로 서서 뒤뚱뒤뚱 무거운 머리를 천천히 흔들며, 두 손으로 쉴 새 없이 만지고 만들며 진화를 되돌아봤다. 이런 인간이 어느 날 눈이 멀었다. 지구의 생명체들이 죽어 지구에 묻히고 수십억 년의 세월을 거쳐 석유와 석탄 화석이 되었다. 인간은 화석을 파내어 탕진했다. 검고 끈끈한 화석이 얼굴을 뒤덮고 눈을 멀게 했다. 인간은 마음을 잃었다. 진화의 긴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이대로 가면 인간은 죽을 것이다. 그러나 가이아는 살아 있다. 눈을 잃어가면서 침묵하는 지구.


(184)

ESG라는 용어는 1992년 설립된 UN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2004 6월에는 UN 글로벌콤팩트와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스위스 정부가 공동으로 발의한 이니셔티브 누가 이기는가(Who cares wins)’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UN 글로벌콤팩트는 20개 대형 금융 기관과 함께 기업들의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 특히 주주들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거버넌스 측면의 사안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히며 ESG의 의미를 정의했다.


(188)

지구헌장과 현재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혹은 ESG 논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자가 성장의 한계를 명백히 하고 자연과의 공존에 유의해야 한다는 생존조건을 명확히 한 데 반해, 후자는 우리 사회경제의 전체적인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탄소중립, 즉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를 더 이상 쓰면 안 된다는 인식은 형성되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가속의 GDP 성장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미래 경제구조의 변화에까지는 아직 고민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11)

겸손은 반성적 자아가 충만한 상태다. 겸손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인간만이 정신적 존재라고 생각하며 우주와 지구를 물질에 불과하다고 업신여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물질과 정신의 이분법을 넘어 이들에게서 내가 비롯되었고, 지구의 지질시대 안에 내가 출현해서 살고 있다는 삶의 연속성과 거대한 통합을 인식해야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세계관은 거시적이면서도 가치에서는 인류의 겸손을 요청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나라에 젊은 작가들 중에 뛰어난 사람이 많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체공녀 강주룡>을 쓴 박서련이라는 분도 그런 분 중에 한 분이란다. 아빠가 읽은 박서련 님의 소설은 장편 <체공녀 강주룡>과 단편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두 편밖에는 없지만, 두 편 모두 재미있게 읽어서 박서련 님의 또 다른 책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더 셜리 클럽>이라는 책이란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에서 나온 책인데, 밝고 가볍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구나.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어서 젊은 시절 생각도 떠오르고, 주무대가 호주여서 신혼 여행도 떠올랐단다. 아빠와 엄마가 신혼 여행으로 호주를 다녀왔거든. 책이 그리 두껍지 않으니 간단하게 줄거리만 이야기해볼게.


1.

소설의 제목 <더 셜리 클럽>은 무슨 의미일까, 싶었는데아주 심플했단다. 이름이 셜리인 사람들의 모임이었어. 셜리라고 하면 우리나라 이름은 아니고 영어 이름이니까 이 클럽은 우리나라에 있는 클럽이 아니고, 호주에 있는 클럽이었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 이름으로 설희. 영어 이름은 셜리였어.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머무르면서 치즈 공장에서 일도 했어. 우연히 셜리 클럽을 알게 되었는데, 셜리라는 이름이 유행이 지난 이름으로 더 셜리 클럽의 멤버들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나이가 어리신 분이라고 해봐야 중년의 아주머니였어. 셜리라는 이름이 유행이 지나간 이름이긴 하지만, 빨간 머리 앤의 중간 이름이 셜리라는 것에 자부심도 갖고들 계셨단다 ㅎㅎ.

설희는 그 모임이 재미있어 보여서, 자신도 이름이 셜리라면서 그 클럽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단다. 동양의 젊은 여성이라 호기심을 가졌지만, 자신의 클럽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망설였다가 명예회원으로 가입시켜주었단다. 그렇게 더 셜리 클럽에 가입한 이후 설희와 더 셜리 클럽의 멤버인 할머니들이 함께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단다. 설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즈 공장에서 해고된 것에도 앞장서서 따져 주는 것도 더 셜리 클럽의 회원이었고, 썸 타고 있던 S라는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겨 그 S를 추격하는데 도와주는 것도 더 셜리 클럽 회원이었고, 묵을 곳이 없는 설희에게 묵을 곳을 공짜로 마련해 준 것도 더 셜리 클럽 회원들이었어.

설희가 호주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더 셜리 클럽 회원들도 설희의 가입은 새롭고 재미있는 일종의 사건으로 생각했을 거야. 그래서 더욱 신나서 설희의 일이라면 발벗고 도와주었던 것이고 말이야. 그래서 소설 내내 밝고 가볍고 유쾌했단다. 책의 겉표지가 분홍색으로 되어 있는데,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싶었단다.

유쾌한 소설 잘 읽었단다. 지난번에 읽은 박서련 님의 소설 <체공녀 강주룡>은 알지 못했던 강주룡이라는 멋진 여성을 소개해 주어 좋았고, 이번에 읽은 <더 셜리 클럽>은 기분을 좋게 해 주어 좋았단다. 박서련 님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발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볼까요.

책의 끝 문장: 하나,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4-0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어요. 셜리하면 전 셜리템플이 떠오르네요 ㅎㅎ 셜리 할머니들 귀여우실거 같아요 ~

bookholic 2022-04-01 22:35   좋아요 1 | URL
셜리 템플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해 봤어요..^^
네, 이 소설에 귀여분 셜리 할머니들이 많이 나와요~~
즐겨운 주말 되시고요~~
 
환자 혁명 - 약과 병원에 의존하던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
조한경 지음 / 에디터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환자 혁명>이라는 책은 아빠의 친구가 추천한 책이란다. 제목부터 아빠의 관심을 확 끌었단다. 왜냐하면 작년부터 아빠가 몸 이곳 저곳에 통증이 나타나 다음부터 잘 사라지지 않아서 건강에 관심을 두고 있었거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흘려 듣기를 오래했다가 정작 건강에 알람 신호가 뜨고 나서야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되더구나. 이런 경험이 나중에 너희들에게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이야기하겠지? 아무튼 통증 때문에 잘 가지 않던 병원을 많이 다녔던 지난 일년, 병원을 다니면서도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 것인지, 의사들이 과잉진료는 하는 것은 아닌지, 의료에 관해 잘 모르다 보니 이런 생각들을 하기도 했단다. 물론 양심 있고, 믿음직한 의료진들이 더욱 많겠지만, 언론에서 보면 가끔 돈 밖에 모르는 양심 없는 의사들의 소식을 접하니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더구나.

그런 와중에 친구가 추천한 이 책은 내용은 둘째치고, 제목만 봐도 아빠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환자 혁명이라니의사들에게 몸을 맡기지 말고, 환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의 몸을 치유하는 가이드를 준다는 그런 책인 듯싶었단다.


1.

이 책은 먼저 의료업계의 비리와 비양심적인 행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단다. 지은이 조한경 님은 미국에서 활동중인 현직 의사인 만큼, 미국 의료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돈 밖에 모르는 행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단다. 미국은 의료민영화가 되어 있어서, 의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어. 민간업체에서 의료를 책임지다 보니,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될 테고 어떻게 하면 의료비를 높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어떻게 하면 설비 비용이나 병원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겠지. 생명을 담보로 병원에 의지하려는 환자들에게는, 의료비가 비싸다고 해서 거절할 수 없고 말이야.

그런 의료비가 비싸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약품 가격이라고 하는구나. 국가에서 의약품 가격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버린 거야. 한 알에 13.5달려였던 약값이 하루 만에 736달러로 올려도 되는 나라, 그 나라가 미국이었단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도대체 어떤 악마가 그의 영혼을 지배했길래 이런 일이 가능할까.

======================

(21)

2015년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의약품 가격 스캔들이 발생했다. 62년 전에 출시된 약 가격이 갑자기 한 알에 736달러로 급등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마틴 슈크렐리는 튜링이라는 벤처 제약 회사를 설립하고 에이즈 치료제로 쓰이던 다라프림 판권을 사들인 뒤 한 알에 13.5달러이던 약값을 하루 만에 736달러로 올려버렸다. 환자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약값이 55배 상승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생명 유지를 위해 연간 10만 달러에 달하는 약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그럼 이런 제약회사의 만행을 막을 수는 없을까. 미국의 제약회사는 엄청난 로비를 안다고 하는구나. 의사들에게 로비를 해서 자신들의 약을 써달라고 했어. 지은이는 의사들을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일 뿐이라고까지 맹비난을 했단다. 제약해사는 교수들에게도 로비를 해서, 자신들의 약들에 효능에 대한 호의적인 글들을 쓰게 했어. 그런 글들은 그대로 언론과 광고에 노출되면서 그 약을 비싼 가격에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지. 돈 벌기 혈안이 되어 있는 의료진이나 제약회사를 믿을 수 없지.

======================

(26-27)

제약 회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위법행위를 밥 먹듯 자행하는 범죄 기업이다. 다국적 제약 회사가 되었든, 시골 장터의 약장수가 되었든 약장수는 약장수일 뿐이다. 조직적 힘과 자금을 동원해 경쟁 관계에 있는 비타민, 미네랄, 약초와 같은 자연치료 물질들을 음해한다. 의사와 교수들을 매수하고, 환자들에게는 허위 과장 광고를 한다. 제약 회사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다. 건강을 지키기는커녕 환자들을 해치고 상하게 하고 죽게 만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그렇다. 그런 제약 회사에 의사도 매달리고 환자도 매달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

….


2.

건강하려면 콜레스트롤을 낮춰야 한다, 싱겁게 먹어야 한다 등 여러 가지 건강 상식들이 있단다. 그런데 이런 것들도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들이 많다고 했어. 콜레스트롤 수치가 높으면 큰 일이 난 줄 알고 있고, 콜레스트롤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 섭취를 줄어야 하다고 알고 있단다. 하지만 콜레스트롤이 높다고 그것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 물론 몇몇 다른 질환과 함께 콜레스트롤이 높은 경우는 그것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지. 그리고 콜레스트롤을 줄이기 위해 지방 섭취를 줄이다 보니, 오히려 과당 섭취량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더 좋지 않은 질병이 증가하는 악영향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 병들로 인해 또 병원들의 환자는 늘어나고정말로 이런 것까지 의도하고 지방 섭취를 줄이라고 그렇게 강하게 권고한 것이라고 하면 소름 끼칠 일이로구나.

======================

(172-173)

수십 년간 잘못된 가이드라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레스트롤이 함유된 지방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가공식품에서 지방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과당이 메웠다. 지방 대신 맛을 내기 위해 가공된 과당의 사용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은 지방보다 훨씬 파괴적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방간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지방을 많이 먹어야 지방간이 생길 것 같은데, 당분이 지방간의 원인이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몸이 액상 과당이나 콘시럽 같은 가공 당을 처리하는 방법은 알코올()을 처리하는 방식과 같다. 일반 포도당은 몸의 모든 부위에서 처리되고 사용이 가능하지만, 과당은 전부 간으로 간다. 과당을 이동시키는 효소가 간에만 있기 때문이다. 즉 과당 처리를 많이 하면서 간은 무리를 하게 되고, 그래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술도 안 마시는 지방간 환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물론 비만, 당뇨, 심장병 모두 함께 증가했다.

======================

또 하나 대표적인 건강 상식 중에 하나인 싱겁게 먹어라, 는 우리 집에서 늘 지켜지는 건강 상식 중에 하나구나. 너희들을 위해서 엄마가 음식을 싱겁게 해주고 있는데, 오랜 식습관을 바꿀 수 없는 아빠에게는 좀 맞지 않더구나.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라니 아빠도 싱거운 식단에 맞추려고 노력을 했단다. 대부분 회사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니 집에서의 싱거운 식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속으로는, 하루 섭취해야 하는 나트륨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그 양은 섭취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도 살짝 하면서 말이야..^^ 이 책에서는 그것도 잘못된 상식이라고 하는구나. 오랫동안 싱겁게 먹다 보면 오히려 위장이나 소화기관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했어. 그래, 늘 그렇듯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지너무 짜지도 않게 너무 싱겁지도 않게엄마한테 슬쩍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집은 싱겁지 않고 간이 적당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아빠가 적당한 것보다 짜게 먹는 거라고 ㅎㅎ

======================

(206-207)

그런데 요즘은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일부러 저염식을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짜게 먹으면 절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조건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박고 있다. 하지만 싱겁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위산만 약하게 만든다. 집안 내력으로 싱겁게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위장이나 소화기가 건강하지 못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바로 설사하고 소화력도 약한 편이다.

======================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한 지 2년이 넘어갔단다.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만을 엄청 기다렸단다. 백신만 나오면 코로나는 종식될 줄 알았지. 하지만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계속된 변종으로 인해 코로나 백신은 무용지물인 듯싶었단다. 코로나 백신을 3차 접종까지 한 사람도 너무 쉽게 코로나가 걸리니 말이야. 그럼 굳이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단다. 그래서 아빠도 2차 접종을 맞은 아빠도 3차 접종을 맞지 않고 있었단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3차 접종을 맞아야 코로나에 걸려도 약하게 넘어간다고 홍보를 하고 있단다. 이게 무슨 백신인가

그리고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제한을 두고 있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을 수 밖에 없단다. 이런 것들에 아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한단다. 지금이야 그 제한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말이야. 이 책에서도 그런 백신 강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백신에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백신 접종만 강요한다고 비난하고 있단다. 이 책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7년에 출간한 책인데, 이미 그 전부터 백신 접종 강요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문제는 있었던 것 같구나. 생각해보면 일년에 한번씩 당연한 듯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었구나. 백신 접종 강요는 결국 의료업계와 제약업계의 지갑만

======================

(310)

또 의사로서 진정한 백신 전문가라면 강압적으로 백신 접종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될 만한 정보가 나왔을 때 백신의 부작용을 신속히 알아보고 환자 편에 서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백신이 안전하니까 무조건 접종할 것을 강요하고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신뢰가 지나치다 보면 눈에 드러나는 뻔한 부작용도 간과하게 된다. 연구는 불충분하고 효과는 부풀려져 있는 탈 많은 일개 의약품에 불과한 백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백신 정책과 백신 스케줄을 요구할 수 있어야 전문가일 것이다.

======================

======================

(331)

백신 강제 접종을 찬양하는 이들은 개인의 선택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상황이나 선택에 상관없이 누구나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강제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은 본인들의 선택이 이론적으로 미래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머무르지만, 강제 접종 명령에 따를 경우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반박할 것이다. 백신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없는 것처럼, 백신이 없으면 반드시 질병이 확산된다는 점도 서로 합의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오랜 기간 끝없이 이어져온 쟁점들이다.

======================


3.

이 책에서 병원과 제약회사의 불신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큰 병이 걸리게 되면 병원을 찾게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아빠도 생각한단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병을 치료하려면 병원 밖에 딱히 생각나는 곳은 없으니까 말이야. 지은이 말들에 공감을 하면서도, 실제 닥치게 되면 병원을 외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더구나.

그래도 두 가지는 해볼 수 있겠구나. 첫째,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라는 것. 우리 몸은 결국 우리가 먹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우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잖아. 건강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잘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건강보험인 거야. 그런데 이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그것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거지. 특히 건강할 때 이런 것들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지. 특히 기름지고 달콤한 것들을 먹는 것그래도 줄여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구나.

둘째는 병원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란다. 아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치유를 해보는 것이란다. 예를 들어 콜레스트롤이 높다고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바꾸고 비타민 D를 만들어내도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

(180)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선 결국 체내 염증 반응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일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다. 올바른 음식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기본이다. 햇빛을 쬐는 것이 콜레스트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햇빛을 쬘 때 생성되는 비타민 D가 콜레스트롤이기 때문이다. 의사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노력에 달린 것들뿐이다.

======================

….

무엇보다 실천이 문제로구나.


PS:

책의 첫 문장:  매주 목요일 오전.

책의 끝 문장: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27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8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세 번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단다. 이 작품도 엄청 유명한 작품이란다. 아빠도 16년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여전히 줄거리가 기억이 나는구나.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툴툴거리곤 하지만, 오래 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의 기억이 생생한 것으로 보아, <노인과 바다>가 명작이긴 명작이었나 보구나. 그런데 <노인과 바다>가 이렇게 짧은 소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오래 전에 읽었을 때는 꽤 길었다고 생각했었거든그만큼 이야기가 강렬해서 아빠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수도산전주전 다 겪은 산티아고라는 노인이 거대한 물고기와 상어떼, 아니 더 거대한 바다와 싸우는 서사시. 그렇게 한 마디로 <노인과 바다>를 평해보았단다. 너무 거창한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라는 말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당사자 분들도 노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아. 호칭을 부를 때는 주로 어르신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구나.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보면 거센 바다를 상대로도 당당하고 노련한 존재로 노인이라는 단어에 이미지를 추가하게 되더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도 자꾸 떠올랐어. 문득 <파이 이야기> <노인과 바다>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1.

산티아고 노인은 평생 바다를 사랑하며 아끼는 사람이었어. 심지어 바다가 폭풍으로 피해를 주어도 이해하는 그럼 사람이었단다.

================

(28)

그는 언제나 바다를 <라 마르la mar>라고 생각했다. 그건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할 때 스페인어로 부르는 말이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험담을 하지만, 그런 때에도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말한다. 부표를 낚싯줄의 찌로 사용하고 또 상오 간()을 많이 팔아 번 돈으로 사들인 모터보트를 타는 젊은 어부들은 바다를 <엘 마르el mar>라고 남성형 명사로 불렀다. 그들은 바다를 경쟁자, 하나의 정복 장소 혹은 적인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노인은 바다를 언제나 여성으로 생각했고, 엄청난 혜택을 줄 수도 있고 거두어 가기도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만약 바다가 거칠고 사악한 짓을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여겼다. 달이 여성에게 영향을 주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평생 어부로 살아온 사람인데 84일째 고기를 낚지 못했어. 그와 함께 배를 타던 마놀린이라는 소년이 있었어. 마놀린은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늘 존경했으며, 그로부터 고기잡이에 대한 것도 많이 배웠어.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것도 잡지 못하자, 마놀린의 부모님은 마놀린에게 산티아고의 배에 타지 못하게 했단다. 마놀린은 죄송한 마음 가득했지. 산티아고는 그것에 마음 상할 사람이 아니지.

이제 그는 혼자 바다를 나갔단다. 그러던 중 엄청나게 큰 고기를 낚았어. 그 고기의 힘이 엄청나서 산티아고의 배까지 끌고 갔지. 산티아고는 낚싯대를 잡고 버텼지만, 그 큰 고기의 힘을 이길 수 없었어. 낚싯대에서 손을 놓을 수도 있지만, 산티아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단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며칠을 고기가 끄는 대로 끌려가다가 결국에는 그 고기와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단다. 산티아고의 배보다 훨씬 큰 고기를 잡게 된 거야.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지. 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피 냄새를 맡고 온 상어들의 공격이야. 처음에 온 상어, 그 녀석의 이름은 덴투소였지. 산티아고는 그 사나운 덴투소를 작살 등으로 죽였어. 또 한번의 승리였단다. 하지만, 그 다음 찾아온 상어 무리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웠어. 하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노를 이용하여 상어들을 공격했지만, 결국 큰 물고기를 상어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단다. 집에 도달했을 때 앙상하게 남은 물고기의 가시와 함께였단다. 그래도 노인은 실망하지 않았어. 그는 이번 고기잡이에서 두 번의 큰 승리를 거뒀으니 말이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어차피 상어에게 빼앗길 것, 그 큰 물고기를 죽인 것에 미안함 마저 들었단다. 하지만, 덴투소라는 거대하고 잔인한 상어를 제압한 것에 대해 산티아고는 자부심을 가졌어.

================

(101-102)

너무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하는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더라면. 저 고기를 낚지 않고 차라리 신문지를 깐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었더라면.

하지만 인간은 패배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저 말린을 죽인 것이 정말 미안하군. 그는 생각했다. 이제 어려운 때가 닥쳐 오는데 난 작살마저 없어. 덴투소는 잔인하고 노련하고 강인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지. 하지만 나는 그놈보다 더 똑똑했어. 어쩌면 더 똑똑한 게 아닐지도 몰라. 단지 내가 더 잘 무장하고 있었을 뿐이지.

================

바다에 나간 지 며칠 동안 소식이 없어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걱정하던 마놀린이 걱정을 내려놓으며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맞이해 주었단다. 이젠 더 오랫동안 고기를 낚지 못해도 마놀린은 늘 산티아고 할아버지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을까 싶구나.

...

그리고 산티아고 할아버지 자신도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질 사람이 아니었단다. 그는 아마 다시 같은 일어 벌어져도 또 상어를 상대로 온 몸을 대해 싸울 거야. 그에게는 덴투소와 사투를 벌여 승리를 경험이 또 하나 축적되었고, 그와 함께 희망도 같이 축적되었으니 말이야. 다음 번에는 큰 물고기 온전히 데리고 올 거야. 반드시아참, 그의 옆에는 자랑스럽게 밝게 웃는 마놀린이 서 있을 테고 말이야.

================

(103)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는 생각했다. 희망이 없다는 건 죄악이야. 죄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 죄악 말고도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많아. 게다가 나는 죄악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해.

난 그걸 잘 모르고, 또 그걸 믿는지 어떤지도 불확실해. 어쩌면 물고기를 죽이는 건 죄악일지도 모르지. 생계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더라도 그건 죄악일 수 있어. 그렇다면 모든 게 죄악이야. 죄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세상에는 돈 받고 그런 죄악을 저지르는 자들도 있어. 그런 자들이나 죄악에 대해 생각하라고 해. 물고기가 물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넌 어부로 태어났을 뿐이야. 위대한 디마지오의 아버지가 어부였던 것처럼 산 페드로도 어부였어.

================

이런 산티아고이다 보니, 꿈을 꾸더라도 사자 꿈을 꾸지비록 몸은 노인이지만, 그의 정신은 꿈 많은 청년이었어라.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이 이런 멋진 문장으로 끝났었구나.

================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


PS:

책의 첫 문장: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 84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아무튼 바람은 우리의 친구야. 그는 생각했다. 이어 때때로 그러하지, 라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의 우군과 적군이 함께 있는 저 위대한 바다도 우리의 친구야. 그리고 침대도,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도 나의 친구지. 침대는 아주 멋진 물건이야. 패배당했을 때는 더욱 그렇지. 그게 이렇게 편안한 것인지 예전에는 몰랐어. 그런데 무엇이 자네를 패배시켰나?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날 패배시키지 못했어."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단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 P11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3-24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고등학교 때 읽었을때도 감동적이고 강렬했었는데 지금 읽어도 그럴 것 같은 기분이네요. 뭔가 노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거같은 기분이기도 해요. ^^ 그래서 고전이라고 하는거겠죠?

bookholic 2022-03-25 08:57   좋아요 0 | URL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의 마음을 더 이해하는 나이가 되는 것이 한편으로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