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신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친구가 죽었어. 그처럼 규칙적인 사람도 해내는 걸 보면 죽는다는 건 아주 평범한 일임이 틀림없겠군. 하지만 분명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겠지. 아마 삶에 애착이 있었으니까 자서전을 썼을 게야. 그렇게 평범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날엔가는 훌쩍 세상을 뜨게 된다는 걸 누가 알겠나.


(14)

나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으로 뭔가 익숙한 것을 할 수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의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고, 죽음의 느낌이 야기하던 놀라움은 익숙함과 친근함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으로 옮겨 갔다. 이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잠이나 휴식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으로 이름 붙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그 길을 지나간 친구들을 만나길 희망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가 보다. 아마도 한 인간의 죽음이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언을 남기는 것일 게다. 그래,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내 주변을 정리하려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20)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48)

<얘야, 이 통장에는 일과 땀이 모여 있는 거란다. 돈을 낭비하는 건 완성된 일을 망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건 죄악이지>라고 하는 아버지에게 내가, <아버지, 그러면 그 돈은 어디에 쓰기 위한 거죠?>라고 묻는다면 아버지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노후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건 그저 사람들이 해보는 소리지. 돈이란 근면과 절제를 미덕으로 하는 노동의 결과를 보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이 통장에는 삶의 내용이 들어 있고, 그건 평생의 결실이야. 여기에 내가 열심히, 그리고 검소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들어 있는 것이지.> 아버지에게 노후의 시간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공동묘지의 대리석 비석 아래 잠들어 있었고 (비석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돈이 들었다고 아버지는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나는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무겁고 부어오른 다를 이끌며 예전보다 일감이 줄어든 소목 공장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저축한 액수를 계산했으며, 일요일마다 집에서 홀로 통장을 꺼내어 자신의 정직한 삶의 합계를 들여다보았다.


(52)

지금도 아버지는 일을 하며 셈을 하고, 어머니는 걱정과 사랑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은밀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57-58)

<행복한 청춘 시절>이라는 말은 얼마나 단순한 표현인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우리는 분명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을 따름이지 고통스러워하던 영혼은 간과해버린다. 우리에게 그때처럼 긴 인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즉각 우리의 존재를 바꾸려 할 것이다. 나는 그때가 내게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고, 동경과 고독의 시기였음을 안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고 그 우울했던 청춘을 두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고 해도, 나의 영혼이 또다시 그처럼 한량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97)

유희란 진지한 일이며, 규칙과 구속력이 있는 질서가 유지된다. 유희는 어떤 것에 대해, 오로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몰두하거나, 감미롭게 또는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몰두하는 것을 그 밖의 다른 것으로부터 격리하고, 그 규칙에 따라 구분하고, 주변의 현실에서 떼어 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축소된 규모가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어떤 것이 축소되면, 그것은 다른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그 자체로 더욱 넓고 심오한 세계가 된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우리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다른 세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 내는데 성공하여 우리를 구분하는 마법의 원 한 가운데에 있다.


(103-104)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그것은 유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혀 유희가 아니었다. 위대하고 힘든 것이 사랑이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라도 도가 지나치면 끔찍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고통 없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으로 죽을 수 있고, 고뇌를 통해 사랑의 원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기쁨은 무한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고 처절할 정도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대, 나를 구원해 주오. 나의 사랑은 너무 지나치오. 아직 우리 머리 위에 별들이 있고, 사랑과 같이 커다란 것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다행이오. 우리는 침묵이 우리를 억누르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자요, 안녕. 영원을 시간의 조각으로 찢어 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잠을 자지 않았고, 무거운 마음이 되어 사랑에 울며 목이 메었다. 빨리 날이 밝아 그녀의 창가에 인사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시절이었다.


(154-155)

절약이란 수동적인 미덕이며, 안정된 생활에 대한 희구이자 닥쳐올 미래와 위기와 우연에 대한 두려움이다. 탐욕이란 잔인할 정도로 우울증과 유사하다. 아버지는 엄숙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주 훈계를 했다. “공부만 해라, 얘야.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생활이 <안정>된단다. 그게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란다. 확실한 기반과 안정과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지.” 나무처럼 크고 강했던 아버지가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나약하고 응석받이인 아이가 어디에서 용기를 배웠겠는가?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향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육체적인 충격이 나타나자 겁을 먹고 움츠러든 나는 삶에 대한 방어적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삶의 질서로 삼았던 것이다.


(199-200)

삶이란 사건들이 아니고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이란 우리의 지속적인 작업이다. 그랬다. 나의 삶도 내가 깊이 몰두한 일종의 과제 같은 것이었다. 내게 소일거리가 없었다면 무척 곤혹스러웠을 게다. 은퇴하게 되었을 때 난 할 일을 가지기 위해 여기 이 집과 정원을 샀다. 씨를 뿌리고 벌초하고 물을 주는 일은 그 밖의 일이나 자기 자신까지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곳은 정말 어릴 때 앉아 놀던 톱밥으로 덮인 작은 울타리 같기도 했다. 그곳에서 많은 기쁨을 느꼈고, 나를 한쪽 눈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방울새도 만났다. <너는 대체 누구지?> 방울새야, 난 울타리 너머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이란다. 지금 나는 정원사가 되었고, 이 일은 노신사가 가르쳐 주었단다. 거의 모든 일이 헛되이 일어나는 법은 없다. 모든 일에는 신기하고 지혜로운 질서가 있고, 곧고 필연적인 길이 있다. 어려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한 인간에 관한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 단순하고 질서 정연한 목가적인 삶이 말이다.


(201-202)

그건 우울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어머니가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는 나를 응석받이로 만들었고, 나 자신 속에 있는 억척스러운 자아의 나약한 동생 같은 인물이 내게 형성된 것이다. 둘 다 분명 이기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억척이는 공격적이었고, 우울증 환자는 방어적이었다. 이 우울증 환자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었고, 오로지 안전한 생활만을 원했다. 그는 아무데에도 끼어들지 않으려 했고, 안전한 항구나 방풍막 같은 것만을 찾았다. 무엇보다 그 때문에 공무원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자신의 주위에 울타리를 친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첫 번째 자아인 평범하고 착한 인간과 지내기가 가장 편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생활은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은신처를 만들어 주었다. 억척이의 불만에 찬 명예욕은 때로 우울증 환자가 느긋하고 편안히 지내는 데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는 데에는 쓸모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세 개의 삶은 서로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화를 이룬 셈이었다.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212)

대체 얼마나 많은 경우의 인생이 있었던 건가. , 다섯, 여덟? 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삶이 있었다. 내게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고, 조금 더 맑은 정신이 든다면 일련의 또 다른 삶들을 발견하게 되겠지. 아마도 전혀 연관성이 없고, 단지 일회적으로 일어났거나 한순간 동안만 지속되었던 그런 삶들이 나타나리라. 어쩌면 한 번도 나타나지 못했던 삶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의 삶이 다르게 진행되었거나, 내가 다른 존재였거나, 다른 상황이 주어졌더라면 내게서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영위했을 수도 있다. 만일 내가 다른 여자와 살았더라면 내게서는 호전적이고 흥분하기 쉬운 인간이 나타났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는 경솔한 인간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건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도 배제하지 못한다.


(215)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집합 속에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같은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그처럼 뒤섞인 무리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이 무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늘 그중 누군가가 앞장서서 한동안 길을 인도한다. 그가 지도자라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왕의 깃발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 깃발에는 <내가 자아>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가 나의 자아이다. 이건 간지 단어에 불과하지만 강력하고 거창한 단어이다. 그가 자아인 동안 그는 집합의 지배자이다. 그 후 또다시 누군가 무리 중의 다른 인물이 앞으로 헤쳐 나오고, 이제는 그가 왕기(王旗)를 들고 인도하는 자아가 된다. 이 자아는 단순히 명분일 뿐이며, 그런 깃발이 그저 이 무리의 단일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집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공통된 표지도 필요하지 않으리라. 단순하고 단지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사는 동물에게는 자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가 복잡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자아를 우리의 내면에 각인시키고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여길 보라,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라고.


(237)

우리들 개개인은 우리를 이루며, 개개인은 무한대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집합인 것이다. 단지 자신을 보라. 네가 거의 인류 전체를 망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건 끔찍한 일이다. 네가 죄를 지으면 그들 모두에게 벌을 내리고, 그 거대한 집합이 너의 모든 고통과 저속함을 감당한다. 너는 그 많은 사람들을 저속하고 헛된 길로 인도해선 안 된다. 너는 나이고, 네가 인도자이며,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 모든 인물들을 너는 어디론가 이끌고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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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세계대전부터 태평양 전쟁, 중국 근대사까지 전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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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우연히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었단다. 세계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어서 출퇴근하면서 즐겨 듣곤 했단다. 나중에 그 이야기가 책으로도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단다. 재미있게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 가는 기억을 다시 새겨보고자 책을 읽었단다. 작년에 들었던 팟캐스트의 잊혀져 가는 기억들이 다시 기억났고,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이자 팻캐스트의 진행자인 썬킴의 음성 지원이 되는 듯 했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역사를 무척 싫어했다고 했잖아. 어른이 되어 역사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는데, 굳은 뇌에 역사의 지식을 넣기가 쉽지 않구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썬킴 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고, 메모를 꼼꼼히 하면서 읽었더니 메모가 좀 많네. 이걸 다 편지로 쓰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기도 하고이 메모를 또 줄여 이야기를 하려면 줄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아예 안 하자니 열심히 메모 적은 것이 아까울 것 같고. 일단 시작은 해볼게쓰다가 지치면 관두지,


1.

이 책은 거침없는 세계사라고 하지만, 고대부터 시작하는 그런 일반적인 세계사는 아니고, 굵직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책이란다. 먼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먼저 1차 세계대전교과서에는 1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인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암살되면서 시작되었다고 적혀 있단다. (사라예보 1914) 그렇다면 왜 이것이 세계대전까지 번졌는가. 그것을 알려면 그로부터 100년 전 상황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더구나.

때는 1815. 당시 독일은 38개국의 연합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어. 그 중에 가장 센 나라가 오스트리아, 두 번째가 프로이센이라고 했어. 당시 프로이센의 왕은 빌헬름 4세였는데, 그는 비스마르크라는 사람을 중용하였고, 독일 연방회의 대사로 보냈다고 하는구나. (1851년이었어) 연방회의에서 이상한 룰이 있었대. 가장 힘이 센 나라인 오스트리아의 대사만이 회의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회의장에서 프로이센의 대사로 온 비스마르크도 같이 맞담배를 폈다고 하는구나. 이에 오스트리아는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결국 비스마르크는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는구나. 담배 한 번 피고 일자리까지 잃다니그 정도로 오스트리아의 힘이 셌던 모양이구나.

빌헬름 4세가 죽고 나서 빌헬름 1세가 왕이 되었는데, 그는 비스마르크를 다시 중용하여 수상에 임명하였단다. 비스마르크는 철과 피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서 역사는 그를 철혈재상이라고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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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력한 프로이센 건설을 원하는 국왕의 의중을 파악한 비스마르크는 1862 9월 프로이센 의회에서 그 유명한 연설을 합니다. “프로이센은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아닌 무력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의회의 다수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의 통일은 철과 피를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라는 연설이었습니다. 여기서 철은 군대를 말하고 피는 군사의 희생을 일컫습니다. 이후 프로이센 국민들은 비스마르크를 철혈재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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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의 이런 정책은 오스트리아의 비위를 상하게 했고,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에 선전포고를 했단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예상과 달리 프로이센이 우세하게 이끌어 갔어. 그 동안에 내실을 다지며 국력을 키워 왔던 거지. 결국 오스트리아는 평화 협정을 제안했어. 거의 패배를 인정한 거나 다름 없었지. 이젠 프로이센이 넘버 원이 된 거야.

이 즈음 스페인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서 왕이 프랑스로 도망을 갔고, 쿠데타 세력은 스페인의 왕을 빌헬름 1세의 사촌으로 하자고 했어. 이 문제로 인해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갈등이 심해졌단다. 이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프랑스 대사가 빌헬름 1세를 찾아왔는데 오히려 무례한 행동을 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더 심해졌어.

결국 프랑스에서 선전 포고를 했단다. (1870 7 19일이었어) 당시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 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크게 패하고 만단다. 1870 9월 파리는 완전 봉쇄가 되었고, 1871년 프로이센은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통일 독일을 선언했단다. 프랑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독일은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어.

1888년 빌헬름 1세가 죽고 빌헬름 2세가 왕이 되었어. 빌헬름 2세는 해외 식민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폈어. 그러기 위해서 해군력을 키웠지. 그 시절은 유럽 열강들이 해외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제국주의 시대였단다. 독일도 뒤늦게 그 제국주의 바람에 뛰어든 것이지. 이미 해외에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이 대부분 식민지를 만들었고, 특히 영국은 강한 해군을 가지고 있었어.

독일이 해군력을 강화하자 영국과 부닥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영국은 프랑스와 동맹을 맺게 된단다. 이런 빌헬름 2세의 정책에 반대한 이가 있으니 바로 비스마르크였고, 빌헬름 2세는 이런 비스마르크를 해고해 버렸단다.(1890) 빌헬름 2세는 인재를 쓰는데 서투른 사람인 것 같구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동맹도 깨버렸어. 그러자 러시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독일을 압박했어. 어찌 되었던 독일은 해외 식민지를 탈취하려고 했고, 몇몇 남은 주인 없는 땅 중에 중국의 산둥반도의 칭다오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칭다오를 점령한 독일사람들이 칭다오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유명한 칭다오 맥주가 되었단다.

….

다시 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발칸반도로 가보자꾸나. 보스니아와 세르비아는 모두 세르비아계 민족으로 된 나라란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모두 오스트리아의 식민지였어. 그런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 사라예보에 방문을 했는데, 세르비아계 보스니아 청년 가브릴로 프린지프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하여 죽였어. 어찌 보면 보스니아의 독립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었지그런데 오스트리아는 보스니아가 아닌 세르비아 정부에 이 사건을 두고 항의 했어. 보스니아 청년이긴 하지만 세르비아계 청년이었다는 이유로세르비아는 넓게 보면 슬라브계인데 슬라브계의 거대 국가 러시아가 이 사건에 간섭을 하면서 세르비아를 후원해주었어. 오스트리아의 뒤에는 독일이 있었어.

이 사건은 이제 독일과 오스트리아 對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대립을 번졌단다. 독일의 빌헬름 2세는 결국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단다. (1914 8 1일이었어.) 당시 러시아와 프랑스가 동맹을 맺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의 협공을 받게 되었단다. 독일의 참모총장 슐리펜은 이 협공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슐리펜 계획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러시아가 전쟁준비를 하는 7주 동안 먼저 프랑스를 공격해서 이기고 그 다음 러시아를 공격하면 된다는 작전이었어. 그런데 실전은 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지.

프랑스와 전쟁은 장기화되면서 독일은 오스트리아에 지원 요청을 했단다. 여기에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있던 영국도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어. 이로써 독일은 서부전선에서 프랑스 영국과 싸우고,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와 싸우게 되었단다. 군대가 양쪽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지. 서부전전의 경우 파이 인근 마른강에서 참호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참호전은 무려 4년 동안 이어졌다고 하는구나. 양쪽 진영에서 판 참호는 길게 1000km나 전선을 형성했대물론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지. 그 와중에도 감동적인 일도 있었는데, 1914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이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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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도 7월에서 시간이 흘러 어느 12 24일 크리스마스가 되었어요. 바로 이때 ‘1차 대전 전장의 기적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어김없이 총격적인 끝난 24일의 밤, 독일군 참호 안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어요. 병사들이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노래를 들은 반대 진영의 프랑스 영국군도 맞받아 캐럴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참호 속에서 참혹한 전쟁 중에도 그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온 것입니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마치 휴전한 듯이 각자의 진영에서 무인지대로 걸어 나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사진도 찍고 음식도 나눠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만큼은 서로 싸우지 말자고 하면서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가 가져다준 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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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 대전은 그 이전의 전쟁과 다른 전쟁의 양상으로 신무기 경연장이기도 했다는구나. 탱크, 전투기, 전투용 잠수함이 이때 처음 등장했다고 하는데 다들 무서운 전쟁 무기로구나. 1915년 독일 U보트가 영국 여객선을 격침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민간인이 많이 타고 있는 배를 공격하는 것은 정말 비열한 일이로구나. 그런데 이 배에 미국인 128명도 타고 있다가 죽었대. 이 일로 미국도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려고 했으나, 독일이 뒤늦게 사과를 해서 참전은 이뤄지지 않았단다.

1차 세계 대전의 동부 전선에서는 변수가 생겼어.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러시아가 동부전선에 철수한 거야. 이제 독일은 모든 화력을 서부전선에 올인할 수 있었단다. U보트를 이용하여 미국 선박에 피해를 입혔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미국이 드디어 전쟁에 참전했단다. 이후 독일은 점점 밀렸어. 그러자 독일 내부 여론도 안 좋아지고, 킬에서 반란이 일어나 빌헬름 2세가 네덜란드로 도망을 갔단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세우고 항복을 하면서 1차 세계 대전이 끝이 났단다. (1918 11 11일이었어.)

1919 1 1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파리강화회의가 열렸는데, 독일의 전쟁 배상에 대한 회의였단다. 독일은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어.


2.

자 이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 2차 세계대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히틀러. 히틀러는 1889년 독일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단다. 어린 시절에 미술에 흥미를 느렸고, 학교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했단다. 건축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독일로 이사를 갔고, 1차 세계대전 중 서부전선에 참전을 하기도 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바이마르공화국이 세워졌을 때 히틀러는 우연히 독일 노동자당에 입당을 하게 되었어. 그 정당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연설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연설로 인해 당내 인기가 급상승했단다.

그는 당의 입지가 커지면서 정상 이름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줄여서 나치(NAZI)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그리고 1923 11 8일 쿠데타를 계획해서 정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 후 체포되었단다. 재판에서 그는 명연설을 하였고, 국민들은 열광하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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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3)

무슨 의도로 폭동과 쿠데타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질문에 히틀러는 재판정에서 특유의 연설을 시작했어요. ‘나는 개인의 야망을 위해 쿠데타를 한 것이 아니다. 지금 독일을 보라. 전쟁에서 패한 후 나라는 무너졌다. 독일 국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사는데 정치인이란 것들은 서로 권력 다툼만 하고 있다. 독일은 전쟁 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나는 독일을 다시 위대한 독일로 만들고 싶어 봉기한 것이다. 독일 국민들을 위해 일어선 것이다!’라고 외쳤습니다. 이런 히틀러 법정 연설은 뉴스가 되어 독일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독일 국민들은 열광했지요. 가뜩이나 패배감에 사로잡혀 살던 독일인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도대체 히틀러가 누구야? 이런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돼야지!’라며 열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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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민들의 열광에 그는 5년형만 받고 그것도 13개월만에 가석방되었단다. 그 시절 세계는 대공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히틀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틈타 인기가 급상승했어. 결국 선거를 통해 1933 1월 총리가 되었단다. 히틀러는 총리가 되자마자 법률을 개정하여 히틀러와 나치당이 전권을 잡을 수 있게 했어. 그 전권을 이용하여 히틀러는 나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불법정당으로 규정했어. 그러다가 대통령이 죽고 나자, 히틀러는 대통령과 총리를 한꺼번에 맡는 총통이라는 직에 오르게 된단다.

총통이 된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독일 재무장을 선언했단다. 1938년에는 오스트리아에 합병을 제안했는데, 오스트리아는 거절했고 독일은 무력 침공을 통해 오스트리아를 합병했다는구나. 그 다음은 체코를 눈독 들였어. 그러자 영국, 프랑스가 가만 볼 수 없어서 독일 뮌헨에 와서 독일과 협상을 했단다. 이게 그 유명한 뮌헨 협정인데, 이 협정을 통해 체코의 일부를 독일에 편입하기로 했어. 일단 그렇게나마 독일을 잠재우려고 했지. 그런데 체코 땅을 가지고 협상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없다니이게 말이 되는가.. 영국과 프랑스도 똑같이 약소국 얕보는 강대국이었던 거야. 하지만 6개월 뒤 독일은 이 뮌헨 협정을 깨고 체코를 침공하게 된단다. 다음 타겟은 폴란드였어.

1차 세계 대전 이후 폴란드 땅이 된 땅을 돌려달라고 했어. 폴란드에서 이를 거부하자, 독일은 침공하게 되었단다. 이 때가 1937 9 1일로 2차 세계 대전의 시작한 날이었어. 그리고 독일은 뒤로 소련의 스탈린과 비밀협상을 했어. 폴란드를 둘이 반반 나눠 갖자고 했고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었어. 다음은 독일은 눈을 서쪽으로 돌려 프랑스를 공격했어. 프랑스는 마지노선이라는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지하요새로 만들어진 이 마지노선은 길이가 무려 800km였어. 그런데 중간에 약 7km에 다다르는 아르덴 숲은 지하요새를 안 만들었어. 어차피 울창한 아르덴 숲이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그런데 독일 기계화 부대는 이 아르덴 숲을 뚫어 파리까지 진격하여 입성하였단다. 이 때는 1940 6 14일이었어. 그래서 프랑스는 보르도에 임시 수도를 정했어.

1940 6 22일 독일은 이번에는 소련까지 침공했어. 역사는 이 전쟁을 독소 전쟁이라고 했어. 독일은 모스크바 코 앞까지 진격을 했고, 독일과 소련의 최대의 전투가 스탈린그라드에서 이루어졌어. 1942 7 17일부터 1943 2 2일까지 이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약 200만명이 희생하면서 독일은 지고 말았단다. 그 동안 세력을 확장하던 독일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어. 연합군은 1944 6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하면서, 완전히 기선을 잡았지.

독일은 1944 12월 아르덴 숲으로 마지막 반격을 했는데, 날씨마저 안 도와줘 큰 패배를 했단다.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이 진군하여 베를린까지 점령하게 되었단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히틀러는 1945 4 30일 아내 에바 브라운과 동반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로써 오랫동안 유럽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전쟁이 일단락되었어.


3.

세계 2차 대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태평양 일대에서도 일어났단다. 빌런은 일본이었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불법 점령한 일본은 1941 12 7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어.

이 전쟁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본의 근대사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꾸나. 일본은 상징적 존재인 일왕이라고 부르는 덴노가 있고, 실질적 왕인 쇼군이 있었단다. 1930년은 에도막부라는 나라가 있었어. 1853년 미국은 일본에 개항을 요구를 했고, 1854년 불평등 조약인 미일화친조약이 이루어졌어. 이 불평등 조약으로 사무라이들이 격분했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무라이는 요시다 쇼인이라는 사람인데 요시다 쇼인은 서양을 물리치자고 하면서 정한론을 주장했단다. 정한론이란 한반도를 정복하자는 주장이었어. 그러면서 독도도 정벌하자고 주장했어.

요시다 쇼인은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교도 세워서 사무라이를 양성했어. 이 사람의 수제자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토 히토부미란다. 조선총독부 통감이었고 안중근 의사에 저격 당한 사람너희들도 알고 그 나쁜 사람 맞아요시다 쇼인은 너무 급진적어서 29살에 처형당하고 말았어. 그가 처형 당하자 제자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혁 운동을 했단다.

메이지 유신이라고 부른 이유는 당시 덴노의 이름이 메이지 덴노였기 때문이야.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헌법을 만들기도 했어. 이 제자들은 요시다 쇼인을 기리기 위해 조슈 신사를 만들었는데, 이 조슈 신사는 오늘날 그 악명 높은 야스쿠니 신사가 되었단다. 그들은 권력을 잡고 첫 총리가 된 인물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였단다. 그는 일본을 서구화시키고 서구열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단다. 이때 만들어진 습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 같구나. 서구 열강들만 따라 하려는 습성 말이야. 그렇게 키운 국력은 일본은 요시다 쇼인의 뜻에 따라 조선을 침략했단다. 조선땅에서 이루어진 청일전쟁에서 압승한 일본은 시모노셰키 조약으로 중국의 랴오둥 반도까지 차지하게 되었어. 러시아의 개입으로 다시 중국에 돌려주어야 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 일이 친러파인 명성황후가 개입되었다고 생각한 일본은 명성황후까지 죽였단다.

그리고 러시아까지 공격을 했는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일본이 러시아를 무찔렀단다. 일본의 뒤에는 미국의 지원이 있었단다. 러일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은 가쓰라 태프트 조약을 맺었고, 이 조약으로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를 지들 맘대로 인정했단다. 이 일이 있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은 일본에 넘어가게 된단다.

이후 무력으로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30년 즈음 세계 대공황으로 위기가 찾아왔어. 이 위기를 탈출하겠다고 외국에 식민지를 확대를 하였고, 중일전쟁을 벌이게 되었어. 1931년 만주 침략하여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을 잇달아 공격하였어. 당시 중국의 수도는 난징이었는데, 예상보다 난징 정복이 오래 걸렸어. 1937년이 되어서야 난징을 점령하고 무차별 난징시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서는 일본도 더욱 전쟁광이 되어 인도차이나를 점령하였어. 이런 일본의 확장에 미국은 불만을 나타내고 일본에 지원하던 석유 공급을 끊었단다. 이에 1941년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고 미국과 전쟁에 돌입한 것이란다. 미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어. 사실 일본이 당시 거대강국으로 성장한 미국을 공격한 것이 무모한 짓 아니었나 싶구나. 미국은 항공모함을 이용하여 도쿄를 공습했고, 일본도 미드웨이에 있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했어. 하지만 일본의 이 작전은 사전에 들통나 미국이 대비를 하여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의 항공모함 4척이 모두 부서지는 대패를 했단다.

이후 시계추는 미국으로 기울어졌고,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일본은 폐허 직전까지 갔어. 하지만 일본은 항복하지 않고 버텼대. 천황제를 유지하려면 소련이 개입해야 했는데, 소련이 개입할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핵폭탄까지 얻어맞게 되었단다. 소련이 태평양 전쟁 마지막에 개입을 하면서, 전쟁이 끝난 후 소련이 자신의 공을 내세우면서 한반도에 진격하게 되는, 이것이 한반도를 둘로 나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니, 남북 분단의 원인을 따라가보면 일본이 큰 원인이었던 거구나.


4.

마지막으로 중국의 근현대사를 짧게 이야기하고 마치련다. 1700년대 중반 영국은 청나라로부터 홍차를 대량 수입하게 되고, 이 불균형 무역을 항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지만, 청나라는 이를 외면하자, 보복성으로 영국은 중국으로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했단다. 아편은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려운 아주 무서운 마약이었단다. 아편의 밀수입이 점점 늘어나자 청나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강경 대응에 나섰어. 영국도 이에 지지 않고 무력으로 맞대응하여 홍콩을 점령했단다. 이렇게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소위 아편전쟁이 두 번에 걸쳐 일어났단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국력이 많이 쇠퇴했단다.

이 즈음인 1866년 쑨원이라는 사람이 태어났는데 이 사람이 커서 1894년 흥중회라는 혁명단체를 만들어 무장봉기를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일본, 미국, 영국 등지로 피신을 갔다고 하는구나.  청나라는 무너지고 있었고, 곳곳에서 민중봉기가 계속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1911 10월 신해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해 말 쑨원이 다시 귀국을 하여 정권을 잡게 되었대. 1912년 임시 대총통이 된 쑨원은 중화민국이라는 공화국을 만들었단다.

하지만 아직 북쪽에는 청나라가 있었어. 당시 황제는 어린 푸이라는 이가 황제였는데 실제는 위안스카이가 실세였단다. 쑨원은 청나라까지 중화민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위안스카이를 만났고, 위안스타이에게 총통을 제안하면서 청나라를 중화민국에 끌어들이려고 했어. 그래서 중국 전체가 공화국이 될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쑨원이 위안스카이의 검은 속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위안스카이는 일단 쑨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푸이를 황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중국 전체 공화국의 총통이 되었단다.

총통이 된 위안스카이는 곧바로 쑨원을 배신하고 쑨원을 숙청하여 쑨원은 다시 일본으로 망명을 했단다. 그리고는 위안스카이는 다시 자신이 황제가 되어 중화제국을 세웠어.(1915) 망하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구나. 이 일이 있고 다시 전국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위안스카이는 1916 3월 다시 군주제를 취소했고 이후 홧병이 도져서 죽고 말았단다.

권력자가 사라진 중국은 10년간 내전이 일어나게 되었단다. 1919년 쑨원이 돌아와서 국민당을 창설하였지만 기반을 다질 만큼 오래 살지 못한 쑨원의 뒤를 이어 1925년 장제스가 국민당을 이어받았단다. 장제스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어. 1921년 마오쩌둥이 세운 공산당을 두고 볼 수 없었지.. 그래서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전쟁이 일어났단다. 외세 일본의 침략으로 두 번의 국공합작이 있었지만, 생각이 다른 둘의 합작은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어. 그리고는 결국 공산당의 승리로 끝나고 장제스의 국민당은 대만으로 도망을 가게 되었단다. 이렇게 중국의 근현대사를 짧게 이야기해보았단다.

제국주의 시대 무서운 두 번의 세계전쟁과 그 즈음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해보았단다.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가 이 시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준 것 같았단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들도 소개를 해주어서 좋았단다. 물론 이 시대를 다룬 책들은 정말 무수히 많단다. 깊이 있게 쓴 책들도 있지만, 이 책처럼 가볍고 재미있으면서 핵심만 짚어주는 책은 얼마 없지 않을까 싶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결국 편지가 엄청 길어졌구나.


PS:

책의 첫 문장: 먼저 질문부터 해보겠습니다.

책의 끝 문장: 언제든지,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에게는 소위 ‘슐리펜 계획’이라는 전략이 있어서 나름 든든했답니다. 이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은 동서 양쪽에서 프랑스, 러시아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어요. 만일 프랑스와 러시아 양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른다면 ‘슐리펜 계획’이란 전력 카드를 꺼내 쓸 계획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1891년 독일 참모총장에 오른 알프레드 슐리펜 장군이 고안이 작전입니다. 만일 프랑스와 러시아, 동서 양쪽에서 전쟁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서 총동원령을 내린다고 해도 전쟁 준비를 하는 데 최소 7주 정도 걸린다고 계산했어요. - P50

점점 ‘죽음의 블랙홀’로 변해가는 전투였습니다. 그리고 1942년 11월 19일이 되어 소련군은 새로 개발한 T-34 전차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갔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한 겁니다. 이 T-34 탱크를 처음 본 독일군 장교들은 경악했어요. 하드웨어를 살펴보니 독일의 그 어떤 기갑 부대 전차도 당해낼 수 없는 극강의 전투력을 지닌 전차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 T-34 전차는 ‘소련을 구한 애국 전차’라는 칭송을 받고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겐 트라우마를 안겨준 전차예요.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바로 이 T-34 전차를 몰고 38선을 넘어와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니까요. 하여간 이 T-34 전차 덕분에 소련군의 대반격이 시작됩니다. - P128

일본 정부는 끝까지 미국의 항복 제안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러고는 소련에게 매달리기 시작해요. 소련에게 빨리 참전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야 자신들이 신처럼 모시는 일왕을 계속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으니까요.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 지배권 그리고 쿠릴 열도 진출 등을 목표로 태평양 전쟁 참전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이었답니다. 소련은 이미 시작된 미국과의 경쟁에서 태평양 지역의 패권 확보를 위해서 그리고 만주와 극동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태평양 전쟁 막판에 일본과의 전쟁에 뛰어듭니다. 결국 소련은 히로시마 원폭 투화 이틀 후인 1945년 8월 8일, 일본의 소원대로(!)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점령, 38도 선으로 인해 남북한이 분단됩니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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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2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근대사 이토 히로부미의 등장과 중국근대사 아편전쟁에 관한 설명 좋은데요^^
이렇게 설명해주시면 자녀 귀에도 쏙쏙 들어올듯요^^~♡

bookholic 2022-06-23 00: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한테 한번 이야기해봐야겠어요...
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ㅎㅎ

레삭매냐 2022-06-22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불쇼 통해 영어 하시는 양반
으로 썬킴 아자씨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즘에는 종목을 변
경하셔서 역사 이야기에 전념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전문가가 아닌 시선으로 만나
는 역사 이야기, 환영합니다.

bookholic 2022-06-23 00:52   좋아요 3 | URL
역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썰렁한 아재개그와 함께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선킴의 역사 이야기 좋습니다~~^^

mini74 2022-06-24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산책할때 한 번씩 들어요 과학하고 앉아있네 와 번갈아가면서요. 책이 나왔군요 ~ 북홀릭님 리뷰는 책으로 내셔도 될것 같아요.

bookholic 2022-06-24 23:03   좋아요 1 | URL
앗 <과학하고 앉아있네> 저도 즐겨 들었던 팟캐스트인데요, 최근에는 많이 못들었지만...^^
오랜만에 다시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적어주신 마지막 문장은 쑥쓰럽고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16)

얼마 후 재미 과학 기술자 협회 부회장인 강경식은 당시 한국 물리학회 간사장이던 조병하 교수를 통해 이휘소에 대한 정부 포상을 건의한다. 세계적인 학자였으므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명예의 흔적을 남겨 놓자는 취지였다. 어렵게 포상은 결정되었지만 정작 이휘소의 부인 심만청이 포상을 거절한다. 평소 남편 이휘소가 유신 체제에 반대해 왔는데, 그런 독재 정권으로부터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남편의 철학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휘소의 어머니가 대신 받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18-19)

이휘소는 42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74년부터 전산화된 고에너지 물리학 데이터데이스에는 비록 60여 편밖에 수록되지 않았으나 전체 인용 횟수는 1만 회 이상에 이르고 있다. 논문의 인용 횟수는 해당 논문이 학계에 미친 여향을 가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로, 이론 분야에서 총 1만 회가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논문들의 중요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67-68)

요사이는 밤에 자기 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습니다. 미국 남북 전쟁 당시의 사정이 어쩌면 그렇게 한국의 과거 수년과 똑같은지, 마치 저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꿋꿋이 싸워 오신 그리고 아직도 싸우시는 어머님의 거룩한 모습은 저로서는 항상 자랑이요, 힘의 근원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알지 못하던, 그리고 알려고 해 본 일이 없던 사실 하나를 안 것 같습니다. 즉 여성의 힘, 심리 그리고 도덕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불안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부르는 흑인 영가 <켄터키 옛집>의 한 구절에서 이상한 마음의 동요를 느낍니다.

잘 쉬어라 쉬어, 울지 말고 쉬어,

어려운 시절이 닥쳐오리니,

잘 쉬어라 켄터키 옛집

그들이 이 구()와 자기네의 운명을 비교하고 몸부침치는 것- 어미니, 6.25 때 우리 광릉에서 지내며 똑 같은 경험을 한 것을 아직 기억하시죠?

아름답고 거룩한 어머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재건이야말로, 전쟁 이상으로 쓰라린 시기이다라고 이 책에는 씌어 있습니다.


(102)

주로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모여서 결합된 원자핵을 연구하는 학문이 핵물리학이다. 하지만 양성자, 중성자 이외에도 이만큼 무거운 중입자(重粒子)가 있고 중간 정도의 질량을 가진 중간자(中間子)가 있다. 또한 양성자와 중성자는 u, d의 두가지 맛깔의 쿼크로만 구성되나 다른 맛깔의 쿼크 결합체인 강입자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무거운 맛깔인 t 쿼크를 포함하는 강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명이 너무 짧아서 강입자가 만들어지기 전에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대상으로 가장 바탕이 되는 기본입자를 연구하는 학문이 소립자 물리학 또는 간단히 입자 물리학이다.


(119)

이휘소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절망감을 느꼈다. 4.19를 통해 그나마 민주적인 정부가 세워지나 싶었는데 1년 만에 군인들에 의해 뒤집히고 말았던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절실하게 느껴온 이휘소는 해방된 지 15년이 되도록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더욱이 중남미의 어수선한 나라들에서나 벌어지는 군사 쿠데타가 한국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그는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동료 교수들이 한국 상황을 화제에 올리면 이휘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52)

남이 아는 것은 나도 알아야 한다. 내가 모르는 것은 남도 몰라야 한다.’

이것은 이휘소가 물리학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던 대학원 시절부터 남모르게 가슴에 지녀 온 좌우명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남에게 뒤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남이 알아낸 것을 뒤쫓아가는 연구가 아니라 스스로 물리학의 새로운 화두를 제공하는 선두 연구자가 되고 싶다. 이것이 학자로서의 그의 욕망이고 꿈이었다. 그리고 이런 욕망은 아마도 정상급 학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욕망일 것이리라.


(206)

이휘소는 인류 문화의 거대한 흐름에서 물리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오늘 알아낸 지식은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유산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명입니다. 누가 이러한 지식을 알게 되었는가는 결국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 시대, 한 국가가 이룩한 영감과 성취 결과는 영원히 기억에 남는 것입니다.”


(213)

토프트와 펠트만은 1999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물론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는 이 두 사람의 업적이지만 토프트가 언급했듯이, 이휘소의 방법은 상호 보호적인 방법으로 그 업적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만약 1999년에 이휘소가 생존했다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렇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업적은 인정되지만 상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노벨상을 둘러싼 논박은 항상 존재한다. 하긴 와인버그의 경입자 모형에 대하여도 시비를 걸 수 있다. 게이지 대칭은 이미 글래쇼가 발표했고, 자연 대칭 파괴는 힉스가 알아낸 것이므로 와인버그 논문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식이다. 실제로 워드는 이런 생각으로 와인버그와 똑 같은 결론에 이르렀으나,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물리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이미 알려진 인간의 자연에 관한 지식에 학자 자신의 기여를 보태 학문이 발전하는 것이다. 자신의 기여는 과거의 관련이 있고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기여로 물리학이 크게 도약하였다면 그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 와인버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게이지 대칭과 자연 대칭을 결합하여 물리학의 도약을 이루었다. 이휘소는 토프트와 상호 보완적인 방법으로 자연 파괴하는 비가환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214-215)

노벨상은 학문적 성휘에 대한 최고의 인정이다. 그러나 노벨상이 학자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학문을 닦다 보면 큰 공헌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공이 인정되는 과정이 노벨상이다. 마치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추구하는 태도로 노벨상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흔히 업적도 중요하지만 행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학문의 분야는 다양하고 심도가 깊은 것이다. 노벨상은 기초 연구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기초 과학 발전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과학상 분야에서 노벨상을 배출한 나라는 30여 개국인데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여러 명을 배출한 나라들은 G7처럼 경제 선진국이거나 러시아, 중국, 스페인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이 뚜렷한 나라들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고 역사와 전통에서는 어느 나라 못지않은 자부심을 자랑하면서도 아직까지 한 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과학 교육과 기초 과학 연구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253)

1974년은 이휘소의 생애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삶의 해라 할 수 있다. 이미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나 참 입자의 탐색 논문과 발견으로 소립자 물리학자의 위상이 확고했다. 연구 활동이나 학계의 인지 면에서 그의 인생의 절정기에 있었다. 한편 한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지만, 서울대 과학 교육 혁신을 위한 AID 평가 활동은 1980년애 이후의 한국 대학 교육 향상의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 학자들이 고에너지 실험 물리학 분야에서 국제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293-294)

일반 독자들의 상당수는 진실과 상관없이 이휘소의 의문사를 믿고 싶은 마음도 있는 듯하다. 물론 순전히 정서적인 이유다. 그냥 세계적인 물리학자라는 것보다 일부러 수술을 해서 핵무기 설계도를 뼛속에 감추는 등 조국을 위해 비밀 사업을 추진하다 외국 정보 기관에 암살된다는 스토리는 얼마나 감동적이고 드라마 같은 대목인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드라마일 뿐이다. 소설로 읽고 소설적 감동을 얻는 건 독자에게 달렸지만 진실은 진실대로 분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휘소는 사실 그대로 세계 정상급의 물리학자로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고,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으며 한국 물리학계의 발전과 도움을 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었다.

이것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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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고스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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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변두리 로켓 고스트>를 읽었단다.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전개가 예상되는 식상함과 재미가 덜한 감이 있지만, 여전히 직장 생활의 애환에 공감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어. 그리고 일본에서는 실제로도 대기업의 갑질이 법적인 제재가 없는지도 궁금했고 말이야. 우리나라는 최근에 법적인 제도로 갑질에 대한 보호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부제 고스트는 원래 뜻으로 쓰인 것은 아니고, 이번 세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회사 이름이라서 그렇게 붙여 놓은 것이란다.

,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주인공은 동일하게 쓰쿠다제작소의 사장 쓰쿠다 고헤이. 그들이 만드는 여러 분야의 엔진을 만드는데, 그 중에 농기계에 들어가는 엔진도 만들고 있었어. 이 농기계 엔진의 경쟁사가 나타났어. 다이달로스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전략은 저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파는 것이야. 농기계 엔진의 거래처 야마타니 회사는 가격 때문에 엔진을 다이달라스 것으로 바꾼다고 통보가 왔어. 이것이 쓰쿠다제작소의 첫 번째 위기였어. 그리고 그들의 자존심 우주선 로켓용 밸브 장치. 더스트 프로젝트를 함께한 데이코쿠중공업에 납품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데이코투중공업의 사장이 바뀔 예정이라고 했어. 그런데 듣자 하니 그 사장은 실적주의자라서, 지금 매출이 별로 없는 우주 산업을 정리하려고 한다는 거야. 그러면 쓰쿠다제작소에서 납품하는 우주선 로켓용 밸브 장치도 더 이상 납품할 수가 없게 되지. 이것이 그들의 두 번째 위기였단다.


1.

쓰쿠다는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단다. 농기계 트랜스미션 개발에 도전하기로 한 거야. 야마타니 회사를 통해 트랜스미션 업체인 기어 고스트를 소개 받고 그 회사와 미팅을 했단다. 기어 고스트란 회사는 데이코쿠중공업 출신의 사장 이타미와 역시 데이코쿠중공업 출신의 엔지니어 시마즈 유가 주축인 회사야. 특히 시마즈 유는 여자 엔지니어지만 천재로 불리는 뛰어난 인재였단다. 그들은 팹리스 업체, 그러니까 제조는 직접하고 않고 모두 외주를 주는 전략으로 창업 5년 만에 고성장을 한 회사였단다.

쓰쿠다는 기어 고스트와 미팅을 갖고, 트랜스미션에 들어가는 밸브 입찰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어. 그의 최종 꿈은 트랜스미션 완제품이지만, 처음에는 그들이 자신 있는 밸브부터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지. 미래의 경쟁업체가 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 고스트는 쓰쿠다제작소에 밸브 입찰의 기회를 주었단다. 트랜스미션에 들어가는 밸브 개발에는 가루베라는 사람이 개발팀장을 맡기로 했는데,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이었지만, 원활하게 팀을 잘 꾸려 나갔단다. 어떤 제품에 대해 새로 개발을 할 때 고려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좋은 것은 사려는 사람이 제시한 사양의 품질까지만 맞춰서 싸게 만드는 것이란다. 굳이 사려는 사람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 아무래도 그렇다 보면 가격이 올라가게 되니까 말이야.

쓰쿠다제작소는 기어 고스트에서 요구하는 밸브의 사양과 가격에 적합한 밸브를 개발했단다. 그들의 경쟁회사 오모리밸브는 쓰쿠다제작소에 이기려고 고사양의 밸브를 만들었어. 물론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었지. 기어 고스트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과 자신들이 요구한 사양에 만족하는 쓰쿠다제작소의 밸브를 선택하는 게 당연했어. 물론 시험에 통과도 했으니 말이야. 아빠가 생각하기에 오모리밸브의 회사의 제품 담당자는 혼이 나도 제대로 날 것 같구나.^^


2.

그런데 기어 고스트의 주력제품인 트랜스미션이 특허 소송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단다. 쓰쿠다제작소가 납품하기로 한 회사가 그런 특허소송에 휘말렸으니 쓰쿠다제작소에도 위기가 되는 거야. 기어 고스트가 트랜스미션을 만들면서 꼼꼼히 특허를 검토했지만 진행중인 특허까지는 검토를 못했던 모양이야. 뒤늦게 새로운 특허가 등록이 되었고 그 특허가 문제가 되었고 큰 금액의 특허 소송에 걸려든 거지. 그것도 대기업 케이머시너리라는 회사의 특허 소송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어. 이대로 회사를 결국 떠넘겨야 하는가쓰쿠다는 이 특허소송을 도와주기로 했단다. 그들은 특허소송에서 이긴 경험도 있으니 말이야. 먼저 특허 소송에 걸린 특허를 검토했어. 쓰쿠다제작소의 담당 기술변호사인 가미야도 합류했어. 그가 분석하기로는 이번 특허 소송이 단순한 소송이 아니고, 기어 고스트의 기술이 유출된 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기어 고스트의 변호사가 의심된다고 했어. 가미야는 기어 고스트의 변호사와 특허소송을 건 케이머시너리 회사의 유착관계를 조사해 나갔단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찾았어. 기어 고스트의 변호사와 케이머시너리의 변호사가 친분이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단다.

쓰쿠다도 계속된 검토를 통해서 오래 전 논문에서 발표된 기술이 이번 특허 기술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단다. 그러니까 이 기술은 논문에서 발표된 공개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야.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특허 소송 재판에서 질 수가 없었지. 특허 소송에서 기어 고스트는 승소를 했단다. 말할 것도 없이 쓰쿠다제작소가 많은 도움을 주었지.

그런데 기어 고스트의 사장 이타니는 그리 양심적인 사람은 아니었더구나. 야심만 큰 사람이었어. 그는 그렇게 성심껏 도와 준 쓰쿠다제작소를 배신하고 쓰쿠다제작소와 M&A를 했단다. 정말 치사하구나. 이런 사람을 믿고 같이 일했던 시마즈 유 또한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 시마즈 유는 결국 그와 결별하고, 쓰쿠다제작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단다그렇게 세 번째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아마 다음 네 번째 이야기에서 그 뒷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구나.

….

수많은 회사들이 있고, 서로 협업하다가도 등을 들리는 것이 비일비재라고 하지만, 기어 고스트처럼 그렇게 배신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것 같구나. 현실에서는 저런 회사가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설에서는 망해야 독자의 기분을 풀어주지 않을까 싶구나. 네 번째 이야기는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읽고 나면 또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데이코쿠중공업 추락하다!

책의 끝 문장: 천재라 불린 엔지니어는 짙은 황혼에 물든 채 쓰쿠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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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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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주말마다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는 공포 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4개란다. 아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에드거 앨런 포는 무척 유명한 사람이지만, 아빠는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 워낙 유명한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두어 편을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작년에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을 읽고 나서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전집을 일단 구입해 두었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비닐도 안 뜯고 또 먼지만 먹이고 있구나. 그런데 의무적으로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모두 재미있었단다. 약간 기괴한 방식으로의 재미이지만 말이야. 예전에 텔레비전 외화시리즈 중에 <환상특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어. 에드거 앨론 포가 더 이전 사람이니 드라마 <환상특급>에서 일부 에피소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에게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었단다.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보스턴에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어떤 부잣집에 입양되었다고 하는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양아버지와 불화가 심해지면서 파양당했다고 하니 그리 행복한 젊은 날은 아니었을 것 같구나. 그 이후 단편 소설을 비롯하며 참 많은 글들을 썼다는구나. 그러다가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등진 이후 그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하다가 결국 그 또한 40세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그의 삶이 행복한 시절보다 불행하고 우울한 시절이 많았던 것이 마치 그의 소설과 비슷한 것 같더구나.


1.

이 책에 나온 단편 네 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게.

첫 번째 소설은 <어셔가의 붕괴>

는 어린 시절의 친구 로더릭 어셔로부터 편지를 한 장 받는데 자신이 많이 아프다며 자신의 집을 방문해 달라고 했어. 어셔의 집안은 조상 대대로 번창한 집안이었어. 지금은 그 집에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어셔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있는 여동생 매들린이 함께 살고 있었어. 어셔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한동안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매들린이 결국 죽고 말았단다.

어셔와 는 매들린은 지하 묘지에 여동생을 매장했어. 그후 어셔의 상태는 더 안 좋았어. ‘는 어셔를 위로한다면서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책 내용에 나오는 내용이 우연히도 현실에게 일어났어. 예를 들어 문이 끼이익 열린다는 내용이 책에 있으면 그 소리가 실제에서도 난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이야. 그렇다 보니 도 겁이 나고 말았어. 그런데 그들이 있는 방에 매들린이 들어왔단다. 사실 매들린이 죽은 것이 아닌데 어셔는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매장을 했던 거야. 매들린은 관을 깨고 어셔의 방까지 오게 된 것인데, 그러면서 내는 소리가 소설 속의 소리와 우연이 같았던 것이야. 혼신을 다해서 와서 그런지 매들린은 어셔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죽고 말았고, 그 충격으로 어셔도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어.

도 공포에 휩싸여 어셔가의 저택을 빠져나갔는데, ‘가 빠져나오자 어셔가의 저택은 무너지고 말았단다. 그렇게 어셔 가는 대가 끊기게 된 것이지.. 집까지 무너지는 기괴한 이야기아빠가 왜 <환상특급>이 연상되었는지 알겠지? 아참, 너희들은 <환상특급>을 모르겠구나.

….

두 번째 단편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라는 작품이야. 무서운 전염병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야비하고 비양심적으로 대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단다. 마치 코로나가 초기 발발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

붉은 죽음이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있었어. 이 병에 걸리면 30분 만에 피를 토하며 죽었으니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그 나라를 다스리던 프로스페로 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들만 따로 수도원으로 대피시키고 외부 세계와는 철저하게 격리시켰단다. 수도원 밖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수도원 안에서는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전염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수도원 안에서는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열렸단다. 그들은 전염병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의 즐거운 가면무도회를 즐겼단다. 그런데 그곳에 시체 얼굴을 한 가면과 붉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어. 그 사람으로 인해 가면무도회는 흥이 깨지고 말았고,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로 수근거렸단다. 프로스페로 공도 그 사람을 보고 기분이 상하고 자신을 조롱했다는 생각에 그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는데, 시체 얼굴 가면을 쓴 사람은 이내 죽고 말았단다. 가면을 벗기자 아무런 형체도 없었는데, 그가 바로 붉은 죽음그 자체였어.

곧바로 포로스페로 공은 붉은 죽음에 전염이 되어 죽고 말았고,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죽고 말았단다. 결국 그 무서운 전염병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정말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손 쓰지도 못할 시간이 죽어버린다면 치료의 의미가 있을까. 소설이지만 이런 상상만 해도 오싹해지는구나.

세 번째 단편은 그 유명한 <검은 고양이>란다. 한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 남자는 원래 심성이 착했고, 동물들도 무척 좋아했단다. 특히 플루토라고 부르는 검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어. 그런데 우연히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 술의 유혹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어. 그러면서 정신 이상으로 보이며 동물들을 학대했단다. 단 한 마리 플루토를 제외하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날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그 남자의 손에 상처를 냈는데 이에 분노한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의 눈알을 뽑고 목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단다.

그날 밤에 집에 화재가 일어나고 그는 새 집을 이사를 갔단다. 어느날 술집에서 자신이 죽인 검은 고양이와 꼭 닮은 다른 검은 고양이를 보게 되고, 주인장에게 자신에게 팔라고 부탁했어. 주인장은 모르는 고양이라고 해서 그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단다. 그렇다고 그 남자가 정상이 된 것은 아니야. 여전히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이상을 보였어. 지하실 계단에서 새로 온 검은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해서 그는 도끼로 다시 고양이를 죽이려고 했어. 보다 못한 아내가 그를 말렸는데, 이성을 읽은 그는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말았단다. 뒤늦게 그는 후회를 했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수하고 싶어하진 않았어. 지하실 벽을 헐어서 그 안에 아내를 세워두고 다시 벽돌을 쌓아서 시신을 숨겼단다.

좀 이상한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 검은 고양이가 사라져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는 거야. 아내가 실종되자 경찰에서 조사하러 왔었는데, 경찰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고 했어. 그 때 남자는 자신이 경찰마저 속였다는 것에 승리감 같은 것을 느꼈고 그는 아내를 매장한 벽을 두들기며 무척 단단한 벽이라고 자랑을 했어. 그때 벽 안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 소리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들은 벽을 무수고 그곳에서 아내의 시신과 살아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단다. 결국 남자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지.

이 유명한 <검은 고양이>는 참 기괴한 소설이란다. 다행히 나쁜 짓을 한 주인공의 범행이 밝혀져서 다행이구나. 그 남자의 아내는 무서운 남편과 진작 헤어지지 왜 끝까지 그 남자와 함께 있어서, 안타깝게 죽고 말았는지

네 번째 이야기는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가 사설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썼단다. 그 탐정의 이름이 오귀스트 뒤팽이라고 해서 뒤팽 시리즈라고 하는데 그 뒤팽 시리즈는 총 세 편을 썼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둑맞은 편지>란다. 어느 날 파리 경찰청장이 뒤팽을 찾아와 도움을 청했어. 한 장관이 D라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중요한 편지를 손에 넣었는데, 그 편지는 정치적으로 무척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편지를 D로부터 빼앗아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서 D의 집을 수색했지만, 편지는 찾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도와달라고 했단다.

뒤팽은 이전에 D와 악연이 있어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단다. 얼마 뒤 뒤팽은 파리 경찰청장이 찾던 그 편지를 들고 와서 전해 주었단다. 그 많은 경찰들이 못 찾은 것을 뒤팽은 어찌 그렇게 쉽게 찾았을까? 그것은 뒤팽은 경찰들이 찾지 않을 곳에 숨기는 범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중에 하나인 서류꽂이그 안에도 구겨지고 더럽혀진 쓸모 없어 보이는 편지그러 그것의 그 편지였던 것이지.. 추리 소설을 읽다 보면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고, 가장 숨기지 않은 곳에 단서가 숨겨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소설들의 원조 소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였는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두 재미있었단다. 기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독특한 재미가 있었어. 그러면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기괴한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말이야. 조만간 먼지 쌓인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의 비닐을 뜯어봐야겠구나.

오늘날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래 가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하고 조용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건 크레비용의 <아트레우스>에 나오는 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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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에드가 엘런 포 무서워요. 저는 못보는 작가!

bookholic 2022-06-20 04: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밝은 대낮에 즐거운 마음을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도전해 보세요~~^^
즐거운 한주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