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7 - 영조에서 순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7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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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역사저널 그날 7권을 읽었단다. 7권에서는 조선후기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조, 정조, 그리고 순조까지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조선시대 왕 중에 가장 위대한 왕은 누가 뭐라 해도 세종이라고 하겠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왕은 정조란다. 코드가 같다고나 할까, 아빠가 정조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그의 행동과 그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단다. 아무튼 그런 정조를 이번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해서 알겠지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왕이 되지 못하고,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죽고 말았단다. 조선 왕궁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을 뽑으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을까 싶구나.

사도세자의 아버지이자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 사도세자를 죽이려는 마음이 그 당시에는 진짜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죽고 나서는 많이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생각할수록 슬퍼진다는 뜻의 사도세자라 이름 지은 것도 영조이니 말이야. , 그럼 영조 때부터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영조는 이복형의 경종의 뒤를 이었지만, 초반에는 경종을 죽였다는 소문과 무수리의 아들로 정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란을 일어나기도 했단다. 그 중에 가장 큰 반란은 이인좌라는 사람이 일으킨 난이란다.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보면 이인좌의 난이라고 나올 거야. 당시 당파싸움이 치열했는데, 이인좌는 영조를 지지하는 노론과 반대에 있는 소론 출신이었단다. 그런데, 영조는 이때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였어. 소론인 이인좌가 일으킨 난을 소론 출신인 오명항, 박문수에게 진압하라고 명령한 것이야. 진압군인 소론들이 오히려 반란군과 합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영조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단다. 이 선택이 신하들에게 영조가 노론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단다. 오명항과 박문수는 자신을 신뢰해준 영조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게 된단다. 이 난을 통해 영조를 교훈을 삼고 탕평책을 쓸 것을 마음먹게 된단다. 그 유명한 탕평채라는 요리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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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신병주) 무신란 이후에 영조가 직접 전교를 내립니다. 반란의 원인은 결국 조정에서 당쟁만을 일삼아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등용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계속 기근이 일어나 백성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구제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당쟁만을 일삼는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해 주는 게 없으니까 백성들이 조정이 있는 것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반란군에 편입된 것이라고 하고요. 그러니 결국 반란을 일으켰던 주모자와 반란에 가담했던 백성들의 죄가 아니라 조정이 잘못한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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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인좌의 난을 진압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박문수. 그가 바로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라는 사람이란다. 박문수는 아빠가 아주 어렸을 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유명했었단다. 아빠는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소리지르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고, 못된 사또가 무릎 끓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그렇게 드라마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통해서도 어사 중에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람이 박문수가 아닌가 싶구나. 박문수는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공로로, 대사성, 대사간, 도승지를 역임했고, 호조 참판과 병조 참판, 예조참판을 거치면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고 하는구나. 영조가 균역법을 성공하는데도 박문수가 숨은 공이 있었대. 그렇게 박문수는 암행어사뿐만 아니라 여러 직책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는구나. 영조는 박문수를 특히 아꼈는데, 자신과 성격이 닮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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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신병주) <실록>의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의 성격이 대단히 닮았어요. 영조가 박문수를 지적하면서 나도 고집이 세지만 넌 진짜 고집이 세다.”라고 이야기하고 너는 성격이 진짜 불같다.”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영조 본인도 약간 그런 기질이 있다 보니까 서로 통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문수가 왕 앞에서 싸우니까 다른 신하들이 박문수를 무식하다고 나무라는데 영조가 다 나라를 위하는 말이다. 무식하면 공부 좀 하면 되지.”라는 식으로 박문수를 옹호해 주는 말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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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머문 왕이란다. 하지만 그 긴 재위기간에 그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선 왕실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된단다. 그에게 첫째 아들 효장세자가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단다. 영조의 나이 42세 때, 다시 아들을 얻었으니 그가 사도세자였단다. 42살에 낳은 아들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웠겠냐. 그러면서 자신의 뒤를 이를 왕으로 잘 교육시키겠다는 마음도 컸을 거야. 그런데 그것에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어렸을 때부터 지나친 교육은 예민한 성격의 사도세자를 미치게 만들었단다. 10대 중반에는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했는데, 사도제사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영조는 또 불같이 화를 내고, 사도세자는 추운 겨울 눈 속에서 잘못했다고 며칠을 빌고 또 빌어야 했단다. 이런 스트레스를 사도세자는 술과 여자로 풀었던 모양이구나. 그리고 예민한 성격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후궁들을 죽이기까지 했어.

영조와 사도세자는 사이는 점점 극과 극에 달했어. 참다 못한 영조는 결국 뒤주에 사도세자를 가두게 된 것이란다. 보통 사도세자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사람들은 영조, 사도세자의 아내인 헤경궁 홍씨,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 그리고 좀더 나아가면 노론, 소론, 남인의 사람들이란다. 아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단다. 사도세자의 엄마. 아무리 아들이 못났다 하더라도 그 조그마한 뒤주에 갇혀 죽는 걸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니. 사도세자의 엄마인 영빈 이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결국 영조의 뜻에 따랐다고는 하나, 속은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러니 사도세자 삼년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죽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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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신병주)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라는 인물이 사도세자의 죽음에 아주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었던 거죠. 여러 자료를 보면 영빈 이씨는 상당히 원칙이 분명하고 경우가 바르던, 아주 이성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때 파국을 막을 방법은 사도세자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영조도 후에 종사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평가하잖아요. 영빈 이씨 본인도 엄청나게 괴로웠겠죠. 그래서인지 기록을 보면 영빈 이씨가 사도세자의 삼년상이 끝난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다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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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정조는 영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단다. 하지만 그의 자리도 안전하지는 않았어. 정조는 남인과 소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노론 세력은 보복을 당할까 무척 걱정을 했던 거란다. 그래서 먼저 정조를 없애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다고 했어. 하지만 정조는 겉으로 그런 표를 내지 않았어. 그리고 젊은 학자들 중심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들였단다. 그래서 규장각이라는 학술 정책 연구 기관을 만들었어. 능력만 있으면 서얼도 뽑았단다. 그런 서얼 중에는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서이수 등이 있었는데, 정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그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왕권의 기틀을 마련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숭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단다. 그래서 아버지의 묘지도 수원 현륭원으로 이전하였고, 신도시로 수원 화성을 만들었단다. 현륭원과 수원 화성은 너희들도 가봤는데 기억나는지 모르겠구나. 수원 화성은 특히 그 공사 내용을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으로 기록하였는데, 나중에 이 책을 통해서 수원 화성을 복원하였다고 하는구나. 수원 화성을 짓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가, 바로 아빠가 정조만큼 좋아하는 정약용이라는 분이란다.

정조의 많은 업적들이 있는데 그 업적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개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단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정조는 과감하게 그 개혁들을 이뤄낸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난전권이란다. 시전 상인들에게 주어졌던 오랜 특권인 금난전권을 폐지하여 소상인을 보호해 주었단다. 이 때 금난전권 폐지에 큰 공이 있던 이가 채제공이란 분이란다. 그리고 정조는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임금으로 유명한데, 대신들이 말려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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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70)

(그날) 포도대장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말렸다고 합니다. “서민이 상언하는 것은 매우 외람되고 난잡한 행동입니다. 상언과 격쟁을 받지 마소서.” 그러니까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들어라. 저 말할 것 없는 자들이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달려와 하소연하기를 어린 자식이 부모에게 하소연하듯이 하니 그렇게 만든 자가 잘못이지, 저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애민 군주의 진정성이 수백 년의 시공간을 넘어서 가슴에 감동을 안깁니다. 정말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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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면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정조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말이란다. 정조가 일찍 죽지 않고 계속 왕위에 있었다면 조선은 그렇게 허망하게 일본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도는 머리에 난 부스럼과 얼굴에 생긴 종기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죽고 만단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고, 그가 백성들에게 해 온 선한 행동들 때문에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고, 그래서 인지 그의 죽음이 반대파인 노론, 특히 노론의 영수인 심환지가 주도하여 그를 죽였다는 소문이 떠돌았단다. 그런 이야기는 당시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많았어.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단다.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가 발견된 거야. 아빠도 그 신문기사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 편지에는 심환지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이 실려 있는데, 둘은 당파적으로 반대 진영이었지만, 서로 존중하고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있더구나. 쉽게 읽혀질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아무튼, 요즘에는 정조가 안타깝지만 병사했다는 것이 맞다고 하는구나.


2.

정조가 죽고 열한 살인 순조가 왕위에 오른단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다 보니, 왕실의 가장 웃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단다. 정순왕후는 영조의 부인이긴 하지만 엄청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손자인 정조보다 고작 일곱 살 많았단다. 정순왕후는 노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단다. 정조가 죽자마자 정순왕후는 정조의 지지세력을 다 처단한단다. 정조의 지지 세력들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유배를 보냈단다.

김조순은 정조 생전에 정조에게 신임을 얻어서, 그의 딸을 세자빈으로 간택 받았단다. 하지만 그는 정조의 믿음을 배신한단다. 순조가 왕위에 오른 이후 세도정치의 시작을 알렸단다. 세도정치란 외척과 소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형태인데, 여러 가문들이 권력을 독점하는데 그 중에 가장 파워가 셌던 이들이 김조순의 안동 김씨 세력이었단다. 이 세도정치는 권력과 독점과 함께 매관매직 등 온갖 비리의 열매를 낳게 되었단다. 그렇다 보니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농민이었어. 또 참다 못한 세상이 온 거야. 홍경래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킨단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하면서 크게 세력을 펼쳐갔지만, 결국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단다.

여기까지 <역사저널 그날> 7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중간중간 빼먹은 내용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나중에 너희들이 좀더 커서 이 책을 읽게 되면 접수하길 바란다.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은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고, 7권까지 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권인데, 이것도 사실은 아빠가 이미 읽었단다. 이 책에 대한 내용도 곧 이야기해 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복형인 경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영조는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저항에 부딪혔다.

책의 끝 문장: 홍경래의 난이 농민 항쟁으로 발전하면서 백성이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었던 날, 역사의 전환점이 됐던 바로 그날을 살펴본 거네요.


(고성훈) <정감록>에도 일종의 암호가 나오는데요. 파자(破字)라고 합니다. 글자를 풀어서 획으로 나눠 쓰거든요. 이를테면 ‘이망정흥(李亡鄭興)’으로 쓰지 않고 "목자(木子)가 망하고 전읍(奠邑)이 흥한다"로 씁니다.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 임진왜란의 키워드 중 하나가 "왜"이지 않습니까? 이것을 직접 ‘왜(倭)’로 쓰지 않고 "여인(女人)이 벼(禾)를 이고 있다."로 씁니다. 또한 병자호란이 한겨울인 12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눈 설(雪) 자가 곧 병자호란을 상징하는데, 눈 설 자를 쓰지 않고 비 우(雨)자 아래 산(山)이 옆으로 누웠다고 해서 ‘우하횡산(雨下橫山)’ 같은 식으로 쓰는 게 일종의 파자법이거든요. 암호라고 할 수 있죠. - P26

(신병주) 좌청룔,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라고 들어 보셨죠? 푸른색이 상징하는 것은 동쪽으로, 동인을 상징하는 게 미나리입니다. 우백호라는 건 서쪽을 말하는데 백호니까 흰색인 청포묵이 서인을 뜻하죠. 그다음에 남쪽은 붉은 봉황을 뜻하니까 붉은색 소고기가 남인을 가리키고요. 또한 북쪽은 검은 거북이어서 검은색인 김이 북인입니다. 이런 식으로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인식되는 붕당에 상징색을 부여하고 이 음식들을 고루 섞어 먹으면 붕당 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은 거죠. - P46

(신병주) 어사는 공식적으로 왕의 가까운 신하로서 왕명을 받아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러 파견을 나가는 사신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임무에 따라서 진휼을 감독하는 어사는 감진어사라고 했고, 별도로 파견하는 어사는 별견 어사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 관리들의 부정이나 비리를 색출해야 할 때는 비밀리에 작업을 수행해야 해하니까 암행이라는 말을 썼죠.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도 암행어사였기 때문에 신분을 위장해야 하는 거지꼴로 나타나는 바람에 장모를 깜짝 놀라게 해 주는 대목이 나오죠. - P60

(김문식) 문학 하시는 분과 예술 하시는 분들은 문체반정을 놓고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시는데, 정조가 개방적인 군주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허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치적인 입지가 있는 거고, 기본적으로는 왕위를 보존해야 하는 속성이 있죠. 또한 문체반정의 목적이 노론 세력을 약화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시에 정조가 금지하려 했던 패관 소품체를 쓰는 사람들이 대개 노론 계통이었거든요. 참고로 패관 소품체는 대단히 짤막하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문체입니다. 정조는 그런 문체로 쓴 글들이 나왔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성도 간파한 것 같아요. 계속 유행한다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본 거죠. 상당한 정치적 고려 끝에 취한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P147

(김문식) 정조는 자신이 강력하게 일을 추진할 때 자기를 도울 수 있는 확실한 세력을 아들인 순조의 혼인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조순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고 결심했을 거고요. 근데 정조가 예상 밖으로 일찍 사망한 게 하나의 패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왕들의 건강이 안 좋았던 것이 또 다른 패착이었죠. 세자가 되어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잖아요. 근데 계속해서 왕이 이른 시점에 사망해 버리고, 덕분에 후임자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왕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다가 결국은 후손마저 끊기죠. 그래서 철종을 데려오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아요. 안 좋은 조건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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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중국이 백제라는 나라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백제가 대륙에 영토를 개척한 서진 이후부터였다. 그 전까지 중국에선 한반도 중부 이남을 삼한의 땅으로 인식했고, 때문에 백제가 대륙에 진출하기 전에는 삼한의 맹주인 마한과 마한의 중심국인 목지국에 의해 그 땅이 다스려지고 있다고 믿었다. 말하자면 백제가 처음 대륙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백제를 마한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송서> <남제서>, <위서>, <주서>에 백제 편은 있으나 신라 편은 없는 것도 당시에 중국은 신라를 진한의 한 소국으로 인식한 반면, 백제는 대륙에 진출한 비교적 큰 나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남사>에서는 신라의 위치를 백제의 동남쪽 5천여 리에 있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백제의 대륙 영토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다. 5천 리라는 개념은 백제를 대륙에 설정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수치인 까닭이다.


(167)

아신왕과 광개토왕은 둘 다 391년에 정권을 장악하고 392년에 왕위에 올랐다. 당시 광개토왕은 18, 아신왕은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모두 혈기 왕성한 때였다. 이들은 젊은 혈기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패자를 자처했고, 그것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선제 공격을 가한 쪽은 광개토왕이었다. 고국원왕의 전사 이후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은 줄기차게 복수전을 꾀하였으나 번번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젊고 용맹한 광개토왕이 즉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광개토왕은 백제가 왕위 계승 문제로 내분을 겪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륙백제의 북쪽 요충지인 관미성과 주변 10개 성을 공략하여 얻음으로써 먼저 승기를 잡았던 것이다.


(256-257)

하지만 일본 사학계의 주장처럼 임마가 일본에 의해 지배된 것은 아니었다. 임나엔 백제, 가야, 왜의 군대가 모두 주둔하고 있었고, 백제와 왜는 대사관 격인 객관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서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임나의 땅 주인은 가야이다. 가야는 6개의 분국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였고, 백제와 왜에 비해 국력이 쇠약했다. 그래서 가야는 왜와 백제 양국과 동맹을 맺고, 임나 지역을 자유무역 도시로 내놓고 공동 관리를 한 것이다. 덕분에 임나는 당시 최대의 국제무역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왜와 백제는 물론이고 고구려와 중국의 제국들도 임나에서 거래되는 물품을 사갔을 정도였다. 고구려가 섭라에서 사서 중국에 팔던 옥도 역시 임나에서 거래되던 것이었다. 현재 한반도 내에서 옥 생산지가 어디였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옥은 아마도 임나 지역에서 대거 생산되었던 듯하다. 임나는 그 옥을 기반으로 경제권을 형성하고, 국제적인 무역 도시로 성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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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특별보급판)
이신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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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우리나라 SF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윤성 님의 <완전사회>를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썼는데,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께서 문윤성님 이름을 딴 SF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단다. 그렇게 알게 된 < 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을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올해는 SF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구나. 문득 초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당시에는 아빠가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었어. 그런데, 그나마 읽던 장르가 추리 소설과 SF 소설이었던 것 같아. 추리 소설이야 범인이 누구인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SF 소설은 주로 우주를 여행하는 소설이었는데, 미지의 세계를 무대로 한 것이 좋았던 것 같아. 어른이 되어서는 SF 소설을 한동안 안 읽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다시 SF 소설의 매력에 빠진 것 같구나. 특히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소재로 한 SF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 최근 SF 소설에 대해 높아진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단다.


1.

대상은 이신주 님의 <내 뒤편의 북소리>라는 작품이었단다. 촉수가 네 쌍이나 달린 외계인 둘이 등장한단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 이제는 죽음의 별이 된 지구를 탐사하는 그런 일을 했어. 그들은 기록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록물에는 3명의 지구인이 남긴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단다. 그 기록물에는 지구를 떠났다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된 지구를 보고 살려보려는 기록이 남겨 있는데, 그들의 기록을 보면서 지구 멸망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내용이었단다. , 기대가 너무 컸던가? 언론에서 이 소설의 평은 독창적인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야기가 중단된 느낌이고 주인공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겠더구나.

우수상은 백사혜 님의 <궤적 잇기>란 작품이었어. 지구에서 살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트라피스트-1f라는 곳에 이주를 했는데, 이곳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처음에는 시력이 정상이었지만, 15살 이전에 모두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주인공은 15살이 넘었는데도 시력을 잃지 않고 정상이었어. 행운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단다.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구나.

가작은 모두 세 편이었는데, 첫 번째로는 이경 님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라는 긴 제목으로 아빠는 절대로 제목을 외울 수 없는 작품이란다. 제목이 참 독특하긴 하구나. 책 제목에 있는 알렉산더 스카스카드는 소설 속에서 배우라고 하는데, 검색해 봤더니 실존하는 스웨덴의 영화배우더구나. 출연한 영화도 엄청 많은 것을 보니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빠는 잘 모르는 배우. 아무튼 그런 영화배우가 왜 한밤중 거실에 나타났을까? 알고 보니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닮은 베이비 케어 AI였던 거야. 구매는 오래 전에 했는데, 주인공이 살고 있는 아파트 A/I 관련 SW와 호환이 안되어 사용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아파트 A/I SW가 업데이트 되면서 한밤중에 동작이 된 것이란다. 원래는 아기를 보살피는 A/I이긴 하지만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보살피는 것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어 육아에 지친 주인공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단다. 나중에 초상권 문제가 있어 얼굴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설정의 소설이었단다.

두 번째 가작은 육선민 님의 <사어들의 세계>라는 작품이란다. 행성 Tr48이란 곳이 있단다. 지구의 쓰레기를 모두 갖다 버리는 곳이야. 주인공은 Tr48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그곳의 유기체 발생 확률을 0%로 유지하는 그런 일을 한단다.

세 번째 가작은 존 프럼 님의 <신의 소스 코드>라는 작품이란다. 안나 한은 조물주 게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란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정체가 시뮬레이션 속 세상이란 것이 밝혀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과 같은 세상이라는 거니. 누군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의 안나는 또 조물주 게임을 만든 거야.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들은 또 그 속이 자신들의 세상인줄 알고 살아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나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위 차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또 다른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했단다. 주인공 안나는 사라진 사랑하는 쥬시를 찾아 차원을 이동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쥬시는 자신이 만든 게임 속의 캐릭터였단다.

….

이 책에 실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잘못 이야기한 부분도 있을 거야. 책 읽고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아빠의 게으름으로 인해 많이 늦어졌구나. 이 책의 전체적인 감상은 아빠가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다소 실망했다고 할 수 있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촉수들이 구불거리며 내렸다.

책의 끝 문장: 아무튼, 꼭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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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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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무심히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안드레 애치먼의 <하버드 스퀘어>라는 책도 그런 책이란다. 지은이도 처음 보는 사람이고, 책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어. 겉표지와 제목만 봐서도 유추할 수 있는 소설. 추리 소설일까?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것도 좋은 것 같구나. 이것저것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구나.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은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의 자전적인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소설의 주인공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고, 미국에 와서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그의 젊은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소설을 통해서 잔잔하게 전해졌단다. 아빠도 아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을 생각해 보니, 여러 명이 떠오르는구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아빠가 된 듯 같구나. 아빠가 이 소설의 지은이처럼 글 쓰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만남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소설을 쓸 수 있을 텐데,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1.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어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고 로 등장한단다. 주인공 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으로 아들도 하버드에 가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하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 그러니까 1977년의 일을 회상하게 된단다.

주인공 는 이집트에서 태어나서 파리에서도 지내서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미국에 유학 와서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대인이었단다.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어. 종합시험도 두 번이나 불합격해서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남겨두고 있었어. 이것마저 불합격하면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도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고 했어. 그런 불안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고 있을 즈음 가끔 가는 카페 알제에서 칼라슈니코프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짧게 칼라지라고 불렀어. 칼라지는 튀니지 사람이고 현재 직업은 택시운전사이고, 아랍인이었어. 유대인과 아랍인은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관계인데,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의지할 친구가 필요했던 그들은 쉽게 친해졌단다. 하지만 칼라지는 주인공 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단다. 그는 수다쟁이이면서도 사람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었단다. 잡학다식 했으며, 진짜 남자로 불릴 만했어. 세상을 사랑하고 사랑들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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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스스로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등 떠밀려 시작한 방랑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행성에 속해 있었지만 나는 이 행성에 속해 있다는 확신이 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세상을 사랑했고 사람들을 이해했다. 누군가 그를 힘껏 밀쳐도 그는 곧 중심을 잡고 자기가 갈 방향을 찾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도 항상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항상 뒤처진 느낌이었다. 내가 어디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단지 내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시적으로 불안정을 겪을지라도 끊임없이 돌아다녔지만 나는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움직였다면 급류가 흐르는 여울에서 흔들리는 뗏목 위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 같았을 것이다 뗏목이 움직이고 강물이 움직일지라도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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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걱정만 하는 주인공은 칼라지와 친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커지고,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비록 오래 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칼라지의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주인공의 세상은 더 넓어지게 되었단다. 아무튼 칼라지를 만나면서 나의 세상도 변하게 되었고, 성장도 했단다. 칼라지가 통찰력이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성격의 단점도 금방 파악을 했어. 그리고 한마디 충고를 던졌는데, 그 충고가 마치 글을 읽는 아빠한테 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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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아무것도 몰라. 너무 갈팡질팡하고. 그래서 잠자코 있거나 너무 서두르지. 여자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래. 가만히 앉아서 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그게 자네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야.” 그는 내가 순간을 팽창시키고 오래 끄는 방법을 알고, 발을 질질 끌면서 원하는 일이 일어나길 가만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사부라르 트레네(질질 끄는 지식인). 그저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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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내면 한쪽에서는 주인공 는 칼라지와 다른 사람이고 싶어하는 감정도 있었어. ‘는 젊은 하버드 생이고, 칼라지는 나이 많은 택시 운전사이니까 말이야. 대학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문득 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칼라지와 멀어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칼라지가 택시 운전사의 면허 정지가 되었을 때 도와달라는 말에,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해 주고, 대학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게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단다. 칼라지도 미국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공부를 했고,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했기 때문에 프랑스어 회화를 가르치는 하게 되었어. 칼라지는 그것 또한 최선을 다해서 했단다.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1학기 다른 교수의 땜빵용이었으니, 다음 학기 재계약은 안 되었단다.

칼라지는 영주권이 없어서 영주권 취득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영주권을 받지 못했고, 강제 출국 조치를 당해야 했단다. 칼라지의 친구들은 송별회를 해주기로 했어. 하지만, 주인공 는 이런저런 핑계로 송별회에 참석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진짜 몰랐을 거야. 그가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단다. 그러면서 주인공 는 죄책감을 갖기도 했어. 그리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자신의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젊은 시절이 생각이 난 것이고아마 주인공 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에 칼라지의 지분도 있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아빠도 어리숙하지만 나름 쬐끔은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멀리 왔는지 신기하구나. 문득 그 시절 함께 했던 이들에게 안부 문자 하나 넣어주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그냥 가면 안 돼요?”

책의 끝 문장: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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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1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ㅋ 그때 감동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

bookholic 2022-10-22 00:05   좋아요 2 | URL
읽는 이의 옛추억까지 불러내주는 좋은 책인 것 같았어요...^^
새파랑 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

은하수 2022-10-21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드레 애치먼 ... 눈에 익다 했더니 그<해 여름 손님>과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작가네요 작가를 믿고 읽어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2-10-22 00:06   좋아요 1 | URL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익숙한 책들의 작가라는 것을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도 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2-10-21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 에 굉장히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책이에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0-22 00:10   좋아요 1 | URL
mini74 님께서 혹시 ‘나‘와 비슷한 20대를 보내신 건 아니예요? ㅎㅎ
mini74 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2-11-0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합니다

11월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1-09 20:16   좋아요 0 | URL
늘 먼저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언제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덧 11월도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네요.
행복한 11월 되세요...^^

이하라 2022-11-09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하신 날들 되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ㅎ
이하라 님도 즐겁고 여유있는 늦가을 되세요...

억울한홍합 2022-11-0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11-09 20: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억울한홍합 님도 즐겁도 따뜻한 11월 되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11-09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11-09 20:19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주말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남은 이틀 달려보아요~~

강나루 2022-11-10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9)

망막에 도달한 빛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각 세포층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작용을 일으키고 뇌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호를 생성한다. 망막의 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뇌에 전달되는 시각 정보가 결정된다. 가령 원추세포가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에 각각 반응하는 세 가지 세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우리가 무수하게 많은 색채를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 가지 세포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조합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색채를 부르고 표현하는 언어에 한계가 있을 뿐 색채는 무한하게 존재한다. 눈은 단순히 빛의 신호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기계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세포의 유기적인 얽힘과 신호의 재배치를 통해서 다양한 기표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37)

특히 사람마다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상대적 민감도가 다른 것도 색채의 차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가령 원추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색의 차이에 더 주목하게 되고, 간상세포의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빛의 양이나 조명 효과와 같은 정보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같은 대상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색이라고 지각하게 된다.


(42)

뉴턴은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원행 다이어그램에 배열한 색상환을 만들면서 세 가지 원색인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맞은편에 보완이 되는 색을 배치했다. 빨간색의 맞은편에 초록색을 배치했고, 노란색의 맞은편에 보라색을 배치했다. 이는 대조되는 색의 상호보완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뉴턴의 색상환은 1708년 프랑스 화가 클로드 부테에 의해 확장되어 삽화로 그려졌는데, 이것이 오늘날 색상환의 시초가 되었다.


(65-66)

점묘법은 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고흐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프랑스 아를에서의 짧은 시간을 정리하고 파리 근교를 돌아오면서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연이은 우울한 사건들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였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녔던 그의 붓질은 점묘법에 기반을 두면서도 훨씬 더 크고 불규칙한 점에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더해 그 효과가 더욱 강화되었다. 불안감에 잠식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은 강렬한 색의 대비도로 곧잘 드러났다.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비는 꿈틀거리는 듯한 붓질로 인해 더욱 생동감을 더하고, 태양의 강렬한 빛에 지배받은 주변 경환의 시간에 따른 변화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되고 있다.


(66-68)

뉴턴에 본다는 것이 하나의 자연현상이라면, 괴테에게는, 괴테에게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이 더해진 인식 활동이었다. 고흐와 같은 미술가들은 그 영역을 더 확장해 우주와 인간 내면의 탐구를 더하고 재해석해 다시 우리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집요하리만큼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탄생한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빛에서 출발하지만 빛이 닿지 못하는 인간 심연의 어떤 곳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30-131)

매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훨씬 저 작은 크기의 금속이나 유전체 등과 같은 물질을 복합적으로 섞여 설계되었으며, 메타원자는 새로운 물질 단위 요소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졌다. 메타원자는 새로운 광학적 값을 가지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원자이다. 1968년 러시아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가 메타물질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으며, 영국 물리학자 존 펜드리 경이 투명망토처럼 빛을 완벽하게 투과시킬 수 있는 음의 굴절률 원리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190-191)

폴로늄(Po)과 라듐(Ra)을 발견하여 방사선에 관한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 공로로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과학에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구실 과학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마치 동화처럼 자신에게 감명을 주는 자연현상 앞에 선 어린아이기도 하다.” 마리 퀴리를 비롯해 모든 과학자는 눈으로부터 출발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변의 법칙과 진리를 밣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마리 퀴리는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갖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6)

과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했다. 빛을 탐구하고 욕망하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얻고 보폭을 맞춰왔던 미술가들 역시 더 낮은 차원의 단순한 세계로 들어가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고 그것을 화폭에 옮겼다. 과학자들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


(226)

곤살베스는 양자 중첩을 시각화하기 위해 인지적 착시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왼쪽에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가 바다 위 고정된 다리 위에서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희미한 자동차 불빛과 덩그러니 뜬 달이 외로운 여행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데 길을 따라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어느 순간 수평선이 시작된다. 오래된 돛단배들은 수평선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탐험을 암시한다.


(228)

양자역학의 등장은 기존의 고전물리학으로 대변되는 과학사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는데, 이는 예술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결정론과 인과율의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양자역학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새로운 예술적 감수성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곤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원적으로 바꿔놓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양자역학이 과학과 예술을 통해 동시에 던져준 자연과 인생에 대한 무수한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지금도 온 우주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244)

최근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극도의 검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는 물질인데 빛을 99.965퍼센트 흡수해 사실상 우리가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한 검정을 구현한다. 이 극도의 검정은 빛을 모두 흡수해버려 산란과 반사가 없으므로 물질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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