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나의 글들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훌륭한 모든 것들에 영감을 주고 부분적으로는 그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내게 늘 아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그의 칭찬이 내게 최고의 보상이 되었던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나의 사랑하는 그녀를 기억하고 비통해하며 이 책을 그녀에게 헌정한다.


(32-33)

자유권력의 갈등한 인류 역사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오래된 것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와 로마와 영국의 역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하지만 옛적에는 그러한 갈등은 신민들, 또는 신민들 중 몇몇 계급들과 정부 간에 존재했기 때문에, 자유라는 것은 정치적인 지배자들의 폭정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지배자들은 필연적으로 피지배자들에 대해 적대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그리스의 몇몇 대중 정부들을 제외하면). 지배자들은 한 사람의 지배자일 수도 있었고, 한 지배 부족이나 계급일 수도 있었다. 그들의 권력은 세습 또는 정복으로부터 생겨났다. 그 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피지배자의 이익을 위해서 행사되는 일은 없었다. 그 권력의 압제적인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그 절대적인 권력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처음부터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38)

따라서 공권력의 폭정을 막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배적인 여론이나 정서의 폭정도 막아야 한다. 또한 사회가 공적인 처벌 이외의 다른 수단들을 사용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념들과 실천들을 그들의 행위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함으로써, 자신의 방식과 부합하지 않은 개성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형성되는 것조차 차단하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인격을 사회가 정한 방식으로 만들어나가도록 강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집단의 의사가 개개인의 독립성에 합법적으로 간섭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규정해서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독재를 막는 것만큼이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적절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50)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만이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둘 중의 어느 경우이든 자신이 깨친 해악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보다 훨씬 더 큰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악을 미연에 끼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악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가 아니라 예외적으로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방지를 못한 책임이 너무나 중대해서 예외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한 경우가 많이 있다.


(54-55)

이러한 사상가들의 개별적인 신념과 주장을 차치하고라도, 오늘날의 세계 도처에서는 사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여론의 힘을 통해서, 그리고 심지어 법의 힘을 빌려서 개개인을 부당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경향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사회의 권력을 강화시켜서 개개인의 힘을 약화시키고 잠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변화들과 경향성은 그대로 놓아두면 저절로 사라질 해악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정반대로 점점 더 힘을 얻어서 가공할 만한 일이 되어갈 해악이다. 권력자의 자격으로서든, 아니면 동료 시민의 자격으로서든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행위규범으로 강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성향은 인간 본성에 수반되는 몇몇 가장 좋은 감정들과 가장 나쁜 감정들에 의해서 아주 강력하게 밑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빼앗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는 거의 통제하기가 불가능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재앙을 막아줄 수 있는 강력한 도덕적 신념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그 권력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 세계의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사회의 권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59)

하지만 한 개인의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이 심각한 해악이 되는 이유는 그런 행위는 현재의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까지, 그리고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인류 전체에게서 중요한 것을 빼앗아버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 견해서 옳은 경우에는, 인류는 오류를 진리로 대체할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그 견해가 틀린 경우에는, 오류와의 충돌을 통해서 진리를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더욱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65)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틀린 의견들과 실천들은 사실과 근거에 의해 점차 밀려난다. 하지만 사실들과 근거들이 인간의 지성에 어떤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지성 앞에 호출되어야 한다. 사실들이 자신의 의미를 스스로 말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실들이 지난 의미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필요하다.


(91)

어떤 결론이 도출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지성이 이끄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이 사상가의 첫 번째 의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위대한 사상가가 될 없다. 진리와 관련해서 인류가 점점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이미 옳다는 것이 증명된 의견들을 늘 좋아가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적절한 연구와 준비를 갖춘 후에 스스로 사고해 나가다가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들을 범하는 사람들이다.


(108)

기독교가 180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 그 세력을 더 이상 확장해 나가지를 못하고서, 여전히 거의 유럽인들과 유럽인들의 후손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주된 이유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보여주었던 그런 모습을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기독교의 교리들을 일반 신자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믿고, 그 교리들 중 많은 것들에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하여 엄격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지성 속에서 그런 식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여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교설은 칼뱅이나 녹스, 또는 그들 자신의 품성이나 성향과 비슷한 점이 많은 어떤 인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교설일 뿐이다. 반면에, 그리도소의 교훈들은 그들의 지성 속에 수동적으로 공존해서, 아주 기분좋고 상쾌한 말들을 들었을 때 같은 효과만을 낼 뿐이고, 그 이상의 효과를 그들에게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109-110)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토론의 기회가 없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들도 있다. 진리들 중에는 사람이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될 때까지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그런 진리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면, 사람들은 그 진리들이 지닌 진정한 의미에 대해 훨씬 더 깊이 각인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의심도 제기되지 않게 되는 경우에는 그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잘못들 중 절반은 그들의 그런 경향에서 비롯된다. 우리 시대의 한 작가가 확정된 결론이 불러오는 깊은 잠이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표현이다.


(115)

지금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이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류의 지성이 아주 높은 수준에 진입할 때까지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유익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유익한 주된 이유들 중 오직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만 고찰해왔고, 나머지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경우 중 하나는 기존의 정설이 틀리고, 어떤 다른 의견이 옳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였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정설이 옳을 때, 반대자들의 틀린 반론들이 기존의 정성이 진리라는 것을 우리에게 더욱 명료하게 알게 해주고 우리의 지성 속에 더욱 깊이 각인될 수 있게 해주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는 경우였다.


(126-127)

기독교인들이 기독교가 불신자들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게 하고자 한다면, 그들 스스로 불신자들을 정당하게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덕적으로 가장 고귀하고 가장 소중한 가르침을 설파하는 상당수의 저작들이 기독교 신앙을 알지 못했거나, 또는 알면서도 배척했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진실과 진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없다.


(170)

하지만 지금은 이 사회가 사람들을 강제해서 동질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가 완성되지 않아서, 아직은 빈 구석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개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일깨우는 일을 하기에 적절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모든 것은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비슷해져야 한다는 이 사회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이 하나의 정해진 형태로 획일화된 후에, 거기에 저항하고자 한다면, 그 획일적인 삶의 형태로부터 벗어난 모든 것들은 불경스럽고 비도덕적이며, 심지어 본성을 거스르는 기괴한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다양성을 보지 않은 채로 한동안 살아가다보면, 아주 신속하게 다양성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218-219)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직 한 개인 본인에게만 직접적인 해악이 돌아가는 많은 행동들을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 중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경우에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동들의 범주에 속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예의범절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이 그 예다. 그 문제는 우리가 다루는 주제와는 오직 간접적으로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행했을 때에는 그 자체로 그 어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행동들 중에도, 공공연하게 행해진 경우에는 사회에 의해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231-232)

모든 사람에게는 오직 자신과만 관련된 일들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할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일이 곧 자기 일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할 때에 자기 마음대로 행할 자유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오직 한 개인에게만 관련이 있는 일들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소유하고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람의 다른 모든 관계들을 다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한 가족 관계에서는 국가의 그러한 의무가 거의 완전히 방기되어 있다.


(234-235)

국민에 대한 교육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국가의 수중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에는 반대한다. 개개인의 개성, 그리고 의견과 행동방식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말해온 모든 것 속에는, 교육의 다양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이미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대성으로 한 획일적인 국가 교육이라는 것은 국민을 하나의 틀에서 서로 똑 같은 사람들로 찍어내고자 하는 술책이다. 그리고 국가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 권력이 왕이든, 성직자이든, 귀족 계급이든, 다수의 기성세대이든, 그 틀은 지배 권력이 자신의 뜻대로 결정한다. 따라서 국가 교육이 효과적이고 성공을 거두는 정도에 비례해서, 국민의 정신은 지배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신체도 장악당하게 된다.


(243)

이런 일들에서 정부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들 중에서 세 번째이자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정부의 권력을 불필요하게 키워주는 것은 큰 해악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하고 있는 기능들에 또 하나의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시민들의 희망과 두려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되고, 시민 중에서 적극적이고 야심이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정부나 집권여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에 목을 매는 자들로 변질되어갈 수밖에 없다.


(252-253)

정부가 개인의 노력과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촉진시키는 활동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개개인과 집단들의 활동과 역량을 이끌어내는 대신에, 그들이 해야 할 활동들을 정부 자신이 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주며 때로는 경고를 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에, 그들에게 족쇄를 채워서 그런 상태에서 일하게 하거나, 그들을 옆에 세워두고서 그들의 일을 직접 나서서 할 때, 폐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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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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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엄마가 우리 집에 <아노말리>란 책이 있냐고 물어봤어.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이라서 없다고 했지. 그리고는 무슨 책인가 검색해봤단다.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더구나. 이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중에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책이기도 했대. 평점들도 좋고그래서 잽싸게 구해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제목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 모순이라는 프랑스 말이란다. 이 책을 읽을 때 책 소개도 안 보고, 리뷰도 안보고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다 읽고 책 뒷면에 책소개을 읽어보니 그 책소개도 읽어보지 않고 책을 읽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만큼 책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모른 상태에서 읽은 것이 재미를 더한 것 같구나. 이 정도 이야기하면 너희들도 무슨 큰 반전이 있는가 보다 하겠구나. 반전이라기 보다는 중간에 예상치 못한 설정이 나와서 책장 넘기는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되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에르베 르 텔리에라는 사람인데, 아빠의 기억력으로 지은이의 이름을 오랫동안 외우기는 쉽지 않겠구나. 소설 제목도 낯선 외국어라서 기억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아빠는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아빠의 취향에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지.


1.

소설의 시작은 블레이크라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그래서 범죄스릴러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어. 블레이크라는 이름은 본명을 아니고, 스릴러 소설가 이름에서 따온 가명이었어. 그는 청부 살인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늘 완전 범죄였단다. 블레이크는 그렇게 청부 살인을 하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을 가진 사람이란다. 그의 본명은 조.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은 그를 평범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로 알고 있단다. 플로라라는 아내가 있고, 아이도 둘이 있단다. 처음에는 블레이크라는 가명을 썼지만, 청부 살인이 늘어나면서 20개가 넘는 가명을 만들었단다. 얼마 전 청부 살인을 위해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가 난기류로 고생한 적이 있었단다.

빅토르 미젤이라는 별로 안 유명한 작가가 있단다. 자신의 작품은 별로 없고, 번역으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 50대 남자란다. 몇 년 전 첫눈에 반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순정남이기도 해. 그런데 그 여인을 어떤 모임에서 스쳐 지나듯 만난 거라서 이름도 모르고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해. 빅토르는 얼마 전 미국에서 번역상을 받게 되어 뉴욕행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단다. 그 비행기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낄 만한 난기류를 경험했어. 빅토르는 파리로 돌아와서 번뜩 떠오른 영감으로 소설 <아노말리>를 썼단다. 하지만 당시 빅토르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소설을 다 쓰자마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그런데 그 소설이 대박이 났어.

뤼시라는 영화 편집자가 있단다. 미녀이고 아이가 있는 미혼모였어. 뤼시를 따라다니는 앙드레라는 사람이 있었어. 뤼시도 앙드레에게 아주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서 데이트도 했단다. 데이트한 장소 중에 한국 식당도 있더구나. 굳이 한국 식당에서 데이트를요즘 전세계적으로 한식이 유행이라고 하더니 거짓말은 아닌가 보구나. 이런 소설에서도 한국식당이 등장하는 걸 보니앙드레가 미국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뤼시도 함께 갔었는데, 그때 엄청난 난기류를 만나서 고생했단다.

아빠가 등장인물을 한 명씩 소개해주고 있는데, 마지막은 거의 비슷하구나. 엄청난 난기류를 만났다. 너희들도 예상했겠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같은 비행기를 탔던 거야.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

그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뤼시는 얼마 후 경찰이 찾아오기까지 했단다.


2.

뉴욕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몸이 안 좋아서 의사인 형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단다. 검사 결과는 최악이었단다. 췌장암 4. 너무 늦게 발견되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급격하게 악화되어 죽고 말았단다. , 이 사람도 그 비행기를 탔던 사람인가?

클라크라는 미국 군인이 있었어. 아내는 에이프릴이고 리엄과 소피아라는 아이들이 있었어. 클라크는 무척 엄하면서 무서운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단다. 그들은 파리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클라크를 제외한 에이프릴, 리엄, 소피아만 비행기로 뉴욕으로 돌아왔단다. 바로 그 난기류가 엄청났던 비행기. 얼마 후 FBI가 그들을 찾아와 그들을 데리고 갔단다. 조애나라는 젊은 변화사도 그 비행기를 탔었는데 마찬가지로 FBI가 찾아왔단다. 슬림보이라고 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R&B 가수도 그 난기류 심한 비행기를 탔었어. 슬림보이는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얻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도 FBI가 찾아와서 데리고 갔어.

….

지금까지는 비행기 탑승자들 중 일부를 이야기 주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사람이 나온단다. 에이드리언이라고 하는 MIT 교수이자 확률전문가였어. 대학원 다닐 때 그가 내세운 가설 때문에 비행기 사고 관련 정부 비밀 요원이라는 직함도 있었는데, FBI의 호출을 받았어. 그가 오랫동안 비밀 요원으로 있으면서 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단다. 그만큼 긴급 상황이라는 거지. 에이드리언이 간 곳에서는 FBI뿐만 아니라 정보 모든 주요 부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단다.

비밀 공군기지에 파리에서 온 보잉787기 비상 착륙해 있다고 했어. 그런데 비행기에 탄 사람들, 그러니까 기장, 부기장, 승객들 모두가 이미 세 달 전에 동일한 비행기를 타고 착륙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오늘 날짜를 세 달 전인 3 10일로 알고 있다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갑자기 소설은 SF로 점프를 했단다. 똑같은 비행기가 똑같은 승객을 태우고 3달 뒤에 또 나타났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정보와 FBI는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할지 모르고 일단 사람들은 감금시켜 놓았단다. 그리고 3개월 전에 탑승했던 사람들을 찾아 불러보았던 거야. 그런데 이 비행기의 기장인 데이비드는 이미 죽었다고 했어. 앞서 아빠가 등장인물 소개할 때 췌장암 말기 환자인 데이비드를 소개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비행기의 기장이었어.

승객들을 모두 격리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빠져 나갔단다. 가짜 여권을 가지고 있던 블레이크. 아마 자신의 신분이 들통났다고 생각했겠지. 그는 그곳에서 빠져 나와 다시 다른 가짜 여권으로 파리로 돌아왔단다. 자신의 집에서 그는 무엇을 봤을까. 그래 3개월 정도 더 늙은 자신을 봤지그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또 다른 자신을 죽여버렸단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갔단다. 연쇄살인마의 사이코패스가 무엇을 이야기하겠니.


3.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각계 각층 전문가와 종교인들이 모두 모였지만, 뾰족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단다. 그나마 설명 가능한 것이 소설이나 영화 속에만 이야기되었던, 이 세상이 프로그램화된 것이었어. 프로그램이 오류가 생겨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이야.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개하는 것을 준비했어. 먼저 당사자인 프랑스 정부에 이 소식을 알리고, 중국 정부에도 알렸단다. 그런데 중국 정부도 깜짝 놀랐어. 사실은 자신들도 두 달 전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 여전히 그 진실을 숨기고 두 달 째 사람들을 감금하고 있었거든. 역시 중국답구나.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함께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기로 하고, 당사자들끼리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단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적응을 하자는 것이었지. 나랑 똑 같은 사람을 거울이 아닌 실물로 만나는 것은 기분이 정말 이상할 것 같구나. 어떤 이는 함께 협력하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가족 구성원은 한 명씩인데 나만 두 명? 기분이 이상할 것 같구나. 아빠가 그런 상황이라면 멀리 떠나서 혼자 지낼 것 같구나.

그런데 그 세 달 사이에 자살을 한 빅토르 같은 이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거야. 그리고 췌장암 4기인 빅토르는 어땠을까? 이번에는 한두 달 일찍 치료를 일찍 시작하였단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끔찍한 경험을 가족들에게 두 번 주게 될까?

….

소설은 그렇게 새로운 아노말리에 대해서 적응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이 났단다. 그리고 마지막은 예상 가능한 일이 하나 더 벌어지는 것과 함께….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고, 지은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단다. 이 세계는 정말 프로그램된 세상일까? 아빠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 본 적이 있는데,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만 지구의 생태계를 프로그램 하는데 굳이 이 광활한 우주를 만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지은이 에르베 르 텔리에의 작품 중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유일한데, 나중에 출간되는 책이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책의 끝 문장: “어 내 생도프 소 속 의 한 처 리 한 느 성과 반 많 자에 ㅇ ㅣ  ㅎㅑㅇ ㅁ1 ㅇ ㅏ ㅁ ㅇ ㅅ ㄹ ㄲ ㅡ 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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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관계란 상대적이다. 어느 관계에서는 내가 우월한 입장이지만 다른 관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순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약한 자에게 유독 가혹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언젠가 더 강한 자가 나타나면 호되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응립여수 호행이병(應立如睡 虎行以病)’이라는 말이 있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라는 뜻이다. 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언제나 조심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진정한 고수는 절대 약자 앞에서 허세나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72-73)

송명시대의 학자 정자(程子) <논어>를 읽은 사람을 크게 넷으로 나누었다. <논어>를 읽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다 읽은 뒤 한두 구절을 얻고 기뻐하는 사람, 다 읽은 뒤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논어>를 읽기 전에도 이러한 사람인데 다 읽고 나서도 또 다만 이러한 사람, 즉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독서는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앎으로 승화되어야 하고, 그 앎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 속에서 진정한 보석을 골라내어 자신의 삶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식의 전사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87)

법이 항상 약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다. 이처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음에도 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더 곤란을 겪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말한 데에는 이처럼 약자 스스로 노력하여 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126)

법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칙인데 그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협박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위임에도 이런 일들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때 명심해야 할 것은 혼자 앓지 말고 주위에 적극적인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고 당할 수야 없지 않은가.


(136)

당장 오늘부터 대화의 방식을 바꿔보자. 내 말을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묻고, 그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대답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이렇게 딱 한 달만 해보자.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얻음과 아울러 당신은 사려 깊은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올리버 웬델 홈즈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다.


(183)

완장을 찬 듯 어깨에 힘을 주며 임시로 주어진 권력을 마구 휘두른다면 결국 사람도, 자리도 모두 잃고 만다. 권력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으며 권력에 눈이 멀어 섣부른 힘을 행사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과 위치가 바뀔지 모를 일이다. 기억하자.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악역도 현명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러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262)

수십 권의 책을 읽어 지식을 쌓고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나 자격증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에 불과하다. 임상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과 지혜까지 겸비해야 진정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책임 있는 진단과 조언이 가능해진다. 책에서 배운 것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어설픈 전문가가 초래하는 위험은 생각보다 크다. 나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건대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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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람이 법에 기대어 법정을 찾게 되는 때는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지만, 소송 이후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랐다. 어떤 이는 승소를 해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했고, 어떤 이는 패소를 해도 후련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2년의 재판 끝에 승소를 했음에도 분노에 젖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사건은 이길 수 없습니다. 패소가 확실합니다.”라고 말해도 끝까지 철회하지 않고 심지어는 패소했음에도 나를 지인에게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49)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상속으로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된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이 아니라 을 물려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중에는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한 상속포기라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3개월의 상속포기 신고기한을 놓치는 바람에 부모의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법에서 규정한 절차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기에 결코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93-94)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더 신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곧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어떻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나의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겐 득이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109)

우리 형법은 친족 간에 일어나는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고 한다. 김 사장 아들의 경우처럼 직계혈족 간의 절도죄에 대해서는 형벌 자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51)

노자의 <도덕경>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257)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나는 의뢰인의 말을 진실로 믿고 의뢰인을 위한 검투사가 되어 열심히 상대방과 싸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건을 숱하게 겪으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승패만을 위한 논리를 내세우다가는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면 문제의 사슬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266)

사람들이 소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로 자존심을 걸고 법정싸움을 벌일 때는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서로 양보하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이득일 텐데 자존심이 걸려 있으면 달라진다. 합리적인 선택을 그 자존심이란 녀석이 가로막는다. 사람은 그만큼 감성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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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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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부터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해서 눈에 띄는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있었어. 작년는 그 책의 후속편까지 출간되었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 눈에 띄었어.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책일까. 책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이 책은 언론인이자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인 팀 마샬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란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책 제목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곳이 지리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이 오늘날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리 때문이라고 설명했어. 우리나라와 일본도 한 챕터로 떼어내어 설명을 했는데, 국제 문제 전문가답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어.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15년이고, 시의성 뜨는 글도 있어서 출간 당시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국가는 그 어떤 강한 군대, 강한 무기보다 좋다고 하는데,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닌 듯 했단다. 그리고 지리적 분쟁에 대해 다소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점도 별로였어.


1.

지은이는 중국부터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국은 수천 년 동안 대륙의 확장을 해왔단다. 남서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티베트까지 정복하여 자신의 땅으로 흡수하고, 북서쪽으로는 신장 지구를 점령했단다.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는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중국 정부를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이 땅들을 양보하게 되면 지리적 이점이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 한족 사람들을 대거 이주 시켜서,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한족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게 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대륙을 정리한 중국은 최근에는 바다의 확장에 눈을 돌렸단다. 공동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애를 쓰고 있단다. 암초에 건축물을 지어두고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도 했어. 중국의 이런 야욕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지 않는 강대국의 독선으로 보여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생긴 지 200년 남짓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일인자가 된 것도 지리의 힘이고, 거기에 보탤 것이 있다면 지지리도 좋은 운이 아니었다 싶구나. 영국으로 독립한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물론 전쟁을 통해서 얻은 땅도 있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많았단다. 살 때는 값어치 없어 보였지만 사고 나면 금이 나오거나 석유가 나왔단다. 손 대는 곳마다 대박이었지. 그렇게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도 지리적인 영향으로 피할 수 있었고, 그 세계대전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단다.

유럽은 여러 작은 나라들이 오밀조밀 참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강들과 산맥들이 땅을 그렇게 나눠 놓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나라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구나. 이 또한 지리가 만들어 놓은 결과였지. 그런데 지리적으로 축복을 받은 서유럽과 달리 남유럽은 지리적 여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 것도 이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이 한몫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고대 유럽의 출발점이라고 해서 지리적 여건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은 못해봤는데 비옥한 토양이 없고,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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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그리스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나라 해안은 가파른 벼랑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데다 농사를 지을 만한 연안 평야도 거의 없다. 내륙은 가파르기가 훨씬 하천들 또한 수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폭이 넓고 토양이 비옥한 골짜기도 드문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고품질의 농경지가 있기나 한가? 문제는 그리스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 되기에는 그런 양질의 토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들도 기껏해야 몇 개 이상은 개발하기가 어렵다. 그리스의 처지는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훨씬 약화되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유럽과 교역이 이루어지는 땅과 단절된 반도의 끄트머리에 이 나라를 놓아둔 탓에 해상 교역로로 진출하려면 에게 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너편에 잠재적인 거대 적수인 터키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유로화를 현재까지도 어마어마하게 방위비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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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시작된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함도 있었단다. 이미 2014년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해서 점령한 적이 있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진 러시아가 구차하게 남의 나라의 작은 땅을 더 차지하려는 것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는 아킬레스의 건이 있었단다. 그것은 제대로 된 부동항이 없어서 해양 진출이 어려웠던 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긴 하지만 수도 모스크바에서 멀고, 블라디보스토크도 얼어 있는 기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야. 크림반도를 차지하게 되면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작정 침공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비난을 사게 되지만, 러시아에는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었단다. 그것은 바로 가스와 석유였단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에서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로부터 가스를 받고 있단다. 그래서 그 동안 러시아가 깡패같이 굴어도 크게 제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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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10)

비경제적 위기에서 독일이 보여준 가장 진지한 외교적 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일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이 보여준 행동은 현재 독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2014년에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리는 교묘한 술책에 관여한 독일은 이 사태가 있고 나서 곧장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던 베를린 정부는 눈에 띄게 비난 강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덜한 영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제재안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유럽연합과 나토를 통해 독일은 서유럽에 닻을 내릴 수 있었지만 폭풍우 심한 날에는 이 닻 또한 다른 쪽에서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필요한 경우 초점을 동쪽으로 맞추고 모스크바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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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정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사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다 보니 한편에선 그 충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덜 공격적인 나라들에 대체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운송을 위한 항구를 짓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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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믿고 올해는 한발 짝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공격하게 되었는데,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나 싶구나. 파이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까지 개입하게 되었고, 미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유럽 여러 국가들도 예전처럼 러시아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야.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거지. 그나저나 얼른 러시아는 전쟁을 중단해야 할 텐데푸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지리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본 우리나라의 지형학적 위치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들. 결국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강대국들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나라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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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 ,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서 러시아와 중국과도 잘 지내려고 공을 들인다. 이는 그만큼 평양 정권의 짜증을 돋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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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 제국주의 시대에 국경선을 아무 생각 없이 그었기 때문이란다. 최소한 같이 살고 있던 민족이나 부족들은 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국경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땅을 여러 나라로 분리를 해 놓았으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다. 지금 와서 국경선을 다시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런 것을 반성하고 있으려나.

아프리카를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지 특징은 중국인들의 진출이란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비즈니스라고 하면 세계 곳곳 안 가는 곳이 없다고 하는구나.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 한족을 보내서 자신의 땅으로 만드는 작전으로, 아프리카 등에도 사람들을 보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많은 인구로 잘 활용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그곳에 가서도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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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지구상에서 중국인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여기서 발견되는 귀금속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유럽과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훨씬 많이 개입하고 있지만 중국이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철광석을 찾아 나서고, 콩고민주공화국도 캐가고 잠비아에서는 구리를 캐고, 역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도 캐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케냐의 몸바사 항만 개발 사업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케냐의 석유 자산을 겨냥한 보다 원대한 계획에도 손을 댔는데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가시화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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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북극에 관한 이야기만 짧게 할게. 지구 변화의 위기 속에 오랫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다. 이것을 아빠는 지구의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북극의 지하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자원을 캐면 무엇하리,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마는데지은이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부정적인 면 이외에 새로운 식량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보고 있는데, 아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게 되면 지구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져서, 살기 더 힘들게 될 거라고 생각함.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 더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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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349)

얼음이 녹고 툰드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빙원(지표의 전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극지방의 벌판)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눈과 얼음 위에 흡착되는 산업 폐기물들 때문에 태양이 복사하는 빛에너지를 반사하는 영역이 줄어든다. 얼음이  녹아 드러난 땅과 개수면은 얼음과 눈이 막아주던 열을 더 많이 흡수할 것이고 이는 연쇄적으로 얼음이 없는 땅의 면적이 늘어나게 한다. 이 현상이 이른바 <알베도 효과(Albedo effect)>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다.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에서는 당연히 많은 식물이 자랄 것이고 농작물 생산도 활발해져 그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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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지리의 힘>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후속편이 나오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책이지만 아빠는 그저 그랬단다. 빨리 후속편도 찾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런데 1권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후속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하긴 하더구나. 차례나 한번 훅 훑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스로를 일컬어 러시아 정교회의 열렬한 후원자이면서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에게는 일종의 <지정학적 공포>가 있다. 만약 중국이 티베트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고 인도가 나설 것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 P33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P92

러시아라는 개념이 성립된 시기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드네프르 강 연안의 도시들과 키예프 공국으로 알려진 동슬라브 부족들의 느슨한 연합 형태가 그 기원이다. 그러나 당시 한창 제국을 확장해 나가던 몽골인들이 남부와 동부 지역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13세기 무렵이 되자 이들의 공세는 정점에 치달았다. 결국 당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러시아는 모스크바 북동쪽과 그 주변에 다시 터를 잡았다.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알려진 초기 러시아는 방어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산지는 물론 사막도 없고 변변한 하천도 드물었다. 사방이 허허벌판인데다 남쪽과 동쪽의 스텝 지대를 넘어서면 몽골인들의 땅이었다. 침입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진격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게는 점령할 만한 천연 방어 진지들도 거의 없었다. - P127

사실 세계는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이는 희망봉을 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또 교역에서 수에즈 운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희망봉을 도는 일은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서유럽에서 인도까지의 해상 여행은 9,656킬로미터로 단축되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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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긴 한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위치가 참 애매하긴 하죠 ㅋ 주변이 다 강성인 국가들밖에 없고 ㅡㅡ

얼마전에 이란이 뉴스에 많이 나와서 이란의 위치를 찾아보니 이란도 주변이 참 화려하긴 하더라구요 ㅋ


왜 공룡은 중동쪽에만 살아서 우리나라는석유도 없고 ㅋ

bookholic 2023-01-25 22: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도 평균 이상~~^^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가 피해가면 좋으련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