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인간은 누구나 전지전능하지 못하므로, 전적으로 권력욕에 좌우되는 삶은 조만간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다. 물론 그 사람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을 가두거나 박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정치적 의미의 억압과 정신분석적 의미의 억압은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정신분석적 억압이 명백한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 진정한 행복은 있을 수 없다. 적절한 한계를 지키는 권력은 행복에 크게 기여할지 모르나 권력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면 비록 외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내면적으로는 파멸을 맞게 된다.

 

 

 

39.

사랑은 음악이나 산에서 보는 해돋이, 보름달 밑에서 보는 바다와 같은 최상의 모든 쾌락을 더욱 훌륭한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존중된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즐겨본 적이 없는 남자는 이러한 일이 줄 수 있는 마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생물적 협력의 형식이며, 이 형식에 있어서 각자의 감정이 상대방의 본능적 목적을 실현시키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자아의 굳은 껍질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40.

참된 사랑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다.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싸늘해지지도 않으며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도 않는다.

 

 

64-65.

어느 정도의 단조로운 생활을 참는 능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 점에서는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쇼라든가 맛있는 음식 따위의 수동적인 오락을 지나치게 제공하는 반면,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날과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주로 약간의 노력과 창의력에 의해서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라야 한다. 예컨대 영화 구경처럼 자극적이지만 육체적 노력이 전혀 필요없는 즐거움은 아주 드물게 주어져야 한다.

 

 

65.

자극은 본질적으로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되며, 흥분하고 있는 동안의 육체적 수동성은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 식물처럼 같은 토양에 그대로 놓아둘 때에 가장 잘 자란다. 따라서 너무 잦은 여행, 너무 다양한 인상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으며, 그들이 성장했을 때 유익한 단조로움을 참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70.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피로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것은 낯선 사람과 늘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경계심을 갖게 된다.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본능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그들은 우연히 접촉하게 되는 모든 낯선 사람에게 일반적이며 폭넓은 적의 느낀다. 게다가 아침 일찍 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보면 소화불량이 되기 쉽다. 따라서 사무실에 도착하여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때 월급쟁이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제 여기게 된다.

 

 

7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때에도 그들은 걱정거리에 매달려 끊임없이 고민한다. 남자들은 사업상의 고민을 잠자리까지 끌고 들어간다. 내일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원기를 회복해야 할 밤에도 몇 시간씩이나 당장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도 없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일의 행동을 위한 건전한 지침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방식이 아니라 불면증 환자의 어수선한 상념처럼 반미치광이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곤 한다. 밤새 그렇듯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매달린 걱정은 아침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들은 판단을 흐려놓고 기분을 상하게 하여 사사건건 격분하게 만든다.

현명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른 일을 생각하며, 더군다나 밤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73.

줄곧 과도하게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대신 오히려 적절한 때에 적당하게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정돈된 심리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행복과 능률이 얼마나 증진되는가를 알면 놀라울 정도이다. 곤란하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필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즉시 그 문제에 정신을 집중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 일단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 않는 한 결정을 재고하지 말라. 우유부단보다 더 피곤한 것은 없고 또 그것만큼 무익한 것도 없다.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감소될 수 있다.

 

 

73.

나는 내가 강연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으며, 잘하든 못하든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리하여 강연의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강연이 덜 서툴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점차로 신경의 긴장이 감소되어 결국엔 거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77.

어떤 불행이 닥쳐왔을 때 진지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을 직시한 다음에는, 그 불행이 그렇게 두려운 재난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열거해보라. 그런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빠보았댔자 내 한 몸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응시한 후,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을 때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된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은 되풀이해야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15.

높고 고상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서서히 모든 권력을 장악한 정치가는 그는 이러한 목적 때문에 안락을 포기하고 공공 생활이라는 무대에 들어선 것이다. – 민중이 그를 반대할 때 민중의 배은망덕에 놀란다. 그는 그가 하는 일에 공공적 동기 이외의 다른 동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또 일을 추진해나가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 그의 활동을 고무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120.

다른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병든 부인이 적어도 자기 딸 중 한 명은 자신을 간호하기 위해 결혼을 포기할 정도로 완전히 스스로를 희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이성에 어긋나는 정도의 이타심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타주의자의 손해가 이기주의자의 소득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늘 잊기 쉬운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하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6.

옛날에 돼지고기를 진미의 소시지로 둔갑시키는 희한한 소시지 기계가 두 대 있었다. 이 기계 중의 하나는 돼지고기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고 소시지를 무수히 생산해냈다. 다른 기계는 와 돼지고지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야? 내가 하는 일은 돼지고기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놀라운 일이란 말야라고 말했다. 그는 돼지고기를 거부하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료인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자, 그의 내부는 기능을 멈추었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내부가 더욱더 공허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진미의 소시지를 만들어내던 교묘한 장치는 모두 정지했고,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당황하게 되었다. 이 두 번째 소시지 기계는 열의를 상실한 사람과 같고, 첫번째 기계는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다.

마음은 마음속에 들어오는 여러 재료를 가장 놀라운 방법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이상한 기계이다. 그러나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재료가 없으면 이 기계는 무력하다.

 

 

179.

모든 형태의 조심성 가운데서도 사랑에 대한 조심성이 참된 행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이리라.

 

 

197.

나는 부모의 사랑을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흔히 내리는 결론, 즉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에는 인습적인 관념이 있다. 할머니가 젊은 여자에게 전수하는 비과학적인 잡동사니 이외에는 자녀의 보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시대에 이 관념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200.

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일은 지나치게 따분하며, 과도한 노동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일이 그 양에 있어서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한다.

일의 성질과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단지 권태를 덜어주는 것으로부터 가장 시원한 기쁨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온갖 단계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대체로 일 그 자체로 흥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에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우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메워주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해볼 만하고 보람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쩔뻘맨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다른 일이 좀더 유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208.

현대 지식인들의 불행의 원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지식인들, 특히 문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재능을 독자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속물이 경영하는 부유한 회사에 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속물은 그들이 치명적인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산출하라고 강요한다.

……

나는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굶주림은 그 대가로서는 너무나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굶주리지 않고 건설적 충동을 만족시켜주는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보수가 많은 일을 선택한다면, 그는 그 자신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충고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존심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을 갖지 못한다.

 

 

209.

삶을 하나의 전체로 보는 습관은 지혜와 참된 도덕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교육을 통해 장려되어야 할 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시종일관 한 목적만으로 행복한 삶이 이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행복한 삶의 거의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리고 시종일관한 목적은 주로 일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226.

체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절망에 그 근원이 있고 또 하나는 누를 길 없는 희망에 근원이 있다. 전자는 나쁘나 후자는 좋다. 일찍이 진지한 성휘의 희망을 포기할 만큼 쓰라린 실패를 겪은 사람은 그로 인해 절망적 체념을 배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모든 진지한 활동을 포기할 것이다. 그는 종교적인 관용구나 명상이 인간의 참된 목적이라고 하는 이론으로 그의 절망을 위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내면의 좌절을 숨기기 위해 어떠한 위장을 했든 간에 그는 본질적으로 무용하며 근원적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230.

능동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조금이라도 체념의 기색을 보이거나 보잘것없는 유머라도 나타내면 그들이 하는 일에 기울이는 정력과 그들이 믿는 바에 따르면 성공을 달성시킬 수 있는 결의가 손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일의 중요성이나 또는 그 일의 쉽고 어려움에 대해 자기를 기만하지 않는 사람만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기만의 도움을 받아야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을 계속하기 전에 우선 진실을 감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236.

당신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진실을 매일 적어도 한 가지씩은 받아들이도록 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것이 보이스카우트의 매일매일의 친절한 행동만큼이나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당신이 덕이나 지성 면에 있어서 당신의 친구들보다 월등하게 탁월하지 않더라도 물론 탁월한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인생은 살 만한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당신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결국 주저하지 않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이 되면 매우 광범한 분야에 걸쳐서 공포의 제국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237.

행복한 생활은 매우 광범한 면에 있어서 올바른 생활과 동일하다. 전문적인 모럴리스트들은 자기 부정을 지나치게 중요시해왔고 그러다가 잘못된 점을 강조하게 되었다.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사람들을 자기 도취에 빠지게 하며 자기가 희생을 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로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흔히 직접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못하고, 거의 언제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자신의 덕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는 사람이 의식적인 가지 부정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238.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야 하며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행복과 맞바꾸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39.

행복한 사람은 이와 같은 통일을 이루는 데 실패해서 고통받는 일이 없는 사람이며, 또한 그의 인격이 인격 자체에 대항하여 분열되어 있지도 않고 세상에 대항하여 다투고 있지도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의 시민이라고 느끼며 자유롭게 우주가 주는 장관, 우주가 주는 환희를 즐기고, 또한 자기를 뒤이어 오는 사람들과 자신이 실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에도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명의 흐름과 본능적으로 깊이 결합될 때, 우리는 가장 큰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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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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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지나친 기대는 금물]

알라딘 북플을 하게 되면서, 모르는 작가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북플에 사람들이 책을 읽고 올리는 글들을 보면, 그들이 읽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알게 된 책과 작가들도 많아졌다. 시간은 제한적이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이번에 읽은 이 책도 북플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다. 이기호. 그의 최신작을 읽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극찬을 했다. 얼마 전에 새로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사람의 책도 읽어보았다. 예전에 그가 쓴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지은이 이기호는 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단편 소설들만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별로였다. 그리 유쾌하지도 않았고, 단편소설만 써오다가 쓴 장편이라서 그런지단편소설에 살을 붙여 장편 소설을 만든 느낌도 들었다. 두 주인공이 정상인이 아닌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고손 쳐도 이야기가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한편으로 실망을 했다고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소설들을 또 만났으면 좋겠다.

 

[진만과 시봉]

주인공 진만이라는 사람은 복지시설에 있었다. 진만이는 지체아였다. 언젠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그를 복지시설로 데리고 왔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 시봉이를 만났다. 시봉이는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동생과 살다가 봉고차에 실려서 복지시설로 왔다. 그들은 그곳에서 포장하는 일 등을 했다. 시봉의 의지로 온 것이 아니다. , 이 복지시설은 사람들일 납치해와서 가두고 일을 시키는 불법단체였다. 폭력을 일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자의 경우 성폭행도 당했고, 자살한 사람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사람이 붙들려와서는 가만 있지 않았다. 이곳의 실태를 그들이 포장한 물건에 넣어서 밖으로 알렸다. 그래서 경찰이 그 복지시설로 들이닥쳤고, 원장을 비롯하여 불법 복지사들은 모두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 일로 복지시설은 폐쇄가 되었고, 진만과 시봉은 그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복지시설의 반복적인 일과에 익숙한 그들에게 바깥세상은 폭력은 사라졌지만, 그 외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다. 진만과 시봉은 갈 곳이 없었어. 시봉의 집으로 갔다. 시봉의 집에는 욕 잘하는 시봉의 여동생 시연과 도박으로 돈을 날리는 여동생의 나이 많은 남자친구, 뿔테안경남으로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들은 싸움이 일상이었다

갈 곳 없는 진만과 시봉은 그곳에 살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시봉의 여동생이 그냥 봐줬지만, 며칠 지나자 제발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는 닦달로 인해 거리로 나섰지만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복지시설에서 맨날 얻어 맞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줄곧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신 사과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뿔테안경남은 그것이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서 동참했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것을 의뢰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자신의 전부인에게 사과를 해달라고 했다. 첫 의뢰인이었다. 진만과 시봉은 날마다 그 부인이 운영하는 분식점에 갔다. 그리고 의뢰남의 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의뢰남은 진만과 시봉이 아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에 고마워하고, 비용을 지불했다. 뿔테안경남에게…

나중에 진만과 시봉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의뢰남의 전부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돈은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받은 돈이 합당한 돈이 되려면, 의뢰남의 전부인을 계속 찾아갔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더니, 전부인이 대신 죽어줄 수 있냐고 화를 내면서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누군가 죽어야 사과를 받는 것이고, 받은 돈이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들은 술 취해 정신 잃은 뿔테안경남을 데리고 와서, 목 매달게 해서 죽였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 사건으로 생각하여 종결시켰다.

 

[사과를 못해요]

그들이 머물렀던 복지시설들의 복지사들이 감옥 생활을 청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복수의 화신이 되어 진만과 시봉을 찾아왔다. 그들은 그들의 죄가 낱낱이 써있는 원장의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 일기장은 진만과 시봉이 가지고 있었다. 진만은 시봉만 그들에게 남겨두고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만일 갔다가 오지 않으면 시봉을 죽인다고 했다. 진만은 일기장을 가지러 시봉의 여동생 시연의 집에 왔다가 그는 다시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전에 시봉에게 미리 해둔 사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 일로 친구 시봉이 죽어도 이미 사과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거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체장애였다. 그래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해해야했다. 그런데 시연이 자살기도해서 정신을 잃은 것을 발견했다. 시연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거리로 나선 진만. 곁에 시봉이 없고 혼자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후회를 하고, 시봉이 잡혀 있던 산으로 갔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병원으로 온 진만은 정신을 차린 시연을 얻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잘 몰랐다. 책 뒷편에 평론가의 설명이 있는데, 그것도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결혼은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자. 특히 단편 소설을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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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2 소설 조선왕조실록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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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폭풍 전야의 왕성]

2권의 이야기의 끝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이 소설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주고 있다. 그리고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그래도 만약을 생각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 또한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자를 마중 나갔던 대장군 이성계는 해주에서 낙마를 해서 그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결국 세자는 먼저 왕성으로 돌아왔다. 왕성에는 이성계가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방원이 낸 거짓 소문이다. 이성계는 거의 회복하고 있었다. 이방원이 거짓 소문을 낸 것은 정몽주 측근들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떠보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잡아서 처단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방원의 그물에 정몽주의 측근들이 걸려들었다. 정몽주 자신은 예전부터 이성계와 신뢰를 쌓은 사이라서, 이성계가 위독하다고 하니 직접 해주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왕이 만류하여 가지는 못했다. 당시 왕은 공양왕이었는데, 정몽주를 가장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몽주의 측근인 이숭인과 김진양은 이방원의 덫에 걸려들었다. 정몽주를 찾아와 이성계가 위독한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이성계 측근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 그렇지 않으면 이성계 측에서 칼을 뽑게 된다면서 정몽주를 설득했다. 이성계를 신뢰하는 정몽주는 그들의 의견에 절대 반대를 했다.

당시 공양왕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공양왕은 얼떨결에 왕에 오른 자로, 이성계의 역성 소문이 돌자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왕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나약한 왕이었다. 폭군이나 악군은 아니었지만, 겁이 많은 겁군이라고나 할까. 공양왕은 정도전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다. 위화도 회군과 신우, 신창을 제거하고 최영 마저 없앤 일 모두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몽주는 그렇지 않다고 왕에게 이야기했다. 이성계과 정도전이 없는 왕성에서 이방원의 계략을 막을 사람이 없었고, 정몽주는 측근들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것이 당시 왕성의 상황이었다.

  

[정도전 탄핵]

이방원은 다시 정도전을 찾아왔다. 다시 정몽주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정도전은 강하게 반대를 하고 이방원을 내쳤다. 그리고 정도전은 고심 끝에 정몽주에게 서찰을 보냈다. 서찰의 내용은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야 하는 정당성을 설명하는 글이었다. 정도전과 정몽주가 생각하는 혁명,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양왕이 아니라 이성계가 왕위에 있어야 더 실현하기 싶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글이었다. 고려의 명맥을 굳이 유지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의 글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편, 정몽주의 측근의 움직임도 더 다급하게 움직였다. 이방원, 조준, 정도전 등 이성계의 최측근을 탄핵하는 상소를 작성했다. 그 글을 정몽주에게 보여주고, 정몽주는 일단 자신이 보고 그 상소문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몽주의 허락 없이 김진양은 왕에게 상소했고, 왕도 그들이 정몽주의 측근이라는 것을 알고, 정몽주가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단을 보니 평소 자신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서 왕은 그들의 상소를 받아들여 모두 유배를 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다시 왕의 허락도 없이 정도전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하라고 거짓 왕명을 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몽주는 긴급히 정도전에게 서찰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정도전은 감옥에 잡혀오고 곤장을 심하게 맞고, 사형의 일보직전까지 갔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들이 정도전을 죽음 직전에서 구출해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정도전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도전은 고민 끝내 결국 이방원에게 "뜻대로 하라"라는 내용의 서찰을 보냈다.

 

 [역사의 그날]

이방원에게 서찰을 보내고 얼마 안되어 시간을 맞추지 못한 정몽주의 서찰이 도착하였다. 정도전을 탄핵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정몽주의 뜻이 아니고, 정도전을 살려주라고는 그런 내용의 서찰이었다. 뒤늦게 정도전은 사람을 시켜 이방원을 막게 하고, 자신도 왕성으로 출발했지만, 감옥에서 심한 고문으로 이동이 쉽지는 않았다.

한편, 왕성에서 일어난 일은 해주에 있는 이성계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다. 그래서 이성계도 자리를 박차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정몽주는 이성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성계와 정몽주는 서로 신뢰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기회를 엿보는 자리였다. 이미 "뜻대로 하라"는 서찰도 받은 뒤였으니까 말이다. 정몽주는 이성계의 병문안을 마치고, 다른 일정을 하나 더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삶의 마지막 길이었다. 이방원의 명을 받은 이로부터 선지교에서 철퇴를 맞고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성계는 이방원에게 분노를 했고, 정도전은 뒤늦게 왕성을 도착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역사의 날로 기록되었고, 고려는 곧 망했고, 이성계의 조선은 세워졌다. 원래 정도전의 생각대로라면 세 개의 튼튼한 다리 위에 세워져야 했지만, 정몽주라는 튼튼한 다리가 없는 상태로 세워졌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 것이다. 1권 리뷰를 쓰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도전의 전체 삶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은 채우지 못했지만,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들의 대략적인 관계는 알고 있었지만,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이런 것에 관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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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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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정도전이라는 사람]

이 책은 정도전이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정도전의 삶 전체를 소설로 엮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은이는 그 동안 즐겨 읽던 김탁환이어서, 책에 대한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구입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알고 싶었던 정도전 전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 4, 이성계가 명나라에 다녀온 세자를 마중 나가기 위해 해주에 갔다가 낙마했던 날부터 이방원의 사주로 정몽주가 선지교에서 암살되기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것이다. 김탁환이 예전에 쓴 허균이 죽기 전 마지막 19일을 소설로 쓴 <허균, 최후의 19>과 비슷한 성격의 소설이었다. 아무튼 이번에 읽은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에서는 정도전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부족했다. 정도전에 대한 삶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더 봐야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역사 속 한 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짧은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 김탁환은 이 순간이 조선을 만든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지은이 김탁환이 기획한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번째 소설이라고 했다. 앞으로 지은이는 60여권이 넘는 '소설 조선왕조실록'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 동안 단편적으로 조선시대를 다룬 그의 소설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획은 역사적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이 기획을 눈 여겨 봐야겠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게 2014년이었다. 그 이후 소설 조선왕조실록으로 더 출간된 책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검색해 보았다. 벌써 10권이나 나왔다. 그런데, 그 중에는 그 이전에 백탑파 시리즈로 나온 책들의 개정판이 6권이나 포함되어 있어다. 나는 내심 조선 초부터 시대순으로 소설로 써 내려갈 줄 알았다는데, 약간은 실망을 했다. 그 소설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역사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인데, 과연 그 소설들에 '소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되나 싶었다. 작년에 출간한 <목격자들>이란 그의 책도 사두었는데, 확인해 보니 그 책도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였다.

 

[고려말 상황은...]

공양왕 4, 1392 3 17공양왕…  공손하게 왕을 양도했다고 해서 공양왕이라고 했다는,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진짜 그래서 공양왕이라고 한 것인지 맞는지는 모르겠다. 고려의 마지막 왕나의 상식의 울타리 안에서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오랜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굴욕적인 역사가 서서히 걷히고 있던 시절이었다. 몇 대 앞의 왕이었던 공민왕은 원나라에 충성을 하라는 뜻으로 왕의 시호에 붙었던 '()'도 떼어버렸다. 고려의 자주성을 되찾고 개혁을 하려고 했지만, 요승이라고까지 불린 신돈을 너무 믿었다가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후 우왕과 창왕이 왕이 되었지만사람들은 우왕과 창왕이 신돈의 자손이라고 생각들을 했다. 우왕 때 이성계는 나라의 명을 받고 명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는데명나라는 이제 떠오르는 태양이고, 원나라는 지는 해라고 생각해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나라를 치려는 군사를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려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위화도 회군. 이것은 왕명을 어긴 일이다. 그의 행동은 반란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왕성을 지키고 있던 최영의 군대와 일전은 피할 수 없었다. 그 전투에서 이성계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서 최영은 유배를 갔다가 그곳에서 사형을 당했다. 최영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목숨을 잃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위회도 회군 당시 이성계가 왕성에 도착하기 전에 정도전이 최영을 포섭하기 위해서 만나기도 했었지만, 최영 장군은 굳은 의지로 고려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정몽주와 정도전. 정몽주와 정도전은 모두 목은 이색의 제자였다. 그리고 정도전은 정몽주를 통해 이성계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쓰러져가는 고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는 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약간의 생각의 차이는 있었다. 정도전은 누가 왕이 되느냐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고려라는 나라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계를 왕으로 하는 새로운 나라가 그가 생각하는 이상 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몽주는 고려라는 나라에서 개혁을 하려고 했다.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방원의 over]

당시 세자는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고감기에 걸린 세자를 마중 나가기 위해 이성계는 해주에 갔다가 그만 낙마하여 심한 부상을 앓게 된다. 정신까지 잃은 중상이었다. 그래서 해주에 며칠을 머무르게 되고, 세자도 해주에 머무르게 되었다. 한편, 정도전은 왕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영주로 유배를 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라의 개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가 생각하는 나라는, 우선 내치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는 토지를 재정리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당시 폐단뿐인 승려들을 산으로 보내고유학 특히 성리학을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세에 대비하여 군대를 강하게 키우는 강병이 필요하고, 왕권은 약화시키는 대신 신권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방원의 서찰을 받았다. 이방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왕으로 만드는데 정몽주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여, 정도전에게 정몽주를 죽이겠다고, 동의해달라는 내용의 서찰이었다. 26살의 이방원. 정도전은 성난 말처럼 질주하려고 하는 이방원을 싫어했다. 정도전 자신 또한 이성계를 왕으로 하는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지만, 이방원과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에서 정몽주는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정몽주, 그리고 이성계 이 세 사람은 튼튼한 세 개의 기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이성계가 왕이 된다고 해도, 이성계 다음의 왕으로 이방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방원에 호감을 갖지 않았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답장을 썼다. 포은 정몽주와 이성계는 서로 신뢰하고 아주 돈독한 관계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정몽주 또한 신우, 신창을 신돈의 씨앗이라며 끌어내릴 때 같이 동참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성계와 자신과 뜻이 같기 때문에 설득하면 돌어설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몽주를 죽이는 것은 아버지 이성계에게도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측근들이 문제…]

해주에서는 이성계의 몸이 다행이 완치가 되어 세자를 모시고 다시 왕성으로 오려 했으나, 이성계는 말 위에서 다시 혼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해주에 머무르게 되었고, 세자만 왕성으로 향했다. 이성계의 낙마소식과 혼절 소식은 금방 왕성으로 퍼졌고, 정몽주를 따르는 무리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확, 이숭인, 김진양 등 정몽주을 따르는 무리들은 정몽주만큼 그릇이 크질 못했다. 그들은 이성계가 부상을 입어 해주에 발이 묶인 지금이 정도전을 비롯하여 이성계를 따르는 무리들을 처단하는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권력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을 싫어하는 정몽주는 그들의 말은 논리적이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몽주는 이성계, 정도전과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이방원은 정도전이 머무르는 곳까지 찾아와서, 정몽주를 처단할 것을 이야기하였는데, 정도전은 다시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로 격론이 벌어졌는데, 이방원은 결국 설득되지 않고 여전히 정몽주를 죽일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이것을 호응하는 이가 없어서 실행에 옮기는데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충 1권까지의 이야기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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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위대한 사랑을 못 해본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위대한 사랑을 하게 되면, 첫 순간부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이로

변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의구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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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개인적인 모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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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란 인간에게 뜨거운 기운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법도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안정성을 제공하는 거예요.

비록 허울뿐일지라도 영속성을 제공하기도 하죠.

그러니까 법도는 냉기에 뿌리를 박고 있어요.

무엇인가를 보존하려면 찬 기운이 필요한 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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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고독한 벌레야.

고독한 벌레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굶주린 벌레지.

나도 곧 그놈에게 먹힐 거야.

나는 놈에게 뭘 바치지?

내 벌레는 무엇을 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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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에게 무엇을 줄 때는 줄 만하니까 주는 것이다.

그러니 삶에서 모든 것을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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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삶의 한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경험이 많아도 아무 쓸모가 없아.

경험이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감동, 그 아찔한 기분이 사랑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세상의 첫날 아침을 맞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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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사랑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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