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1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김은경 옮김, 이일선 그림 / 인디북(인디아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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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톨스토이 단편선>이란다.  이 책은 Shawn이 학원 숙제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구매를 해서 아빠도 같이 읽은 책이란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에, 너희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크게 히트했던 그런 책이란다. 아빠가 알기로는 그 예능 프로그램 이전에는 많이 판매되지 않았다가 텔레비전에 소개된 이후 많은 판매부수를 올렸어. 톨스토이 단편선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인디북 출판사의 책이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구나. 이 책은 많은 매체에서 소개가 되어 무척 낯이 익숙해서 마치 읽은 적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이 책이 한창 유행할 때 실제로 읽었는데, 아빠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빠의 독서기록을 찾아보니 톨스토이의 책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렇게 네 작품을 읽었더구나. 아빠의 독서기록이 정확하다면 <톨스토이 단편선>은 읽지 않은 모양이구나. 아무튼 이번에 Shawn이 읽는다길래 아빠도 한번 읽어보았단다. 이 책에는 모두 12개의 작품들이 실려 있단다.

12개 작품의 일관된 주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라는 교훈이 담겨 있었단다. 12 개 소설 모두 기독교적 색채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교훈이 담긴 우화 같은 느낌으로 읽은 이의 종교에 상관없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에 실린 작품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의 이야기> 같은 유명한 작품들 이외에 아빠가 모르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읽기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단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소설들인 듯싶구나.

 

1.

열 두 개 작품을 모두 소개해 주기는 버겁고 세 편만 이야기만 짧게 이야기를 해줄게. Shawn은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잘못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기 바래.

첫 번째 작품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이란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과 아내 마트료나가 있었어. 어느날 시몬은 교회에서 쓰러져 있는 미카엘이라는 청년을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펴주었어. 아내 마트료나는 가난한 살림에 부랑아를 데리고 왔다고 싫어했지만, 본성이 착한 지라 따뜻한 음식으로 대접했단다. 미카엘은 시몬에게 구두 수선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재능이 있었어. 미카엘의 구두 수선 솜씨가 소문이 나면서 사업이 번창하였단다. 미카엘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아무런 말도 없이 구두만 수선했어. 몇 년이 지나고 미카엘이 세 번째로 웃던 날 비밀이 밝혀졌단다. 미카엘은 천사였는데 벌을 받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온 것이고, 세 가지 진리를 배우면 그 벌이 끝나는 것인데, 하나의 진리를 터득할 때마다 그는 웃었고, 마지막 세 번째 웃으면서 그의 숙제는 끝이 났던 것이란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한 대답을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어. 그런데 그 대답을 찾는데 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더냐…^^

….

두 번째 작품은 <버려 둔 불꽃이 집을 태운다>라는 책이란다. 이반이라는 사람과 그의 이웃 가브리엘의 이야기란다. 그들의 아버지 세대까지는 아주 친하게 잘 지냈는데, 이반과 가브리엘은 아주 사소한 일로 싸우기 시작했단다. 한번 의가 틀어지기 시작하자 그 이후에는 겉잡을 수 없이 미워하게 되었어. 이반과 가브리엘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서로 미워하게 되면서 몸싸움도 일어나고 그로 인해 재판까지 받게 되었어. 병상에 누워 있는 이반의 아버지는 이반에 그러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이반과 가브리엘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어. 가브리엘은 화가 나서 이반의 집에 불까지 질렀단다. 그 장면을 이반이 봤기 때문에 그 불을 충분이 끌 수 있었지만, 이반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망가는 가브리엘을 잡는 것이었어.

결국 가브리엘은 잡았지만, 불은 점점 번져서 이반의 집뿐만 아니라 가브리엔의 집과 마을의 집들도 태우고 말았어. 이반이 가브리엘을 쫓아가지 않고 초기의 작은 불을 껐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뒤늦게 이반은 후회하고, 가브리엘을 찾아갔단다. 가브리엘 역시 후회하고 있었어. 둘은 서로 미안하다며 화해를 했단다. 조금만 더 일찍 화해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이 이야기는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들이 읽고 교훈을 삼으면 좋겠구나.

….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소설도 약간은 뻔한 결말이긴 하지만 한번 이야기해볼게. 검소한 생활을 해오던 바흠이라는 농부가 있었어. 아내를 찾아온 처형에게 바흠은 농부는 땅만 있으면 악마도 두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야기를 악마가 들었단다. 그래서 악마는 바흠을 악마의 유혹으로 꼬시게 된단다. 바흠에게 어떤 유목민이 땅을 거저로 준다는 소문을 듣게 했어. 그래서 바흠을 그 유목민을 찾아갔는데, 조건은 간단했어. 해가 뜨고 나서부터 해가 지기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면 1000루블의 돈으로 자신이 걸었던 땅의 면적만큼 받을 수 있다고 했어.

바흠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아침이 되자 출발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걷기 시작했어. 걷다 보니 욕심이 더 생겨나서 더 멀리 걸음을 옮겼단다. 그러다가 해가 질 시간이 되어 다시 시작점으로 향하는데 너무 멀리 와서 해가 질 때까지 출발점까지 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있는 힘껏 달려서 시작 지점에 도착하긴 했지만 너무 무리를 해서 그만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단다. 그 옆에서는 악마가 웃으며 서 있었단다.

욕심이라는 것을 버리기 쉽지 않단다. 너희들도 아마 그런 것을 느끼게 될 거야. 그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게 되고,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질 때도 있어.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구나.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악마가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욕심을 잠시 내려 놓아 보자.. 이런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쉬울지 모르겠구나.^^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은 세 작품만 소개해 주고, 마치려고 한다. Jiny도 나중에 시간될 때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지나치게 교훈적인 것이 조금은 흠일지 모르겠지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시몬이라는 구두 수선공은 자신의 집도 땅도 없었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농부의 오두막집에 살면서 구두를 만들고 고치는 일로 살아가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죄인을 참수시키거나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게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나라에서 죄를 짓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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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93)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218)

집담과 밭담들, 돌로 된 집들의 벽체들만 남기고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어. 아버지가 집에 들어서자 마당 가득 붉은 게 흩어져 있어서 놀랐는데, 달아오른 고추장 장독이 터진 거였어. 집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총소리가 들렸던 팽나무 아래로 달려가보니 일곱 명이 죽어 있었대. 그중 한 사람이 할아버지였어. 가호마다 주민 명부를 대조한 군인들이, 집에 없는 남자는 무장대에 들어간 걸로 간주하고 남은 가족을 대살(代殺)헌 거야.

 

(243)

보이지 않는 눈송이들이 우리 사이에 떠 있는 것 같다. 결속한 가지들 사이로 우리가 삼킨 말들이 밀봉되고 있는 것 같다.

 

(273)

1948년 정부가 세워지며 좌익으로 분류돼 교육 대상이 된 사람들이 가입된 그 조직에 대해 나는 알고 있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치적인 강연에 청중으로 참석한 것도 가입 사유가 되었다. 정부에서 내려온 할당 인원을 채우느라 이장과 통장이 임의로 적어 올린 사람들, 쌀과 비료를 준다는 말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다수였다. 가족 단위로도 가입되어 여자들과 아이들과 노인들이 포함되었고, 1950년 여름 전쟁이 터지자 명단대로 예비검속되어 총살됐다. 전국에 암매장된 숫자를 이십만에서 삼십만 명까지 추정한다고 했다.

 

(311)

모든 소리의 잔향이 허공의 눈송이들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내쉬는 숨소리도 눈의 입자들 속으로 삼켜졌다.

여기쯤 멈춰 서서 엄마는 저 건너를 봤어. 기슭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갔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게 물 구경인가. 생각하며 엄마를 따라잡았던 기억이 나.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317-318)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 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골짜기와 광산과 활주로 아래에서 구슬 무더기와 구멍 뚫린 조그만 두개골들이 발굴될 때까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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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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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SF 고전 명작들이 있단다. 최근에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 SF 고전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란다. 그 밖에 아빠가 몰라서 그렇지, SF 고전 소설들이 많이 있단다. 고전 만화 리뷰툰의 대가 키두니스트 님은 SF 고전들만 모아서 리뷰툰을 출간하기도 했어. 아빠가 오늘 이야기할 책도 키두니스트님의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SF)>에 실려 있던 SF 대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란다. 이 책도 고전 SF 소설을 소개할 때 손꼽는 그런 작품이란다.

<파운데이션>은 총 7권의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인데 보통 파운데이션 시리즈라고 한단다. 이 책이 2013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완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빠도 어떤 책인가, 간이라도 보겠다고 1권만 구매했던 기억이 있구나. 그러다가 키두니스트님의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SF)>을 읽고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일곱 권이니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읽어야겠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책을 펴게 되었구나. 일곱 권을 연달아 읽어도 좋겠지만, 이것저것 다른 책들도 읽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듬성듬성 읽으려고 한단다. 주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주말에 읽어보려고 해.

파운데이션 시리즈 일곱 권 중에 오늘은 제1 <파운데이션>을 이야기해줄게.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소설 초반부에 더욱 집중해서 읽었단다. 다행히 이 책은 그렉 이건의 <쿼런틴>처럼 하드 SF는 아니라서 읽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어. 그래도 아빠가 파운데이션 상의 세계관을 잘못 이해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렴.

 

1.

가일 도닉이라는 수학자가 있었는데 우주 변방의 시낵스 항성계라는 곳에 살고 있었단다. 우주는 커다란 우주 제국을 이루고 있었고, 트랜터라는 수도 행성이 은하 제국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어. 한창 전성기 때는 약 450억 명이 트랜터에 살고 있었단다. 가알 도닉은 트랜터에 살고 있는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의 초대를 받아서 트랜터로 가게 되었단다. 소설 속 시대에서 우주 여행은 초공간 도약이라는 방법으로 한순간에 은하계를 횡단할 수 있었단다. 가알 도닉도 초공간 도약으로 트랜터에 도착했어. 트랜터 사람들 대부분은 지하에서 건물을 만들어서 지내고 있었고 땅도 잘 안 보이고 녹색 식물도 눈에 띄지 않았어. SF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래 도시의 모습.

가알 도닉이 트랜터에 온 이유는 해리 셀던이 제안한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서야. 심리역사학자인 해리 셀던 박사는 500년 이내 트랜터가 멸망할 것이란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을 했다는 했어. 그래서 셀던 박사는 파멸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성했어. 우주의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도 편찬하려고 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수학자 50명과 회원 10만여 명이었어. 하지만 해리 셀던의 이 예언은 제국의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면서 해리 셀던을 체포하고 재판을 받게 되었단다. 재판 결과 해리 셀던은 터미너스라고 하는 사람이 살지 않는 행성으로 추방당하게 되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10만여 명이 함께 추방당했단다.

….

그들이 터미너스로 추방된 지 50년이 지났어. 해리 셀던은 이미 죽었지만 다른 회원들의 노력으로 <은하백과사전> 1권의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어. 아무도 살지 않던 터미너스 행성에는 이제 1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적은 수의 살고 있는 작은 행성이란다. 터미너스 인근에 몇몇 행성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아마크레온이라는 행성이 있었어. 당시 우주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아나크레온은 최초로 독립 선언을 한 행성이었단다. 그 아나크레온의 부장관인 오토 로드릭이라는 사람이 터머니스에 방문했단다. 아나크레온에서 터미너스를 보호해 주겠다면서 터미너스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보호해주는 대가로 세금을 내라고 했어. 강대국의 뻔한 술수들. 제안이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었어.

터미너스는 루이스 피렌이라는 사람이 이사회 의장이자 황제 대리인으로 통치하고 있었는데, 오토 로드릭의 협박에 대해 대응하고자 이사회를 소집했어. 터미너스 시장인 샐버 하딘도 참석했단다. 그들은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지만 뚜렷한 방안 없이 끝났고 루이스 피렌 이사장과 샐버 하딘 시장 사이의 갈등만 확인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시간유품관이 열리면서 해리 셀던의 생전 동영상이 공개되었단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어. 해리 셀던의 프로젝트는 사실 새로운 은하 제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 그 기초가 되는 것, 바로 파운데이션을 터미너스 행성에 만드는 것이었어. 해리 셀던에 의하면 파운데이션 행성은 터미너스 말고, 우주 반대편에 한 개 더 만든다고 했단다.

또 시간이 흘러 30년이 지났어. 터미너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0년 전에 샐버 하딘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어. 그때부터 시장인 샐버 하딘이 터미너스의 권력 1순위였어. 인근의 네 개의 행성들과 친하게 지내는 유화 정책을 펼치면서도 서로 견제를 하게 하여 터미너스의 이익을 챙겼단다. 인근 행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여 아나크레온의 군사 기지가 터미너스에 설치되기도 했지만, 견제 정책을 통해 금방 철거되었단다. 그리고 원자력 기술을 네 개의 행성에 전파하였는데 은하령이라는 종교의 형태로 전파했단다. 하지만 샐버 하딘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었어. 특히 젊은 의원들은 샐버 하딘의 유화 정책에 반대를 했고, 강경 대응할 것을 요구했단다.

한편, 이웃 행성 아나크레온은 어린 왕 레폴드가 왕위에 있었고 삼촌 위니스가 섭정을 하고 있었단다. 레폴드가 성인이 되었을 때 대관식을 하게 되어 샐버 하딘 시장도 초대를 받았어. 하지만 위니스에 의해 감금되었단다. 위니스는 터미너스의 종교적 지배력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터미너스를 침략하려고 했단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샐버 하딘을 감금하고 우주 전함을 터미너스로 출동시켰단다. 하지만 하딘 시장은 이를 예상하고 있었고, 아나크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제들은 깊은 신앙심으로 원자력을 멈추게 했단다. 조금 이해가 안 가긴 했는데 아빠가 이해한 수준으로 설명을 할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원자력을 종교의 형태로 전파했다고 했잖아. 원자력을 운용하는 이들은 모두 사제였는데, 그 사제들은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었지. 그런데 위니스가 원자력의 원천인 터미너스를 공격한다는 했으니 이는 신성모독으로 생각했던 거야.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기독교도 군대로 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공격하라는 것과 비슷한 거지. 사제들은 이에 반발하여 원자력을 다 꺼버리는 행동에 나섰어. 그렇게 원자력이 멈추자 아나크레온은 암흑 천지가 되었고, 터미너스로 향하던  전함들도 모두 멈추었단다. 이에 반란에 실패했다는 것을 직감한 위니스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하딘 시장은 아나크레온을 손쉽게 정벌을 하고 터미너스로 귀환을 했단다. 샐버 하딘 시장은 터미너스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으며, 반대 세력도 샐버 하딘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샐버 하딘 시장을 지지했단다. 원자력의 힘을 알게 된 다른 이웃 행성들은 모두 파운데이션에 충성을 맺는 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어. 다시 시간유품관에서 해리 셀던의 영상이 상영되고 지금의 일들을 모두 예언했음을 알게 되었단다. 이로 인해 해리 셀던의 예언은 더욱 신임을 얻게 되었단다.

 

2.

또 세월이 흘러 샐버 하딘도 옛사람이 되었단다. 무역상인인 호버 말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코렐이라는 행성에 무역 거래를 뚫기 위해 갔단다. 이 시절에는 파운데이션에서 전파한 원자력 종교에 대해 거부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래서 코렐 행성도 파운데이션 사람들이 자신의 행성에 오는 것에 제한을 두었단다. 특히 선교사들은 절대 출입 금지였어. 파스타 호를 타고 호버 말로가 코렐에 와서 허기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단다. 그런데 파스타 호에 몰래 숨어 들어온 선교사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선교사를 강력 통제하고 있던 코렐 행성은 병사들을 파스타 호에 보내고 선교사들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했어. 호버 말로는 그들의 말이 타당하고 생각했고, 몰래 숨어 들어온 것은 선교사의 잘못이니 그들에게 순순히 선교사를 넘겨 주었단다. 이런 호버 말로의 행동은 코렐의 독재가 콤도 아스퍼 아르고에게 신뢰를 주게 되어 호버 말로의 입국 허가를 해주어 호버 말로는 콤도 아스퍼 아르고를 만나게 되었단다. 호버는 콤도와 무역 관련된 협상을 하게 되었고, 종교색채는 빼고 자유 무역을 하기로 협의했어. 이후 호버 말로는 무역상으로 큰 돈을 벌게 되었고, 주임 무역상인이 되었단다.

어느날 시장의 비서관 조레인 서트가 호버 말로를 찾아왔어. 조레인 서트가 이야기하기를 호버 말로가 하고 있는 종교를 배제한 무역은 터미너스 관습에 어긋난다면서 시정하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호버 말로는 거절했단다. 그러자 선교사를 코렐에 넘긴 것을 재판하겠다고 했어. 터미너스 시민을 적에게 순순히 넘긴 것은 죄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초반 분위기는 호버 말로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단다. 아무래도 그들이 신성시 하는 종교의 선교사를 적에게 넘겼으니 말이야. 하지만 호버 말로에게는 반전 카드가 있었어.

당시 파스타 호에서 일어났던 일을 녹화한 영상이 있었는데, 선교사로 숨어 있다고 하는 자의 팔에 어떤 문신에 있었어. 그 문신은 코렐의 비밀 경찰임을 알려주는 문신이었던 거야. 그리고 그 사건은 조레인 서트와 터미너스 시장이 연루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어. 재판 결과는 대반전을 이루고 호버 말로는 인기가 급상승하여 시장 당선까지 되었단다. 시장 당선 2년 뒤에는 코렐과 전쟁을 하게 되고 3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파운데이션이 승리하게 되어 호버 말로는 또 한 명의 영웅이 되었단다.

….

여기까지가 1 <파운데이션>의 이야기란다. 이 소설은 지은이가 로마 제국을 모티브로 해서 썼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종교색이라든가 우주 제국의 쇠퇴 등이 로마 제국의 옛모습과 겹치는 것 같기도 하더구나. 얼마 전에 애플 TV에서 <파운데이션>을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들었어. 검색을 해보니 시즌 2까지 나왔더구나. 애플 TV를 구독하지 않아서 드라마를 볼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로 한번 보고 싶구나.

1권에서만에도 시간이 몇 십 년씩 점프를 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계속 바뀌게 되는 건가? 드라마로 어떻게 편집했을 지도 궁금하구나. 그리고 광활한 우주를 어떻게 잘 표현했는지도 궁금하네. 일단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이라도 함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해리 셀던. 은하 기원 11988년에 태어나 12096년에 죽음.

책의 끝 문장: 그리고 호버 말로는 파운데이션 국민의 마음 속에 해리 셀던과 샐버 하딘에 뒤이어 자리를 잡았다.



땅이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전개되는 인공 건축물 사이로 땅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지평선도 볼 수 없었다. 거의 똑 같은 회색으로 펼쳐진 금속 구조물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하나의 선을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육지 전체가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두세 척 유람선만이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행성을 뒤덮고 있는 금속 구조물 안에서는 수십억 인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 P18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여 남겨 두는 방법을 통해서입니다. 인간이 지금까지 축적한 지식의 총량을 한 개인이 취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아니, 1000명도 부족합니다. 사회조직이 붕괴하면서 과학은 수백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개개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극히 작은 지식만 알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극히 작은 지식만 알게 될 것입니다. 개개인으로 고립된 인간은 무력하고 쓸모 없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앞뒤 연결이 안 되는 지식의 단편은 수 세대를 경과하면서 잊히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다면 인류의 지식은 결코 상실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후손은 그 지식을 이용할 것이며 다시 애써서 재발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3만 년 걸릴 일이 1000년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 P41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네. 왜냐하면 미래는 막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셀던이 미래를 확실하게 계산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했으니 말이네. 우리 역사 속에서 계속 발생하는 위기 하나하나는 구체적으로 예측된 것이고 각각의 위기는 앞에서 일어난 위기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는가에 달려 있다네. 현재의 위기는 그중 두 번째에 불과하고,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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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13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운데이션 꾸준히 읽고 계셔서 부러워요.
전 아직 장식품으로 소장 중입니다.^^

bookholic 2024-11-14 10:41   좋아요 1 | URL
책은 장식의 이유 70%, 독서의 이유 30% ^^
하지만 먼지 벌레 생기기 전에는 구출해 주세요~~
그레이스 님도 즐독하시고요^^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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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Jiny가 읽었음 좋겠다고 엄마가 사 달라고 했던 책인가? 오래되어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빠가 알고 산 책은 아니고 엄마가 사 달라고 해서 샀던 책으로 기억한단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읽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장 한가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배경이 오늘날 인도더구나. 아빠가 현대 인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읽은 적이 있나 싶었어.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인도를 배경으로 소설 자체를 읽은 적이 있나 싶기도 했어. 인도의 위인들 평전이나 그들이 쓴 책들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인도 소설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디파 아나파라가 인도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지은이 소개를 읽어보니 인도 출신 영국인이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디파 아나파라는 10년 넘게 인도 뭄바이와 델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대. 그렇게 인도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을 경험으로 쓴 책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고 하는구나. 인도의 빈민층의 사회 문제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순진무구한 아이들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단다. 하지만 결말은 현실적으로 끝을 맺는 약간은 냉혹함마저 보여주었단다. 소설이니까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인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결말로 끝을 낸 것 같아.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빈민촌에 살고 있는 아홉 살 자이라는 아이란다. 자이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 루누가 있어. 아빠와 엄마는 모두 일하시고, 누나 루누는 달리기를 잘해서 학교 육상 대표이기도 해. 최근에 빈민촌이 헐린다는 소문이 있어 그것 때문에 자이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걱정을 달고 산단다. 그리고 그곳은 늘 스모그가 끼어서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려웠고 아주 심하게 스모그가 낀 날은 공식적으로 학교가 쉬기도 했어.

자이의 친한 친구들 파리와 파이즈가 있었어. 어느날 같은 반 친구 바하두르가 사라졌어. 바하두르의 아버지는 주정뱅이에 가정폭력범이었는데 바하두르의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피해 며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더니 바하두르가 사라지고 없었던 거야.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은 단순 가출일 거라면서 돌아갔어. 경찰들도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어. 그런데 며칠 뒤 동네에 살고 있는 선배 옴비르도 사라졌단다.

경찰이 나오는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자이와 파리는 탐정이 되어 바하두르를 찾기로 했단다. 평상시 바하두르가 뭄바이에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자이와 파리는 뭄바이 가는 기차역이 있는 곳까지 열차를 타고 가 보았단다. 그 열차 이름이 책 제목에 있는 보라선 열차란다. 하지만 아홉 살 꼬마가 낯선 시내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어. 한 번은 유괴범에 납치될 뻔했는데 구루라고 하는 십대 형이 도와주었단다. 구루에게 바하두르의 사진을 보여주면 바하두르를 봤는지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했어. 구루의 도움으로 어린이 복지협회와 경관에게도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바하두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얼마 뒤에 또 아이들이 사라졌어. 미용실에서 일하는 16살 안찰이 사라지고, 밤에 과자 사러 나왔던 5살 찬드니라는 아이도 사라졌어. 마을 사람들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푸자라고 하는 제례의식도 있어. 신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 말이야.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힌두교 아이들이라서 무슬림이 유괴해갔다는 소문들도 있었어. 인도에는 여전히 종교 갈등이 남아 있었단다. 과거에는 나라 때문에 나라까지 나눴잖니. 이런 와중에 경찰은 무슬림 청년 네 명을 아이들 유괴 혐의로 체포했단다. 그 중에는 자이의 친구 파이즈의 형 타리크도 있었어. 경찰의 이 행위는 행간에 떠도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얼마 후 이번에는 무슬림 남매인 카디파와 카비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어. 그렇다면 경찰에 갇혀 있는 무슬림 청년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풀어주어야 하는데 조사할 것이 남았다면서 여전히 경찰서에 있었단다.

 

2.

그런데 큰일 났다. 자이의 누가 루누가 사라진 거야. 아버지가 루누가 운동을 하고 집에 늦게 오고 그러니까 아버지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에 대들던 루누 누나를 아버지가 욱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뺨을 때렸어. 이 일루 루누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지 않고 시장에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남자와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사라지고 말았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루누 누나를 찾는 것 밖에 없었어. 실종된 아이들의 가족들과 도와주겠다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과 유령 시장 인근을 샅샅이 뒤졌단다. 그러다가 넝마주의 무리 중 한 아이가 쓰레기장에서 배낭을 하나 주었는데 그 안에 실종된 아이들의 소지품이 한데 모여 있었단다. 그리고 그 배낭을 버린 사람을 보았다고 했어.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떼를 지어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갔단다. 바룬이라는 사람으로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이고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단다. 마을사람들은 다짜고짜 묻지도 않고 바룬의 집으로 뛰어들어가 뒤져보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어. 경찰도 출동을 해서 일단 바룬은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단다.

바룬은 골든게이트라고 하는 고급 아파트에서 일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골든게이트에 몰려가 시위를 했지만 그들을 들여보내주지는 않았어. 경찰들도 출동을 했지만 경찰들도 마을 사람들을 말렸단다. 바룬이 일한 아파트에 경찰 대표가 가서 확인하겠다면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았어.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사라진 마당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지. 난동을 부리며 몰려 들어가 바룬이 일했던 아파트까지 밀고 들어갔단다.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그 집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집이었어. 그들이 살고 있는 빈민촌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 넒은 거실과 많은 방과 깨끗한 욕실.. 거실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했지. 그들이 이 곳에 온 이유를 잊을 만큼 마을 사람들은 집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어. 자이와 파리만이 집 구석구석 의심 나는 물건이 없는지 찾아 다녔고 수면제와 주사기를 발견하여 경찰에 넘겨 주었단다. 하지만 루누 누나를 비롯한 사라진 아이들도 그곳에는 없었어.

며칠 뒤 바루은 아이들을 죽여 곳곳에 유기했다고 했어. 루누의 가족들은 이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루누 누나를 찾으러 다녔어. 경찰들도 이제는 실종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시신을 찾는 일로 업무를 바꾸었단다. 바루가 일했던 아파트의 여자 주인도 바룬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했어. 인신 매매, 신장 매매, 아동 포르노 제작 및 유통 등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범인들은 모두 체포되었지만 사라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주인공 자이의 누나 루누는 돌아올 줄 알았단다. 하지만 결국 루누 누나도 돌아오지 못했단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소설을 끝맺음 했다고 했잖아.

현실에서는 사라진 아이들이 돌아올 확률보다 못 돌아올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읽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루누 누나 또는 사라진 아이들 모두 기적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내도 좋았을 것 같은데

….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든 범죄는 최악의 범죄란다. 가할 수 있는 최악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범죄자들은 인간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싶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멘탈이 살아 있을 땐, 열여덟에서 스무 명쯤 되는 넝마주이 소년을 거느린 대장이었어.

책의 끝 문장: 두꺼운 구름과 스모그와 심지어 엄마의 신들이 이 세계를 다음 세계와 분리하기 위해 쌓아놓은 장벽까지 꿰뚫을 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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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85-86)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갈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 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김약국은 연순이가 어릴 때 봉제 영감이 그랬듯이 용혜를 노랭이라 부르며 사랑하였다. 다른 딸들은 모두 머리털이 칠빛처럼 검었는데 용혜만은 밤색 머리칼이었다.

 

(206)

논쟁에는 흥미가 없다. 하여간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207)

나를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과소평가를 하는군.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교묘한 회피군요. 물론 나도 역사는 그 당대에서 끝나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나면 다시 시작되죠. 마치 사람이 죽고 또 사람이 태어나듯이……”

되풀이되는 건 없으니만 못하다.”

왜 되풀이되는 거요. 진화하는 거죠.”

 

(302)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叫喚) 속에 옥색 서린 아침, 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새벽별은 밝고 축림, 전화도, 장대 방면에서는 호박, 고구마, 야채 등을 이고 지고 북문 안을 넘어서는 촌부들, 안뒤산 큰개, 작은개에서는 조개를 이고 충렬사를 지나오는 아낙들, 발개와 첫개에는 어장 배에서 생선을 받아가지고 판데굴을 지나오는 장사꾼들, 삼면 바다에서는 기관선으로부터 통구멩이까지 해초, 생선을 실은 어부들이 바다의 새벽을 뚫는다. 아니 그뿐이야. 통영 읍내에서도 비단 장수, 화장품 장수, 실 장수, 과일 장수, 본시장의 모든 장가꾼들은 서둔다. 이 무수한 움직임과 발소리들은 새터로 향하는 것이다. 새벽이 걷히고 옥색 아침이 서리면 읍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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