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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논문을 써야 하는 학생에게는 미래이고,

내일 아침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김과장에겐 밥벌이다.

피 끓는 청춘에게는 연애의 방법이며,

누군가에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마음의 위안이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자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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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쓰기는,

솔직함이다. 간결함이다.

꾸준함이다. 비유하기다.

돌려까기다. 웃기기다.

정확함이다. 삐딱함이다.

.

.

.

.

.

지옥훈련이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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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소문난 책]

이 책은 재미있다고 소문난 소설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출간했을 때도 신간 소개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표지 디자인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란 책이 성공한 이후로, 파스텔 톤의 단색 바탕에 손글씨로 쓴 듯한 책제목의 표지이런 스타일의 책 디자인의 많은 소설들이 출간되었다. 이런 것도 아류작이라고 하면 아류작 아닐까? 책표지 디자인의 아류작 말이다. 이 책도 또 그런 디자인의 책이 나왔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하늘색의 파스텔 풍의 단색 바탕에 손글씨로 쓴 듯한 제목이 써져 있고, 까칠한 주인공 오베의 캐릭터 그림으로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인기가 꾸준했다. 그렇게 재미있나? 내가 표지에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여기저기에서도 추천을 하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다. 바로 전에 <이기적 유전자>를 힘들게 읽어서 좀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은이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다. 지은이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사람이고, 이 소설이 그의 첫작품이라고 한다. 책날개의 지은이 약력을 보면 이 사람이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글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출간해달라고 요청에 따라 출간을 했다고 한다. 그의 모국 스웨덴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잭 니콜슨이 열연했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란 영화다. 재미있어서 몇번을 본 영화다. 남들이 보기에 아주 냉정하고 까칠한 남자 주인공은 사실은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고, 로맨티스트였다. 그 남자 주인공은 성격이 괴팍하기까지 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그가 동성연애자를 보살펴주는 장면도 있는데,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동성연애자를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는 주인공이 강아지와 엮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고양이와 엮이는 장면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 영화가 연상되었던 것이다. 이 오베라는 남자 또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것은 맞고,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전형화된 캐릭터였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분들은 리뷰는 여기까지만 읽기를 바란다.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오베였던 남자]

소설 속 오베는 59살로 아내와 여섯 달 전에 사별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침마다 동네를 돌면서 주차 금지에 주차한 차를 보면 참지 못하고자전거도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세워져 있으면 보관소에 넣어버리는 그런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영역에 남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고, 이웃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한 그런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까칠함 뒤에 숨어 있는 포근한 사랑이 있다고나 할까? 어떻게 그가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알려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필요가 있다.

오베의 어린시절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그러다가 오베 나이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었다. 오베의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분이었는데, 철도회사는 그런 분의 아들인 오베를 아버지를 대신해서 그 회사에서 일하게 해 주었다. 오베도 그런 아버지를 쏙 닮아서 올곧고 도덕을 중시했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했다. 그게 너무 지나쳐서 누명을 쓰고도 양심에 따라 남을 고발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소냐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소냐는 오베에게 너무 과분한 여자였다. 고 오베는 생각했다. 아름답고, 책을 몹시 사랑하는 여인이었고, 무엇보다 오베를 사랑했다. 둘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오베는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자치위원회의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소냐가 임신 중에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서 아이는 유산하고, 소냐는 하반신 장애로 아이를 못 가질 뿐만 아니라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냐는 그 장애에 굴복당하지 않았다. 존경 받는 교사가 되었다. 오베도 평생 소냐를 사랑하고, 소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러던 소냐가 4년 전 암에 걸렸다. 그리고 6개월 전 소냐는 세상을 떠났다. 오베에게 있어 소냐는 삶의 이유였다그런 소냐가 세상을 등지다니이후 오베의 삶은 소냐의 묘지에 가서 잠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거기에 오베는 직장에서마저 실직을 하게 되었다.

 

[자살 시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베는 자살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냐의 곁으로 가기로 했다. 그에게 있어 소냐가 없는 삶은 살아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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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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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는 자살을 하기 전, 이것저것 살폈다. 누가 까칠한 성격 아니랄까 봐. 거실 한 가운데 목을 매달아 죽을 결심을 했는데, 나중에 자신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거실에 흙 묻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닐로 거실 바닥을 깔아 놓았다. 이제 소냐를 만나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밧줄에 목을 걸었는데그만 밧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자살 실패. 오베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요즘은 밧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자살하기로 했다. 자동차 안으로 배기가스를 들어오게 하고 그곳에 잠들려고 했다. 차고에서 죽으려고 했다.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소리가 계속 그의 귀 안으로 들어왔다. 차고 문을 심하게 끊임없이 두들기는 소리.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자살은 다음에 하면 되니까.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일단 누구인지 보려고 나갔다. 화를 내며 나가보니 옆집에 사는 임신중인 이란 여자 파르바네가 서 있었다. 그의 옆집은 패트릭이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 파르바네그리고 일곱살 난 딸과 세살 난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파르바네의 남편 패트릭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응급차에 실려갔다면서, 자신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오베는 남자가 되어서 그런 것 하나 못하나 투덜거리면서, 파르바네와 그녀의 두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가 파르바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오베의 행동 기준은 죽은 아내 소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가 기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냐라면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도와준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베도 그 스스로 착한 심성을 분명이 가지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파르바네의 두 딸을 보살펴 주기까지 하고다시 집까지 그들을 데려다 주었다. 파르바네는 차 안의 짙게 배여 있는 배기가스 냄새와 고무 호스를 보고 걱정했다. 파르바네가 눈치를 챈 것이다.

오베의 세번째 자살 시도는 열차에 몸을 던지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관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직전에 선로로 몸을 던지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계획 직전 어떤 사람이 발작을 일으키며 선로에 떨어졌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를 구할 이는 역시 오베뿐이었다. 오베는 되는 일이 없다며 또 투덜거리며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해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기회였다. 자신이 죽을 수 있는 기회. 올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어쩌면 그럴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멀리서 그 장면을 본 기관사는 기차를 멈춰 세웠다. 이번에도 오베는 살아났다. 그에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실패한 것이다. 이 일로 그는 영웅이라는 호칭까지 생겼다. , 젠장.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

그는 일이 계속 꼬이게 되었다. 동네에 길 잃고 얼어 죽을 뻔한 고양이를 그가 떠맡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고양이를 맡지 못할 사정들이 있었는데, 오베는 그런 사정이 없었다. 전혀그 고양이를 떠맡게 되면서 예전에 소냐가 좋아한 고양이 어니스트도 생각이 났다. 이 고양이를 두고 어떻게 자살을 하나. 고양이가 건강해지자 그는 다시 시도하였다. 소냐의 곁으로 가는 것. 그는 네번째 자살시도를 했다. 이번에는 한번에 끝낼 수 있는 권총자살최근 동네에 강도가 출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의 집에 얼쩡거리는 이들을 보게 된 것이다. 동네를 위해서는 저 강도를 잡아야 했다. 다시 자살은 잠시 뒤로그는 그 강도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가 가끔 가던 술집에서 일하는 건실한 청년 지미와 그가 일하는 술집의 젊은 사장인 동성애자였다. 아버지가 그의 정체, 즉 동성애자임을 알고 내쫓았고, 그는 갈 곳이 없어서 오베에게 온 것이다. 하루만 재워달라고 말이다. 엄동설한에 그를 재워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자살을 할 때마다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오베는 이번에 실제 강도를 만났다. 강도로부터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입원까지 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그렇게 죽기 어려웠는데, 잘못했으면 한번에 죽을 뻔했다. 그가 퇴원한 이후에 그는 파르바네 식구들을 비롯한 이웃들과 잘 지냈다. 특히 파르바네의 두 딸들은 그를 좋아했다. 이제 오베는 또다른 행복이 있음을 아는 것 같았다. 오베는 파프바네의 첫째딸이 생일선물로 아이패드를 갖고 싶다고 해서 한번도 컴퓨터를 해보지 않았던 그가 아이패드를 사러 가는 노력도 했다. 그는 컴맹에 아이패드란 존재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웃집 청년 지미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소냐에게 가는 시간을 미뤄지만, 그는 행복하게 잘 지냈다. 그리고 소냐의 묘지에도 수시로 가서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소냐가 원하는 것도 오베의 이런 삶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어느 아침 그는 홀연히 오베는 소냐에게 갔다. 처음에는 오베가 자살을 한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아주 자세한 유서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다시 읽어보니 자살은 아니고, 아마 그가 큰 병이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어서 유서도 써 놓았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많은 재산을 파르바네를 비롯한 이웃들에게 주라고 했다. 그리고 장례식도 간소히 하라고 했지만, 삼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를 추모했다. 그렇게 오베는 소냐를 만나러 갔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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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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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랑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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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읽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된 1976년 이후 줄곧 과학분야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을 시작으로 관련분야에 관한 많은 책들을 썼고 대부분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지만, 유시민, 최재천 등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준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추천하면서 책의 내용을 대충 이야기해주어 책의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들이 너무 좋게 평했기 때문에 꼭 읽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어느날 알라딘 중고서점에 싼 가격에 이 책이 올라왔길래 구입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첫 출간 이후 1989년 개정판을 냈고, 2006년에 출간30주년 기념으로 한 번 더 개정판을 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2006 30주년 개정판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쉽지 않다.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문맥을 잡기 쉽지 않다. 책 읽는 속도도 너무 느리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앞부분을 읽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는 소리 내어 읽기도 했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아직 이런 과학서적을 읽어낼 깜냥이 되지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도 살짝 했다. 하지만, 솔직히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한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번역을 문제 삼는 글들이 많았다. 어떤이는 이 책의 원작을 직접 소개하면서 잘못된 번역들을 일일이 지적하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가 1989년 첫번째 개정판 때 추가한 60페이지 분량의 후주는 책에 포함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예의 없는 번역이다. 많은 독자들이 불만과 이슈를 재기해서인지출판사는 2010년에 다시 개정판을 냈다. 그 책은 번역도 한 사람이 추가되었고, 문제가 되었던 후주도 추가했다. , 책을 절반을 읽고 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덮고 2010년판을 찾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 책은 일단 다 읽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2010년판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힘겹게 다 읽어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자연선택설의 주체는 결국 누구?]

이 책의 주제는 간단하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주체는 다름 아닌 유전자. 바로 이것이 주제다. 많은 과학자들의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주체로 개체다, 그룹이다, 종이다, 유전자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는 그 주체를 유전자라고 주장하고, 그것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를 비롯한 동물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유전자들이 그들의 종족 유지를 위해 조종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자로써, 그는 이 책을 동물 행동에 관한 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결론은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라는 것이다. 자연선택설의 주체 단위가 개체라고 생각해보자. 이럴 경우,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 이타적인 개체를 설명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룹이 자연선택설의 단위라고 하떨가? 그렇게 되면 유전의 법칙에 의해 이기적 개체들이 늘어나게 되게 되고, 결국 이기적 개체들만 남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자연선택설의 단위는 뭐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유전자인 것이다.

...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가장 최적의 물질이 오래 생존하는 최적자 생존 또는 안정자 생존이란 법칙에 의해 보존된다고 한다. 그것은 생명체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분자 상태가 안정한 상태이면 분자 상태로 존재하고, 원자 상태가 안정한 상태인 물질은 원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 최초로 생명체가 발생한 시점을 살펴보자. 여러 가지 반응에 의해 아미노산이 생성이 되었을 테고그것에서 시작하여 생물이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때 생명체는 안정한 상태로 있으려고 했고, 그런 생명체들은 그 안정한 상태를 마구 복제를 했다. 자신을 복제하는 생명체를 자기복제자라고 한다. 자기복제자가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세가지가 있는데, 먼저 장수해야 하고, 그리고 그 수가 많아야 하고 마지막 조건은 복사의 정확도라고 한다. 유전자들은 이런 것들을 갖추었고, 그들 또한 진화해서 자신들이 오래 살아가기 위해 보호막을 만들었을 거라고 한다. 그 보호막이 바로 생명체, 즉 생존기계라는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들이 모두 생존 기계란 소리다. 그리고 유전자들은 더 오랫동안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우수하고 더 효과적인 생존기계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한 보호막이 된 것이다. 그런 과정이 바로 진화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생겨난 것은 바로 유전자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생겨난 것들이다. 최초 자기 복제자는 아마 DNA와 연관된 분자일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몸은 일시적인 유전자의 조합 임시 운반체일 뿐이고 유전자는 번식을 통해 오랜 생명연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염색체는 이런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유성생식은 염색체를 반반씩 만나 또다른 염색체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기계를 왜 늙게 두는가? 그리고 왜 죽게 두는가? 만약 모든 생명체가 죽지 않고 산다면, 자원 부족으로 곧 생명체가 멸종하게 될 것이다. 똑똑한 유전자가 이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유전자의 생존 기계를 언제 없애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다음 세대를 번식한 다음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개체를 죽이는 것에 관련된 치사 유전자는 생식활동이 끝난 다음에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개체의 보살핌이 필요 없어지게 되면 치사유전자가 출현하기 시작해서 결국은 그 개체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 즉 다른 생존 기계로 옮겨 탄 후 쓸모없는 기계는 없애겠다는냉철한 킬러와 같은 존재그것이 바로 유전자인 것이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지만, 너무 설득력이 있다.

 

[천재 유전자]

, 그럼 이타적인 개체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신들의 개체를 희생하면서 다른 개체들을 살려내는 것은 비단 사람들 사이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 이타적인 모습은 근친간에서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자식을 위해서라면 희생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동물들도 자기 새끼들은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히 다루고 있다왜 그럴까? 그것은 근친간에 자신과 같은 유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식들은 나보다 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도 자식들 몸 속에 있는 유전자가 더 오래 살아야 그들의 존속에 유리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타적인 개체들의 행동은 바로 자신의 희생으로 더 많은 유전자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을 근친도라는 용어로 설명해준다. 지은이는 각 가족관계에 따라 근친도를 계산하고몇명을 살리고 죽어야 유전자에게 유리한지 계산한다고 한다. 그 계산할 때는 살려야 하는 개체의 남은 수명도 고려한다고 한다. 지금 내가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것도 유전자가 조정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허무감이 든다고 한다. 나란 존재를 도대체 무엇인가? 유전자들에 의해 조종되는 생존기계. 그것이 정녕 나의 실체란 말인가?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인구 증가의 조절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보통 출산율과 사망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바로 유전자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 새의 경우는 낳는 알 수도 몇 개가 최적인가를 계산한다고 한다. 몇 개를 낳아야만 자원이 부족하지 않고 종족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에서 보면 수컷보다는 암컷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더 크고, 그리고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일반적으로 더 각별하다고 한다. 이런 것도 모두 유전자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암컷은 자신의 자식이 확실히 자식이라는 것을 알지만, 수컷인 경우는 자신의 자식일 확률이 100%는 아니라는 것이다. 암컷이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자식이 너의 새끼라고즉 근친도에 있어 수컷은 암텃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근친도가 높은 암컷이 새끼에게 있어 더욱 이타적인 개체가 되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보면 외할머니가 친할머니보다 근친도가 더 높은 것이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동물의 행동, 인간의 행동을 모두 유전자의 입장,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유전자의 종족 유지에 유리한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설명들이 오묘하게 합리적이라서 반대할 수 없게 만든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반박하는 학자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의 주장의 타당성에 반기를 들 수가 없다. 그저 한가지 지은이한테 묻고 싶은 것만 생겼다.

 

[묻고픈 것]

그럼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종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유전자들이 조정을 하는 기계들이 그들의 터전을 망치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은 잘못하면 그들의 멸종을 가져다 줄 수 있는데, 그것을 멈추고 있지 않다. 도대체 왜 유전자는 그들의 생존기계를 지구파괴자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의 대답을 듣고 싶은 대목이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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