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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소문난 책]
이 책은 재미있다고 소문난 소설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출간했을 때도 신간 소개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표지 디자인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란 책이 성공한 이후로, 파스텔 톤의 단색 바탕에 손글씨로 쓴 듯한 책제목의 표지… 이런
스타일의 책 디자인의 많은 소설들이 출간되었다. 이런 것도 아류작이라고 하면 아류작 아닐까? 책표지 디자인의 아류작 말이다. 이 책도 또 그런 디자인의 책이
나왔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하늘색의 파스텔 풍의
단색 바탕에 손글씨로 쓴 듯한 제목이 써져 있고, 까칠한 주인공 오베의 캐릭터 그림으로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인기가 꾸준했다. 그렇게 재미있나? 내가 표지에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여기저기에서도 추천을 하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다. 바로
전에 <이기적 유전자>를 힘들게 읽어서 좀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은이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다. 지은이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사람이고, 이 소설이 그의 첫작품이라고 한다. 책날개의 지은이
약력을 보면 이 사람이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글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출간해달라고 요청에 따라 출간을 했다고 한다. 그의 모국 스웨덴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잭 니콜슨이 열연했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란 영화다. 재미있어서 몇번을 본 영화다. 남들이 보기에 아주 냉정하고 까칠한 남자 주인공은 사실은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고, 로맨티스트였다. 그 남자 주인공은 성격이 괴팍하기까지 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그가 동성연애자를
보살펴주는 장면도 있는데, 이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동성연애자를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는 주인공이 강아지와 엮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고양이와 엮이는 장면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 영화가 연상되었던 것이다. 이 오베라는 남자 또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것은 맞고,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전형화된 캐릭터였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분들은 리뷰는 여기까지만 읽기를 바란다.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오베였던 남자]
소설 속 오베는 59살로 아내와
여섯 달 전에 사별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침마다 동네를 돌면서 주차 금지에
주차한 차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전거도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세워져 있으면 보관소에 넣어버리는
그런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영역에 남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고, 이웃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한 그런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까칠함 뒤에 숨어 있는 포근한 사랑이
있다고나 할까? 어떻게 그가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알려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필요가 있다.
오베의 어린시절.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그러다가 오베 나이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었다. 오베의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분이었는데, 철도회사는 그런 분의 아들인 오베를 아버지를 대신해서 그 회사에서 일하게 해 주었다. 오베도 그런 아버지를 쏙 닮아서 올곧고 도덕을 중시했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했다. 그게 너무 지나쳐서 누명을 쓰고도 양심에 따라 남을 고발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소냐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소냐는 오베에게 너무 과분한 여자였다. 고 오베는 생각했다. 아름답고, 책을 몹시 사랑하는 여인이었고, 무엇보다 오베를 사랑했다. 둘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오베는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자치위원회의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소냐가
임신 중에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서 아이는 유산하고, 소냐는 하반신 장애로 아이를 못 가질 뿐만 아니라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냐는 그 장애에 굴복당하지 않았다. 존경 받는 교사가 되었다. 오베도 평생 소냐를 사랑하고, 소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러던 소냐가 4년 전 암에 걸렸다. 그리고 6개월
전 소냐는 세상을 떠났다. 오베에게 있어 소냐는 삶의 이유였다. 그런
소냐가 세상을 등지다니… 이후 오베의 삶은 소냐의 묘지에 가서 잠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거기에 오베는 직장에서마저 실직을 하게 되었다.
[자살 시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베는 자살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냐의 곁으로 가기로 했다. 그에게 있어 소냐가 없는 삶은
살아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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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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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는 자살을 하기 전, 이것저것
살폈다. 누가 까칠한 성격 아니랄까 봐. 거실 한 가운데
목을 매달아 죽을 결심을 했는데, 나중에 자신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거실에 흙 묻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닐로 거실 바닥을 깔아 놓았다. 이제
소냐를 만나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밧줄에 목을 걸었는데, 그만 밧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자살 실패. 오베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요즘은 밧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자살하기로 했다. 자동차
안으로 배기가스를 들어오게 하고 그곳에 잠들려고 했다. 차고에서 죽으려고 했다.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소리가 계속 그의 귀 안으로 들어왔다. 차고 문을 심하게 끊임없이 두들기는 소리.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자살은 다음에 하면 되니까.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일단 누구인지 보려고 나갔다. 화를 내며 나가보니
옆집에 사는 임신중인 이란 여자 파르바네가 서 있었다. 그의 옆집은 패트릭이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 파르바네, 그리고 일곱살 난 딸과 세살 난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파르바네의
남편 패트릭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응급차에 실려갔다면서, 자신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오베는 남자가 되어서 그런 것 하나 못하나 투덜거리면서, 파르바네와
그녀의 두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가 파르바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오베의 행동 기준은 ‘죽은 아내 소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가 기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냐라면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도와준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베도 그 스스로 착한 심성을 분명이
가지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파르바네의 두 딸을 보살펴 주기까지 하고, 다시
집까지 그들을 데려다 주었다. 파르바네는 차 안의 짙게 배여 있는 배기가스 냄새와 고무 호스를 보고
걱정했다. 파르바네가 눈치를 챈 것이다.
오베의 세번째 자살 시도는 열차에 몸을 던지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관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직전에 선로로 몸을 던지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계획 직전 어떤 사람이 발작을 일으키며 선로에 떨어졌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를 구할 이는 역시 오베뿐이었다. 오베는
되는 일이 없다며 또 투덜거리며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해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기회였다. 자신이 죽을 수 있는 기회. 올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어쩌면 그럴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멀리서 그
장면을 본 기관사는 기차를 멈춰 세웠다. 이번에도 오베는 살아났다. 그에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실패한 것이다. 이 일로 그는 영웅이라는 호칭까지 생겼다. 아, 젠장.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
그는 일이 계속 꼬이게 되었다. 동네에
길 잃고 얼어 죽을 뻔한 고양이를 그가 떠맡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고양이를 맡지 못할 사정들이 있었는데, 오베는 그런 사정이 없었다. 전혀…
그 고양이를 떠맡게 되면서 예전에 소냐가 좋아한 고양이 어니스트도 생각이 났다. 이 고양이를
두고 어떻게 자살을 하나. 고양이가 건강해지자 그는 다시 시도하였다.
소냐의 곁으로 가는 것. 그는 네번째 자살시도를 했다. 이번에는
한번에 끝낼 수 있는 권총자살. 최근 동네에 강도가 출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의 집에 얼쩡거리는 이들을 보게 된 것이다. 동네를 위해서는 저
강도를 잡아야 했다. 다시 자살은 잠시 뒤로… 그는 그 강도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가 가끔
가던 술집에서 일하는 건실한 청년 지미와 그가 일하는 술집의 젊은 사장인 동성애자였다. 아버지가 그의
정체, 즉 동성애자임을 알고 내쫓았고, 그는 갈 곳이 없어서
오베에게 온 것이다. 하루만 재워달라고 말이다. 엄동설한에
그를 재워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자살을 할 때마다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오베는 이번에 실제 강도를 만났다. 강도로부터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입원까지 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그렇게 죽기 어려웠는데, 잘못했으면 한번에 죽을 뻔했다. 그가 퇴원한 이후에 그는 파르바네
식구들을 비롯한 이웃들과 잘 지냈다. 특히 파르바네의 두 딸들은 그를 좋아했다. 이제 오베는 또다른 행복이 있음을 아는 것 같았다. 오베는 파프바네의
첫째딸이 생일선물로 아이패드를 갖고 싶다고 해서 한번도 컴퓨터를 해보지 않았던 그가 아이패드를 사러 가는 노력도 했다. 그는 컴맹에 아이패드란 존재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웃집 청년 지미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소냐에게 가는 시간을 미뤄지만, 그는 행복하게 잘 지냈다. 그리고 소냐의 묘지에도 수시로 가서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소냐가 원하는 것도 오베의 이런 삶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어느 아침 그는
홀연히 오베는 소냐에게 갔다. 처음에는 오베가 자살을 한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아주 자세한 유서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다시 읽어보니 자살은 아니고, 아마 그가 큰 병이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어서 유서도 써 놓았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많은 재산을 파르바네를 비롯한 이웃들에게 주라고 했다. 그리고 장례식도 간소히 하라고 했지만, 삼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를 추모했다. 그렇게 오베는 소냐를 만나러 갔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