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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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행복?]

이 책은 작년에 신간소개를 통해서 알게 된 책이다. 책표지가 독특해서 일까? 이 책에 많이 끌렸다. 그래서 가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보았다. 괜찮은 평들이었다. 귀가 얇은 나는 남들의 평이 괜찮으니,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제목. 행복만을 보았다. 그리고 파란색 꽃들이 그려져 있는 책표지무슨 내용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에서는 우리 인생의 가치는 얼마일까? 를 물어보았다. 왜 이런 질문을 던질까?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손해사정사. 그것도 원칙을 중시하는 손해사정사. 손해사정사가 어떤 사람이냐면, 교통사고 등이 났을 때 보험금에 대해 책정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 일을 냉혈한처럼 감정 없이 원칙대로 감정함으로써, 그가 소속된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앙투안. 주인공 앙투안이 7살 아들 레옹에게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를 통해 앙투안의 삶을 추리해보니,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다. 아내와 이미 이혼한 것 같고딸 조세핀과 아들 레옹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런 불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른이 된 앙투안은 그 불행을 계속 몸에 담아두고 사는 같았다. 그에게는 다섯 살 아래 쌍둥이 여동생들이 있었다. 이름은 안, 안나. 그런데 안이 일곱 살 때 갑자기 죽고 말았다. 어떤 병도 없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그 전부터 우울증을 겪고 있던 엄마는 가족들을 두고 집을 떠났다. 그 이후 아버지와 앙투안, 그리고 안나 그렇게 살게 되었다. 안나는 쌍둥이 언니가 죽고 나서 그 충격의 후유증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장 전체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단어들만 이야기했다. 마치 자신의 반을 잃어버린 것처럼안나의 말을 알아듣는 이는 별로 없었다. 물론 앙투안은 안나의 말을 알아들었다. 안나도 그렇게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나중에 토마스를 만나 둘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갔다. 토마스를 만난 후로 안나는 어린 시절의 불행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실패한 결심 = 다행]

앙투안의 아버지는 재혼을 했다. 새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 사랑했다. 아버지도 그렇게 새어머니와 만나면서 불행을 극복한 것 같았다. 그러면 우리의 주인공 앙투안은... 그도 겉으로 보기에는 어린 시절의 불행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괜찮은 직업도 갖게 되었고, 나탈리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조세핀과 아들 레옹도 낳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탈리는 앙투안만을 사랑하는, 안정적인 여자는 아니었다. 나탈리는 사랑에 굶주렸는지,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나기 일쑤였다. 레옹을 낳기 전부터 그랬다. 안나가 사랑을 통해서 불행을 극복한 것과 달리, 앙투안은 깨진 사랑으로 자신의 불행이 더욱 커진 것 같다. 그가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직장에서의 능력을 인정 받은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번의 동정으로 냉철함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 단 한 번의 일로 회사는 그에게 해고를 명했다. 그보다 회사는 더욱 냉철한 괴물이었던 것이다. 이후 앙투안은 재취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숨어 있던 불행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람 피워 집을 뛰쳐 나간 아내. 실직한 자신. 어린 자식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불행과 불안은 극에 달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과 함께 자살을 계획하려고 했다. 총도 샀다. 그가 계획한 날 밤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의 저녁이었다. 그리고 그는 잠든 조세핀에게 먼저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미 방아쇠는 당겼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총구를 트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늦어서 총알은 조세핀의 턱을 그대로 강타하고 피는 난자하고 조세핀은 그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 앙투안을 조세핀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정신병원으로 격리되었다.

 

[다시 태어나다]

앙투안은 그동안 경찰서에서, 정신병원에서 지내면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뒤 그는 프랑스를 떠나 멕시코 서쪽 해변가 마을에 이방인으로 살아갔다. 모든 과거를 숨긴 채... 호텔에서 청소를 하면서 착한 이방인으로 살아갔다.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면서 살아갔고, 가족들과 연락도 모두 끊었다. 어쩌면 그는 새로 태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곳의 이웃 중에 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났을 때, 차량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주고 차도 고쳐 주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천부적인 직업정신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이후, 앙투안은 이웃 사람들에게 합법적으로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런 이웃으로부터 사례금도 받아서 경제적 여유도 좀 생겼다. 이웃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 그는 더 이상 그 옛날의 괴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마틸다라는 여인과 사랑도 하게 되었다. 마틸다는 그의 옛 아내와 달리 그의 곁을 늘 지켜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드디어 그 옛날의 불행을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는 늘 조세핀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잘못으로 후회가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 퍼즐]

다행으로 조세핀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또 불행하게도 그녀의 얼굴은 그 예전의 어여쁜 얼굴은 아니었다. 턱 주변이 거의 날아갔으니 말도 제대로 못하고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얼굴은 흉측했다. 정신을 잃었던 조세핀이 깨어나고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엄청 컸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동생 레옹도 누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했다. 그렇게 누나의 복수를 하겠다고 했다. 엉덩이 살을 얼굴로 이식하는 등 큰 수술을 여러 번을 했다. 조세핀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나서 엄마와 엄마의 새 애인이 같이 사는 집에서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불행 그래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앞으로 조세핀은 평생 남의 이목을 신경 쓰며 살아야 했다. 이런 얼굴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런 조세핀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찾아왔다. 친구 사샤. 주근깨가 유달리 많던 사샤는 조세핀과 단짝 친구가 되었다. 사샤는 조세핀의 외모를 보지 않고, 조세핀의 예쁜 마음을 보는 그런 친구였다. 조세핀과 사샤의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그들의 우정은 조세핀의 불행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들의 우정은 행복으로 변하는 놀라운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우정은 조세핀의 불행을 작은 것으로 만들고, 조세핀의 불행을 만들었던 아빠에 대한 악한 감정도 조금씩 사그러 들었다. 그리고 꺼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용서'라는 카드도 꺼낼 정도가 되었다.

조세핀은 아빠를 만나러 가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조세핀은 아빠를 만나기 위해 멕시코로 날아갔다. 다시 만난 아빠는 그 옛날의 괴물이 아니었다. 사랑으로 불행을 극복한 착한 아빠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조세핀에게 미소를 보내고, 어깨를 감싸 안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것으로 조세핀과 앙투안의 마지막 행복의 퍼즐을 푼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곤 지은이는 마지막 한 페이지 한 가운데에 단 두 줄로 결론을 지었다. 어쩌면 당연한 말...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

이 책의 지은이는 그레구아르 들라쿠르라는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름이 너무 어렵다 오랫동안 외우기는 어려운 이름이다. 프랑스 사람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출신이라고 한다. 이름을 잘 외우고 있어야 다음의 그의 책을 만나면 또 한번 읽어볼텐데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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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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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교수님을 추모하며…]

가끔 어떤 책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 지은이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있다. 장영희 교수님. 그 분의 책들도 그런 책들이다. 지난 월요일(2016 5 9)은 장영희 교수님이 돌아가신 지 정확하게 만 7년이 되는 날이다. 어디선가에서는 장영희 교수님을 기리는 행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 나름대로 장영희 교수님을 추모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산 것은 좀 되었는데, 5월에 읽으려고 읽지 않고 있었다가 이번에 읽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이미 장영희 교수님께서 영미시를 소개해 준 책 두 권을 읽었다. <생일>이라는 책과 <축복>이라는 책이 그 책이다. 좋은 시를 소개해주고,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형식이었다. 시를 즐겨 보지 않던 나에게 시도 읽을 만하다.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가 많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들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봄에 출간을 했으니, 이미 장영희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다. <생일>이나 <축복>과 비슷한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했던 글들을 모아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일> <축복>이라는 책에서 봤던 시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책 맨 뒷 쪽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생일>, <축복>,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라는 책에서 계절을 노래한 시들을 선별해서 엮은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몇 편의 시가 기억났지만, 대부분의 시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시를 천천히 읽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모르고 있던 장영희 교수님의 또 다른 책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란 책을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다른 책 살 일이 있었는데, 이 책도 같이 구입했다. 잘 아껴두었다가 내년 5월에 읽어야겠다.

이번에 읽은 <다시, >이라는 책도 <생일>, <축복> 등의 책과 마찬가지로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했다. 두 분이 생전에 단짝이었던 것처럼 두 분의 글과 그림은 이 책에서 단짝이 되어 서로 잘 어울렸다.

 

[시를 찾아서…]

시집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좋은 시를 만나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그 시를 외우면 좋겠지만, 이제 나는 외우는 능력은 사라져버렸다. 쓰는 걸로 대신한다. 이번 책에서 나의 마음을 적신 시 몇 편을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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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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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 클로버

                    - 엘라 히긴슨

 

나는 해가 금과 같이 반짝이고

벚꽃이 눈처럼 활짝 피는 곳을 알지요.

바로 그 밑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네잎 클로버가 자라는 곳이 있지요.

 

잎 하나는 희망을, 잎 하나는 믿음을,

그리고 또 잎 하나는 사랑을 뜻하잖아요.

하지만 하느님은 행운의 잎을 또 하나 만드셨어요.

열심히 찾으면 어디에서 자라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믿음을 가져야 하지요.

사랑해야 하고 강해져야지요.

열심히 일하고 기다리면 네잎 클로버

자라는 곳을 찾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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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 모드 M. 그랜트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연분홍, 진줏빛 흰색꽃

만발한 과일 나무들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어라

꽃피는 나무 하나하나

커다랗하고 아름다운 꽃다발

새들과 꽃들의 달인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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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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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을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 하기에....

,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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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5월은.....
- 모드 M. 그랜트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연분홍, 진줏빛 흰색꽃
만발한 과일 나무들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어라
꽃피는 나무 하나하나
커다랗하고 아름다운 꽃다발
새들과 꽃들의 달인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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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감동하는가 - 클래식계의 괴물 조윤범의 감동 사냥법
조윤범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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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조윤범 에세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한가지, 지은이 때문이다. 보통 에세이를 선택할 때, 지은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주제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아무리 주제가 관심이 가더라도, 잘 모르는 지은이라면 책 선택하는데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지은이가 좋아하는 이라면 주제에 크게 관심 없이 그의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조윤범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연주가다. 연주가라고 하기에는 그가 하는 분야가 너무 다양하지만, 그의 본업은 바이올리니스트니까 연주가임은 분명하다. 현악 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기도 한 조윤범. 그런데 콰르텟엑스의 이름은 잘 안 외어진다. 연주단 이름이 좀더 쉬운 이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윤범이 이끄는 현악사중주단 이름이 뭐였더라? 이렇게 된다. 공연이라도 한번 보면 모를까? 그런 적도 없다. 조윤범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의 연주도 직관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맞나?^^ 비록 그의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그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클래식 강의를 즐겨 보았고, 나중에 그것을 유투브에서 다시 보았고, 몇 년 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었고, 그가 쓴 책들을 보았다. 이 정도면 그를 좋아한다고 할 만하지 않나?^^

이번에 읽은 <나는 왜 감동하는가?>는 전형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솔한 인간 조윤범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의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등등... 물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감동은…]

제목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질문을 나한테 적용해 봤어. 나는 왜 감동하는가? 그리고 나는 언제 감동하는가? 최근에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서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내가 감동을 받은 순간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우리집 아이들. 아이들 자체가 나에게 감동이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해서 아빠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동이고, 그저 생각만 해도 감동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빼고 나면 나는 무엇에 감동을 받는가? 생각해 보았다. 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은 많지만입에서 저절로 정말 감동받았다고 한 적이 오래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도 ", 감동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오래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이 메마른 것인가? 어쩌면 우리집 아이들이 나에게 너무 큰 감동을 주어, 웬만한 감동은 감동처럼 느껴지지 않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 조윤범은 이 책을 열면서 감동을 쉽게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연주자인 지은이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한 직업인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동의 표현을 보고 자신도 또한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나의 직업은? 나의 일로 다른 이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를 생각하니후후..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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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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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감동이 필요할까? 감동은 행복과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동이 많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감동을 주고 받는 세상.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음악]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모두 그것으로 밥벌이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공을 바꾸고, 그냥 회사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밥벌이도 하니, 행복이 가득할 것 같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면 그래 보인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한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음악에 관련된 취미가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연주할 줄 아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꼭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다면 피아노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오래된 아내의 피아노로 집에서 독학으로 연습을 하기도 했었지만, 열정이 부족해서 중단하고 말았다. 다시 마음을 먹고 배우고 싶다. 그런데, 손가락과 머리가 굳을 대로 굳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지은이 조윤범이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글이 있어 발췌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친다. 이 글을 읽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났다. “음악 없는 인생은 물 없는 사막 여행이다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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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돈과 성공 그 이상의 무엇이다. ''은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이용해 다른 것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성공'이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당신의 아이를 인생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을 모르고도 살 수는 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도 숨을 쉴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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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9쪽)

음악은 돈과 성공 그 이상의 무엇이다. `돈`은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이용해 다른 것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성공`이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당신의 아이를 인생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을 모르고도 살 수는 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도 숨을 쉴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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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9쪽)



열정이 행복을 만든다. - 버트런드 러셀 (15쪽)



카리스마와 강압적인 것은 혼동되기 쉽다.

사람들이 리더의 순수한 의지에 감동하고 존경을 느꼈다면 그것은 카리스마다.

그러나 리더가 주는 공포 때문에 질서가 잡힌다면 그것은 강압적인 것이다.

후자는 일시적인 효과만을 가져온다.

강압적인 지휘자는 결과적으로 완벽한 연주를 해서 

모두가 자신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의 적들, 즉 단원들은 자신들이 아니라 

지휘자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주하게 된다.

관객들은 완벽함에 박수 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경험하지 못한다.  (42쪽)




잠깐, 정신을 차리자. 문제는 언제나 해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54쪽)



음악은 돈과 성공 그 이상의 무엇이다.

'돈'은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이용해 다른 것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성공'이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당신의 아이를 인생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음악을 모르고도 살 수는 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도 숨을 쉴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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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는…]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책제목에 앨런 튜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운의 수학자로 알려진 앨런 튜링에 대해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앨런 튜링.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에 대한 암호를 풀어낸 사람으로, 그것으로 인해 전쟁을 몇 년을 앞당겨 끝나게 하고,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고 한다. 그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의 암호의 경우의 수는 세기도 어려운 158,962,555,217,826,360,000라고 한다. 그 암호를 푼 사람이 바로 앨런 튜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보안 상의 이유로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갔고, 전쟁 중에 있었던 그의 기록과 업적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또 세간에 이목을 끈 것은 청산가리를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하고 나서이다. 누군가는 애플의 로고가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서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좀더 찾아보니, 앨런 튜링의 세계대전에서의 활약상은 나중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에 의해서 알려졌다고 하고, 2013년이 되어서야 그의 업적이 복권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가 있어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개념. ,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착안한 사람도 바로 앨런 튜링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앨런 튜링에 대한 소설이다. 어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젊은 경찰이, 앨런 튜링의 자살을 접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해가면서, 결국 그가 전쟁의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 그런 내용이다.

작년 초에 우리나라에서 앨런 튜링에 관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었다. <이미테이션 게임>. 남자 주인공은 영드 <셜록>에서 셜록 홈즈의 역할로 나온 베네딕트 컴버배치이고, 여자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이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꼭 봐야지 하면서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찾아서 봤다. 이 책의 책띠에 <이미테이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은 소설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많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도 소설만큼 괜찮았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지은이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라는 스웨덴 사람인데,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 때문에 책을 집어 든 이유는이 사람이 <밀레니엄> 시리즈 4부의 지은이로 공식 선정되었다고 해서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으나, 3부까지 쓰고 지은이가 심장마비로 죽어서 나를 비롯한 전세계의 <밀레니엄>시리즈의 팬들을 슬프게 했다. 그는 원래 10부작까지 쓰려고 했는데 3부에서 중단되고 만 것이다. 그런 <밀레니엄> 시리즈의 4부의 작가로 선정되었다니..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쫙 올라갔다.

 

[어떤 동성애자의 자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여덟 살 코렐이라는 젊은 형사다. 1954 6월 영국. 어떤 가정부의 신고로 사망 사고가 접수되었다. 그 죽은 이의 집에 들어갔는데, 온통 복잡한 실험장치와 독극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강한 아몬드향이 가득 찼고, 시신 옆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있었다. 강한 아몬드향. 그것은 청산가리 냄새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청산가리도 발견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앨런 튜링. 대학 교수였다. 그의 집에는 복잡한 기계와 독극물도 많았고, 그리고 그의 수첩에는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이 적혀 있었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특이한 물건으로는 전쟁훈장이 있었다. 수학자의 집에 왜 전쟁훈장이 있지?

코렐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수학자의 죽음을 접하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에 대한 조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가 적어 놓은 수학공식에 대한 것도 풀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코렐에게 앨런 튜링의 자살 사고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수학자가 고위 공무원과 인맥이 있다? 코렐은 앨런 튜링을 조사해보니, 3년 전인 1951년 집에 절도범이 들어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절도범이 집에 들었는데, 없어진 물건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것이 더 수상하게 여겨서 그를 조사했더니,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앨런 튜링은 속이고, 잔머리를 굴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야 동성애자가 불법이 아니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앨런 튜링은 동성애 범죄로 당시 경찰의 취조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코렐이 조사하게 알게 된 것들이다. 이 사건은 동성애자인 수학 교수가 자살을 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왔지?

 

 

[과거가 사라진 남자]

코렐을 도서관이나 경찰 자료 등에서 앨런 튜링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다. 하지만, 그가 케임브리지 교수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앨런 튜링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동성애로써의 앨런의 애인인 19살 머레이를 만났다. 앨런은 전자두뇌를 만든다고만 했고, 과거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존 튜링. 앨런의 형이 시신을 확인하려 왔고, 코렐은 그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런은 1951년 동성애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의사들은 앨런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에스트로겐 주사를 놓았다고 한다. 에스트로겐? 그건 여성호르몬인데... 동성애자에게 남성호르몬이 아닌 여성호르몬을? 이해가 잘 안 간다. 의상의 실수인가? 코렐이 조사를 좀 해보니, 에스트로겐 주사를 맞으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앨런의 자살이 이 에스트로겐의 주사에 의해 생긴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미 남성호르몬을 동성애자들에게 써보았는데, 효과가 없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주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근거없이 임상 실험을 한 것이다. 존 튜링은 앨런이 전쟁 때 무슨 중요한 일은 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 사고사일 가능성은 없는지 코렐에게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앨런이 평소 덤벙대고 주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독극물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먹을 가능성은 없는지 물어 본 것이라고 한다. 코렐은 청산가리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

코렐은 앨런이 로빈이라는 사람한테 몇 년 전 쓴 편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당시 앨런의 고민이 묻어 있었다. 동성애 사건으로 재판을 자주 받아 괴롭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들’은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헌신한 사람들부터 제거될 수 있는 두려움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앨런은 전쟁 때 무슨 일을 한 걸까? 그리고 코렐은 어쩌면 앨런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의심을 했다. 편지는 일단 자신만 보고, 동료 경찰 등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전쟁의 영웅]

검시관은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앨런이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코렐은 혹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없냐고 돌발 질문을 했다가 상사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그런데, 그 돌발행동으로 그에게 프레드릭 크라우스라는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찾아왔다. 그와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몇몇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코렐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전쟁 훈장을 받았다는 것. 앨런이 전쟁 중에 지능을 가진 기계를 제작했다는 사실. 그리고 체스 챔피온인 휴 알렉산더도 앨런과 같은 전쟁 훈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정보들로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했다.

코렐은 좀더 공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휴가를 쓰고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 가서 앨런이 주려고 했던 편지의 주인공 로빈 교수를 만났다. 로빈은 코렐을 경계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코렐에게 호감을 가졌다.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하니까로빈은 놀라면서도 즉답을 피하고 피파드라는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다. 코렐은 피파드를 만나러 갔다. 피파드는 이미 코렐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파드은 전쟁 중에 코렐을 고용한 정부기관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코렐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 피파드는 그 전에 코렐을 찾아온 고위 공무원들, 즉 팔리와 서머셋과도 아는 사이였다. 코렐은 피파드에게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더니, 피파드를 코렐을 내쫓듯 보냈다.

이런 코렐의 추리를 어떤 이로부터 미행까지 받게 만들었다. 앨런의 편지 속에 적혀 있는 그들인가? 그는 미행 받다가 폭행까지 당해서 중상을 입었다. 이 일은 금방 관련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전에 코렐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왔던 팔리가 코렐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 찾아왔다. 그리고 코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팔리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중상을 입은 코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코렐에게 앨런이 전쟁 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코렐이 추리했던 것처럼, 앨런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 교수로 일하다가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위해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가 내뱉는 말을 해석하는 일에 매달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가 있는 암호. 그것도 하루에 한번씩 바뀌는 그런 암호... , 하루 안에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에서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는 소리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블레츨리 파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암호해석의 패턴을 찾아내려고 했는데, 앨런 튜링은 접근 방식을 다르게 했다. 기계의 언어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이니그마'라는 기계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비용도 엄청나게 들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결국 앨런이 성공을 했다.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는 이제 한낱 숫자일 뿐 독일군의 암호는 바로 해석이 되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도 있었다. 독일군이 영국의 민간인을 수송하는 배를 포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을 막게 된다면 독일군은 영국이 자신들의 암호를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암호를 바꿀 것이다. 몇 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수송선의 공격을 막아줄 수 없었고,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독일군의 모든 잠수함을 비롯한 많은 군사시설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전세는 뒤바뀌어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우세가 되었고, 독일군의 항복까지 받아내어 전쟁을 끝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앨런이 만든 '기계'는 전쟁을 일찍 끝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던 것이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근거도 없는 강제 치료를 받고, 어쩌면 그 후유증으로 자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권력으로 개인이 희생당한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나는 또 다른 소설이 하나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은 로버트 해리스의 <이니그마>라는 소설이다. 세계대전 당시 '이니그마'의 암호해석을 하는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소설인데,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지은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밀레니엄> 시리즈 4부를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지만, 과연 스티그 라르손 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이 재미있긴 했지만, 스티크 라르손의 소설만큼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출간되면 꼭 읽어볼 예정이다.

...

아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다가 괜찮은 대사가 나와서 적어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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