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쏘다 - 김상옥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3
이성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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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이원규의 <약산 김원봉>이란 책을 본 적이 있어. 그 책에 나오는 의열단 단원들의 활약상에 크게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단다. 작년에 큰 인기를 끈 영화 <암살>과 올해 인기를 끈 영화 <밀정> 등에서 잇달아 의열단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의열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단다. 아빠도 예전에 읽은 <약산 김원봉>을 다시 들쳐보기도 했어. 그리고 김상옥이라는 매력적인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을 끄집어냈단다.

혈혈단신으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맞서 싸운 김상옥. 아빠는 혹시 그에 관한 책이 있는지 찾아보았어. 두 권 정도가 있더구나. 그 중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경성을 쏘다>라는 책이 있어서 산 것이란다. 역사 교양서 내지 평전의 장르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 책은 소설이더구나. 김상옥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빠가 생각했던 장르가 달라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을 통해서 김상옥이라는 사람을 대략 알게 되었고, 이중스파이로 그려진 일본경찰 황옥이라는 사람을 새로 알게 되었어. 이 소설에서는 김상옥과 황옥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나왔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이 만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하더구나. 소설적인 장치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은이는 후기에 적어 놓았단다.

아참, 아빠가 아직 영화 <밀정>을 보지 못했는데, <밀정>에 송강호가 연기를 한 일본 경찰의 실제 모델이 황옥이라고 하더구나. 시간이 되면 <밀정>이라는 영화를 한 번 봐야겠구나.

 

1.

그는 삼일 운동이 일어난 후에 독립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는 조직도 없고,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과 인맥도 없었어. 그저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신문을 만드는 것으로 독립운동을 했단다. 그는 서울역 폭파 사건에 감명을 받고 그도 폭파 계획을 세우게 된단다. 서울역 폭파 사건이라고 함은, 일본 경찰의 우두머리 중 한 명인 사이토를 겨냥하여 폭탄을 던졌지만, 아쉽게 그를 죽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건이란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파사건은 큰 이슈가 되었어.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그 폭탄을 던진 이가 다름 아닌 65세의 노인이었다는 사실이야. 강우규. 그가 배후도 없이 혼자 주도해서 벌인 사건이었단다. 김상옥은 그 사건에 감명을 받고, 경찰서 폭파 계획을 했지만, 그마저도 사전에 발각이 되어 도망을 가게 되었단다.  그때 그는 상해로 망명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임시정부의 일을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의열단을 이끌고 있는 김원봉을 만난 이후 그는 의열단이 되었어. 김상옥은 김원봉과 함께 대대적인 투쟁계획을 세웠어. 그 타겟은 서울로 정했지. 그런데, 누가 폭탄을 삼성한 경계를 뚫고 서울로 가지고 가느냐가 문제였어. 그때 이야기된 이가 일본 경찰로 있는 황옥이라는 사람이었단다. 황옥은 일본 경찰에 숨어 있는 밀정이라는 거야. 하지만, 백프로 믿을 수는 없었단다. 김원봉은 직접 황옥을 만나보기로 했어. 황옥은 출장을 핑계로 톈진에 왔고, 김원봉 일행도 톈진으로 향했어. 그곳에서 그들은 한 달 동안 만나면서, 서로 믿음을 쌓게 되었고, 서울에서 폭파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도 아직 의열단 내부에서도 황옥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어. 김상옥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어. 하지만, 김원봉은 황옥을 신뢰했고, 결국 황옥이 폭탄을 서울로 밀반입하게 되었단다.

 

2.

황옥이 폭탄과 함께 먼저 서울로 향했고, 김상옥은 얼어 붙은 압록강을 건너서 국내로 들어왔단다. 경성에 와서 동생 집에 숨어 지내곤 했지. 그런데 사전에 약속된 날짜가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었어. 어렵게 황옥과 접선에 성공했는데, 발각되었다고 했어. 폭탄이 경찰서에 있다고 했어. 누가 발설했는지 모른다고 했고, 현재로서는 피해를 최소하는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어. 그렇게 접선이 끝나긴 했는데, 김상옥은 아무래도 황옥이 계속 의심이 갔어.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는 자신도 잡힐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 고심 끝에 그는 단독으로 행동하기로 했어. 그리고 혈혈단신의 몸으로 종로경찰서에 포탄을 투척하고, 맞서 싸워서 인명 피해를 주었단다. 그리고 김상옥은 일본경찰을 피해 도망을 갔어. 열흘 동안 신출귀몰하면서 도망을 다녔는데, 결국 일본경찰에 위치가 노출되었고, 남아 있는 총으로 총격전을 벌었고, 나머지 한 방으로 자결을 했단다. 그렇게 그의 꿈은 미완으로 남게 되었단다.

황옥… 그는 과연 독립군의 밀정이 과연 맞는가. 아직도 그것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하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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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당연히 최도사는 거절할 리가 없고, 우리는 초가을 볕이 푸짐한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셨다. 투명한 가을 햇살이 꿀꺽꿀꺽 목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안주용 과자 몇 개를 내놓고 낮술을 마시니 골짜기 저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그래, 바로 이게 지리산의 맛이야하는 생각에 흐뭇한데, 시인이 한 김 올라 완성된 초록색 호박찜에 빨간 고추 고명을 얹어 내밀었다.

(81)

버들치 시인은 술잔을 쥐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는 내가 왜 버들치 시인을 좋아하는지 안다. 답답해하면서 왜 그를 보면 존경을 표하는지 안다. 그는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하고 남의 것을 남의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어지러운 시절에 그건 너무나 귀한 덕목이었다.

(107)

나는 공항에서 신문에 실린 그의 기사를 보았다.

한국 작가 회의의 젊은 문인들로 구성된 젊은작가포럼(위원장 임경섭)은 박남준 시인이 그 삶과 문학을 통해 욕망을 내려놓으려는 치열한 고뇌와 성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을 준다고 밝혔다.”

욕망을 내려놓으려는 치열한 고뇌와 성찰. 그 욕망에서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는 빠지리라. ‘그래도 좋다!’고 나는 생각했다.

(119)

쪼물락 쭈물럭

단단하던 감들이 만지면 만져줄수록

쪼글쭈글 시들어간다

축축 늘어진다

사람의 모난 마음도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면

둥글게 두리동동 동그래질 것이다

감을 깎다가 익거나 으깨져서 물러진 부분들

서걱 베어낸 곶감이 있다

그 베어진 상처 쪼물락 쭈물럭 조심스럽게 만져주었더니

그러니까 상처가 씻기고 치유되어서

동글동글~

(124)

나는 다르게 욕망할 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흘려보내기를, 저 산과 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여행을 많이 떠나고 누구보다 계절을 깊이 즐긴다. 봄이면 야생 달래와 냉이 그리고 산나물을 먹고 여름이면 천렵한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인다. 가을이면 송이버섯 열 개로 친구들과 풍성한 파티를 벌인다. 나는 지리산에 갈 때마다 삶이 단순할수록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절감한다. 그리고 똑 같은 양으로 내가 얼마나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가도 말이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이들이 소유한 것의 양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가 의신마을 최도사다. 그는 계절별로 두어 벌의 옷을 소유하고 있다. 아마도 언제든 어깨에 달랑 지는 바랑 하나에 짐을 챙겨 그는 먼 길을 떠날 수 있으리라. 내 주변의 많은 성직자, 수도자분을 보았지만 최도사만큼 적게 소유하고 있는 이는 보지 못했다. 스스로 내비도의 교주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가긴 간다.

(239)

여기 지리산이야, 꽁지야. 친구들이 와서 지붕 다 고치고 지네들이 고기 사 와서 먹고 갈 거야. 넌 글이나 쓰라니까.”

그래, 거기가 지리산이었다. 소유가 전부가 아닌 곳, 욕망이 다다른 곳, 지혜가 다른 곳. 나는 문득 또 생각했다. ‘알았어. 내가 책 팔아 돈 많이 벌어서 지리산 한편에 땅이라도 살게. 그래서 다들 편히 살다가 갈 수 있게 할게라고. 아마도 친구들은 또 지청구를 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그게 지리산 식이 아니라니까.”

(263)

유머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요즘 아재 개그라는 건 그러니까 유머가 아니다. 실소를 터뜨리게 하니까). 진정한 유머는 우선 교양, 그러니까 다양한 콘텐츠를 가져야 가능하고 그것을 구사하는 마음의 여유,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알아들을 귀 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머의 핵심은 남들이 은폐하는, 혹은 하려고 하는 진실의 과녁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데 있다. 우리가 만일 어떤 사람의 말에 웃는다면 그것이 진실의 과녁을 맞혔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벌거벗었어요.”도 그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진실의 과녁에 닿은 것은 힘이 있다.

부처나 공자나 예수(출생 연도순) 역시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친 데는 그들이 가진 진리의 감화력 외에도 연설의 유머가 큰 몫을 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웃기지 않는 무명의 연설자에게 대중이 몰려들기란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게 쉽다는 말은 지금은 위선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고리타분한 말일지 모르나 그 당시엔 얼마나 배꼽을 잡게 만들었을까. 그것이 얼마나 사실이며 듣는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주었기에 예수는 권력자들에게 죽기까지 했을까.

(326)

그의 요리를 먹은 후(어쩌면 내 나이 탓도 있겠지만) 나의 밥상도 변하기 시작했다. 소박한 것이 점점 좋아진 것도 그와 1년을 함께 한 탓이리라. 오늘 나는 찻물을 우리고 밥을 말아서 들기름에 볶은 김치랑 단출히 아침을 먹는다. 땅에 뿌리박은 모든 것들은 땅에서 길어 올린 것들을 도로 내놓고 땅으로 돌아간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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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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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2008년에 예상 밖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한 편 있단다. 그 책은 바로 세라 워터스가 쓴 <핑거스미스>란 책이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책. 이 정도면 영화로 나올 만하다고 생각했었어. 이미 2005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더구나. 그런데, 올해 다시 우리나라에서 각색해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단다. 노출 장면 때문에 많은 이슈가 있었던 영화 <아가씨> 아빠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탄탄해서, 이야기만으로도 잘만 만들면 성공했을 텐데, 노출 장면만 너무 부각되어 이야기의 힘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가씨>란 영화 때문에 영화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 그 소설을 쓴 세라 워터스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어. 아빠도 문득 오래 전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면서, 세라 워터스로 검색을 해보게 되었어. 그가 쓴 여러 책이 검색이 되었고, 디자인이 유달리 예쁜 이 책이 눈에 갔단다. 그래서 읽었어. 솔직히 이야기해서 <핑거스미스>보다는 별로였단다.

 

1.

이야기는 1940년대 몰락해가는 헌드레즈 홀의 한 귀족의 집에서 시작한단다. 주인공은 의사인 패러데이야. 패러데이는 30년 전인 1919년 열 살 때 엄마가 하인으로 일하는 에어즈 집안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에어즈 가의 집은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단다. 그런데 30년 전이 지난 1949, 그는 의사로써 그 집에 다시 가게 되었어. 에어즈 의 주치의는 동료 의사인 데이비드란 사람이었는데, 일이 있어서 대신 가게 된 거야. 에어즈 의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했어. 패러데이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만한데, 30년이란 시간은 에어즈 를 전혀 다른 집으로 만들었단다. 에어즈 가는 에어즈 씨가 죽은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에어즈 부인의 자존심으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었어. 첫째 딸 수전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죽었고, 둘째 딸 캐럴라인은 이제 스물일곱 살의 처녀였어.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에서 억척스러움도 가지고 있고, 장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들 로더릭이 있었는데,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었어. 하지만, 그는 에어즈 의 유일한 남자로써, 집안의 가장 역할을 충실해 해냈어. 그런 집에 패러데이가 방문했단다. 하인 베티가 아프다고 해서 진료를 해보니, 바로 꾀병인 것을 알았어. 베티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돌아갔어. 그런데 패러데이는 로더릭의 다리 부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자신이 최근에 개발한 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실험을 로더릭에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그것을 에어즈 가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에어즈 가에 들르기로 했어. 그러면서 에어즈 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어.

 

2.

에어즈 가의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는 에어즈 부인은 오랜만에 파티를 열기로 했어. 말은 안했지만, 에어즈 부인은 그 파티를 통해 캐럴라인이 결혼 상대를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었어. 하지만, 캘러라인과 로더릭은 그 파티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어. 집안 사정이 파티를 할 여건도 되지 않았고, 기분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파티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단다. 이웃집 베이커 하이드 부부의 어린 딸 질리언이 에어즈 가의 늙고 충실한 개 지프에게 얼굴을 물려 중상을 입었어. 다행히 그 현장에 패러데이가 있어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빠른 판단으로 조치를 취했지만, 얼굴에 난 상처는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남아있을 거야. 에어즈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 평상시 지프의 행동을 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 분명 질리언이 지프에게 장난을 심하게 쳤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질리언의 부모는 딸이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어. 최소한 지프를 죽어야 한다고 했어. 안 그러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지. 결국 패러데이가 에어즈 사람들.. 특히 지프에게 애정을 깊이 갖고 있는 캐럴라인을 설득해서 지프를 안락사 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단다. 그렇게 파티는 엉망으로 끝이 나고 말았어.

이 사건 이후, 에어즈 가에서는 이상한 일어났어. 로더릭이 자꾸 이상한 증세를 보였어. 밤에 넘어져서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기도 하고캐럴라인은 패러데이와 함께 로더릭 몰래 그의 방안에 들어가서,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해 패러데이에게 설명을 했어. 로더릭의 방에는 검게 그을린 듯한 이상한 자국이 있었어. 이 정체 모를 자국이 최근에 생겼다고 이야기했지만, 패러데이는 원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로더릭과 우연히 시내에서 만난 패러데이는 자신의 집에 로더릭을 초대했어. 로더릭이 무엇인가 숨기는 듯했어. 그래서 설득하여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게 했어. 로더릭은 파티가 열린 날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래. 그 일은 거울이 스스로 움직여서 깨지는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고 로더릭 자신도 심함 불안감과 공포를 느껴서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어. 이후에는 물건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그 움직인 물건들에 로더릭 자신이 걸려서 넘어지곤 했다는 거야. 패러데이는 의사이다 보니 그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고, 오히려 의사다운 의료적인 판단을 했단다. 패러데이는 공황장애와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고 판단을 했고, 그것을 로더릭에게 이야기했어. 그러자, 로더릭은 격분했어.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말이야. 아빠는 왜 로더릭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혹시 패러데이가 한 임상실험의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겠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단다. 패러데이는 로더릭이 걱정이 되었어. 그래서 캐럴라인에게 이 사실들을 이야기했어. 그러던 어느날 밤에 에어즈 가에 화재가 발생했어. 가족들 모두 로더릭이 불을 낸 것이라고 생각했어. 로더릭이 제정신이 아닐 때 말이지. 에어즈 가 사람들과 패러데이는 로더릭을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어. 당시 전쟁 후 후유증에 따라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3.

의사들이 하는 파티가 있었어.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을 초대했단다. 캐럴라인도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귀족의 장녀라고 하는 꼬리표를 떼고 스물일곱 살 젊은 아가씨로 돌아갔어. 그 모습을 보고 패러데이는 캐럴라인에게 은근히 끌렸어. 캐럴라인도 패러데이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집에 오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졌고, 키스 직전까지 갔지만, 캐럴라인이 갑자기 거부를 했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에어즈 부인이 오히려 둘 사이를 넘겨 짚었단다. 에어즈 부인도 패러데이가 나이가 많기 하지만, 캐럴라인의 짝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둘 사이는 그 어색함을 극복하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는데, 캐럴라인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어. 그런데, 그 동안 잠잠했던 집에서 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단다. 이번에는 전화벨이 저절로 울리고, 차임벨이 저절로 울렸어. 그리고 이 일로 에어즈 부인은 신경쇠약에 빠지게 되었단다. 이 증세는 점점 심해져서, 환각 증세까지 보이면서, 어렸을 때 세상을 뜬 첫째 딸 수전을 보았다고 했고, 자해도 시도했어. 패러데이는 에어즈 부인을 정신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는데, 이번만은 캐럴라인이 격한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 캐럴라인이 격하게 반대한 그 다음날 연락이 왔어. 에어즈 부인이 방에서 문을 잠그고 문 손잡이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거야. 옆에는 상실에 빠진 캐럴라인이 있었어. 그 어떤 위로가 필요하겠어. 이젠 그 큰 저택에 캐럴라인 혼자 있어야 하잖아. 물론 하녀들이야 있었지만정신병원에 있는 로더릭은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에어즈 부인의 장례식을 치르고, 패러데이는 결혼식을 빨리 하자고 독촉했어.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한 캐럴라인. 하지만, 결국 캐럴라인의 확신은 꺾이고 말았어. 그래서 결혼 며칠 전 결국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어. 패러데이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화를 터뜨리고 말았지. 이후 패러데이는 실연 당한 슬픔을 톡톡히 겪었단다.  그런데, 또 다시 그 집에서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 캐럴라인이 죽었다는 거야. 난간에서 떨어져서 1층으로그게 자살이냐, 아니면 사고사냐, 아니면 또다른 원인이냐목격자는 없었고, 하녀 베티가 죽은 캐럴라인을 발견한 것이 전부였단다. 결국 패러데이도 수사를 잠깐 받긴 했지만, 경찰은 캐럴라인의 죽음을 자살 또는 우발적인 사고로 규정했단다.

이제 남아 있는 페이지는 얼마 없는데, 진실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어. 지금까지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어떤 일들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지, 설명이…. , 그렇게 소설이 끝났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엇인가 심오한 진실과, 헌드레즈 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사실을이리저리해서 일어났던 일이다하는 말들을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지, 이 허탈감.

그런데, 옮긴이의 글을 잠시 읽다 보니,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소설의 화자는 패러데이였단다. 그러므로 이 글의 전부를 진실이라고 믿어야 하느냐 하는 의심이 들었어. 패러데이의 시각에서 쓴 거짓이 담겨 있다면그 생각을 하니, 패러데이그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헌드레즈 홀을 차지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조력자로써 베티가 있었던 것이고맨 처음 패러데이가 헌드레즈 홀의 에어즈 가에 오게 된 것도 베티의 꾀병이었잖아. 거의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 직전, 캐럴라인이 결혼을 깨버리자, 그 분노를 담아 캐럴라인을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다시 책을 펴서 마지막 페이지를 펴봤어. 대충 넘겨 읽었던 그곳에는 의미심장한 패러데이의 글이 있었단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간 창유리뿐이고, 거기에서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는 일그러진 얼굴은, 간절히 원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한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 지은이는 하인이었던 베티의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한 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일련의 사건을 목격했고, 주변에 있었던 베티의 시선으로 이 모든 일들을 다시 이야기하는 거야. 그러면서 드러나는 진실등. 베티와 패러데이가 사전에 짜고 일을 벌인 것이라는아빠의 상상력이 너무 갔나?^^ 아무튼 아빠가 지은이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한번 조언해 주고 싶더구나. 베티를 화자로 해서 다시 한번 소설을 써달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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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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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법륜 스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수업>이란 책을 이제서야 읽어 보았단다. 그냥읽었단다가 아니라읽어 보았단다라도 쓴 이유가 있어. 법륜 스님은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스님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그래서 법륜 스님의 말씀은 TV나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단다. 그래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법륜 스님의 말씀을 쉽게 접할 수 있단다. 그렇게 굳이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집어 들었기 때문에읽어 보았단다라고 한 거야. 그럼 왜 읽어 보았느냐? 사실 아빠가 최근 몇 달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 물론 너희들에게 위로를 받긴 하지만, 책읽기로도 위안을 받고 싶어서 집어 들었단다. 회사일이든, 스트레스든, 모두 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잖아.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가 법륜 스님의 책들은 어떤 것을 읽었나 생각해봤어. 이 책 이전에 다섯 권을 읽었더구나. 법륜 스님의 책을 처음 만난 건 반야심경을 설명한 <반야심경 이야기>란 책이었어. 그 책을 너무 좋게 읽어서 법륜 스님의 책들을 찾아 읽었단다. <금강경 이야기>(2), <붓다, 나를 흔들다>, <행복한 출근길>을 읽었었어.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구나. 이 책 <인생수업>은 아빠처럼 인생 후반전에 막 접어든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이 많이 실려 있었어. 공감은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몸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서 문제지만 말이야.

 

1.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신단다. 그 밖에 하시는 말씀들이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란다. 고개를 끄덕여지게 돼. 하지만, 법륜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 아빠는 자본주의에 너무 물들어서인지 그런 것들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읽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안이 되는 듯 하지만, 읽고 나서는 여전히 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는구나. 스트레스로 뭉친 어깨를 만져보니 그대로야. 하기야, 아빠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야. 읽는 순간만이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던 거니까, 그걸로 만족한단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발췌한 몇몇 글들로 아빠의 생각을 대신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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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람은 왜 살아야 합니까?”

젊을 때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묻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십대, 오십대, 혹은 갱년기에 접어들어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다시 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삶이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고 있으니 생각도 하는 건데. ‘왜 사는지를 자꾸 물으니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17)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예요. 그래서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히면 행복해야 할 내 인생을 내가 내팽개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왜 사느냐는 질문으로 삶에 시비를 거는 대신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쓰는 길입니다.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닌 주인으로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48)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무조건 잘될 거다.’ 하는 낙관이 아니라,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78)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것을 봤을 때 괴로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생성되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걸 깨쳐서 집착을 놓아버리면. 생겨난다고 기뻐할 일도 없고 사라진다고 괴로워할 일도 없어집니다. 그것을 직시하면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을 텐데, 부분적으로 인식하니까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생기고, 없어질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늙음도 죽음도 단지 변화일 뿐임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144-145)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바다가 기분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이 좋은 걸까요. 내가 기분 좋은 겁니다.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은 바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산은 그냥 산이고 바다는 바다고 하늘은 하늘일 뿐입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바라는 것 없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겁니다. 바라는 것 없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기대 없이 좋아해보세요, 바다를 사랑하듯이 산을 좋아하듯이.

(256)

만약 화를 냈다면, ‘아 내가 왜 화를 냈을까?’ 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내가 화가 났구나.’ 알아차리고다음부터는 안 내야지.’ 하는 겁니다. 그래도 또 화를 내면, 또 화를 냈구나. 다음에는 안 내야지.’ 해야 합니다. 백 번을 화내도다음에는 안 내야지.’ 이렇게만 할 뿐이지, 어제 화낸 것을 오늘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낸 화를 후회하고 따지면 인생 낭비예요. 그러니까 물을 길어 오다가 넘어져서 쏟았을 때, 쏟아진 물을 아까워할 게 아니라 빨리 다시 물을 길으러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나간 일을 두고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자꾸 연습해야 합니다.

(274)

진리의 길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진리의 길은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합니다. 나는 좋은데 남에게는 나쁘거나 남에게는 좋은데 나에게 나쁘거나 한 일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이익인데 남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과보가 되어 돌아오고 내가 희생을 해서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내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행복이 유지됩니다.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나쁜 것은 나중에 후회하게 되고 나중은 좋은데 지금은 나쁜 것은 지금 하기가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그 행복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이 진리의 길에 있어서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지속가능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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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래, 노 후보를 만났어요. ‘오늘 아무개를 만났는데 정몽준 쪽에서 이런 것이 왔다. 정몽준하고 한번 만나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배려를 잘 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이야기를 하면은 그걸로써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그런데 노 대통령이 저는 그런 식으로 해 가지고 대통령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더라고. ‘정몽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단일화하는데 자리 가지고 뒷거래는 안 한다고 국민 앞에 몇 차례나 이야기했는데 그건 국민을 속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단둘이 만나서 덕담으로 한 이야기라도 그걸 근거로 해서, 당시니 그전에 이런 얘기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그걸 실천하라고 요구할 때 약속한 걸 어떻게 안 했다고 합니까. 그대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그래요. 그래서 자기는 그 사람들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서 그런 식으로 자리 약속하고 그 사람 협조로 대통령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깨끗하게 소신을 지키다가 낙선하는 걸 통해서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 김원기

(47)

이해관계를 쫓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고 엄청난 괴로움과 정치적인 손해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희생하면서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그런, 정치인으로서 찾아보기 힘든 면모, 이것이 결국 노 대통령이 국민 전체에 정치가로서 인식되는 원동력이었고 결국 그걸 통해 대통령까지 당선됐던 거고. – 김원기

(122)

노무현 후보가 나한테 유시민 씨한테 갈 건데 같이 가세그러기에, 원래 그전에도 서로 한 얘기가 있어서 그래 가죠. 유시민 씨한테 어떻든 간에 와서 좀 도와 달라고 하죠.’ ‘오케이, 그래. 오케이그래 가지고 그때 유시민 씨한테 가서 개혁당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했던 거죠. 그래서 구명보트를 좀 준비해 달라. 이 배가 난파선이 됐을 때 갈아탈 수 있는 구명보드라도 하나 있어야 될 것 아니냐거기 비스듬한 5층짜리 건물의 옥탁방 같은 사무실이야. 경사가 이렇게 있는. 집필방이라고 조그맣게 있는데 거기 가 앉아서 내 기억에 내가 탈 수 있는 보트 하나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이런 정도 얘기를 한참 주고받으면서 유시민 씨한테 그걸 부탁을 했어요. 그때 내가 왜 배석을 하게 되었나 모르겠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자리를 갈 때는 반드시 자기 참모들을 데려가는데 그 업무의 연동성과 연관성이 가장 좋은 사람을 데려 가거든요. 그래서 유시민을 끌어들인 개혁당의 출발이 그 여름에 돼요. – 안희정

(146)

1988년도에 처음 국회의원 당선됐을 때 코리아나 호텔 2층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제가 스물 세살밖에 안 되었잖아요. 그분이 1946년생이니까 마흔두 살이고, 열아홉 살 차이잖아요. 저한테 뭐라 그랬냐면 나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런데 나를 역사발전의 도구로 써 달라. 나는 그게 가장 강한 거라고 봅니다. – 이광재

(149)

나는 그게 노 대통령의 가장 큰 흡인력이었다고 봐요. 자기언어. 그러니까, 1988년도 대정부질의하고서 굉장한 평가를 받았는데 그때 우리한테 뭐라고 했냐면 지도자와 지도자 아닌 사람의 구별점은 연설문을 스스로 쓸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다스스로 쓰려면 그 문제가 절실해야 돼.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요. 그게 노 대통령의 힘이었다고 봐요. – 이광재

(163)

노 대통령이 걸어갔던 길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은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가장 어려운 사람과 더불어서 가장 전면에, 일선에서 자기 모든 걸 던진 사람이에요. 그런 걸 가진 사람이 노무현의 후예가 되지 인간적으로 가깝다고 되는 거? 난 그런 거 없다고 봐요. 그래서 친노라고 마친 큰 세력이 있는 것처럼 해서 연일 싸우는 사람도 고스트(ghost)와 싸우는 거고, 또 하나는 친노 적자는 없다, 내가 볼 땐, 오히려 시대정신에 헌신하는 자가, 그 사람이 노 대통령의 후계자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기존의 질서를 뒤집어엎는 그런 사람이 반드시 또 탄생한다. ? 서민들이 봉하마을에 오는 걸 관찰해 보면,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더 많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기성 정치에 염증을 내면 낼수록 찾아옵니다. 그 공통분모를 믿는 사람이 또 탄생한다고 봐요. – 이광재

(214)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정치인이, 그 개인의 경력으로 보나 사회적 기반으로 보나 정치적 기반은 비주류의 비주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없어요. 근데 그 시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가진 분이었어요. 사람들이 나름대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노무현이라는 이 캐릭터에서 어느 한 대목인가를 자기 마음에 들어 하고 그래서 난 노무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에요. 많은 결점과 더불어서 많은 미덕을 가진 분이었잖아요. 이분이 지금 대선에 나온다면 안 된다고 봐요. 또는 그전에 나왔더라도 역시 안 됐으리라고 봐요. 이거는 그때 딱 일회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안 생길 거라고 봐요. 우리나라 같은 조건에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분이에요. – 유시민

(241)

우리나라 교육은 통조림을 만드는 거거든, 가세등등이라는 것 자체를 교육이 깎아 버려요. 그러니까 고등교육까지 끝나면 그런 기세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미 떨어져 나가고 없어요. 그 양반은 정말 희귀한 경우지. 대학을 안 간 게 굉장히 다행인 측면도 있다고 봐요. 교육으로부터 두들겨 맞는 통조림 공격을 덜 당한 거죠. 배우는 뭐냐면, 어렸을 때 자연스러운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거거든요. 교육과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이 끝없이 통조림화한 내면의 벽을 털어 내는 게 배우예요. 이 양반은 (이미) 털려져 있는 거야. 그러니까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매력 있다고 느낄 수 있는데. –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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