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53호 - 2017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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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 녹색평론 153호의 책제목을시민주권시대를 향하여라고 했단다. 아무래도 시의성을 띤 제목인 것 같구나. 요즘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와 국가와 정치에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구나. 늘 정치판을 욕하기만 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다가 많은 시민들이 한데 모여 촛불을 들고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모순덩어리 정치판을 갈아엎었으니 말이야. 아빠도 일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단다. 그런 촛불혁명으로 부르는 신선한 정치 혁명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낯선 계절에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단다. 촛불 혁명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단지 대통령 한 명 바뀌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단다. 촛불 혁명을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모순덩어리 세상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거야. 시민이 주권을 갖는 그런 시대 말이야. 헌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많은 시스템은 모순 덩어리로 마치 모래로 쌓은 성과 같단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이번 장미대선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 시민의 의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거야. 이 책에서도 그런 시민혁명의 영구성(永久性)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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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은 그 내면에 영구혁명적 동력을 품어야 가능해진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정세에 규정당하는, 생명력이 짧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영구혁명적 의지와 함께 그 시야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식의 진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근대시민혁명의 역사를 거쳐 초근대적 시대를 향해 진입해야 하는 인류에 속해 있다. 근대적 과제의 해결 못지않게, 그걸 뛰어넘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 때 한국의 시민혁명은 문명사적 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이해만 관심의 중심에 놓이는 혁명은 언제든 본래의 이상을 배반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근대를 넘는다. 그것은 아직도 결코 낡지 않았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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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이것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주말마다 촛불을 들 수 있을 수는 없잖아. 촛불 혁명. 결국 시민이 결정권을 갖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단다. 그래서 아빠는 촛불혁명의 연장선은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시민의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그 시민의회는 배심원제처럼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야 하는 거야. 배심원처럼 적은 수가 아닌 최소 수백 명으로 구성되어 우리나라 민의가 충분히 반영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의 역할은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는 것. 이런 제도는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이런 추첨 민주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란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런 추첨제를 통해서 공직자도 뽑고 시민의 대표도 뽑았다고 하는구나.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하는 그 고대 그리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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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인들은 정치적 평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근원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체제 속의 시민에게는 나라를 운영할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 대신에 그에게는 최소한의 불편을 치르고 정치에 참여할 풍부한 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정교한 추첨제를 활용하여 공직자들을 뽑았다.

고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정책 결정력은 집단 속에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국가에서만 민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주장하려 했듯이, 이것은 결코 혼돈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시민적 책임의 구조화된 이행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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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적인 선거철이란다. 녹색평론에서는 그동안 오랫동안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단다. 처음에는 이것은 이상세계에만 있는 일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고, 대통령 공약으로도 나오고 있단다. 그리고 4차 산업의 시대가 온다고 한단다. AI의 등장과 함께 앞으로 더욱 일자리는 줄어들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어. 하지만 생산량은 늘어나겠지.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들은 소비 심리는 점점 위축이 될 거야. 과잉 생산과 적은 소비.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기본소득뿐이라고 하는데 아빠도 이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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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슨은 그렇게 묻고 대답한다.

“우리에게는 기술을 아주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제시된 대로 앞으로 선진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모든 직업의 47%가 공급과잉이 된다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벌어질 일은 프레카리아크(precarious(불안정한) proletariat(프롤레타이라계급)를 합성한 조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세금으로 지불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비시장경제 안에서 입지를 마련할 기회를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위키피디아편집에 참여하거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 아니면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하다가 쉬어갈 시간을 준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더 늦게 진입하거나 일찍 빠져나올 수 있고, 스트레스가 높은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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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은 어떤 예술가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있으면 좋아지는 점을 이야기했단다.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본업인 예술 활동보다 생계 유지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고, 그로 인해 창작활동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기본소득이 있다면 그들이 더욱 많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야. 그렇게 양질의 작품들이 창작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것은 비단 예술가의 사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단다.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 하는 것도 결국 도전의 실패 뒤에 오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란다. 기본 소득이 있다면, 꿈으로만 접어두었던 많은 도전들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단다. 그리고 그 도전 중에서는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하거나,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여러모로 좋은 점이 참 많은 제도란다. 당장에 현실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이제 대통령 선거 공약에도 등장을 했으니,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 보는구나.

 

2.

얼마 전 세월호 사건 3주기가 지났단다. 그리고 지난 달에는 세월호가 드디어 바다에서 나와서 육지로 올라왔단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이유 없이 죽어간 아이들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단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잊지 못할 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단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인 거야. 지난 정부는 이런 일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미적미적했지만, 다음달에 새로 출범될 정부는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사실 이 사건은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당시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거라고 생각한단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다시 한번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특별히 세월호 사건을 다른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때 소개된 문학작품들 중에서 아빠도 몇 권은 읽은 책들이었단다.

조정래 선생님은 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나오셔서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라고 하시면서, 아픈 역사, 아픈 시대를 글로 써야 한다는 했어.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한 젊은 작가들. 그들의 글들을 통해 같이 호흡하고 공감했던 독자들그들 또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지금이라도 땅 위로 올릴 수 있는데 힘을 보태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이제 세월호를 끌어올렸으니, 아직 바닷속에 잠겨 있는 진실만 끌어올릴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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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재난의 잠재적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고, 구조적 모순이 기인한 사회적 재난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망각에 반대하는 절박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희망의 언어는 낭만적 열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인식을 통한 실천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와 망각에 대한 저항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뜨거운 삶의 열기가 생겨난다. 그 열기는 어둠을 이겨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온기에 대한뜨거운 언어, 핍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로 인해 한국의 동시대인들은살아가는 인가이 아니라생각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됨의 조건이다. 한국문학이상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을 향해 있고, 그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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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나라는 시민의 힘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건져냈다고 생각한단다. 남의 나라 걱정할 필요 뭐가 있냐고 할 수 있으나, 그 나라가 미국이라면 사정이 다르단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치는 나라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말이야. 그래서 미국 대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최악이 차악을 이겨버리는 결과가 나왔단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많은 분석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야. 그래서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외친 정치인을 뽑은 게 아니고, 어디서 망나니 같은 정치 초보자를 뽑은 거거든. 미국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글은 이 책에서 발췌한 몇몇 글로 대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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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연구자들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부유층과 정부로부터 같은 정책을 원할 때는,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부유층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이 연구는 미국을 과두정치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사실상경제적 엘리트가 지배하는시스템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기관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공화당에 대해서도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위치를 트럼프는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승리를 거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찍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투표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했겠는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원한 후보였고, 미국의 금융 및 은행계의 엘리트들로부터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을 기부받았다.

(118)

트럼프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력층에 대해서 날로 깊어가는 불신과 갈수록 커가는 양당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을 나타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데이터들은 많은 백인 노동자들과 중산층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에 대해서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인종적 소수파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23)

트럼프의 제안은 오바마가 화석연료에 대하여 취했던 접근방식을 더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 무제한적으로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에너지 고갈과 경제적 붕괴로 가는 길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문명의 차()를 경제 절벽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의 지지기반 이외의 모든 타자들-인종적 소수자들, 무슬림, 여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등등을 비난함으로써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지지자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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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ASEM 정상회의 만찬을 마친 대통령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주방에 라면을 청했다. 순방국의 공식 만찬 행사에 다녀올 때마다 거르지 않는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라면 한 그릇을 비운 후 대통령은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리랑 담배에 불을 붙였다. 힘들도 어려운 시기에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을 지켜준 세 가지 아이템이었다.

(172)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결국은 자기 삶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의 불일치가 생깁니다. 참모들은 제 인생을 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좋은 정치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결국 한 인간으로서 삶의 선택에 치열하게 맞닥뜨리는 것은 아닌 셈이지요. 그런데 어찌 보면 사람들은 자기 멋에 살다가 죽는 게 아닐까요?”

(177)

경사였고, 분명히 좋은 일이었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탄생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기에 기쁨이 더 컸다. 선거를 위해 이 년여에 걸쳐 숱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던 터라 대통령 당선에 견줄 만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바깥으로 감정을 드러낼 일은 아니었다. 의전비서관이 축하 행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그는 최대한 간단히 하자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생색낼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전부였다.

(181)

미국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어떤 형태든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방향의 제재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이지만, 막상 전장에서 죽는 것은 군인이다.”

그가 평소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렇듯 그는 전쟁이 초래할 비극을 원치 않았다. 또 결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혹여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이 깊어져 군사적 충돌이라도 생기면 한반도의 남쪽은 전쟁의 참화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접견이 계속되는 동안 대통령의 얼굴은 몇 번이나 벌겋게 상기되었다. 때로는 격앙된 표정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긴 설득이 이어졌다. 접견을 마치고 관저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그는 진익훈 대변인에게 기록해두라며 말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집 센 나라와 가장 힘센 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

(202)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대통령이 혼잣말처럼 말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선출된 권력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317)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재판을 통해 싸울 각오를 다졌다. 이미 큰 생채기가 나 있었지만 그래도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설령 감옥에 가는 일이 있어도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 생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쏟아지는 엄청난 비난의 화살 속에서도 자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자신에게 뒤집어씌워진 누명의 한 귀퉁이라도 제대로 벗겨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삶의 구차한 연명은 될 수 있을지언정,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은 아니었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진보의 미래를 성찰하는 글을 쓴들 효과는 크게 없을 듯싶었다. 그런 한편에서는 사실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사실이라고 인정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는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내가 차라리 사법절차를 포기하는 것은 어떻겠나? 이 말은 내가 그냥 모든 걸 인정해버린다는 뜻이다.”

(320)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332)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뒤 대통령은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켠다. 어느 곳이든 일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고 덕담을 건넨다. 그는 이제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시민 임진혁에 가깝다. 마을회관을 나서면서 그가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2017 5 15. 봄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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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25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5월이네요. 5월 9일 대선이 있고, 무엇보다 5.18이 있고 5.23이 있고...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하지만, 우리 역사에는 참 잔인한 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ookholic 2017-04-25 23:56   좋아요 0 | URL
올 5월에는 좋은 기억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76)

내가 물었다. “데키무스를 돕겠다는 겁니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살인자를?”

옥타비우스의 대답.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에케나스도 입을 다물었다.

옥타비우스가 다시 말했다. “우리 맹세를 기억하나? 그날 밤 아폴로니아에서? 너와 나, 아그리파와 마에케나스.”

내가 대답했다. “잊지 않았습니다.”

옥타비우스가 미소 지었다. “나도 잊지 않았어…, 데키무스를 증오해도 구해줘야 한다. 바로 그 맹세를 위해서. 그리고 법을 위해 살려줄 것이다. “ 순간 그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려보았아. 아니, 어쩌면 상대가 내가 아닐 수도그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본모습을 의식한 걸까?

(79)

우리가 입성했을 때 로마는 분쟁과 야욕으로 갈가리 찢긴 터였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친구임을 빙자해, 살인자들과 놀아나고 우리의 옥타비우스 카이사르가 양부께 물려받은 명예와 권력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옥타비우스 카이사르는 침탈자 안토니우스의 야심을 확인하자마자, 양부의 노병들이 땅을 일구고 있는 정착촌으로 달려가 다시 군사를 일으켰다. 때마침 암살당한 지도자를 애통해하던 터라 퇴역군인들은 충성을 맹세하고 우리와 함께 약탈자들과 싸워 국가의 꿈을 되찾기로 했다.

(88)

상황은 이틀 만에 끝이 났네. 로마의 피는 한 방물도 흘리지 않고.

우리 병사들은 무티나 전투 이전에 약속한 보상을 받았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옥타비우스를 입양한 것도 합법화되고 공석으로 남은 히르티우스의 집정관 직도 물려받았지. 그리고 열한 개 군단을 위 휘하에 둘 수 있었다네.

8 11(, 당시 자네들은 섹스틸리스, 즉 여섯 번째 달이라고 불렀겠군그래.) 옥타비우스는 로마에 들어가 집정관 계승을 위해 제례에 참석했네.

그리고 한 달 후 스무 해 생일을 맞았지.

(358)

다행히, 젊음은 자신의 무지를 보지 못한다네. 도저히 감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지. 무지에 눈을 감고 그래서 후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는 것도 필경 피와 살에 담긴 본능 덕분이겠지?

(361~362)

젊은이는 미래를 모르기에 삶을 일종의 서사적 모험으로 여기지. 오디세이아처럼 낯선 바다와 미지의 섬을 여행하며, 자신의 힘을 실험하고 증명하고 그로써 자신의 불후를 발견하고 싶은 걸세. 중년이 되면 꿈꾸던 미래를 겪었기에 삶을 비극으로 본다네. 자신의 힘이 아무리 위대한들, 신이라는 이름의 사고와 자연을 이길 수 없으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자기가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노인은 삶을 희극으로 볼 수 있네. 승리와 실패를 가감한다면, 누구도 타인보다 자랑스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네. 그 힘들과 맞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영웅도 아니고, 그 힘에 파멸당하는 운명의 주인공도 못 돼. 늙은 배우처럼 너무 많은 역을 맡은 탓에 더 이상 자기 자신일 수가 없는 거야.

(374)

전술했듯이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존재했네. 그래, 어쩌면 세상이 바로 내 시라고 볼 수 있겠군. 부분을 전체로 통합하고 이 파벌을 저 파벌과 통합하고 그 파벌에 걸맞은 역할과 혜택을 부여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내가 지은 시라 해도 세상이 시대를 초월해 존재할 수는 없을 걸세. 베르길리우스가 숨을 거두며 자신의 걸작 시를 파기해달라고 애원한 바 있지. 그 양반 말로는 미완성인 데다 부족하기까지 했어. 군단 하나가 패퇴하는 장면만 보고 다른 두 군단의 대승을 접하지 못한 장군처럼,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다네. 하지만 그의 로마 건국 시편은 로마 자체보다 오래 살아남을 걸세. 물론 내가 만들어놓은 이 허접한 세상보다도 장수할 거야. 난 그 시를 파기하지 않았네. 베르길리우스도 내가 그러리라고 생각지는 않았을 거야. 시간은 시가 아니라 로마를 부순다네.

(384)

내 생각은 이렇다네. 누구나 살다보면,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있을 걸세. 이해 못 할 수도 있고 형설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네. 아무리 초라하다 해도 본질을 넘어선 그 누구도 되지 못해. 나도 지금 말라빠진 정강이, 쭈글거리는 손, 세월에 얼룩지고 처진 살갗을 보고 있네. 한때 이 육신이 그 자체에서 벗어나 타인의 육신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니 우습기까지 하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혹자는 쾌락의 찰나에 온 생을 걸고는, 육신이 말을 듣지 않으며 괴로워하고 외로워하지.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육신이 아는 것이 오로지 쾌락뿐이건만, 그 쾌락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야. 오히려 우리 믿음과 달리, 성애란 그 무엇보다도 이타적이라네. 타인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탈피하려 하기 때문일세. 그 때문에 대부분 가장 저급하다고 여기네만 성애도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네. 성애가 더욱 소중한 이유는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단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자아에 갇히지도, 자아 속으로 쫓겨나지도 않는다네.

(399)

하지만 그가 건설한 로마 제국은 티베리우스의 폭정을 견디고 칼리귤라의 극악무도한 폭력과 클라우디우스의 무능력까지 모두 이겨냈습니다. 이제 새 황제를 맞이할 때입니다. 바로 선생께서 어렸을 때 지도하셨고, 지금도 그 곁을 지키시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신임 황제께서 선생의 지혜와 미덕을 후광으로 통치하시라는 사실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네로 휘하에서 로마가 마침내 옥타비우스 카이사르의 꿈을 실현하기를 신들께 간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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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중학교 때 친구한테 책을 하나 빌린 적이 있었어. 중학교 때 아빠가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단다. 그런데 추리 소설이라고 해서 빌린 거야. 그래도 추리 소설은 좀 읽을 만 했으니까 말이야. 그때 읽은 책이 바로 애거사 크리스트의 책이었단다. 그 이후 그 친구 집에 있는 다른 애거사 크리스트의 책들과 학교 도서관에 있던 애거사 크리스트의 책들을 꽤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구나. 그리고 그 이후에는 뭐 딱히 읽을 기회도 없었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청소년용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두어 해 전에 신간 코너의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이 소개가 되었단다. 아빠는 당연히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고, 탐정 포와르가 나오겠구나 생각을 했단다. 얼마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오랜만에 옛 추억에 빠져볼까 하고 책을 구입했단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빠가 중학교 때 읽던, 포와르 탐정이 나오는 그런 추리 소설이 아니었어. 그리고 그제서야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봤더니,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본명이 아닌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책들 중에 하나라고 하는구나. 유명한 작가들은 편견을 깨려는 것인지 필명으로 소설 쓰는 경우가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캐롤>도 퍼트라샤 하이스미스가 필명으로 쓴 소설이었잖아. 예전에 로맹가리도 그랬고, <해리 포터>를 지은 조앤 롤링도 자신을 숨기고 필명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거든. 혹시 우리나라에도 그런 작가가 있나?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분들 중에 혹시? 반전을 이끌어낼 만한 유명한 사람이라면? 상상만 해도 재미가 있구나.

 

1.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은 아니야. 아빠가 이 책을 고를 때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오랜만에 읽어봐야겠다고 고른 것이지만, 추리 소설이 아니어도 괜찮았어. 필명으로 자신을 숨기고 쓴 소설이라는 점이 신선하잖아. 이런 소설의 장르를 뭐라고 이야기할까. 굳이 구분 짓지 않아도 되지만, 책소개를 보니 심리 서스펜스 소설로 소개되더구나.

봄에 나는 없었다. 제목은 추리 소설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는데 말이야.

조앤이라는 마흔여덟 살 먹은 아줌마가 주인공이란다. 아 참,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이 1944년이라고 하니 시대적 배경은 대충 그때란다. 영국의 런던에 살고 있고, 남편 로드니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고, 그들에게는 토니, 에이버릴, 바버라라는 세 명의 자녀가 있고, 다들 성인이 되어 자신의 앞가림을 잘 하는 반듯한 아이들이었어. 조앤은 자신의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 막내딸 바버라가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바그바드에 갔는데, 아프다는 연락이 와서 병 간호를 해주려고 바그바드에 왔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 그곳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고등학교 동창 블란치를 만났단다. 못 알아볼 뻔했어.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았고, 예뻤던 블란치였는데, 지금은 팍 늙었거든. 블란치가 그 이후에 남자 편력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낯선 곳에서 늙고 초라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을 못했거든. 자신의 삶과 비교해서 블런치는 마치 실패한 인생인 것처럼 보였어. 그들은 대화를 나눴는데, 블런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조앤의 속을 긁는 말을 해댔어. 불쾌해졌지. 그래서 오래 하지 않고 헤어졌어. 그리고 숙소에서 하루를 머물고 예정대로 다음날 기차역으로 향하기로 했어. 그런데 다음날 비가 억수로 쏟아졌단다. 조앤이 예약한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지만, 비로 인해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고, 그만 기차를 놓치고 말았단다. 그 다음 기차는 이틀 뒤에나 있다고 했어. 기차역 근처 숙소에서 묵었어. 다시 이틀이 지나고 기차역에 갔더니 전날 억수로 온 비로 인해 기찻길이 끊어졌다는 거야. 그래서 기차가 언제 올 지 모른다고 했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단다.

  

2.

언제까지가 될지 모른 채 숙소에 있으면서 할 만한 일이 없었어. 남아 있는 편지지로 편지를 쓰고 가지고 왔던 책도 모두 다 읽고 나니 할 일이라고는 생각뿐이었어. 특히 며칠 전 만났던 블란치 때문인지 옛생각들이 많이 났어. 불행했었던 일, 의심스러웠던 일, 걱정스러운 일들만 떠올랐어. 자신이 행복한 중년의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어. 남편 로드니는 젊었을 때부터 변호사 일을 싫어하고, 농사를 짓고 싶어했어. 하지만 조앤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로드니는 변호사 일을 하게 된 거야. 조앤은 자신의 그렇게 강하게 주장을 해서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로드니는 여전히 농사를 짓고 싶어하고 조앤에게 이야기해봤자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스트레스 받으면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로드니는 한 때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신경쇠약으로 요양원으로 입원하기도 했어. 이 때 조앤은 자녀들과도 심한 갈등을 벌이기도 했어. 아빠가 그렇게 된 것이 전부 조앤 때문이라는 거야. 하지만 조앤 생각은 달랐어. 자신이 아니었으면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거야. 그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어.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엄마의 그런 강압적인 가정 교육에 반감들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아빠와 더 친하게 지냈었어. 그런 아빠가 신경쇠약으로 입원을 했으니 당연히 엄마에게 화를 내겠지. 첫째 딸 에이프릴은 엄마는 도대체 집에서 무얼 하냐고 했어? 집안일은 하인들이 하고, 요리는 요리사가 하고, 돈은 아빠가 벌고 말이야.. 그렇게 마음에 묻어 두었던 말들을 쏟아내기도 했어.

다행히 로드니는 금방 회복이 되어 다시 건강을 되찾았어. 그리고 아이들도 다시 제 일을 했단다. 조앤은 아이들과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늘 엄마를 불편하게 생각했단다. 토니는 아빠와 마찬가지로 농장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조앤은 또 반대를 했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드니가 강력하게 토니를 지지해주었어. 그래서 토니를 아프리카에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농장 일을 하고 있단다. 막내 딸 바버라가 결혼해서 바그바드에서 살고 있다고 했잖아. 사실 그것도 엄마가 싫어서, 집을 빨리 떠나고 싶어서 어린 나이게 결혼을 한 거란다. 이런 지난 과거의 안좋았던 기억만 계속 떠올라서, 조앤은 행복한 순간과 즐거운 순간을 떠올리려고 했어. 하지만 이내 다시 의심과 걱정과 불안만 커져갔단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까지 느끼게 되었단다.

 

3.

조앤은 공황장애 같은 것까지 느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어. 자신이 지금까지 잘못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어. 지금이라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런던에 도착하면 로드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어.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을 했단다. 물론 지금까지 일에 대해서는 로드니에게 용서를 구하기로 했어.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불안한 기분도 좀 가라앉았단다. 그리고 때마침 끊겼던 기찻길도 고쳐서 기차가 내일 출발한다고 했어. 며칠 동안 낯선 사막에서의 생활은 조앤에게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아주는 시간이었던 거야. 그런데,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오면서, 다시 조앤은 어떤 것이 진실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 자신이 사막에서 며칠 동안 생각한 것이 정말 진실인가? 어쩌면 남편도 지금하고 있는 변호사 일에 만족을 하고 있고, 아이들도 지금 하고 있는 대로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망상으로 인해 굳이 지금의 삶을 바꾸지도 않았는데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런던으로 오면서 점점 갈등을 하는 조앤..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 그것은 바로……

궁금하면, 이 책의 가장 맨 마지막페이지를 보렴^^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 이 소설을 읽다 보니 한가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 있더구나. 아빠가 너희들을 위해 한 행동인데 너희들에게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의 잣대와 너희들의 잣대는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이 책에 제목이 들어가서 봄에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올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때문에 봄이 없어진 듯한 기분이 들더구나. 이러다가 곧 여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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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4-22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궁금한데 책을 읽어봐야 하는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있어요. ^^;

bookholic 2017-04-22 19:26   좋아요 0 | URL
자존심이 강한 조앤은 결국...^^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책이란다. 작년에 이 출간되었을 때 아빠도 책 소개를 봐서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 불치병을 앓는 젊은 의사가 쓴 수필. 그 상황만 생각해도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죽음. 그것이 삶의 일부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 찾아오는 죽음은 삶의 일부라기 보다, 고통과 좌절과 불행이라고 생각해. 불치병 판정을 받은 본인 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들 모두에 고통과 불행을 안겨 주게 되잖아. 이 책을 읽으면 그와 그의 가족이 느낄 아픔이 전달될 것 같아서, 아빠는 읽을 생각이 없었단다. 그런데 이후에는 여러 가지 경로로 이 책은 아빠의 눈에 자꾸 띠었단다. 인터넷 서점을 클릭하면 초기 화면에 자주 소개되고, SNS에서 읽은 사람들의 리뷰가 자주 보이고, 서점에 갔을 때도 눈에 많이 띠고, 그렇게 eye contact을 많이 해서인지 이 책은 읽어봐야 하는 책인가 싶었어. 그래서 읽었어.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와 지은이의 가족의 아픔으로 같이 아파할 것을 예상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그를 통해 무엇인가 예를 들어 희망이라든가, 삶의 소중함이라든가, 좋은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겠다 하고 책을 폈단다.

 

1.

지은이 폴 칼라니티의 부모님은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분들이고, 폴은 미국에서 태어났어. 아버지를 비롯하여 친척들 중에 의사가 많았지만 그는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였단다.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문학을 전공했어. 그러다가 어떤 봉사 활동이었나? 어린 환자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지. 그래서 의사의 길로 돌아섰단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어. 이제서야 의사의 길에 들어섰나 싶을 정도로 하늘이 내려준 일인 것처럼 열심이었어. 그리고 남들이 힘들어서 꺼려 한다고 하는 신경외과를 선택을 했어. 그런데도 그는 그 어려운 인턴 생활과 레지던트 생활을 즐겁게 했어. 동료였던 루시와 결혼도 하고,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어. 그는 행복을 기반으로 해서 미래도 설계할 수 있었지.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암에 걸렸어. 그것도 레지던트 생활 몇 개월을 남겨두고 말이야. 삼십 대 중반이 몸이 좀 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런데 전문가라서 그런지 폴은 자신의 몸의 증상에 불길함이 떠올랐어. 동료 의사인 에마에게 진료를 받았고, 그 불길함은 현실이 되었지. 폐암에 걸렸다는 거야. 이미 많이 진척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타세바라는 알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어. 그날로 그는 그의 꿈은 잠시 보류되었어. 어쩌면 영영 이룰 수 없게 되었지. 그는 처방전대로 약을 잘 먹고, 몸 관리도 잘 했어. 몇 달이 지나자, 종양의 크기는 자라지 않고, 모든 수치도 좋아졌어. 그리고 앞으로 5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 폴은 이미 자신의 남은 삶에 따라 계획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지. 5년 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는 중단했던 의사 일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지. 그래도 예전 같은 몸이 아닌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내 루시와 함께 고민을 했고, 폴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어.

 

2.

몇 달 동안 의사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병을 앓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았어. 그는 수술 업무만 했어. 동료 의사들의 배려도 있었던 것이지. 그런데 자격에는 그런 배려가 없었어. 그가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레지던트 수료를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던 거야. 그냥 수술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응급실에서도 일하는 등 다른 일들도 많았어. 폴도 자신이 암을 앓고 있다고 해서 혜택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폴은 다른 레지던트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일했어. 예전보다 조금 더 피곤함을 느꼈지만,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었어. 그리고 레지던트 수료를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추게 되었단다.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어. 이제 진짜 의사가 된 것이야.

그리고 더 좋은 소식. 루시는 임신을 했어. 그들에게 아이가 생긴 거지. 폴에게도 약간은 불안하지만 다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생각했어. 그러나, 다시 증세가 안 좋아졌단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를 했던 것 같아. 아빠가 생각하기에도 그가 너무 일찍 의사의 길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좀더 건강해진 다음에 복귀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건강이 우선 아니겠니. 아빠도 너무 안타깝더구나.

이번에는 알약 치료도 안되고, 화학 요법으로만 해야 했대. 심한 부작용으로 구토가 심해지고 체중은 급격히 줄었어. 그런 와중에 딸 케이디가 태어났어. 그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견디게 해주는 희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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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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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쓰기는 그의 병환이 더 안좋아지면서 중단되었단다. 이후 아내 루시의 글이 이어졌어. 병세가 악화된 폴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 안겨 폴의 숨결이 바람이 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

책의 마지막은 폴과 루시 그리고 케이디의 가족 사진으로 끝을 맺었단다. 폴이 비록 항암치료로 머리가 많이 빠지고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미소 가득한 얼굴로 함께한 사진은 그들이 얼마나 행복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단다. 그래도 일찍 찾아온 죽음은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3.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왜 암에 걸리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왔는데 말이야. 아무리 열정이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건강을 해칠 만큼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폴이 처음 암이 발생했을 때 조금만 더 조심하고, 건강이 좀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드는구나.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인터넷 신문에서 암의 원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우연이라는 기사를 보았어.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우연히 걸리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 책의 지은이 폴도 결국 그 우연이라는 아주 작은 확률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운명이란 것이 진짜 있나 싶기도 하고

남아 있는 루시와 케이디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책을 덮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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