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 대한제국 외교관에서 러시아 혁명군 장교까지, 잊혀진 영웅 이위종 열사를 찾아서
이승우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근현대사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꼭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이 1907년 만국 평화 회의 헤이그 특사 파견이란다. 3명의 조선인 특사 3명이 헤이그에 갔는데, 이상설, 이준, 이위종이 그 분들이다. 이상설은 그 이전에도 많은 독립운동을 하셨고, 이준은 헤이그에서 서거를 하셔서 많이들 언급되곤 하는데, 이위종은 다른 두 분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곤 했어.. 아빠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야.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위종의 책에 대해 알게 되어 구입했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위종이라는 분과 그의 아버지 이범진이라는 분이 정말 멋지고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이지만, 이 책을 만나 읽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분을 만나게 되었어.

지은이라는 이승우라는 분인데, 한국역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의의 역사연구가라고 하시는구나. 이위종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 보니, 지은이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부분도 많다고 서두에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니까 이 책의 일부는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인간 이위종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구나. 이위종이 했던 연설문 원문과 이위종의 후손들과 인터뷰한 내용들도 실려 있어서 좋았단다.

 

1.

이위종은 18841 9일 태어났단다. 그의 아버지 이범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아버지 이범진은 서출 출신으로 무시당하며 지냈지만, 갑신정변 때 명성황후를 피신시킨 공으로 고종에게 발탁되었단다. 이후 아관파천을 주도하는 등 고종의 최측근이되었어. 명성황후가 살해당한 후 사건의 진상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이로 인해 일본의 기피대상 1호가 되기도 했어. 아관파천으로 조선 정부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는 일본이 기피대상 1호로 삼은 이범진을 국내에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어. 그래서 이범진은 미국주차 특명전권공사라는 직함으로 미국으로 보냈단다.

이때가 1896 7 16일이었는데, 이범진은 당시 12살이었던둘째 아들 이위종을 미국에 데리고 갔단다. 이위종은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13살에는 미국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했단다. 그것도 아버지 없이 통역을 담당했던 이의담과 단둘이 말이야. 이 여행으로 견문도 넓히고 생각도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리고 13살짜리 아들을 이국땅에 혼자 여행을 보내는 이범진도 대단하시구나.

1899년 이범진은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3국 특명전권공사로 부임하게 된단다. 그래서 이범진은 이위종과 함께 미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갔단다. 이위종은 파리에서 리쎄 대학에 입학해서 국제법을 공부한단다. 1902년에는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 입학을 해서 군사학을 공부했어. 우리나라 사람이 그 당시 프랑스의 육관사관학교를 다녔다니... 이 시절에 이위종은 애덤스미스와 루소를 공부하여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이범진은 이번에는 러시아공사를 임명되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게 되었어. 이번에도 이위종도 함께 갔는데, 어느덧 성인이 된 이위종은 조선공사관 판임관 3등참서관으로 임명 받아 가게 된 것이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는데 러시아 사람 엘리자베타였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육군사관학교 친구인 빅토르의 여동생이었대. 아버지가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이위종은 아버지를 설득하고, 결혼을 위해서 필요한 러시아정교 세례까지 받고 엘라비베타와 결혼을 했단다. 행복했던 이위종과 달리 당시 러시아 사회는 혼란스러웠단다. 1905 1월에는 피의 일요일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직접 목격한 이위종은 민중의 삶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었대. 거기에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어. 전쟁은 러시아가 졌는데, 우리나라가 더 큰 피해를 얻게 되었단다. 조선의 지배권을 일본이 주도권을 쥐게 된 거야.

그런 분위기는 1905 11월 을사늑약까지 이어졌단다. 하지만 이것은 불법이었잖니. 얼마 전에 읽은 <헐버트의 꿈, 조선은 피어나리!>에서 이야기했듯이 을사늑약은 고종이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인 것이야. 이런 부당을 알리기 위해 1907년 만민평화회의가 열리는 헤이그에 특사를 보내기로 했어. 그렇게 뽑힌 사람이 이상설, 이준, 이위종이었단다. 국내에 있던 이상설과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갔고, 그곳에서 이범준과 이위종을 만났단다. 그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서 1907 6월 헤이그에 도착했단다. 만국평화회의에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어. 이때 활약을 한 이가 러시아어, 프랑스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위종이었단다. 이위종은 각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외교관을 만나 설득했단다. 기자들 앞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프랑스로 연설을 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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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64)

그 순간 연설회장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적이 감돌았다. 위종은 조용한 장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잠시 숨을 고른 뒤에 입을 열었다.

“세상에 부자와 빈자가 있듯이 강한 나라가 있으면 약한 나라도 있습니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모두 먹어치우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정의의 신이 지배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믿는 정의의 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웃의 재물을 탐해서는 안 되고, 이웃을 사랑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자 예수의 가르침이 아닙니까?

하지만 문명국가의 시민이자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하는 여러분은 지금 일본의 침탈과 압제로 고통받는 우리 대한제국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아직 잘 조직되어 있지는 않으나 독립과 자유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확고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인의 잔인하고도 비인도적인 침략이 종말을 고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실패에 처하더라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다시 하나로 뭉쳐서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저항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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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국평화회의는 겉으로만 평화회의였지, 열강들이 식민지 탈취의 목적을 숨긴 채 겉으로만 생색만 낸 행사였단다. 이준 열사는 그곳에서 패혈증으로 순국하시게 된단다. 일본은 이 사건 이후 고종을 강제로 폐위시키고, 궐석재판을 통해 이상설은 사형, 이미 순국하신 이준과 이위종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어. 이들은 끝내 다시는 조선땅을 밟지 못했단다.

 

2.

이범진은 이위종에게 연해주로 가서 의병활동을 하라고 해서 이위종은 연해주로 오게 된단다. 그곳에서 이위종은 최재형과 이범윤과 만나 의병활동을 시작했어. 이위종은 동의회 회장을 맡아 국내연합작전에도 참여했단다. 이위종은 프랑스 육관사관학교 출신으로 의병들에게 도움을 주었어. 당시 연해주에서 의병 활동하던 이들에는 너무나 유명한 안중근과 전재익, 엄인섭 등이 있었단다. 이범진은 군자금으로 1만루블을 보내주어 국내연합작전을 지원했단다. 하지만 국내진압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어. 예전에 안중근에 관해 이야기할 때 했듯이 안중근이 포로들을 살려주는 바람에 일본군의 역습을 받고 패배했었잖니.

이후 연해주의 의병활동이 위축되었고, 최재형과 이범윤 사이의 계파 갈등도 고조되는 등 분위기가 안 좋았어. 이위종은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어. 둘째딸이 태어났거든... 이위종의 아버지도 먼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위한 활동을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경술국치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이 소식을 들은 이범진은 1911 1 26일 자결을 마고 만단다.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이위종은 조선 독립을 위해서는 강대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러시아 장교로 지원하여 합격을 했어. 그런데 이때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어 러시아 장교로 1차세계대전에 참가하게 된단다. 동부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부상입고 독일에 포로로 잡히게 돼. 6개월 동안 포로로 잡혀있다가 탈출하여 다시 러시아로 왔어. 당시 러시아제정에 대한 민심은 완전 바닥이었어. 결국 1917 10월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 제정은 무너졌단다.

이위종은 조선독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어. 이번에는 러시아혁명을 이끈 소비에트에 가입을 해서 붉은 군대에 입대했단다. 그는 조선독립을 위해 소비에트에 가입을 한 것이지만, 향후 그의 이런 행적은 조국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어 한동안 그의 공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게 되었단다. 붉은 군대 소속인 이위종은 일본이 지원하고 있는 백군을 상대로 싸웠어.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그는 '시베리아의 별'이라는 별명을 얻었단다. 국제연대 사령관이 되어 군대를 이끌었단다.

어느날은 적군 사령관의 편지를 받게 되었단다. 그 사령관은 다름 아닌 육군사관학교 친구이자 엘리자베타의 오빠 빅토르였어. 편지에는 큰딸의 병사소식도 있었단다. 이위종에게는 큰 슬픔이고 아픔이었을 거야. 다음날 적군은 철수하고 적지에는 아무도 없었단다. 이 책이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했잖아. 이 부분이 사실일지, 작가의 상상력일지 궁금하구나. 전쟁터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아 작가의 상상력일 가능성이 높긴 한데, 조선 사람의 신분으로 러시아 붉은 부대의 사령관이 되어 전쟁을 치른다고 하니 얼마나 복잡한 심정이고 힘든 일이 많았을까 싶구나. 큰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전쟁터를 비울 수 없었어.

이위종은 소비에트에 허락을 받고 고려인 부대 창설을 하기로 했단다. 이 부대를 만들기 위해 연해주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자원을 받았으나 그리 많이 모이지는 않았대. 연해주 우스리스크에 도착한 이후 의병대와 만나 고려인 부대를 창설하였어. 하지만 이내 일제에 체포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카시라는 일본 장교가 주도를 했는데, 이위종에게 협박과 회유를 했지만 이위종은 뜻을 굽히지 않고 총살당하고 말았단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비극적인 삶으로 마감을 했지만, 실제 이위종은 마지막은 실종이라고 하는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위종은 1917년부터 1924년까지의 자신의 행적이 담긴 자서전을 일종의 보고서로서 소련 공산당에 제출하였대. 그러니까 1924년까지는 생존해 계셨던 거구나. 그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더욱 안타깝구나.

...

식상한 단어이긴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것 같구나.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도 매력 있는 캐릭터로 그려질 것 같은데 없는 것이 아쉽구나. 지은이는 이 책을 기반으로 영화를 계획하고 있다는데 아직 소식이 없지만,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구나. 헤이그 특사만 해도 충분히 멋진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언젠가는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몇 년 전 하바롭스크에 있는 러시아 외무성 문서보관소 창고의 한 낡은 서류철에서 이력서가 한 통 발견되었다.

책의 끝 문장: 이 책에서는 빅토르라는 이름으로 그를 살려냈지만 귀족 신분과 성향 때문에 러시아 혁명 후 그가  스탈린의 숙청을 피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위종의 미국 횡단 여행은 한 달이 걸렸다. 위종은 9월 신학기에 중급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왕복했던 기차 여행은 위종의 의식을 더욱 성숙시켰으며 사물을 보는 그의 시각을 놀라울 만큼 넓고 깊어졌다. 그는 이른 나이에 문명의 진보가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그 여행은 인종차별과 같은 인간의 부정적인 일면을 일깨우기도 했지만 반면에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위종의 인성을 변화시키며 그의 의식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P63

위종은 그날, 눈 덮인 겨울궁전 광장에서 흰 눈 위에 뿌려지던 노동자들의 붉은 피를 잊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눈밭에 뿌려진 선홍색 핏자국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금까지 위종에게 그저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피의 일요일이 지나간 이 도시는 위종에게 다른 의미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위종은 요즈음 이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음산한 기운이 자신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위종은 자신의 의식 속에 슬금슬금 똬리를 틀고 있는 이 기운이 자신을 오랫동안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혁명의 기운이었다.
- P127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열강들은 식민지 탈취라는 목적을 책상 아래 숨기고 입으로만 평화를 부르짖었다. 이런 자리에서 ‘일본의 불법적인 외교권 탈취’라는 한국 대표단의 주장은 애초부터 잠꼬대 같은 소리에 불과했다. 더불어 암암리에 식민지 나눠먹기를 묵계했던 열강들이 한국 대표단의 참가 봉쇄를 담합했기 때문에 특사들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헤이그를 떠나야 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의 문이 인류의 평화와 이익보다는 오직 국익만을 좇는 제국주의 국가들에만 열려 있었다는 것이 대한제국 특사들에게는 불운이었다. - P175

근대적인 유럽식 장교 교육을 받은 위종은, 나이는 약관이었지만 이미 전술과 전략 등 전반적인 군사 분야에서 모든 의병장을 지휘하고도 남을 만한 능력이 있었다.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와 같은 외국어 구사 능력도 탁월했고 만국공법과 전제주의와 공화주의 정치 체제에 관해서도 해박했다. 위종의 국제 정세에 관한 깊은 통찰력과 법 지식은 안중근이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안중근은 만국공법과 세계사를 포함하여 열강들의 제국주의 행태에 관한 위종의 논리 정연한 해설을 들으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그것은 지금까지 안중근이 경험하지 못했던 신학문이 깨우쳐준 충격이었다. - P222

러시아 정부의 대일본 유화 정책의 실체를 파악한 위종은 이런 환경에서 대규모 의병전쟁으로 항일운동을 강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쟁 방법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구나 만주 지역에 파병된 일본군은 아예 만주를 점령하기 위해 더욱 많은 병력을 증파했다. 따라서 만주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러시아와의 충돌은 시간 문제였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또 한 번의 전쟁을 피할 수가 없었다. 위종은 조국 독립을 위해서는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프랑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지만 영국과 미국은 이미 일본과 야합하여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며, 신해혁명으로 갓 태어난 신생 중국은 내전으로 남의 형편을 눈여겨볼 처지가 아니었다. 따라서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만이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 P254

우수리 원주민과 자작나무는 한국인과 소나무의 관계와 같다. 이들은 사람의 영혼은 나무에서 태어나며, 이승에서 삶을 마치면 남자의 영혼은 버드나무로, 여자의 영혼은 자작나무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이들은 숲속의 모든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산다고 여긴다.
봄이 되면 나무는 잠을 깨고 새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다. 숲에서는 죽음도 없고 슬픔도 없는, 영혼이 영원히 순환하는 곳이라고 이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살아 있으며 서로 에너지를 교환한다고 믿었다. 그 에너지는 자연에서 잠시 빌려 쓰다가 언젠가는 자연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삶과 죽음이란 이런 주기의 반복이며 에너지의 순환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나무도 꼭 필요한 만큼만 베어낸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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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8-0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이위종이라는 훌륭했던 우리나라 조상님을 소개해 주신 bookholic 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bookholic 2024-08-03 11:16   좋아요 1 | URL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이름만 알고 있는 독립투사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그 분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힐 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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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원래 유명했지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더 유명해진 류츠신의 <삼체> 1권을 읽었단다. 인터넷 서점이나 SNS에서 자주 보여서 유명한 작품이란 건 알았으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인가, 싶었어. 그것도 넷플릭스는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드라마에 대한 평은 늘 있는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들도 있지만, 일부 몇몇은 재미있었다고 하는 평도 있더구나. 아빠 회사 동료도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구.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아빠는 원작을 먼저 읽고 드라마와 영화를 나중에 보는 편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드라마 <삼체>를 보기 위해서 이번에 <삼체> 1권을 읽었단다. 아빠가 SF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SF에도 장르가 여럿이다 보니, 딱 아빠 취향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소설이었단다. 워낙 유명하고 재미있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던 이유도 있었겠지. 스토리가 나쁘지는 않았으나, 크게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소설의 제목 <삼체>의 뜻은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단다. 중력이라는 것이 두 물체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세 물체에서는 어떻게 동작하느냐를 논하는 것이 바로 삼체 문제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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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삼체문체 : 질량이 같거나 비슷한 물체 세 개가 상호 인력의 작용 아래 어떤 운동을 하는가 하는 문제로 고전 물리학의 중요 문제이고, 천제 운동 연구에 중요한 의의가 있어 16세기 이후 계속 관심을 받았다. 오일러, 라그랑주 및 근대 이후 학자들이 삼체문제에 관한 특수해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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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행성에 태양이 세 개가 있단다. 그 항성계도 삼체라도 부른단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아참, 지은이를 소개하지 않았네.. 지은이는 류츠신이라는 중국 작가인데, 중국의 가장 대표작인 SF 작가라고 하는구나. <삼체>라는 소설로 휴고상도 수상했는데 아시아 최초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휴고상이 뭐지?

 

1.

나노센터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왕먀오. 어느날 경찰들과 군인들이 그를 찾아와서 연행해 갔단다. 최근 과학의 세계라는 모임의 과학자들이 연이어서 자살을 하고 있는데 이를 조사하기 위함이라고 했어. 과학자들이 자살을 연이어 하고 있지만, 특별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고, 다양한 이유와 방법으로 자살을 했단다. 조사를 마친 왕먀오는 동료 과학자 딩이를 찾아가 위로했단다. 왜냐하면 최근 자살한 과학자가 딩이의 애인이자 동료과학자 양둥이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왕먀오의 눈에만 이상한 게 보였어. 이상한 카운트 다운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동료 과학자 선위페이가 찾아와서 삼체라는 게임 사이트를 알려주었어. 그 게임은 VR 안경 같은 끼고 하는 것인데,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이따가 할게.

왕먀오는 양둥의 엄마인 예원제를 찾아갔고, 예원제는 그의 제자 사루이산을 소개해 주어 사루이산을 찾아갔단다. 사루이산은 예원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예원제의 아버지는 물리학자이자 교수였는데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에 의해 죽음을 당했단다. 중국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인데 아빠도 문화대혁명에 대해 대충만 알지 정확하게 모르니, 중국 문화대혁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다시 소설 이야기를 하면, 예원제도 아버지에 물리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어. 그런데 정부 요원처럼 보이는 이로부터 한가지 제안을 받았어. 벌을 받는 대신 홍안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냐는 제안이었어. 그 프로젝트는 특정 장소에서 해야 하며 한번 참여하면 영영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 예원제는 하겠다고 했고 홍안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수십 년 동안 그곳에 있다가 1991년이 되어서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대.

왕먀오는 예원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시 예원제를 찾아가서 옛 이야기를 들었단다. 예원제는 홍안 기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단다. 예원제가 뭔지도 모르고 승낙했던 홍안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던 외계 생명 탐사 비밀 프로젝트였어. 미국에서는 SETI라고 하는 외계 생명을 탐사하는 프로젝트가 그 전부터 있었는데 중국도 그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거야. 1980년대 들어서면서 외계 탐사 연구는 점점 줄어들고 이후 예원제는 대학 교수로 일하게 되었단다.

….

 

2.

왕먀오가 하는 삼체라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게. VR로 가상 현실에서 하는 이 게임은 문명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그런 게임인 것 같았어.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세상은 태양이 3개였단다. 3개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한 개가 있을 때도 있는데,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였어. 태양이 3개가 다 출현하는 시대를 난세기로 불렀는데, 이때는 생명체가 제대로 살 수 없었고, 태양이 1개 있는 시대를 항세기라고 불렀는데 이때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어. 그들은 자신의 행성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고, 결국 찾아낸 방법이 4광년 떨어져 있는 지구를 찾아가는 것이란다. 이 게임 속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상 현실이 아니고 실제로 지구에서 4광년 떨어져 있는 삼체라는 행성이야기라는 알 수 있어. 도대체 이 게임은 누가 만들었는가. 왕먀오는 어느날 초대장을 받게 되고, 그 초대장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삼체조직의 집회였단다. 왕먀오가 그 모임에 참석을 했는데 300여명이 모였고, 여러 유명 인사들도 있었어. 이 모임의 총책임자는 바로 예원제였단다. 예원제는 홍안 프로젝트 당시 무엇인가 중대한 것을 발견하게 된단다.

….

그런데 이 삼체조직을 뒤쫓는 경찰이 한 명 있었단다. 그의 이름은 스창인데, 스창은 소설 전반부부터 왕먀오를 조사할 때 알게 된 이후로 왕먀오의 행적도 조사했어. 왕먀오가 삼체조직을 참석하게 되니 뒤를 따르던 스창이 예원제를 체포하여 신문한단다. 예원제는 삼체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예원제가 홍안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을 때,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외계세계 정확히 이야기하면 삼체 항성계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단다. 그런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삼체 항성계의 메시지를 받고 절대로 회신하지 말라는 것이었어. 만약 메시지를 보내면 지구의 위치가 노출되고, 자신들의 문명이 지구를 섬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단다. 그러니까 그 메시지를 보낸 이는 삼체 항성계에서 지구 공격을 반대하는 소신파였던 거지.

이 메시지를 받아온 예원제는 망설였어. 당시 예원제는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를 잃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배신감에 휩싸였어. 그런 복수심에 불타서 예원제는 지구를 침공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단다. 얼마 전에 전파를 태양으로 쏘면 태양에 의해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태양을 이용하여 증폭된 메시지를 삼체 항성계로 쏘아 보낸 것이란다. 그 메시지를 받은 삼체는 지구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구 침공을 계획하게 된 것이란다.

그들이 지구까지 오는데 4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미리 조치를 취해야 했어. 400년 동안 인류의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삼체인들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는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삼체인들은 11차원 세계에서 만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지자라는 것을 지구로 보냈단다. ‘지자들이 과학자들을 방해하고 혼란스럽게 한 거야. 소설 첫 부분에서 왕먀오가 보았던 카운트다운도 지자의 짓이었어. 이런 지자의 활약으로 지구의 중요 과학자들이 하나 둘 자살을 했던 거야. 그리고 여러 과학 장비들도 교란시켜 과학 발전을 방해를 했단다.

….

예원제 이야기하다가 잠깐 다른 데로 빠졌는데, 다시 예원제 이야기를 하면, 예원제가 외계세계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지.. 그 사실을 함께 일하는 레이즈청이라는 사람이 알게 되었고, 예원제를 협박했어 외계 신호 발견의 업적을 자신의 업적으로 하려고 했어. 예원제도 가만 있지 않았어. 사고사로 위장하여 레이즈청을 죽이려고 했지.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양웨이냥도 같이 있었어. 양웨이냥은 예원제가 몰래 사귀고 있던 사람이었어. 결국 그 사고로 레이즈청과 양웨이냥 모두 죽고 말았단다.

….

프로젝트가 끝나고 대학 교수로 일하면서 예원제는 비밀리에 삼체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들었어. 우연히 알게 된 환경운동가 마이크 에번스라는 사람과 뜻이 맞아 함께 조직을 만들었어. 그런데 이 조직이 커지면서 강림파, 구원파, 존재파라는 파벌이 생겨나고 이 파벌싸움이 밀린 예원제는 조직에서 한발짝 물러나게 되었단다. 이 삼체조직의 비밀 근거지는 심판일이라고 부르는 선박인데 이것은 유조선을 개조해서 만든 선박이었단다. 앞서 예원제가 스창에게 체포되었다고 했잖아. 예원제는 이 선박의 위치를 스창에게 알려주었고, 스창은 비도라는 나노보다 가는 철사를 이용하여 심판일을 공격하여 삼체 조직의 리더 마이크 에반스는 죽고 삼체조직을 일망타진하게 했단다.

….

여기까지가 <삼체> 1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이 책을 집중해서 이해하면서 읽으려고 했지만 모르는 용어도 나오고 시간과 공간을 왔다 갔다 해서 중간중간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꽤 있어. 그래서 오늘 아빠가 이야기한 부분 중에서 이해를 제대로 못해서 지은이가 원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이야기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단다.

1권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자면, 인류에 배신감을 느낀 예원제라는 사람이 삼체인들에게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삼체인들은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출발하였다고 짧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지구인들과 삼체인들의 우주 전쟁이 <삼체> 2권과 3권에서 펼쳐지겠구나. 2권과 3권도 읽게 되면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안녕.

 

PS,

책의 첫 문장: 왕먀오는 자신을 찾아온 네 사람의 조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인류의 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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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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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독특한 책표지로 아빠의 관심을 끈 책이란다. 이소연 님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은이 이소연 님 이력을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하셨더구나. 기후 위기와 환경 보호에 대한 활동도 하셨는데, 환경 보호의 한 가지 방법으로 옷을 사지 않기를 5년째 실천하고 계신 분이란다. 도대체 왜 옷을 사지 않는 것일까? 적당한 옷을 구매해서 오래 입는 것이 아니고, 아예 옷을 사지 않는다니 말이야. 우리가 옷을 사는 행위가 어떤 영향을 주길래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

우리나라의 섬유 폐기물이 2010년에는 112만톤이었고, 2018년에는 451만톤으로 급증했다고 하더구나.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451톤이라고 하면 상상하기 쉽지 않은 양인데, 도대체 저 많은 섬유 폐기물을 어디로 가는 것인가? 2018년에 451톤이었으니 그 이후에는 또 얼마나 늘었을까? 이렇게 섬유폐기물이 급증한 이유는 패스트패션이 한몫을 했다는구나. 아빠가 옷에 관심이 적다 보니 사실 패스트패션이라는 용어도 처음 보았단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통용되는 말이라고 하더구나. 음식에도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있듯이 옷도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패스트패션이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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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개인이 체감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의 오염을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한 패스트패션’.  이 단어는 1989 <뉴욕 타임스>가 스페인의 자라를 소개할 때 처음 등장했다. “패션쇼 런웨이에 오른 제품을 무려 15일 안에 대량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패션업체에서 새 옷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제조 유통 출시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지만, 자라는 이 모든 일을 2주 안에 해내는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는 폭발적인 자원 낭비와 오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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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거의 리얼 타임으로 옷을 만들어내는 울트라 패스트패션도 있다는구나. 그렇게 빨리 옷이 만들어지다 보니 또 빨리 버리게 된다는구나. 유행도 빨리빨리 변하고 말이야. 어차피 옷을 오래 안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회사는 옷을 싸고 얼마 안 입을 정도의 품질로 만든다는 거지.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하는구나. 의류 산업으로 물을 93조 리터를 쓴다는 하는데 놀랍더구나. 옷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물을 사용하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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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패스트패션의 오염 규모를 가늠하는 데 참고할 만한 큰 숫자는 또 있다. 세계 물 소비량의 20퍼센트가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매년 의류 제조에 물 93조 리터가 쓰이는데, 이는 무려 500만 명이 생존에 쓸 수 있는 양이다. 서울 시민의 절반이 1년간 마실 수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이 약 7000피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약 2700피터가 필요하다. 청바지와 흰색 면 티셔츠는 각각 한 사람이 9년간, 3년간 마실 물을 집어삼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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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옷에 석유 성분이 있다고 하더구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이 옷의 성분이라고 했어. 새옷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이 석유 재질의 냄새라고 하는구나. 그렇다 보니, 의류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도 어마어마하다는구나. 우리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옷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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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버려지거나 세탁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옷은 제조 과정에서부터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 5킬로그램을 세탁하면, 옷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 600만 개가 세탁수를 통해 유출된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탁기의 규격이 주로 10킬로그램을 감안하면, 한 번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1000만 개씩 나오는 셈이다. 옆집, 우리 동, 아파트 전체, 단지, 그리고 전국의 세대 수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금방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엄지 손가락 하나로 스마트폰 화면을 끌어내리며 업데이트된 신상품을 손쉽게 훑어보면서도 금세 싫증을 느끼는 우리의 인스턴트식 패션 취향의 대가는 머나먼 바다 건너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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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자주 읽잖니. <녹색평론>에서 엄청 비난하는 몬산토라는 업체가 있단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과 농약을 주로 파는 업체이거든이 업체가 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화에 있어서도 악마 같은 짓을 했더구나. 인도는 예로부터 목화 농업을 많이 했대. 인도 농부의 걱정거리는 해충으로부터 목화를 어떻게 보호하는 거냐였어. 이 때 몬산토라는 업체에서 해충에 강한 목화씨를 개발했다고 했어. 인도 대부분의 농부들은 이 목화씨로 바꾸었단다. 그런데 더 강한 해충들이 그 목화씨를 공격하는 것이었어. 이 더 강한 해충들은 기존 살충제로는 죽지 않았단다. 더 강한 살충제를 써야 했는데 그 더 강한 살충제도 몬산토에서 판매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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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9)

인도 농부들은 더 강력한 살충제를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농부들은 머잖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판매하는 회사가 자신에게 Bt면화를 팔던 바로 그 몬산토였기 때문이다. Bt면화는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씨앗을 받을 수 없고 혹 씨앗을 받았다 해도 발아하지 않는 터미네이터 종자였기에 인도 농민들은 종자와 살충제를 해마다 구입해야 했고, 점점 늘어나는 부채로 신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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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양심적인 사기꾼들이 있을 수 있냐. 다시 옛 목화씨로 바꾸려고 했지만 그 동안 땅의 성질이 바뀌어서 안 자란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울자 겨자 먹기로 몬산토 목화씨로 심어야 하는데, 이 몬산토 목화씨는 번식도 안되어서 목화 농사를 지으려면 매년 몬산토 목화씨를 사야 한다고 하는구나.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파산을 겪는 인도 농부들이 생겨났고 약 20만명의 인도 농부가 자살을 했다는구나. 현재는 인도 목화밭 대부분이 몬산토 목화 품종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나쁜 놈들이 있냐이런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인지 답답하더구나.

의류 공장은 많은 물을 사용하고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게 된단다. 그리고 최대한 옷을 싸게 만들어야 하니, 의료 공장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짓는다고 하는구나. 또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건물도 최소 비용을 짓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구나.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는 의류공장이 있던 건물이 무너져서 안타깝게도 1138명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 사고에 대해 공장주나 기업 관계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대. 그리고는 임금이 싼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짓는다고 하니, 정말 돈밖에 모르는 사악한 놈들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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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패션기업은 임금이 가장 저렴한 나라에 공장을 짓는다.

. 많은 옷을 싸세 제작하기 위해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력이 투입된다. (대부분 나이가 어린 여성 노동자나 이주 노동자다.)

. 경비 절감의 이유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공장에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사망한다.

. 공장주나 기업 관계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 기업은 규제가 약하거나 임금이 저렴한 또 다른 나라로 이동해 새로운 공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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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제는 심각하다. 사람들은 의류회사가 만들어 놓은 빠른 유행 주기를 쫓아가려고 하고, 패스트패션 회사는 좋다고 계속 옷을 만들어대고, 그 사이 노동자들은 착취 당하고, 섬유폐기물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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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사람들은 유행에 쉽게 휩쓸렸다가 유행이 지난 것에 금방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유행을 찾아 떠난다. 그사이 패스트패션 회사 CEO는 세계 5위까지 부호의 자리를 지키며 배를 불리고,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은 착취당하다 죽음에 이르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섬유폐기물은 지구를 덮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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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든다고 홍보하는 의류회사가 있는데 이것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고 하더구나. 이것도 결국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긴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가.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연합에서 먼저 움직였다고 하더구나. 2030년까지 섬유 제품에 대해서 재활용 가능하고, 유해물질 제거하고 수선할 권리를 보장하는 등 패스트패션에 대한 강한 규제를 하기로 했대. 유럽연합에서 시작했으니 국제적으로 따라갈 것으로 예상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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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우리가 입는 옷은 세 번 이상 세탁한 후에도 계속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프란스 티메르만스가 패스트패션 제품의 형편없는 품질을 꼬집으며 남긴 말이다. 2030년까지 유럽연합 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섬유 제품은 내구성, 수선 및 재활용 가능성 보장, 재활용 섬유 사용 확대, 유해물질 제거, 사회적 권리를 존중에 제조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의류 제조 과정에서부터 수선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한 옷을 오래 입게 하려는 지속가능한 순환 섬유 전략으로, 사실상 많이 싸게 파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었던 패스트패션을 퇴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옷을 일회용품 팔 듯 해치우며 돈을 벌던 패션산업은 이제 수선, 회수, 재사용,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한층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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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들도 노력을 해야 하겠구나. 중고시장의 옷을 활용하고, 부모님이나 식구들 옷들을 그냥 버리지 말고 다시 입기도 그 노력 중에 하나일 것 같구나. 그러려면 옷이 오랫동안 잘 유지될 수 있어야 하겠지. 이 책에서는 옷이 훼손되지 않게 잘 보관하는 방법도 제시해 주었단다.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 기업들에 행태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비판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하는구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한대. 일부 회사에서는 동참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고 하니 다행이고 더 확대되어야겠구나. 섬유폐기물도 점차 줄이고, 패스트패션보다는 질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그런 옷이 대세가 되는 그런 세상이 와야겠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옷과 환경보호의 관계가 상당히 밀접한 것인데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같구나. 아빠 같은 아재들은 옷을 많이 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줄이고 보관도 잘 해서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구나. 너희들도 우리 지구를 위해서 옷 오래 입기에 동참하자꾸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2019 4, 그날은 초여름이었지만 얇은 민소매 원피스 아래로 땀방울이 등허리를 타고 숨죽여 흘러내리는 게 느껴질 만큼 더웠다.

책의 끝 문장: 좌절과 포기 대신 기대와 설렘을 담아 책을 마무리한다.



쇼핑을 멈추는 건 생각보다 큰일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뭐라도 사라고, 기분이 좋으면 그에 맞게 쇼핑을 하라고, 그게 네가 존재하는 방식이자 이유라고 온 세상이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요란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왜 시민들 개개인이 죄책감을 느끼고 신념을 포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라면을 먹으려 해도 비닐봉지를 최소한 세 장은 버려야 하는데, 커다란 매대를 온갖 종류의 라면으로 채운 대형마트에서는 오히려 소비자를 향해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고 외친다. 개인과 가정에서보다 기업에서 배출하는 비닐쓰레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말이다. 그래서 걱정도 됐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옷을 사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 - P23

모 패션 플랫폼 담당자 D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쿠폰을 발급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옷을 중개해 잘 팔수록 플랫폼에게는 손해가 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이미 옷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 대신 셀러들에게 좋은 구좌를 비싼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비싸고 잘 보이는 자리에 걸린 옷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또다시 소비하는 굴레에 빠진다. 소비자를 모아 판매자를 모으고, 판매자를 모아 소비하게 하는 플랫폼. 그 안에서 수요와 공급은 시작과 끝의 구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원히 순환한다. 또다시 물건이 존재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를 해야 물건이 존재하는 구조가 갖춰지는 것이다. - P135

그 후로 하나의 공식이 굳어졌다. 테러나 전염병 등으로 국가 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를 구원한 것은 소비였다. 자본주의에서 멈춤은 곧 재앙이다. 자본주의 세상에 태어났다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관성의 궤도에서 이탈할 수 없다.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최소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갑자기 소비에 열정을 잃은 결과였다. 2006년 경기 침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결국 부시 대통령은 자국민들을 향해 "소비하라"라고 직접 요청했다. - P166

아시아는 타 대륙보다 명품을 압도적으로 많이 소비한다. 현재 세계 명품시장은 약 8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그중 37퍼센트가 아시아에서 팔린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구찌, 까르띠에, 불가리 같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는 전체 매출의 50~60퍼센트를 아시아 소비자에게서 거둬들인다. 프라다, 샤넬,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등 세계 최고 브랜드 대부분의 매출 10퍼센트 이상은 한국인이 차지한다. 아시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명품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P184

실제로 2021년 이후 여덟 개 이상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한국 내 브랜딩과 유통을 담당하던 파트너와 계약을 종료한 뒤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였다.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우리 돈 약 40만 4000원으로, 미국 34만 8000원, 중국 6만 8000원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4퍼센트 성장해 세계 6~7위 수준인 168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주변에도 명품가방을 가진 사람이 너무나 많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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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다. 고대에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축소형 성인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서구 문명에서 어린이는 선천적으로 악하다고 간주되었다. 부모와 보호자와 할 일은 아이들이 사회화를 통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훈육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체벌과 공포심을 쓰는 전략은 전적으로 용인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67)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 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씹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185)

그런데 오늘날은 도파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전형적인 미국인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앉아서 보내는데, 이는 50년에 비해 5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세계의 다른 부유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공급량이 제한적인 식량을 두고 경쟁하기 위해 매일 10킬로미터를 횡단하도록 진화되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좌식 생활 습관의 역효과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203)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너무 강력한 형태를 띨 경우, 고통에 중독될 위험은 커진다. 나는 이를 치료 중에 여러 번 목격했다. 내가 맡은 어떤 환자는 너무 많이 달리다가 다리뼈가 골절됐는데, 그렇게 되고도 달리기를 계속했다. 또 어떤 환자는 쾌감을 느끼고 자기 마음속에 계속되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팔뚝과 허벅지 안쪽을 면도날을 벴다. 그녀는 심각한 흉터와 감염의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베기를 멈추지 않았다.

 

(210)

하지만 거짓말에 관한 한 인간에 비할 동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언어 때문에 우리가 거짓말하는 경향을 띠고 거짓말도 매우 잘한다고 추측한다. 그 논리는 이렇게 연결된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는 거대한 사회 집단의 형성으로 막을 내렸다. 거대한 사회 집단은 의사소통 형태의 정교한 발달로 존재할 수 있었고, 그러한 발전은 상호 협동을 이끌었다. 그러나 협동에 쓰인 말들은 상대를 속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언어가 발전할수록 거짓말은 정교해진다.

 

(223-234)

친밀함은 그 자체도 도파민의 원천이다. 타인과의 사랑, 엄마-자식 간의 유대감, 성적 파트너와 평생토록 갖는 유대감 등과 관련이 있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 분비 뉴런에 있는 수용기들을 옭아매고, 보상-회로관을 강화한다. 간단히 말해 옥시토신은 뇌의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이는 린홍, 롭 말렌카 등 스탠퍼드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이 치근에 밝혀냈다.

 

(237)

여유 속에서 결핍의 마음가짐이 생겨나는 것처럼, 결핍 속에서도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심리적 여유는 물질세계 너머의 원천에서 비롯된다우리 바깥의 무언가를 믿거나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인간적인 유대감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드려는 노력은 비록 가난에 처해 있더라도 우리에게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279)

저울의 교운

1. 끊임없는 쾌락 추구(그리고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적인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유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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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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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이라는 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영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구나.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SNS인 북플에서 몇몇 분들이 추천을 해서 알게 된 소설이란다.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라서 아빠와 거리가 있는 책일 거라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소설도 괜찮고 드라마도 괜찮다고 해서 소설 먼저 읽어 보았단다.

책의 광고 문구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과 불안을 담아낸 가장 젊고 뜨거운 소설이라고 적혀 있었어. 읽기 전에 이 광고 문구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읽고 난 후에는 이 문구가 참 적절하면서도 소설을 한 문장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하지만 문제는 아빠는 공감하지 못하면서 읽었다는 것. 대한민국 아재와 소설 속 등장인물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었어. 아일랜드의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이들이 사랑 놀이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단다. 밀레니얼 세대가 아무리 자유분방한 사랑을 하도, 스포츠 놀이하듯이 잠자리를 갖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이 소설은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어떤 점을 높이 사서 그 후보에 올랐는지 아빠는 잘 모르겠구나.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의 현실을 소설 속에 잘 그린 것을 높게 산 것인지, 아니면 번역본으로 알 수 없는 원문으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것인지 말이야. 드라마로 만든 이유도 많은 야한 장면으로 이목을 받고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대한민국 아재의 약간은 꼰대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1.

주인공 메리앤과 코넬이라는 두 젊은이란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는 메리앤과 코넬은 고등학생으로 나오고, 점점 성장해 가서 소설의 끝부분은 이십 대 중반으로 끝을 맺는단다. 메리앤은 엄청난 부잣집 딸에다 공부도 늘 일등을 하는 모범생이야. 하지만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그런 학생이었어.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오만하고 까칠한 이미지에 얼굴도 별로라는 이미지로 알려졌지. 메리앤의 집에 일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코넬이란다. 코넬은 메리앤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코멜은 메리앤의 집에서도 자주 보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들어진 그런 이미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어쩌다 둘은 함께 시간을 갖게 되고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실제가 된단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돼. 하지만 메리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보니 코넬은 매리앤과 관계를 학교에서는 비밀로 한단다. 심지어 다른 여자의 졸업 무도회 신청을 받아들이고 메리앤은 큰 상처를 받고 학교까지 그만 두었어.

그렇게 헤어진 메리앤과 코넬은 몇 년 뒤에 다시 만나 예전의 그 애틋한 감정을 되살아나 사랑을 하게 되지만 또 몇몇 오해와 소심함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단다. 그런 과감한 사랑을 하면서도 어찌 진심을 말할 때는 소심해서 말을 못하는지답답하더구나. 그렇게 서로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반복하다가 결국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여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는, 다른 연애 소설과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는 사랑이야기로 아빠는 읽었단다.

이 소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아빠는 별로였기에 읽으면서 메모도 별로 안 해서 너희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줄 것도 별로 없구나. 사랑의 모습은 수많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그린 사랑이 아주 특별하다거나 극적이거나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원래는 소설을 읽고 드라마도 이어서 보려고 했는데, 드라마는 생략해야겠다. 그리고 드라마가 특정 OTT에서 서비스를 해주어서 찾아 보기도 쉽지 않더구나. 역시 책은 취향 싸움. 오늘은 여기까지.

아참, 그런데 제목이 노멀 피플?

 

PS,

책의 첫 문장: 코넬이 초인종을 누르자 메리앤이 문을 열어준다.

책의 끝 문장: 너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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