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개화기는 새로운 외부 문화와의 충돌을 경험한 시대였다. 그 충돌은 개화기 이전부터 일어났으니 그건 바로 천주교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 대응은 박해로 나타났다.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증폭되었다. 이는 개화기가 결국 망국(亡國)으로 종결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의 자폐적 시스템과 더불어 내부갈등이 나라의 진로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였다는 사실을 폭로해주기 때문이다. 개화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천주교 문제를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2)

블라디보스토크의 블라디는 러시아어로 정복하다는 뜻이고 보스토크는 동쪽의 의미인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가 동쪽으로 와서 정복한 도시인 셈이다. 이전 이 땅은 발해의 중요한 거점 지역이었고 이후로는 여진과 거란의 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이 땅을 한자로 해삼위(海蔘威)라고 표기했는데 바닷가에 해삼이 많아서 해삼위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다도 4~5개월간 결빙하기 때문에 부동항을 얻으려는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90)

역설이지만 서학은 물론 동학에 대한 이러한 탄압은 조선 조정이 자신들의 죄, 즉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건 아닐까? 민생을 도탄에서 건져낼 수 없는 무능이, 언제든 민심을 폭발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 제거에만 총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망국(亡國)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99)

다블뤼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자선(慈善)의 원조 국가가 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이 나라에서는 자선 행위를 진정으로 존숭하고 실천한다. 사랑방에서 받는 대접 이외에도 식사 때 먹을 것을 달라면 거절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일부로 그를 위해 밥을 다시 하기도 한다. 들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식사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즐거이 자기 밥을 나누어준다. 뱃사공들은 밥을 먹지 않고 배 타러 나온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잔치가 벌어지면 언제나 이웃 사람들을 초대해서 형제처럼 모든 것을 나눈다. 여비가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엽전 몇 닢의 도움을 받는다. 없는 사람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조선인이 가진 덕성 중의 하나이다.”

먼 훗날에라도 조선에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161)

조선은 강화도조약에 따라 개항을 하게 되었고 근대적인 서양 문물을 수입하게 되었다. 1876년 부산이 개항하고 이어 1879년 원산, 1880년 인천이 개항했다. 학계에선 근대화가 되는 시대를 의미하는 근대가 언제부터인가 하는 논쟁이 있는데 학계의 통설적 견해는 아무런 준비 없이 강요된 것이긴 하지만 개항을 통해 새로운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한 1876년을 근대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188-189)

금장태는 최한기는 조선 후기 실학파의 마지막 인물이자 근대 개화사상으로 한걸음 나아갔던, 그 기대의 가장 앞선 진보적 지성인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저술은 1000권이나 된다는데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직 100여 권뿐이다. 그의 탁월한 학문의 폭넓은 식견이 알려지자 당시의 여러 재상들은 그를 조정에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펼 수 없는 상황에서 벼슬하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신미양요로 강화도가 미국 함대에 침략당하자 친분이 있던 유수의 자문요청에 조언한 바 있다. …… 자신의 시대를 새로운 것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변혁의 시대로 규정한 그는 차라리 옛것을 버릴지언정 지금을 버릴 수는 없다하여 진보정신을 표방하고 과학과 문명이 더욱 발전하고 역사가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확신했다.”


(284)

한편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의 미국 생활은 어떠했는가?

미국 <뉴욕타임스> 1883 11 8일자는 사절 수행원의 한 사람인 유길준은 자기나라의 옷을 벗고 지금은 서양 옷을 입고 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시의 에드워드 모스(1838~1925) 교수 지도하에 학생으로 이 나라에 머물 것이다. 어제 저녁 이 젊은이는 5번가(뉴욕)에 산책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나 몇 마디의 영어를 사용하여 경찰관에게 호텔 가는 길을 물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301)

<한성순보>는 신문발간의 동기와 기술적 지원은 일본에 의존했지만 신문의 뉴스원, 내용과 관련해선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이 신문이 기사로 가장 많이 다루었던 국가는 중국(453)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베트남(165ㅎ회), 프랑스(71), 영국(56), 일본(53), 미국(47) 등이었다. 중국 관련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는 조선과 중국의 관계가 밀접했다는 것 이외에 영국,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선교사나 상인 등이 발간하던 중국계 신문들을 주요 뉴스원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성순보>의 실무자들은 거의가 한학자와 중국어 역관(譯官) 출신들로서 한문에는 능통한 반면 일본어는 몰랐다는 점과 이들이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 숭상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베트남, 프랑스 관련 기사가 많았던 건 1884 6월 프랑스의 베트남 침략(1883) 문제로 일어난 청불전쟁과 베트남이 프랑스에 먹히는 비극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 감정 때문이었다.


(334)

갑신정변의 내각은 청춘정권이었다. 내각 서른두 명의 연령을 보면 20대와 30대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김옥균 서른세 살, 홍영식 스물아홉 살, 서광범 스물다섯 살, 박영효 스물세 살, 서재필 스무 살 등 주동자들은 더 젊었다. 혈기가 지혜를 앞섰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336)

너희들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군주는 그렇게 개화를 버렸다. 김옥균은 군주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는다. 이제 곧 천하대역죄인이 될, 그의 부모와 아내와 아이들은 몰살을 당하게 될, 그리고 자신은 10여 년의 망명객이 될 것이며 망명지 일본에서도 버림받은 후 결국 중국 상하이에서 조선 정부가 보낸 암살자에게 목숨을 잃을, 그러나 군주를 사랑하였고 조선의 강대한 힘을 꿈꾸었던 김옥균은 이렇게 군주와 마지막 작별을 했다. 박영효, 서재필, 서광범 등이 김옥균과 함께 후퇴하는 일본군을 쫓아갔다. 군주의 곁에는 이제, 청군과 군중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홍영식, 박영교만 남았다. 실패한 혁명 뒤에 남은 것은 군중의 분노뿐이다. 거리는 살육으로 뒤덮인다. 일본인과 개화파들, 그들의 가족은 보이는 대로 습격을 당한다. 김옥균의 집과 일본공사관은 성난 군중의 손으로 불타올랐다.


(345)

이어 신용하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실패 요인은 일본군 무력을 차용한 요인이라며 갑신정변은 아무리 필요하고 애국적인 목적을 갖고 있어도 그 수단에 있어서 침략의도를 가진 일본의 힘을 일부 빌려서 수행하려 해서는 실패하고 만다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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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수학자 -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을! 복잡한 세상을 푸는 수학적 사고법 보통사람들을 위한 수학 시리즈
릴리언 R. 리버 지음,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 궁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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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과학과 수학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잖아. 이 책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 이 책은 수학책인데 형식이 좀 독특했어. ()의 형식을 두었거든. 그렇다고 시의 은유적인 표현은 거의 없었단다. 형식만 시()의 형식을 두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단다. 읽는데 간혹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 시() 때문이 아니라 수학 때문이란다.

이 책에는 수학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보통 씨가 등장한단다. 보통 씨,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수학에 관심이 없으니까 안심하라는 것 같구나. ㅎ 이 책은 삽화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지은이와 그린이의 성이 똑같더구나. 그래서 찾아보니 지은이 릴리언 R. 리버는 아내이고, 그린이 휴 그레이 리버는 남편이더구나. 지은이 릴리언 R. 리버는 1886년에 태어나서 1986년에 돌아가셨어. 100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쳤고, 일반 사람들을 위한 책들도 많이 쓰셨다고 하는구나.

지은이의 출생년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도 나온 지 꽤 된 책이란다. 194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하니 80년이 되었구나. 이 책은 원래 군인들에게 수학의 본질을 알려주고, 군인으로서 중요한 가치관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 책은 아무나 읽어도 좋은 책이란다. 특히 수학을 가장 많이 접하는 학생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더구나. 수학 문제를 대할 때의 자세도 알려주거든...^^


1.

이 책은 재미있는 문제로 시작한단다. 아래 두 회사가 있는데,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 함 생각해 보자꾸나. 첫 번째 회사는 초봉이 연봉 1200만원이고, 해마다 200만원을 올려주는 회사가 있단다. 두 번째 회사는 첫6개월 임금이 600만원이고, 6개월마다 50만원을 올려주는 회사가 있단다. 이 두 회사에서 어떤 회사를 선택하겠는가? 첫 번째 회사는 일년에 200만원 올려주는 것이고, 두 번째 회사는 일년에 100만원 올려주는 것이니까, 당연히 첫 번째 회사를 선택했다면 너희들은 너무 성급하게 생각한 것이란다. 수학은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하게 되면 큰 코를 다치게 되어있어. 아빠도 첫 번째 회사가 당연히 돈을 받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함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답은 2번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하나씩 써 봤지.

첫 번째 회사는 첫 해에 1200만원, 둘째 해에 1400만원, 셋째 해에 1600만원, 넷째 해에 1800만원.... 이렇게 되고두 번째 회사는 첫6개월에 600만원, 두 번째 6개월에 650만원, 그러므로 첫 해는 1250만원.. 첫 해는 첫 번째 회사보다 많이 받는구나. 하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역전되겠지? 두 번째 회사는 일년에 100만원이 늘어나니까... 그러면서 두 번째 해도 계산해 보았단다. 둘째 해 상반기6개월 700만원, 둘째 해 하반기6개월 750만원, 그러므로 둘째 해는 1450만원... 앗 둘째 년도에도 두 번째 회사가 많네... 셋째 해 상반기6개월 800만원, 셋째 해 하반기6개월 850만원, 셋째 해는 1650만원. 앗 셋째 년도도 두 번째 회사가 많아... 매년 두 번째 회사가 계속 50만원씩 더 받는구나. 성급하게 생각했다면 첫 번째 회사를 선택했을 텐데... 하나씩 수학적으로 따져보니 두 번째 회사가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이런 재미있는 문제들이 쭉 이어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앞 부분에 세 문제 정도 등장하고 만단다. 아무래도 수학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재미있는 문제를 선보인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문제를 풀면서 수학을 대하는 중요한 자세를 알려고 있는 거야. 이건 너희들도 명심했으면 하는구나. 첫째,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 둘째, 감으로 하지 말라. 셋째, 신중해라. 수학 문제를 풀 때 이것만 명심하면 아는 문제를 틀리는 억울함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단다.

======================

(28)

그게 바로 보통 씨와

과학자가 행동하는 방식에 존재하는

한 가지 본질적인 차이점이야.

보통 씨는 자기가 이 좋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언제나 감에만 의지하려 할 거야.

하지만 말이야,

모든 은 반드시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해.

======================


2.

고대부터 이어진 수학은 뉴턴 시대에 정점을 찍게 된단다. 그리고 현대 수학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지 이 책에서 현대 수학을 소개하면서 삶의 자세로도 확장하는 것 같았어.

======================

(139-140)

따라서 현대 수학의 한 가지 경향은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생각을

명확하게 밝혀

그로 인해 야기된

편견과 거짓 생각을 제거하는 것 같아.

명심할 것! 작위적인 추론에

근거가 있는지를 밝히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자!

======================

현대수학에서는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닌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다, 2더하기 2 4가 아닐 수도 있다 등등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은 고대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배한 세상이었지만, 실제 세상은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유학 기하학 등이 존재한다는 거야. 이런 경향은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났단다. 지은이는 현대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의 내렸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구나.

======================

(216-218)

현대는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1) 사람은 자신이 아주 창조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어.

훨씬 대담해진 사람은

자신이 머물던 활동영역을 벗어나

훨씬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나게 됐지.

(2) 당연히 이전보다

무수히 많은 다양성이

생겨났어.

(3)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사람은 뭔가 아주 이상한 것들을

발견했어.

그리고 낯선 것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지.

(4) 사람은 추상적인 것들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됐어.

======================

이 책이 처음에는 군인들을 상대로 쓴 책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런지 교훈적인 내용도 많이 담긴 것 같았어.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옳은 말이지만, 살다 보면 쉽지 않더구나. 그러면 이런 글들을 다시 보면서 다짐을 하게 되지. 너희들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지은이 릴리버 R. 리버 님이 이런 책 스타일로 양자역학과 무한에 대해 쓴 책이 있다는데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구나.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우리의 영웅, 보통씨가 누구냐고?

책의 끝 문장: 이 책이 그런 개념들이 내포한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 인정하지?


명심할 것! 진보는
전통은 존중하되
맹목적으로
100퍼센트 따르지는 않을 때
이루어진다!
- P91

아주 괴상하고
‘완전히 분해되어 있는’
현대적인 무엇을
찾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면 안 돼.
아주 깊숙이 자리 잡은
편견은 기이한 새로움보다
훨씬 나쁠 수 있으니까.
- P171

2 더하기 2는
어떤 대수 문제이냐에 따라
4가 될 수도 있고
4가 아닐 수도 있어.
대수나 기하학은
모두
사람이 만든 거야.
그러니까
무엇보다 뛰어난
절대적인 건 없는 거야.
그리고 절대 진리를
표상하는 것도 없는 거야.
하지만
그중에 전부가, 혹은 많은 것들이
엄청나게 유용하기는 해.
절대 진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영원히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몰라.
- P183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
가장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내야지
자신이 절대 진리를 ‘안다고’
으스대면 절대 안 되는 거야.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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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15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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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 ()권을 이야기해줄게. ()권 역시 ()권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모비 딕을 찾아가는 이야기와 고래에 관련된 온갖 정보, 지식, 상식을 망라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단다.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쓸 당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고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구나.

()권에서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번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면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인 피쿼드 호의 갑판원 이슈마엘.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헤브. 일등항해사 스타벅, 이등항해사 스터비, 삼등항해사 플래스크, 작살잡이이자 이슈타엘과 케미를 보인 퀴퀘그가 있었지. 작살잡이는 퀴퀘그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다구라는 사람과 인디언 출신인 타슈테고라는 사람이란다. 그 외에 수십 명의 선원들이 함께 피쿼드 호에 타고 있었단다.

선장의 명령으로 그들이 모비 딕을 쫓고 있지만, 다른 고래를 발견하게 되면 그 고래들도 잡았단다. 그리고 고래를 잡았다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래를 잡을 때 작살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상세하고 설명하고, 고기는 어떻게 해체하고, 고래에서 기름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상세히 설명해 준단다. 고래의 머리통에는 고래 기름이 가득하고 큰 고래의 경우는 500갤런의 기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빠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놀랍구나. 피쿼드 선원들도 잡은 고래에서 기름을 추출해서 기름통에 옮겨 담는 작업도 하는데, 작살잡이 타슈테고가 기름통에 빠져 죽을 뻔한 것을 퀴퀘그가 극적으로 구출해 냈단다. 식인종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퀴퀘그.

고래를 잡고 나면 그날 식단은 고래 요리로 채워지는데, 이번에는 고래 요리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쭉 이어진단다. 참 친절한 책이로구나. 아빠는 고래에 대해서 당연히 잘 모른단다. 그들이 이번 항해에서 처음 잡은 고래가 향유고래이고, 두 번째로 잡은 고래가 참고래였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고래의 차이점에 대해 또 많은 지면으로 설명을 해준단다. 참고래는 스토아 철학자, 향유고래는 플라톤주의자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정작 아빠가 스토아파가 어떻고 플라톤주의자가 어떤지 잘 모르는구나.

======================

(88)

저기 있는 향유고래의 표정이 보이나? 이마의 긴 주름이 조금 지워진 듯할 뿐, 죽을 때의 표정 그대로다. 놈의 넓은 이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무심한 사유에서 유래된 대초원 같은 평온함이 깃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머리의 표정을 살펴보라. 공교롭게도 뱃전에 짓눌려 턱을 단단히 감싸게 된 저 놀라운 아랫입술을 보라. 머리 전체가 죽음을 바라보는 엄청난 실천적 결의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내가 보기에 참고래는 스토아 철학자였고, 향유고래는 플라톤주의자였다가 말년에 스피노자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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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상식에 대해 많이 나온다고 했잖아. 고래는 물에 살고 있지만 독특하게도 포유류잖아. 그 이야기는 아가미가 없이 허파로 숨을 쉴 텐데, 그러면 수면 위로 계속 오르락내리락 불편한 것 같구나. 그런데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몸 속에 산소를 많이 비축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고 하는구나. 역시 생명체들은 모두 신기하구나.

======================

(141-142)

고래는 주기적으로 꽉 차게 한 시간이나 그 이상씩(심해에 있을 땐) 단 한 번도 숨을 쉬지 않은 채,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공기를 한 숨도 들이마시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아간다. 기억하겠지만 고래에게는 아가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고래의 갈비뼈 사이, 그리고 척추 양쪽에는 국숫발 같은 관이 크레타 섬의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고래가 수면에 나왔다가 잠수할 때면 산소가 공급된 혈액이 이 관에 가득 찬다. 그렇기 때문에 물 없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보조 밥통 네 개에 나중에 마실 여분의 물을 채우듯, 고래는 천 길 물속에서 한 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분의 생명력을 몸에 비축하는 것이다.

======================


1.

망망대해에서 모비 딕을 쫓는 피쿼드 호는 다른 포경선을 가끔 만나게 된단다. 그러면 에이해브 선장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모비 딕을 봤냐는 것이란다. 제로 보암호라는 포경선을 만났는데, 선장이 메이휴라는 사람이었는데, 배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서 광신자 가브리엘이 배를 접수했다고 하는구나. 이 배도 모비 딕을 만났다가 항해사가 모비 딕의 공격으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독일인 선장이 몰고 있는 융 프라우 호라는 배도 만났어. 융 프라우는 처녀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인데 왜 그런 배 이름을 지었다고 했더라피쿼드 호가 융 프라우 호와 조우했을 때 향유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두 배는 경쟁하듯 그 고래를 쫓았단다. 결국 피쿼드 호의 항해사들이 이겼으나, 배가 침몰할 위기도 있었단다.

미국 땅에서 출발한 그들은 대서양에서 남아프리카를 돌아 아시아 땅까지 이동했단다. 인도양 인근에서는 말레이시아 해적들이 나타나 추격적을 벌이기도 했어. 런던에서 온 새뮤엘 엔더비 호와 만나게 되는데, 새뮤엘 엔더비 호의 선장인 부머 선장은 한쪽 팔이 없었어. 그 또한 모비 딕과 맞섰다가 한쪽 팔을 잃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부머 선장은 한쪽 다리를 읽은 에이해브와는 다른 결정을 했단다. 부머 선장은 나머지 한쪽 팔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모비 딕에 복수를 하지 않는다고 했어. 에이해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은 것에 대한 복수심을 똘똘 뭉쳐 모비 딕을 쫓고 있는데 말이야. 부머 선장이 좀더 현명한 것 아닐까 싶구나.

이렇게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심에 가득 찬 선장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는, ()권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일등항해사 스타벅이었단다. 스타벅은 잠깐 동안이지만 선장을 죽이려고는 생각도 했었어. 그것이 오히려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스타벅의 윤리성이 그것을 막았단다.


2.

그들은 인도양을 거쳐 일본 앞바다를 거쳐 다시 태평양에 도착했단다. 그리고 레이철 호를 만났는데 그들은 바로 어제 모비 딕을 봤다고 했어. 레이철 호와 헤어진 피쿼드 호는 얼마 후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났단다. 모비 딕이 향유고래라고 했잖아. 향유 고래 크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해 주었는데, 큰 향유고래는 25~27미터에 몸무게는 90톤이 나간다고 하니,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체로구나. 그런 괴물 같은 생명체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 같구나.

======================

(265)

내가 엄밀히 계산하고 스코스비 선장이 측정한 것을 어느 정도 참고한 바에 따르면, 몸길이가 18미터인 초대형 그린란드고래는 무게가 70톤이고, 내 엄밀한 계산에 따르면, 초대형 향유고래는 몸길이가 25~27미터 사이며 몸통 둘레는 12미터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런 고래라면 무게가 적어도 90톤은 나갈 것이다. 열세 명 정도의 몸무게를 더했을 때 1톤이 된다고 본다면 이 고래 한 마리가 11백 명이 사는 마을의 주민을 전부 합쳐 놓은 것보다 훨씬 무겁다는 얘기다.

======================

모비 딕을 만난 에이해브는 다소 흥분을 하고, 자신이 직접 모비 딕을 잡겠다고 했어. 배는 스타벅에게 맡기고 에이해브는 다른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과 함께 직접 보트를 타고 모비 딕 사냥에 나섰단다.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보트가 난파되는 피해를 입고 몸만 간신히 살아서 피쿼드 호로 돌아왔단다. 그 만큼 모비 딕은 정말 세고 강한 놈이란다. 둘째 날 공격에서는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뼈 의족도 부서지고 말았고, 에이해브 선장이 모비 딕을 잡으려고 별도로 데리고 왔던 사람들 중 페달라도 죽고 말았어. 이제 현실타협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스타벅은 에이해브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계속 만류했단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에이해브는 다시 한번 결전을 다짐하며 모비 딕을 맞서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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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451)

나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 어찌된 일인가, 타슈테고! 망치 소리를 들려 다오. , 불굴의 세 첨탑이여. 부러지지 않는 용골이여. 오직 신만이 빼앗을 수 있는 선체여. 굳건한 갑판과 당당한 키, 북극성을 가리키는 뱃머리, 죽음의 순간에도 거룩한 배여! 나를 두고 비명에 가야 하는가? 못난 난파선의 선장에게 허락되는 마지막 자긍심마저 나는 가질 수 없단 말이가? , 고독한 삶의 고독한 죽음! , 이 순간 나는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내 인생 최고의 위대함이 들어 있음을 느낀다. 허허! 지나간 내 삶에 내내 몰아치던 세찬 물결이여, 가장 먼 곳에서 달려와 나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파도를 뛰어넘어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모든 관과 관 받침대를 한 웅덩이에 가라앉혀라! 어느 것도 내 것일 수 없으니. 빌어먹을 고래여, 내 갈가리 찢길지언정 네 몸에 묶여서라도 너를 추격하리라! 그러니, 창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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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세판의 승자는 모비 딕이었단다. 에이해브는 작살줄에 엉키면서 모비 딕에 끌려가게 되었고, 모비 딕의 공격으로 피쿼드 호는 난파되어 침몰되고 말았단다. 그곳에 타고 있던 모든 선원들도 함께 말이야. 이슈마엘은 파손된 배 파편을 잡고 계속 표류하다가 이튿날 레이철 호를 우연히 만나서 살아날 수 있었단다. 이슈마엘이 피쿼드 호의 유일한 생존자였단다. 그렇게 이슈마엘이 살아남아서 이 패배의 대장정을 글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이란다.

….

에이해브 선장과 모비 딕의 싸움. 에이해브 선장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그렇게 많은 희생만 남겨둔 채 막을 내렸단다. 윤리적이면서 실용적인 현실주의자 스타벅의 말을 진작에 들었어야 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달려들었는지그리고 그 헛된 자신감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죽음으로 몰아 넣은 에이해브.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모여주는 것 같구나. 에이해브를 보니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장이 생각나는구나. 자신뿐만 아니라 배에 타고 있는 모든 국민을 모두 데리고  모비 딕을 향하고 있는 것 같구나. 국민들이 스타벅처럼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니, 참 답답할 일이로다.


PS:

책의 첫 문장: 스타벅에게는 괴물 오징어의 출현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조였지만, 퀴퀘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책의 끝 문장: 그 배는 항로를 벗어나 돌아다니던 레이철호였는데,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셈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바로 여기서 고래 특유의 강한 생명력이 지닌 진귀한 가치, 두꺼운 벽과 널찍한 내면이 지닌 진귀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칭송하며 본받을지니! 그대들도 얼음물에서 온기를 유지하라. 그대들도 세상에 살되 그곳의 일부가 되지 마라. 적도에서는 서늘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는 피를 돌게 하라. 성베드로 성당의 커다란 돔 지붕처럼, 그리고 커다란 고래처럼, 오 인간들이여! 사계절 어느 때건 그대만의 체온을 유지하라.
하지만 이런 미덕을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쉽고 또 부질없는가! 세상에 성베드로 성당처럼 돔을 얹은 건축물이 얼마나 되며, 고래만큼 큰 생물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 P46

일단 두 머리의 일반적인 차이는 첫눈에 확연히 느껴진다. 확실히 둘 다 엄청나게 크지만, 향유고래는 수학적인 대칭이 분명한 반면, 안타깝게도 참고래에게서는 그걸 찾아볼 수 없다. 향유고래의 머리를 보면 전체적으로 위엄이 넘친다는 점에서 향유고래의 어마어마한 우월함을 무심코 인정하게 된다. 이번 경우에도 오랜 연륜과 풍부한 경험을 나타내는 정수리의 희고 검은 점들 때문에 위엄이 한결 고조된다. 간단히 말해, 향유고래는 고래잡이들 사이에서 <회색 머리 고래>로 통하는 바로 그 고래다. - P78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모든 인간의 생각과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들이 지닌 신앙의 원칙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겉만 번지르르하게 남의 말을 주워섬기는 사람들에게 철학자의 생각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커다란 지구 자체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여, 그대 또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P181

고래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만으로도 나는 녹초가 되고, 모든 학문을 총망라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태어날 고래와 인간과 마스토돈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지상에 세워졌던 제국의 흥망성쇠와 우주 전체 및 그 저변까지 전부 포함하기라도 한 것처럼 한없는 방대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크고 분방한 주제의 덕분이란 이러하며, 이렇게 엄청난 것이다. 우리도 그 크기만큼 확대된다. 위대한 책을 쓰려면 위대한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벼룩에 대한 책을 쓴 사람은 많겠지만, 벼룩을 다뤄서는 결코 위대한 불후의 명작이 나올 수 없다. - P270

지금껏 바람을 정복한 자가 있었던가? 언제나 싸움에서 제일 마지막에 제일 통렬한 공격을 날리는 것은 바람이니, 바람에게 창을 겨누고 달려가 봐야 그냥 통과할 뿐이다. 하! 비겁한 바람은 벌거벗은 사람을 때리면서도 반격은 한 대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에이해브라도 그보다는 용감하고 그보다 더 고결하다. 바람에게도 몸뚱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을 가장 짜증 나고 분노하게 하는 것들은 전부 하나 같이 몸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물질로서는 몸이 없어도 작인으로서는 실체가 있다. 거기에 가장 특별하고, 가장 교활하며, 아아, 가장 사악한 차이가 있으니!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아니 아예 맹세하지만, 바람은 더없이 거룩하고 우아한 기운을 지녔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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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라는 비상상황 앞에서 기후대응은 언제까지나 뒷전으로 미루어도 좋은 것일까. 현재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은 온난화로 인해서 영구동토층과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풀려나서 지구온난화가 손쓸 수 없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 위험을 전 세계 440여 기 원전에서 멜트다운이 일어나는 일에 비견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많은 지역, 특히 남반구에서 전쟁의 참화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재난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인류, 특히 북반구 선진국 주민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무기를 들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전쟁에 가담해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약탈적 관계 한가운데에 기후변화와 군국주의가 맞물린 위기가 놓여 있는 것이다.


(25)

환경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산업정책만 난무한 이번 정부의 폭주는 고작 1년 만에 국토 곳곳을 난도질하며 짓밟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지구적 합의에도 빠른 걸음으로 역행하는 정부다.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대통령은 환경부에서 산업부처가 되라면서 대한민국의 환경과 우리의 미래를 시나브로 팔아먹고 있다. 다만 무엇을 대가로 받는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환경부가 아주 기본적인 존재의무도 저버리고 반()환경 정권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나열해보겠다.


(28-29)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성,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낙제점으로 이미 지난 정부 때 불허했음에도 막가파식 억지 논리를 받아들여 환경부는 손바닥 뒤집듯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주었다. 한국환경연구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냈지만 대통령의 공약사항은 무조건 통과다.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의 자연보전지구,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핵심구역,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II(보전 중심 관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국내외 법제도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이제 우리 국토 중 관광용 케이블카가 놓이지 못할 곳은 없다.


(37)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2021 6 8000t이 넘는 총배출량을 2050년에는 8000t(시나리오 A) 수준으로 줄이고, 8000t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는 총배출량 5 1200t으로 줄여야 한다. 앞으로 7년여 동안 1 6800t을 줄이는데, 그다음 20년은 4 3200t을 줄여야 하니 감축부담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수립한 계획의 가장 큰 특징도 2030년 감축목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 2030년까지의 총감축량 25%를 줄이고, 다음 정부는 3년 만에 75%를 줄여야 한다.


(95)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환경부 등이 전쟁 9개월쯤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쟁 7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tCO2eq에 달하고,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전투는 우크라이나에서 재생에너지 단지가 밀집한 지역 위에서 벌어지고,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시설 인근을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전쟁은 어떤 경제활동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 국가와 시민들의 노력, 성과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147)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묵살당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밀양송전탑 반대운동은 원전에서 출발하는 송전선이었고, 반핵운동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지금 재생에너지 때문에 다시 똑 같은 일이 벌어질 상황이니 기가 막히지요. 발전원이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발전단지나 송전선 인근 주민들에게는 똑 같은 폭력일 뿐입니다. 얼마 전에 전남 영광에 계신 분과 통화를 했는데, 영광에는 원전이 6기나 있고 방폐장 때문에도 주민들이 고초를 겪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신안 앞바다에 8GW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서 또 송전선을 건설한다는 것인데 이게 영광을 지나가요. 게다가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라고 한빛원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산업폐기물을 소각하는 발전소도 추진되고 있어요. 도대체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탄식하시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158)

한번 훼손되고 오염된 땅을 농지로 복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농지에 불법폐기물 투기하는 일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도 빨리 해결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지목이 농지인 것 외에도 간수할 방법도 찾아야 됩니다. 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치고, 지역사회마다 텃밭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고, 아직 남아있는 농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207)

지금 우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다. 지구 위에서의 삶() 자체의 종언에 맞닥뜨리고 있다. 생물종, 바다, , 호수, 강이 퇴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이 지구의 생물지구화학 체계들을 교란하고 있다. 우리는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매혹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 인류는 더할 나위 없는 규모로 죽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있는 힘껏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맞게 될 죽음을 이토록 애써 부정하거나, 언젠가 닥칠 죽음을 예고할 뿐인 얼굴의 주름 같은 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토록 돈을 퍼붓는 문화는 없다. 기술에 의해서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 확대되었고,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한편 아이러니컬하게도 폭력과 죽음을 묘사하는 영상물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에 몰두하고, 약물, 알코올 중독은 만연해 있으며, 사람들은 운전을 거칠게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 죽음에 추파를 보낸다. 우리는 죽음을 무서워하면서 또 거기에 끌린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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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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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또 다른 책, 특히 고전을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그러면 그 고전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이번에 읽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되었단다. <모비 딕>은 여러 책에서 언급이 되었어. 그리고 우리가 작년에 재미있게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지. 이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나? 또 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커피샾인 스타벅스도 <모비 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도대체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위대한 작품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까, 싶었단다.

<모비 딕>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 출판을 했는데, 아빠는 몇 년 전에 열린책들출판사로 사 둔 책이 있어 그 책으로 읽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몇 년 전에 <모비 딕>을 사면서 그 책이 오래 전에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는 것을 몰랐단다. 아주 오래 전에 헌책방에 갔다가 사두고 읽지 않은 <백경>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말이야. , 아빠의 고정 상식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아무튼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짜리를 꺼내 들었단다.

이 책도 읽기 어려운 책 순위를 메기면 꼭 10위 안에 드는 책으로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야. 그도 그럴 것이 읽다 보면 이 책이 소설인지 자연과학 책인지 실용도서인지 헛갈리게 되더구나. 고래에게 복수하는 선장의 이야기가 있지만, 온갖 고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고래를 잡는 법, 요래하는 하는 법 등 고래 관련 잡학 상식들도 이야기해준단다. 그러니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접한 사람들도 쉽지 읽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지은이 허먼 멜빌 생전에는 이 책이 그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오히려 혹평을 받았다고 했어.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이 책을 어렵게 읽게 했던 부분이 이 책의 위대한 점으로 평가하면서, 대표적인 미국의 대표적인 고전이 되었단다. 그리고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기억을 하게 한다는구나. 뭐 워낙 다양하고 책이 두껍다 보니 보는 것만 보는 사람의 특징상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단다.

지은이 허먼 멜빌은 1819년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12살 때인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이 몰락했다는구나. 온갖 직업을 다 가지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때 포경선 선원으로도 일했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모비 딕>이란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이 31살 때이고 그가 죽은 것이 1891년이니 당시로는 제법 오래 살았는데 그런데도 생전이 <모비 딕>이라는 작품이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당시 사람들은 이 책을 안 좋아했나 보구나.

소설 <모비 딕>이 무슨 뜻인지 소설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았어. 아빠가 그 뜻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그 뜻이 소설 속에서 나오면 꼭 기억하려고 집중을 한다고 하면서 읽었거든. 그런데 그 뜻이 안 나오는 이유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중에 찾아보니 모비는 크다는 뜻이 있고, ‘은 남자의 성기의 속어로 쓰인다고 하는구나. 소설에 등장하는 향유고래가 엄청 커서 그런 상징적인 이름을 붙여준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구나.


1.

, 그럼 오늘은 <모비 딕> () 권을 이야기해줄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온갖 고래에 대한 상식들이 나오는데 아빠는 줄거리 위주로 이야기를 해 줄게. 주인공은 이슈마엘이라는 사람이란다. 상선만 네 번을 타 본 적이 있는데 한 동안 뭍 생활을 하다 보니 싫증이 나서, 이번에는 포경선을 타겠다고 마음 먹었어. 포경선은 처음이라서 갑판원으로 타게 되었지. 포경선을 타기 위해서 포경선들이 모여 있는 낸티컷이라는 항구도시로 가야했어. 중간 마을에 있는 물기둥 여인숙에 묵게 되었는데, 빈 방이 없어서 어떤 작살잡이와 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어.

그런데 그 작살잡이가 식인종이라는 거야. 그런데 그 식인종은 보통 사람들을 잡아먹지 않으니 걱정하지 몰라고 했어.  그래도 식인종과 한방을 쓰다니, 쉽지 않지. 그렇게 이스마엘은 퀴퀘그라고 하는 식인종과 한 방을 쓰게 되었어. 그런데 이 퀴퀘그라는 사람이 엄청난 거구이고 식인종이긴 한데, 좀 귀여운 면이 있었단다. 그리고 사려 깊고 성실한 사람이었어. 이상한 매력을 가진 소유자여서 이스마엘도 금방 친해지고 그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스마엘은 그 다음날에도 퀴퀘그와 한방에서 지냈고, 그들은 한방에 머무르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고, 마음 속 깊은 이야기도 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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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친구끼리 흉금을 털어놓기에 침대만 한 곳은 없다. 부부는 침대에서 서로에게 영혼의 밑바닥까지 보여 주고, 나이 든 부부는 동이 트도록 침대에 누워 옛날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와 퀴퀘그도 그렇게 편하고 사랑스러운 한 쌍이 되어 마음의 밀월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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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퀘그가 살아온 이야기도 했는데퀴퀘그는 서남쪽 멀리 떨어진 코코보고 섬 출신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대추장이고, 삼촌은 대사제라고 했어. 그러니까 퀴퀘그는 그의 부족에서는 금손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냥 그곳에 머무르면 아버지를 이어 받아 추장이 될 수도 있었지. 어느 날, 그는 코코보고 섬에 온 포경선에 무작정 탔는데, 선장이 받아주질 않았어. 퀴퀘그는 기독교의 세계에 가보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을 해서 선장은 받아주었대. 그렇다고 퀴퀘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자기 부족의 종교를 믿었단다. 포경선에 탄 퀴퀘그는 작살잡이를 배웠고 작살잡이에 소질이 있어서 지금은 유능한 작살잡이가 되었어..

이슈마엘이 포경선을 탄다고 하니 퀴퀘그는 꼭 함께 타자고 했고, 이슈마엘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둘은 모스 호라는 배를 타고, 낸티컷에 도착을 했어. 가는 길에 퀴퀘그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기도 했단다. 물론 먹지는 않았어^^. 낸티컷에 도착한 이슈마엘은 포경선을 골랐단다. 이슈마엘과 퀴퀘그는 피쿼드라 부르는 포경선에 타기로 했단다. 피쿼드 호의 선장은 에이해브라는 사람인데 오래 전에 고래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잃고 고려뼈를 이용하여 부목을 만들었고 지팡이를 이용해서 절룩거리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의 기술은 여전히 뛰어나서 선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 외에 피쿼드의 멤버들을 보면, 일등항해사, 드디어 나오는구나, 스타벅. 이등항해서 스터비. 삼등항해사 플래스크가 선장을 보조했단다. 그리고 퀴퀘그를 비롯한 작살잡이가 세 명, 갑판원, 요리사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게 되었단다. 그런데 왜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를 지었을까? 좀 찾아보니 스타벅스의 공동 창업주 중에 한 명이 <모비 딕>의 일등항해서 스타벅을 좋아해서 그랬다는데, 그 사람은 스타벅의 어떤 점에 끌리게 되었을까. 그래서 아빠도 다른 등장인물보다 스타벅이 나오는 부분을 좀더 신경 써서 읽었단다. 스타벅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으로 보였단다. 책에서는 스타벅에 대한 사람을 설명하는데 두어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하는데 그중 일부를 발췌해 보았단다. 이정도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하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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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가 지금껏 침착하게 맞섰던 수많은 위기의 잔상이 아직도 어른거리는 것 같다. 인생 대부분을, 말로 채운 무기력한 책이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살아온, 착실하고 충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옹골진 냉철함과 불굴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다른 특징들에 영향을 미치고, 몇몇 경우에는 그 특징들을 전부 뒤엎어 버리는 것 같은 어떤 자질을 지녔다. 그는 뱃사람치고는 드물게 양심적이고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가진 탓에, 거친 바다 위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다가 미신에 심하게 경도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미신은, 어떤 사회의 경우 어찌된 까닭인지 무지가 아니라 오히려 지성에서 샘솟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외부의 징후와 내면의 예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쩌다 그런 것들로 인해 강철 같은 그의 영혼이 무릎을 꿇는 일이 있더라도,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멀리 곶에 두고 온 젊은 아내와 아이의 단란한 추억이었는데, 무뚝뚝한 천성을 떨치고 정직한 사람에게 잠재된 영향력을 발휘하며, 포경업을 하다 보면 처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모하게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걸 자제할 수 있는 것도 그 추억 때문이었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스타벅의 이 말은 가장 분명하고 유용한 용기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며,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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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음 타본 포경선이지만 이슈마엘은 포경선에 대한 기대가 컸단다. 포경선 안이 바로 하버드이자 예일대학교라고 생각했어. 그만큼 고래에 대해서 배울 것이 많을 테니까 말이야.

….

그렇게 배운 지식들이 책 곳곳에 고래에 대한 상식들로 가득 채운 것이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우영우처럼 머리가 좋아서 이 책에서 읽은 고래 상식들을 모두 외울 수 있다면 고래 박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래서 고래 분류도 척척 이야기하고 말이야. 고래 박사가 좋은 점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우영우가 아니지.

모비 딕이라는 고래는 향유고래란다. 그래서 이 책에서 분류한 여러 고래 중에 향유 고래 부분만 발췌해 보았단다. 향유 고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 고래가 어떤 고래였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고래인지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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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절판), 1(향유고래) – 옛날 영국에서 트럼파고래, 피제터고래, 모루머리고래 등의 이름으로 막연히 알려졌던 이 고래를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카샬로, 독일에서는 포트피슈라고 부르며, 거창한 학명으로는 마크로케팔루스다. 향유고래가 지구상에 거주하는 가장 큰 생명체이며, 우리가 마추치는 고래들 중에 가장 위압적이고 위풍당당한 풍채를 자랑하고, 상품 가치도 가장 뛰어나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귀한 경뇌유를 얻을 수 있는 동물은 오직 향유고래뿐이다. 향유고래의 여러 특징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곳에서 다룰 테니 여기서는 주로 이름만 언급하기로 하자. 언어학적으로 따지면 어처구니없는 이름이다. 몇 세기 전만 하더라도 향유고래는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경뇌유도 어쩌다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에게서 우연히 얻곤 했는데, 당시에는 경뇌유가 영국에서 그린란드고래, 또는 참고래로 알려진 고래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뿐 아니라 경뇌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rmaceti의 첫 음절 – sperm – 탓에 그린란드고래가 흥분했을 때 분비하는 체액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그 시절에는 경뇌유가 대단히 귀했기 때문에, 불을 밝히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고 연고나 의약품으로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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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항구를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선장은 선장실에 머무르면서 갑판에는 나오질 않았단다. 남쪽 따뜻한 곳에 도착을 하니 갑판에 등장을 했는데, 욕설도 하는 등 친절한 선장은 아닌 것 같았어. 그가 선원들을 모두 모아 놓고 한 마디 했단다. 그는 이번 항해의 목적을 이야기했어. 포경선의 목적이 뭐, 있나? 고래를 잘 잡으면 되지그런데 에이해브 선장은 이번 항해의 목적을 분명히 했어.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간 흰 향유고래 모디 빅을 잡는 것이었단다. 이성적인 스타벅은 선장의 복수가 항해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에이해브는 일장 연설을 하였고 다른 선원들은 모두 선장의 말에 호응을 했단다. 모비 딕에게 패배한 이후 에이해브 선장의 삶의 목표는 오직 모비 딕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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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할 테니 잘 듣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종이로 만든 가면에 불과해.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살아가는 행위라는 의심할 나위 없는 그런 행동일 경우에도,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뭔가가 허무맹랑한 가면 뒤에서 이목구비를 내미는 법이거든. 일격을 가하려면 가면 뒤에서 뚫어야 해! 죄수가 벽을 뚫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나? 나한테는 이 흰 고래가 나를 바싹 에워싸는 벽이라네. 가끔은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해. 놈은 나를 제 손아귀에 넣고 못살게 굴어. 나는 놈에게서 포악한 힘을, 그 속에 불끈거리는 불가사의한 악의를 느낀다네. 내가 증오하는 건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그것이야. 흰 고래가 앞잡이든 주범이든, 나는 놈을 상대로 내 원한을 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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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은 선원들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고래였단다. 작살을 여럿 맞아도 끄떡 없었대. 그래서 작살을 몇 개 꽂고 다닌다고도 했어. 그리고 큰 혹이 있고 덩치가 엄청 크면서도 이동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고 했어. 포경선을 보면 도망가는 것이 아니고 공격적으로 대응을 해서 모비 딕에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고 하는구나.

에이해브 선장이 어느 정도로 모비 딕에 대한 복수를 철저히 준비해 왔냐 하면 정식 선원들 이외에 모비 딕을 잡기 위한 이교도 사람들도 데리고 와서 선장실에 머무르게 했단다. 그들도 한동안 선장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그들이 배에 탄 것을 한동안 몰랐단다.

, 이제 파쿼드 호는 모비 딕을 잡기 위한 항해가 시작된 것이란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다른 포경선들도 계속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에이해브 선장이 하는 일은 그들에게 모비 딕을 봤냐고 묻는 일이었단다. 대부분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어떤 포경선에서는 모비 딕에게 선원이 잡혀 먹힌 적도 있다고 했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에이해브 선장은 복수에 대한 열의가 더욱 커져갔단다.

<모비 딕> ()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고래에 대한 온갖 잡학상식들이 많이 있어서 책이 두꺼워도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좀 심플한 편이란다. 그리고 고래에 대한 상식뿐만 아니라 지은이의 생각도 많이 실려 있는데, 바다에서 교활함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단다. 그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조만간 <모비 딕> ()권도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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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교활함을 생각해 보라. 바다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들은 물밑으로 잠행하며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채 더없이 아름다운 푸른빛 아래 음흉하게 숨어 있지 않는가. 그런가 하면 수많은 종류의 상어들이 날렵하고 멋스러운 자태를 지닌 것처럼, 가장 무자비한 종족이 악마 같은 광채와 아름다움을 지닌 걸 생각해 보라. 서로 먹고 먹히는 바다의 보편적인 습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 라.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먹이로 삼으며 태초에 시작된 이 영원한 전쟁을 지금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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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내 이름은 이슈마엘.

책의 끝 문장: 당신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더라도 작살이 아닌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저녁의 난롯가에서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공포를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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