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카이사르가 찌푸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시겠지만, 마그누스, 나는 저 똑똑한 자들이 적들에 대한 복수보다 조국을 더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치적 행보는 모두 로마와 로마가 지배하는 땅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동료를 겨냥하거나 극소수의 특권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당신은 로마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라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은 당신의 콧대를 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피해를 보는 건 로고요. 당신은 내가 필요하다고 편지에 썼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당신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49-50)

제가 말했잖습니까.” 메털루스 스키피오가 말했다. “카이사르가 이길 거라고. 왜 그가 항상 이기는지 아십니까? 잃을 걸 계산하느라 머뭇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년 있는 집정관 선거 때문에 개선식을 포기할 사람이 우리 중에 아무도 없을걸요.”


(88)

자네 말이 맞네.” 폼페이우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자네가 상황을 매우 명확하게 보는 것에 대해 나는 늘 놀랐지. 심지어 내가 원하는 걸 이뤄줄 사람이 필리푸스라고 생각했던 시절에도 말이야. 그는 그러지 못했어. 자네가 그렇게 했지. 자네는 정치인인가, 수학자인가, 아니면 마법사인가?”

내 최고의 자질은 상식입니다.” 카이사르가 소리내어 웃었다.


(295)

저는 용감하게 죽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횡설수설하며 죽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십분형을 당해 죽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십자가에 박혀 죽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제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드는 건 훌륭한 사람들의 고난과 평범한 사람들의 좌절입니다.

로마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우리 로마인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신들의 사랑을 받는 우리는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힘이 두 방향으로-앞과 뒤,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으로-확장됨을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로마인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신들과 일종의 평등을 향유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세계 속 우리의 위치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동족상잔의 싸움이나 과거를 고집스럽게 바라보는 행동은 우리를 몰락시키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 저는 인생의 정점을 지났습니다. 집정관을 역임한 해를 지나 다른 시기로 넘어갑니다. 높이가 달라지지요.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저는 로마의 건국 때부터 로마인이었고, 제 인생이 끝나기 전에 세상은 이 로마인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로마에게 기도합니다. 로마를 위해 기도합니다. 저는 로마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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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04 2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 시리즈 6부 시월의 말과 7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남았는데 손에 잘 안잡히네요.
5부 카이사르 편이 절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것도 같고요. bookholic 님 완독을 응원합니다. ^^

bookholic 2021-04-04 21:17   좋아요 2 | URL
저도 4부 남았었는데요...
올해 각 분기별로 1부씩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 1분기 지나갔으니 3부 남았습니다. ㅎㅎ
바람돌이 님은 2부 남으셨으니, 상반기 1부, 하반기 1부..
이렇게 여유롭게 계획 잡아보시는 것은 어떤지요?^^

새파랑 2021-04-04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전지식은 없지만 뭔가 엄청난 장편 느낌이 나네요^^ 완독을 응원합니다~!

bookholic 2021-04-04 23:07   좋아요 1 | URL
콜린 매컬로 님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인데요..
7부작 21권밖에 안됩니다...^^
독서 기계 새파랑 님은 아마 금방 읽으실 듯~~^^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새파랑 2021-04-04 23:22   좋아요 1 | URL
방금 검색해 봤는데 엄청나네요. 21권은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ㅋ
북홀릭님도 즐거운 한주 되세요^^

바람돌이 2021-04-05 00:1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근데 이 책 진짜 재밌어요. 옐날 로마인 이야기랑은 비교도 안되게 훌륭하고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강력 추천. ㅎㅎ

새파랑 2021-04-05 00:16   좋아요 1 | URL
앗....강력추천이라고 하시면, 읽어봐야겠군요~일단 한번 다시 검색을^^
 















(143-144)

차가운 머리로 이 문제를 다시 봅시다. 눈을 크게 뜨고 우리의 사고기관을 분리해 다시 한번 생각합시다. 죽음 말고 다른 처벌수단도 있습니다. 아테나나 마실리아 같은 호화로운 지역으로 추방하는 것 말고 다른 처벌수단도 있습니다. 코르피니움이나 술모같이 철벽처럼 요새화한 이탈리아 구릉 도시는 어떨까요? 우리는 지난 수세기 동안 포로로 잡힌 왕이나 왕자 들을 그곳에 가두었습니다. 로마의 공공의 적을 그곳에 가두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죄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 돈으로 해당 도시에 수고비를 두둑이 치러서 그들이 절대 탈출하지 못하게 합시다. , 그들에게 고통을 줍시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지는 맙시다.

 

(255)

내 작은 새야, 그 이유를 내가 알았다면 네가 내게 좋은 딸이듯 나 역시 네게 좋은 아버지가 되었겠지. 누가 그 이유를 알겠니? 나는 모른다. 가끔은 어쩌면 신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리란 생각을 해. 아마도 우리 모두는 어떤 정서적 완성을 타인에게서 구하는 것 같구나. 나는 그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또 우리의 육신은 우리의 정신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요구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

 

(309)

카이사르는 숨을 들이쉬었다. “저는 제 존엄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여러분 한 명 한 면에게 엄숙히 경고합니다. 제 존엄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는 이 유서 깊은 의사당을 여러분 머리 위로 무너뜨릴 겁니다! 펠리온 산을 오사 산 위로 옮겨 쌓고, 제우스의 천둥을 훔쳐서 여러분 하나하나를 쳐 죽일 겁니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분명히 말하건대 저는 카탈리나와 다릅니다. 만일 제가 여러분을 몰아내려고 공모했다면 지금쯤 여러분은 이미 다 쓰러졌습니다.”

 

(404)

의식적 차원에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오. 나는 죽음이 영원한 잠이라고 믿소. 우리는 사후에 육신에서 분리되어 떠다니지 않아도 계속 우리 자신일 거요. 하지만 어떠한 물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소. 우리 눈에 안 보이고 우리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힘들의 세계가 여럿 존재하지. 우리의 신들이 속한 세계도 그중 하나요. 그러면서도 신들은 우리와 계약이나 협정을 맺을 정도로 실체를 갖고 있소. 그러나 우리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절대 신들의 세계에 속할 수 없소. 우리는 신들 세계의 균형을 잡는 존재이고, 신들의 세계는 우리 없이 존재할 수 없소. 그러니까 그리스인들이 뭔가를 본다고 할 때는 정말로 보는 거요. 신들이 정말 영원한지 누가 알 수 있겠소? 어떤 힘이 더 이상 힘이 아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영원이란 꿈이 없는 잠이오. 심지어 신들에게도. 내가 죽음에 대해 믿는 건 이런 것들이오.

 

(437-438)

아니, 카이사르, 악의를 품지 말자. 폼페이우스는 악의를 살 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폼페이우스가 그토록 광활한 영역을 정복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골이 났던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폼페이우스가 그토록 광활한 영역을 정복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연한 사실이다. 그에게 응당한 칭찬을 내리자. 어쩌면 성장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하지만 성장에는 문제가 따른다. 성장할 때는 과거의 것들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 저 이탈리아 해안처럼.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뿌리는 저 아래 기반암에 굳게 박혀 있어서 그들은 만족한 얼굴로 늘 같은 곳에 머문다. 하지만 내 아래에는 내가 치워버리지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내 위로는 세상이 무한히 펼쳐져 있다. 긴 기다림은 끝났다. 드디어 나는 정식 군사 지휘권을 거머쥐고 히스파니아로 간다. 나는 살아 있는 기계를 손에 넣었고 그것은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손-바로 나의 두 손-을 만났으니, 이제는 그 무엇도 이 기계를 방해하거나 일그러뜨리거나 혼란시키거나 파괴할 수 없다. 나는 늙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무릎에 앉아 전쟁의 고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넋을 잃은 소년이었던 때부터 최고의 군사 지휘권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내가 이 군사 지휘권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이토록 강렬하게 갈망해왔는지 온전히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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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03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마 시리즈‘라고 하나요? 언제 꼭 다 읽어보고 싶어요! 로마의 일인자 얼마전에 사둠요ㅋㅋㅋㅋ

bookholic 2021-04-03 18:38   좋아요 1 | URL
ㅎㅎ 긴 여정을 시작해 보아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고 하더라구요...
비오는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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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반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가치체계가 파국을 향해 가고 있었을 때였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백석은 일본 제국주의가 드리운 그늘에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하였다. 그것은 과거의 재생을 통해 현실의 몰락을 타개해나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석은 주관적 감상주의와 계몽주의를 넘어선 ‘그 무엇‘을 찾고자 했다. 그 무엇‘은 새로운 미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를 구체화시키는 것이었다. 당시 시단을 휩쓸었던 카프 계열의 사회주의 문학론은 지나치게 계몽성이 강해 백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소통이 불가능한 이상의실험주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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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177)

그 나이쯤 되면 말입니다, 카툴루스, 원로원의 우위를 무너뜨리는 게 당신들 극단적인 보수 세력과 그 고양이 똥구멍 같은 입이라는 걸 당신도 깨달을 줄 알았습니다.” 카이사르는 냉정하게 말했다. “저는 로마를 믿고 원로원을 믿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당신들의 무능함으로 인해 필요해진 변화마저도 반대함으로써 문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430)

선거운동은,” 카이사르는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단지 뇌물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저 꽉 막힌 멍청이들은 아무도 그걸 모르지만요. 설령 제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나 돈이 있다고 해도, 뇌물은 제가 사용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수단이지요. 제가 어떤 선거의 후보라고 하면 제 피를 노리고 으르렁댈 원로원의 늑대가 반백 명은 될 테고, 투표수나 기록이나 관료나 하나도 예외 없이 조사 대상이 될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뇌물 말고도 여러 책략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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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31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면서 로마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지금과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그기 전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bookholic 2021-03-31 00:59   좋아요 1 | URL
네, 많이 다르더군요.. 시대가 다르고 장소가 다르니...
그런데 원로원에서 싸우는 모습은 똑같아요.. 시대가 다르고 장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요...^^
하루 남은 2021년 3월 마지막 하루, 행복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