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결론적으로, 지금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기묘하게 코믹한 선거 상황은 오늘날 정치라는 것이 다수 민중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민중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다운 정치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것은 단지 기득권층 엘리트들끼리의 자리바꿈 유희를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여론조사의 추이가 이대로 간다면, 몇 달 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치다운 정치의 부재 혹은 1%만을 위한 정치 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11)

지금 개헌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합니다. 하나는 1987년 개정 당시와 현재, 이 나라가 처한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세계화도, 지식정보화도, 또 위험사회도 거론되지 않던 시대입니다. 30년 동안 시대가 빠르게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헌법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30년 전에 헌법 제정에 참여했던 사람은 한 세대 전의 사람입니다. 이후의 세대는 지금 헌법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 국민 다수가 현재의 헌법을 우리의 헌법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예요. 그래서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은 19년마다 헌법의 효력을 상실시키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우리가 경청해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6)

그렇다면 중국이나 시진핑에 관해 모르는 게 아니라 외교나 국제관계의 본질에 무지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분명히 반대한다. 미국이 일본과 남한을 아무리 감싸고 지지해도 두 나라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중국 주위에 군사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전혀 지지할 수 없다. 이와 아울러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경제제재를 가할 수는 있어도 북한 붕괴까지 방치하거나 추구할 수는 없다. 북한 붕괴는 중국 안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마음에 들거나 북한 지도자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자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이 붕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뜻이다. 남한의 존재가 태평양 건너 10,000km나 떨어진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북한의 존재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끼고 1,500km나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라도 할 수 있겠는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이와 입술처럼 뗄 수 없는 관계(脣齒關係)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이런 터에 중국이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제재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불만과 오기를 표출한다면 국제관계에 대한 무지와 억지다.

 

(78)

현 정부는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수립하기는커녕 입으로만 통일대박론을 외치며 통일로 가는 길과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헌법에 대한민국 정부는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 추진하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음에도, 북의 동포가 굶어 죽든 말든 국제적 경제봉쇄를 통해 체제 붕괴를 기도하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척살 훈련까지 공공연히 하는 모습을 보면 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다고 느껴집니다. 북한의 인권을 언급하면서 북한 주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제봉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을 떠나 인륜적, 도덕적 패악이라고 생각합니다.

 

 

(105)

대한민국이 기술로 먹고산다고 했는데 GMO기술은 때늦은 기술이고, 죽음의 기술이지 먹고사는 기술이 아니다. GMO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항생, 제초제 성분이자 1급 발암물질인 글리포세이트를 뒤집어씌워 키운 독성 식품이다. 모든 생명을 다 죽이는 독성에도 홀로 죽지 않고 오히려 다수확을 낸다는 괴물이 GMO 농산물이다. 이 독약의 종착지가 어디인가? 게다가 자연선택과 공진화 대신 종()이 다른, 아니 식물과 동물로 자연교잡이 불가능한 서로 다른 생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괴물 식품이 GMO. 먹은 자리에서 당장 피 토하고 죽지 않는다고 안전이 검증된 식품인가?

 

 

(120)

셰리 터클은 자신이 인터뷰한 많은 10대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10대들은 자신들을 놀이터에 데려다 주면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부모에게서 성장한다. 부모들은 학교로 운전 중이거나 아이들과 디즈니 영화를 보는 중에도 계속 휴대폰에 열중하고, 10대들은 그런 부모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다. 주말에 교외에 나가서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서둘러 돌아온다. 10대들은 아주 일찍부터 분열된 관심 속에서 디지털 기기들과 연결된다. 그들은 부모의 관심을 두고 이런 기기들과 경쟁해야만 하고, 자신들이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127)

백인의 중위 가계소득이 흑인의 중위 가계소득보다 13배가 많고, 1,600만 명이 넘는 아이들(미국 전체 아동의 22%, 흑인 아동의 38%)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그것도 부적절하게 정해졌다고 악명 높은) 이하에서 살고 있는 나라. 공영 상수도시스템이 유독성 납으로 가득 차 있고, 인프라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으며, 오염이 만연돼 있는 나라. 학교는 재정도 부족한 데다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고, 시민적 담론은 절망적으로 열등한 수준이 되어 있는 나라. 인종적 격리와 빈곤과 실업이 인종적으로 집중(흑인 게토, 아메리카 토착인 보호구역, 라틴계 사람들의 빈민촌에)되어 있는 나라. 3명 중 1명의 흑인 남성은 중죄 전과로 평생을 낙인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나라. 정치가와 별로 공적이지도 않은 공공정책이 상품처럼 사고팔리는 나라. 지금 보듯이, 대통령 선거라는 게 끊임없이 다수 민중을 소외시키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두 사람’(호전적인 강경파 힐러리 클린턴과 미디어 광대, 부동산 재벌이자 의사(擬似) 파시스트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경쟁이 돼 있는 나라.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현재의 사태들과 기타 문제에 대해서 위험할 정도로 무지하거나 어리석은 편견에 갇혀 있는 나라. 폭력적인 죽음(타살, 자살을 포함해서)이 만연돼 있고, 살인 무기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나라. 정신적 질환이 증폭되고 있는 나라. 자연자원들이 규칙적으로 제거되고 파괴되는 나라.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가능케 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상업화된 대중적 소회 현성과 영혼 없는 아노미 현상이 확산되는 나라. (알코올 및 마약) 중독과 비만이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나라. 경제적 불안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빈곤 혹은 빈곤에 준하는 상태에서 살고 있는 나라. 식품은 밭에서부터 공장, 기업의 실험실, 운송 수단, 트랙터 트레일러, 창고, 식당, 식품가게를 거치는 동안 체계적으로 오염되고 불순한 물질들과 섞여버리는 나라. 농사는 범죄적이라 할 만큼 그릇된 방식으로, 지역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나라. 상수도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나라. 연방정부 재량의 지출비용의 절반 이상이 거대한 전쟁기계와 제국을 위해서 사용되고, 그리하여 세계 전체 군사비의 반을 지출하는 나라. 텔레비전으로 대학 농구 시합의 마지막 3분을 보는 데도 10분에 걸쳐 쏟아지는 상업광고의 폭격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

 

(148)

페르난데스는 쿠바가 의료 부문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것은 피델 카스트로의 비전이었다고 말했다. “피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진 빚을 인류에게 갚는 것을 의미한다.’”

 

 

(149)

그녀는 쿠바의 의료 종사들은 의료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데 능숙하고, 무상으로 질 높\은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의료진은 대안을 찾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건 우리 본성이에요.”라고 메히코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고,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160)

오거스트의 책의 근저에 있는 결론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의 정치시스템이 아무리 민주적이라 할지라도, 오직 풀뿌리 민중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살아 있는 참여민주주의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이미 라틴아메리카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계는 기업의 이익보다 민중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고, 민중이 그저 소외된 구경꾼이 아니라 활발한 참여를 통해서 그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그런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투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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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그는 ''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다.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결국 말은 지적 능력의 표현이다."

 

 

(22)

말하기의 기본

1. 언제 어디서든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하려면 확고한 소신을 가져야 한다.

주장의 옳고 그름이나 그 객관적 타당성을 떠나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으려면, 반드시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한데 들을수록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사람을 가끔 접한다. 소신. 즉 입장이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한 말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나올 수도 있다.

2.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질문은 외면하면 안 된다.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소신에 찬 발언에 단기적으로는 작은 논란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 두렵고 힘들더라도 문제의 본질에 마주서야 한다.

 

 

(29)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32)

솔직함은 어떻게 전략이 되는가

1. ‘형식보다 내용으로 승부하라

살아온 내력의 진솔한 토로가 가공의 이야기보다 더 진한 감동을 준다. 감동은 표현에 있지 않다. 사실, 즉 팩트에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낼 필요가 없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지금은 표현 방법보다는 메시지의 내용으로 차별화가 되는 세상이다.

2. 양해를 구하려거든 가장 빠른 시점에 해야 한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사과했다면 갈등이 커지지 않을 수 있는데, 급한 마음에 거짓말을 둘러대다가 사태를 키울 수 있다. 엄연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고의로 누락하려다가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오히려 더 크고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것을 즉시 외부에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좋다.

3. ‘못한 일도 감동이 될 수 있는 법

솔직함은 최고의 감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당연히 그 내용에는 잘한 일만 포함되어선 안 된다. 실패의 사례도 있어야 하고, 부끄럽거나 쑥스러웠던 경험도 담겨야 한다. 자신의 허물조차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화자의 생각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72)

편지 100통을 써도 배달부가 전달을 안 한다.”

(안보관련 오찬 중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며)

역사에는 흑백이 없다. 그러나 쓰는 사람은 흑백으로 쓰려고 한다.”

(KTX로 상경 중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비단옷을 잘 차려입었는데, 조명이 없다.”

(이정우 정책기획위원과의 조찬, ‘정책내용이 중요한데 정치적 게임에서 지고 있다)

송판에 화살 꽂히는 듯싶은 감동이 없다.”

(광복절 경축사 관련 오찬에서 준비된 연설문에 대해)

조기 하선(下船)을 각오하고 정치적 게임을 해나가는 것이다. 칼만 던져주는 게 아니고 옷까지 남겨주고..”

(비서관들과의 조찬에서)

아무도 안 보는 밤중에 축국하는 것이다.”

(중앙언론사 논설 해설 책임자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하지 않는 국민투표 방안에 대해)

 

 

(111)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통치한다.’ 그의 지론이다. 이 말처럼 민주주의 시대의 대통령은 독재자처럼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당에서의 대화와 토론으로 국정을 이끌어간다. 결국 말은 대통령의 통치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말하지 않는 대통령이란 성립할 수 없다. 참여정부 시절 사나흘 동안 대통령의 언급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적이 가끔 있었다. 대부분 공개 일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면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왜 침묵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비판하던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24시간 365, 언론의 기사 속에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매개 수단은 물론 말이다. 대통령의 생각과 지향, 관심은 모두 말로써 표현된다. ‘말이 많은 대통령이란 국정 전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159)

두괄식 화법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주제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으로 말하면 확실한 지식과 소신이 있어야 두괄식 화법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서두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듣는 이는 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군하는 인상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전제와 단서를 남발하거나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면 초점이 분산되고 장황스러워진다. 듣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내용조차도 초점 없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핵심을 첫머리에 배치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224~225)

게가 구멍이 크면 죽는다.”

(외국 순방 시 엄청나게 큰 숙소 호텔을 보며)

안방이 단결하면 머슴이 괴롭다.”

(제천지역혁신토론회 환담)

젖만 짜도 될 텐데, 소를 잡자는 것이다.”

(오찬, 단기투기자본규제 문제에 대해)

쇠를 잘 치는 사람이 장구도 잘 친다

(정문수 신임 경제보좌관 조찬)

엉뚱한 길목에서 토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정문수 신임 경제보좌관 조찬)

저의 어머니는 모개(모과) 세 덩어리를 헤아리지 못하더라도 가장은 가장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이제 노무현은 대통령입니다.”

(전국 세무서장 초청 특장 연설)

혼삿말 하면 장삿말 하고, 장삿말 하는데 혼삿말 한다.”

(원내대표단 만찬)

돈 있으면 형님이고 돈 떨어지면 거지 대접 받는다.”

(개헌특위 오찬)

형님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다.”

(프놈펜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캄보디아에 한국의 전력 관련 기업들이 들어오면 싸고 좋은 전력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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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국의 정치가이며 저술가이기도 한 처칠은 독서예찬이 아닌 책의 예찬을 쓴 적이 있다. 그는 그 글에서 설령 당신이 갖고 있는 책의 전부를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가의 책을 한 권 빼어들고 쓰다듬거나 아무데나 닥치는 대로 펴서 눈에 띈 최초의 문장부터 읽어보라. 그리고 설사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책이 서가 어디에 꽂혀 있는가를 기억해두라. 그러면 책은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영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는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는 키케로의 지적처럼 책에 대한 효능을 정의해 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25)

김시습만큼 책 사랑이 남달랐던 선비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도서명(도서銘)>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내 도서만이

 오직 나의 벗이라네

 옛것을 읽혀 새것을 알고

 정밀하게 연구해서 굳게 지키리

 도리에 어긋나는 그런 글이야

 (꾀일) 물리쳐 유혹당하지 말아야 하리

 성리에 관한 책을

 극진하게 미루고 분석하기

 이것이 군자가 도서를 사랑하는

 참 뜻이라 이르는 것이네

 

(49)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 존재의 가치와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

 

(61)

45세의 나이로 고독하게 운명하기 전에 남긴 <지성개조론>의 서두에 스피노자는 이렇게 썼다.

세상 사람들은 부와 명예와 쾌락을 인생의 최고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한다. 나도 그런한 것에 끌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최고선이 아님을 깨달았다. 부와 명예와 쾌락은 인간의 정신을 질식시키거나 교란시키거나 우둔케 하거나 적지 않은 후회를 남긴다. 쾌락의 추구에는 회오(悔悟)가 따른다. 그러면 무엇이 인간에게 최고의 생활인가. 그것은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생활이다.”

 

 

(74)

인간이 상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랄 만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책이다. 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을 확장한 것이고,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이고, 칼과 쟁기는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다른 것이다. ,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력의 확자이다.” – (보르헤스 <허구들>)

 

(86)

당나라 시인 백낙천은 시(문장)는 마땅히 세 가지가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알기 쉬워야 하고 둘째, 글자는 어렵지 않게 써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기 쉬워야 한다.

 

(103-104)

몽테뉴의 <수상록>에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책은 언제나 나를 환영해 준다. 내가 책을 원하는데 책이 나를 거절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가는 길에 동행을 한다. 내가 노년과 고독 속에 있을 때도 변함없이 나를 위로해 준다. 대개의 경우 나는 구체적이고 자극이 강한 즐거움이 없을 때만 책을 찾는데, 책은 그런 줄 알면서도 조금도 성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똑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나의 독서실은 3층에 있다. 나는 이 독서실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을 할 수가 있고, 채광과 통풍을 위해서 적당하게 창이 나 있으며, 세 방향을 내다볼 수가 있다. 벽이 원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다섯 층으로 늘어선 책꽂이를 한 눈으로 쭉 살필 수 있다. 방의 지름은 16보쯤 된다. 여기가 인생에 있어, 또 우주에 있어서의 나의 위치다.

나는 젊은 시절에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 그 이후에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은 기분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그러나 책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은 활동을 하는데 신체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이 활동하지 않으면 졸음이 오는 것처럼 신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생명이 위축을 한다.

 

 

(115-116)

책에 대한 예찬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파울 에픔스트의 말은 걸작이다.

좋은 책은 어디에서든지 우리에게 무엇이든 제공한다. 그러나 자신은 어떠한 것도 우리로부터 요구하지 않으며, 우리가 듣고 싶어할 때 말해주고, 우리가 피로를 느낄 때 침묵을 지켜주며, 몇 달이든 몇 해든 간에 참을성 있게 우리가 오기를 기다린다. 설사 우리가 다시 그것을 손데 든 때라도 책은 결코 우리의 감정을 상하는 일을 하지 않고, 마치 최초의 그날과 같이 친절하게 말해준다.”

 

(132)

다시 오가이의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변한다. 사람들의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스무 살 정도까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얼굴로 통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행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조금씩 그 사람의 마음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나타난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 말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보다 많은 책을 읽으면 많은 말을 알게 되고 보다 깊은 인생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이 있는 생활에서 깊이 있는 얼굴이 나타난다.

또 책을 읽는 생활을 하면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제대로 된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자답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이부로 무사시, <삶을 향상시키는 독서철학>)

 

(270)

이옥의 소품중에서 놓치기 아까운 내용을 빌려온다.

이상하다! 먹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는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단지를 덮게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다시 읽어, 읽기를 삼일 동안 오래 했더니, 꽃이 눈에서 생겨나고 향기가 입에서 풍겨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 하고 마음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묵취향>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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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내가 쓰는 이 책에도 꽃들의 사진이 무수히 들어가지만, 내게 있어 모든 꽃 사진은 인내와 땀, 그리고 시간의 결과이다.

 

(74)

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

 

(81)

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

 

(141)

나는 여기서 커다란 경험을 했다. 우리 토종식물 같으면 그렇게 무성하게 번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구에서 들어온 이 외래식물들은 그 높은 강원도 함백산 고원지에서도 잘 견디니 서울의 우리 집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그 모습을 보고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이 말뱅이나물 외에도 그와 비슷한 돼지풀, 달맞이꽃, 서양등골나물을 비롯한 여러 귀화종들은 우리 땅을 무섭게 뒤덮고, 더구나 우리 토종들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비록 그 한 종의 외래식물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긴 했지만, 직접 길러보고 나서 커다란 경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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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돈 말고도 세상에는 만족감을 느낄 거리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세상의 진보는 권력이나 돈, 이런 것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특별한 재능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71)

인간은 죽을지언정 포기하면 안 되는 존재라고 헤밍웨이가 그랬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희망과 성공을 위해 인생의 모든 걸 쏟아붓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부분은 성과 없이 사라져 갑니다. 그럼에도 우린 포기하면 안 됩니다. 좋은 인생이란 기술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과연 나는 좋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요? 인생과 싸우면서 좀 더 살아볼 생각입니다.

 

(85)

나이를 하나 더 먹는다는 것은 후회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

그때 그 일을 더 열심히 할 걸,

그때 그걸 선택할 걸,

그때 좀 더 참을 걸,

그때 그만 때려치울 걸,

그때 그에게 더 잘해 줄 걸,

그때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걸

후회할 일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를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흘러가는 이 인생에 충실해야겠습니다.

 

(87)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무언가 꿈이 생겼음에도 그걸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주위에서 손가락질할 거라는 두려움 등등. 두려움은 대개 최악으로도 최상으로도 흘러가지 않습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쪽으로, 운이 나쁘면 나쁜 쪽으로 갈 뿐입니다.

 

(97)

제자와 사귀는 40대 노처녀 선생, 50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20대 여대생, 남자 몸을 찾아 게이클럽을 들락거리는 게이, 사촌끼리 부부처럼 사는 커플, 스와핑을 하는 부부, 내가 보아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인간사는 나름대로 질서와 사정이 있고, 누군가에게 피해 없이 그 문화권 사람끼리 행복하다면 그건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할 문화는 사회구조가 아닐까요. 개인 정의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사회정의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219)

제대로 잘 맞은 공이 노골이 되기도 하고 빗맞은 공인데 골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인생인데. 살다 보면 억울하고 원통한 일도 있고 의도치 않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인생입니다. 결국은 집념이 강한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226)

학명 : 흰수마자

분류 : 잉어목 잉어과

크기 : 6

서식장소 : 낙동강 상류 여울의 돌덩어리 사이

분포지역 : 한국 낙동강

4대강 사업으로 멸종

 

(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321)

거대한 타락이 승리하는 것이 한국의 운명이라면, 그 타락과 싸우는 것 또한 우리의 운명이다. 진정한 정의가 뭔지 아는 이들은 이 운명에 맞서야 한다.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363)

표현의 자유는 가장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우린 권력자를 뒷담화 깔 권리가 있다. 뒷담화 좀 깠다고 권력 있는 자들이 처벌하려고 드는 건 정말이지 치사한 짓이다.

우리가 재수 없어 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정치에 대해 시원하게 엿을 먹여야 한다. 이 사회가 타락한 근본 이유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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