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런데 요즈음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많은 생물들이 멸종을 당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모든 원인은 인류라는 하나의 생물종이 너무 많이번식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파괴적인 다섯 번의 멸종에 이은 여섯 번째 멸종이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자료에 따르면 포유류의 경우, 인류 출현 이전에는 1백만 년에 2종 정도만 멸종하던 것이 지난 500년 동안 5,570종이 멸종하였다. 이러한 멸종 속도는 이전 어떤 대멸종 때의 멸종 속도보도다 빠른 것이다. 기실 이미 새로운 멸종시대가 열렸는지도 모른다. 인류에 의한 대멸종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논거에서 본다면 지구 생태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워낙 튼튼해서 인류의 온갖 횡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기적적으로 잘 버티고 있는 듯도 보인다.

 

(21)

일단 외부 천체가 충돌을 했을 때 나타나는 양상은 이전의 충돌에 대한 연구로 정리되어 있다. 먼저 엄청난 양의 먼지가 충돌의 여파로 성층권으로 솟아오른다. 이렇게 성층권으로 올라간 먼지들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간 머무르며 지구로 오는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갑작스럽게 지구 전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고, 일시적으로 한랭한 기후가 된다. 이런 현상을 핵겨울(unclear winter)이라고 한다. 핵겨울 이론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안한 것이다. 운석 폭발뿐 아니라 수퍼 화산(supervolcano)의 폭발이라든가 핵전쟁에 의한 것을 포함하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던 핵겨울 현상은 외계 천체와의 충돌보다는 수퍼 화산의 분화에 의한 것이 더 많았다.

 

(41)

하지만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이와 반대로 밀도가 낮아져서 더 이상 침강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극의 바닷물이 적도의 바닷물간의 순환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양극은 더욱 추워지고 다시 빙하기로 도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빙하기가 도래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순환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적도의 바다는 심해수가 올라오면서 보충해주는 무기염류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어 해양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장하고 번식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69)

생명체들이 체온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고 생식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 에너지를 ATP의 형태로 저장하고 쓴다. 그런데 원핵생물들이 포도당 한 분자를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 ATP는 고작 2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 제공하면 미토콘드리아는 ATP 34분자나 만들어 낸다. 18배의 고성능 에너지 생산자를 몸 안에 두게 된 것이다.

 

(183)

이전 5번의 대멸종이 모두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있다. 바로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이다. 아니 그 사이의 작은 멸종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멸종 사건이든 하나같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최상위 포식자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식물이 생산한 에너지는 최상위 포식자에게 닿으면 그양이 1/1000 이하로 줄어든다.

 

(186)

대멸종은 해양 생태계의 기반인 부유성 플랑크톤의 멸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전의 모든 대멸종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사멸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구 표면적의 2/3를 차지하는 바다는, 그리고 해양 생태계는 육지보다 오히려 기후 변화와 산소 농도의 변화에 민감하다. 조금만 조건이 달라져도 멸종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들 플랑크톤의 멸종이 이들로부터 시작되는 먹이그물로 연달아 전파되고 전체 해양 생태계에 도미노처럼 연쇄 멸종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216)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다. 다른 멸종처럼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고 대륙이 갈라지고 빙하기가 닥치고 산소가 사라지는 등의 원인이야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업보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인류라는 하나의 종 때문에 전체 생물이 멸종된다는 건 마치 1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의 폭발 때문에 지구 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거나, 아니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소행성이 지구로 끌려와 충돌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떼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도 더 억울한 일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경우는 멸종의 이유가 생태계의 나쁜 이웃은 아니니 말이다.

 

(221)

인류는 어찌 보면 지구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암과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암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 아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고, 몇 번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세포분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세팅된 다세포 생물의 조직 일부가 그 약속을 깨고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증식으로 나아가면 그것이 바로 암이 된다. 모든 세포와 조직 기관은 하나의 개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 몸의 일부 조직이 자신의 역할 이상을 바라고 비대해지면 몸 전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마침내 개체 전체의 죽음으로 마감되듯이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류는 이 생태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 갈취하고 있다. 당연히 생태계는 인류에 의해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이 인류라는 생태계의 암을 제거하거나, 혹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제약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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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윤(profit)은 시장에서 무엇을 팔아서 번 것(매출 수입이라고도 하고, 단순히 수입(revenue)이라고도 한다)에서 그것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비용(cost)을 뺀 것이다. 핀 공장을 예로 들면, 핀을 팔아 들어온 수입에서 핀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 즉 핀의 재료가 된 철사 구입비, 노동자 임금, 그리고 공장을 빌리는 데 들어간 임대료 등등을 뺀 것이 이윤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재(capital goods)를 소유한 사람들, 즉 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자본재는 생산 수단(means of productio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내구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는 자본재가 아니고, 기계는 자본재이다. 우리는 또 일상적으로 사업 등에 투자한 돈을 자본이라고 부른다.

(46)

() 본위제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를 특정 중량의 금()과 아무 때나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통화 제도이다. 중앙은행이 자기가 발행한 화폐의 가치에 해당하는 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지폐와 금의 태환성(convertibility) 때문에 각 중앙은행은 굉장히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발행한 화폐 가치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을 보유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은 발행할 수 있는 지폐의 양을 결정하는 데 재량권을 거의 중앙은행들은 발행할 수 있는 지폐의 양을 결정하는 데 재량권을 거의 발휘할 수 없었다. 금 본위제는 1717년 영국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당시 영국 조폐공사 사장인 아이작 뉴턴(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맞다. 그는 연금술사이자 주식 투자자이기도 했다.)이 도입한 이 제도를 1870년대에 와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채택했다. 이 제도는 그 후 두 세대에 걸쳐 자본주의의 진화에 아주 중대한 역할을 했다.

(146)

슘페터는 기술 발달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더 발전시켜, 새로운 생산 기술, 제품,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가의 혁신(innovation)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가는 각자의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독점권을 누리면서 이례적인 이윤을 거두게 되는데, 이를 슘페터는 기업가 이윤(entrepreneurial profit)이라고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 경쟁자들이 그 혁신을 모방해서 모두의 이윤을 정상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한때 애플 아이패드가 독점했던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 지금 얼마나 다양한 상품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166)

다양한 경제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힘 있는 사람들이 대안은 없다라고 할 때(마거릿 대처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책을 실행하면서 말했듯)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른바 적대적 분파들사이에 얼마나 공통점이 많은지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을 흑백으로 가르면서 논쟁을 극단으로 몰고 가려는 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경제학 이론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도덕적, 정치적 가치관에 근거하기 때문임을 이해하고 나면, 경제학을 제대로 알게 되고, 다시 말해서 옳고 그름이 확실한 과학이 아닌 정치적 논쟁으로서의 경제학을 토론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일반 대중이 이런 문제에 관한 의식을 확실히 드러낼 때에야 비로소 전문 경제학자들이 과학적 진리의 수호자를 자청하면서 지적인 으름장을 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경제학을 알고 각각의 장점과 단전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 경제학자들만 가질 수 있는 비전(秘傳)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학을 배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경제학이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공동의 노력에 일조하는 일이다.

(267)

그러나 현대 사회는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회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산업화 후 사회에서도 이른바 새로운 경제의 동력이라고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은 역동적인 제조업 부문의 뒷받침 없이는 융성할 수 없다. 서비스 산업이 주도해 번영을 이룬 경제의 대명사라고 생각하는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세 나라 중 두 나라라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산 능력의 개발, 특히 제조업 부문의 생산 능력 개발은 기후 변화라는 우리 시대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부자 나라들은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녹색 기술 분야에서 생산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변화의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및 조직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의 많은 부분은 오직 산업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304)

금융 시스템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해서 금융이 경제의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금융이 갖는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작해야 말을 타고 달리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 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사고, 뺑소니 사고, 심지어 고속도로 다중 추돌 사고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90)

물론 정부의 개입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큰 정부가 항상 더 낫다는 말은 아니다. 현실의 정부들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그리는 리바이어던 같은 괴물은 아닐지 모르지만, 플라톤의 철인 왕이 현신한 것도 아니다. 경제에 해를 끼친 정부가 많은 뿐 아니라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 정부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강력한 조직 기술이며, 따라서 정부 없이 커다란 경제적(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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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물론 배우가 인기가 있으면 단순히 연기 이외의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건 배우의 인격입니다. 사람들은 배우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배우와 연락하여 살고 있는 듯 느끼기도 합니다. 때론 그런 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생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너무합니다. 그들은 배우를 노예처럼 생각합니다. 영화에 출현하지 않을 때도 아무 때나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녀(이탈리아 배우 발렌티나)는 흥분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오드리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168)

일반적으로 스타들은 명성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그런 것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금욕적인 의무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드리의 야망은 다른 사람들처럼 밝게 타올랐지만, 그 불빛은 일반적인 목표들을 비추지 않았다. 스타덤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는 자기희생이라는 강한 요소가 있었다.

스타덤뿐이 아니었다. 결혼을 생각하는 태도는 더 심했다. 그녀는 로맨틱한 이상적인 결혼에 대해 전부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위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느꼈다.

 

(177)

오드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있을 때 파라마운트 제작부장 돈 하트먼에게서 뉴스가 전해졌다. <로마의 휴일>의 주연인 그녀가 다가오는 아카데미상의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뉴욕의 영화평론가협회는 이미 12월 말에 그녀에게 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현재 감정 상태에서는 이런 좋은 뉴스가 많이 생겨도 흥분되기보다는 무덤덤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개인적인 박수갈채는 자극제가 아니라 진정제 역할을 했다. 칭찬은 의무를 동반했다. 방종을 허락하는 허가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캘빈주의 유산의 한 부분이었다.

내가 느낀 것은 성공에 뒤따르는 책임감이었어요.”

 

(195)

미국의 평론가이며 페미니스트인 마조리 로젠은 이렇게 썼다.

그녀는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순수한 힘과 신체적인 특질이 잘 조화되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중략)

오드리는 자신의 특징을 일찍 만든 편이고 오랫동안 지속시켰다. 세실 비턴은 그녀를 전문적인 시각으로 관찰해 사진작가로서의 견해를 피력했다.

커다란 입, 낮은 가슴, 짙게 칠한 눈썹, 코코넛 머리 장식, 광택 없는 긴 손톱, 유연한 몸동작, 긴 목, 그리고 지나치게 마른 몸매…, 그녀는 모든 것이 심플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비턴의 시각으로 그녀를 보지 못했다. 대중들은 생기발랄함만을 보았다. 리처드 쉬켈은 이 생기발랄함을 심각함과 결합된 장난기 가득한 순진함이라고 표현했다.

오드리의 목소리 톤은 다른 신체적 특징만큼 뚜렷한 특징이다. 비턴은 이렇게 썼다.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처음에는 평이하고 느린 어투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어린아이가 질문할 때처럼 높이 올라가는 어조로, 가슴을 쥐어짜는 특질이 있다.”

(236)

오드리는 존경받을 만했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들은 땀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편집증처럼 집착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고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는 전적으로 상대를 믿었어요. 오드리는 그 점이 아주 좋아요. 그래서 상대가 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401)

나에게 한 편의 새로운 영화를 시작한다는 건 항상 두려운 일이었어요. 난 근본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촬영하는 것이 언제나 힘든 일이었지요. 영화 촬영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다른 작업인 것 같아요. 자전거는 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만, 영화는 한번 촬영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지요. 아무리 아름다운 시나리오와 훌륭한 배우와 감독이 있더라도 촬영할 때면 언제나 혼자가 된답니다.”

(456)

그녀는 린 바버에게 말했다.

명성은 내가 영화에 출현하던 시절 이후 나에게 남겨진 물건, 예를 들면 이런 가방 같은 겁니다.”

기자는 이렇게 썼다.

내가 그녀에게 시간을 희생한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반박했어요.”

그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희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입니다.”

(462)

그녀는 전쟁 경험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았었다.

전쟁은 오랫동안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나는 전쟁 중에 많은 것을 보았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낙천주의자가 되었어요. 죽어서 과거를 비참하게 되돌아보면 기분만 상할 겁니다. 단지 나쁜 면만을 보고, 놓친 기회들을 아쉬워하고, 이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뭐 하나요?”

이제 오드리는 두 번 다시 무비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방음 스튜디오에 만들어진 천국을 떠났다. 그리고 유니세프를 위한 여행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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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인터뷰가 끝나고 타일러에게 재미삼아 천사를 만나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 속 상황일 뿐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타일러는 그런 우문이 어디 있으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물론이지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이고, 나 역시 당신의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천사가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라면, 딱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지도 모른다.

(19)

진숙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지만 마구잡이로 갖다대는 객관적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그렇게 환장할 수 있어서 아름다운 게 바로 사랑이 아닌가.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약삭빠른 머리가 아무리 요리조리 계산해도 속수무책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게 마음이고,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9)

우리는 보통 우리의 삶이 아주 위대한 순간들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위대한 순간, 내가 나의 모든 재능을 발휘해 위대한 일을 성취할 날을 기다린다. 내게는 왜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

그렇지만 그 위대한 순간은 우리가 모르는 새 왔다 가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 별 생각 없이 내민 손, 스치듯 지은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대통령에게도, 신부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자동차 정비공에게도, 모두에게 골고루 온다.

(47)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즉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이 더욱 풍부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53)

킹 부인의 말처럼 사랑이란 결국 아주 쉽고 단순한 감정-불쌍하고 약한 자를 보고 눈물 흘린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겠지만, 어쩌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인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1943)를 쓴 생택쥐페리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부()”라고 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눈물을 찾아 마음의 부자가 된다면 이 찬란한 봄에 맞는 부활의 아침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61)

<스티브 잡스의 연설 중에서…>

때로 삶은 벽돌로 당신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하지만 결코 신념을 버리지 마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지구백과>라는 책이 있었는데 우리 세대의 바이블이었지요. 책으로 된 구글같다고 할까요. 그 책의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 시골길 사진 아래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기를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늘 어리석은 채로. 저는 제 자신이 그러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으십시오

(74)

얼마 전 어떤 잡지를 보니 치매 예방법이 나와 있었다. 호기심에 유심히 보았다. ‘하루 두 시간 이상씩 책을 읽는다’, ‘의도적으로 왼손과 왼발을 많이 쓴다’, ‘일회용 컵이나 접시를 쓰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주 자연을 접한다등등 어느 정도 상식적인 예방법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이 재미있었다. ‘가능하면 자주 감동을 한다.’

감동을 많이 하라?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모르지만 감동을 하면 치매 예방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음의 움직임이 두뇌의 움직임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치매라는 병이 흔한 이유는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감동이 없어진 것과 상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치매에 안 걸리려면 감동을 많이 해야 한다.

(99)

영어를 배우든 그 무엇을 하든, 남보다 좀 더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머리, 남보다 좀 더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의적인 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나눠주고 싶은 나눔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157)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보다

- 앨프레드 L. 테니슨. <사우보> 중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부럽지 않네

고귀한 분노를 모르는 포로가,

여름 숲을 알지 못하는

새장에서 태어난 방울새가.

난 부럽지 않네, 시간의 들녘에서

제멋대로 뛰어놀며

죄책감에 얽매이지도 않고

양심도 깨어 있지 않는 짐승들이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도

사랑해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

(175)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 로버트 S. 브리지스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265)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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