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들 왜 낯이 익은 듯한 거지? ...

그때 나는 마흔셋이었고, 뉴욕의 기노쿠니야서점에 있었다.
그런 곳까지 갔던 건 분명 어지간히 일본어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이리라. 일본어를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이 몇 달이나 이어졌고, 가지고 있던 문고본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호텔에 깜빡 두고 오면서 차례차례 사라져, 무작정 일본어 활자를 읽고 싶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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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 국제 도서전 관람 ~~
코로나 이후 처음 서울 국제 도서전 가서 책 구경 실컷 하고 왔다. 딱히 책을 많이 사려던 건 아니어서 주로 구경 위주로 한바퀴 돌아봤다. 책 많이 사면 구경도 힘들고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 책 사고 택배 신청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노노! 그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다산, 은행나무, 민음사, 문동, 마음산책, 안전가옥.. 부스가서 책 구경하고 구입한 책은 단 3권. 마음산책에서 《긴즈버그의 말》《수전 손택의 말》, 그리고 은행나무에서 내가 모르는 작가인 나카야마 가호의 《흰 장미의 심연》이다. 사실은 모르는 책이어서 샀다. 읽진 않았어도 눈에 익은 많고 많은 책들 속에서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라 눈에 띈 것이다. 한 바퀴 돌고 있는데 2시반이 되니 김연수 작가 낭독회가 시작되던데... 난 예매도 못했고 현장에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참여 출판사가 적어서인지...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주차장도 여유있었고 길도 밀리지 않아서 집까지 1시간 5분만에 도착했다. 책도 조금 샀으니 가볍게 아주 잘 다녀온거 같아 좋다.

두권 정도 더 사고 싶은게 있었는데 업계 종사자(우리 딸램) 친분을 이용해서 직원가로 구입해준다니 감사하네! 시드니 여행 갔다 이번 주 출근한 딸램도 만났다. ~~ 오늘 만나기로 한건 아니고... 딸램은 회사에서 원래 금욜에 온대서 각자 예매를 했는데 오늘 온거다. 엄마 주려고 사온 선물도 함께 낑낑 메고 왔다. ㅎㅎㅎ 좋아 좋아...선물 말고 우리 딸 본게 더더 젤 좋다!



어차피 차 운전해서 갔다올거라 책은 못읽을텐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무튼, 여름》 들고 나갔었다. 역시 한 줄도 못읽었다. 김신회 작가의 글을 읽다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서 한참만에 읽고 있는데 갑자기 이 책이 좋아진거다. 그래서 못읽을거 알았지만 들고 나간 것이다.

˝오늘은 조용히 책 좀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가도 번번이 창 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책은 가방 밖을 빠져나오지도 못했다.˝(97)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문고본을 펼쳐 읽었다. 혼자 여행할 때는 가방에 늘 책을 한 권씩 넣어 다니면서 시간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읽는다. 책 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시간이 준 느낌만큼은 선명하다.˝(99)

특히 가쿠타 미쓰요의 《보통의 책 읽기》(엑스북스)에서 발췌한 내용이 내 느낌과 너무 닮아있어서 ㅡ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ㅡ다행스러운 느낌이 든달까!

˝문고본은 여행의 필수품이다. 특히 나는 대체로 혼자 여행을 떠나 시간이 넘친다. 그러니 가져간 책은 마치 함께 여행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그 책이 나에게(혹은 여행하는 장소에) 맞지 않으면 약간 비참한 기분이 든다. 방대한 시간,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불안과 고독이 뒤섞인 기분을 계속 질질 끌고 가게 된다.˝(99)

가져간 책이 여행의 시간들과 맞지 않을 때 갑자기 버림받은 거 같고 불안해지면서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거 같고 하고 싶지 않아질 때 난감하고 화가 나면서 계속 찜찜한 기분이 유지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여행 가면서도 책을 두 세 권 챙겨가게 되었다. 결국 다 읽지 못하고 돌아오지만 그 책들이 나와 여행을 함께 한 친구로서 안정감을 준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사진은 제대로 찍은게 하나도 없네...

도서전 가서 책은 3 권 샀지만
어제 《토지》 북펀딩 한 20권이 도착했다!~~~
박스가 너~~무 커서 깜놀^^
그래서 책을 지금 현재 더 사는건 몹시 부담스럽다는 거..ㅎㅎㅎ

아 놔.. 정말 지금봤네. 김연수 씨~~
저 머리 스탈 어쩔거냐구! 제발 어떻게 좀 해보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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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16 0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 본게 더 좋다!”에서 찡.... 저 갑자기 엄마보고싶어져서 엄마 보러 가야겠어욬ㅋㅋㅋㅋ

은하수 2023-06-16 08:03   좋아요 1 | URL
ㅎㅎ 엄마 보고 싶은 아침이셨네요. 주말에 엄마 보러 가세요~~
엄마에게 딸은 언제라도 언제까지나 최고일테니까요^^
보고픈 엄마 실컷 보시는 행복한 주말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6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님 숱이 많이 줄어서 어쩔 수(?) 없어 보이네요…(내가 왜 변명을…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06-16 13:51   좋아요 1 | URL
네.... 그렇죠
애정하는 작가인데 안타까워요
머리 스타일이 얼매나 중요한데요...ㅠ,ㅠ

새파랑 2023-06-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국제도서전 하는군요 ㅋ 가보고 싶지만 좀 멀어서 아쉽네요 ㅜㅜ 작가 사진을 살펴보니 조지 오웰 선생님이 제일 잘생기신듯 합니다~!! 역시 딸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1장 넓적부리 도요의 여정

만약 중간 기착지가 파괴되어 그들이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중에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잃게 된다면, 도요물떼새들은 나중에 번식지에 도착했을 때 짝짓기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뿐아니라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 P70

오늘날 황해 해안에서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할 때 흔히 쓰는 용어가 <간척>이다. 그 말에는 인류가 도난당했던 어떤 것을 되찾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사실은 그 반대다. 

2006년, 한반도의 남한은 새만금에 길이가 약33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방조제를 완성했다. 그 방조제는 한때약 38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면적의 비옥한 습지를 에워쌌던 두 개의 주요 강어귀가 조수와 만나는 것을 막았다. 
그 습지는 그곳에서 조개류를 캐어 생계를 유지하는 2만 명의 어민들과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철새들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갯벌이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서식하는 붉은어깨도요의 총 개체 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만 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숫자가 해마다 새만금을 찾아왔던 붉은어깨도요의 개체 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P70

넓적부리도요에게 티아오지니처럼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많은 수의 넓적부리도요가 몇 주또는 몇 달 동안 계속해서 함께 모여 지내는 곳은 지금까지 알려진바로는 그곳 말고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넓적부리도요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처럼 보였지만, 엄청난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 있던 넓적부리도요를 간신히 되살려 냈다. 그것은이 작고 특이한 새가 풍기는 독특한 매력이 사람들 마음속에 열정과 사랑을 불러일으켜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고말하는 편이 오히려 맞을 것이다.  - P92

예컨대, 방글라데시 소나디아섬Sonadia Island에서는 밀렵을 감시하는 순찰대 활동을 늘리는 노력뿐 아니라,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과거 사냥꾼이었던 사람들에게소액 대출을 제공하여 그들이 어업이나 소매업 같은 다른 직종으로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결과 모든 종류의 도요물떼새 사냥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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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텃밭러의 크나큰? 실수...ㅠㅠ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부엌과 거실 사이 문을 열고 작고 귀여운 텃밭에 우리집 채소들 얼마나 자랐나 살피는거다. 이즈음에 가장 큰 즐거움이다.
눈 뜨기 싫은 아침을 기꺼이 눈 뜨게 만드는 귀여운 요물들...


그 중에 정말 생각지 못하게 어마무시한(^^) 기쁨을 준 녀석이 애호박 & 조선호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시작한 작년의 텃밭 작물 중 최고최고 쵝오~~
호박이 맛있다는걸 재발견한 느낌이랄까.
호박 모종 세 개 들여 미리 퇴비를 듬뿍 뿌려 묻어 두었던 구덩이에 심고 기다린 끝에 익히 아는 그 커다란 노란 애호박 꽃이 피고 벌들이 붕붕~~거리기 시작하더니 동그랗기도 하고 기다랗기도 한(?) 귀여운 호박들이 자라나기 시작한거다. 그거이 다 자라고보니 동그란 호박, 긴 애호박이 되었던 것인데 나와 남편은 곧 동그란 애호박맛에 열광하게 되었다는 것! 새우젓, 마늘, 대파, 들기름이라는 초간단 양념에 물을 약간 자작하게 넣은 것만으로 슴슴하게 바로 볶아낸 호박 볶음을 이즈음부터 여름 내내 먹고 또 먹고... 너무 많이 달려서 주위의 온 친구들 갖다주고 주고 또 주고... 와 이것이 이렇게 많이 열리는거였나 할 정도로 7~8m 되는 흰 철제 텃밭 울타리를 덮을 정도로 대성공!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올해도 모종을 들여 당연히 그 동그란 애호박이 열릴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근데 왠걸... 이 무슨 불상사란 말인가..
애기 애호박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딱 봐도 아무리 봐도 죄다 기다란 애호박.... 이게 뭐죠? 흑흑
눈물 줄줄... 이럴수가... 세상에 온갖 애처로운 감탄사 다 동원해도 속상하고 아쉬운 맘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이게 이렇게까지 아쉬울 일인가 싶지만 기다란 애호박을 보면 볼수록 매일 새록새록 아쉬운 맘이 드는걸 어쩌란 말인가... 하..!
옆집 어르신께 여쭤보니

<<<<조선호박>>>>

이라신다!
우린 그냥 애호박인줄... 그거이 그냥 복불복인건가 했던건데 작년 모종 사장님이 조선호박을 주신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당연히 다를 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땅을 치고 후회하며 내 자신을 탓하고 남편을 탓해봐도 올 호박 농사는 망친 기분이 든다...힝...
초보는 이래서 티가 난다...
웃음만 난다!

애호박 잔뜩 텃밭 구경하세요
아주 많이도 달렸어요...




<현대사상 입문>이라고 해서 읽어볼까 싶어 바로대출 신청해서 받아왔다.
입문이어도 철학인지라... 쉽진 않은데...
일본인 작가의 책이라지만 번역도 그 일본인 특유의 말투 그대로... 나 약간 거슬린다. 어쩌지?


<모든 삶은 흐른다>,<지금의 균형>은 우리 딸램이 사달래서 선물로 보내주기로 했다. 지난 주 호주 시드니 여행 갔다 엄마 선물을 제일 많이 샀대나...ㅎ
나두 리뷰 당첨돼서 적립금 받았다고 자랑하다 책 선물 사달라길래 기쁜 마음으로 선물했다. 누구 책이든 책은 서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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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1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호박 열린 텃밭 궁금합니다!!

은하수 2023-06-14 11:13   좋아요 0 | URL
조선호박 없어요 ㅠ
기다란 애호박만 잔뜩 열렸어요. 대략 난감이지만 미워하면 애들이 알까봐 참고 있어요
달리긴 왜케 많이 달린건지...ㅠ

다락방 2023-06-14 14:21   좋아요 1 | URL
저도 어쩐지 호박 심고 싶어지지만,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라 호박을 심진 않겠습니다. ㅎㅎ

은하수 2023-06-14 15:01   좋아요 0 | URL
베란다에서 키웠다간..
발 디딜 틈도 없을걸요~~
상상만으로도 재밌네요^^

모나리자 2023-06-1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부럽네요 ~ㅎㅎ 저도 키워보고 싶어요.^^

은하수 2023-06-14 15:03   좋아요 1 | URL
키우시면 잘 자랄 거예요~~
퇴비 조금 준것뿐인데 이리 잘 될줄 몰랐죠
근데 저 애호박 너무 많아서 처리가 곤란하게 생겼어요
동시다발적으로 저런다니까요~~^^

책읽는나무 2023-06-1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파리 모양이나 꽃은 조선호박 같은데 진짜 애호박처럼 자랐네요?
애호박이 달린 걸 한 번도 못봐서 이파리를 잘 모르겠어요.
조선호박은 친정집에서 한 번씩 키워서 동그란 호박을 따 주시면 받아왔었어요. 그래서 분명 저런 이파리랑 저런 꽃이 달린 걸 봤었거든요.
저는 조선호박은 해먹을 줄 몰라 맨날 애호박만 사다 먹어서 그런가? 전 차라리 저런 호박이 더 부럽습니다^^
실하게 많이 달렸군요?^^ 조선호박은 한 두개씩 열렸던 것 같은데요?

은하수 2023-06-15 00:06   좋아요 1 | URL
나무님 말씀하시니 조선호박이랑 애호박 잎이 다른가도 사실 모르네요^^
작년엔 애호박도 하나 있어서 조선호박, 애호박 같이 수확했었는데 다른 점이 있나? 생각해봐도 어차피 모르네요. 하하하하 핫
전 동그란 조선호박 볶아서도 먹고 채 썰어서 전도 부쳐먹고 남편 출근할때 친구들 주라고 보내기도 하고... 이래저래 요긴하게 잘 활용했던지라 어째 무지 아쉽네요.
애호박이라도 주체할길 없이 나면 또 누군가 친구들에게 보내야겠군요. 반찬 잘 하는 친구들이요. 사실 맛이야 똑같겠지만 제 첫 농사여서 아마 더 각별한 맘이었을 거예요^^
나무님께도 슝~~신선한 애호박 보내고 싶네요~~~
 

책 가격이 이리 비싼 책은 내돈내산이 힘들다. 지역서점에서 받는 바로대출은 3만원 넘으면 안된대서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도서관에 구비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신간을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칠 수 없지!

철새들의 여행 경로에 대해 쓴 책인데 만연체의 문장임에도 잘 읽힌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막 시작해서 이제 60 여 페이지 읽었는데
철새들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 중국과 공유하고 있는 바다인 황해, 특히 중국 해안의 갯벌이 전세계 철새 네트워크의 중간 기착지stopover로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라는 것이다. 간척 사업 등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갯벌의 2/3가 소실되고, 양자강 유역의 무분별한 댐공사로 토사 유입이 줄어들고 제철소가 들어서는 등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심각한 위협을 받던 중이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독재정부들이 하는 방식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즉, ˝지난 수십년 동안 진행되었던 황해 연안 파괴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전면적인 포고령을 지체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발표한 것이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갯벌이 사라지는 속도가 뚜렷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묘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공헌한 것이 바로 특이한 모양의 넓적한 부리를 가진 ‘넓적부리 도요새‘이다. 2000년대 중반 90쌍에서 그 몇 년 뒤 10쌍 미만으로 관측되었다니 멸종의 기로에 선 철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ㅡ프롤로그
툰드라 지대는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게 아름답고 편안한 매트리스일지 모른다.
늘 습기가 많아 약간 축축한 곳이라, 이처럼 맑고 쌀쌀한 아침에도 아래위로 비옷을 갖춰 입는 것이 좋다. 연분홍 주황빛 햇살이 알래스카산맥의 봉우리들 위로 이제 막 번지기 시작하면서 서쪽으로약 110킬로미터 길게 이어진 디날리 국립공원 Denali National Park의 빙하로 덮인 하나의 거대한 장밋빛 돌기둥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아래 무심하게 펼쳐져 있다. - P9

나는 동료 세 명과 함께 물이끼와 키 작은 덩굴월귤 관목, 순록이끼를 비롯해서 극도로 작은 다양한 툰드라 초목이 부드러운 스펀지방석처럼 깔려 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휴식이었지만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우리는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 내륙의 한밤중을 밝히는 여명이 통과하는 새벽 두시에 일어났다.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나서, 말코손바닥사슴moose이나 회색곰grizzly들을 조심스레 경계하면서 2만 43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광활한 황무지 디날리 국립공원 보전 지구를 가로지르는 약 140킬로미터의 자갈길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무엇을 보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 P9

1장 넓적부리도요의 여정
일직선의 길게 이어진 수평선은 세상을 딱 절반씩 두 개의 회색공간으로 갈랐다.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위로는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은빛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희뿌연 회색빛을 띠었고, 그 아래로는 하늘의 구름이 내려앉은 듯 미풍에 일렁이는 잔물결에 얇은 종잇장 같은 해수면을 따라 화강암에 숯검정이 여기저기박힌 것 같은 짙은 회색빛 너른 갯벌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대기는 해풍에 실려 온 톡 쏘는 짭짤한 소금기를 흠뻑 머금고 있었지만, 동쪽으로 수 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밀물 때가 되면, 바닷물은 사람이 걸어서 미처 빠져나오기 전에 빠른 속도로 밀고 들어와 이 평평한 갯벌을 뒤덮을 것이다. 여태껏 황해는 내게 축축하고 차가운 바람에 실려 온 풍문으로만 듣던 곳이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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