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튜어드와는 아니지!
어긋나서 다행스럽다.

‘이사벨 아옌데는 언제나 옳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잘 읽힌다.


ㅡ청혼자들
제이컵 토드가 떠난 지 2년 후에 엘리사 소머스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어렸을 때의 꼬물꼬물한 애벌레에서 부드럽고 단아한 여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엘리사는 미스 로즈의 보호하에 머리 위에 책 한 권을 얹고 뒤뚱거리고,피아노를 배우며 사춘기를 보냈다. 또 그와 동시에 마마 프레시아의 밭에서 약초들을 키우며, 알려진 병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민간요법들을 배웠다. 일상생활의 무기력을 치료할 수 있는 겨자, 기운을 북돋아 줘 웃음을 되돌리게 하는 수국 잎사귀, 외로움을 덜타게 하는 오랑캐꽃, 급작스럽게 화를 내는 데 치료가 된다는 마편초 등의 효능을 배웠다. 가끔 마편초는 미스 로즈의 수프에 섞이기도 했다. - P110

미스 로즈는 엘리사가 요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달리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마마 프레시아의 시커먼 냄비들 속에서 그 귀한 시간을 몇 시간씩 허비하는 걸 참고 볼 수밖에 없었다. - P110

 미스 로즈에게 요리는 엘리사의 교육에 있어 하나의 장식품 정도였다. 자기처럼 하인들을 부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냄비와프라이팬으로 굳이 옷을 더럽혀가며 요리를 하는 것과는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귀부인에게서는 마늘과 양파 냄새가 나면 안 되었지만, 엘리사는 이론보다는 실전을 더 좋아했다. 엘리사는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좋은 레시피들을 연구해서 공책에 적고, 또 실제로도 연습해 맛깔나게 음식 맛을 내기도 했다. - P111

엘리사는 케이크에 들어갈 향료들과 호두, 원주민 파스텔에 들어갈 옥수수를 쌓으면서, 또는 식초 절임에 들어갈야채나 잼을 만들 과일들을 씻으면서도 몇 시간이고 지루해하지 않았다. 열네 살이 되어서는 미스 로즈가 만드는 파스텔의 맛을 능가했으며, 마마 프레시아의 레시피도 능숙하게 익혔다. 열다섯 살에는 수요일 모임의 만찬을 책임졌으며, 칠레 요리들을 어느 정도 섭렵하자 이제는 마담 콜베르가 가르쳐 줬던 세련된 프랑스 요리와 존 삼촌이 가져다 준 인도의 이국적인 향료에도 관심을 보였다. 엘리사는이름은 몰라도 냄새만으로 향료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 - P111

소머스 집안의 마부가 아는 사람들에게 심부름을 하러 갈 때면 늘 엘리사의 손에서 방금 나온 맛난 과자를 들고 갔다. 엘리사는 그 지역 사람들끼리 서로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나눠 먹는 습관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엘리사의 음식 솜씨가 워낙 뛰어나자 제레미 소머스는그녀를 찻집 주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 P111

그렇지만 엘리사에 관한 그의 여느 의견들과 마찬가지로미스 로즈는 재고의 가치도 없이 단번에 퇴짜를 놓았다.
직업을 가진 여자는 그 직업이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교계에서 한 발 아래라는 것이었다. - P112

반면에 미스 로즈는 엘리사를 위해 좋은 남편감을 찾고있었다. 2년 동안 칠레에서 남편감을 찾다가 없으면 나중에는 영국으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애인도 없이 스무 살이되어 노처녀가 되게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엘리사의 남편감은 그녀의 출생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그녀의 장점만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칠레 사람들중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칠레 귀족들은 사촌들끼리 결혼을 올렸으며,중산계층은 미스 로즈의 관심 밖이었다.

그녀는 엘리사가 돈에 쪼들리며 어렵게 사는 걸 보고 싶지않았다. 제레미가 사업상 여러 사업가들이나 광산업자들과도 가끔 교류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대귀족과 사돈 관계를 맺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 P112

사실 엘리사의 미모만으로는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역부족이었다. 엘리사는 자그맣고 마른 체구였으며, 얼굴이 우윳빛처럼 창백하거나 그 당시 유행하던 것처럼 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하지도 못했다. 두 번 정도 봤을 때야 겨우, 그녀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귀여운 행동, 강한 눈빛이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엘리사는 존 소머스 선장이 중국에서 가져온 도자기 인형 같았다. 미스 로즈는 엘리사의 변함없는 성격과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 줄 아는 그런 재주를 높이 살 수 있는 청혼자를 찾았다.  - P112

"엘리사가 우리의 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아이를 법적으로 입양해야만 해요."
미스 로즈가 제레미 오빠에게 요구했다.
"몇 년씩이나 써오고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니, 로즈."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이요." - P113


"누구랑 결혼할 건데."
그때 미스 로즈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이미 염두에 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스물여덟 살 먹은 마이클 스튜어드라는 청년으로, 발파라이소 항구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함대의 장교였다. 그리고 존을 통해서 그 청년의 집안이 좋다는 것도 알아냈다.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온 데다가,
가난하고 출생도 불분명한 처자가 장남이자 유일한 상속자와 결혼한다면 곱게 비쳐지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따라서 엘리사에게는 혹할 수 있을 정도의 지참금과 제레미가 그녀를 호적에 올리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엘리사를 제레미의 호적에만 올린다면 그녀의 출생이 그다지 큰 걸림돌이되지 않았다.
- P114

마이클 스튜어드는 운동선수 체격에, 푸른 눈동자의 해맑은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구레나룻과 콧수염은 금발이었으며, 치아도 고르고 코도 귀족답게 생겼다. 아래턱이 밋밋해서 좀 민첩해 보이지 않는 게 흠이었지만, 미스 로즈는 나중에 좀 친해지고 나면 턱수염을 길러 그걸 감추어보라고 충고할 생각이었다. 
소머스 선장에 의하면, 행동거지가 반듯하고 경력도 좋아서 해군에서도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미스 로즈의 관점에서는 오랜 시간항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결혼할 여자에게는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청년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엘리사의 성격으로 봐서는 단지 조건이 적당한 것으로는 그를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았다. 엘리사는 그를 사랑해야만 했는데,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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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2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습니다,아옌데 최고!!

은하수 2023-06-24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그래요
오늘 1권 끝까지 달릴판이었는데 갑자기 딸램 집에 오는 바람에 같이 노느라 ... 아쉽네요~~^^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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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좀 더 따듯하게 온기를 나누는 집에서 자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열악한 경제적 여건 속에 또 동생이 태어났으니 쉽지 않겠지. 그래서 소녀에게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는 아저씨, 아주머니와의 시간이 소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더 맘이 쓰인다. 그 온기를 계속 나누어주길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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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 :한국통속민족주의론에 대한 반론-박경리

일본학자 다나카라는 사람의 글을 읽다 어이가 없어서 이 시키 대체 뭐라고 쓴거냐 뭔 뜻인지 대체 알 수가 없네. 민족주의면 민족주의인거지 통속민족주의의는 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있지도 않은 한국말을 지 멋대로 만들고 한글로만 쓰면 한국말인줄 아는 무식한 놈!
한국말 이 따위로 배워서 신문에 낼거면 배우지나 말지(하긴 신문에 실어준거부터 잘못이다) 왜 한국말을 지네 말처럼 하고 지랄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되먹지 못한 글에 한편 날카롭다고 동조하는 사람이 있어 아까운 시간을 내어 논박하는 글을 썼다신다.
읽다보니 속이 시원해져서 아주 맘에 든다.
한 구절, 한 구절 조목조목 따지듯 글을 써놓으셨다.



"다만 그것이 역사 연구의 레벨로 논의되는 동안은 좋았지만 통속민족주의의 레벨에 옮겨지면 정체론을 논파한 자본주의 맹아론은 일제에 대한 승리로 되고, 나아가서는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었던 사실 자체를 민족의 자랑처럼 말하는사람까지 나타나고, 마치 전전(戰前)의 일본 학자의 소론(所論)을 타파한 것으로 자동적으로 한국사가 훌륭하게 된 듯한어투…………."

그러니까 다나카 씨는 역사 연구의 레벨을 떠나 대중화, 그의 말을 빌리자면 통속화되는 것이 싫다, 그 말인 것이다. 본심을 헤아려보면 결국 조선조 시대에 벌써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었다는 것, 일본 학자가 수립한 사회 정체론이 무너졌다는 것, 그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소관이아닌 줄은 알지만, 조선사회 정체론을 밀고 나가든지 자본주의 맹아가 있었다는 것의 반증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인정을하든지 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안 되니까 다른 곳에 불을 지르면서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버리려는 것으로 밖에 우리는 생각할 수가 없다. - P154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학자의 독점물은 아니며 사람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역사에 동참해 온 것만큼 알 권리, 말할 권리는 있다. 

설령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우쭐해서 과잉 표현을 좀 했다하자. 그들의 천진한 자랑 때문에일본의 땅 한 치 손실을 보았는가, 금화(金) 한 닢이 없어졌는가, 왜 그렇게 못 견뎌 할까. 그 같은 자랑조차 피해로 받아들이는 그들이고 보면 우리 한국의 천문학적 물심양면의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안이 벙벙해진다. - P155

왜 한국이 잘되는 것을 못 참나

"외래 이론을 신봉하고 그런 발전 과정을 제대로 밟은 사회만이 앞선 사회라는 가치관에 함몰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가치관을 믿으면 확실히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는 나라는없는 나라보다 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랑할 만한일일까요. 이 가치관에 입각하는 한 자본주의 맹아의 나라는자본주의 개화를 벌써 마친 나라보다 뒤진 나라가 되는 것이며 이런 논의는 후진성의 확인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이런것을 자랑하는 사고방식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처럼 자본주의의 맹아조차 없었던 나라는 전혀 뒤진 나라로서 멸시해도좋다는 것이 됩니다." (일본학자 다나카 아키라의 글)
- P155

나는 내 주변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라는 말을 별로 들어본적이 없고 지면상(面上)으로도 본 기억이 없다. 솔직히 말하여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어째서 남의 나라에서 그리 심각하게 논란이 되는가 이해가 안 된다. 아마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 보다, 해어 문면(文面)을 샅샅이 훓어보노라니까 ‘앞선 나라‘ ‘뒤진 나라‘ ‘아프리카를 멸시한다‘ 따위의 말들을 한국인이 했다는 흔적은 없었다. - P155

면식 없는 중국인 학생의 은밀한 말도 공개하는 터에 만일 한국인이 그런 말을 했다면 의당 그들이 그러더라 했을 것인데, 그러니까 그것은 모두 다나카 씨 자신의 생각이요, 말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에있는 것을 남에게 투영하여 비난하는 이것 역시 점잖지 못하고 떳떳한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를 끌어들이고 중국인을 앞세우고, 허약하다. 너무나 허약하다. - P156

"이런 것을 자랑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일본에 대하여 타격을 주기만 하면 족하다는 심리 타자에게 얽매이는 심리-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통속민족주의는 일견주체적인 풍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타가 모두 착각하기쉽습니다만 그 정체가 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샤덴프로이데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아키라의 글) - P156

거칠 것 없이 남의 팔다리 잘라놓고 뼈 마디마디 다 분질러놓고 제 자신의 새끼손가락에서 피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보는 순간 새파랗게 질리면서 "아파! 아파!" 하고 울부짖는 형국이다. 맙소사, 이런 정도를 못 견디어 하는 증상의 원인은 대체무엇일까.
생각건대, "한 시절 전만 해도 조선인은 우리 앞에 우마(牛馬)나 다름없는 존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제법 사람 노릇 한다, 도저히 보아줄 수 없군." - P156

그런 불쾌감도 있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서 문화를 조금씩 빌려 갔었던 무지하고 가난했던 왕사(往事, 지난 일)로 하여 사무쳐 있던 열등감 탓은 아닐까.
 한국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신이 나서 발 벗고나서서 떠들어대지만 좋은 것에 대해서는, 특히 문화 면에서는 애써 못 본 척 냉담하고 기분 나빠하고 깔아뭉개려 하는 일본의 심사는 어제 그제의 일이 아니었다. 그 집요함을 도처에서, 사사건건 우리는 보아왔다. - P157

식민지 시대 11 년간 서울에서 살았고 진짜 콜론(식민자)의 아들이었다고 말하는 다나카 씨는 그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를 토로하고 있는데, 특히 독립운동가, 그 시대의 독립정신에 대해서는 감탄과 외경의 염(念)까지 느꼈다고 했는데, 일본 특유의 그런 감상은 상당히 메스껍다.

그는 말했다. 그 시절이 좋았다고, 그 시절의 민족정신은 고귀하고 긴장되고 아름다웠다고. 한데 지금은 뭐냐, 그렇게 그는 말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그 시절의 비극을 가슴 아프게 아름다운 것으로 회상한다.

 그러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은 것은 "천만의 말씀!" 그 시절로 돌아가지않기 위해 우리는 현재 반일(反日)하는 것이며, 역사의 전철을밟지 않기 위해 반일하는 것이며, 다나카 씨 같은 일본인이있기 때문에 반일하는 것이다. - P157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나는 일본의 양심에 기대한다. 전쟁의 책임이 천황에게 있다 하여 테러를 당한 시장이라든가 왜곡된 자기 저술을 바로잡기 위해 재판을 건 학자라든가 다나카 씨와 함께 《신동아》에 글을 쓴 다카사키 소지 같은 분, 그 밖에도 진실을 말하는 여러 분이 계신 줄 안다.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그런 양심이 많아져야 진정한 평화를 일본은 누릴수 있을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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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뒤흔들었던 성고문사건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당시 투쟁했던 사람,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시민들, 그분들은 또 어떤 가슴으로 바라보았을까? 펜을 들고 사는 소위 작가라는 내 자신은? 한일합방을 늑대이빨에 찢기는 양의 비극으로 비유한다면 수많은 이 강산의 딸들이 일본 병사의 화장실 역할을 했던 일은 무엇으로 비유해야 하는지,
침묵하는 이 땅 남성들에게 묻고 싶고 만일 저 아우슈비츠(Auschwitz)의 참혹함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는 리얼리스트가 있다면 우리는 인간임을 사양할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 P17

한 사람 책임지는 자 없고 벌받은 자 없는 그들에게 푼돈얻어낸, 청풍당상의 그야말로 더럽혀지지 않았던 양반들, 차라리 그것은 희극이다. 혹자는 말하리라. 그 푼돈도 우리 발전의 밑천이 되었노라고. 그러나 자(尺]로는 잴 수 없고 저울로도 달 수 없는 가치도 있다. 그 가치로 인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 P17

아무리 즉물적(卽物的) 세태라 해도 우리는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며 산다. 물질도 있어야 하고 계산도 해야 하지만 삶의 존귀함도 있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 문화의 본질인간다운 연유도 거기 있으니 말이다. - P18

물질과 계산에 편중한 일본인들, 그들은 지난날을 잊은 듯부담 없이 이 땅을 밟는다. 어디서든 흔히 마주치게 되는 일본인, 그러나 상투적인 그들 표면보다 내면에 숨겨졌을 서늘한 칼날이 왜 자꾸 가슴에 와 닿는 걸까. 
일제 때 미신을 소탕한다 하여 무녀들을 잡아 가두었던 그네들이 한편으론 조선의 맥을 끊겠다고 봉우리마다 쇠기둥을 박았던 섬뜩한 그 일이 연상되면서 어찌하여 그들은 그토록 광란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 광란의 뿌리는 무엇일까?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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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2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책이 있었군요. 덕분에 알게되어 장바구니로 담아갑니다. 슝-

은하수 2023-06-22 23:18   좋아요 0 | URL
슝~~~
박경리 선생이 쓰신 일본 비판의 글인데 읽다보니 일견 속이 시원해지네요!^^
 
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2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열여섯 살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는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자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이혼을 했고, 목장을 팔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돌릴 수가 없다. 존은 자신의 말 레드보를 몰아 친구 롤린스와 함께 멕시코로 향한다. 말썽꾼 블레빈스를 만나 총격전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국경을 넘은 그들은 한 아름다운 목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존은 말을 다루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목장 주인의 딸 알레한드라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일 뿐, 여행 중 겪었던 말 도둑 사건에 다시 한 번 휘말리며 존과 롤린스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책의 뒷 표지에 이렇게 간략히 설명이 나와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아주 깔끔한 스토리 텔링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땐 환경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존재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전적으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하기 때문에 앞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말 도둑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부터 진짜 소년의 모험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쯤이면 코맥 매카시 이 작가의 문체에도 익숙해져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하등의 문제도 없다. 오히려 뒤가 자꾸 너무 궁금해서 밤까지 읽다가 잠 안자고 싶어질 정도였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진짜 말을 타는 마지막 카우보이 스토리가 아닐까! 말을 대단히 사랑하고 진정 말을 다룰 줄 아는 존 그래디의 실력도 너무 멋진데다  말들이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멕시코의 대 초원과 농장에서 농장주의 딸인 알레한드라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꾸밈 없는 문체로 인하여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들 세계의 멋짐이란 것이 폭발하는 느낌인데 이런 느낌을 일부러 장황하게 꾸며서 표현을 했더라면 그 멋짐이 오히려 반감되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건 내가 여자여도 충분히 느껴질만큼 멋지다고 느꼈다. 




여기서 나의 심정적 걸림돌은 사실 따로 있었는데 존 그래디와 롤린스, 그리고 알레한드라의 나이가 고작 열여섯, 열일곱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나이에 있다.  말을 길들이고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또 진하고 진한 사랑의 스토리를 써나가는 그들의 나이... 그리고 그 이후의 모험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격투 장면들, 어른들과의 협상으로 목숨을 구하는 과정, 또 그들의 예쁜 말을 다시 찾으러 가고 당했던 만큼 갚아주는 복수의 과정들을 통쾌하게 전개해 나가는 존의 나이가 고작 열 여섯이라는 것.  이것이 자꾸만 걸리적 거린다. 이들의 나이가 열아홉이라면, 스물이라면 이들이 사랑을 하고 모험을 감행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걸까 생각을 해보지만 만약 이들의 나이가 그 나이라면 이미 성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스토리 전개가 당연히 달라질 것이고. 그 나이라면 말을 타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넘어 시작되는 모험의 스토리에 대한 감동이 반감되었겠지.  그리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을 앞에 두고 차라리 도피를 택했을지도... 이러면 전면적인 수정이 이루어져야하는 거쥐. 고럼~~~!  춘향과 이도령의 나이도 이팔청춘 방년 열여섯이었을걸???  이렇게 생각해보면 열여섯이라는 나이와 존 그래디의 모험과 사랑의 스토리가 영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역시 이 나이가 적당한 나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열다섯도 열일곱도 아닌...  소년을 이제 막 벗어나 아직은 미숙한 청년으로 가는 이 나이가 이 작품에서 중요하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끄덕해지는 것이다.  괜히 나이에 집착해서 엉뚱한 길로 혼자 새지는 말자.



그래서... 열여섯의 사랑도 모험도, 그리고 말들도 모두 다 예쁘다. 난 그렇게 느꼈다!


  


코맥 매카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로드>였고 그 이후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선셋 리미티드> ,<모두 다 예쁜 말들>까지 네 작품을 읽었다.  이 작품은 국경 삼 부작의 첫번째니까 앞으로  <국경을 넘어>,<평원의 도시들>을 읽게 될 것이다. 쿨론 아닐 수도 있고.

코맥 매카시의 타계에 즈음하여 서가에서 잠자고 있던 그의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서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코맥 매카시의 작품도 그렇지만 이번에 읽은 <모두 다 예쁜 말들>은 너무 당연하게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다. 국경 삼부작을 몰아서 읽어도 좋겠지만 다음 책은 그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작품인 <핏빛 자오선>이 될지도 모른다.  그 작품이 궁금해졌댜. 하지만 작품 선택의 가능성은 늘 열려 있으니까... 어떤 작품이 될 지 지금은 나로서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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