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낸다. 그의 시간 한 줌이 바람속에 흩어져 흘러간다. 잣나무 가지가 쉴 새 없이 살랑이고그 사이로 갓난아이 눈망울같은 햇살이 어룽거린다. 아내가 묻힌 자리,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눈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찾을길 없이 녹음 짙푸러 여기가 거긴지 거기가 여긴지 풍경 사뭇 다르다. 매일 오는데도 한재 정상 잣나무숲은 매일 모습을 바꾼다. 호르르, 바람결에 흔들리며 어룽어릉 숲 바닥에 내려앉는 햇살이 아내의 웃음처럼 수줍다.
이러고 있으니 좋은가?
ㅡ<숲의 대화> 중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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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해보나마나야." 내가 말했다.
"당신이 뭘 찾는지 아니까요. 마음을 나타내는 심상을 만들어낼 때으레 내가 하기 마련인 반응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으니까. 내가보이면 되는 반응은...‘
버트는 고개를 들고 날 올려다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보이면 되는 반응은..."
하지만 그때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마음속에서 칠판에 적힌 것들을 보고 있는데, 그것을 읽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일부분이 지워져서 나머지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같았다.
- P419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잔뜩 공포에 질려서 카드를 계속 넘겼고, 너무 빨리 넘겨서 숨이 막히고 목이 메어서 단어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잉크무늬들을 찢어서 따로따로 떼어놓아서 제 스스로 뜻이 드러나도록 하고 싶었다. 잉크무늬 어딘가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었던 대답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잉크무늬가 아니라, 내 마음의 일부가 그것들에 형태와 의미를 주어서 나의 인상이 그 무늬 위에 투영되었을 것이다. - P419

나는 탁자 위에 있는 카드들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테스트는 하지 않겠어요. 더이상 테스트는 받고 싶지 않아요."
"좋아, 찰리. 오늘은 그만해요."
"오늘만이 아니에요. 이젠 여기에 그만 올 거예요. 내게 남은 것 중에서 당신이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게 뭐든지 경과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미로를 다 달렸어요. 이젠 더 이상 실험용 돼지가 아니라고요.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젠 혼자 있고 싶어요." 
"찰리, 알았어요. 이해해요." - P420

보고서를 다시 쓰려고 용기를 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는 모르겠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 교회에 가는 모습이 보이는 걸로 봐서 오늘은 일요일이다. 한 주 내내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 같고, 무니 부인이 내게 여러 번 음식을 가져다주고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묻던 게 생각난다.
이런 몸으로 이제 뭘 해야 할까? 여기서 혼자 빈둥거리며 마냥 창밖만 내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뭔가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하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아마도 내가 하겠다고 말한 것을 안 하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일지도 모르다. - P441

키니언 선생님과 스트라우스 박사와 머두들... 안녕히 계세요.

추신. 니머 교수에게 사랑들이 비웃을 때 화를 내지 않으면 더 많은 칭구들을 사귀게 될 거라고 꼭 말해주세요. 사람들이 웃도록 내버려두면 치구를 사귀기가 시워요. 워렌에 가서 저는 친구들을 많이 사귈거예요.

추신. 혹시 기해가 있으면 뒷마당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에 꼿을 좀 놓아주세요.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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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없는 감정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나 눈이 없는 사람은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태어날 때부터 지능이 낮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대하다니 정말 이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 소년처럼 멍청하게 광대 노릇을 했던것이 생각나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 P295

거의 잊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그들 틈에 끼어서 나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그게 무엇보다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 P296

초기에 쓴 경과보고서들을 자주 다시 읽어보면, 틀리게 쓴 글자들사이로 아이처럼 순진하고 지능이 낮은 내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열쇠구멍으로 몰래 바깥세상의 눈부신 빛을 훔쳐볼 때의 마음이 느껴진다.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지만 행복하게 웃는 찰리의 모습을 꿈에서 보거나 생각날 때가 있다. 멍청하기는 해도 내가 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는 없는 것을,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암흑에 놓여있을 때에도 나는 그것이 어쨌든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있다고 믿었고, 저런 기술들을 익힐 수만 있다면 나도 지능을 가지게 되리라고 확신했다. - P296

지적장애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지내기를 바란다. 어린아이는 혼자 밥 먹을 줄도 모르고, 뭘 먹어야 할지도 모를 수있지만, 그래도 배고픔이 무엇인지는 안다.

"오늘은 내게 좋은 날이다. 어린아이들처럼 나 자신을 ㅡ 나 자신의 과거와 나 자신의 미래만을 ㅡ걱정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내게 있는 뭔가를 나눠주자. 내가 지닌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지능을 향상시키는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 누가 나보다 더 적합할까? 나 말고 누가 두 세계에서 살았을까? - P296

"물론, 자네를 이 실험에 끌어들이는 것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었어.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때 자네가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를, 또 조각들을 얼마나 맞추었는지를 나는 모른다네. 하지만 우리는 지능이 일시적으로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자네에게 분명히 해두려고 노력했어."
"그 당시에 경과보고서에 제가 그렇게 적었죠." 나도 동의했다. "비록 그때는 당신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제가 말하려고 한 점은 그게 아니에요. 지금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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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뇌수술 이후 찰리 고든의 두뇌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 맞춤법도 틀리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고 기억이라는 것을 갖지 못한 존재였지만, 불과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에 IQ 70에서 185라는 놀라운 향상을 보여준다. 맞춤법은 더없이 완벽하다. 이제 찰리는 20여개 언어를 통달하고 다방면으로 이루기 어려운 방대하고 높은 지식 수준을 자랑한다. 멍하고 바보스럽던 얼굴표정은 지성미가 넘치는 젊은이라는 인상을 풍기도록 변화했다.

하지만 찰리 고든은 여전히 고독 속에 홀로 놓여있다.
지능이 낮아서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았는데 이제는 지능이 너무 높아서 사람들에게서 따돌림 당한다. 누구도 그의 마음 속에 어떤 분노가 있는지 돌아봐주지 않으려한다. 사람들은 찰리를 그저 실험실의 발명품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다.

나는 과학적 연구보고의 증거자료로 왔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전시될 것은 각오했었다. 하지만 모두들 내가 마치 과학계에 소개할 새로운 발명품인 양 계속 떠들어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학회장 안의 누구도 나를 사람으로, 그러니까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지 않았다. "앨저넌과 찰리" 그리고 "찰리와 앨저넌"이라고 이름을 나란히부르는 것은 그들이 우리 둘을 실험실 밖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한 쌍의 실험동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내 분노와는 별개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 P240

그때, 니머 교수가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크맨 대학교에서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들은 우리의 신기술로 자연이 낳은 오류를 우수한 인간으로 창조해낸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찰리가 우리에게 왔을 때 그는 사회에서 벗어나 있었고, 돌봐줄 친구나 친척도 없이 대도시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으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정신적 능력도 없었습니다. 과거도 기억하지 못했고, 현재와도 동떨어져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었습니다. 실험하기 전에는 찰리고든이라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241

사람들이 나를 자기들의 개인금고에 넣어둔 새로운 귀중품처럼 취급할 때 왜 그토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확신하건대, 우리가 시카고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맴돌며 메아리치던 바로 그 생각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든 사람들에게 니머 교수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나도 사람이에요. 사람, 부모도 있고, 지난 일도 기억하고, 과거도 있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나를 저 수술실로 옮기기 전부터 난 존재했다고요!‘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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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05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와 어떤 면에서 교점이 있는 작품이겠어요. 덕분에 알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은하수 2023-08-05 10:35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러네요~~
분명 겹치는 부분이 있네요.
전 도서관 가서 빌려보겠습니다~~~^^*
 

찰리가 뇌수술을 받기 전 ˝앨저넌˝이라는 실험쥐를 만나는데 IQ 68에 불과한 찰리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적는 설정이라 그런지 책에서도 맞춤법은 사실 엉망진창이다. 그래서 빨리 읽기가 안된다.

˝미로찾기˝에 뛰어난 실험쥐 ˝앨저넌˝과 IQ 68에 불과한 인간 ˝찰리 고든˝의 이야기가 본격 전개되려나보다.


미로차끼란 게 먼지 이해가 안 가서 우리는 많은 종이를 다 써버려따. 그러자 버트가 말해따 맞아 뭔가 보여줄 게 있어요 시럼실로 갑시다 그럼 이해가 갈 꺼에요. 우리는 5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가따 수많은 동물들이 상자우리 안에 있었고 원숭이와 생쥐도 몇 마리 잇서따.
오래된 쓰래기에서 나는 것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따. 그리고 하양 가운을 입은 사람드리 동물들과 함께 놀고 있어서 애완동물 가게 갇다고 생가캐찌만 손님은 한 명도 업써따. 버트는 하양 쥐를 상자우리에서 꺼내서 나한테 보여줘따. 버트가 말해따 이 쥐가 바로 앨저넌이고 이 미로차끼를 무척 잘하지. 난 버트에게 말해따 앨저넌이 어떠캐 하는지를 보여주세요. - P19

네 그러캐 할 꺼에요 버트는 앨저넌을 상자 안에 너어꼬, 상자는 커다란 탁자처럼 생겨서 종이에 그려진 것처럼 온갖 길들이 꼬불꼬불 나잇서꼬 여러 모양의 벽들이 잇서꼬 출발점과 도착점이라고 적혀잇서따. 탁자 위에는 덥깨가 잇서따. 그리고 버트는 시계를 꺼내더니 덥깨 문을 들어 올리면서 앨저넌 출발해라고 말해꼬 쥐는 두세 번 킁킁거리더니 달리기 시작해따. 처음에는 긴 통로를 달려 내려가더니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걸 알자 처음에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와서 콧수염을 씰룩씰룩 움직이면서 그 자리에 잠깐 서잇서따. 그런 뒤에 앨저넌은 통로로 가보더니 달리기 시작해따. - P19

버트가 내게 출발하라고 해쓸 때 난 앞으로 가려고 해찌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찌를 알 쑤업써따. 그때 탁짜에 놓인 상자에서는 앨저넌이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려고 이미 달리기를 시작한 것처럼 발로 극는 소리가 들려따. 나는 출발해찌만 잘모땐 길로 들어서서 가로마켜꼬 손가락에 찌릿 전기가 쪼금 흘러꼬 그래서 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찌만 내가 딴 길로 들어설 때마다 모두 가로마켜고 전기가 찌릿흘러따. 아프진 아나찌만 난 움찔움찔 놀라꼬 그러자 내가 잘못 갓따는 걸 알려주기 위한 거라고 버트가 말해따. 내가 미로를 반쯤 갓을때 앨저넌이 기분 조을 때 내는 찍찍 소리가 들려꼬 그건 앨저넌이 시합에서 이겻다는 뜻이다. - P21

그 뒤로 시합을 열 번 더 햇는데 앨저넌이 전부 다 이겻다. 난 "도착점"이라고 저킨 곳까지 가는 길을 찾지 못해끼 때문이다. 아주 오래 걸리긴 해찌만 앨저넌을 보면서 미로를 통과하는 법을 배워끼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아나따.

난 쥐가 그렇게 똑똑한지를 미처 몰라.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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