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식물도감‘

21쪽에 달하는 시詩 한 편
한 호흡에 읽을 수 없어 천천히 나눠 읽었다.

복수초, 꽃무릇, 구절초, 금강소나무, 두릅, 시누대, 산수국, 강아지풀, 바랭이풀, 은행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갯메꽃, 수크령, ...
다 알만한 이름들이다.
다시 기억해 보련다!

*
시누대 잎사귀는 빗방울 튕겨내는 솜씨가 다들 달라서
어스름이면 그리하여 잎사귀 아래로 다스리는 어둠의 농도도 제각각 달라서 - P84

*
산수국 헛꽃 들여다보면
누군가 남기고 싶지 않은 발자국 남겨놓은 거 같아서
발소리 가벼워질 때까지 가는 것 같아서 - P84

*
튀기 위해
끈질기게 붙어 있다

강아지풀 - P84

*
화암사 뒷산 단풍 나 혼자 못 보겠다
당신도 여기 와서 같이 죽자 - P86

*
바랭이풀은 몸에서 씨앗들 다 떼어낼 때까지 버텼다
서리 내리자 과감하게
무릎 꿇었다 - P86

*
백두산 천지 갔다가 구절초 씨앗 몇 받아 왔다
박성우 시인에게 주었더니
기어이 모종판에 묻었다 한다 - P86

*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일제히 고개 돌려 눈 내리는 걸 바라보는 억새들 - P86

*
복수초에게도
설산이 있었지 - P88

*
이름에 매달릴 거 없다
알아도 꽃이고 몰라도 꽃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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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둑길 강아지풀
기차 타러 나왔다
박용래 시인의 마을까지 가는
기차가 끊겼다 - P79

*
갯메꽃처럼 바닷가에 살자
바닷물에 발은 담그지 말고
바닷물이 모래알 만지는 소리나 들으며 살자 - P79

*
참새떼가 찔레 덤불로 스며든다 - P79

*
수크령 묶어놓고
네 발목 걸리기를
기다린 적 있었지
나 열몇살 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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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식물도감‘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안도현 시인의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수 있게 되었다》이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라 우리 동네 집들에도 능소화가 흔히 보였었다. 지금은 거의 다 지고 없지만 ...
우리 마당에 능소화 한 그루 심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 눈에 들어왔을지도...

보통 시집의 제목이 표제작인 경우가 많은데 책을 구입하기 전에 책 제목에 해당하는 시가 어디에 있나 찾아서 읽어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목차를 훑어봐도 제목에 해당하는 시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찾은건가 싶었지만 아무튼 목차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신 마지막 3부(1,2,3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식물도감‘이라는 시詩 한 편인데 온갖 야생화와 식물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아는 꽃도 있고 이름이 익숙한 꽃도 있고 모르는 꽃도 등장한다. . .

매화꽃, 변산바람꽃, 노루귀, 으아리꽃, 꽃다지, 호박꽃, 개불알꽃, 살구꽃, 산괴불주머니, 앵두꽃, 자운영, 찔레, 화살나무, 제비꽃, 산수유, 벚꽃, 모과꽃, 모란, 오동꽃, 얼레, 귀롱나무 꽃, 인동초, 작약, 함박꽃, 물매화, 꽝꽝나무, ... ...

이름만 들어도 고운 얼굴이 연상되는 꽃들도 있지만 그 고운 얼굴에 왜 저런 이상하고 우스운 이름을 붙인건지 싶어 웃음 난다!

21 쪽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시는 그야말로 식물도감처럼 많은 꽃나무가 등장한다.






*
천안에서 전주를 가려면
차령터널을 통과하면서부터
밤꽃냄새군대의 저지선을 돌파해야 한다 - P77

*
함박꽃 열리기 세 시간 전쯤의
꽃봉오리 주워 와서
빈 참이슬 병에 꽂아두었네 - P77

*
지리산 노고단 가서
물매화 보지 못했다면
하산하지 마시게 - P77

*
꽝꽝나무
그 작은 이파리마다
찰랑찰랑 자지러지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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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덕분에 시 읽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두 정감 넘치고 기뻐하는 가운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브리그스는 피셔 부인이 고상한 노부인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마법이 통했는지 부인이 고상한 노부인으로 변했다. 부인은 그에게 인자함을 발휘했고, 찬찬히 관찰해가며 차를 마시고 난 다음에는 장난기 섞인 자애로운 태도로 그를 가리켜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 P271

피셔 부인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이상한 말이었다. 부인이 평생 그런 말을 해보기는 했을까 의심스러웠다. 로즈는 경악했다. 지금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언제쯤이면 사람을 잘못 보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로즈는 피셔 부인에게 이런 면이 있으리라 의심해보지 않았기에 자기가 알고 있는 피셔 부인의 다른 면들도 어쩌면 결국은 자신의 호전적이고 짜증 나는 기분 상태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들기 시작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은 정말 몰인정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나타난 순간, 피셔 부인의 눈 밑이 진정 환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고 로즈는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피셔 부인이 방금 큰 소리로 웃었을 때는 부끄러워서 땅으로 꺼져버릴 것 같았고, 그 충격으로 인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가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 P271

이전에는 로즈도, 그리고 다른 누구도 피셔 부인이 소리 내 웃는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피셔 부인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못마땅했던 것일까? 그들은 모두 웃었고, 다른 사람들은 도착한 후로 적어도 한두 번은 웃었지만 피셔 부인만은 웃지 않았다. 지금 피셔 부인의 웃는 얼굴을 보면 이전까지는전혀 즐겁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로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피셔 부인이 즐겁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로티는 신경을 썼고, 피셔 부인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로티는 역효과만 낳은 듯했다. 반면 로즈는 부인에게 맞서거나 도발하고 싶을 때 외에는 오 분도 부인과함께 있지 않았다. - P272

로즈는 그간 정말 못되게 굴었다.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 로즈는 참회하는 뜻에서 수줍고 공손한 태도로 피셔 부인을 걱정해주었는데, 덕분에 이를 본 브리그스는 로즈를 훨씬 더 천사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기가 잠시라도노부인이 돼서 로즈 아버스넛에게 그런 대접을 받기를 소망했다. 그는 로즈의 다정함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브리그스는 로즈 아버스넛이 약을 들고 그에게 몸을 구부려줄 수만 있다면 아무리 위험한 약이어도 기꺼이 받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P272

또 생각이 뒤죽박죽 섞이더니 끊겨버렸다.
"프레더릭………." 로즈는 남편을 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면 소리는 나왔지만 불이 탁탁 튀는 소리에 묻혔는지도 몰랐다.
더 가까이 가야 한다. 그를 향해 천천히 천천히 기다시피다가가기 시작했다.
프레더릭은 움직이지 않았다.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로즈는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갔고, 불은 탁탁 튀었으며, 프레더릭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로즈는 숨쉬기가 어려워 잠시 걸음을 멈췄다. 두려웠다. 혹시나, 혹시나……. 그러나 왔잖아. 와 있잖아.
로즈는 다시 걸음을 떼 그의 곁으로 갔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프레더릭이 그 소리를 들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느낄 수 없거나 몰랐거나….
"프레더릭." 로즈는 심장이 뛰고 목이 막혀서 겨우 속삭였다.
프레더릭이 발꿈치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로즈!" 프레더릭이 멍하니 쳐다보며 외쳤다. - P304

프레더릭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하면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할 프레더릭 역시 아내를 껴안았다. 아내를 껴안고 그 역시 키스했다. 지금 그는 거의 아내만큼 부드럽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아내에게 왜 부드럽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지금 그는 절대 끝내지 않을것처럼 더 부드럽게 아내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지금... - P305

그는 얼떨떨했지만 그럼에도 키스는 할 수 있었다. 키스하는 일이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마흔 살이 아니라 다시 서른 살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로즈는 스무 살 로즈가 된 듯했다. 그가 하는 일을 자신의 기준으로 저울질하고, 저울추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했으며, 이상하고 냉담하게 변하더니 점점 더 충격을 받고, 끝내 너무나 개탄스러워지기 전에 그가 사랑해마지않았던 그 로즈였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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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온종일 혼자 양손으로 무릎을 껴안고 앉아서 앞만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회색 검처럼 생긴 용설란이었고 용설란의 긴 줄기 위로 핼쑥한 붓꽃이 피어 있었으며, 그 너머 회색 잎과 파란색 꽃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 P196

그녀가 찾아낸 장소는 햇빛을 받은 돌에 백리향이 잔뜩핀 숨은 모퉁이였는데,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집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에서도 벗어났다.
곳 끝과 가까웠다. 워낙 조용히 앉아 있어서 이내 도마뱀들이로즈의 발 위로 올라왔다. 부리가 짧은 작은 새들이 처음에는놀라서 달아났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마치 로즈가 거기 없는것처럼 주변 덤불을 돌아다녔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함께 있고 싶은 사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 ‘저거 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 아무 소용이없었다. 보통은 이런 풍경을 보고 "자기, 저거봐"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다정하고 달콤한 단어를 써서 기쁘게 해줄 것이다. - P197

이제 로즈는 촉촉해진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종교에 매달리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매달릴 게 아예 없는것보다는 나으며, 이러한 자신의 생각이 비난받을 일이라고는 거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아, 로즈는 뭔가 실체가 있는 것에 매달리고 싶었다. 살아 있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었다. 가슴에 기댈 수 있는 무언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불쌍한 아기가죽지만 않았어도..………. 아기는 절대 사람을 권태롭게 만들지않았다. 자라서 사람을 알아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쩌면 아기는 절대 부모 덕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고 수염이 자라도, 아무리 특별하고 다른 사람과는 달라도 그러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다른이유 없이는 소중함을 완벽하게 알지 못했다. - P200

흐린 눈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로즈는 자기만의 어떤 것을가슴에 꼭 안고 싶은 갈망을 느꼈다. 로즈는 몸집이 작았고성격만큼이나 몸매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어떻게 설명할까?)젓가슴으로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산 살바토레에는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로즈는 자기 가슴에 기댄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랑의 속삭임을 들려주고 보호해주며 편안하게 쉬게해주고 싶었다. 프레더릭, 프레더릭의 아이여, 로즈에게 와서 기대어다오. 그들은 불행하니까, 그들은 마음을 다쳤으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면 로즈가 필요할 테고, 불행하면 로즈한테 사랑받으려 할 테니까. - P201

아이는 가버렸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프레더릭이 늙고 지치면.
아버스넛 부인은 산살바토레에서의 첫날 혼자 이런 회상과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수년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만은 실의에 빠진 채 차를 마시러 돌아왔다. 산살바토레는 로즈가 조심스럽게 만든 행복 비슷한 것을 빼앗아 가버리고 공허함을 주었다. 아니, 갈망을 대신 주었다. 통증과 염원, 이상한 감정을 주었다. 공허함보다 오히려 더 나빴다. 그래서 집에서는 절대 짜증을 내지 않고 항상 친절했으며 균형감이 있던 로즈가 낙담하자 그날 오후 차 마시는 자리에서 안주인 자리를 꿰찬 피셔 부인을 보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P201

로티가 남편에게 편지로 산 살바토레에는 자신과 아버스넛부인 외에도 어떤 사람들이 더 있는지 말해주었고, 윌킨스 씨는 즉시 이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기회임을 알아차렸다. 로티는 단지 ‘여기 묵고 있는 사람이 둘더있어요. 피셔 부인과레이디 캐럴라인 데스터라고 해요‘라고만 말했지만, 그거면충분했다. 그는 드로이트위치 부부에 관해 훤히 알았다. 그들의 재산, 그들의 관계, 역사상 그들의 위치, 그리고 그들이 가진 권력까지.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려 들면, 그들이 이미 고용한 사람들 틈에 윌킨스 자신도 넣어주면 또 다른 변호사를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지점 하나에 변호사 한 명을 고용하고, 다른 지점에는 또 다른 변호사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드로이트위치 부부의 사업에는 분명 지점이 많을 것이다. 윌킨스 씨는 또한(이 역시 새겨두면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잘 기억해두었다) 그들의 외동딸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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