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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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편만큼의 사나움은 사라진 그의 글에서 세월을 실감하게 되는데... 거기서 우러난 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뉴욕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비비언 고닉이고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있지만 이 사람의 글은 남아서 나도 재독, 삼독 하고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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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

어떤 문장을 보고 전율을 느끼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선사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면 실로 그 문장은 평소 당신이 간직하고 있던 생각을 완벽하게 대변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의 이 문장을 
통해 그런 경험을 했다.
"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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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라는 습관은 질기다. 레너드 말로는 외로움을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꿔내지 않는 이상 난 영영 엄마의딸일 거란다. 물론 그 말도 맞기는 하다. 사람은 이상화된타자의 부재로 인해 외롭지만, 그 쓸모 있는 고독 속에스스로를 상상의 동반자 삼아 침묵에 생명을 불어넣고지각 있는 존재라는 증거를 방 안 가득 채워 넣는 ‘내‘가있다. 이런 통찰의 기틀을 마련하는 법은 에드먼드 고스로부터 배웠다. 그는 탁월한 회고록 『아버지와아들Father and Son』에서 아버지의 거짓을 발견한 여덟 살 아이가 내면의 혼란에 빠져드는 과정을 묘사한다. - P184

아이는 속으로 질문한다. 아빠라고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면,아빠가 아는 건 대체 뭐지? 
사람들이 하는 말이랑 그 사람이랑은 무슨
관계일까?
 뭘 믿고 뭘 믿지 않을지 어떻게 결정할까?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는 문득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단 걸 깨닫는다. - P185

고스는 이렇게 적는다. "그 위태로운 상황에 아직여물지도 발달하지도 못했던 내 작은 뇌로 몰려들던 온갖 생각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건, 내가 동행해줄 이도, 비밀을 나눌 친구도 전부 내 안에서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엔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내 것인 동시에나와 같은 몸을 쓰는 누군가의 것이기도 했다. 우리 둘이 있었고 우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나 자신의 가슴속에서 나를 알아주는 이를 발견한다는 건 크나큰 위안이었다." - P185

뉴욕은 일자리가 아니에요, 기질이죠. 그들이
그렇게 답해준다. 뉴욕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인간의 자기표현력에 대한 증거가 그것도 대량으로 필요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이다. 가끔씩도 아니고 매일 필요해서. - P218

그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거라서. 감당할 만한도시로 떠나버리는 사람들은 뉴욕 없이도 살 수 있는사람들이지만, 뉴욕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뉴욕없인 못사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뉴욕 없이 못 사는 건 나라고 말하는 게 더맞을지도. - P219

파크애비뉴에서는 마나님처럼 말끔히 차려입은
여자가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나 젊었을적엔 남자들이 메인 요리같았는데 지금은 죄다 양념 같아." - P220

두 시간 뒤 집에 돌아온 나는 식탁에서 저녁을 먹으며창밖으로 도시를 내다본다. 오늘 내 앞을 가로질러간 모든 사람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들의 목소리가들리고 그들의 몸짓이 보이며, 나는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본다. 그들은 순식간에 나의 동행, 근사한 동행이 된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는 사람과 함께하느니 오늘밤은 차라리 당신들과 여기 있겠노라고. 뭐, 그것도 아는사람 나름이지만 말이다.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 시간과 함께 날짜까지
 알려주는 그 시계를 바라본다. 
레너드에게 전화를 걸 시간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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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했다.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 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 - P54

로맨틱한 사랑에서 감정을 거둬들이는 과정은 
다들 익히 아는 드라마라 거뜬히 설명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격정이 불러온 그 강렬함에 압도된 우리는 사랑에다 변신의 힘을 부여하고, 그 사랑의 반향으로자신이 새로워지고 심지어 온전해질 것이라 상상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변신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병과 한데 얽혀 있던 소망은 절망 속에 무너져 내린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이해받았다고 느꼈던 그 짜릿한 경험은 벌거벗겨진 상태가 되었다는 불안감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 P86

우정이든 사랑이든, 핵심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할 때(최선의 자아까지는 아니더라도) 표현하는 자아가 꽃을피우리라는 기대다. 모든 것은 그 활짝 핀 자아에 얹힌다.
하지만 각자의 내면에 있는 그 불안한 것, 유동적인것, 변덕스러운 것이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생각했던 바로 그 만개한 자아를 꾸준히 갉아먹고 있다면어떡해야 할까?
 실은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자아라는 가정자체가 환상이라면? 안정적인 친밀감에 대한 열망이 -그보다 더하진 않더라도 그에 못지 않게 무진장한 -불안정해지려는 열망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럼어떡해야 하는 걸까? - P87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 심리적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야말로 갈등 간의 갈등이다. ......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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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램에게 먼저 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왔다.
그새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좀 많이 사그라 들어버렸다. ㅠㅠ
《사나운 애착》 읽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레너드와 미드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운을 뗀다. "넌 요즘 사는 게어떤데?"
"닭뼈가 목구멍에 딱 걸린 거 같지 뭐" 레너드의 답이다.
"삼키지도 못하고 토해내지도 못하고 말야. 당장은 걸려죽지나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내 친구 레너드는 재치 있고 영리한 게이로, 자기불행에 대해서라면 조예가 깊다. 그리고 그런 조예가 그의 활력이다.  - P5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3세기 로마작가 카이우스는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의무다.  - P26

...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 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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