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펼쳐 든 당신은 노래방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비(非) 노래방적인 사람인가? 나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 노래방에서 내 존재는 기깔나게 노래하는 친구들의 아우라에 묻히기 일쑤다. 편의상 그 친구들을가왕이라고 호명하겠다. 가왕들이 화려한 열창으로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세 평 남짓한 방을 뒤흔드는 동안 나는 소심하게 리모컨을 들고 다음 곡을 고른다. 예약 버튼을 누른 뒤엔 목을 가다듬고 다른 이의 노래를 경청하며 기다린다. - P7
노래방을 장악해보지도 않은 내가 왜 노래에 관한 책을 쓰는가. 생각해보면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리 엄마 복희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느라 바쁘다. 작가들은 예외다. 작가들은 글에 대한 글을 토할 정도로 많이 쓴다. 심보선이 말하길 시란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랬다. 그렇다면 나에게글이란 한 네다섯 번째로 탁월한 내가 첫 번째로 탁월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다. - P8
이 일을 계기로 이노우에는 악단의 시간과 노고와 비용을 절약하고자 자동 반주 기계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그 기계의 이름이 바로 ‘가라오케‘다. ‘비어 있음‘, ‘가짜‘라는 뜻의 ‘가라‘와 ‘오케스트라‘를 이어 붙인 합성어다. 즉, 가라오케란 가짜 오케스트라 기계를 뜻한다. 직접 연주하기 귀찮았던 이노우에가 세계 최초로 만든 발명품이다. 그는 돈 벌기도귀찮았는지 이 혁신적인 기계를 만들고도 특허를 내지 않았다. 덕분에 유사 상품이 대거 제조되었고 가라오케 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 - P14
그러나 향자는 어느 대화 중에도 "지랄" 한마디를 치고 들어올 줄 알았고 빨리 걸으면서도 결코 넘어지는 법이 없었고 갑자기 마이크가 쥐어져도 긴장하지 않았다. 정박을 잘 타는 사람이 엇박을 못 탈 수는있어도 엇박을 잘 타는 사람이 정박을 못 탈 수는 없었다. 엇박적인 사람이란 정박과 엇박 모두를 가지고노는 이를 뜻했다. 향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노래 교실의 다크호스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할머니(향자 씨) 의외의 능력자시구나! 이런 할머니 따라 노래교실 다닌 전력이 있고 할아버지 노래방 기계를 어린시절부터 봐왔으니 슬아 작가님 이 책 쓸 자격 충분해요^^ - P22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프레디 머큐리는 대답했다. "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틀리려고 해도 틀려지질 않아. 늘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어 있거든.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어." 그 대답은 나를 너무 놀라게 한다. 나라면 정확히 반대로 대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안 틀리려고 해도 꼭 틀려버려. 나는 내가 꿈꾸던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게 돼. 그게 너무 두려워."
~~~~맞아 맞아. 내 말이 ... 슬아 작가님 말이 곧 내말이라니까...ㅠ 난 완전히 비노래방적 인간이구나 싶어 아쉽긴 해도 순응하며 잘 산다 ㅎㅎㅎ - P42
" 이어질 순서는 축가입니다. 축가를 불러주실분은 ‘일간 이슬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계신이슬아 작가님이십니다." 그 순간 ‘일간 이슬아‘가 부끄러웠다. 이슬아도부끄럽고 부끄러운 이슬아를 무려 일간으로 발행한다는 것도 부끄럽고 신랑 신부와 하등 상관 없는 나의 프로젝트가 이 결혼식에서 잠시나마 언급된다는것도 송구스러웠지만 나는 돈을 받은 프로이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고 무대에 섰다. 과거의 무대들이 힘을 모아 허리를 펴주었다. - P55
얼마 후 나의 친구 요조를 만나 이 이야기를 전했다. "울 엄마가 친구들이랑 이문세 콘서트 다녀왔는데 히트곡만 불렀는데도 두 시간이 넘었대. 두 시간으로도 모자랄 만큼 히트곡이 많았대." 차를 마시며 잠자코 듣던 요조가 말했다. "내가 왜 공연하는 걸 무서워하는지 알겠어." 왜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난 히트곡이 없잖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깔깔댔다. - P60
복희는 말하고 했다. 너는 이미 다 자란 채로 태어난 것 같았다고. 모든 걸 알아서 해서 키울 태 품이 별로 들지 않았다고. 그래서인지 복희와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였다고. 초등학교 때 수업이 끝나면 두발 자전거를 각자 몰고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우리의 옷자락을 흔들던 봄바람을 지금도 기억한다. 배를 채우고서는 페달을 나른하게 굴리며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그 길에 종종 같은 반 친구의 엄마들을마주쳤다. 엄마들은 우리를 보며 어쩐지 작은 탄성을질렀다. "너무 부러워!" 마침 그들은 모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열 살의 나와 서른다섯 살의 복희가 숱 많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어떤 실랑이도 없이 자전거 타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 보였을지 이제는 알겠다. 그때부터 우리는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이 노래방에 다녔다.
~~~여기서의 복희는 슬아 작가의 엄마다. 우리딸은 나를 이름으로 부르진 않는다.^^ 나도 엄마에 대한, 이런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로망이 아주 강렬하게 있었다. 언제나 퉁명스럽고 대화가 대단히 안되는, 만나면 부딪치는 엄마를 가진 나의 몇 안되는 로망이다! 딸램이 스물여덟살이 되도록 나의 가장 소중하고 어여쁜 친구는 우리 딸이다(이것은 나만의 생각이다). 내가 소망하던 강력한 소망. .. 혹은 로망에 80%이상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우리 딸램과의 관계에 대체로 만족한다. 오늘도 난 용인 양지에서부터 차를 몰고 마포까지 와서 딸래미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다. 아~~~ 좋아라! 이렇게 어여쁜 친구를 두 달만에 만나다니.. - P76
『아무튼, 노래』를 쓰면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속 문장을 가슴 한쪽에 품고 있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우주와 빛과 소리와 진동에 대한 그 은유에 나는 매료되었다. 노래 역시 보이지 않는 떨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도 얼핏 아름다운 은유처럼 느껴졌으나청인들의 사회에서만 유효한 은유일 것이다.
~~~떨림과 울림! 이리 멋진 말을 발견해내시는 작가님들도 너무나 멋지다. 이런 글을 읽으며 딸램 기다리고 있으니 난 또 넘넘 행복하구나! - P94
나는 너의 친구우우우야~ 워어어어-살아 있는 사람이라곤 오직 우리 둘뿐인 장례식장 2층에 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너의 - 여엉원한 노래야아-거기까지 부르고 나니 어쩐지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분명 웃기려고 시작했는데.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주책맞게 목이 메었다. 진심으로 너의 기쁨이 되고 싶어서였다. 가사들이 입 밖에 나오자 모를 수 없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커다란 우정의 노래인지 불러보기 전엔진짜로는 알 수 없던 마음이었다. 하마와 나 사이에마지막까지 남을 문장이 그 노래에 있었다. - P104
찬희의 또 다른 노래인 <아들>이라는 곡에서 나는 길고 긴 사랑을 본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 혹은 아빠의 아빠의 아빠로부터 전해 내려와서 딸의 딸의딸 그리고 아들의 아들의 아들까지 이어질 마음 같은것. 눈썹에 사랑한다는 말을 품고 미지의 아이를 기다리는 그리움 같은 것. "울려 퍼져라 오 소년의 고함아 인디언 함성처럼"이라는 가사는 점점 더 커져가며반복되는데, 이 외침은 미래를 향한 절절한 외침처럼들린다. 영문도 모른 채 사랑받았던 사람만이 이런고함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너무 좋았어서 되풀이하고 싶은 사람만이 이런 노래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찬희가 진짜로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 영문을 모른 채 사랑받았던 사람만이..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와 콕 하고 박히네요 - P113
휴게소에서 우리는 운전대를 바꿔 잡는다. 장시간 밤 운전은 피곤하니까. 찬희는 운전을 쉬며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는다. 웃기에도 울기에도 애대한 일들이다. 그런 일들 앞에서는 그냥 웃는 게 좋다. 웃고 나서 찬희가 습관처럼 말한다. "모를 거야, 누나는." 무슨 일인지 다 말해놓고선 꼭 그렇게 마무리한다. 우리 사이의 유행어 같은 거다. 얼마나 우스웠는지 얼마나 서러웠는지 얼마나 앞이 캄캄했는지누나가 어떻게 다 알겠느냐는 푸념이다. 그럼 나는한순간에 모르는 누나가 되어 웃는다. 웃으면서 똑같이 대꾸한다. "모를 거야, 너도." 그럼 걔가 한 번 더응수한다. "아니, 누나는 진짜로 모를 거야."우리는서로가 얼마나 모르는지 강조하며 웃는다. 몰라도 괜찮다는 듯이 웃는다. 나는 그 순간이 "넌 내 마음 다알잖아." 같은 말을 주고받을 때보다 더 좋다. 그냥우연히 남매가 되었을 뿐이다. 가족이어도 다 알 수가 없다.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는 나랑 너무 닮은 미지의 타인이다. 모르면서도 너무 애틋한 타인이다.
~~~ 너무 애틋한 타인 나랑 너무 닮은 미지의 타인!
하나는 보고싶고, 멀~~리 있지만 볼수 있는! 하나는 보고 싶고, 멀~~~~~~~~~~리 있지만 볼수 없는! 너무 보고 싶다 아이씨 눈물 나 나의 눈물 포인트
가버린 동생에게 바침.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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