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 조이스 캐럴 오츠
몇 년 만에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을 만나게 된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멀베이니 가족》을 가장 먼저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고딕, 호러, 공포소설의 귀재라는 건 나중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에 ㅡ이런 무서운 소설 작품은 잘 못 읽는 편이라 ㅡ꽤 오랜 시간 동안 피해다니는 작가였다.
강렬한 빨간 바탕 표지에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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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재질의 하얀천, 육체는 없는 침실 바닥 위에 나른하게 액체처럼 주름져 고인 실크 웅덩이. (보는 이/관음하는 이들이 열심히 추정하듯이) 그녀는 바닥에 서서 어깨를 털어 자신의 나신을 이 슬립 드레스에서 빼내고, 옷이 마치 뱀처럼 스르륵 미끄러지도록 떨구었으리라. 속이 비칠 만큼 완전히 하얀, 순수하게 하얀, 동백처럼 하얀 비단뱀은 그녀의 엉덩이, 허벅지를 지나 카펫 깔린 바닥까지, 식식거리는 소리를내며 떨어진다. - P11
그렇지만 육체도 없고, 뼈대도 없이, 그저 희미하게 (여성의) 육체의 향기를 풍기며.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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