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의 우익활동과 할복은 어러모로 한국사람인 나에게 껄끄럽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의 첫권이었던 《봄눈》에서는 아름다운 청년 기요아키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미문에 힘입어 거의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두번째권 《달리는 말》은 기요아키의 환생이라는
이사오를 지키고 싶어하는 혼다의 바람은 이뤄지기
싶지 않아 보인다.
순수를 맹목적으로 갈망하는 그 열정이 무모해 보이고 내가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할복이라는 자살이 등장하는 ‘신풍련사화‘라는 봉기가 작품 전체의 중요 소재로 작용한다.
˝태양이...... 동이 트는 낭떠러지 위에서, 떠오르는 해에 기도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고상한 소나무 나무 밑동에서 ...... 자결하는 것입니다.˝ (160쪽)
불과 19살의 청년이 세상의 부정을 폭로하고 척결하고 싶어하는 열정은 아름답지만 그 끝이 어째서 할복자살이란 말인가!
순수란 꽃 같은 관념, 박하 맛이 강한 양치액 같은 관념, 자상한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리는 듯한 관념을 서슴없이 피의 관념, 부정을 베어 쓰러뜨리는 칼의 관념, 대각선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피바람의 관념, 또는 할복의 관념으로 이어 주는 것이었다. ‘꽃처럼 지다‘라고 할 때, 피범벅이 된시체는 곧 향기로운 벚꽃으로 변한다. 순수란 얼마든지 정반대의 관념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순수는 시(詩)다. - P152
이사오에게 ‘순수하게 죽는다‘라는 건 오히려 쉽게 느껴졌는데, 순수를 관철하려 할 때 예를 들어 ‘순수하게 웃는다‘는어떤 것일지 고민스러웠다. 감정을 아무리 제어하려 해도 그는 가끔 시시한 광경에 웃음이 나왔다. 길가에서 강아지가 나막신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이상할 만큼 큰 하이힐을 물고 와서 휘두르며 놀고 있는 걸 보았을 때도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런 웃음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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