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책이 아녔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페인 내전, 즉 전쟁을 기록한 문학인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 재미있어서 처음 예상과 달리(?) 끝까지 읽을 거 같다.
하긴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소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30년도 더 전에 읽었지만 난 굉장히 재밌게 읽었었다 ... 내가 잘 모르는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일지라도 그것이 결국은 인간을 탐구하는 드라마 아니던가. 소재의 차이일 뿐이다.


오늘은 2/17일에 담갔던 된장 가르기 하는 날.
일부러 손 없는 날 하려고 좀 늦췄다.
근데 이 책 읽다보니 하기가 싫네ㅠㅠ
면보도 준비해놨구 항아리도 소독하구... 아침 일찍 세수도 하고 머리도 묶고 완벽하게 세팅은 끝났는데..
이제 마당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나가질 못하니.
그래서 어젯 밤, 내일은 무조건 책 먼저 읽지않고!
무조건 장 가르기부터 해야지 다짐했건만...


근데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도 왜 이리 재밌고 난리인지!
재니와 피비, 두 흑인 여자들의 대화는 또 왜 이리 멋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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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리 보이는 배들에는 모든 사람의 소원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들이 조수에 맞춰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 배들은 시야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포기하고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절대 육지에 닿지 않은 채 수평선 위에서 영원히 항해함으로써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시간에 조롱당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기억한다. 꿈이 진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일한다. - P5

그래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자였고,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병이 나서 아프다가 머리맡과 발치를 차지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불어 터진 사람들에게서 돌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사람들로 무슨 일인지 따져보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 P5

해질 녘이었기 때문에 사람들 모두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해는 졌지만 하늘에 발자국을 남겨놓았다. 길가 현관에 나와앉아 있을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말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었다.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혀도 없고 귀도 없고 눈도 없는 도구 같은 존재들이었다. 노새와 다른 짐승들이 그들의 살갗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양과 주인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피부는 힘을 얻어서 인간다워졌다. 그들은 소리와 작은 일들의 지배자가 되었다. 여러 나라에 대한 말들이 그들의 입을거쳐 갔다. 그들은 심판하면서 앉아 있었다. - P6

여자의 모습을 보자 그들은 예전에 쌓아두었던 부러움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 한구석을 씹어서 맛있게 삼켰다.
그들은 질문들로 지독한 진술서를 만들어냈고 웃음에서 살상 도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집단의 잔인함이었다. 활발해진 분위기.
주인 없이 걸어다니는 말들. 노래 속 화음처럼 함께 보조를 맞추는말들. - P6

그녀는 그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할 일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여자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말을 걸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앞다퉈 인사했고 입을 벌린 채 기대로 가득 차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매우 상냥하게 말을 걸었지만 자기 집 대문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버렸다. 현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바라보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 P7

남자들은 바지 뒷주머니에 자몽이라도 넣은 것처럼 탄탄한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까지 치렁대며 바람에 깃털처럼 풀어헤쳐지는 풍성한 검은 머리채, 그리고 셔츠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인 그녀의 도발적인 가슴에 눈길을 주었다. 그들, 남자들은 눈으로 놓친 것을 마음에 저장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빛바랜 셔츠와 진흙투성이 작업복을 떼어내서 기억을 위해 따로 간직해두었다. 그것은 그녀의 힘에 맞서는 무기였고, 별볼일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해도 여전히 그녀가 언젠가는 자기네 수준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들어가고 나서 대문이 꽉 하고 닫힐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침을 삼킬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P7

"그거야 상관 안 해.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랑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잖아. 그 여자는 우리가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것처럼 군다니까." 펄스톤이 불만을 토로했다. "잘못은 자기가 해왔으면서 말이야." - P8

"그러니까 그 애가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한테 자기 일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당신들이 화를 낸다는 말이네. 어쨌든 당신들 모두가 말하는 것만큼 그 애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그 애가 제일 잘못한 것이라고는 자기보다 몇 년 어린 남자를 고른 것인데 그건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잖아. 당신들 모두한테 정나미가 떨어졌어. 당신들은 이 마을 사람들이 침대 안에서도 오로지 주님을 찬양하면서 지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잖아. 나는 그만 가볼게. 그 애한테 저녁밥을 좀 가져다줘야겠어." 
피비가 날쌔게 일어섰다.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마." 룰루가 미소를 지었다. "어서 가봐.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집을 봐줄테니까. 나는 저녁 준비를다 해놓았어. 가서 그 여자 기분이 어떤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한테도 알려주고."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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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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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 등장하는 앰개시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완벽히 해소되었다. 폭력과 수치심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만 뒤이어 희망과 연민, 사랑도 연달아 떠올리게 된다. 역시 삶은 아직은 살아볼만 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아직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도. 루시 정말정말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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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동안 그의 두려움은 점점 커졌고, 중간에 낀 일요일에 통화할 때 "네가 나를 보러 오다니 정말 좋아" 하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녀가 핑계를 대며 못 오게 됐다고 말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오, 나도 그래." - P208

그래서 그는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세제를 사서 뜨거운 물을 담은 통에 넣고 거품이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어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때가 놀랄 정도로 많이 끼어 있었다. 부엌 조리대를 문지르니 거기도 놀랄만큼 때가 많았다. 블라인드 앞에 걸려 있던 커튼도 걷어 오래된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그는 커튼이 청회색인 줄 알았는데 빨고보니 옅은 황백색이었다. 두번째로 빨고 나니 색이 더 밝아졌다.
다음으로 창문을 닦았는데, 바깥쪽에도 길게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도 창문을 닦았다.
8월 말의 햇살을 받은 창문은 다 닦은 뒤에도 여전히 소용돌이 모양의 얼룩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평소처럼 블라인드를 내려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P209

하지만 문 ㅡ집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그 문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작은 거실이 나왔고 오른쪽에 부엌 공간이 있었다 ㅡ을 통해 들어가자 루시의 시선으로 내부가 보였고, 그는 생각했다. 그애가 죽을지도 몰라, 여길 보면 너무 침울해져서. 그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차를 몰고 타운 외곽의 월마트로 가서 러그를 사왔다. 그러자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보였다. 하지만 카우치는 표면이 울퉁불퉁했고, 원래 노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있던 천은 닳아빠진데다 군데군데 올이 드러나보였다. 부엌 식탁 상판에는 리놀륨이 깔려 있었는데, 더 깔끔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집에 식탁보가 없었지만 사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는 집을 꾸미는 일을 포기했다. 하지만 루시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그는 시내로 가서 이발을 했다. - P210

그 순간 피트가 갑자기 뭔가를 기억해냈다. "비키" 그가 말했다. "루시에게 라일라 이야기 좀 해줘. 어떻게 대학에 가게 됐는지."
"오." 비키가 다시 목을 박박 긁었다. 목에 빨갛게 긁힌 자국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기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응. 우리 딸이 내년에 대학에 갈 것 같아."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루시를 보았다. "성적이 좋아서 진로상담교사가 대학 갈 비용을 대준다고 했대. 루시 너처럼."
"정말이야?" 루시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비키, 정말 잘됐다."
"그런 것 같아." 비키가 말했다. 그러고는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깨물었다.
"정말 잘된 일이야." 루시가 말했다.
- P233

"오, 언니." 루시가 말했다. 그녀가 언니 쪽으로 더 다가가 무름을 어루만졌다. 
"그 사람들 정말 끔찍하다. 언니는 불쾌한 사람이 아니야, 언니는......"
"나는 정말 불쾌한 사람이야, 루시, 나를 봐." 비키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왔다. 눈물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흘러내렸다.
"있잖아, 언니." 루시가 말했다. 그녀가 비키의 무릎을 어루만지던 것을 그만두고, 대신 토닥이기 시작했다.
 "맘껏 울어. 언니, 눈물이 쏙 빠지도록 울어. 그래도 괜찮아. 맙소사, 우리가 절대 울면 안 됐던 거 기억나?"
피트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루시 말이 맞아. 그냥 울어. 이번에는 아무도 네 옷을 자르지 않을 거야."
비키가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녀가 맨손으로 코를 닦았다. 루시가 재킷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 비키에게 건넸다.
피트가 말했다. 
"아무도 네 옷을 자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다시는 절대." - P233

 "엄마가 뭘 하는지 알아낸 사람이 오빠였지. 오빠가 문 옆으로 가 서 있었고, 내가 일어나 오빠 뒤로 가서 섰어. 그리고 소리를 빽 질렀어. 엄마, 하지 마요, 오, 하지 마요, 엄마! 그래도 엄마는 계속 내 옷을 잘라 그 조각들을 바닥과 침대에 내동댕이쳤어. 그러고는 방에서 나가 2층으로 올라갔어." 비키가 이제는 가만히 앉아 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오, 맙소사." 비키가말했다. "엄마는 나를, 아주 많이 미워했어."
"하지만 엄마는 바느질 일을 했잖아." 루시가 말했다. "그런데 언니 옷을 대체 왜 잘랐지?"
"오, 다음날 다시 기워주시긴 했어. 재봉틀로." 비키가 힘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조각들을 이어붙여 다시 기워주셨는데 그 덕분에 나는, 뭐랄까, 훨씬 더 멍청해 보였지." 비키는 그 말을하면서 앞을 응시했다.
한참 뒤 피트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저기, 얘들아, 최근에 내가 엄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내생각은 이래. 엄마는 그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었어."
- P235

루시가 일어섰다. "그만해." 그녀가 말했다. 두 뺨 위쪽이 두개의 반점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만"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만 좀 해."
그녀가 비키를 쳐다보았고, 이어 피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ㅡ목소리가 컸고 떨렸다―"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정말이야."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뒤 비키가 차분히 말했다. 
"정확히 그렇게 나빴어, 루시."

루시가 천장을 쳐다보더니 마치 방금 손을 씻었는데 수건이 없는 것처럼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못 참겠어." 그녀가 말했다. "오, 맙소사, 도와줘. 못 참겠어, 못 참겠어, 못 참…"
그리고 그 순간 피트는 루시가 그 집을, 앰개시에 와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는 것을, 그가 이발을 할 때 겁을 먹은 것처럼 그녀도 겁을 먹었다는 것을, 다만 루시는 그보다 훨씬 더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239

"루시," 비키가 말했다. 그러고는 카우치에서 몸을 일으켜 동생에게 다가갔다. "이제 마음을 차분히………
"못하겠어" 루시가 말했다. "못하겠어. 그럴 수가 없어. 오, 나 좀 도와줘." 그녀가 다시 카우치에 앉았다. "있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오 맙소사……"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오빠를 보았다. "오 하느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손을 더욱 심하게 떨면서 다시 일어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비키와 피트가 서로 흘끗 보았다.
"공황이 오는 것 같아." 루시가 그들에게 말했다. "정말 오랫동안 괜찮았는데 이번건 안 좋아, 오 맙소사, 오 하느님. 오 예수님, 오 맙소사••••••
저기,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언니 오빠 내 말 잘 들어. 피트, 내 차 운전할 수 있지? 비키, 내가언니 차에 타도 돼? 제발, 그래줄 수 있지? 오, 제발, 나는 꼭•••• 나는 꼭••••••" - P240

잠시 뒤 되돌아가는 도로를 달릴 때 비키가 말했다. "그러니까, 음, 내 결론은 이거야." 그녀가 운전하면서 피트를 흘끗 보았다. "루시는 또라이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걔는 완전히 또라이야 계속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 그 말만 하더라니까. 마침내 내가 말했어. 루시, 그만 좀 미안해, 괜찮아. 그랬더니 아니, 내가 돌아온 게 잘못이었어. 내가 떠난 게 잘못이었어, 전부 내 잘못이야.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루시, 이러는 거 당장 집어치워, 너는 지긋지긋한 이곳을 벗어나 성공했으니 그렇게 살아. 그래도 괜찮아, 루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어, 피트, 난좀무섭더라. 내가, 남편한테 전화하지 그래? - P244

했더니 남편이 리허설중이라나 뭐라나, 나중에 전화하겠다. 그래서 내가 그럼 딸들 중에 아무한테나 전화해보지 그랬더니 오안된다고, 딸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피트가 조수석 앞 서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래전에 커피가 엎질러졌던 것처럼 길게 흘러내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와우, " 그가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 말 안 해도 돼." 비키가 차 한 대를 앞지른 다음 원래 차선으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그애가 약을 한 알 먹었어. 그리고 공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뭐 그런 말을 했는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좀 차분해지더니 차를 갓길에 대라고, 우리가 시카고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피트, 슬프더라. 그애는 너무 작아, 그애는……… 그애를 인터넷으로 보면・・・・・・ 비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허리를 더 펴고 한 손으로 운전했다. 다른쪽 팔꿈치는 바로 옆 팔걸이에 내려놓은 채 손으로 턱을 만졌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달렸다.
마침내 비키가 눈앞의 도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애는 또라이가 아니야, 피트 그저 이곳에 돌아온 걸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애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어." - P244

거프틸 부부와 함께 칼라일의 무료급식소로 가는 길에 피트는 그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보았다. - P244

토미가 운전하는 동안 쏠리는 종종 토미의 팔에 손을 얹었다. 피트는 궁금했다. 그렇게 편안한 것, 누군가를 그렇게 편하게 만질수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지금 이 순간 그는 동생의 팔에 유명해진 루시를 만나려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난 이 동생의 팔에 손을 얹고 싶었다ㅡ정말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러는대신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비키가 말했다. "내가 지난 이야기는 꺼내지 말았어야했는데."
"아니야, 비키. 네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리고 옷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꺼냈어."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옆에서는 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측면에 미국 국기가 그려진 헛간들을 지나갔는데, 이제 그것들은 그들의 반대쪽에 있었다. 그리고 피트는 길건너에서 다시 한번 온갖 녹색과 노란색 기계들이 있는 존디어의 방대한 영토를 보았다. 비키 옆에 앉아 있으니 더없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 말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고,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비키, 넌 참 대단한 것 같아." - P245

"애나-마리." 비키가 말했다. "그애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한거지?"
"너도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난 루시가 그런 뜻으로 말한 거라고 생각해." 피트가 바닥에 나뒹구는 캔들을 피해 발을 옮겼다.

그들은 침묵 속에 한참을 더 달렸다. 피트는 곁눈으로 동생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체격 좋은 몸이 좋았고, 차 안에 듬직하게 앉아 당당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상을 해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비키, 지금보면 우리가 그렇게 나쁘게된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그녀가 그를 흘끗 보고 눈을 흘겼다. "그래, 맞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뭐, 우리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진 않지. 그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녀가 내면 깊숙한곳에서 올라온 듯한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 P246

피트는 영원히 이렇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그는 거기 동생 옆에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지금 어디에 왔는지 알아차렸다. 길이 좁아지고 있었다.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 한 그루 단풍나무의 우듬지가 보였다. - P246

피더슨 씨네 헛간을 둘러싼 들판이 보였다. 그리고마침내 그들은 돌아왔다. 비키가 그 길로 이어 진입로로 들어섰고, 거기 그들 바로 앞에 블라인드가 올려져 있는 고단하고 작은 그 집이 있었다. 비키가 시동을 껐다. 잠시 뒤 피트가 말했다.
"저기, 비키, 그 러그 가져갈래?"
비키가 안경 브리지에 손가락을 대고 콧등에 내려온 안경을 밀어올렸다. 
"그러지 뭐 안 그럴 이유가 있겠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차에서 내리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침묵 속에 그 집을 응시하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 P247

그녀는 딸의 비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랬다. 눈물이 솟구친 것은 그녀의 허영이 공격당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녀는 ‘집의 전쟁‘에서 남편에게 이겼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도티가 ㅡ그녀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니었기에ㅡ셸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셸리에게는 근처에 모르는 사람들이 앉은 아침식사 자리에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결코 작은 smallㅡ실례지만, 도티는 생각했다ㅡ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 P280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정말로 듣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이고, 도티는 정말로 들었다. 그리고 도티는 셸리의 문제가, 그녀가 느낀 창피함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일들을 고려하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 P281

굶어죽는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폭발로 숨지는 사람들, 자신들의 정부에 의해 독가스로 살해되는 사람들, 이들 중 누구와 비교해봐도 그랬다. 이런 이야기는 셀리 스몰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티는 그녀의 작은-그렇다, 스몰 small 한-인간적 슬픔의 순간들에 연민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셸리는 도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정도의 품위도 갖추지 못했다. 도티는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과연 누가 이런 걸 좋아하겠는가! - P281

그때 셸리가 자신의 어깨 너머로 흘끗 돌아보며 잼이 더 있느냐고 물었고, 도티는 당연히 더 있다고 말했다. 

***부엌에서 지독히 전통적인 복수의 방식이긴 했지만 그녀는 잼에 침을 뱉어섞었고, 다시 입안에 침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 뱉었고, 스몰부부가 떠날 무렵 잼 그릇이 텅 빈 것을 보며 얼마간 기쁨을 느꼈다. 아마도 태초부터 사람들은 음식을 내가면서 거기 침을 뱉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티는 이런 행동이 주는 쾌감은 그 생명이 아주 짧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쾌감은짧았고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핫하하 다들 이러는구나!!!
전통적인 복수방법이라니 ㅎㅎㅎ 나도 쾌감이 인다!
잘했어 도티!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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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리나가 더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게 의미하는 건......"
"우리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뭐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하지만 내가 너를 봤을 때 뭘 알고 있었는지는 알지. 네가 나를 늘 행복하게 만들어줬다는 것도 알고, 네가 엄마의 가장 소중한 어린천사라는 것도 알고."(그녀는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스쳐지나가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넌 늘 내 가슴속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가끔은 그게 짐으로 느껴졌어.) - P191

-동생

피트 바턴은 동생 루시가 시카고로 북투어를 온다는 사실을알고 있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그녀의 활동을 챙겨보았다. 집에와이파이를 설치한 것은 겨우 몇 달 전이었고, 후에 자신이 쓸작은 노트북도 구입했다. 그가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본 것은 루시의 향후 계획이었다. 그는 루시가 지금의 그녀가 된 것에 경이를느꼈다. 그녀는 이 작은 집을, 이 작은 타운을, 그들이 견뎌낸 그가난을 뒤로하고 떠났다. 그 전부를 두고 뉴욕으로 가버렸고, 이제 그가 보기에 그녀는 유명했다. 그는 청중으로 가득찬 강당에서 그녀가 강연하는 모습을 컴퓨터로 지켜보며 조용한 전율을느꼈다. 그의 동생………… - P207

어느 일요일 밤에 ㅡ그가 그녀의 시카고 북투어에 대해 알게 되고 몇 주 뒤 ㅡ그의 전화기가 울렸고, 루시가 그에게 "피티, 나 시카고에 가게 됐어. 그리고 그주 토요일에는 차를 렌트해서 오빠를 보러 앰개시로 갈 거야" 하고 말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좋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앞으로 두 주 뒤였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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