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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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이 쫓는 불꽃은 백성을 해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쁜 도당을 이름이었다. 왕이 하사한 칼을 제대로 휘두를 줄 아는 자은과 인곤, 그리고 말갈인 3형제와 야무진 똘똘이 여동생까지 합세한 이들의 활약상을 보니 아주 제대로 팀이 꾸려졌단 생각이 든다.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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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삼겹살 데이는 지났고 우린 그날 저녁 삼겹살을 구워 상추쌈 싸서 볼 미어질 정도로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단어가 품은 세계 』에서 '상추'라는 단어의 어원을 소개하는 글, 그리고 옛 문헌에 나타난 상추쌈을 맛깔나게 먹는 모습을 담은 시詩를 만나게 되었다. 어찌나 맛있게, 생동감 있게 묘사를 해놓았는지 내가 아는 그 맛이 연상되어서 침이 꼴깍 넘어간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이 상추를 먹는 과정을 묘사한 시詩의 일부를 실어본다.


밥은 입 찢어지지 않을 만큼만 뜨고

상추잎은 손바닥 크기만큼 퍼 놓고

장을 떠서 생선도 곁들여 얹고

푸른 부추에 하얀 파도 곁들이니

솟아오른 한 가운데 구멍은 꽃술을 머금은 듯

겹쳐오므린 모양은 피지 않은 연꽃봉오리인 듯

어쩌다가 터지면 조개가 진주를 뱉어 놓은 듯

다시 싸면(잎이 돌아간) 모습이 소라껍질인 듯

손에 있을 때엔 주름진 주머니더니

입에 들어와선 길고 둥근 베틀의 북일세.



쌈 하나가 정말 눈앞에 동동 떠 있는 듯 그려지는 묘사에서 능히 당시의 생활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쌈은 일반적으로 서민들의 음식문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양반님네들도 이렇게 맛있는 쌈 앞에서는 체면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테니 이렇게 맛깔난 시를 남긴 거 아니겠는가 말이다. "밥은 입 찢어지지 않을 만큼만 뜨고"라지만 푸른 부추 잔뜩 넣고, 하얀 파에 장, 그리고 생선을 같이 싸서 먹는 상추쌈이라니 그것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상추쌈 is 뭔들~~~ 저 정도면 찢어질 정도는 아녀도 쌈 크기가 충분히 입안 가득 찰 듯하다. 양반님네라도 역시 참을 수 없이 맛있긴 하지.




이 작품의 앞에서는 역시 동시대 실학자였던 이덕무가 쓴 『사소절』이란 책 (일종의 매너 교본)에  선비가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복식이나 식사 등의 사소한 예절에 관해 쓴 글이 등장한다. 거기에 선비의 체면에 맞는 쌈 먹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 있어 위의 시詩와 대조되어 소개한다.



상추 ·취 ·김 따위로 쌈을 쌀 적에는 손바닥에 직접 놓고 싸지 말라. 무례한 행동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쌈을 싸는 순서는 반드시 먼저 숟가락으로 밥을 뭉쳐 떠 그릇 위에 가로 놓은 다음 젓가락으로 쌈 두세 잎을 집어다가 뭉쳐 놓은 밥 위에 단정히 덮은 후 비로소 숟가락을 들어다 입에 넣고 곧 장을 찍어서 먹는다. 그리고 입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싸서 볼이 불거져 보기 싫게 하지 말라.




볼이 불거질 정도로 크게 싸서 먹어야 상추쌈을 제대로 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 양반님네의 쌈 싸먹기에 대한 글을 읽고 따라해 보려니 뭔가 아쉬움이 몹시 남는다. 쌈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먹어야 제 맛 아닐런지.


"상추잎을 모아 싸서, 상인이 짐을 실어 올리듯 두 손을 모아 쌈을 들어 올려, 숭례문이 활짝 열리듯 입을 떡 벌려 먹는데..."

(유몽인, 어우야담 중에서)




상추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에 이미 상추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므로 아마 통일신라시대 쯤에는 전래되었으리라 추정이 된다. 우리나라 문헌에 상추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3세기 초 《향약구급방》이라는 책인데, 이때부터 종종 상추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원나라 시인 양윤부란 사람이 쓴 시 구절에 '고려 사람들은 상추로 밥을 싸 먹는다'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고려시대 사람들이 이미 상추쌈을 즐겨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유목민이었던 원나라 사람들의 식생활과는 다른 우리 고려인들의 식생활이 특이하게 여겨진 면이 있어 글로 남기지 않았을까!. 고려시대 여몽전쟁 패전 이후 고려 사람들이 인질로 많이 끌려가기도 했고 원나라에 '고려양'이라는 고려 사람들 마을이 있었으니 고향을 떠난 고려 사람들이 자신들의 풍습과 식생활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노력을 했을 것이고 상추쌈을 먹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원나라 풍습 속으로 유입되었으리라 추측된다. 




1988년 이전까지 상추의 표준어는 '상치'였다. 오늘날에도 어르신들이 상추를 '상치'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지방에 따라 아직 '상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표준어라고 해서 변화를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쓰는 단어가 힘을 얻게 되면 표준어가 바뀌기도 한다. 

고추, 배추, 부추처럼 채소류에는 '추'로 끝나는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이중 고추를 제외한 나머지 배추, 부추, 상추는 채소를 의미하는 한자 채菜(나물 채)에서 유래했다. 이 글자의 옛날 발음은 아래아(、)가 들어있었는데 이 발음이 지역에 따라 '치'로 되기도 하고 '추'로 되기도 해서 상치와 상추로 발음이 되어 사용되었던 것이다.





상추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 표기 없이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지만 상추의 '상'은 한자 生에서 발음이 변한 것이다. 이 글자 아래에도 아래아(、)가 들어 있었는데 이것이 '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즉 상추는 '생채生菜'라는 한자어가 변화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에서 생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발음이 상치, 상추 등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생채는 익히지 않은 나물이라는 의미로만 남아 '무생채'와 같은 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상추의 원말인 생채가 중국에서 온 말이라면 그 이전에 '상추'를 뭐라고 불렀을까? 생채라는 단어가 차용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데 그 이전 우리나라 문헌에는 두 가지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부루'와 '와거萵苣'라고 한다. 부루는 지금도 지역에 따라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북한에서는 '부루'가 문화어로 인정되어 상추와 같이 쓰이고 있단다.  '와거'라는 단어의 한자어는 '상추 와', '상추 거'이다.  보통 중국에 없던 작물이 외국에서 들어오면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2음절의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개의 한자어가 합쳐져 하나의 단어가 되고 이  두 한자어는 각기 별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단어 구성의 예가 포도葡萄인데 포도를 뜻하는 두 한자어가 합쳐져 있어 이 식물이 고유의 식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엄연히 실려 있다니  좀 의아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쓰이지 않는 말인데 아직 남아있다니 말이다.  




이렇게 맛있는 쌈을 선사하는 식탁 위의 보물 상추... 우리 집 텃밭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모종을 사다 심을 수 있다. 지난 주 꽃시장 가면서 보니까 부지런한 농부들이 이미 밭을 갈아 아주 고르고 예쁜 밭을 만들어 놓았더라는~~~

 우리집도 날이 좀 풀리고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 흙을 뒤집고 밭을 만들어서 모종을 심을 계획이다.  그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올핸 또 얼마나 맛있는 상추를 맛보게 될지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이 아무리 거세다한들 봄은 어김없이 올테니까... 봄이여 어서 오라~~~~!

아무튼 알면 알수록 단어가 품은 세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상추라는 단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시간이 담겼는지 그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아울러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이 우리 고유의 '쌈' 문화가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어떻게 기억이 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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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추로 싸 먹을 때는 볼이 터져라 하는데요.. 다 그러는 거 아닙니까? ㅎㅎ
아 상추에 밥과 생마늘, 쌈장 얹어 밥 싸먹고 싶네요.

은하수 2025-03-05 10:41   좋아요 0 | URL
말해 뭐하겠습니까~~~
밭에서 갓 따온 상추 씻어서 고기 없이 밥만 싸 먹어도 너무 맛나지요!

곧..? 점심 시간이군요
맛점 하세요^^
오늘은 저도 쌈밥이 땡기는데 상추 몇 장 씻어서 쌈 싸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25-03-06 07:57   좋아요 1 | URL
전 어제 점심에 제육볶음에 상추 먹었어요!! >.<

은하수 2025-03-06 10:48   좋아요 0 | URL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또 서론에서 헤매고 있다. 어렵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젠더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료를 문자 그대로읽거나 연구 주제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는 역사학의 전형적 방식으로는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종류의 해석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포스트구조주의와 관련된 문학 비평가의 작업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발화된 문자 그대로의 것뿐만 아니라 텍스트성의 중요성, 논의가 구조화되고 제시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바버라 존슨이 "텍스트내에서 일어나는 의미화의 경합"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4한다고 말한다. 이 접근법은 의미가 내적 차이화를 통한 암시적 혹은 명시적 대조를 거쳐 전달된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 P32

이 관점에서 보자면, 긍정적인 정의는 언제나 그에 반대되는 것으로재현되는 것의 부정 혹은 억압에 기초한다. 그리고 범주 간의 대립은 각범주의 내적 모호성을 억누른다. 모든 통일적 개념은 억압되거나 부정된요소에 기반하며 즉, 그것을 포함하며 그러므로 불안정하고 통일적-이지 않다. 존슨의 말대로 "차이는 정체성들 사이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정체성 또는 텍스트의 의미를 총체화하기는 불가능하다." 고정된 대립항들은 각 범주 내부의 이질성을 은폐한다. 즉, 대립적인 것으로 제시되는 용어들이 어느 정도로 상호 의존적인지를 은폐한다는 것이다.  - P32

여기서 상호의존적이라 함은, 의미가 그 용어든ㆍ 사이에 설정된 대조contrast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지, 이미 그 용어들 속에 순수하게 내재돼 있는 대립antithesis 에서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상호 의존성은 대개 위계적이다. 지배적이고 앞서고 가시적인 것이 한쪽에 있고, 그 반대쪽에는 종속적이고 부차적이고 종종 부재하거나 비가시적인 것이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배치를 통해서 두 번째용어는 존재할 수 있고 중요해지는데, 왜냐하면 첫 번째 용어를 정의하는데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몇 대립항들의 경우 특정 문화에서 뻔한형태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구체적인 의미는 대조와 대비의새로운 조합을 통해 전달된 것이다. 새로운 대립항들이 도입되고, 위계가뒤집히며, 억눌려 있던 말들을 드러내고,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쌍들의 자연적 지위에 도전하며, 그 상호 의존성과 내적 불안정성을 드러내려는 시도 속에서 의미를 둘러싼 경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가 "탈구축으로 이론화한 이런 종류의 분석은 의미를 생산하는 갈등적 과정에대한 체계적인(그러나 결코 확정적이거나 전체적이지는 않은) 연구를 가능케한다. 이로써 역사가들의 해석 작업에 중요하고 새로운 차원이 추가되는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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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0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작하기가 너무나 두렵네요.. 하하하하하.

은하수 2025-03-05 08: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저 웃지요...
확실히 어려워요 ㅠ
철학적 논리까지...
그래도 서론 지났어요 일단~~~
파이팅^^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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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페화된 세계의 끝에서 가장 먼저 송이 버섯이 올라온다. 위기의 시대일지라도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다종의 세계를 만들려 해서는 안된다. 소나무와 버섯, 인간, 비인간 등 다종의 얽힘과 관계맺음에서 잠복해있는 공유지가 있기에 폐허에서 송이버섯이 올라온다.再讀必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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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대출해가래서 놀랐잖아^^
얼른 읽고 반납해야 한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마지막에서 왕으로부터 검을 하사받았고, 왕의 직속 기관인 ‘집사부‘ 대사로 임명되었다.
‘불꽃‘이라 함은 화재사건을 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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