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 최근에 윌리엄의 실험실 조교가 윌리엄을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윌리엄은 그걸 정말로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윌리엄이 아인슈타인처럼 생겼다고는 전혀 생각하지않지만, 그 젊은 여자가 말하는 게 뭔지는 알 것 같다. 윌리엄의콧수염은 회색이 섞인 흰색으로 풍성하지만 잘 손질되어 있고,머리칼도 숱이 많고 흰색이다. 커트를 했는데, 일부 머리칼은 삐죽삐죽 뻗쳤다. 그는 키가 크고 옷을 아주 잘 입는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아인슈타인은 묘하게 광적인 인상을 풍기지만 윌리엄은 그렇지 않다. 윌리엄의 얼굴에는 보통 유쾌한 표정이 고집스럽고 폐쇄적으로 떠올라 있지만, 아주 드물게 한 번씩은 고개를뒤로 젖히고 진짜로 껄껄 웃는다. 나는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그의 눈은 갈색이고 한결같이 크다. 모든 사람이 나이를 먹은 뒤에도 큰 눈을 유지하지는 않지만, 윌리엄은 그렇다. - P11
그러다 어느순간 윌리엄이 나를 쳐다보더니 "버튼,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있어" 하고 말했다. 그가 몸을 잠시 앞으로 숙였다. "요즘 한밤중에 끔찍한 공포를 느껴. 윌리엄이 나를 과거의 애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그가 이 순간 여기 존재한다는 의미인데, 그는 그렇지 않을 때가많기에 나는 윌리엄이 그렇게 부르면 늘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말했다. "악몽을 꾼다는 거야?" 그는 내 말을 생각해보는 것처럼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대답했다. "아니. 깨어 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 어둠 속에서뭔가가 나를 찾아와." 그가 덧붙였다. "이런 경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정말 무서워, 루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무서워." 윌리엄은 다시 몸을 앞으로 숙이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 P17
"필" 내가 말했다. "이것만 물어볼게. 요즘은 밤에 어때? 그러니까, 당신이 느낀다던 악몽 같은 공포 말이야." 그리고 윌리엄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 전화한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 루시." 그가 말했다. "지난밤에도 그랬어-새벽 세시쯤이었을 거야. 캐서린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말로 이상했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캐서린이 거기 서성이고 있는 것 같았어." 윌리엄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했다. 약을 먹어야 할까봐. 정말로 점점 더 힘들어져." 그가 덧붙였다. "캐서린이 나하고 같이 있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캐서린의 존재감이 느껴져. 그건・・・그건 정말 좋지 않아, 루시." "오 필리." 내가 말했다. "어쩜 좋아. 정말 힘들겠다." 우리는 잠시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화를 끊었다. - P43
내 남편은 그해 이른 여름에 병에 걸렸고, 11월에 죽었다. 그결혼이 윌리엄과의 결혼과는 아주 달랐다는 점 외에는 그것이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하지만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내 남편의 이름은 데이비드에이브럼슨이었고, 그는-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그저 그였다! 우리는 우리는 정말로서로에게 잘 맞는 상대였고, 이런 표현은 정말로 진부한것 같지만-오, 지금은 더 말할 수 없다. - P45
도시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열린 데이비드의 장례식-당시에도, 지금도 내게는 흐릿할 뿐이다-에서 베카가 내게 속삭인 말이 기억난다. "아빠도 여기 와서 같이 앉고 싶어했어요.‘ "아빠가 그렇게 말했어?" 내가 그애를 돌아보며 물었고, 그애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쌍한 윌리엄, 나는 생각했다.
불쌍한 윌리엄. - P47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소 빠르게 연이어서, 윌리엄에게 두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먼저 몇 가지 더 말해두 겠다. - P48
나는 눈알을 굴렸고, 물론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오 필, 제발 그만. 출생증명서를 조작하진 않아. 캐서린은 아이를 낳았던 거야!" "좀더 조사해봐야겠어." 윌리엄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소리 내서 말했다. "이 바보야. 캐서린은 아이를 하나 더낳았다니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묘하게 말이 되는 것 같았다. - P71
우리는 그날 밤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스토랑은 오래되고 편안해 보이는 곳이었고 연중 그 시기에는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우리는 안쪽 깊숙이 들어가 앉아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영 착잡했다. 한때 남편이었던 이 남자 때문에 영착잡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에스텔과브리짓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 딸들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다. 그는 에스텔이 떠난 것을 크리시와 베카에게 자기가 직접 알려야 하는지 물었고,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윌리엄이 빵 한 조각을 집으면서 "내가 태어나기 전에캐서린이 낳은 아이가 있었어" 하고 말했고, 나는 "그건 알아" 하고 답했다. - P93
내가 그 자리에서 함께 어울리는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쉬운일이었다. 우리 모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한순간 같았고, 우리 넷은 가족이었을 때 만들어진 지난날의리듬 속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긴장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이것도 내가 하려는 말의 일부다. 나머지 세 사람도 그런 것같았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그럴 수 있는지 놀라웠다. 나는 세사람 모두를 보았고, 그들의 얼굴은 행복에 젖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 이혼한 부부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이 쉬운건 아닐텐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편으론 부럽네. 만약 남편과 이혼했다고 가정해봐도 ... 아이들과 함께 만난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와 감정은 가지지 못할거란걸 확실히 알겠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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