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P7)


*아니 에르노 처음 읽는 책
다음책으로 이어질수 있길 기대하며 읽기 시작.
이따 화가 김환기 전시회 보러 서울가며 읽을 생각이다.
금방 읽을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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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끄 부인은 그 다섯통의 편지에 호감을 가진 것 같았다. 내게서편지를 빌려간(그렇게 정중한 작은 여인에 대해서는 정중한 단어를써줘야 한다) 후 어느날, 생각에 잠겨 차분하게 나를 뜯어보고 있는 그녀의 눈길을 포착했다. 약간 혼란스러워하지만 악의는 없는눈길이었다. 수업과 수업 사이의 짧은 휴식시간에 학생들이 약 십오분의 휴식을 즐기러 운동장으로 나간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와 나 단둘이 1반 교실에 남아 있었다. 눈길이 마주치자 그녀의마음속에 있던 말의 일부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영국인들에겐 굉장히 놀라운 면이 있다니까." 그녀가 말했다.
"어떤 면에서요, 부인?"
그녀는 "어떤 면"이라는 말을 영어로 되풀이하더니 작게 웃음을터뜨렸다.
"어떤 면‘이라고 물었는데, 글쎄, 잘 모르겠지만 영국인들은 우정이나 사랑, 그 모든 것에 대해 나름의 견해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그 견해를 감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일어나 다부진 망아지 같은 모습으로 나가면서 그녀가 덧붙인 말이었다.


*루시가 아무리 호의적으로 표현해놨어도-물론 베끄부인의 행동을 살짝 비꼬고 있지만, 난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너그러운 영국인의 미덕이랄까... ^^
- P72

"그러니 내가 바라는 것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앞으로는제발 내 편지를 가만히 내버려둬달라는 거예요."

아아! 이제는 그녀가 읽은 그런 편지가 더이상 오지 않으리라는사실이 다시 떠오르자 무언가가 눈 속으로 밀려들어와 눈앞이 흐려지고, 교실과 정원과 겨울의 빛나는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나는 마지막 편지를 읽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근사한 강의 강둑에머물렀고, 그럴 때면 강물이 튀어 내 입술에 활기가 돌게도 해주었는데, 이제 그 강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풍부한 물줄기는 내 작은 오두막과 황량하게 메마른 모래벌판을 남겨둔 채저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그 변화는 올바르고 지당하고 자연스러워 한마디 항의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라인강을, 나일강을 사랑했다. 나의 갠지스강을 거의 숭배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 위대한 강들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신기루처럼 사라진게 슬펐다. 나는 금욕적이기는 했지만 금욕주의자는 아니었다. 눈물이 흘러내려 손과 책상을 적셨다. 나는 잠깐 엉엉 울었다.
- P73

그러나 곧 자신을 타일렀다. "지금 애도하고 있는 이 ‘희망‘은 고통받았고, 또 나를 몹시 고통스럽게 했어. 사라질 시간이 될 때까지죽지 않았지. 그렇게 미적대며 내게 고통을 주었으니 이 ‘희망‘의죽음을 환영해야만 해."
나는 ‘희망‘의 죽음을 환영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사실은 긴 고통으로 인해 인내가 습관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마침내 나는 죽은
‘희망‘의 눈을 아주 침착하게 감기고 얼굴을 덮어준 뒤 사지를 가지런히 매만져주었다.
그러나 그 편지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어야만 했다. 그런 상실을 체험한 사람들은 황급히 기념물들을 모아 멀찌감치 치우고 자물쇠로 채워놓기 마련
이다. 회한이 날카롭게 되살아나 매순간 가
슴을 찌른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었다.
- P74

어느 한가한 휴일 오후(그 목요일), 마침내 처분하려고 보물을둔 곳에 갔을 때 나는 다시 누군가가 편지를 만진 것을 알고서 이번에는 몹시 불쾌해졌다. 사실 편지 뭉치는 그대로 있었지만, 편지를 묶은 리본이 풀렸다가 다시 묶여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서랍을 열어보았다는 다른 표시들도 있었다.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다. 베끄 부인은 신중한 사람으로, 이세상 누구보다 머리가 좋고 판단이 명확할 뿐 아니라 사리분별이 뛰어났다. 그녀가 내 상자 속의 내용물을 아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견딜 만했다. 몰래 남의 뒤를 캐긴 했지만, 그녀는 사물을올바르게 판단했고, 왜곡하지 않고 이해했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정보를 감히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내게는 더없이 신성한 편지들을 자신의 친구와 함께 읽고 즐거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였고, 그녀가 비밀을 털어놓은 상대가 누군지도 짐작이 갔다.
어제 저녁 그녀의 친척인 뽈 에마뉘엘 선생이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는 꺼내지 않을 문제들을 그와 상의하곤 했다. 
- P74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이상한 집의 어느 구석에 숨겨두어야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될까? 어디에 두어야열쇠 자물쇠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P75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나는 기숙사 창가에 앉아 있었다.
맑고 추운 오후였다. 이미 지고 있는 겨울 해가 ‘금지된 오솔길‘의관목 위에서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배나무 고목, 수녀 유령의 전설이 서린 배나무가 헐벗은 채 드리아드처럼 뼈대를 길게드러내고서, 회색빛의 여윈 모습으로 서 있었다. 고독한 사람에게종종 떠오르는 기상천외한 생각이 한가지 떠올랐다. 나는 보닛을쓰고 외투를 입고 털목도리를 두르고는 시내로 나갔다. - P75

내가 원하는 것은 납땜을 할 수 있는 철제상자나 마개를 닫아밀봉할 수 있는 두꺼운 유리병이었다. 나는 잡동사니들 중에서 그런유리병을 발견하고는 그걸 샀다.
그러고는 편지들을 조그맣게 말아 기름 먹인 비단으로 싼 다음노끈으로 묶어서 병 안에 넣고 늙은 유대인 고물상인에게 마개를닫고 공기가 새지 않도록 밀봉해달라고 했다. 내 지시를 따르면서도 그는 서리처럼 하얀 속눈썹 아래로 의심스럽다는 듯 힐끔힐끔나를 보았다. 뭔가 사악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 모든 일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속에는 쓸쓸한 느낌이 기쁨이 아닌 슬프고 외로운 만족감이 스며들었다. 
- P76

일곱시에 달이 떴다. 일곱시 반이 되자 학생과 선생들은 공부가한창이었고, 베끄 부인은 어머니와 자식들과 함께 식당에 있었고통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로진도 복도를 떠나 사방이 고요해졌다. 나는 숄을 걸치고 밀봉된 병을 들고 몰래 1반 교실을 거쳐 밖으로 빠져나가 정자를 지나 ‘금지된 오솔길‘로 갔다.
배나무 므두셀라는 오솔길 끝, 내가 늘 앉던 자리 근처에 있었다. 그 회색빛 나무는 야트막한 덤불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모두셀라는 고목이지만 여전히 단단했다. 주위의 무성한 담쟁이와 덩굴에 약간 가려져 있었지만 뿌리 근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 내 보물을 감출 생각이었다. 그러나 보물만 감출 생각은 아니고 슬픔도 함께 묻을 작정이었
다. 얼마 전 날 울린 슬픔에 수의를 입혀 매
장할 생각이었다.


*정말 대단한 의지력의 소유자다!

- P76

만일 인생이 전쟁이라면 나는 혼자 그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인것처럼 보였다. 겨울을 지낸 숙소, 식량과 사료가 다 떨어지고 없는막사를 이제 어떻게 부수고 떠날까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운명과 다시 한번 전면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나는결전을 벌일 각오는 있었다. 신은 너무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나를 승자로 점지하실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역시 예상대로 여길 떠날 생각이구나!
너무 가련해서 한숨만 나오네...

- P78

"포세뜨가에서 나와서 우리와 함께 살아요. 베끄 부인보다 아빠가 월급을 훨씬 더 많이 줄 거예요."
홈 씨는 내가 딸의 말상대가 되면 훌륭한 보수, 즉 현재 내 월급의 세배를 주마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더돈이 없고 앞으로 더 어렵게 살 형편이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직업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선생이 될 수 있고또 개인 지도를 할 수도 있지만, 가정교사가 되거나 말상대가 되는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어떤 훌륭한 집안의 가정교사가 되느니 차라리 하녀가 되어 질긴 장갑을 사서 끼고 침실과 층계를 쓸고난로와 자물쇠를 청소하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그 편이 더 마음편하고 독립적이었다. 말상대가 되느니 차라리 셔츠를 만들다 굶어 죽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빛나는 숙녀의 그림자, 바송삐에르 양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루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난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고.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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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놀라서 돌아보자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충격이라도 받은 듯 찡그린 표정이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소?" 목소리가 물었다.
"즐기고 있는 중인데요."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실례지만 뭘 즐기고 있소? 어쨌든 내가일으켜주겠소. 내 팔을 잡으시오. 저쪽으로 갑시다."
"나는 정확하게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로마에서 돌아온 뽈 에마뉘엘 선생(그렇다, 그였다)은 여행이라는 새로운 수훈으로 이마를월계관으로 장식한 사람답게 전보다 더 관대해진 것 같았다. - P315

"일행에게 데려다주겠소." 방을 가로질러 가면서 그가 말했다.
"일행이 없는데요."
"혼자는 아니잖소?"
"혼자예요. 선생님."
"여기 올 때 아무도 같이 오지 않았단 말이오?"
"아니요, 선생님. 존 선생님께서 데려다주셨어요."
"물론, 존 선생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왔겠죠?"
"아니요, 존 선생님하고만 왔는데요."
"그러면 그 사람이 저 그림을 보라고 했단 말이오?"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찾아낸 거예요."
그 순간 뽈 선생은 머리를 까마귀 털처럼 짧게 쳤든지 아니면 머리털을 뻣뻣하게 곤두세운 것 같았다. 이제 그를 간파한
나는 침착한 태도로 그를 약올리는 게 약
간은 재미있어졌다. - P316


"섬사람은 정말 대담하다니까!" 그가 소리를 질렀다. "영국 여자들은 정말 이상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선생님?"
"문제냐고! 어떻게 젊은 여자가 감히 남자처럼 침착하고 냉정하게 앉아서 저 그림을 볼 수 있단 말이오?"
"흉한 그림이긴 하지만 왜 보면 안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요."
"좋소! 좋아!" 더이상 말하지 마시오. 그렇지만 혼자 여기 있어선 안되오."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같이 온 사람, 그러니까 일행이 없을 때는 어떡하죠? 그럴 때는 혼자 있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든 그게무슨 차이가 있어요? 누구도 절 간섭하지 않는데요."
"조용히 하고 저기 앉으시오!" 그는 유난히 어두운 구석에 의자를 쾅 하고 놓으며 말했다. 아주 처량한 일련의 ‘그림들‘ 앞이었다.
"하지만 선생님...….."
"하지만 선생, 앉아서 꼼짝 마시오. 내 말 알아듣겠소? 당신을 찾으러 사람이 올 때까지, 아니면 내가 허락할 때까지 꼼짝 말고 여기에 있어야 하오."


*아놔...! 열받네 진짜
대체 자기가 뭔데 있으라마라 허락을 하네마네... 조용히 하라는 둥
저는 의자를 쾅 놓고 사람을 묻지도 않고 팔을 끌고가서 엉뚱한 그림을 보라마라
존 선생이 데려다줬다는데 대체 자기가 뭐라고 저러는지... 선생이라는 작자가..
근데 한없이 관대하게 대하려 애쓰는 루시도 이해가 안되고 열불이 나는건 마찬가지! 그 시대에선 여자 혼자 에스코트하는 남자 없이 외출하는 것이 용납이 안됐다해도 그럼 뽈 선생 자긴 루시와 무슨 관계인데 저러는지 원!
인신공격성 발언을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젤 기분나쁜 캐릭터다!
- P316


다시 교실로 들어가보니 뽈 선생이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학생이 잘 들리지 않게 우물우물 대답해서 기분이 상한 것이었다. 그 학생과 다른 학생들은 울고있었으며, 그는 얼굴이 거의 납빛이 되어 교단에서 소리를 지르고있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나타나자 그는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 학생들의 선생이란 말이죠? 당신이 숙녀에게 걸맞은 행동을 가르친다고 공언할 수 있소? 이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국어를 목구멍 속에서 억누르고 이 사이로 잘게 썰어 짓이겨도 된다고 부추겼소? 이게 겸손이오? 난 그 정도 바보는 아니오. 이건 겸손을 가장한 사악한 사이비감정, 악의 후손이나 조상이란 말이오. 이렇게 점잖은 체하고 거드름 피우고, 이렇게 가식적이고 역겹게 고집을 부리는 1반 학생들에게 굴복하느니, 그들을 모두 쓸어담아 숙녀인 척하는 여선생에게맡기고 난 3반의 어린 학생들에게 ABC나 가르치겠소."
이런 말에 내가 뭐라고 대꾸할 수 있었겠는가?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가 내 침묵을 눈감아주기만을 바랐다. 폭풍이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다.
- P376


"내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안 하시겠다? 우쭐대는 책꽂이, 초록모직 천을 깐 책상,
 쓰레기 같은 화분받침, 액자와 지도 같은 잡동사니와 외국인 보조 선생이 있는 이 거만한 1반 교실에서는 그렇게들생각하는 모양인데, 세상에! 이곳에서는 문학 선생 말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멋진 것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로군! 이건 틀림없이 ‘대영제국‘에서 직수입한 새로운 사상인 것 같군. 섬나라의 무례한 교만의 분위기가 나는 걸 보니 그래."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른 선생이 야단을 칠 때는 눈물 한방울흘리지 않던 1반 학생들이 에마뉘엘 선생의 무절제한 격노 앞에서는 모두 눈사람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용기를 내 앉아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아주 명예훼손으로 고소감이네!
읽다 짜증폭발... - P377


교실을 떠나면서 그는 다시 한번 내 책상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런데 당신 편지는?" 그가 물었다. 이번에는 그다지 사나운 어조가 아니었다. 이
"아직 읽지 않았어요, 선생님."
"아! 너무 좋아서 당장 읽기 아깝다는 말씀이시군. 내가 어렸을때 아주 잘 익은 복숭아를 아꼈던 것처럼 그 편지를 아끼는 거요?"
그의 추측은 거의 정확했고, 내 뺨이 후끈 달아오르는 바람에 진실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즐거운 순간을 갖자고 자기 자신과 약속했구려." 그가 말했다.
"편지를 읽는 것 말이오. 혼자 있을 때 편지를 뜯어보겠군. 그렇지않소? 아! 웃음으로 답하고 있군. 좋소! 너무 못되게 굴어서는 안되겠지 ‘젊음도 한때니까. ‘"


*이러니까 진짜 정신병자 같네!
대답하지도 말아야 해..
근데 왠지 뽈 선생과..?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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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비어 있는 그 큰 방에 사람이 있으면 보이기도 전에 느껴졌다. 움직이는 소리나 숨소리나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서가 아니었다. 완전히 ‘비어 있지‘ 않고 ‘고독‘이 감돌지 않아서였다. ‘천사의 침대"라는 시적인 이름이 붙은 하얀 침대들은 한눈에 보이도록놓여 있었다. 아무도 자고 있지 않아 모두 비어 있었다. 조심스럽게서랍 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한쪽으로 살짝 비켜서자 늘어진커튼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눈앞이 훤히 보였다. 이제 내 침대와화장대와 그 위에 있는 자물쇠 달린 반짇고리와 잠가둔 서랍장이보였다.

이런, 단정한 숄을 걸치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나이트캡을 쓴자그마하고 통통하고 어머니 같은 풍채의 누군가가 화장대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보이기로는 친절하게도 ‘소지품"을‘정리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반짇고리의 뚜껑과 맨 윗서랍이 열렸다. 그 아래 서랍들도 공평하게 차례차례 열려 있었다. 그 속의 모든 물건들은 꺼내져 펼쳐졌고, 작은 상자마다 모조리 뚜껑이 열리고 종이 한장 한장까지 공개되었다. 그 솜씨는 가히 아름답다고 할만큼 능란했고, 조사를 할 때 보이는 조심성은 가히 모범적이라 할만했다. 베끄 부인은 정말이지 별처럼 "서두르지도 쉬지도 않고 "
일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밀히 기쁨을 느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내가 남자였다면 베끄 부인은 내 눈에 어린 호감을 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하는 일마다 아주 솜씨 좋게, 말끔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해냈다. - P182


어떤 사람들의 동작은 서투르고 부정확해짜증이 나지만 그녀의 동작은 깔끔해서 만족스러웠다. 한마디로 나는 매료된 채 서 있었다. 그러나 이 마법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니까, 뒤로 물러나야 했다. 물건을 뒤지던 그녀가 뒤돌아 나를 발견하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그녀와 나는 이 갑작스러운 충돌로 즉시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상투적인 예의는 사라지고 가면이 벗겨졌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그녀는 내 눈을 들여다보아야 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시는 함께 일할 수 없고, 이 세상에서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런 재앙을 일으켜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화가 나지도않았을뿐더러 그녀를 떠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만큼 가벼운 멍에를 씌우고 끌기 쉬운 마차를 끌게 하는 고용주도 없었다.
그녀의 원칙을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근본적으로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의 체제가 내게 해를 끼친 것도 없었다. 그녀는 만족할때까지 그 체제로 날 요리하겠지만 나올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화가 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를 읽으며 내가 너무 화가 났는데,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엾은 루시, 그러나 의연한 루시. - P183

교실에 도착해 얼마나 웃었던가. 정원에서 그녀가 존 선생을 본게 확실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의심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에 오도되어 벌이는 소동은 정말이지 우스웠다. 그러나 웃음이 사라지자 일종의 분노가 밀려왔고, 그것은 씁쓸함으로 이어졌다. 돌에 맞인 므리바의 물이 분출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날 저녁 약 한시간가량 나를 사로잡았던 내면의 동요만큼 이상하고도 모순된 감정은 처음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쓰라림과 웃음, 불같은 분노와 슬픔이 공존했다.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베끄부인이 나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불신에
대해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복잡하고 불안한 생각이 밀려와 마음의 평화가 깨졌다. 하지만 결국 그런 동요는 가라앉
았고 다음 날 나는 다시 루시 스노우로 되
돌아왔다.

*루시의 쓰라린 분노와 씁쓸함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어 글을 읽으며 함께 울었다.
아아...루시 스노우...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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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을 키우다보면 언젠가 세상에 혼자 남겨질지도 모르는 아이에대한 걱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 안쓰러움과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은짠이가 지금 아이의 모습 그대로 세상에 던져진다고 상상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럴 때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어떤 엄마가 딸에게 해주던 말을떠올린다.

"터널이 무섭지. 하지만 그거 알아? 무서워도 용감해져야 해. 그리고그것도 알아? 터널을 다 지나가면 반드시 다시 빛이 나와."


*이러한 생각은 ... 흠..
자식이 여럿이어도 마찬가지일듯하다.
용감하게 잘 헤쳐나가길 바라며, 늘 지켜보고 있다!
이러면 엄마가 더 무서워! 할까봐 안보는 척해본다.
- P145

돌이켜보면 파콘의 가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며느리에게좋은 곳을 보여주고 맛있는 것을 먹여주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도돌아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와 태국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똠얌꿍과 쏨땀, 그리고 파타야와 닉쿤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은 태국을 친근하게 느끼면서도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관광지로서의 이미지와 생활 다큐 속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 외엔 사실상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내가 가족의 일원으로 태국을 방문했던이야기를 들려주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상상초월 더위로 고생스런 기억이 많이 남은 방콕과 파타야 여행~~~
저렴하게 실컷 먹을수 있는 과일과 거부감없이 맛있었던 음식.... 그리고 뾰족번쩍했던 사원들...
지나고보니 그 기억들도 그립고 소중하다. 엄마 칠순여행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었다. - P259

<내 이름은 깐야짠>

‘짠이‘라는 애칭은 ‘예쁜 달‘이라는 뜻의 태국 이름 ‘깐야짠‘에서 따온것으로 파콘의 할머니가 지어주셨다. 파콘이 한국에서 외국인 사위이고내가 태국에서 외국인 며느리인 것과 달리, 짠이는 양쪽 나라에서 모두
‘우리 손주‘였다. - P283

국제결혼의 시작은 도전이고 사랑이었지만, 이렇게 긴 시간 인생의행로가 바뀔 줄은 몰랐다. 어떤 상황들은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에 딸려오는 상황들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혼을 앞두고 타지에서 살면 겪게 될지 모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이엄습해, 문득 잠에서 벌떡 깨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 직전 쿤퍼가파콘을 통해 내게 전해준 메시지는 내 마음을 온기로 채워주었다.

"우리가 유진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듯이유진의 가족도 파콘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 P288

당분간 나는 한국에서 엄마 아빠의 시간들을 기록하며 함께 지낼것이다. 함께 지내는 동안 많이 추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또언젠가는 태국에서 지내며 태국 가족들과의 시간을 이야기할 날이올 것이다. 만남과 이별은 늘 나를 찾아왔고, 살아 있는 한 이야기는계속되었으므로,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계속 응원할게요 ~~~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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