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동시와 그에 맞는 판화 그림이 어우러진
<이윤엽 이야기 판화 그림책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의 첫번째 시는 ‘신기한 아이‘이다.
신기한 아이라기보단 기특한 아이 같다.
둘 다다.

신기한 아이

병희는 신기한 아이야.
장래 꿈이 글쎄 농사짓는 사람이 되는 거래.
의사도 별로고 과학자도 별로고 대통령도 별로래.
무조건 할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고 싶대.
왜 농사를 짓고 싶으냐니까 모르겠다.
그냥 농사짓는 게 재미있대.
‘병희야 농사지으면 자동차도 못사‘ 하면
‘그러면 경운기 타면 되지!‘ 그러고
‘병희야 농사지으면 돈 못 벌어서 맛있는 것도 별로 못 먹어‘ 하면
‘밭에 가면 딸기도 있고 토마토도 있고 고구마도 있는데!‘ 그러고
‘병희야 농사지으면 만날만날 일하느라 놀러도 못 갈걸‘ 하면 - P8

‘괜찮아. 산에 가고 들에 가면 더 재미있어‘ 그러고
‘병희야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를걸‘ 하면
‘알아 나도 다리에 알배고 손에 물집 잡힌 적 있어.
그런데 금방 괜찮아져‘ 하고.
‘병희야 정말 다른 친구들처럼 좋은 차 못 타고 멋있는 옷 못 입고 맛있는 거 못 먹어도 괜찮아?‘ 하면
괜찮대. 다 쓸데없는 거래.
병희는 할아버지처럼 시골에서 사는 게 좋대.
내년에도 할아버지랑 밭에도 가고 논에도 갈 거래.
올해 농사는 별로였다나.
신기하지?
병희는 참 신기한 아이야.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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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3-0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사가 좋다던 티비에 나온 트로트 잘 부르던 학생 생각 나네요. 그 학생이 일년 농사 짓고 번 돈이 이천만원이라 해서 진짜 놀랬던 기억이.. 힘들었을 건데 일년 수입이 이천밖에 안 되서 진짜 농사에 정부 지원이 많긴 많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은하수 2023-03-06 23:56   좋아요 0 | URL
젊은 학생들의 꿈이 농사라고 하는 세상... 그것을 기꺼이 응원해줄수 있는 세상이길 바라봅니다.
한편으론 읽으며 서글픈 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짓는 젊은 사람이 늘어야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 아이가 신기한 아이가 아닌 세상이 오면 더 좋을거 같아요.
 

한 달에 한 권씩 천천히 읽다보면
올해 안에 잃.시 다 끝낼수 있을까?


드 노르푸아" 씨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는 이야기가 처음나왔을 때 어머니는 마침 코타르 교수가 여행 중이라는 점과 또 스완 씨와의 왕래가 끊긴 점에 대해, 그 두 분이라면 틀림없이 전직 대사였던 분의 관심을 끌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하셨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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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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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석원 님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의 연애사를 재미있게 잘 읽었다.

에세이가 아닌 이야기 산문집이니 실제 연애담은 아니지만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실감났다.

생각하는 거나 예민한 작가의 취향 등이 반영된 주인공인지라 그런 오해가 생길 법도 하지만 아니겠지?


층간소음 문제로 촉발된 여러 행동들이 결국은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세상에 이런 독특한 연애를 하는 연인들도 있을 수 있겠지.


<첫 문장>

  "그는 자기가 대한민국 서울 도봉구에 찾아온 첫 번째 외계인이라고 했다. 당신이 첫 번째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물었더니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무성無性의 존재였으며 지구에는 그의 인종을 분류할 체계가 없었다. 그의 피부는 엷은 푸른빛을 띠었으며 눈의 검은 동자가 다소 컸을 뿐, 다른 부분은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는 내게 말하길 '너는 앞으로 백 일 동안 나에게 하루 한 편씩 지구의 영화를 골라서 권해 줘야 한다. 만약 영화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엔 경고로 네가 사는 도붕구를 파괴할 것이며 그래도 답이 안 보이면 전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 했다."(11면)


첫 문장 읽고 지구가 정말 망하나 하다가 층간 소음 문제로 발전한 윗층 주인이 대체 누군지, 의도하지 않은 기회로 만난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찌 될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다 보면 금방 책의 끝에 이르게 된다. 중간 중간 코미디인듯 위트와 재치있는 설정들 덕분에 금방 다 읽어버리게 된다. 


주인공 석원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그 사람과의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이 오래하지 못하고 끝을 맞이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니까.


  "나는 오늘도 영화를 본다. 이렇게 매일 영화를 본 적은 나로서도 처음인데, 어쨌든 벌써 몇 년째 매일 영화를 보고 있다. 이 세상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시간도 영원할까? 글쎄, 하지만 꿈을 너무 크게 가지면 정작 나 자신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너무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난 이제 외계인이 준 교훈대로, 아니 이 모든 이야기가 내게 가르쳐 준 대로 그 모든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 동안 내가 믿어야 했던 것은 반드시 찾아올 '끝'이 아니라 그 모든 지금, 바로 이 '순간'들이었다는 것도.(작가의 말 중에서, 305)


내게 더 이상 연애 세포는 남아있지 않지만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 비단 연애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 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지금을 감사하며 즐기는 것. 

이것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닐지... 

그는 자기가 대한민국 서울 도봉구에 찾아온 첫 번째 외계인이라고 했다. 당신이 첫 번째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물었더니 질문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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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은 왜 정치적인 것인가?
현대 사회의 공(公)·사(私)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는 여성 인권 침해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활동이 사적인 것(the private)과 공적인 것(the public)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집은 일터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봉건 사회에서는 일터, 학교, 집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생활, 프라이버시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공사영역의 구분은 실제로 분리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근대에 이르러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일터는 공적인 영역으로, 집은 사적인 영역으로 개념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터와 집은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실제로 두 영역은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에서 두 영역은 상호 배타적·위계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 P161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근대적 인권 개념은 성차별을 옹호하는가부장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사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는여성을 개인, 인간의 위치로 승격시키는 것과 가부장제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었다. ‘여성적 공간‘이라고 간주되는 사 - P161

적인 영역에서는 인권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가족 외에도,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영역이 많다. 군대에서 제대를 사회에 나간다."라고 표현하거나 윤락여성의 사회 복귀 방안에 대한연구‘와 같은 언설들은 군대나 성매매 집결지(집창 지역)는 사회가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 곳은 사회가 아니므로 폭력 등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해도 사회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여성은 가족을 대표하고 남성은 사회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것이 공사 영역 분리의 성별이다. 모성이나 아동기의 개념도 이때 탄생한 것인데, 여성은 모성의 담지자로 ‘노동자로서 자격‘을 잃게 되었다. 여성의 가사 노동은 비가시화되고, 산업 예비군, ‘유휴(遊休)‘ 노동력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반면, 남성 가장은 사회에 대해 가족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었고, 노동자 모델을 남성으로 전제하여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가족 임금제(family wage)‘가 만들어졌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전제 아래 고용 · 임금·승진·직업 훈련 등에서 남성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족 임금제 사회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대단히 어렵다.
- P162

인권 이론에 대한 여성주의의 가장 큰 공헌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했던 근대적 인권 개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까지 비정치적인 공간으로 간주되었던 ‘사적인 영역‘에 인권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인권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여성주의 인권은 기존 공적 영역에서 ‘국가 대 개인‘의 억압뿐만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억압도 중요한 인권 문제로 보며 일상을 정치화했다. 사실, 기존의 인권 범위는 대단히 협소한 것이었다. 인구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들은 국가의 법과 제도에 의해 차별받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일상의 - P166

폭력이 인권의 문제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은 성차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일상을 규율하고 있는 외모·학벌·나이·서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 사안도 인권 침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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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램, 아들 주말에 왔다 갔다. 바람이 휩쓸고 간듯 정신 없었던 주말.. 담주 생일인 딸램 미리 파티하고 미역국도 끓여먹고 맛있는 숯불 갈매기살 먹고 뮤지컬 관람하러 세종 문화회관까지 다녀왔다. 주말이 너무 가열찼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경부가 다행히 안밀려서 금방 다녀왔다. 2014년엔 엄마가 예매해서 딸램과 보고 2023년엔 딸램이 예매해서 엄마랑 보고...
<캣츠> 오리지널 공연팀 내한이래서 -30주년이랬나 40주년 기념이랬나 모르겠네- 잘 보고 왔다. 다시 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 마지막엔 그리자벨라의 메인 넘버 ‘Memory‘ 들으며 감동의 눈물 살짝 ~~~~!

제발 연애라도(?) 좀 하랬더니 다음 주 진짜 생일날은 남친과 보낸대서... 뭔가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뭐라고 해야하나
감이 안온다.

작가도 연애중이신데... 진짜 연애를 하신건가 하는 의심이 드는건 왜일까? 신선하고 평범하지 않은 연애 스토리이긴한데 자꾸 읽으면서 긴가민가 의심이 드네... 작가님 연애 스토리인지 아닌지 모르는데도 작가님한테서도 우리 딸 연애사 듣는 것처럼 섭섭, 서운, 다행인 이런 마음이 드는건 대체 왜일까? ^^


그렇다고 내가 무슨 큰 기대를 하고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 성향과 기질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누굴 만나든 자길 드러낼 수 밖엔 없고, 그래서 수많은 커플이 깨졌다간 다시 만나는 일을 반복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다르겠지, 이 사람만큼은 아니겠지 하면서. 그래서 나는 그 말을 하면서도 큰 기대는 없이 그저 또 시작인 것인가,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 왔겠구나 하며 여태 늘 그래 왔이사던 대로 관계가 되풀이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놀랍게도 그때부터 내게 뭘 해라 하지 마라를 하지 않았다. - P239

단지 그거였다. 마치 그 단 한 번의 노로 나에 대한 파악을 끝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은 그 뒤로 데이트를 할때 내 옷차림을 평가하지도 않았고, 자동차에 새로 살때 붙어 있던 비닐을 왜 여태 안 떼느냐 타박하지도 않았고, 내 언어 습관에 대해서도 어지간한 것은 지적하지 않았다. - P239

단지 그거였다. 상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물론 뭐 소그로야 어떤지 그것까지는 내가 알 수 없었지만.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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