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존귀함!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어!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집인 《일본산고》
이 책 읽기 시작하자마자...
이런 말이 나온다. 정신대(挺身隊)를 바라보는 작금의 현실에 대하여.


한 사람 책임지는 자 없고 벌받은 자 없는 그들에게 푼돈 얻어낸, 청풍당상의 그야말로 더럽혀지지 않았던 양반들, 차라리 그것은 희극이다. 혹자는 말하리라. 그 푼돈도 우리 발전의 밑천이 되었노라고. 그러나 자[尺]로는 잴 수 없고 저울로도 달 수 없는 가치도 있다. 그 가치로 인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아무리 즉물적(卽物的) 세태라 해도 우리는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며 산다. 물질도 있어야 하고 계산도 해야 하지만 삶의 존귀함도 있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 문화의 본질, 인간다운 연유도 거기 있으니 말이다.(17~18쪽)


내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 푼돈 받아서 고속도로 깔아달라고 한 적 없고 잘먹고 잘 살고 싶은 생각 없었을텐데 왜 아무 해도 입지 않았고 일본 육사 졸업한 그 분이나 검찰 총장까지 한 ˝청풍당상의 그야말로 더럽혀지지 않았던 양반들˝은 어째서 여전히 지 멋대로 예단하는건지 알수가 없다.
˝이 강산의 딸들이 일본 병사의 화장실 역할을 했던 일˝이 아무리 간접경험이라서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해도 우리의 의식 깊이 내재되어 있는 최소한의 증오심은 남아 있어야하지 않는가 말이다. 저 아우슈비츠의 비극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비롯한 이 땅의 남자들(소수인지 대부분인지 알 수 없지만 난 극소수일 것이라 믿고싶다)의 생각이어서 침묵하고 오히려 일본의 논리와 경제 논리를 내세우는거라면 나는 감히 그 사람들을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지 가 않다.
약육강식의 ˝즉물적 세태˝에 살면서 난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존귀한 삶˝이라는 꿈을 꾸는걸지도 모르겠다.



국제 도서전 갔다 알게 된 딸램 친구가 책을 보내 주었다. 모두 한 출판사(다산 책방 만세!!) 책이다!
《맡겨진 소녀》,《우정도둑》,《토지1》,《김약국의 딸들》, 그리고 《일본산고》까지 다섯 권이나..ㅎㅎ
《맡겨진 소녀》와 《우정도둑》만 살포시 부탁하고 왔는데 여러 권을 보내주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문제는... 《토지》는 이미 거금 투자 펀딩해서 세트로 받아버렸다. 토지 안 읽었을 걸로 생각해서 보내주셨단다. 그래도 너무 감사해!~~~

그런데 또 문제는 펀딩했던 《토지》 세트 중 1권이 제본 불량으로 재발송 해주면서 《김약국의 딸들》도 함께 보내주기로 했다는데 이번주 중에 도착할 듯하다. 갑자기 《토지 1》권이 3 권, 《김약국의 딸들》은 2 권이 되어 버리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얼른 선물해야지~~^^


오늘 아침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 자꾸 쫓기듯 책을 읽어야하는게 싫어 오늘은 빌리지 말아야지 했는데... 쪼금만 하면서 아주 약소하게 두 권을 또 빌려왔다. 다시 7권이 되었다.


《토니와 수잔》은 오랜만에 장르소설 읽고 싶어서 관심도서로 리스트업 해놨다 빌려왔다. 책이 안 읽힐 땐 장르소설~~~ 기분전환도 되고 책장도 술술 넘어가는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다.
《패배의 신호》도 오랜만에 사강의 소설이니까 괜찮지 싶어서... 사강의 소설은 여러 권 읽었지만 텀을 두고 가끔 읽어주면 질리지 않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근데 내용은 전혀 몰라~~~ 무작정 읽어보는 거다.


조선호박 아니고 애호박들 왜 이리 잘 열리는건지...
곤란해~~~~
계속 누군가에게 안겨줘야한다.
에구구... 오늘은 뭐 해먹나... 냉장고에도 애호박 있는데 밭에 달린 애호박이 대체 몇개냐 주체가 안된다.
제길...


근데 왜 모바일에선 #태그 등록이 안될까? ? ?
알라딘에서 다산북스 재정가전 한다~~
50%인하전이긴한데... 보고 싶은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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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플랫폼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 있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속삭였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쪽에서 달려와 뭉실뭉실 김을 내뿜고는 부르르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 검게 탄 거대한 도미노처럼 차창이 철로를 따라 곡선을 그리며 늘어섰다. 그는 24시간 전에 자기가 탄 기차가 도착했던 때와 지금을 저도 모르게 비교했다. 

그녀는 목에 걸린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몸을 돌려 가방을 들고서 온통 눈물 젖은 얼굴로 그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 다음 떠나 버렸다.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꿈인 것만 같았다.  - P351

플랫폼에서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한 남자가 작은 소녀를 안아 올려 빙글빙글 돌리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던 소녀가 그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뚝 멈추었다. 그는 기차가 출발할때까지 어떻게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가만히 서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자 그는 몸을 돌려 거리로 향했다.

그는 숙박비를 내고 짐을 싸서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북부의 소란스러운 맥줏집의 전형적인 잡탕 음악이 열린 문에서 터져 나오는 어느 골목 술집에 들어가 술에 취하여 싸움을 벌였다. 회색 새벽에 수탉이 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는 창가에 종이 커튼이 쳐진 녹색 방에서 철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뿌연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턱이 붓고 멍이 들어 있었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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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범죄자라고 믿으시는군요.
불가피하게 그렇게 된 거라고 믿고 싶네. 하지만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
왜 돈까지 써가며 저를 감옥에서 빼내신 거죠?
그 이유야 자네도 잘 알 텐데.
알레한드라 때문이군요.
그래.
그 대가로 알레한드라는 무엇을 약속했나요?
그것 역시 잘 알고 있지 않나.
저를 다시는 안 만나기로 했군요.
그래. - P316

그랬겠지. 조카며느리가 좀 더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면 난 자네에게 더 혹독하게 대했을 거야. 난 사회적인 사람이 아니라네. 

내가 겪은 사회는 여자를 억압하는 기계나 다름없었어. 멕시코에서 사회는 아주 중요해, 여자들은 투표권조차 없는 사회지. 멕시코 사람들은 사회나 정치에 광분하지만 실천은 형편없어. 우리 집안은 가추피네*이지만, 스페인인이나 크리오요나 광분하기는 매한가지야. 
스페인에 있었던 정치적 비극이 20년 전 멕시코 땅에서 그대로 되풀이되었네. 진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비극의 희생양이 된 거지. 전혀 다른 동시에 완전히 똑같아. 스페인 사람의 심장에는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이 깃들어 있지만, 그 열망은 오직 자기 자신의 자유만을 향하고 있네. 온갖 진실과 명예를 한없이 사랑하지만 그 본질은 사랑하지 않아. 피를 뿌리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증명될 수 없다고 강하게 확신하지. 여자의 순결, 투우, 대장부 심지어 신마저도 마찬가지네.


*스페인 태생의 백인으로, 멕시코에서 태어난 스페인계 백인아 크리오용니ㅣ 비해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했다. - P318

 내 눈에 알레한드라는 여전히 아이야. 하지만 그 나이 때 내가어땠는지 역시 잘 기억하고 있네. 난 솔다데라(여자 투사)가 될 수도있었어. 알레한드라도 마찬가지겠지. 난 그 애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결코 모를 거네. - P318

운명이 있다 해도 우리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지 운명이 처음부터 결정되는 것인지, 혹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짜 맞추어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우리는 모르잖나. 사실 우리존재는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는 운명을 믿나? - P319

나는 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네. 과학자들은 실험할 때 박테리아든, 쥐든, 사람이든 일부를 택해 특정한 조건을 부여하지. 그러고는 자연 상태 그대로 있었던 두 번째 무리와 비교해. 그 두 번째 무리를 대조군이라고 부르지. 대조군 덕분에 실험 효과를 측정하고 그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역사에는 대조군이 없어. 달리 이랬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지. 그저 이랬을 수도 있는데라고 한탄할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역사를 모르면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역사를 안다고 해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탐욕과 어리석음과 피에 대한욕망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네. 심지어 모든 것을 안다는 신마저도 세상을 바꿀 힘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 P330

정오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그의 손을 이끌었다.
이쪽으로 가자. 보여 줄 것이 있어.
그녀는 대성당 벽을 따라 걷다 아치형 지붕이 줄지어 선 아케이·드를 지나 거리로 들어섰다.
여기가 어디야?
그가 물었다.
그냥 어떤 곳이야.
그들은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다. 무두질 공장을지나 주석 세공소를 지나 작은 광장에 들어서자 그녀가 돌아섰다.
외할아버지가 바로 여기서 돌아가셨어.
어디?
여기. 바로 이곳 말이야, 과달라하리타 광장.
혁명 때 말이구나. - P349

그래. 1914년 7월 23일이었지. 외할아버지는 라울 마데로 밑에서사라고사 여단을 이끄셨어. 당시 스물네 살이셨지. 외할아버지 부대는 도시 북부에서부터 밀고 내려왔어. 세로 데 로레토, 티에라 네그라. 그 당시에는 여기가 모두 캄포였어. 외할아버지는 이런 낯선 장소에서 돌아가신 거야. 카예(거리) 델 데세오와 카예혼 델 펜사도르멕시카노가 만나는 이곳 에스키나(모퉁이)에서 울어 줄 어머니조차곁에 없었지. 꼭 코리도 가사 같았어.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지 않았네. 그저 돌바닥에 피만 흘러내릴 뿐. 너한테 여길 보여 주고 싶었어. 그만 가자.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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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한 가지씩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다. 엘리사 소머스는 자신이 뛰어난 후각과 좋은 기억력, 이 두 가지를 타고났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다.  - P9

뛰어난 후각은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좋은 기억력은 그 삶을 기억하는 데,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마치 점성가들이 뭔가를 시적으로 어렴풋하게 떠올리듯 기억해 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잊혀진 부분들은 전혀 없었던 일처럼 여겨지지만,
또렷하게 혹은 희뿌옇게 떠오르는 부분들은 흡사 그 삶을되풀이해서 다시 살아가는 듯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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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을 멈추고는 찻잔과 받침 접시를 한쪽으로 치웠다. 반지르르한 나무 식탁 위 찻잔이 있던 자리에 동그란 김이 생겨났다가 가장자리에서부터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한테는 조언을 해 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네. 하긴 누가 조언을 한다 해도 내가 듣지도 않았을 테지만. 난 남자들의 세계에서 자랐네. 그래서 그 세계에서 잘 살 수 있으리라 착각했지. 그래도 그때 반항적으로 살았던 덕분에 다른 사람의 반항심을 아주 잘 알아볼수 있게 되었네. 하지만 전통을 무너트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 설령 있었다 해도 날 무너트리려는 전통에만 한정되어 있었지.
우리를 구속하는 힘의 존재는 시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네. 전통과 권위는 이제 결점으로 전락했지.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어. 조금도 말일세. - P190

내가 알레한드라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도 당연하지. 사실 그애 처지는 나보다 더 심각해. 하지만 그 애가 불행해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걸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절대 없게 할 걸세.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내가 잘 알아. 그 애는 남들이 뭐라 하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 P190

이상적인 세계에서야 게으름뱅이들의 수다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겠지. 하지만현실 세계에서는 달라. 그것도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소문 때문에 피를 흘리는 일까지 일어난다네. 심지어 죽기도 하지. 친척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난 두 눈으로 직접 보았어. 알레한드라는 구닥다리 전통이라고 무시하지만.....…. - P191

그녀는 물러가라는 뜻인 동시에 이야기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듯불완전한 손을 저었다. 그러다 문득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그 애보다 어리다고 해서 캄포(시골)에서 단둘이 말을 타고 돌아다녀도 괜찮은 것은 아닐세.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알레한드라에게 한마디 할까 하다가 안 하기로 했네.
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복도에서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가들렸다. 부엌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었다. 그녀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P191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젊은 처자의 평판을 고려해 주면 고맙겠네.
해를 끼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자네 말을 믿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있어. 여긴 미국과는 달라. 여자는 평판 하나에 죽고 살지.
알겠습니다.
용서라는 건 있을 수 없어.
네?
용서라는 건 있을 수 없네. 여자에겐 말이야. 남자야 명예를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어.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지.
그들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 P191

그는 의자에 놓아둔 모자를 네 손가락으로 두드리다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요.
옳지 않다고?
그녀는 깜박 잊었던 것이 새삼 생각났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아니, 이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야. 명심하게나. 이건 누가 말해야하는가의 문제야. 이 경우에는 내가 말해야 하는 거지.
복도에서 시계가 똑딱거렸다. 그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 일 때문에 굳이 절 부르실 것까지는 없었을 텐데요.
맞네. 그래서 여태 자네를 안 불렀던 거야.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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