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이후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는데
이 밤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시뮬라크럼‘이라는 영상 기억 장치에 대한 스토리인데 촬영한 피사체의 특징과 몸짓, 목소리, 분위기 등이 기록되는 장치? 아무튼 설명은 어렵고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마음이 좀 아파오는... 어긋나버린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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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래리모어 시뮬라크럼은 영원한 현재 속에 삽니다. 과거를 기억할 수도 있지만, 그 기억은 어렴풋할 뿐입니다. 오네이로파기다의 해상도가피촬영자의 개별 기억 전체를 분류하고 포착할 만큼 높지는 않거든요. 어느 정도는 학습도 하지만, 피촬영자의 정신생활이 포착된 순간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컴퓨터의 추정 정확도는 점점 더 낮아집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최고의 카메라조차도 두 시간 이상은영사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오네이로파기다가 완벽하게 포착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애나의 기분, 애나의 생각에 배어 있는 감정의 종류, 애나만의 독특한 웃음 유발 코드, 재잘재잘 이야기할 때의 경쾌한 리듬,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 아무 연관성도 없이 뚝뚝 끊기는 말버릇 같은 것들이지요.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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