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태기 극복은 한국문학이 답~~~ 그리고 뜻밖의 낭보, "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쾌거 이뤄...!>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거의 2 주 동안 어찌된 일인지 읽으려고 집어 드는 책마다 책장이 넘어가질 않고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 도통 한 권을 끝내질 못하는 거다. 책 한 권을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어찌나 답답한지... 휴일도 많아서 우리집 두 남자가 집에 있으니 정신도 산만해지고 남편은 뭐라도 하기만 하면 귀찮게 이거 갖다 달라 저거 갖다 달라 하면서 계속 불러대는 데다 사이사이 끼니를 준비하다 보면 진득하니 앉아서 책을 읽는 건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은 어느새 유튭 숏츠에 눈이 가 있고 그걸 보면서도 머릿 속으론 책 읽고 싶은데 생각하면서 쌓여 있는 책을 봐도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재밌어 보이지를 않는 거다. 그래서 생각해낸 특단의 조치가 바로 오랜만에 중앙도서관으로 출동하는 거였다. 한동안 상호대차, 희망도서 신청으로 신간, 구간 할 거 없이 꽤 빌려다 읽었는데 아직 10월 초이건만 희망도서 신청이 마감이 되었다니 청천벽력..... 우리 동네는 작은 도서관이니까 일단 중앙 도서관으로 가서 눈에 들어오는 책을 마음껏 집어오리라, 잭 리처의 책이나 장르소설, 로맨스 소설이라도 빌려다 읽고 책태기를 극복해 보리라... 생각을 하고 갔다가 갑자기 한국문학 서가를 발걸음을 옮기면서 천천히 책등에 눈맞춤을 시전하다보니 있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자주 가서 눈맞춤 할 땐 없었는데, 혹은 안보였는데 갑자기 보인다. 아님 대출 나갔다 돌아왔나??? 아무튼 반갑다 반가워 내 눈에 띄어줘서...! 너무 천천히 눈맞춤을 한건지... 빌리고 싶은 책들이 많았지만 기간은 한정적이고, 짧은 반납일 사이에 딸램도 며칠 와 있을테고 친구들과 1박 2일 안동 여행도 잡혀 있는지라 욕심은 살짝 내려놓고 7권으로 타협했다.
올해 들어 이승우 작가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식물들의 사생활』『생의 이면』을 읽고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작가라는 느낌이 빡~~ 하고 왔다. 결국 『이국에서』를 다시 빌려 왔다. 이 책은 사실 구매했다 되팔았는데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기 전이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 읽은 후였다면 끝까지 읽었을 거다. 분명히. 어떤 책을 먼저 읽었는지가 작가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고요한 읽기』는 구매했다. 지금 읽고 있는데 한 챕터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좋다. 작가의 독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책들을 통한 사유의 방식과 글을 풀어내는 과정을 글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찬탄의 한숨이 새어나오고 더더 집중해서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서문ㅣ감추어진 동굴, 7쪽) 이런 문장을 읽었는데 허투루 읽을 순 없지 않나!
김연수 작가의 『밤은 노래한다』는 한국문학 서가의 거의 제일 첫 칸에 있었다. 작가 이름 순이니까^^ 김연수 작가의 책도 꽤 많이 읽었는데 리뷰는 안 쓴다는 것이... 리뷰를 쓰기 어렵다는 것이 맹점. 아무튼 좋아하는 작가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픽!
배수아 작가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었는데 난 이상하게 이 작가의 책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나랑은 별로 안맞는 거 같단 생각을 했었다.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조경란의 『혀』였다. 어떤 이유로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것일끼. 알 수가 없지만 그런 이유로 배수아 작가의 작품을 대할 기회는 조경란의 작품을 읽은지 14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도래하게 된 것이다.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 잘 읽어봐야겠다.
송시우 작가의 작품 중 제일 먼저 읽은 것이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열어 준 수작으로 평가받은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었다.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1980 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와 미스터리가 혼합된 수작이라는 것에는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신인 작가라고 하기 힘든 필력을 보여 주어 읽으면서도 너무 놀랐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상승해 있었는데 다음에 읽었던 『달리는 조사관』은 『라일락 붉게 피던 집』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가볍고 경쾌해서 재밌게 읽긴 했는데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품인 『검은 개가 온다』는 우울증에 대한 무지를 깰 수 있었고, 아울러 인간의 내재된 악의가 표출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말에 이룰 수 있을지를 묵직한 분위기 속에 표출해 내었다. 『아이의 뼈』는 이미 읽은 작품이었는데 안 읽을 줄 알고 또 빌려왔더라는... 몇 개의 단편만 다시 읽었는데 표제작인 「아이의 뼈」, 제목이 기억에 남았던, 한 때 콜센타 직원들의 단골 멘트였으나 지금은 사장된, 그러나 제목과는 전혀 상반되는 내용의 섬뜩한 단편이었던 「사랑합니다, 고객님」, 「5층 여자」등은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들어가보니 예약이 자그마치 4~6명씩 각 도서관마다 대기하고 있었는데 평소엔 매번 책이 없어서 아쉬웠던 우리동네 작은 도서관에 예약없이 대출중이어서 얼른 예약 걸어놨는데 불과 이틀 뒤에 예약도서 대출안내 톡이 왔다. 하루 반만에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예상외로 높은 별점을 주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별5까지는 아니어도 넷이나 넷반 정도는 괜찮을 듯. 보통의 사랑 이야기로 읽혀서 좋았다. 백온유 작가의 「페퍼민트」는 약간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하여 빌려왔다. 청소년 문학인가??? 전작인 「유원」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단다.
티비 뉴스를 들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데 "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수상" 이라는 속보가 떴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며 꺅 놀랐는데 소름이 올라왔다. 진짜 깜짝 놀랐다. 전혀 기대도 안했고 예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동아시아 작가들에게 유독 인색한 노벨 문학상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몇 작품 읽지는 않았지만 나름 아끼는 작가였기 때문에 기뻤다! 지금 보니 기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늘 저녁엔 속보와 기사 읽으면서 오랜만에 집에 온 딸램과 얘기나 실컷 해야겠다. 난해하다, 재미없다, 진도가 안 나간다 하면서 꽤 여러 권을 읽어서 깜짝 놀람. 오늘 한강 작가 덕분에 기분좋게, 여러모로 자주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