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도서관 바로대출 첫 책으로 빌려왔다.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원삼면 《생각을 담는 집》 북카페에 다녀왔다. 예전 살던 곳에선 1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이사오고 나니 15분 정도면 갈수 있는 곳이 되었다.
《생각을 담는 집》은 출판도 하고 글도 쓰는 작가님께서 운영하는 작은 책방인데 독서모임도 하고 있어서 조만간 나도 참여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예전에 갔을땐 녹음이 우거진 동네가 아주 멋져서 서점 가며 힐링 됐었는데 겨울에 가니 황량하고 쓸쓸해 보여서 다른 곳인가 착각할 뻔했다. 봄 되면 다시 살아날거 아니까 올 봄 새싹 돋아나면 자주 가야겠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는데
인간과 동물 사회의 ‘의례‘에 대한 내용이다.
동물세계의 의례란 것을 읽다보니 내가 전혀 모르는 생소한 분야는 아니었다. 여태 그런 행동들을 의례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들어가는 글 - 우리가 잃어버린 것 의례를 종교적인 의식으로만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의례는 넓은 의미로 종교, 숭배, 영적인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확한절차에 따라 자주 되풀이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모두의례다. 차례대로 이어지는 행동들도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의례는 요가의 태양 예배자세를 반복하며 매일 연습하는 일처럼 간단할 수도 있고, 금요일 저녁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으로 베토벤 교향곡5번을 연주하는 일처럼 복잡할 수도 있다. 침팬지의 돌 던지기처럼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각각의 행동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전체가 되면 의미를 얻는다. - P27
연구에 따르면, 의례를 행할 때는 일시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불안이 줄어든다. 야영지의 경계를 표시하거나 모래 바닥 위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우리 구역의 경계를 표시하면서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다.
개개인의 두려움과 공포는 집단 의례를 치르는 동안 사라져 마음을 가라앉힌다. 의례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신체 기능과 면역력, 행동은 변화한다. 의례가 참여자의 호르몬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례에 참여함으로써 복잡한 사회 속에서 협력 관계를맺는다. 의례가 간단하는 복잡하든 참여자는 몸과 마음에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하고, 두터운 유대를 느끼고, 새로운 질서에 몸을 맡긴 채 공동체에 뿌리내린다. 모든 사회적 동물 집단은착제를 바른 듯 하나로 묶인다. 인간과동물에게 사회적 고립이란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주된 위험 요인이기에, 우리는 의례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건강을 유지한다. - P30
한편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도 장례를 치른다. 이들 또한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인간처럼 시신을 옮기고 묻으면서 깊이 슬퍼하고 위로하는 의례를 행한다. 봄맞이 축제나 대청소 같이 뜻밖의 일에서 시작해 새로움을 기념하는 의례가 생겨났고, 의례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이익을 얻는다. - P35
*1장. 인사가 중요한 이유 - 인사 의례
가족과 이별한 시간은 30분이 채 넘지 않았지만 그들은 엄청나게긴장하고 있었다. 빅마마가 돌아와 가족이 다시 한데 모이자 다들 안심하는 듯했다. 좀 어지러운 광경이었다. 빅마마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콧물을 흩날리면서 가족을 향해 달려갔다. 어린 코끼리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와 큰 코끼리들과 함께 기쁨에 겨워 소리를 내지르면서다시 돌아온 것을 축하했다. 그들은 샌드위치처럼 빅마마의 주위를겹겹이 둘러쌌다. 여러 코끼리들이 코와 입을 맞대며 인사했고 길고낮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위로하는 몸짓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암컷 코끼리가 혼자 무리에서 떨어지면 위험하다.
그래서 그들이 다시 만나는 일은 굉장히 기쁜 일이다. 먹이를 구하는동안에도 소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야 무리를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42
수컷 검은코뿔소는 가끔 뿔을 맞대면서 인사한다. 처음 뿔을 접촉시키고 나면 앞뒤로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뿔의 양쪽 면 각각을 한쪽씩 엇갈려 맞닿게 한다. 두 검객이 앞뒤로 오가며 칼을 부딪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행동을 할 때는 보통 귀를 씰룩대거나 납작하게 눕힌다. 검은코뿔소의 귀가 눕혀졌다면 호기심을 나타내거나 복종하겠다는 표시다. - P54
*2장. 집단이 발휘하는 힘- 집단 의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의 힌두교공동체에는 불위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연구한 결과, 예상대로 직접 의식을 치르면서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의례를 지켜본 사람들이 실제로 불 위를 걸었던 사람보다 더 기진맥진했다. 집단 의례에 어느 정도 참여하느냐에 따라 신체적 · 심리적인 경험이 달라진다. 의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해내는 사람만큼이나 강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P78
나는 나미비아 무샤라 웅덩이에서 코끼리들을 연구하면서 이와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역동적인 장면을 수차례 지켜보았다. 발정한 암컷과 미친 듯이 날뛰는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나면 코끼리 가족 전체가 흥분해서 길고 깊은 소리를 괴성과 함께 내지른다. 중요한 결합 의례에서 코끼리들은 비정상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지르고, 함께 있는 코끼리들도 생리적으로 강렬한 영향을 받는다. - P78
어려운 시기에는 집단 의례를 통한 치유력이 폭넓게 퍼질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지구의 취약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구를 살리고 지구에 사는 소중한 생물들을 구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곧잘 참여하게 된다. 다시 산소마스크를 쓰고 멸치 떼를 찾아 물속으로 뛰어들어눈앞에 펼쳐지는 역동적인 자연을 다시 지켜보고 싶어진다. 우리에게하나의 집단으로 뭉치는 일은 중요하고 꽤나 시급한 문제다. 인간과동물 그리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사실이다. 오늘날의 기술은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우리는 그 기술을 활용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 집단의 이름으로 함께 행동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이 아닐까! - P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