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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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의 피맛을 알아본다는 뱀파이어, 그리고 저마다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세 여인 수연, 완다, 난주의 각기 다른 행로가 얽혀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간의 외로움은 밤에 찾아오는 뱀파이어와 같이 위험하다.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보듬어안아주는 따스함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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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의 장편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어제 읽었던 범유진 작가의 《아홉수 가위》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였군!


수연

"뱀파이어야."

이 미친 여자의 말을 듣게 된 경위를 따지려면 아침으로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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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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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천천히 다 읽었다.  다 읽고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며 다시 천천히 음미를 해봐도 끝까지 읽기를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조지 오웰이라는 한 작가와 리베카 솔닛이라는 작가를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단 것이 내 솔직한 감정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도 장미를 심었다는 그 작가가 대체 누구지? 했을 정도로 난 오웰에 대해 백지와 같이 무지했었다. 책 제목이 오웰의 장미였는데도 말이다.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읽는 동안 리베카 솔닛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오웰의 글을, 작고 짧은 글을 통해서나마 알게 되면서(<책 대 담배>를 읽었고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되었던 건 사실이다.  조지 오웰의 글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러니 조지 오웰의 책을 읽고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지만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에 아주 행복~~~



  조지 오웰이 위기의 시대에 장미를 심은 일로부터 시작된 글은 지하의 진흙과 얼음, 셰일의 층을 지나 영국의 석탄산업과 기후 위기로 발전하고, 거짓으로 점철된 러시아 혁명을 지나고 ㅡ장미 예찬론자였던 사진 작가 티나 모도티는 장미를 버리고 러시아 혁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ㅡ 레몬의 북방 한계선을 높이려는 거짓된 스탈린의 레몬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면서 그것이 식민지 시대의 노예 착취와 조지 오웰 가계의 노예 농장에 기반한 부의 축적과 전체주의에 대한 오웰의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빵과 장미로 표상되는 남아메리카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 그리고 다시 미국의 장미 산업을 떠받치는 콜롬비아의 대규모 장미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장미의 삶이 얼마나 큰 위선과 비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럴지언정... 그래서 더욱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장미를 위한 삶을 한순간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웰이 그랬던 것처럼...



  장미는 즐거움과 여가와 자기 결정권, 내적인 삶, 물량화할 수 없는 것 등을 나타내지만, 장미를 위한 투쟁에는 때로 노동자를 압살하려는 고용주나 상사뿐 아니라 그런 것들의 필요성을 폄하하는 다른 좌익 분파들과의 싸움도 포함된다.  좌익에는 즐거움의 추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당하는데, 그리고 어딘가에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비정하고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청교도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엄격함이나 기쁨 없는 삶의 태도로 민중에게 감명을 줄 수 있을지언정 그들의 해방에 실제적으로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다.(127, 장미예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이 지상에서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오웰이 했던 말을 지키는 것, 그리고 옥타비아 버틀러가 한 말ㅡ "가능성들을 알아보고자 앞을 내다보고 경고하려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희망의 행위이다."ㅡ들은 아직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집 손바닥 정원에 지난 주 장미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돌 사이 적은 흙에 심은 나무이지만 여름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  돌 사이사이 작년 겨울에 말라 죽은 꽃잔디를 솎아내고 다시 꽃잔디를 심고,  휑하기만 한 울타리에 덩굴장미 몇 주 가져다 심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나에게는 오웰의 장미와 같은 시간이 아닐런지... 시간이 지나 그 꽃들이 만발하여 보기에 흡족하다면 우리집을 지나가는 이웃들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위기를 지나가는 방법이다. 리베카 솔닛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의 시간에 책을 썼다지만 나에겐 그런 재주는 없으니까 오늘도 난 나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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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가위 안전가옥 쇼-트 10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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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는 순간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 거기다 4편의 단편이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것이 나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괴이한 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시원하게 해결이 된다는 점이 아주 맘에 든다. 그래서 별 4개. 최고는 표제작인 ‘아홉수 가위‘가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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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에서 빌런을 만났습니다.

식물도감이 배달되어온 날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열 살이었고, 식탁에 앉아 완두콩을 까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깐 완두콩 한 알을 집어 살피더니휙 집어 던졌다.
"사람들이 참 양심이 없어. 겉만 그럴싸하지 안은 다 썩었네."
엄마는 신경질을 내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눈치를 보다가 거실로 갔다. 식물도감이 택배 박스안에 든 채 방치되어 있었다. 내가 1년을 졸라도 사주지 않던 것을, 동생이 가지고 싶다고 하자마자 집에 들였다. 나는 도감 중 한 권을 집어 들어 펼쳤다.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이파리를 쫙벌리고 있는 작은 식물, 파리지옥이었다.  - P7

-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날개를 묶는다. 매일 아침 나와 동생은 서로의 날개를 묶어 준다. 깃털 끝에 강력 테이프를 붙여 등에 접착하고 그 위에 보호대를 차면 준비 완료다.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지만 보호대 안에 날개를 밀어 넣을 때의 답답함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보호대 때문에 등에 살찐 것처럼 보여."

이지는 몸에 딱 붙은 교복 상의를 잡아당기며 투덜거렸다. 이지의 날개는 내 것보다 약간 더 크다.
깃털도 더 풍성해서, 보호대를 차면 거의 티가 나지않는 나와는 달리 동생의 등은 약간 불룩해진다. 날개를 묶을 때마다 나와 동생 중 누구 한 명이 힘을이어받게 된다면 이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힘을 담기에 내 날개는 너무 작다.

힘. 날개를 가진 두 사람 중 한 명만이 힘을 이어받는다. - P39

-아홉수 가위

아홉수다. 아홉수인 해에는 재수가 없다는 말을한 번도 믿은 적 없지만, 그런 셈 치고 싶다. 그렇지않으면 스물아홉 살 생일에, 술도 마시지 않은 맨정신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앉아 있을 리가 없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벽에 설치된 행거를 바라봤다. 빨래건조대 겸 옷걸이로 쓰는 흰색의 길쭉한 봉에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 P67

-어둑시니 이끄는 밤

지금보다는 조금 옛날에 말이야. 한 소년이 있었어. 소년은 세상이 온통 새까맣던 날 태어났어. 그렇게까지 예쁘고 완벽한 깜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같은 밤이었지. 그 밤에 잠들어 있던 어둠은 소년의울음소리에 깨어났어. 소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어둠은 소년이 나쁜 것을 보지 못하게 해 주겠노라 마음먹었어. 그래서 소년의 밤을 어둠으로 감쌌지. 예쁘고도 완벽한 깜장을 선물해 주려고 그러니깐 어둠을 무서워하지 마. 소년이 어둠을 무서워하면, 그 마음이 어둠 안의 귀신을 불러낼지도 몰라.
힘내. 한 발자국만 더 걷자. - P103

그런데 네가 어둠 안에서 처음 길을 잃었던 날 말이야. 밤 10시가 되도록 집을 못 찾아왔던 그날, 처음으로 어둠이 무섭더라. 어둠이 내 동생을 삼켜 버리면 어쩌나 싶어서.

희재야. 너도 알게 될 거야. 너를 해치는 어둠도있지만 보호해 주는 어둠도 있다는 걸. 그걸 구분할수 있어야 해. 무서워서 도망만 치면 구분할 수 없게 되어 버려. 어둠과 마주 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해. - P131

••• 어둑시니는 그때부터 말이야. 소년의 친구가 되었어. 소년이 밤에 길을 헤매기라도 하면 제대로된 길을 알려주었어. 내가 너에게 해 주듯이 소년은 어둠을 마주 보며 어른이 되어 갔지. 희재야. 형이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해?

그래, 어둠은 소년을 사랑해.

형은 너를 사랑해.

잊어버리면 안 돼. 절대로.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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