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빵과장미‘를 소개하며

사회주의 여성단체 ‘빵과장미(Pan y Rosas)‘는 새로운 종류의 페미니즘을 선언하며 탄생했다. 이들은 여성 CEO의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피 말리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남성과 더 잘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세계 최고 부자들 명단에 남성과 여성의 숫자가 동등해도 고용불안과 저임금, 다양한 성차별적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이 달라질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통령 · 장관 · 기관장이 남성에서 여성으로바뀌어도 다수 여성을 억누르고 쥐어짜는 이 체제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숱하게 경험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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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강철군화》


‘이 젊은이들...‘
그리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폭력의 장면을 ‘본 세대‘ 가 바로 나이다!

그게 바로 우리예요!!!!!
우리 이야기라구요......


˝옳은 게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 위에 저 책들이 다 보이지요? 내가 저 책들을 전부 읽고 공부한 결과 배운 것은 법이란 정의하고는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럼 말해 보세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직업적인 감정을 위해서 개인적인 감정을 죽여 없앤다면,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가해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292)

너무 정확하게 맞는 말이라서 참.. 아프다!

˝서기 1912년까지도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아직도 자기들의 투표에 의해 나라가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을 끈질기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소위 정치도당들이었다.˝(292)

그렇더라도 미리 포기하지는 말자.
하워드 진의 말처럼 ˝사회의 하부 구조, 사회구조의 갈라진 틈, 그 밖의 수많은 곳에 파고들˝어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가 분쇄가 되면 ˝다른 열 곳에서 유사한 집단들이 다시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우린 ˝패배할 수 없다˝고 믿어보자.



엄청나게 많은 젊은이들이 이 체제를 더는 존중하지 않게 됐다. 책과 강의 때문이 아니라 관찰과 경험 때문에 그렇게 됐다. - P290

 아주 어릴 적부터이 젊은이들은 핵무기가 지구를 파괴하는 상황에 대비해 연습 사이렌이울릴 때마다 책상 밑에 숨었다. 교사들이나 부모들, 또는 이 나라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똑똑한 이 젊은이들은 이제 수소폭탄으로 무장한 정부의 광기에서 벗어나려고 나무 책상 아래에 숨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됐다. <캐치-22>를 읽을 만큼 충분히 자랐을 때, 이 젊은이들은 요사리안이 한 말을 알게 됐다. 요사리안의 말은 ‘저들과 ‘우리‘라는 냉전의 사악한 논리를 박살내고, 젊은이들이 갖고 있던 어린애 같은 생각을 꾸짖는것이었다.

 "적이란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와 상관없이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 P290

이 젊은이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흑인들이 남부의 경찰들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는 동안, ‘법과 질서‘를 받들기로 맹세한 FBI는 옆에 우두커니 서서 노트에 끼적대는 장면을 본 세대다. 이들은 가게 진열장에서 신발을 훔치던 흑인들을 사살한 북부의 경찰들이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것을 본 세대다. 이들은 거실에 앉아 미군 병사들이 자유와 평화의 이름으로 폭격하고 사격하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에 불을 질러 베트남 마을들을 유린하는 것을 본 세대다. 이들은 국가의 정의라는 것을 갈망하는 국가 지도자들이 수천 명의 미국인들을 아시아라는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넣는 짓을 본 세대다. - P290

그리고 이런 젊은이들이 거리와 캠퍼스로 뛰쳐나와서 저항했을 때, 그들 역시 곤봉에 맞았으며 몇몇은 살해됐다. 이 모든 일은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자행됐다. 아마도 1970년의 미국은 1906년의 미국보다 그런 행위를 그럴싸한 명목으로 슬쩍 감춰 버리는 데 더 능숙할 것이다. 그러나 강철군화란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존재다. - P290

잭 런던이 살던 시대(1914년)에, 주방위군은 콜로라도 주의 러들로에서 파업 광부들의 텐트에 불을 질렀고 그들 중 25명이 죽었다. 1970년 봄,
주 방위군은 오하이오에서 파업 학생들에게 발포했고 그들 중 4명이 죽었다. 콜로라도의 탄광을 소유하고 있던 록펠러 2세는 ‘위대한 원칙‘ (광산에서 일할 권리)이라는 미명 아래 콜로라도의 학살을 정당화했다. 50년뒤 오하이오의 학살 역시 ‘법과 질서‘라는 원칙의 미명 아래 정당화됐다.
1914년 콜로라도에서 주 방위군 중 어느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파업 지도자는 기소됐다. 1970년 오하이오에서도 주 방위군 중 어느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시위자 25명은 기소됐다. - P291

잭 런던이 살던 시대에 (1917년 세인트루이스), 중앙정부가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며 방관하고 있는 동안, 민간인 폭도들이 흑인 남녀들을 죽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1964년 미시시피), 중앙정부가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방관하는 동안, 두 명의 백인과 한 명의 흑인 공민권운동 활동가들이 지역 경관도 포함된 폭도들에게 살해당했다. - P291

심지어 오늘날 미국에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조차도 전쟁, 감옥, 게토와 같은 폭력의 분화구 언저리에 살기 때문에 불안함을 느낀다.

 가장 거대한 폭력은 저항하는 사람들이나 혁명가들이 아니라 정부가 저지른다.
 가장 큰 불법은 ‘법과 질서‘다.
 도처에 겉만 번지르르한 풍요와 ‘진보‘가 넘쳐나지만, 어니스트 에버하드가 교수 딸인 애비스 커닝엄에게 말한 것은 진실로 남아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명은 피를 기초로 세워졌고, 피 속에 흠뻑 젖어 있으며, 당신이나 나나 우리 중의 누구도 그 새빨간 핏자국을 피할 수 없어요." - P291

민중은 문화적 · 정치적 게릴라로서 기동력 있고 재치 있게 사회의 하부 구조, 사회구조의 갈라진 틈, 그 밖의 수많은 곳에 파고들 것이다. 그리하여 잔인하고 단단히 결집된 국가권력에게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 곳이 분쇄된다면, 다른 열 곳에서 유사한 집단들이 다시 들고 일어날 것이다.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많이 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러면 혁명은 패배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혁명은 이미 여기에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낡은 사회구조들은 비록 부와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런 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며, 곧이어 시들기 시작할것이다. 왜냐하면 그 낡은 사회구조들을 유지시켰던 것들(그 사회구조들을 움직이는 노동, 그 사회구조들을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잭 런던의 <강철군화>는 아주 오래 전 과거나 아득하게 먼 장래가 아닌, 지금 이곳의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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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런가?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전의 악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잘 식별해 낼 준비가 늘 돼 있다.˝(263)

어떤 악이 한 집단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악을 특정 집단의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사회를 건설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욕구에 근거를 두지 않고 과거 행위에 대한 복수에 근거를 두는 형법에서 이런 일이 늘 벌어진다(사형이 특히 그렇지만, 모든 감금 행위 역시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프랑스인들은 이전의 전쟁에 대해서는 잘 싸울 준비가 늘 돼 있다는 얘기가 있다.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전의 악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잘 식별해 낼 준비가 늘 돼 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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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 제목을 보고 청소년 소설인가 싶었지만, 소설의 장르는 환상과 그로테스크의 중간 어디쯤일 거 같다.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 모두 마음이 쓰인다. 서로의 고통을 어렴풋이 알지만 자신의 고통과 외로움이 너무 커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슬픔.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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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사라진 그날 밤, 그 식당이 처음 내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어딘가 맞아떨어지는구석이 있었다. 그날 밤은 내가 조지 오빠 맞은편에 앉아 아빠 양복 재킷을 걸치고 덜덜 떨면서 방금 본 것을 이해해보려 애쓰던 밤이자, 얼마 안 있어서는 조지 오빠와 함께 우리 오빠 방의 공기를 바꾸어놓던 밤이었으니까.  - P325

그 여자는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 주방 문 쪽으로 돌아갔다. 비둘기들이 내 뒤에서 소리를 냈다. 그 여자 역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 같아보였다. 특별히 속물 같거나 다혈질이라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인기가 많거나 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닭고기, 다임과 버터에 푹 담근 그토록 맛 좋은 온기를 가진 닭고기를 나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오직 닭고기의 맛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맛.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에서 음식은 그 자체로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금치는 시금치가 되었다. 좋은 농장에서 자라나고 소금과 열기, 그리고 그녀의 관심을 받아 이파리 많고 널찍한 자기 자신 안으로 편안히 녹아들어 있는 시금치. 마늘은 그 생기 있는 성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토마토는 쇠고기만큼 중요한 것같이 느껴졌다. - P327

한 가지만 더, 아빠가 말했다.
너 그날 뭔가를 보았지, 그렇지?
달빛이 아빠 얼굴을 훤하게 비추었다.
언제요? 내가 알면서도 물었다.
아빠는 답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의자 팔걸이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
맞아요. 내가 말했다.
네가 뭘 보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겠다. 아빠가 사진첩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싶구나. 괜찮겠니?
괜찮아요,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지프가 돌아올 수 있니?
아니요.
아빠는 스스로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처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동안 그렇게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 P354

조지프도 무슨 능력이 있었니?
나는 눈을 감았다. 네, 오빠도.
삼십분 정도, 아빠는 이마를 누른 채 발을 흔들었다. 고개를저었고 한쪽으로 기울였다. 핀볼 하나가 아빠 몸속에 떨어져 뼈와 힘줄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리고 아빠는 그 핀볼을 피하려는 것처럼 이 새로운 소식을 이리저리 피하며 밀어내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무엇인가를 바라보거나 생각하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 조금 잠을 잤다. - P355

알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오빠가 말했다.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나는 귀를 오빠 입에 바짝 갖다 대야 했고, 너무 조용해서 말들을 놓치지 않고 다 듣기는 아주 어려웠다.
그 목소리로 오빠는 내게 의자가 가장 좋았노라고, 삶을 지속할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었노라고 속삭였다. 가끔씩은 침대에도, 옷 서랍에도, 테이블에도, 소탁자에도 들어갔었노라고. 시간이 걸렸고, 거의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했다고. 그렇게 멀리 가 있는 동안은 좋았지만, 돌아오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어, 오빠가 말했다. 여러 가지 다른 것도 선택해봤어. 그런데 그 의자가, 최고야.

나는 더 잘 듣기 위해 오빠가 말하는 동안 눈을 감았다. 놓칠 듯말 듯한 말들. 우리 손 위의 햇살. 병원 침대를 팽팽하게 감싸고 있던 톡 쏘는 표백제 냄새를 희미하게 피워 올리던, 침대 시트. - P383

있지, 오빠 나 부탁이 하나 있어.
기계들이 우리 옆에서 윙윙 돌아갔다. 문밖으로 간호사 한 명이 걸어갔다. 고무 밑창 신발을 신은 부드러운 발소리.
오빠가 대답 대신 내 손을 가볍게 힘주어 잡았다.
오빠에게는 감히 우리 오빠에게는 보통 부탁이란 것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오빠에게 뭔가를 실제로 부탁해본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학교에서 조지 오빠를 보게 해준 적이 있었을 뿐, 내가그 오랜 시간을 같이 놀아달라고 졸랐어도 오빠는 엄마가 뇌물로 새 과학책을 사줄 때에만 나랑 놀아주었다. 오빠가 충동적으로 나를 한 번 안아준 것은 그날, 오래전, 내가 입에 대해서 발작을 일으키고 나서 응급실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우리는 같이 놀러나가지 않았고,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았고,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다. 때로 나는 오빠가 내 이름을 잊어버렸을 거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빠 손을 힘주어 맞잡았다.  - P384

 눈길을 낮춰 베개 한구석에 고정시킨 다음 가장자리의 솔기를 따라가면서, 내가 의자에 그어놓은 선에 대해서 오빠에게 말했다. 나는 오빠에게 앞으로는 꼭 그 의자만 선택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의자는 말고.
다른 어떤 물건도 말고 그것만.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가 알 테니까. - P384

볼펜으로 그은 선일 뿐이야. 내가 말했다. 하지만 쉽게 눈에 보여. 나는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 오빠의 심장이, 바로 옆 스크린 녹색 화면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부탁이야, 내가 말했다.
오빠의 눈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 눈이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말 듣고 있어, 오빠?
응.
말이 되지?
돼.
그렇게 해줄 거야?
오빠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응. - P385

이건 오빠가 카드 테이블 의자를 선택한 것과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다만 내 선택으로 난 세상에 남을 수 있었고, 오빠는 그럴 수 없었다는 점만 빼면.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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