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괴로울 땐 아무 생각없이 주욱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 시간 채우기에 제격이다.
늘 달고사는 더부룩함의 끝판왕, 심히 불안정한 내 위장... 어찌나 심하게 체했던지 어제 아침 일어나니 온 몸이 두드려 맞은듯 아프고 배가 뒤틀려서 급히 한의원 가서 침맞고 약 타와서 먹고 있다. 죽 포장해서 오는 길에 도서관 들러 《다시, 올리브》 빌려왔다. 그러고선 집으로 돌아와 아픈 걸 잊어볼 요량으로 억지로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책을 읽었다. 저녁때쯤에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도저히 집중이 안돼 포기... 아우 머리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니 두드려맞은 듯하던
몸과 배는 한결 편해져 《다시, 올리브》 읽어보기로 했다.
내용이 주는 메세지가 있겠지만 그런 걸 꼭 느껴야할 필요는 없다. 그냥 집중해서 스토리를 따라가고 싶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익숙하니 잘 읽혀서 순식간에 백여 페이지를 읽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올리브는 내 기준에서 봤을 땐 참 이상한 사람이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싫지는 않고 묘하게 동조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올리브가 사람들과의관계에서 느끼는 어색함들이 나도 불편한데 어느 면에서는 나도 그럴거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의 생활을 글로 쓴다면, 속마음들까지 이런 식으로 글로 표현한다면 내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느끼는 어색함, 불편함, 친밀감, 말로 표현하지 않는 그 감정들에서 뭔지 모를 슬픔이 느껴질 거 같아서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올리브를 내 나름으로 이해를 하게 된다고 할까.
"크리스토퍼." 그녀가 용기를 내서 아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결혼한다." 아들이 어중간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쳐다보고 이렇게 말하기까지 영원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잭 케니슨하고." - P139
"오, 그만, 크리스토퍼! 그만해. 그만 좀 하라고!" 앤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올리브를 뒤따라 거실에 들어와 있었다. 올리브가 돌아보니 놀랍게도 앤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입술도 더 커진 것 같고, 눈도 더 커진 것 같았다. 앤이 다시 말했다. "그만, 크리스, 그만 좀 해! 어머니 결혼에 참견하지 마. 당신 대체 왜 그래? 맙소사! 저분한테 예의를 갖추는 정도도 못해? 맙소사, 크리스토퍼, 당신 정말 애구나! 당신은 내가 애 넷을 키운다고 생각하지? 다섯을 키워!" 그런 다음 앤은 잭과 올리브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제가 대신 어처구니없이 유치한 남편의 행동을 사과드릴게요. 저 이가 이렇게 유치할 때가 있어요. 크리스토퍼, 이건 유치한 행동이야. 하느님 맙소사, 당신 이런 모습 정말 유치해" - P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