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추리소설~~ ^^
공식에 맞춰 올핸 잭 리처를 선택했다.
더워도 일단 나가자 싶어 어제는 중부고속도로와 제천-평택 고속도로를 타고 드라이브 삼아 괴산을 다녀왔다. 산막이 옛길이 트래킹 코스로 좋다고 지인 추천을 받아 갔다왔다. 트래킹이 평소 나와 남편의 취미는 아니지만 그동안 덥다는 핑계로 2-3년 간은 집에서 버텼는데, 그러고보니 남는게 하나도 없단 생각이 문득 들어 올핸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코스를 잡아 나가보고 있다.

8월 첫 주에는 옥천엘 다녀왔고 더워도 기분이 괜찮은데! 싶어 다시 괴산을 가게 된 거다.
더운거 질색하는 남편인데 흔쾌히 좋다고 해서 잘 다녀왔다. 산막이옛길은 걷기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몸을 움직여 하는 운동에 무딘 나도 걷기가 괜찮았다. 그래도 너무 더워서 잠깐 1시간 반 정도 슬슬 걷고 다시 돌아올땐 11인승 유람선을 탔다. 다시 그 길을 걸어 돌아오려니 더워도 너무 더워 엄두가 안났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후들거렸다. 계단도 많고 코스가 적당히(?) 오르락내리락 해도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역시 넘나 더운 날씨가 복병! 평소라면, 그리고 평지 걷기 운동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아니었다.
표를 받고 기다리는데 괴산호쪽에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유람선 타고 돌아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 먹고 가까운 곳에 쌍곡계곡이 유명하대서 잠시 발이나 담글 수 있을까 기대하며 갔는데... 25분 정도를 달려 갔다가 때아닌 신세계를 보고 진짜 놀랐다!
세상에나... 속리산 국립공원 안쪽으로 한없이 한없이 계곡이 이어지는데 계곡이 깊기도 하고 계곡 사이 계곡물 사이도 넓은데다 놀기 좋게 적당히 물이 흐르고 적당히 물이 깊어서 와우~~ 하며 차로만 지나가며 구경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 계곡으로 수많은 펜션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고 거기다 길 양옆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끝도 없이 어찌나 많은지 빈틈이 없었고, 그 사이로 피서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뭔 일이람! 남편과 나는 진짜 처음 보는 대단한 광경에 진짜 대박, 뭐지, 뭐야 계곡 진짜 어마어마하다... 등등 할말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넓고 깊은 계곡도 진짜 처음인데 수많은 펜션과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켜 대한민국 피서객이 다 여기로 모여들었나 싶은 그 광경을 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와... 진짜 우린 정말 사람 많은 이런 장소 진짜 너무 싫어한다. ㅠㅠ 커피 마시러 휴게소나 갑시다.
고고~~

어쩌다보니 어이없는 여행기가 되어 버렸다. ㅎㅎ
하지만 어제 나와 남편이 놀란 거에 비하면 이 정돈 짧은 글이지 암! 그러면서 급 마무리~~
오는 길에 괴산 찰 옥수수 사와서 냉동실에 고이 넣어놨다. 뿌듯~~ 쫀득쫀득 넘 맛나다.

프롤로그

갈고리 hook 하비는 30년 가까이 된 비밀에 삶을 의지했다. 그의 자유,지위, 돈, 모든 것을. 그리고 특별한 상황에 처한 신중한 사람답게 그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잃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의 삶 전체를. - P7

그가 거의 30년 동안 의지했던 보호 장치는 딱 두 가지에 기반을 두고있었다. 모든 사람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동일한 두 가지이다. 국가가 적의 미사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아파트 주민이 도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권투 선수가 KO 펀치 한 방에 대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1단계 탐지, 2단계 대응. 먼저 위협을 감지한다음 대응한다. - P7

1단계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수년에 걸쳐 외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서 현재는 잘 준비되고 단순화되었다. 그것은 동심원 형태의 인계철선(전선에서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 두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인계철선은 집에서 18,0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것은 아주 초기의 경고로 위험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모닝콜 같은 것이었다. 두 번째 인계철선은 집에서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집과 더 가까웠지만 여전히 1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두번째 위치에서 울리는 경고는 그들이 곧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1단계는 끝났고 2단계가 곧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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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아름다운 문장들 대체 어쩌라구!
눈오는 아침, 흔들리는 인력거 안에서 젊은 두 육체의 깨어남... 두 입술의 융화가 고조되는 관능의 순간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무릎 덮개 아래로 잡고 있던 사토코의 손가락에 아주 조금희미한 힘이 더해졌다.
 그것을 신호라고 느꼈다면 기요아키는 또 한 번 틀림없이 상처받았을 테지만, 그 가벼운 힘에 이끌려 기요아키는 자연스레 제 입술을 사토코의 입술 위에 얹을 수 있었다. - P125

인력거의 동요가 바로 다음 순간 포개진 입술을
 떼어 놓으려 했다. 그러므로 저절로 그의 입술은 두 입술이 닿은 곳을 축으로 두고 모든 동요를 거스르려는 태세를 갖추었다. 맞닿은 입술을 *사북으로 삼아, 그 주위로 몹시 커다랗고 향기로운, 보이지 않는 부채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을 기요아키는 느꼈다.

*사북;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에 박아
축으로 삼는 물건 - P125

그때 기요아키는 분명 망아)의 경지를 알게 되었지만,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아름다움까지 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사토코의 아름다움을 공평하고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점에서라면, 이때 분명 서로의 아름다움이 수은처럼 녹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내치듯 조바심 내고 가시 돋친 것은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성질의 것이며, 고립된 개체라는 맹신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만 깃들기 쉬운 병임을 깨달은 것이다. - P125

사토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요아키의 볼에까지 전해졌으므로 알 수 있었다. 기요아키는 긍지를 느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긍지에는 예전에 그랬듯 타인에게 베푸는 듯한 시혜자로서의 만족은 티끌만큼도 없었고, 사토코에게서도 매사에 비평적인 연장자의 기세는 사라져 있었다. 기요아키는 자신의 손끝이 닿는 그녀의 귓불이나 가슴팍 하나하나에서 새로이 느껴지는 보드라움에 감동했다. 이것이 애무로구나, 그는 터득했다. 자칫하면 날아가버릴 듯한 아지랑이 같은 관능을 형체 있는 것에 의탁해 나타내 붙들어 매는 일. 그리고
그는 이미 자신의 기쁨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할수 있는 최상의 자기 방기(放棄)였다. - P126

입맞춤이 끝날 때, 그것은 원치 않게 잠에서 깨어날 때와 비슷해서 아직 졸린데도 눈꺼풀의 얇은 피부 사이로 비쳐 오는 *마노 같은 아침 해에 차마 저항하지 못하는, 그 께느른한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야말로 잠의 달콤함은 절정에 달하는 것이다.

*마노; 원석이 말의 뇌수를 닮아 ‘마노‘라는 이름이 붙은 석영질 보석. 빛깔은 다양하나 크게 붉은색과
누런색으로 나뉜다. - P126

막상 입술이 떨어지고 보니 지금까지 아름답게 지저귀던 새소리가 갑자기 잠잠해진 듯한 불길한 고요함이 뒤에 남았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인력거의 동요가 침묵으로부터 그들을 구제해 주었다.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척 할 수 있었으므로.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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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골몰하여 시간이 가는 것을 잊고 있던 그는 슬슬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내일 수면이 부족한 찌뿌둥한 얼굴로 기요아키의 초대에 응하게 될까 두려웠다. - P85

아름답고 수수께끼 같은 친구를 생각하면 그는
 자신의 청춘이 얼마나 단조로이 흘러갈 것인가 예측하고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기온(祈園)의 요정에서 방석을 공대신 말아 마이코 여럿과 다다미 럭비를 즐겼다던, 다른 학우의 자랑 따위를 막연히 생각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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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 ‘탐미문학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정말 아깝지 않은 작가이다. 금각사를 읽을 때도 느꼈던 건데 역시 이 작품도 다르지 않다.
문장 하나 하나 정말 아름답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 심리와 성격묘사까지 너무 뛰어남...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


갑자기 혼다가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마쓰가에! 너 요즘 무슨 일 있는 것 아냐? 내가 어떤 말을해도 건성으로 듣고 있군."
"그런 것 아냐."
허를 찔린 기요아키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는 아름답고 서늘한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가 자신의 불손함을 알게 되는 것은 부끄럽지 않았으나 고민을 들키는 것만은 무서웠다. - P47

여기서 만약 그가 흉금을 털어놓았더라면 혼다가 서슴없이 그의 마음속에 발을 들여놓을 것은 뻔했고, 누구에게도 그런 행동을 허락할 수 없는 기요아키로서는 이 하나뿐인 친구도 금세 잃게 될 터였다. - P48

그러나 혼다도 즉시 기요아키의 마음속 움직임을 
이해했다. 계속 그의 친구이기 위해서는 거친 우정은 절제해야 한다는 것. 마구 칠해 놓은 벽에 무심코 손을 짚어 손자국을 남기는 일 따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만큼 괴로운 친구의 고통까지 간과해야 한다는 것. 특히 그것이
숨김으로써 우아해질 수 있는 특별한 죽음의 고통이라면. - P48

이럴 때 기요아키의 눈이 어딘지 절실한 간청을 
내비치는 것을 혼다는 좋아하기까지 했다. 그 모호하고 아름다운 경계지점에서 멈춰 달라, 애타게 바라는 눈길…………. 차갑고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우정을 흥정하는, 이토록 무정한 대치(對峙) 속에서 비로소 기요아키는 청원인이 되고 혼다는 탐미적인 구경꾼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암묵적으로 바라왔던 상태이자 사람들이 두 사람의 우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의 실체였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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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어쩌라고?)

은하수 2024-08-14 21: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당연히 있으신 거 알았죠~~~
<봄눈> 알게 된 게 ㅈㅈㄴ 님 글을 통해서였고
제 기억에 댓글에서 다락방님 본 거 같은데....
여러권 겹친다고 하셔서 아마 이 책도 가지고 게실 거 같더라구요.
워낙 문장이 뛰어난 작가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번역가도 훌륭한 거 같아요. 문장에 거슬림이 없어요^^
 

경제 자본은 취향을 살 수 없지만 취향을 상징하는 상품화된 문화 자본은 구매할 수 있다. 문화 자본에는 세 가지 분류가 있다. 첫째, 나의 몸과 정신에 체화된 문화적 코드다. 이는 나만의 관성 또는습관으로 발현된다. 둘째,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예술품 또는 어떤 물건이다. 셋째, 학교 졸업장이나 증명서 등으로 제도화된 학력 자본이다. 이 중에 예술품과 제도화된 학력은 경제 자본으로 구매할 수있는 경로가 있다. 이는 문화 자본의 상징을 구매하여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상품으로의 가치를 부여한다.
- P66

그러므로 돈으로 취향은 살 수 없어도 계급은 살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자본은 곧 계급이다. 문화 자본에서 학력 자본은 사교육, 유학, 기부금 등 다양한 방향으로 상품이 개발되어 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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