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마지막 6장

청신이 물었다.
"5킬로그램만 더 남겨도 될까요?"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의 다른 쪽에 떠 있는 그녀의 
손에 환하게 빛나는투명한 공이 들려 있었다. 지름 50센티쯤 되는 공 안에 커다란 물방울 몇개가 떠다니고 있는데 어떤 것은 안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어떤 것은 그 안에서 수초가 자라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풀이 자라는 작은육지도 떠다녔다. 투명 공의 천장에 있는 작은 발광체에서 빛이 발산되고있었다. 작은 세계의 태양이었다. 이 투명 공은 완전히 밀폐된 형태의 생태구체로 청신과 지자가 열흘 넘게 매달려서 완성한 것이었다. 작은 태양이빛을 내뿜고 있는 한 생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이것을 남겨두고 간다면 적어도 647호 우주가 생명이 없는 암흑의 세계는 아닌 셈이었다. - P796

관이판이 말했다.
"물론이에요. 5킬로그램 때문에 대우주의 빅크런치가 실패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는 대우주가 원자 하나만큼의 질량 차이로도 닫힌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자연의 정밀함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려면 모든 우주의 매개변수가 몇조 분의 1의 정밀도로 정확히 맞물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 P796

하지만 청신은 그 투명 공을 그곳에 남겼다. 수많은 문명이 만들어낸 수많은 소우주 가운데 상당수가 회귀 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대우주는 최소한 수억 톤, 심지어 수억조 톤의 질량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기때문이다.
대우주가 이 오차에 영향받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 P797

청신과 관이판이 우주선에 타고 지자가 마지막으로 탔다. 화려한 기모노를 벗고 위장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다시 날렵하고 유능한 전사로 변신해 있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무기와 생존 장비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등에 메고 있는 무사도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지자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살아 있는 한 두 분을 안전하게 지킬 테니까."
핵융합 엔진이 작동하고 추진기가 푸른 불빛을 내뿜자 우주선이 천천히 이동해 우주의 문을 통과했다.
- P797

소우주에는 메시지가 담긴 표류병 하나와 투명 공만 남았다. 표류병은 어둠에 파묻히고  1세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우주에서 투명 공 속 작은  태양만이 가물거리는 빛을 토해냈다. 이 작은 생명의 세계 속에서 물방울이 무중력 유영을 하고 있었다. 물방울에서 뛰쳐나온 작은 물고기가 다른 물방울로 뛰어 들어가 한들거리는 수초 사이를 유유히 헤엄쳐 다녔다. 작은 육지의 풀잎에서 굴러 떨어진 이슬 한 방울이 핑그르르 돌아 날아오르며 우주를 향해 한 가닥 투명한 햇빛을 반사했다. - P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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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 후의 인류에서는 지금보다 더한 불평등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죽음의 불평등‘...
지구가 다른 외계 행성의 공격을 받는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라
지금의 세상이 더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삼체세계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끌려가듯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는데 또 다른 위협 앞에 인류는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이루어내야할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진심 소설 속 후대의 인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현재 건설 중인 태양계 경보 시스템의 예보 시간은 최대 24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로 암흑의 숲 공격이 닥친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주선 중 단 한 대도 그 시간 내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벙커인 목성까지 갈 수 없다. 지구는 사실 죽음의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셈이었고, 이 점은 사람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경보 발령 직후에 나타난광적인 탈출 러시는 모든 걸 압도하는 인간의 생존 욕망이 불러온 집단 광란이었을 뿐, 사실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현재 5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목성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함대 세계의 목성 기지 소속 우주군이었고, 일부는 벙커 프로젝트의 초기 준비 작업을 위해 파견되어 있는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그곳에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여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밀리에 건조되고 있는 항성급 우주선들이 완성되면 그 우주선의 소유주인 백만장자들도 목성의 반대편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 P514

법적으로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특정 단체나 개인이 항성급 우주선을 건조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도 없고, 거대 행성의 반대편에 숨는 것도 도피주의로 간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불평등, 
즉 죽음의 불평등이 생겨났다. - P514

역사적으로 나타난 사회적 불평등은 주로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했다. - P514

물론 의료 환경의 차이, 빈부격차로 인한 자연재해의 생존률 차이, 전쟁에서 군대와 일반인의 생존률 차이 등등 죽음의 불평등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전체 인구의 1만 분의 1도 안 되는 소수는 안전지대로 피신해 살아남고 나머지 수십억 명은 지구에서 죽음을 기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주 오래전 고대에도 용인될 수 없는 끔찍한 불평등이므로 현대 사회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광속 우주선 프로젝트가 반대 여론에 부딪힌 가장 큰 이유였다. - P515

목성이나 토성의 반대편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사는 것이 암흑의 숲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동경하는 생활은 아니었다. 생태순환 시스템이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해도 춥고 황량하고 외부와 단절된 태양계의 변두리에서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체 제2함대를 관측해보면 곡률 추진 우주선은 순간적으로 광속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광속 우주선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출발해 불과 수십 분만에 목성에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광속 우주선을 소유한 특권층과 백만장자들은 태양계 경보 시스템의 경보가 울린 후에도 지구에서 여유롭게 머물다가 공격이 임박했을 때 수십억 명을 버려두고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인류 사회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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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p가 넘게 읽었는데 아직 남은 페이지가 벽돌..
실화냐..ㅠ


지구는 이미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1000만 명 넘는 도시 인구가 생존 본능에 이끌려 미친 듯이 발사장으로 몰려들었다. 지금의 우주왕복선은 서기 시대의 비행기와 비슷해서 수송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았고,
•왕복선을 소유한다는 건 고대에 우주 비행선을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우주 엘리베이터까지 동원한다 해도 일주일 동안 지구 저궤도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지구 전체 인구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목성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10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 P506

"태양계 경보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해도 어차피 경보 시간은 기껏해야하루쯤 빨랐을 거예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경보가 가짜일 가능성도 있어요."
AA가 이런 생각 때문에 조금 전 그녀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는 걸 청신은 모르고 있었다.
AA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게 금세 증명되었다. IDC 위원 중 PDC 간부가 청신에게 전화를 걸어 함대 세계와 UN이 이 경보가 오보이며 암흑의숲 공격과 관련된 아무런 조짐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알려주었다. 화면을 켜보니 정말로 UN과 함대의 대변인이 성명을발표하고 있었다. 왕복선 바깥 발사장과 계류 구역에서도 더 이상 이륙하는 왕복선이 없었다. 혼란은 여전했지만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바깥이 조금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왕복선에서 나왔다. 전쟁터만큼이나 참혹한 광경이었다. 새카맣게 불에 탄 시체가 곳곳에서 나뒹굴고 어떤 시체에선 아직도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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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첫 폴리오는 6월 초, 메모리얼 데이" 직후, 우리가살던 곳에서 시내를 가로지르면 나오는 가난한 이탈리아인 동네에서 발병했다. 그곳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 남서쪽 구석의 위퀘이크 유대인 구역에 살던 우리는 그 소식을 전혀 몰랐으며, 묘하게도 우리 동네만 빼고 뉴어크 전역의 거의 모든 동네에 한 건씩나타났던 이후의 여남은 건에 관해서도 전혀 듣지 못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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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의 위로》 그레텔 에를리히
‘와이오밍 주‘라는 황량하고 낯선 공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어 오히려 열린 공간이자 위로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나에겐 카우보이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크로우 족, 샤이엔 족, 쇼쇼니 족, 아라파호 족, 수 족 인디언들의 고향이기도 한 공간임을 알게 한 시간들...
오늘 아침엔 이 아름다운 산문의 대미를 장식할
‘12장 폭풍, 옥수수 밭, 엘크‘를 남겨두고 있다.

오전에 친구들이 놀러올 거라 맘이 바쁘다. 그래도 6쪽 남짓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와이오밍의 가을‘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자꾸 나를 재촉한다.
가을걷이 하는 카우보이들과 목장주들의 모습인데
이 정도면 우리로 치면 깊은 겨울이지 싶지만, 그리고 너무 고생스럽다 싶지만 이런 척박한 평원에서의 삶이 그래서 더 아름답고 충분히 가치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주에 구름 덩어리들이 여름의 녹색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더니 폭풍을 풀어놓았다. 폭설은 권투 선수의 주먹처럼 난폭했다.
나무를 내리치고 건초 밭과 곡물 밭을 사슴 침대처럼 짓눌러놓고금빛으로 탈색된 옥수수는 난데없는 난투극에 휘청거렸다. 우리는밤새도록 미루나무 줄기가 부서지며 내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망할, 지난밤에 무서워서 식탁 아래에 웅크리고 잤다니까." 한 이웃목장주가 내게 말했다. "나무가 우리 집 지붕을 뚫고 들어왔지 뭐유." 고속도로를 따라 전선들이 말의 고삐처럼 떨어져 있었다. - P174

폭풍이 다코타 주를 지나 동쪽으로 불어오면서 푸른 하늘이 짙푸르게 변했다. 하늘은 냇가와 마른 황무지를 조용히 파란 잉크로 물들였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절제된 행동으로 미루나무,
갈대, 야생화는 스스로를 불그스름한 색, 녹갈색, 적갈색, 암갈색, 황갈색으로 물들였는데 우리는 이러한 현란하고 과다한 스펙트럼의 색감이 우리를 향해 달려올 찬바람과 추위의 징조임을 알고 있다. - P174

프랑스 사람들은 가을 나뭇잎을 고엽 feuille 
morte 이라고 부른다. 나뭇잎들이 마침내 서리에 의해 부패되면 비와 함께 쓸려 내려가고나무는 스스로와 절연하기로 작정한 듯 모든 잎을 털어내 버린다. - P174

가을 내내 우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목소리는 모든것이 익었다고 말하고 다른 목소리는 모든 것이 죽어간다고 말한다.
이 패러독스는 매력적이다. 일본어의 ‘아와레‘라고 하는, 영어로는 거의 번역할 수가 없는 이 단어는 ‘아름다움과 비의가 공존함‘이라는 의미다. 언젠가 우리는 이 약탈자 같은 멜랑콜리에 대항해야만 한다. - P175

가을은 목장주들에게는 한 해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건초를 쌓아두고 소와 양을 모아서 젖을 떼어 출하하고 한살 된 수송아지와 망아지는 판다. "우리는 이맘때 좋아해요. 특히 소값 오르면 기분 째지죠." 3대째 목장을 운영하는 남자가 말했다.
이번 주에 나는 빅혼 산맥에서 소와 송아지를 모으는 일을 돕는다. 이달 초에 1미터의 눈을 내리게 한 폭풍은 이제 강하고 지속적인 비를 몰고 온다. 소를 타는 일은 스키를 타고 하는 터치 풋볼 게임과 비슷한데, 소와 카우보이들은 서로 부딪치고 송아지는 뒤로 뛰어가고 말은 미끄러진다. 오늘 두 번이나 나와 함께 말이 미끄러져 가파른 비탈길 위에 세게 넘어졌지만 진흙과 눈이 너무 깊게 깔려 있어서 멍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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