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전쟁터가 되어버린 몸들

사진가들은 아이들의 사진에도 디지털 수정을 가한다. 벌어진 치아나 흐트러진 머리칼은 아이의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특징을 포착한 것이라기보다, 인화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오점이다. 아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서부터 몸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예전에 유년기란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마음껏 꿈꿔도 좋은 마법의 공간이었지만, 이제 그런 공간은 사라졌다. 마치 훗날 아이가 수술로 외모를 다듬을 날을 예기하기라도 하듯이, 사진에 찍힌 아이의 모습을 컴퓨터로 다듬는다. - P174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시각적 역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가질 수 없다. 과거를 돌아보면, 자기 몸이 아니라 남들이 자기에게 바랐던 몸이 보이는 것이다. - P175

여성 유명인들의 공식사진도 마찬가지다. 점점 더 가는 허리, 더 큰 가슴, 풍만한 엉덩이 근육질 몸매를 뽐내도록 손질된 그들의 몸은 사람들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사람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재구성한다. 이제 우리는 지나치게 깐깐한 색안경을 낀 채 자기 외모를 평가하고, 자신의 흠을 객관화하여 바라본다. 얼룩덜룩한 피부색, 완벽하게 그어지지 않은 눈썹, 충분히 도톰하지 않은 입술, 너무 넙데데하거나 긴 코, 또렷하게 솟지 않은 광대뼈, 진한 속눈썹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눈 등등, 우리 몸의 결함은 끝도 없다. 결함으로 간주되는 문제들 각각에는 화장이든 수술이든 알맞은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고난이나 억압이 아니라 자신을 개선할 기회로 여겨진다.
- P175

로레알(L‘Oréal)이나 니베아(Nivea) 같은 성공한 화장품회사들의 연간 성장세는 14퍼센트다. 그들은 점점 더 어린 고객들에게로 시장을 넓힘으로써 성장세를 높일 수 있었다. 덕분에 요즘은 여섯살밖에 안된 여자아이들도 화장을 하면서 논다. 11~12세가 되면 여러 상표에서 나온 다양한 립스틱과 블러셔들의 색깔이름을 알고, 자기만의 보물상자에 화장품 몇가지를 담아둔다. - P176

남성들도 물론 화장품회사의 표적이다(남성용 마스카라도 있다).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은 이제 막 근대에 진입한 나라들이다. 중국에서는 화장품 사용과 서구식 화장법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그것들은 서구화를 매끄럽게 밟아가는 과정인 것처럼 여겨진다. 화장품회사들이 광고와홍보에 지출하는 예산의 20~25퍼센트는 화장이 의무라는 것을강조하는 일에 투입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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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두 제국의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이스탄불의 테오도시우스 성벽과 골드 혼, 아야 소피아, 오스만 건축의 결정체 블루 모스크를 둘러보았고, 크루즈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돌마바흐체 궁전과 톱카프 궁전을 보았고 보스포루스 대교 아래를 지나기도 했다. 수상 버스 페리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맞은편 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여행을 따라가 보았다. 그 사이에도 여러 개의 모스크를 둘러보고 있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보면 처음엔 어떻게든 그 도시의 성당과 교회 이름을 기억하면서 다니지만, 나중엔 도시 따로 카톨릭 성당 이름 따로 마구 섞이고 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스탄불에도 이슬람 모스크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모스크를 만나다 보면 나중엔 이름이 헷갈리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다. 아직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걱정부터 하다니... 

루 모스크의 정식 명칭인 술탄 아흐메트 자미 -여기서 '자미Camii'는 이슬람교 사원인 '모스크Mosque'의 튀르키예 말이다 - 신성하고 우아한 쉴레이마니예 자미, 쉠사 파샤 자미, 예니 발리데 자미, 아틱 발리데 자미, 미흐리마흐 자미 등등의 이름도 어려운 모스크들이 줄줄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모스크'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둥근 돔과 미나레트라는 건축양식을 완성시킨 저 위대한 건축가 '미마르 시난'은 셀주크 튀르크 건축양식에 비잔틴의 건축양식을 혼합하여 오스만의 고전 건축양식을 창조했다. 특히 그에게 있어 아야 소피아는 창작의 근원이자 넘어서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야 소피아가 오늘에 이른 것은 시난의 노력 덕분이라고 한다. 아야 소피아는 건축학적 문제로 끊임없이 보수를 해야했는데 거대한 돔의 하중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돔의 하단 측면에 거대한 버트레스(버팀벽)를 만들어 횡압력을 막았다. 지금도 아야 소피아에서 시난이 보수한 버트레스를 볼 수 있단다. 시난은 세 명의 술탄을 섬기면서 학교, 병원, 목욕탕, 다리, 수로 등 약 300여 개 이상의 건축물을 건설했다 하니 그야말로 놀랄만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98 세까지 장수한 덕택에 50여 년을 현역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셰흐자데 자미, 쉴레이마니예 자미, 셀리 미예 자미 등이 시난의 작품이었다. 미마르 시난의 영묘는 쉴레이마니예 자미의 북쪽 끝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아나톨리아 여행에 나선다. 아나톨리아는 오늘날의 튀르키예에 속하는 거대한 반도를 말한다. 우리가 세계사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소아시아'라고 하는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며, 로마 제국 시기에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 지역에 아시아 속주가 설치되면서 아시아와 아나톨리아가 구분되게 되었다. 아나톨리아의 어원은 그리스어 단어 '아나톨레'에서 비롯되었는데 '아나톨리'는 그리스어로 '해가 떠오르는 방향', 즉 '동쪽'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었으니 그럴만 하다. 역시 '떠오르다'는 뜻의 라틴어 'Levare'에서 유래한 '레반트'나 'Oriens'에서 유래한 '오리엔트'의 경우와도 일맥상통한다. 위치상 북쪽에는 흑해, 서쪽에는 에게 해와 마르마라 해, 남쪽에는 지중해와 접하고 있다(나무위키 참조). 머릿 속으로 대략적 위치를 그려보면서 기억하려고 노력해 본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흑해를 바라보았고 보스포루스 해협의 세 번째 다리인 야부즈 술탄 셀림 대교를 건너 아시아 대륙, 아나톨리아로 넘어갔다. 아나톨리아의 여러 문명을 간직한 도시들을 차례로 여행할 건데 먼저 에게 해의 이즈미르부터 남부 지중해의 안탈리아, 중부 대평원의 콘야, 아나톨리아의 고원 앙카라까지 이르는 여정이다. 

나도 벌써 설렌다. 내가 하게 될 여행은 이와는 반대인데 먼저 이스탄불에 도착하여 다음 날 바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날아간다. 다음날부터 콘야, 아피온, 안탈리아, 파묵칼레, 이즈미르를 보고 마지막 이틀은 이스탄불 관광에 나서게 된다. 

한참 만에 읽게 되었지만 또 아쉽기만 한 게....  유럽의 도시 기행이라면서 제대로 된 사진이나 지도(?) 한 장 없는 불친절한 이 책의 아쉬운 구성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무슨 자신감인건지... 작가 혼자 가슴 벅찬 여행을 마치고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 끝에 일일이 검색해 가며 읽다 보니 진도는 한없이 더디게 나간다. 책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무작정 선택한 내 잘못이 크다...

1부 마지막 페이지에 딱 한 번 맘에 드는 구성이 있었다. 






P.S. : 실비아 님이 댓글로 알려주신 <다시, 아나톨리아의 도시를 가다>는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를 통해 아나톨리아의 흔적을 전하는 포토 에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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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2025-04-14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나톨리아의 도시를 만나다>를 읽었습니다. 전 외국처럼 글만 따라가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근데 <다시, 아나톨리아의 시간 속으로>를 출간했더군요.
사진 한 장 없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알려드려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618218

-출판사 책소개 :
아나톨리아의 도시를 만나다》가 역사와 문명에 대한 서사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담았다면, 《다시, 아나톨리아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사라진 문명과 남아있는 도시의 모습을 오가며 사진을 통해 시적 여운을 전한다. 포토에세이를 통해 아나톨리아에 남아있는 흔적을 만나고, 그 역사와 문명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인문에세이가 도와줄 것이다.

은하수 2025-04-14 17:32   좋아요 0 | URL
실비아 님 감사합니다^^
서사와 시적 여운을 주는 각 두 권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거였군요.
그걸 모르고 불평을...
참고해서 잘 읽어보겠습니다~~~
 
야생의 철학자들 -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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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철학자들인 ‘새‘와 ‘동물‘을 관찰한 신동만 PD의 28 년 간의 기록이 흥미로웠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여러 자연 다큐가 이 책 저자가 기획하고 촬영하고 기다리고 끈기있게 찾아낸 집념의 산물들이었다. 12 가지 인생의 진리에 빠져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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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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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소녀들 각자가 지닌 순수하고도 맑고 진실된 마음들이 결국 서로의 마음에 닿아 깊어지는 우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 소녀가 처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믿음대로 스스로의 자의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후속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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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선택: 생명은 선택하는 존재다.

안동호에서 쇠제비갈매기의 사냥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들의 사냥 장소는 호수 전체다. 언제 어디서 사냥할지는 쇠제비갈매기의 선택이다. 그렇다고 모든 방향을 다 노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호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사냥은 망원렌즈로 당겨봐야 클로즈업 영상을 촬영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넓은 영상 위주로 촬영하는 게 낫다.  - P178

그다음엔 가까이 다가오는 쇠제비갈매기가 사냥하는 순간을 노려 클로즈업 장면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쇠제비갈매기는 불규칙하게 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초당 프레임 수(29.97 또는 59.94 fps)로 촬영하면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제한된다. 이럴 땐 고속카메라를 활용해 500fps이상으로 찍어야 비행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 P178

이러한 기본 장면을 촬영했다면 이제 특별한 샷을 촬영해 사냥의 역동성을 구현해야 한다. 카메라를 수면 가까이에 위치시켜 촬영하면 사냥하는 순간의 느낌이 달라진다. 게다가 자주 사냥하는 포인트에 고정 카메라를 거치해두면 바로 가까이서 물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장면이 확보되었다면 카메라를 물속이나 혹은 반수면에 설치해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을 한층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앵글과 위치로 야생동물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촬영에 앞서 이 모든 것을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또는 PD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PD는 한마디로 ‘선택하는 인간homoselectus‘이다. 그건 프로그램을 책임진 사람의 숙명이다. - P179

이것을 선택할 것인가? 저것을 선택할 것인가? 정해진 바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단, 반드시 준비된 선택이어야 한다. 결과는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자연 다큐 제작 과정도 우리의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한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한 후 방향을 결정하면 된다. 잘되든 못되든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선택권자의 몫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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