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 포레스터 - [할인행사]
구스 반 산트 감독, 숀 코너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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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역시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으로 교촌치킨 닭다리를 한 마리 허겁지겁 뜯어먹고 마누라와 노닥노닥 쑥덕속닥 뒹굴뒹굴 꿍꿍거리며 희희낙낙타가 다시 들눕어 한숨 되게 자빠져 자고는 늦게 일어나서 텔레비전 앞에 착 달라붙어 리모콘을 이리저리 요리조리 돌려가며 온갖 체널을 신중하게 요모조모 꼼꼼하게 감상하고는 별 재미난 것이 없어 다시 또 저녁 한그릇을 얼러뚱땅 라면에 밥 말아 처먹고 똥배가 불룩해져 어리멍청하게 앉아 있자니 아 이 일요일이 너무도 허망하게 지나가 버린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한 것이 영 기분이 울적꾸리하더란 말입니다.

그리하여 본인은 '에라이~ 디비디나 한편을 빌려보자' 요렇게 작심을 하고요....동네 비디오방에 갔더니 비디오는 산더미로 쌓여있고 디비디로 적잖이 포개져 있는데 아 어느것을 봐야할지 고르고 고르고 고르다가 도저히 못골라 포기하고 나올려는데 이 디비디가 눈에 들어오더란 말입니다. 파인딩 포레스터 반백의 숀코네리...언젠가 출발비디오 여행에서 본 기억이 나면서 갑자기 이 영화가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더만요..

아시다시피 구스 반 산트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아이다호'의 감독인데요....저는 가지가지 경로를 통해 이 영화(아이다호)가 상당히 주목할 만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일부 매니어들이 이 영화를 무슨 경전처럼 떠받들고 있다는 것도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습니다. 요절하는 바람에 오히려 신화의 문턱에 더 가까이 접근하여 문지방을 넘을려고 기웃기웃거리고 있는 리버피닉스를 흠모하는 무리들도 상당당당 있고 말입니다....중고비디오 쇼핑몰을 통해 거금 이만원을 들여 비디오 테잎을 구입한지가 일년 넘어 되었는데 아직까지 보지 않고 있습니다.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볼려고 말이죠... 사실은 귀찮아서 말이죠....

마약중독자, 동성연애자, 또라이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던 감독이 이제는 시선을 돌려....굿월헌팅에 이어 또 다시 '소외된 천재'라~. 어차피 천재들이란 당대에서는 이해되기 어려운 법이고, 그들의 그러한 소외나 고독, 질병 등은 천부적인 재능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입지요. 천재에는 그 댓가가 필요한 법...(그런데...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공부도 1등, 운동도 1등, 인기도 짱, 놀기도 잘하는 그런 동무들도 있더란 말입죠 하늘을 원망하고 부모를 한탄하기도 했습죠)

필연이다. 이런 이야기입죠. 당연한 이야기를 아니라고 우기니 이 영화가 자연 별 공감과 설득력을 얻어내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내 짐작컨대 애송이 천재 깜둥이 자말은 늙은 천재 자폐환자 포레스터가 도와주지 않아도 필경은 문학으로 일가를 이룰 것이고, 포레스터의 유작 황혼은 필시 그의 처녀작보다 는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등장인물들간에 갈등의 뼈대가 허약하고 또 결말이 눈에 보이니 자연 스토리가 밋밋 지리멸렬하여 별 재미없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것입니다....사실,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숀코네리는 늙을수록 더 멋있어지는 것 같더군요.... 흠 나도 멋있게 늙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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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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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 가끔가끔 이성복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에 나오는 시편들과 김종해 시인의 데뷔작이자 신춘문예 당선작인 [내란]이 문득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둘러보면 적막강산이요 내려보면 아득한 천길 벼랑이니 막막하고 답답하며 외롭고 고달프며 무기력하여 쓸쓸한 이 소설의 분위기가 이성복의 시들을 생각나게 했을 것이고, '종묘와 사직이 여기 있는데 과인이 어디로 가겠느냐' 하면서도 끝내는 서울을 버리고 도망치듯 몽진길에 오르며 터뜨린 임금의 울음과 부서져 불타버린 종묘를 생각하며 엎드려 흘린 임금의 눈물과 백척간두의 위태로운 사직을 창호지 잘라 쓴 한 장 교지속의 장려곡진한 문장으로 간신히 붙들고 있는 임금의 적막함이 아마도 김종해의 시 [내란]을 생각나게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나는 몇 구절을 여기 옮겨본다.

...목단이 시드는 가운데 지하의 잠, 한반도가/ 소심한 물살에 시달리다가 흘러들었다 벌목/ 당한 女子의 반복되는 임종, 病을 돌보던/ 청춘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 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했다.../ 이성복 [정든유곽에서]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편통의 다정함을.../ 이성복 [그날]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不姙의 살구나무는 시들어 갔다/...그러나 어떤/ 놀라움도 우리를 무기력과 불감증으로부터/ 불러내지 못했고 다만.../ 이성복 [1959년]

낙엽이나린다. 우산을들고/ 제왕은운다헤맨다.../...깊은밤인경은/ 시녀같이누각에서운다누각에서떠난다./ 아한장의풀잎인가미궁속에서/ 내전에세워둔내동상은흔들리고/ 나는거기가서꽂힌비수가되고/ 한밤동안석전을내리는물든가랑잎에/ 붉은용상은젖어/ 우산을들고제왕은운다헤맨다/ 김종해 [내란]

각설하고, 책을 읽다가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한 끼니앞에서 무효였다'(p197)는 대목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문득 무릎을 치며 탄식을 흘리고 말았다 아하!!. 과거에 매 끼니를 온갖 진수성찬 산해진미로 이어왔다하더라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입에 넣을 끼니가 없다면 과연 과거의 먹고 마셨던 그 모든 끼니가 오늘 닥친 이 끼니앞에서, 그 기아의 서글픔과 서러움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 항상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원인없는 결과가 없듯이 현재는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니 과거에 미리 준비했다면 어찌 오늘 끼니 걱정이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러나, 아무리 대비를 하고 준비를 했다고 한들, 결국은 한 끼니의 식사를 위해 지렁이처럼 꾸불꾸불한 무료급식소의 기다란 대기 행렬 끝으로 후줄근한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던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우리는 기이한 병이나 부당한 권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몰락한 행복 단란한 가정들을 TV 등에서 흔히 보아왔다). 이런 것을 일러 아마도 팔자라고 할것이며 또는 운명이라고도 할 것이다. 운명 앞에 진인사(盡人事)는 무력하다. 다만 그런 팔자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작가의 글이 모국어 산문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일부 평가에 나도 일부 동조하지만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말해보자면, 상기와 같은 폐부를 깊숙히 찌르는 문장들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중언부언 또한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되나 마나 마구 지껄이다 보면 좋은 말 한 두마디 나오기 마련이다...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감히 김훈의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는 이야기다). <칼의 노래>는 간결한 문장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단문들 중 어떤 것들은 의미내용이 애매모호하여 소설의 각 장이 마치 한편의 긴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이 작가에게나 소설에게 있어 공과득실 그 어디에 해당되는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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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기억 한길 헤르메스 4
신정옥 외 지음 / 한길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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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 대해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관광지와 아름다운 풍광이라는 병풍 뒤에 감추어진 베니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면 상승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홍수, 갯벌의 황폐화, 도시의 하수 문제, 인공적인 물결을 일으켜 운하의 흐름과 건축물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는 모터보터의 증가,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한 환경의 파괴 등등....이 멋진 도시가 머지않아 제2의 아틀란티스가 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도 해보았다

실제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인구는 6-7만명 정도라고 하지만 한 해에 천이백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베니스. 지중해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베네치아 공화국 천년 역사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우아하게 늙어가는 도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함께 간직한 도시, 천년 공화국을 점령한 나폴레옹이 도시 전체를 국보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도시. 그리 그리하여 왠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

프루스트, 발자크, 스탕달, 괴테 등 유명인사의 베네치아에 대한 단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1부 '미로의 유혹 광장의 사랑'은 별로 가슴을 울리는 감흥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술한 2부 '물빛의 황홀, 예술의 무대' 편은 그런대로 읽은 만하다. 베네치아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권한다. 토마스 만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비스콘티의 유명한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디비디도 원작소설도 나와있는 것이 없는가 보다. 검색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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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2disc)
조지 루카스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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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왕자와 공주, 영웅들의 이야기, 중세 기사들의 무용담, 살부와 연관된 프로이트의 심리학, 등등 갖은 비유와 상징으로 짭뽕이 된 이 스타워즈 이야기를 미국애들은 꽤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어느 문화평론가 왈, '200여년의 짧은 역사와 일천한 전통밖에 간직하지 못한 미국 국민들의 피해의식과, 그 반동으로 발생하는 신화와 전설로 시작되는, 유장 유구한 역사에의 선망 동경이 스타워즈에 대한 환호와 갈채로 나타나고 있다.뭐, 그런 해석을 내리고 있던걸로 기억되누만요.

본인이야 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뽐내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국애들 같은 그런 종류의 피해의식이나 동경 같은 것들이야 없겠지만, 반면에 우리의 역사라는 것이 잘 나갔을 때라고 해야 매번 들먹이는 요동을 경영하던 고구려시대 운운이 고작이니, 스타워즈의 그 방대한 우주적 스케일에 대한 선망과 그 현란 화려한 테크날러지, 그 막대한 자본에 대한 부러움이야 없다고 할 수 없겠지요

에피소드 1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가 되기를 열망하지만, 제다이 원로회의는 아나킨을 제다이에 입문시키는 것을 주저합니다. 면접과정에서 제다이 스승 요다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생각을 하고 있구나, 두렵지 않니? 두려움은 포스의 어두운 면이야.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분노는 증오를...증오는 고통을 낳는다. 너에겐 그 두려움이 많구나...' 통찰력을 가진 '요다'지만 아나킨의 미래를 확실히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귀엽고 총명한 소년은 훗날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추락하여 흑가면의 다스 베이다가 됩니다)

제다이 기사는 마치 중세의 기사처럼 정의의 편에 서서 약한 자를 도와 악에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사람의 제다이 기사는 한사람의 제자만 둘 수 있으며, 이들은 아주 고되고 특수한 수련을 통하여 신비한 초능력(염력같은)을 보유하게 됩니다. 제다이 마스터 '요다'는 7,8백세 가량의 고령으로 제다이 역사상 가장 탁월한 능력을 지닌 최고의 스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스라는 것은 정신력 혹은 기(氣) 같은 것으로, 이는 한 개인 내부에 잠재되어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전 우주의 운행에 관여하는 근원적인 힘인 동시에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해지며 요다가 말했듯이 제다이들은 '두려움'이 '포스의 어두운 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의 어두운 면을 통제하고 제어하여 흔들림과 동요가 없는 포스의 상태를 이룰 때 투쟁과 갈등의 세월은 평화와 번영의 역사로 대체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제다이들은 '포스의 균형'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본인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쩝.

어쨌든 이러한 '포스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제다이들의 꿈이자 이상이지요. 제다이의 오랜 전설은 이 이상을 이룰 한 인물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퀴곤 진은 아나킨을 그 전설상의 인물로 해석했지만 완전히 틀린 추측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나킨'과 퀸 '아미달라'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가 바로 '포스의 균형'을 이룰 전설상의 인물임이 나중에 밝혀지니까요

나부행성의 여왕 '아미달라'와 제다이 '아나킨'과의 비극적이자 운명적인 사랑의 결과로 인하여 결국 아나킨은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 추락 과정에서 우주연방회의(오늘날의 국회나 UN과 비슷한) 의장 - 미래의 제국 황제가 될 - 팔파틴의 역할 또한 주목할 만할 것이고,에피소드 4,5,6 에서 아미달라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사랑이 종내는 아미달라의 죽음으로 파국을 맞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섞인 전망을 해봅니다. 또, 에피소드 2에서의 중심테마가 아나킨과 아미달라의 비극적 사랑이라고 한다면 에피소드 3에서는 그로인한 아나킨의 절망, 전락, 변신의 가슴아픈 과정과 공화국의 멸망이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지 않을까 제멋대로 짐작해 봅니다. 아 빨리 보고싶으다 에피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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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기행문선
윤석달, 이남호 엮음 / 작가정신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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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일은 일요일이라 늘어지게 자빠져 주무시다가, 지난 밤 늦게까지 먹은 술로 머리가 또갈라지는 듯이 아프고 속이 또한 몹시도 쓰려 방구석에서 띠굴띠굴 구부르며 용을 쓰다가 간신히 꿈지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는데, 담배 하나를 꼬나 물고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간밤의 주연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한심한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토요일날 어스름이 지는 저넉에 후배 두 넘하고 조촐한 주연을 벌였던 것인디, 후배 한 넘이, 자기는 지난 주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고 거기다가 설상가상밥상으로 회사에서는 무슨 사고를 쳤는지 감사가 뜬다 어쩐다 하며 눈물을 찔찔 째리며 뭐 도대체가 되는 일이 없다고, 죽고 싶다고, 죽고 싶은데 어데 좋은 데 없냐고, 똥 매려운 강아지 마냥 낑낑꿍꿍거리길래...

그래, 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뒈질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방구석에서 조용히 죽어자빠지든지, 소리소문도 없이 어데 인적없는 산구석에 구덩이라도 하나 깊숙하니 파서 기어들어가든지 할것이지 좋은 데는 왜 찾냐?고 했더니, 이 후배 왈, 사람이 죽을 때 죽더라도 멋진 곳에서 폼나게 죽어야 할 것 아니냐, 인생의 대미를 우아하게 장식해야 할 것이 아니냐며 가당찮은 소리를 지끼고 있더란 말입니다. 다른 후배 한 넘은 그래도 동기 위로한답시로 태종대를 추천하며 자기가 여비정도는 마련해 줄 수도 있고 잘하면 따라가 줄 수도 있다고 무시기 큰 선심이나 쓰듯이 자비적선 베풀 듯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비맞은 중대가리 마냥 군시렁군시렁 거리더란 말입니다. 에라이 한심한 탱구리야, 차비 줄 돈 있으면 술이나 더 처먹겠다.

뒷간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느라고 말입니다. 담배를 한 대 다 태울때까지 똥떵거리를 한 덩거리도 뽑아내지를 못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설날 떡가래 뽑아내듯이 길고 굵은 한 덩어리를 밀어내어 볼려고 얼굴을 벌거니 해가지고 단전에 온 힘을 집중했더랬는데, 이런 니미럴!! 푸웅~ 뿡뿡뿡~~ 뿌웅~ 푸드덕~~ 웬 배달의 기수에 자주 등장하는 피아간의 총격전 소음 비슷한 소리가 터지더란 말입니다. 그 의문의 총성이 끝나고 주위가 돌연 적막해지는 순간. 아!!! 무시기 바보 도 터지듯이 문득, 불현듯, 죽고 산다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기쁘고 슬픈 모든 일상들이, 내가 이렇게 똥간에 주저앉아 용을 쓰며 쓸데없이 방귀만 뀌고 있는 이런 일들이 다 헛되고 또 허망하고, 쓸쓸하다는 고런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딩때 배운 정비석 산정무한 중 거덜난 나라의 가출 태자 관련 구절을 생각해내게 된 소이인데요.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하는 구절은 생각해 내었는데 그 앞뒤 구절이 도저히 도무지 기억되지 않더란 말입니다. 흐음.....호옹.... 한참을 생각하다가, 머리 나쁜 넘이 너무 과도하게 머리를 쓰다가는 머리털이 빠진다는 그런 경구를 문득 한심하게도 생각해내고는 아쉽지만 머리털을 보존키 위해 결국 포기를 하고, 떡가래 밀어내는 작업도 이제는 기운이 빠지고 다리에 쥐가 날려고 해서 그만 작파를 하고 말았던 것이 어제 정오를 전후하여 진행되었던 일인 것입니다.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니, 유구(悠久)한 영겁(永劫)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須臾)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角逐)하다가 한움큼 부토(腐土)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愁愁)롭다'

서가에서 이 책 <금강산기행문선>을 찾아 뒤적여보니, 옳거니!!!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더란 말입니다. 과연 명문이로고!! 어차피 인생이란 것은 나그네 길이고, 나그네는 길에서도쉬지 않는 법이려니, 그 마음이 어찌 암연히 수수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말입니다요. 언제쯤에나 호구에 발목잡히지 않고 출근 걱정에 아침 단잠 깨지않는 그런 태평세월을 구가하게 될 것인가. 생각하니 한심한 한숨이 절로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피시시~~ 허파에서 새어나오더만요. 로또만이 희망이자 또 절망인 까닭되겄습니다.금강산에나 한 번 다녀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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