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에서 리네아의 이야기 1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김석희 옮김 / 미래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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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들어 아동도서에 자꾸 눈길이 간다. 국내외를 떠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들도 적지않은 걸로 알고 있다. 본인이 어렸을 때는 특별히 아동도서라는 것이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이니 소년소년세계위인전집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당시에는 멋모르고 읽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지, 부활, 춘희, 제인에어, 좁은문 같은 쟁쟁한 고전들의 줄거리만 요약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류는 - 당시에는 계림문고가 유행이어서 본인도 친구와 경쟁적으로 사모았던 기억이 난다. - 조금 문제가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독서경력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원작을 읽는데 상당한 장애로 작용한 것 같다. 다이제스트판을 통해 줄거리를 대강대충 알고 있으므로 당연히 원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비외르크의 책은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여행>에 이어 두 번째다. 역시 아이들 책이라 쉽고 편하다. 아이들 보기에 글자가 조금 작은 것 같지만 색상이나 그림이나 책의 재질 등은 모두 마음에 든다. 리네아가 실재로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레나 안데르손의 한국 입양소녀라는 사실이 조금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있다. 리네아가 할아버지와 함께 인상파화가 끌로드 모네의 흔적을 찾아 파리의 모네기념관, 오랑제리 미술관 등을 둘러보는 이야기다. 모네의 가족사와 관련하여 모네가 친구의 부인과 결혼하게 된 데 대한 부연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이건 여담이지만, 시공사에서 나온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중 <모네, 순간에서 영원으로>를 보면 모네의 친구 부인의 아들인 장 피에르가 모네의 자식이라는 설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 그런 이야기는 없다. 아이들 책에 그런 내용은 불필요할 것이고, 이러한 애정관에 나는 아직도 조금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적 차이고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일독을 권할만 하다. 여행안내서로도 유익하고 모네 전기로서도 유효하다. 오랑제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커다란 수련그림은 꼭 한 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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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한 베니스 여행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잉가 카린 에릭슨 그림, 윤희기 옮김 / 미래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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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간다>류의 여행가이드에서부터 공화국 천년역사를 다룬 시오노나나미의 <바다의 도시이야기>까지 베니스에 관한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봤지만 이 책이 가장 쉽고 잘 읽힌다. 물론 재미도 있다. 이 책의 꼬마 주인공 벤델라의 최대 관심사는 산마르코 성당의 아치 위에 서있는 네 마리 청동말이다. 그 네 마리 청동말이 그렇게 유구한 역사와 깊은 사연을 간직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 청동 말이 있었다는 것 조차 금시초문이다.(바다의 도시이야기에서 단돌로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약탈 부분에서 읽은 듯도 하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발없는 말은 천리를 가고 움직이지 못하는 말은 아마도 만리를 넘어 갔을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베니스로 베니스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다시 베니스로....

벤델라는 어린 소녀라 관심이 당근 어른들과 다르다. 청동말이 그렇고, 사자가 그렇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구석부분에 그려져 있는 개나 고양이 등에 관심을 보인다. 오래전 베니스 상인 몇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마가(마가복음의 기술한 그 마가 말이다.)의 유해를 베니스로 몰래 밀수해온 이후로 성 마가(산 마르코 되겠다)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었다. 이 마가의 애완동물(?)이 사자라 베니스에서는 건물의 기둥이며, 처마밑이며, 문고리며, 벽이며, 곳곳에서 사자형상을 만나게 된다. '해리의 바' 벽에 그려진 금사자는 대홍수때 물에 침수된 지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해리의 바'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선행과 그에 따른 보은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떠나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아무 댓가없이 도와주고 또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잊을만할 때 찾아와 몇 배로 보상해준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흔하지만 들을 때마다 흐뭇한 마음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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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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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들어 본인의 도서목록을 보자면 거의 여행기로 채워져 있다. 함정임의 최근 산문집 두권 <인생의 사용>과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이희수교수의 <지중해문화기행>, <빛과 꿈의 도시 파리기행> 그리고 박한제교수의 중국역사기행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 등등...여행기를 자꾸 읽다가 보니 어떨 때는 내가 꼭 그곳에 가본것만 같은 그런 한심한 생각도 문득문득 들곤 한다. 함정임의 파리여행기인 <인생의 사용>을 읽다가 우연히 김화영교수의 이책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을 알게되어 알라딘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누구나 여행을 동경하여 어느 바람부는 날 홀연히 길 위로 나서기를 원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생들은 이런저런 사유로 포기하고 드문드문 책을 읽으며 다만 휴가때 3~4일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그야말로 잠시잠깐 떠나는 걸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중은 몇몇은 그 동경과 원망을 가슴속 깊은 곳에 갈무리한 채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어서, 어느날 갑자기 한 방 크게 터뜨려 주위를 화들짝 놀래킬 그런 통쾌한 날을 상상하며 혼자 몰래 회심의 미소를 질질 흘리는 바보천치같은 넘도 있을 것이요. 세계일주 그 영광의 날들을 위해 생고생 지랄을 하며 생똥을 싸며 꿍꿍거리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맛간 넘들도 필시 없지 않을 것이니, 대저 여행에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 혹은 마력이 있는 까닭이다.

온갖 사연과 유구한 역사와 슬픈 전설을 간직한 프랑스의 고성들에 대한 이야기.......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의 무대가 되는 리마을 방문기........개선문, 노트르람성당, 콩시에르지르로 대표되고 상징되는 파리 이야기......덤으로 인도, 아프리카 여행기도 붙어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수시로 콧구멍이 벌렁벌렁, 때때로 궁뎅이가 들썩들썩거려 일어섰다 앉았다 안절부절 못하지만 결국은 돈없고 시간없어 못떠나는 답답한 인생들에게 일말의 쓸쓸한 위로는 될 것이다. 헛된 꿈일망정 깨어지지 말 것이며, 책 속에도 길은 있느니 그 길로나마 한 번 떠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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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꿈의 도시 파리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3 세계인문기행 3
기무라 쇼우사브로 지음, 김수진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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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겨울에 4박5일로 빠리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이자 나의 첫 해외여행 되겠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보수국수내지는 열혈애국애족주의 뭐 그런 주의주장을 신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상으로 어느정도는 그쪽으로 경도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 본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문화수준이 서양에 못지않고 나아가서는 더 뛰어나다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어느정도 견지하고 있지만(우리문화가 서양에 못지않다는 점에서 말이다.), 빠리여행후 흰둥이 코쟁이들이 이룩한 서양 기독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우리문화가 서양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점 말이다). 서양문명을 예찬하는 사람들을 얼마간 문화적 허영에 들뜬 문화사대주의자내지는 탱탱골빈족으로 치부하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거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변화가운데 발전이 있는 것 아닌가? 꼴리는대로 해석해본다.

유홍준이 감포의 감은사 삼층석탑을 일러 '돌이 말을 한다'고, '아! 감은사 석탑이여!! 아! 감은사 석탑이여!!' 운운하며 '느낌표없이는 표현할 수 없다', '감탄사로만 한페이지를 채우겠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약간은 감동적인 톤으로, 조금은 격정적인 표정으로 주절거렸던 것을 기억한다.(지금 생각해도 그 부분은 약간의 오바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누구나 느낀대로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 나로서도 별 이의는 없다.) 사연없는 인생이 없듯이 돌이 속삭이는 건 감은사 석탑만이 아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과 밖을 장식하고 있는 그 수많은 조각상들, 그 이끼낀 돌조각들이 모두 수군수군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컴컴한 성당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은은하게 뿌려지는 색색의 광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오천년 역사와 정신이 감은사 석탑에, 불국사 석굴암에 모두 녹아 스며있는 것이 아닐진댄, 노트르담 대성당 그 고색창연하고 아름다운 석조물 앞에서 내가 위축될 필요도 없었고, 터져나오는 감탄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일러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만고 진리라는 것을 새삼재삼 느낀다.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것과의 사이에는 천지지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추녀 끝 풍경소리를 들으며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듯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기둥에 기대어 이름모를 코쟁이 석공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해질녘 몽마르뜨의 샤크레퀘르에서 내려다본 파리시가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으다. 아! 빠리여! 노트르담이여!! 어찌 감탄사와 느낌표가 빠질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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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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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교수는 이슬람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는 분야다. 기왕에 전문가가 될바에야 남이 잘 선택하지 않는 분야를 공략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슬람관련 책을 여러권 내었고, 내가 일전에 읽은 적이 있는 예담에서 나온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이란 책을 감수한 적이 있어 이름이 눈에 익다. 저자는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이슬람여행단을 이끌고.....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언덕위의 하얀 집, 고대의 유적이 즐비한 지중해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하는 듯 하다. 실로 부러운 일이다.

터기 이스탄불에서 - 이스탄불, 곧 콘스탄티노플은 베니스 다음으로 내가 가보고 싶은 도시다. 해 떨어질 무렵,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블루모스크의 전경이 찍힌 한 장의 사진에 나는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게 언제였는지, 그 사진이 어디에 실려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언제쯤 베니스나 이스탄불에 가 볼 수 있을란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어쩌면 꿈만 꾸다가 한 세상 마칠른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적잖게 위안이 된다. - 출발하여 그리스, 이탈리아, 남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지중해에 면한 여러나라들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득세하고 있는 유럽중심의 기독교 문명에 밀려 이슬람 문명의 중요성과 의의가 폄하되고, 쇠외되고, 왜곡되고, 등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문명이 중세 암흑기의 그 캄캄한 낭떠러지에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르네상스로 말 그대로 부활 비상하게 된 것도 바로 이슬람문명의 힘이었다. 정복과 침략이 아닌 문명간의 협력과 공존을 통해서만이 인류문명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행기를 읽게되면 자연 궁뎅이가 들썩 거린다. 몸은 사무실에 와있어도 마음은 정처없이 떠돈다. 휴유증이 며칠은 갈 것이다. 좋은 여행기일수록 위험한 책이다. 어느날 갑자기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모두 버리고 훌쩍 떠나게 될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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