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드롬 광장 거의 끝 부분에 있는 이집트 오벨리스크 바라보고 서면 왼쪽은 블루 모스크이고 오른쪽은 터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1524년에 지어진 건물로 오스만 제국의 최고 전성기인 슐레이만 대제 시절의 재상인 이브라힘 파샤의 저택이다. 군대 막사, 대사관, 감옥 등으로 사용되다가 1983년 박물관이 되었다. 아랍어 캘리그라피 작품, 카펫 컬렉션,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등 다양한 전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소생 이스탄불 여행 8월 8일 일정의 마지막 코스였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너무 지치고 힘이 빠져서 꼼꼼하게 둘러보지 못했다. 대충 설렁설렁 보고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왔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금속 공예품들은 정교하고 아름답고 화려했다. 아마 코란으로 보이는 책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어떤 것들은 크기가 엄청나게 컸다. 길이가 거의 1미터쯤 되는 것들도 있다. 책이 아니라 무슨 거대한 화첩같은 느낌이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이 생각나서 이슬람 세밀화를 찾아봤지만 대부분은 캘리그라피이고 세밀화는 한 두점 정도만 본 듯하다. 이슬람에서는 예언자나 선지자 등의 인물을 회화나 조각으로 형상화하지 않는다. 모스크에 회화나 조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캘리그라피가 발달한 이유다. 세밀화는 궁정 생활이나 세속적인 부분에서만 일부 이용된 듯 하다. 처음 볼 때는 무슨 빨래줄에 널린 빨래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듯한 야릇한 아랍문자들도 자꾸 보고 또 가만히 보니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슬람 캘리그라피의 아름다움에 눈이 떠지는 모양이다.
'이슬람 캘리그라피'는 이슬람 캘리그라피에 대한 단행본 도서로서는 아마도 국내에서 출판된 거의 유일한 책인 듯하다. 원서를 번역한 것이 아닌데도 저자가 외국생활을 많이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내용은 무슨 논문을 번역한 듯한 느낌이고, 말이 또 요상해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개인적인 소견은 실망스럽다.
우리는 그리스도교에 기초한 서양 문명의 지대하고 확고한 영향아래 있기 때문에 이슬람에 대하여는 참으로 무지하게 무식할 뿐만아니라 많은 부분 오해가 있기도 하다. 텔레반이나 알카에다, IS 같은 극단적인 사례만 자꾸 접하다보니 무슬림이라고 하면 검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집총한 테러분자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머리에는 뿔이 솟았고 엉덩이엔 꼬리가 달린 악마의 현현을 상상하기 십상이다. 중세에는 성경을 잘못 해석하여 미켈란젤로도 모세의 머리에 두 개의 뿔을 달아 놓기도 했다.(히브리어 성경의 라틴어 번역과정에서의 오류라고 한다. 코란은 번역을 허용하지 않아서 코란의 번역본은 없다. 다만 해설서가 있을뿐이다.) 당연하게도 무지는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갈등을 일으킨다. 우리가 이슬람을 좀 알아야 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그리스도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를 세계 4대 종교라고 한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개인 수양적인 성격이 강하고 힌두교는 잡다한 다신교에 내용이 또 엄청 복잡해서 일단 논외로 하면 역시 문제는 자신외의 어떤 다른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 유일신교다. 2010년 통계로 60억 인구 중에 기독교도는 19.9억명(33%), 이슬람교도는 10.7억명(18%) 정도라고 한다.(통계를 조사하는 기관과 그 조사 방법 등에 따라 숫치가 다 다르지만 대충 저 정도인 것 같다.) 기독교 인구 중에는 카톨릭이 10.5억명(18%), 개신교가 3.4억명(6%)이고, 이슬람의 경우는 수니파가 9억명(16%) 시아파는 1.5억명(3%) 정도다. 이슬람 수니파의 경우로 보면 전세계 개신교 인구의 3배 가까이나 된다.
한집 건너 커피집이요 두집 건너면 가요방과 술집, 세집 건너면 미장원과 교회다. 사랑과 용서, 봉사와 희생의 교회가 이리도 차고 넘치는 데 나라꼴은 좋게 말해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진흙 구덩이에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개꼴로 실로 개판 오분전이니 안타깝다. 그 원인이 당연히 기독교인들에게 있지 않듯이 중동 문제의 근원도 종교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수일 교수의 주장이다. 2차대전 후의 냉전 기류와 그에 호응하고 상응하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 석유자원의 국제화와 민족화의 갈등 등이 분쟁의 주범이라고 한다. 결론인즉슨 원인은 정치이지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리있는 이야기다. 터키는 이른바 세속주의를 지향하니 차치하더라도 이슬람을 이야기하면서 과연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어쨋든....
기독교가 사랑과 용서, 희생과 봉사를 강조하듯이 이슬람도 역시 순종과 평화, 관용과 자선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슬람을 가리켜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교 역시 ‘한 손에는 성경, 다른 손에는 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 그런 이야기가 없듯이 코란에도 그러한 기록은 없다. 성경과 코란은 서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코란에 등장하는 28명의 예언자중 21명은 성서에도 나온다. 코란에는 구약의 모세 5경, 아담과 이브, 노아의 방주, 다윗과 솔로몬, 예수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그대로 나온다.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했던 천사 가브리엘은 바로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낭송하라고 말했던 그 천사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모세의 하느님, 예수의 하느님, 무함마드의 하느님은 모두 같은 존재인 것이다.
성경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원래 메소포타미아의 우르 출신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하느님으로부터 고향과 동족을 버리고 미지의 땅으로 가서 새로운 민족을 세우라는 지령을 받는다. 아브라함이란 열국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70대 노인인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와 여종 하갈, 조카 롯 등을 데리고 가나안으로 간다. 본처인 사라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자 사라의 종인 하갈과 동침하여 아들을 얻는다. 이스마엘이다. 후에 본처에게서도 아들을 얻게되는데 이삭이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장자요 이삭은 아브라함의 적자다.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이스라엘)은 다시 12 아들을 낳으니 곧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된다. 그 중 유다지파에서 후일 다윗과 솔로몬이 나오고 더 먼 훗날에 드디어 예수가 출현하게 된다. 아브라함의 장자인 이스마엘이 바로 아랍민족의 조상이 된다.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는 종교적인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서로 다른 두 집안이 아니고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집안이다.
터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의 원래 주인이었던 이브라힘 재상과 술레이만 대제 그리고 황후 록셀란 호상간의 사랑과 야망, 음모와 배신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무함마드의 발자국인데, 토프카프 궁전 성물실에 가면 예언자의 수염과 망토,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 등이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참십자가니, 예수의 수의니 하는 것들이 있고 불가에서도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등등이 있다. 이러한 종교상의 성스러운 물건들은 그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든 가까든지간에 이미 오랜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되면
그 믿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그것을 진짜 성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수백년 아니 수천년 동안 수억명 아니 수십억명을 속인 희대의 사기극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종교란 진실이나 사실보다는 결국 믿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블루모스크 인근의 시장을 둘러보다 발견한 램프. 당연하게도 알라딘이 생각나서 한 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