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히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서 물고기의 온 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슈퍼를 갔다가 팩에 들어 있는 꽁치가 선연하게 알까지 내 비치며 빗금친  칼자욱과 신선하게 왕소금까지 뿌려 있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문득 오늘 저녁 찬으로 장바구니에 넣어왔다.  식구들이 저녁을 먹고 온다는 문자에 혼자 꽁치 한 마리를 구워 먹는데 가운데 굵은 등뼈는 송두리째 잘 발라졌지만, 나머지 살 속에 빡빡하게 박혀 있는 잔 가시들을 바르다 보니 문득, 이 詩가 떠올라 마음이 알싸하다. 그렇지 누구나 물고기뿐 아니라 자신의 살 속에 박혀 있는..저를 찌르는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오늘도 평안을 꿈꾸며 살 것이다.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죽음이라는 식탁 위에 버려질때 가시는 비로서 온 몸을 산산히 찢어 헤치고 선연히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집의 큐브수조에서 발랄하게 유영을 하며 나나잎에 앉아서 물 속의 잠을 자는.. 우리가 다가가면 꼬리를 팔랑이며  달려 오는 나의 어여쁜 물고기들에게도 이 詩를 전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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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뼈가 많고 살이 적은 말들이 서쪽을 달리고 

     그 개골(皆骨)의 풍광에 부는 바람이여 

     한참을 보아도 참 찬란하다 

 

                  -    양진건.<귀한 매혹>(344)에서 / 문학과 지성사- 내 생의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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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is problem, and solving the problem is living 

  "인생은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것이 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테레사 수녀의 아름다운 교훈을 남긴다. 

 

- 사람들은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래도 용서하라. 

- 네가 친절하면 어떤 이기적인 목적이 있다고 지적할 것이다. 

   그래도 친절하라. 

- 네가 성공하면 가짜 친구와 진지한 적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솔직하고 정직하라. 

- 수십 년 동안 건설한 것이 하룻밤에 파괴될 수 있다. 

  그래도 건설하라. 

- 네가 화평하고 행복하면 사람들이 질투할 것이다. 

  그래도 행복하라. 

- 네가 착한 일을 오늘 하면 사람들이 내일이면 잊을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수가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라. 

- 결론적으로 인생은 너와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너와 하나님과의 관계다. 

   

  인생을 즐겨라! 양호야.I LOVE YOU 

 

  PaPa. 한대수 

                                       -<뚜껑 열린 한대수>(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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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 경찰서에서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려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엔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엔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중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 송경동 詩集, <사소한 물음에 답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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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지도 

 

                                                     이병률 

                                            

                 1 

                 자주 지도를 들여다 본다  

                 모든 추억하는 길이 캄캄하고 묵직하다 

                 많은 델 다녔으므로, 많은 걸 본 셈이다 

                 지도를 펴 놓고 얼굴을 씻고, 

                 머리속을 휑궈낸다 

                 아는 사람도, 마주칠 사람도 없지만 

                 그 길에 화산재처럼 내려쌓인다 

                 토실토실한 산맥을 넘으며, 

                 온몸이 젖게 강을 첨벙이다 

                 고요한 숲길에 천막을 친다 

                 지도 위에 맨발을 올려놓고 나서도 

                 차마 지도를 접지 못해 마음에 베껴두고 잔다 

                 여러 번 짐을 쌌으므로 여러 번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여러 번 등을 돌렸으므로 많은 걸 버린 셈이다 

                 그 죄로 손금 위에 얼굴을 묻고 

                 여러 번 운 적이 있다 

 

                 2 

                 깊은 밤, 나는 

                 그가 물을 틀어놓고 

                 우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울음소리는 물에 섞이지 않겠지만 

                 그가 떠내려 보낸 울음은 

                 돌이 되어 잘 살거라 믿었다 

 

 

 

 

 

                                        -이병률, <당신은 어디론가 가려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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