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닥터
조경남 지음 / 푸른행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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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치료할 때도 가장 흔하면서 필수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음식, 산소, 물, 햇빛 등은 흔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음식을 잘못 섭취하는 것, 얕은 호홉으로 인해 산소가 부족해진 것, 신선한 물을 마시지  않고 가공한 물을 마시는 것, 햇빛을 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39-)


'들깨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은 없다.기를 내려주고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하며, 폐를 윤택하게 하고 중초를 보하며 정수를 채워준다. '(-86-)


장은 몸의 뿌리에 해당하며,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적합한 음식의 섭취와 올바른 식사법을 강조하는 것도 장과 몸의 건강을 위해서이다.(-145-)


'물은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하며 사람들이 흔히 홀시하는데 그것은 물이 하늘에서 생겼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무이다.사람은 물과 음식에 의해서 영양된다. 그러니 물이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살찐 사람도 있고 여읜 사람도 있으며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오래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흔히 수토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189-)


이러한 손상과 상처를 복구하고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인체의 '도로보수'는 밤에 이루어진다.이것이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이유이다. 몸 안에 있는 생체시계는 밤이 되었을 때 몸을 치유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잔다면 몸의 치유 활동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280-)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서 수명이 길어졌고,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수명 연장이 현실이 되었건만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건강한 몸,건강한 삶, 건강한 정신을 서로 엮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으며, 이 책은 자연 치료법에 따라서 인간의 건강의 근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항상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을 가까이 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바뀌면서, 양생과 해독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건강과 연결된 보편적인 조건들에 대해서 가치를 두지 않음으로서, 건강한 몸과 무관한 행위에 관심가지게 된다. 이런 모습은 내 몸을 해치는 원인이 되며, 병이 내 앞에 놓여질 때야 , 자신의 몸을 살피게 된다.


물과 흙, 공기,산소,햇빛, 이 다섯가지 요소는 어디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홀하게 된다. 공기와 금이 내 앞에 놓여질 때 대부분 공기가 아닌 금을 선택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내 몸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순간 나의 소중한 것들을 찾게 되고, 내가 머물러 있는 곳에서 벗어나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식단을 찾아 나서게 되고, 내 몸을 스스로 신경쓰게 된다. 물과 공기는 내 몸의 양생을 돌봐주며, 음식과 햇빛은 내 몸의 해독작용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건강의 원칙과 원리조차 놓치고 살아가며, 내 몸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이라 해서 다 똑같은 물이 아니다. 건강한 물을 선택하고 가까이 해야 내 몸은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공기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좁은 땅덩어리에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면서, 공기는 탁해졌고, 사람은 과거만큼 건강해지지 못한 현실이다. 저자는 바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 몸에 맞는 음식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자연에서 나는 콩과 들깨, 양생과 관련한 식단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찾는 뷔페는 우리 몸의 소화기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단촐한 반찬과 정제되지 않은 밥을 즐겨 먹으면서, 제때 잠을 푹 자는 습관을 가져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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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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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어야 가능해진다. 서구의 근대 부르주아 출현 이후에 생긴 가장 큰 주거상의 변화는 '남자의 방'의 출현이다. 취향과 관심이 공간으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내 실존은 '공간'으로 확인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에게도 남자들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 (-11-)


'좋은 것'을 추상적으로 정의하고, 각론의 부재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나쁜 것','불편한 것'을 제거하자는 생각은 독일의 오래된 실용주의 전통이다. 1920년대 '바우하우스'에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FFF' 디자인 원칙이 강조되었다. 삶을 불편하게 하는 불필요한 장식을 죄다 제거하자는 이야기다. (-114-)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날 것의 '감정 폭력'이 흥미로운 것이다. 전혀 낯선 형태의 '감정 혁명'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규칙 없는 감정 과잉과 감정 폭력이 지속되면 어떤 형태로든 '감정의 문명화 과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감정의 근대적 자기 강제가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되었담녀, 가상공간과 현ㅇ실공간이 융합되는 21세기의 '감정혁명'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다.(-161-)


물론 '자유'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종류의 '자유'인가? 우선, 마음껏 '불 피울 수 있는 자유'다. '불피우기'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의미'는 '불피우기'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종교적 리츄얼에 '불 피우기'가 빠지지 않는 거다. 한국 사내들의 느닷없는 캠핑 열풍도 이 '불 피우기'때무이다.'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다. 삶의 의미가 찾아지지 않으니 자꾸 이상한 '불장난'만 하는 거다.(-210-)


한번 비관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것을 꼬아 생각하는 내 오래된 습관이 되살아났다. 인생 사는 데 비관주의가 아무 도움 안 된다는 것은 수년 전 교수를 그만 둘 때 이미 알았다. 사태의 비관적 전망을 예고하는 것은 '지식인'의 의무다. 이런 비관주의는 '지적 우월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나름 지식인'을 아침에 만나면 하루 종일 뭔가 불편한 거다. (-235-)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지극히 독일적인 특색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적이면서, 한국적인 면을 동시에 추구한다.그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항상 일탈을 꿈꾸고 있다. 자칭 한국 남자로서 역마살이 끼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권위나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내려놓고 싶은 그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그는 권위를 내려놓고 싶지 않으면서, 또다른 권위에 대해서 도전하고 까발리고 있다. 지식인으로서 김정운 교수는 교수로서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책무를 내려놓고 여수 밤바다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된다. 그는 자유를 추구하면서 후회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서,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의 기착지로 삼아 나가게 되었으며, 그것이 스스로 비관주의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또다른 숨구멍의 민낯이었다. 그의 이러한 아웃사이더 식의 행위나 전위적인 모습들은 일반적인 한국인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개성의 실체이며, 그는 교수로서 권위를 내려놓고 싶지 않으면서, 자유를 얻고 싶은 독특한 양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편 모순 덩어리다. 남자로서 자신의 열등감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갔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문제는 그는 자신을 너무 잘 안다는데 있다. 여느 남자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마주하지 못하고, 이리 뒹굴,저리 뒹굴 거리면서 진흙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반해,그의 치열한 사회에 대한 탐구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있는 분노의 감정의 원인은 어디서 기인하게 되었는지 찾아나가고 있으며, 스스로 '미역 창고'에 갖처 지식인으로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그가 언급하고 있는 사회 심리학은 한국사회의 문제들의 근원과 본질들을 진단하고 있으며, 스스로 풀지 못하는 숙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섬과 바다라는 틀안에 자신을 가두면서, 뭍으로 들어갈려 하는 김정운 교수의 모순된 행위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향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심리의 실체들을 마주하게 된다.또한 김정운 교수는 스스로를 가둠으로서 극한의 창조적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 사회와 자신을 네트워크화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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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잡는 공기정화식물 55가지 - 초미세먼지 시대! 공기정화식물이 사람을 살린다!
B. C. 월버튼 지음, 김광진 옮김 / 중앙생활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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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식물은 대체로 우리가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온도를 바꿔주거나 휴면기 동안에는 서늘한 곳에 두는 등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실물들도 있다.(-63-)


보스턴고사리는 실내에서 기를 경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건조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주 분무해주고 물을 충분히 주어야 잎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06-)


아라우카리아는 기르기 쉬운 편이다. 그러나 바늘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시들어서 축 처지면 실내가 너무 덥거나, 겨울에 물을 너무 많이 준 것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관리 환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69-)


덴드로비움은 환경적 조건이 충족되면 아름답고 이국적인 꽃을 피운다. 꽃이 오래 피어 있기 때문에 꽃을 피우기 위해 들였던 공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식물이다. 덴드로비움속의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은 개별 종에 따라 다르기에 구입할 때 잘 고려해야 한다. (-190-)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는 큰 변곡점을 맞이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홧학제품을 멀리하고,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게 된다. 대기업의 횡포가 현실이 되었고, 국가가 그들에게 단죄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문제들을 온전히 국민이 저야 한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 것이다. 부모가 내 아이를 키우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편리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중에 파는 공산품들을 멀리하고 자연과 가까운, 인간에게 무해한 식물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아이가 식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움, 더 나아가 식물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에서 쓰여진 책이다. 55가지 식물들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들도 있고, 이국적인 열대 식물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식물을 어떻게 키우고,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건 각각의 식물이 원산지가 어디인지 이해하고, 거기에 환경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 식물을 키울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미생물을 생각해야 한다. 식물은 인간의 건강을 최적화하고, 인류가 우주로 여행을 할 때 절대적으로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그래서 식물을 터전으로 삼는 또다른 생물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건 미생물이 식물의 성장을 돕는 공생관게이며, 집안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화학적인 문제들이 야기하는 건강과 환경들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식물들은 성장하는 방식에 따라서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사무실에 인테리어가 될 수 있고, 교육적인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식물의 생테를 보면서, 식물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염두를 두는 것이다. 또한 식물은 우리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고, 식물은 어디서 잘 성장하고,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과 장소를 정확하게 선택해야 식물이 죽지 않고 우리 몸을 건강해지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식물은 거대한 물을 품고 있으며, 그 특징에 맞게 최적의 성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식물은 지금 대한민국에 당면한 미세먼지 척결에 효과적이며, 집안 곳곳에 내 집에 맞는 식물을 배치하고 관리한다면, 건강한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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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 단색화에 담긴 삶과 예술
케이트 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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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저항인 것 같다. 우리는 작품에서 어떤 의상을 걸치고 나왔냐에 관심을 갖는게 아니라 작가가 어떤 모냥으로 살고 있는가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타나는 결과보다는 그런 결과를 초래케 한 도정을 살피는 것이다.(-52-)


나는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보다 적극적인 전달을 조형상에 기도하고 있다. 죽음과 생존, 이 극한과 극한의 대치, 이 양극 사이의 긴장 상태, 이것이 내 조형행위의 저변이다. (-149-)


박서보가 언급하는 '꿈'이란 '원형질'을 넘어서는 어떤 다른 새로운 작업을 의미하는 것일까.전쟁터의 사생의 간극에서 그 무섭고 긴장된 순간에도 찰나의 꿈을 꾸는 것이 인간의 예술 생리라고 박서보는 설명한다.(-149-)


나는 70년대에 들어서면서 탈 이미지,탈논리, 탈표현 등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던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하고 자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입니다. 이제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수신의 결정체일 수도 있습니다.(-244-)


단색화론을 쓴다는 것은 결국 한국 현대미술사를 쓰는 작업이지, 서구미술사를 인용하고 서구 미술론을 한국 미술에 단순 접목시키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얼마나 많은 단색화 평론이 미니멀리즘과 서구 모노크롬을 들먹이며 결론도 핵심도 없는 혼란된 무시각적 비교를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50-)


나는 박서보라는 화가를 잘 모른다. 미술에 문외한이었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지 않다. 관심이 없다 보니 알지 못했던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펼쳐 보면 예천 출신 박서보의 이름 '박서보' 은 화가로서, 예술가로서 자신의 의지의 표상이며,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또다른 이름이다. 그의 봄명 박재홍과 '박서보'는 별개이면서, 융합되었다. 1931년에 태어나 전쟁을 몸으로 겪은 세대로서 저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통감하게 된다. 홍익대학교입학 후 바로 전쟁이 터지면서, 예술가로서의 일을 멈추게 되었다. 전쟁은 저자의 예솔혼의 근원이면서,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술로서 저항을 그렸고, 예술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가 예술 속에 채워진 단색화는 긴장의 연속 안에서 미술적인 감각과 팽팽함을 투영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종의 행위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1960년대 초반 대한민국 사회에 5.16 이 일어난 해에 제 2회 파리 국제 비엔날레에 참가할 당시만 하여도 한국은 동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였으며, 한국미술의 가치는 검증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박서보는 그것을 예술적 표현의 산실로 바꿔 나가게 되었다. '한국식 앙포르멜'을 예술적 가치 속에 녹여내었고, 서구사회가 추구하였던 미술적 사조를 한국식으로 바꿔 놓았다. 미술 평론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깎아 내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박서보는 한지와 단색을 절묘하게 섞어서 미술과 조형을 교차시켜 놓았다. 그의 예술혼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1950년대 혼란스러웠던 그 시대의 예술과, 박정희 유신 독재때 박서보가 구현했던 예술은 분명 차이가 난다. 그는 그것을 허용하였고, 미술 평론가들은 점차 박서보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단색화와 동양적 가치를 묶으면서, 서양이 추구하는 미술 사조가 아닌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미술 사조를 구현했으며, 그의 예술은 86아시안 게임, 88서울 올림픽, 두번의 올림픽에서 검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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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한준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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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우는 그 큰 낫을 들고는 서슴치 않고 성큼성큼 시체가 놓인 자리로 걸어갔다. 기색도 없이 낫을 들어 올렸다. 두 세 번 정도 낫으로 목을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근느 낫을 내리칠 때마다"악!" 하며 괴성을 질렀다.이윽고 시체의 목을 다 자른 그는 "으윽"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일어섰는데,그러고 나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 동안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목이 잘린 시체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은 이의 것이었다. (-46-)


정신없이 싸우다가 잠시 전투가 멈추었을 때는 혹시 다친 데 없나 하고 내 몸을 여기저기 훑어보았다. 다행히 부상당한 부위는 없었지만 온몸에 시체의 피와 살점이 더덕 더덕 붙어 있었다. 포탄이 폭발하는 동시에 시체 덩어리가 날아와 내 몸에 달라붙는 걸 알아차린 적도 여러 번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전우들도 모두 나와 마찬가지였다. (-129-)


교통호로 가는 길에는 전사자들의 시체가 끝도 없이 펼쳐저 있었다. 교통호애도 시체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그 바깥으로도 이곳저곳 나뒹구는 시체가 부지기수였다. 대부분 몸이 온전히 붙어 있지 않고, 살덩어리가 조각조각잘려 있었다. 눈만 돌리면 머리, 팔과 다리,창자 같은 것들이 나무에 걸려 있거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151-)


전쟁은 끝났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전장에서 너무 많은 포탄, 총탄 소리를 들은 탓에 이명 현상이 끊이질 않았고, 동상에 걸려 거의 썩다시피 했던 양 발가락에서는 발톱이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고 그 자리에 꼭 썩은 곰팡이 같은 무늬가 생겨났다. (-192-)


저자 한준식님은 6.25 전쟁을 겪은 세대이다. 실제 전쟁에 참가하여 우리가 현재 언급하는 북한군, 즉 인민군과 대치하게 된다.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에서 인민군 토벌에 나서게 된다. 내가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스로 전장을 누비면서, 죽음과 지옥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전쟁의 현실적인 부분들이 이 책에 리얼하게 그려져 있는 이유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전쟁도 동시에 말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전쟁은 나가 남을 죽이는 행위이며 ,그 실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결코 전쟁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더., 그건 저자가 바라보는 전쟁은 끔찍한 상흔이며 휴유증이기 때문이다.


피가 온몸에 떡이 졌으며, 내 눈앞에 시신이 뒹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아군과 적국은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총과 수류탄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살상무기들은 언제나 남의 목숨을 노릴 준비가 되었다. 농사를 짓는 낫을 들고 , 인민군을 죽여야 했던 그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스무살 전후 군대에 강제 징집되어서 맹호부대 11중대에 소속된 그 순간은 끔직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살기 위해서 식량을 감추었고, 살기 위해서 두꺼운 옷을 입었다. 그렇지만 전쟁은 전쟁이다. 아무리 내 몸을 보호해도 인간의 몸은 나약했다. 피가 온 천지에 보였으며, 시신은 여기저기 나뒹굴면서, 자신의 몸에 그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죽음과 만나게 되면, 내가 살아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 그 나머지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행위의 연속이었다. 물을 찾기 위한 몸부림, 하지만 물이 있어야 할 곳에 핏물이 있었다. 마실 수 없었고, 그로인하여 허망함과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흙에 묻었어도, 그보다 더 더러운 것이 묻었다 하더라도 살아야 하기에 털어내고 먹었다. 생존은 국군이나 인민군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포로로 잡힌 인민군에게 먹거리를 나누는 모습은 삶에 대한 회한이면서 연민이다. 살아야 한다는 것이 주는 공통된 목적들이 서로를 챙겨주는 이유였다. 또한 이 책은 전쟁은 결코 한반도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아 놓았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요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역사 속의 전쟁이 아닌 리얼한 날 것 그대로의 전쟁의 현주소가 오롯하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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