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에 써먹는 선택의 기술 - 주식투자부터 소개팅까지 행동경제학 활용법
크리스토퍼 시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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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택부터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에게 ‘애정남’ 같은 책 !

 

   "이 책의 목적은 이렇게 당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장애물을 걷어내 대다수 ‘정상적인 사람’들이 범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오류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런 오류들을 피하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묘책을 제시함으로써 당신을 조금 ‘덜 정상적’이고 조금 더 이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똑똑한 소수’가 되어야 한다. 대다수 ‘정상인’들보다 조금 ‘덜 정상적’이어야 그들보다 앞서고, 먼저 성공을 쟁취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시의 <결정적 순간에 써 먹는 선택의 기술>(북돋움)은 행동경제학 그 중에서도 선택행동학을 이야기한 책이다. 선택행동학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 학문이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이 선택행동학의 창시자로는 지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를 들 수 있다. 이후 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시카고 대학 경영학 교수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그리고 저자인 크리스토퍼 시가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행동경제학의 사례집이라 할 수 있다. 제목처럼 다양한 선택의 상황(실험)을 설정하고 이 실험에 참가했던 대다수의 선택과 독자인 나의 선택을 살펴보고, 그 선택에 숨은 진실을 살피고 있다. 그러므로 행동경제학이라 해서 ‘어려운 이론서일 것이다‘라고 지레 판단하지 말기 바란다. 이 책은 이론적 설명보다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몸으로 직접 느끼도록 도와준다.

   이를테면 여러분 중에 큰맘 먹고 선물을 했는데 아내가 왜 별로 좋아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지 그 원인을 모르겠다던지, 주식시장에 투자만 하면 늘 손해만 본다면 그 이유를 이 책이 명쾌하게 밝혀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온갖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곤 한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잘 밝혀내고 있다.  


   이쯤에서 우선 질문을 하나 해 보자. 믿을만한 친구 한 사람이 당신에게 조만간 A사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1000만원을 주고 A사 주식 1만 주를 주당 1,000원에 매입했다.

   한 달이 지난 오늘 당신은 시간이 나서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A사 주식이 이미 주당 500원으로 반토막난 것을 알게 되었다. 500만 원이나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나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며 버텨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우스 포인트를 ‘매도’ 버튼 위로 올려놓기까지는 했으나 도저히 누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선택해보자. 팔겠는가? 팔지 않겠는가?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 응답자가 ‘팔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당신도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당신이 A사 주식을 보유할지 매도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다시 돌아오니 어린 조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살펴보니 조카가 그 사이 실수로 마우스를 눌러 버린 것이다. A사 주식은 이미 당신 손에서 이미 떠나 버린 것이다. 이때 당신은 A사 주식을 다시 사들여 계속 보유하겠는가?

   아니면 이 500만 원을 다른 주식에 투자하겠는가? 재미있게도 대다수 사람들도 당신과 같이 ‘기왕 벌어진 일, 다시 사지 않는다’고 답했다(당신이 정상인이라면 ‘사지 않겠다’고 답했을 것이다) 


   이제 질문 두 가지를 같이 놓고 생각해 보겠다. 사실 이 두 질문은 똑같은 내용, 즉 두 가지 질문은 모두 A사 주식 가격이 주당 500원이라는 상황에서 이것을 계속 보유할 것인가 즉시 매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면 그것은 이 주식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카가 실수로 주식을 매도해 버린 일은 이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조카가 실수로 매도해 버린 주식을 다시 사들여야 옳다. 그런데, 조카가 매도해 버린 주식을 ‘다시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당신이 이 주식의 전망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첫 번째 질문에서 주식을 ‘판다’고 대답했어야 옳다. 이런 선택과 행동은 확실히 모순이 됩니다. 어째서 ‘팔지 않겠다’고 말하고선, 실수로 팔고 난 후에 ‘다시 사지 않겠다’고 말했을까?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자는 이런 모순적인 행동은 주식시장에서 아주 매우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니 당신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인간의 이런 행동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 그 이면에 숨겨진 법칙을 보여준 행동경제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금 또 앞으로 내릴 수많은 결정, 즉 투자라든가 결혼할 이성을 선택하거나, 하는 중요한 문제를 놓고도 여전히 우리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이 책 <결정적 순간에 써 먹는 선택의 기술>은 이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말한다.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요소들에 완전히 지배당하거나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잃고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며 그저 한숨만 내쉬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는 요즘에 중에서 선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데, 저자는 선물을 사는 데 있어서도 행동경제학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를 비롯해 의외로 남자들은 선물 사는 것을 정말 어려워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돈은 돈대로 쓰고, 욕먹어서 낭비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물사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예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선물을 하는 편인데, 이 역시 너무 성의 없는 것 같아서 선물을 주면서도 내 기분이 찜찜하곤 했다. 

   그에 대해 저자는 “선물과 인센티브는 기술이다.” 라고 말하며 어떤 선물을 고를까에 앞서 독자들이 우선 선물과 인센티브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선물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방에게 최고의 효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는 나를 이롭게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이를 계기로 상대방이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것이란 뜻이다. 이렇게 관점을 달리 보면 상대에게 인상적인 선물하기는 엄청 쉬워진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선물과 인센티브에 대한 아홉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이다. 선물을 할 때에는 비싼 상품군에서 싼 것을 고르는 것보다 비싸지 않은 상품군에서 최상품을 고르는 것이 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중저가 버버리 코트를 사줄 바에는 같은 가격으로 최고급 목도리를 선물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다음은 “필요한 것보다 사고 싶어 하는 것을 선물하라”이다. 선물을 하거나 직원을 독려해야 할 때는 상대방이 너무 사고 싶지만 돈이 아까워 사지 못하거나 그 외에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살 수 없는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현금 30만원을 선물할까 30만원 상당의 W호텔 식사권을 선물할까를 놓고 고민한다면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금 30만원은 지갑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어디에다 썼는지 그 행방이 묘연해지지만, 만약 한 번도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해본 적 없는 직원이라면 평생의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 사장에게 매우 고마워 할 거란 뜻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상대방이 A와 B 사이에서 선물을 선택하게 하지 말라.“ 고 말한다. 선택하지 않은 하나가 아까워 정작 내가 받은 선물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게 주느니 안 주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혹시 ”여행이나 콘서트 등을 간다면 나중에 말하는 것보다 미리 말하는 것이 낫“고, 만약 두 가지 선물을 줘야 한다면 여러 번 나눠서 주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했다. 곱씹을수록 일리가 있고, 말이 된다...싶었다. 확실히 행동경제학은 우리 생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투자에 관련된 사례들은 없을까? 우선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그대로 옮긴 콘서트가 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런데 당신은 이 콘서트의 VIP 석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그런데 그 날 혹한과 폭설로 대중교통이 마비가 되었다. 하지만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집에서 콘서트가 상연되는 공연장까지 한 시간 가까이 혹한을 무릅쓰고 걸어가야 하는데요, 당신은 이 공연을 보러 가겠는가? 만약, 그 티켓을 당신이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20만원을 주고 산 티켓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틀림없이 각각 다른 대답을 했을 것이다. 필경 돈을 주고 샀다고 하니 티켓을 그냥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간다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어짜피 돈은 벌써 지불했는데 말이죠. 왜 이런것일까?

   저자인 크리스토퍼 시는 그 이유를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심리회계장부’가 있는데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선물 받은 티켓은 ‘의외의 수입’이므로 안가도 별로 아까울 것이 없지만, 자기 돈으로 힘들게 줄을 서서 산 티켓이라면 내가 들인 돈이 있기 때문에 기필코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매몰비용 오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이 일이 자신에게 유익한 점이 있는지 뿐 아니라 어떤 노력이나 비용을 들였는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 지불해 회수할 수 없는 시간, 돈, 노력 등의 지출을 ‘매몰비용’이라고 하는데, 이 매몰비용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현재 시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폭설이 오는 날의 콘서트의 경우, 이미 들어간 비용은 따지지 말고, 이것을 보러 가기 위해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혹한의 날씨를 감수해야 하는 노력)을 콘서트를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과거는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둬야 자연스럽다. 콘서트를 보든 안 보든 이미 써 버린 돈.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려면 현재로부터 드는 비용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싱글 남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지금껏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이 아까워 애인과 헤어질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역시 매몰비용 문제가 포함된 것이고, 전 서울 시장이 진행시킨 공사를 계속 추진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매몰비용 오류로 인한 논쟁이었다. 이렇듯 ‘기왕 시작했으니 끝까지~“를 외치는 것은 모두 매몰비용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매몰비용을 만회하려다 큰 손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가 있는데, 바로 모토로라의 위성휴대폰 ‘이리듐 프로젝트’이다. 모토로라는 이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후에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사업 책임자는 문제점이 드러난 후에도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나 비통한 심정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프로젝트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토로라는 치명적인 인적 물적 손해를 입고 말았다. 저자는 대다수의 일반인(여기서는 ‘비합리적인’ 일반인이 되겠지만) 열에 아홉은 매몰비용에 연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덜 정상적이고 조금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앞으로 필요한 직접적인 비용과 수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이미 지출한 비용은 잊어야 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하는 흔한 말 중에 ‘어디 사람 마음이 그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뭐 그런 뜻인데, 이렇게 대다수 사람들의 선택을 따르다 보니 우리는 늘 손해를 보는 거싱다. 생각해 보니 주식투자에 있어서 ‘손절매’ 문제도 이 매몰비용과 큰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부상으로 손실이 난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려는 경향이 많다. 즉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썩은 고기’를 잘라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손해’보기 싫어하는 심리회계장부 만의 영향이 아니라, 매몰비용의 오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주당 1,000원짜리 주식 한 사람은 400원일 때 매입했고, 다른 한 사람은 1,300원일 때 매입했다면 두 사람 중 누가 더 이 주식을 팔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400원에 매입한 사람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가격이 매입가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팔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이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와 지금 이 주식을 팔 것인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겨야 한다. 이 주식을 팔든 안 팔든 주식을 살 때 지출한 액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시점에서 주식을 매도할 것인가, 그대로 보유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그 주식의 동향, 위험부담을 감수할 의향, 그 외 투자결정에 필요한 주식 정보 그리고 자신의 자금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깃덩어리가 줄어든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부위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고기라면 잘라낼 필요가 없지만 썩은 고기는 한시라도 빨리 잘라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다수의 정상인들은 생각하지 말아야 할 매입가를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로 여긴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제학 책을 만났다. 다양한 사례에서 답하다 보면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과 대화하는 착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다. 무릎을 치고 즐기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 장을 만날 것이다. 

이 방송은 11월 22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4분부터 이 책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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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숨어 버린 내 안의 열정과 창의성을 찾아가는 혁신 이야기
송인혁 지음 / 아이앤유(inu)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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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창의력은 '우리 사이Between us' 에서 나온다!

 

   “왜 열정과 패기로 넘치던 신입사원들이 입사 뒤 한 달만 지나면 동태눈처럼 눈빛이 흐리멍텅해지고 의욕을 잃는 걸까?” 책 속 이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수많은 경제경영서를 뒤졌지만 아직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화두, 정말 찾고 싶었던 답이다.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아이엔유)의 저자 송인혁은 한 가지 실험에서 그 해답의 힌트를 얻었다. 실험 제목은 책 제목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 실험‘ 이다.

학습된 무기력을 증명한 ‘화난 원숭이’실험 

   실험자는 우리 내에 바나나를 메달아 놓고 원숭이들이 따먹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찬물을 끼얹어 원숭이들이 시도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런 다음 신참 원숭이를 한 마리씩 교체한다. 우리 안의 고참 원숭이들이 나서서 신참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따먹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바나나를 발견하고 따먹으려고 올라가려 하는데, 이 때 다른 원숭이들이 완강하게 신입 원숭이를 말린다. 

   왜냐하면 신입 원숭이 때문에 바나나를 따 먹으려하면 먹기는커녕 다른 원숭이들까지 찬물세례를 받기 때문. 주변 원숭이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올라가지 마라. 찬물 나온다. 못 먹는다.'는 의미로 화를 내며 저지한다. 결국 우리안의 모든 원숭이들이 교체되고 찬물을 맞아본 적이 없음에도 아무도 바나나를 따먹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 실험이 그 유명한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의 논문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의 실험’ 이다. 이 실험은 조직의 만성화된 부정적 태도,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으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조직들의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화난 원숭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기계의 부속물처럼 창의성과 열정과는 거리가 먼 의미 없는 답답한 일상만 반복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창의성과 열정의 강력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해 준다. 지난 해 베스트셀러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를 통해 소셜테크놀로지의 변화와 대중의 변화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는 저자 송인혁은 이 책을 통해 개인에게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극복하는 방법이 '내적 동기에 의한 연결'임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단순히 조직 내 임직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임직원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조직의 시스템에 의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방법들은 종종 임직원들을 더욱 무기력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내적 동기와 열정은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그 취지는 좋지만 자칫 동료끼리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고 협력을 저해해 협력이 아닌 경쟁의 틀에 스스로 생각을 가두어 버린다. 

학습된 무기력의 해결책, 이모imo 원숭이  

저자는 그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또 다른 원숭이 '이모imo의 이야기'에서 찾았다. 1952년 일본 미야자키 현의 고지마라는 섬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고구마와 밀을 제공했다. 원숭이들은 과학자들이 준 고구마에 묻어 있는 모래를 손으로 털어 먹었다. 반면 밀은 모래를 골라내기 어려워 쉽게 먹지 못했다. 어느 날 18 개월된 원숭이 이모imo는 처음으로 시냇가에 흐르는 물에 고구마를 씻어먹었다. 

그러자 이모의 친구와 가족이 고구마를 씻어먹더니 5년이 지나자 대부분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모래에 섞여 있는 밀을 물에 던져 먼저 가라앉은 모래를 제거해서 먹었다. 중요한 점은 나이가 든 원숭이들은 끝까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원숭이 이모는 ‘혁신가’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린 이모의 행동은 그저 돌발적인 새로운 시도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이모의 시도를 목격한 친구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혁신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이모는 조직의 리더도 아니었고,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가 많은 원숭이도 아니었다. 핵심은 이모의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인접한 관계의 원숭이들’이 이모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개체 수가 100마리를 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변화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100마리째 원숭이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44 페이지

   저자는 조직의 진정한 혁신은 리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를 따르는 추종자follower들에 의해 일어나고, 진짜 변화의 핵심은 회의에서 큰소리를 치는 리더의 리더십leadership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깃발을 들고 뛰는 여러 명의 리드십leadship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적동기 역시 리더가 아닌 인접한 인간관계, 즉 동료로부터 발생됨도 확인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이모 원숭이와 같은 내적인 동기를 지닌 혁신적인 원숭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조직에 있어야 활기 있는 조직이 되고,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까?

뉴 르네상스 시대, 보수기업 삼성의 혁신 

   저자는 개인화된 오늘날이 외로운 반면 외로워진 만큼 개인이 집단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표방할 수 있는 ‘나 자신으로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고 보았다. 사람들의 생각은 그 수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확산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은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의 니즈 역시 어느 때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렇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은 더더욱 변했다. 그러나 그렇게 변화한 세상에 대응해야 할 개인과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시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TED, 플래시몹 프로젝트, 회사를 춤추게 하는 댄싱 프로젝트, 빨간 풍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플랫폼과 방법들을 기업에 실제로 적용해 그 핵심 열쇠는 ‘내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환경’임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혁신적인 실험들이 거대기업 삼성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점 이용조차 자제시켰고 사내에 커피숍은 아예 있지도 않았던 삼성이 일련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차가운 기업문화가 열정으로 가득 찬 기업문화로 변모된 것이다. 삼성이 시도한 프로젝트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분 안에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지식 컨퍼런스인 TED로부터 TEDxSamsung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회사를 춤추게 하는 댄싱 프로젝트는 춤추는 VISA카드의 광고 모델이기도 했던 매트Dancing Matt를, 전 세계 삼성전자 사업장에 숨겨둔 아홉 개의 빨간 풍선을 찾는 이벤트는 미 국방부의 ‘빨간 풍선 찾기 공모전’을 벤치마킹 했다. 지금껏 말로만 혁신을 외쳤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30만 명이 숨 쉬고 있는 기업의 규모만큼이나 보수적인 삼성의 기업문화에서 임직원들로부터 자발적인 뜨거운 열정이 샘솟게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되지 않은 조직이 성장하는 현장을 통해 이를 통해 저자는 가슴 뛰는 열정을 창발 시킬 방법, 행복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기 위한 비밀의 열쇠가 바로 우리 개인들의 연결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던 열정과 창의성의 비밀은 ‘연결의 사이’에 있음을 밝혀냈다. 모든 것의 가치는 이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고, 마음과 마음이 닿는 곳에 가치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개인과 기업은 연결의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러한 연결을 지속해야만 그 안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은 “사람들이 촘촘하게 연결하라. 그러면 그 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인 것이다. 

전 사원의 뜻을 담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 30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지난 해 있었던 일본의 혁신기업 소프트뱅크의 색다른 주주총회 이야기가 떠나지 않았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2009년 6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이듬해 주총 때 다가올 소프트뱅크의 30년의 비전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신 30년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대해 고민 끝에 2만 명의 전 직원이 모일 수 있는 사원대회를 계획했다. 그리고 그룹 전체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전 사원이 앞으로의 30년을 자기주도적으로 고민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전 사원이 기획안을 내도록했다. 

   ‘전원참가’라는 열린 시스템의 아이디어에 신 30년 비전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여기에 한 단계 더 강력하게 추진되어 각 사원들의 제안들을 그룹 각 사의 CEO 가 발표하는 장을 만들어 프레젠테이션 대회가 열렸다.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축제처럼 흥겨운 분위기였지만 그 속에는 더 큰 의미가 숨어 있었다. 단순히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을 읽었을 평범한 행사는 전직원들에게 평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좀처럼 알릴 방법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했고, 모든 직원들이 현재를 떠나 내 직장의 미래를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무엇보다,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목표를 향해 가는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느끼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빵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여유도 중요하지만 삶을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데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그렇다면 저자의 이 말에 주목하자. “연결하자. 내가 먼저, 작은 것에서부터 다가가서 연결하자. 내가 만족하고 기뻐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어주자. 그런 환경을 만들자. 그러면 행복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 글은 [월간금융 11월호]에 실린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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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비즈 인사이트 : 미래의 목격자들 -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3기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3기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현자 34명, 위기의 경영을 말하다!

 

   <위클리비즈 인사이트>(어크로스)는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경제섹션 <위클리 비즈>의 명(名) 인터뷰 콜렉션을 모은 으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초까지 2 년 여간 세계 현자들과 이루어진 인터뷰를 기록한 것이다. 짐 콜린스부터 윤종용, 폴 스미스, 안도 다다오, 알 리스, 제임스 다이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에 이르기까지 34명의 대가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위클리 비즈’의 기사들을 모은 책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우선 지난 해 출간되어 경제경영 부문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던 <혼창통>이 있고, 두 번째는 세상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구루들을 만난 내용을 엮은 <위클리 비즈>가 있다.

   경제경영에 관심이 깊은 독자들이라면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 <위클리 비즈>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조선일보는 잘 읽지 않지만, 주말판 만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 이유는 바로 위클리비즈 때문 이다. 앞서 말한 이 세 권은 그 동안의 인터뷰와 기사들을 한데 모은 셈이니 나름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의 현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풍랑을 맞고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와 다른 시선으로 현안을 바라보고 새로운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위클리 비즈를 담당했던 기자들은 “34명 현자들의 의 깊이 있는 지식과 지혜가 농축된 ‘생각의 정복자들’이자 남다른 혜안과 통찰로 앞을 내다보는 ‘미래의 목격자들’ 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찾아야 할 점을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그들을 통해 멀리 내다보는 눈을 배울 수 있다. 현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충고해 준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몇 백 킬로미터 앞을 보라. 그곳은 물결처럼 평온하다. 앞이 안 보일수록 멀리 내다봐야 한다. 가까운 곳을 보려 할수록 뱃멀미는 심해진다.”고 빗대어 말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그들은 자신만의 높은 기준을 세우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노인의 마음을 견지하라는 것이 바로 현자들의 충고일지 모른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러므로 우리가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하고, 조직의 굴레에 얽매이더라도 스스로의 기준을 세울 자유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로 그들은 향기가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즉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나름의 향기가 있는데, 우리는 공동체 속에 살아가지만,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을 기업에 맞추지 말고 기업을 고객에 맞춰라

  “고객을 기업에 맞추지 말고 기업을 고객에 맞춰라.” 재포스의 경영원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고객을 위해서라면 운영의 비효율도 기꺼이 감수한다. 예를 들어 재포스는 물류창고를 하루 24시간, 365일 가동한다. 기자가 찾았을 때도 아파트 5층 높이, 미식축구 경기장 17개 규모의 창고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제품상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 직원은 “고객들이 전날 오후 늦게 주문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 ‘행복과 함께 포장돼 있음’이라고 적힌 재포스 상자에서 제품을 꺼내볼 수 있도록 직원들이 4개 조로 나눠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주문을 일정량 모았다가 창고직원들이 한꺼번에 재고상품을 수거해 운송하는 게 창고운영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죠. 하지만 재포스에서는 효율보다 중요한 게 고객만족입니다.” 

재포스의 고객은 제품을 산 뒤 1년 이내에는 언제든 환불과 반품을 할 수 있다. 반품 배송비용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그래서 배송된 신발 가운데 30%가량이 반품되지만, 이 회사는 “마케팅 비용의 일부”라며 개의치 않는다. 47-48 페이지

   재포스는 1999년에 설립된 미국의 온라인 신발, 의류 판매회사이다. 특히 온라인 신발 판매에 있어서는 미국 1위인데, 설립 이듬해 160만 달러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매출은 연평균 100%씩 늘어 10년 마에 12억 달러를 돌파할 만큼 어마어마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최고의 온라인 판매기업”이라고 부르지 않고, “최고의 서비스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의 특징 중 하나는 인터넷 소매업체임에도 전화 상담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창업자인 대만계 미국 이민 2세 토니 섀이는 “전화는 최고의 브랜딩 도구이다.”라고도 말한다. 즉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고객과 5~10분간 단 둘이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포스는 전화상담을 낭비가 아니라 투자로 생각한다. 재포스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있는데요, 소셜미디어는 회사를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고 회사문화를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창업자 토니 섀이는 재포스에서 CEO의 역할은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그들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행복한 직원”을 꼽는다. 즉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에게도 행복을 전해준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경영의 정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이 결정하게 해주고,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없애주고, 옆으로 비켜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직원의 행복은 좋은 기업문화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까지 하다. 아닌게 아니라 재포스는 2010년 <포춘>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00 명단에 15위로 올랐다.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하다.”는 금언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말인 것 같다.

머리보다는 발과 눈, 그리고 손으로 혁신하라!

   “아이디오의 브레인스토밍은 유명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이 벌어지는 회의실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하다. 긴 화이트보드에 마커, 그리고 포스트잇이 있을 뿐이다. 화이트보드 상단엔 ‘판단을 미룰 것’, ‘거친 아이디어를 장려할 것’,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것’ 등 7가지 원칙이 쓰여 있다. 마법은 여기에 있다. 이 구호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풋내기 신입사원은 등 뒤의 구회를 구원군 삼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얘기하고, 베테랑 중역은 구호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회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프로토타입들이다.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는 구슬처럼 생긴 방취제 뚜껑 부분을, 버터가 담긴 플라스틱 접시 밑바닥에 붙인 프로토타입에서 탄생했다. 디자이너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장에 있는 물건들로 즉석에서 만들어본 것이다. 아이디오의 CEO 팀 브라운은 이것을 “손으로 생각하기”라고 부른다. 혁신에 목이 마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갈망하는 경영자들에게 그가 던지는 조언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머리보다는 발과 눈, 그리고 손으로 혁신하라.” 189-191 페이지

   위 본문은 세계적인 디자인기업 아이디어IDEO의 CEO 팀 브라운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프로토 타입’(일종의 모델)의 구체적인 형태를 우선 만들어서 제품을 실용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머리보다는 발과 눈, 그리고 손으로 혁신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팀 브라운은 “위대한 디자인의 출발점은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세상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세계를 관찰하고 경험하고 나면 가능성을 비주얼화해야 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팀원이 되어 한데 모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낼 때 이런 기업들이 바로 디자인 씽킹을 하는 기업이라고 부른다. 팀 브라운은 디자인 씽킹을 하는 기업으로 나이키, 애플, 삼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알고 그들과 가까우며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함께 문화의 일부가 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팀 브라운은 평소 ‘과정은 복잡해도 최종 결과물은 단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당히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 제품, 즉 애플 제품 같은 것들인데, 그는 비즈니스의 결과물은 고객, 이용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단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몰입할 수 없으므로, 충성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라운은 애플의 제품들은 성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맥은 피라미드 맨 끝에 흐른다!



   “지구상에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저소득층이 40억 명에 이른다. 전 세계 인구의 약 70%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저소득층은 늘 소외됐다. 기업에는 상위층과 중산층만이 고객이고 시장이었다. 저소득층은 사회봉사 차원에서 이따금 도와주고 나눠줄 기부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거대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소득층은 시장 규모가 5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물로 이들에게 맞는 싸고도 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러면서 돈도 버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소득층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술과 노하우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선진국시장에 적용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빈곤문제를 시장 메커니즘 안에서 푸는 묘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이야기 같은가? 바로 ‘피라미드 저변Bottom of the Pyramid BOP 이론’이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쪽, 다시 말해 빈곤층을 새로운 눈으로 보라는 요지의 이 이론은 지난 10년간 글로벌기업의 경영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식품업체 다논Danon이 방글라데시에서 77월짜리 요구르트를 내놓은 것도, 유니레버Unilever가 인도에 120원짜리 세제를 출시한 것도 이 이론의 영향이다.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빌 게이츠가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 역시 이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다.“ 330 – 331 페이지

   위의 본문은 스튜어트 하트 코넬 대학 교수가 주창한 피라미드 저변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저서 <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에서 자본주의가 갈림   길에 서 있고, 대변화와 재앙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저자는 인류는 지금 가장 중요한 때를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전세계의 인구는 67억 명. 그는 앞으로 80-90억 명으로 늘테고, 그로 인해 정치, 사회, 경제, 환경적으로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중에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BOP 비즈니스모델은 소득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부를 쌓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보았다. 즉 가난한 사람들이 원조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득을 높이고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돈 많은 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익도 창출하라는 것이다. 이는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에서도 나온 말인데, 미래의 시장을 이끌어갈 기업은 소비자의 문제 즉, 가난, 환경, 기후문제 등을 해결하는 사업을 만들고 그 속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세계 3대 시멘트 회사인 멕시코의 시멕스를 들 수 있다. 시멕스는 주택난을 겪고 있는 빈곤층 소비자를 위해 일종의 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사람들을 상대로 계를 조직해 매주 돈을 모으게 했다. 그리고 대기업의 지위와 공동 구매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자재 공급업자들로부터 싼 값에 좋은 자재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건축설계사도 소개해 줬다. 물론 집을 지을 땅과 집을 지을 시멘트는 저리로 공급을 한 것이다. 이러한 사업 덕분에 시멕스는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스튜어트 하트는 이처럼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는 결국 피라미드 하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제품을 확장시켜갈지, 어떻게 하면 저소득층까지 도달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의 마지막까지 불고 있는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는 아직도 우리가 위기의 한복판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쇼크 뒤에 찾아오는 애프터 쇼크가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들고 있는데, 저자들은 오늘날을 두고 “그야말로 영원한 위기의 시대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사고의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스스로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바로 그 오류에 다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으로 변화의 흐름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의 나아갈 바를 감지해 보기 바란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1월 15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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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잡스로부터 나답게 오늘을 사는 법을 배우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밴저민 플랭클린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쓴 유명한 전문 전기 작가에게 스티브 잡스로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작가는 처음 스티브 잡스가 혹시 자신 스스로를 이 두 인물의 뒤를 이어 작성되어야 할 전기의 적임자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마디로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10년이나 20년 후에 당신이 은퇴하고 나서 봅시다.”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를 역임했던 월터 아이작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브 잡스를 만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 때 결국 전기를 쓸 것을 승낙하고 말았다. 아이작슨은 그는 21세기에 혁신적인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열쇠는 창의성에 있다고 믿었는데, 벤저민 플랭클린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전기에서 찾아낸 ‘창의성’을 스티브 잡스에게서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잡스에게는 인문학적 감각과 과학적 재능이 강력한 인성 안에서 결합할 때 발현되는 창의성이 숨어 있었다.

  “나는 그때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스티브의 반응은 의외였다. 집필과정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해서도 안 되며 사전에 보여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에 선뜻 응하는 것이었다. ”이건 당신 책이니까요, 읽어 보지도 않겠습니다.“” 

   지난 10월 6일, 56세의 나이로 살다 간 IT의 영웅 스티브 잡스의 일생을 다룬 책 <스티브 잡스STEVE JOBS>(민음사)은 이렇게 태어났다. 짐작했겠지만, 책을 내기 위한 스티브 잡스의 육성을 담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IT역사를 통해 가장 파란만장한 인물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였기에 ‘인간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은 이미 시중에 넘쳐날 만큼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 책들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외형에만 주목했을 뿐, 그 속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한 채 추측과 억측만 가득했다. 


   잡스는 그 책들에 대해 늘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자신의 허락 없이 출간된 전기를 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나머지 해당 출판사의 다른 책들까지도 애플 스토어에서 모두 치워 버리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그런 잡스가 자신의 전기를 써 달라고 의뢰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까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한 책을 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된 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직접 내 얘기를 들려주어야겠다 싶었지요.” 

   그 누군가는 우선 자신의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저자 월터 아이잭슨은 6일 타임지 인터넷판에 일부 공개한 글에서 "잡스는 자신의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책을 통해서나마 알게 해주고 싶어 했다"고 공개했다. 잡스는 아이잭슨과의 인터뷰에서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지 못했다"며 "아빠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한편 이 책의 말미에서는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라고 밝혔다. 평생 살아오면서 그가 쌓은 ‘약간의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그가 30년에 걸쳐 업계 전체를 뒤흔든 일련의 제품들을 살펴보자.

- 스티브 워즈니악의 회로 기판을 컴퓨터광 이외의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PC로 전환한 애플Ⅱ

- 가정용 컴퓨터 혁명을 불러오고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보급한 매킨토시

- 디지털 장착의 기적을 연 토이 스토리와 여타 픽사의 블록버스터들
 

 소매점 역할을 브랜드 정의로까지 확대한 애플 스토어

-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아이팟

- 음악 산업을 재탄생시킨 아이튠스 스토어

- 휴대전화를 음악, 사진, 동영상, 이메일, 웹 기기 로 전환한 아이폰

 - 새로운 콘텐츠 제작 산업을 만들어 낸 앱 스토어

- 태블릿 컴퓨팅의 문을 열고 디지털 신문, 잡지, 책, 동영상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 아이패드
 

- 콘텐츠를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컴퓨터에게서 빼앗고 우리가 쓰는 모든 기기가 막힘없이 동기화되도록 만든 아이클라우드

- 잡스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여기며 상상력이 너무도 창의적으로 배양되고 적용되고 실행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애플 879~880 페이지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 할리우드, 음악, 소매사업, 휴대폰 등 여러 산업분야를 창조적인 측면에서 판도를 전혀 새롭게 바꿔버린 것이 그가 말한 ‘약간의 지혜’일까? 그렇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발견한 ‘스티브 잡스가 남긴 약간의 지혜’는 바로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결코 식지 않는 열정이었다  

1. 인문학적 통찰력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잡스는 대단한 인문학광이다. 평소 그는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에 우리 기술 모두를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고전을 사랑했다. 그는 고등학교 2~3학년 동안 지적으로도 꽃을 피웠다. 그는 전자공학에 광적으로 빠져 있는 반면, 문학과 창작에 몰두해 있는 부류의 교차점에 선 자신을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저 자신이 인문학적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자공학도 무척 맘에 들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영웅 중 한 명인 폴라로이드 사의 에드윈 랜드가 한 말을 읽었어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에 관한 얘기였는데, 그걸 읽자마자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지요.” 

   잡스는 인문학으로 유명한 리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그곳은 미국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이었다. 양부모님이 모은 재산을 자신의 대학등록금으로 다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대학생활은 좋았지만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대학 시스템이 싫어 한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 하지만 그는 교정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그가 듣고 싶은 강의와 서예(캘리그래픽)에 심취했다. 무일푼인 잡스는 친구들의 방바닥에서 잠을 잤고, 음식을 사기위해 되돌려주면 5센트를 주는 콜라병을 모으는 일도 해야 했다. 심지어 그는 크리슈나교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일요일 밤마다 7마일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이 시기는 스티브 잡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주었다. “제가 만약 대학 시절에 그 수업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맥은 그렇게 다양한 활자체와 비율에 맞게 공간이 할애된 폰트를 결코 갖추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이 윈도는 그저 맥을 모방한 것뿐이니까 어떤 퍼스널 컴퓨터에도 그러한 다양성이 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애플의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 책에서는 '다른 것을 생각하라'고 해석했다. 의미의 차이가 상당하다)이다. 기존 가전회사처럼 혁신을 기술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평소 애플의 직원들에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소비자들에게 시장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자 하는 포커스 그룹으로는 미래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방식이 아니다.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고객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읽어 내는 게 우리의 일이다.“ 881 페이지-

  그렇다. 그는 평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잡스는 소비자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자 하는 포커스 그룹으로는 미래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복제 문제, 답은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 

   특히 잡스가 만들어낸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은 인간의 소유심리에 맞선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음반업자와 가수




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문제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인간의 ‘소유욕망이 불법복제라는 인터넷 사생아를 낳는다‘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구걸하지도 않았고, 그들을 적발해서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잡스는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법복제 음악파일을 받다 보면 음이 끊기거나 깨지고, 심지어 악성 바이러스까지 종종 감염된다. 공짜는 공짜인데 불필요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다. 잡스는 이를 잘 간파하고, 아이튠즈는 단돈 1달러에 채 10 초도 되지 않아서 다운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 놨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공짜파일을 받자고 시간을 들여 불법을 저지를래, 아니면 단돈 1달러내고 합법적으로 깨끗한 파일 받을래?“라고 물었다. 당신이라면 뭘 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잡스가 애플의 제품에 대해 인문학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그는 인문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사안을 바라보는 틀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었다. 

   애플의 모토인 '다르게 생각하기'는 또한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의 소산이다. 이것은 애플의 비전과 안목에도 적용되었다. 그는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내 놓고 “들어 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더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크기만 한 IBM 컴퓨터의 종말을 예고했다. 한편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는 음원을 불법복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파일을 전송할 뿐.”이라며 소송에서 승리해 음반사를 누르고 MP3 시장을 잠식했다. 그는 인문학으로 사람, 즉 소비자를 읽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2. 예술적 감수성

   잡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의 핵심 뼈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것으로 잘 알려진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는 말씀에 있다. 그 점에서 그는 기술의 대중 친화력을 중시한 기술의 미니멀리스트이다.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광적인 집착을 말해주는 일화 한 가지. 암 투병 중이던 잡스. 그는 의사가 자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신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자 이내 그것을 벗겨냈다. 이유는 마스크의 성능도, 마스크를 쓰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마스크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의사에게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 마스크는 쓰기 싫다"며 "다섯 개를 더 가져오면 내가 고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손가락에 끼운 산소모니터의 디자인을 두고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고 불평했다.

  한편 잡스는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군더더기의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집착에 대한 일화 또 한 가지.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이런 저런 평가를 내렸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보드를 꺼내보지 않는다고요.” 이에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본다고. 비록 그것이 케이스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답기를 바라.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의 구석진 부분을 정성스럽게 그릴 때 “누가 안다고 그렇게 고생해가면 그리는가?”는 친구 말에 “내가 알지.”라고 대답한 미켈란젤로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3.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신형 아이폰 발표회장에서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우리는 실수를 빨리 알아내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최고의 회사가 된 이유입니다.” 라고 말했다. 잡스는 애플이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제품’들이 아니라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한 걸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잡스는 대체로 실패에 너그럽다. 수정하기만 하면 더욱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 직원들에게 “절대로 타협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즉 ‘잘못된 제품을 출시하느니 일정을 어기는 게 낫다’는 뜻이다. 잡스는 ”출시 전까지는 완성된 게 아니다.“라고까지 말하며 직원들에게 완벽한 제품을 만들도록 닦달했다.

   잡스는 또한 직원들에게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애플의 컴퓨터를 만드는 팀들이 고귀한 임무를 맡은 특별 부대라고 자주 강조했다. 그래서 ‘여정 자체가 보상‘이라는 말의 뜻은 까다로운 잡스의 끝도 없는 요구를 들어가며 제품의 완벽성을 위해 만들었다가 고치기를 반복하는 직원들이 언젠가 모두 함께 보낸 시간을 돌아볼 때,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잊어버리거나 웃어넘길 것이고 그 때를 황홀했던 절정기로 여기게 될 거라는 의미였다.
   1998년 잡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밥 딜런과 피카소는 언제나 실패의 위험을 감수했습니다.”라고 말했다.아울러 그는 끊임없는 노력이 결국 혁신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혁신을 꾀하려면 언제나 끊임없이 밀어붙어야 한다. 밥 딜런은 그저 저항 가요나 계속 불러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발전을 꾀해야 핬고, 그리하여 1965년 일렉트로닉으로 변화를 시도해 발전을 꾀했다. (중략) 비틀스도 똑같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나아가면서 그들의 예술을 갈고 닦았다. 진화, 바로 그것이 언제나 내가 노력하며 시도한 것이다.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딜런이 말했듯이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결코 식지 않는 열정



   1985년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애플과 연결돼 있을 겁니다. 내가 희망하는 건 오직 하나, 내 인생이 하나의 실이라면 애플과 엮여 짜여져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내가 애플에 없을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는 언제나 (애플로) 다시 돌아올 겁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나 약속대로 돌아온 후엔 “위대한 제품을 만듭시다. 사람들이 응답해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애플에 대한 잡스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잡스가 애플에 몸담고자 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나는 무덤에서 이 나라 최고 부자가 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우리는 정말 놀랄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잡스의 열정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역시 극찬했다. 주커버그는 “일반적으로 회사들이 덩치가 커지면 싸움에만 급급한데, 잡스가 어떻게 조직을 뭉치고 이끄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애플이 자사의 살만 찌우는 것이 아니라, 업계를 이끄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꿀만한 회사로 입지를 굳혀갔다는 것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의 말미에 자신을 지금껏 이끈 원동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라들은 이전의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나는 지금 사용하는 언어나 수학을 고안하지 않았다. 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도 거의 없으며 내가 입는 옷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 역시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그러한 흐름에 무언가 추가하기를 바란다.

   이것의 본질은 우리가 각자 알고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우리는 밥 딜런의 노래를 쓰거나, 톰 스토파드의 희곡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다.”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기는 제품이 아닌 인류의 마음을 흔드는 예술품 같은 작품을 남기고자 모든 열정을 쏟은 그는 CEO가 아닌 아티스트다. 그를 잃어 슬픈 이유는 더 이상의 예술품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난 그에게서 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길을 내어준다.”

   그렇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삶의 유한함을 슬퍼하기엔 앞으로 만나야 할 오늘이 너무 많다는 것을 스티브 잡스를 통해 깨달았다. 그는 지난 2004년 초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앓았다가 극복한 후 깨달은 바에 대해 한 말이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은 머지않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한 후에 내릴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지금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에 ‘노’라고 대답하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야말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영입한 후임 존 스컬리로부터 애플에서 해고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좌절하거나 외도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해 이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브 잡스는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까지 현실에 굴하지 않고 오늘을 살았던 것이다. 나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오늘을 사는 법’을 배웠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1월 15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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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CEO라면 '제품은 곧 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아이리더십>은 잡스가 평소 ’나의 왼팔‘이라고 할 만큼 신뢰했던 인물이자 전 애플 부사장인 제이 앨리엇과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다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이미 여러 권 집필한 바 있는 윌리엄 사이먼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올해 봄에 출간되어 꾸준히 주목을 받았던 책인데, 지난 10월 잡스가 사망한 이후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가 나왔음에도 이 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바로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스티브 잡스 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제목은 Steve Job's way.

 

   애플에서 근무할 때 잡스의 최측근으로 있던 저자는 잡스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만약 잡스가 애플을 떠난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는 기자들의 질문에 끊임없이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고민하게 되었고, 급기야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제이 엘리엇은 지난 11월 9일 국내에 방한하기도 했는데, 이유는 전경련 국제경영원 CEO 조찬세미나 강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6-7개월 전에 출간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왔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 건에 대해 중재를 하러 왔다는 의견도 있었던 바, 사실 여부를 떠나 제이 앨리엇이 애플을 관둔 이후에도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잡스가 없는 애플”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잡스를 대신할 인물은 없다. 하지만 애플에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여러 기본 원칙들이 있기에 혁신의 선두를 지키고 번영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책을 통해 말했다. 실제로 그는 방한했을 때 기자들이 같은 질문을 했었을 때 그는 “스티브 잡스가 병으로 애플을 떠나있는 동안 팀 쿡 애플 CEO가 회사를 무난히 이끌어 온 만큼 3년에서 5년까지는 잘 이끌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삼성이 애플을 제치고 3분기 스마트폰 판매 1위를 달성한 것에 대해서 "판매대수가 애플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지 않다."며 "삼성의 판매대수가 앞섰다고는 하지만 같은 기간 얻은 매출과 이익을 살펴보면 애플이 훨씬 삼성을 능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책에서 ‘조직의 운영체제(OS)’라고 정의하는 ‘아이리더십(i-Leadership)’의 핵심은 바로 제품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공급자나 원가, 시장이나 마케팅 등의 비본질적인 것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을 상상하고 무조건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아이리더십(iLeadership)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세계 최고의 소비자 입장이 되어 개발하는 ”제품 개발(Product Czar)", 그리고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끼를 한껏 발산하는 직원을 뽑기 위한 인재 채용(Talent Rules)'이 있다. 기능 중심이 아닌 제품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적 관점의 “조직문화(Team Sports)"가, 마지막으로 모든 소비자가 열광하는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딩(Differnet View of Selling)"을 들 수 있다.

   그 중 제품 개발에 있어 잡스의 ‘완벽한 제품에 대한 열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잡스야말로 세계 최고의 소비자다“라고 말한다. 즉 잡스가 소비자로서 만나고 싶은 제품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수가 아닌 소비자 모두를 위한 컴퓨터, 즉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고 싶어 매킨토시를 만들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가 어디서나 마음껏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와 아이팟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이 편리한 물건이지만, 너무나 무겁고 사용하기 어렵고, 예쁘지 않아서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흔히 사람들은 잡스를 두고 엄격하고 강압적이며 냉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두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열정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제품에 대한 열정 때문에 직원들에게 폭군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 하나. 잡스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열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으로 열정을 느낄 만한 뭔가를 찾기 전까지는 차라리 웨이터 조수나 그 비슷한 일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아울러 “성공한 기업가와 그렇지 못한 기업가의 차이 가운데 약 절반은 끈기”라고 이야기했다. 그 끈기를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열정인 것이다. 

   한편 잡스의 인재채용에 있어 ‘A급 인재 선별하기’를 고집했다. ‘A급 인재’란 최고의 인재를 말한다. 그 이유는 “B급을 고용하면 그들은 다른 B급과 C급들을 데려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자기 사람이 되면 그들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위대한 성취도 없었을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잡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정과 감사, 그리고 보상 등으로 공로를 치하했다.

   예를 들면 최초의 맥 케이스 내부에 엔지니어링 팀원들의 서명을 넣게 했다고 한다. 마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하듯 화룡점정을 했으니 기발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맥의 구매자들은 케이스 안의 서명을 결코 보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심지어 그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겠지만, 잡스와 엔지니어들은 그 기쁨과 만족을 공유한 것이다.  이 밖에도 큰 공을 세운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 금일봉이 담긴 보너스를 전달하고, 납기일을 맞추느라 야근하는 공장을 찾아가 전 직원 모두에게 100달러씩 지급하는 등 보통 기업에서는 없는 매우 인간적인 면을 보였다고 한다. 잘 살펴보면 국내 기업인들에게서는 종종 발견하는 내용들이라 한편 신기하게 들렸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애플은 다른 대형 컴퓨터 체인들에 비해 유통 채널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었는데, 애플닷컴이라는 온라인 매장과 더불어 오프라인 애플 매장을 설치해서 반전을 만든 점이다. 애플스토어는 2001년에 처음 생겨, 2010년 가을 현재, 중국에 있는 매장을 비롯해 300개가 넘는 애플 매장이 풀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애플 매장의 성공에는 제품의 개념에서부터 제조와 판매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가치 창출 과정을 관리함으로써 애플을 ‘디즈니랜드의 하이테크 버전’으로 완성시킨데 있다.

   일반 매장과 좀 다른 점은 그곳은 일반 판매점이 아니라 제품 시연센터처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구입하기 전에 직접 만져보며 마음껏 활용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애플 매장에 고용된 직원(애플 제품의 달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결제 역시 직원 모두 휴대용 신용카드 판독기를 가지고 있어서 줄을 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결재도 가능하도록 했다. 지금은 많은 판매매장들이 하고 있어 별다를 바 없지만, 애플스토어가 처음 시작했고,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놀랍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 센터를 ‘지니어스 바’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러한 컨셉을 호텔 안내원의 서비스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애플 매장의 전 직원은 애플 브랜드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애플의 가치를 수용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업사원이야말로 직접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온라인 채용 공고에서 “여러분이 보게 될 것 중 하나는 고객이 자신은 결코 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어떤 것을 당신이 보여줄 때 환하게 밝아지는 고객의 얼굴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에 결코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밝히며 구직자들을 유혹했다. 여기서도 인문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죽고 없다. 하지만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과연 가능할까? 저자는 물론 가능하다며 책에서 몇 가지 원칙들을 소개한다. 이 원칙들은 제이가 잡스로부터 배운 원칙들이다. 그가 애플을 퇴사하면서 잡스로부터 배운 한 가지 질문이 있다면 바로 “이 기술로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었다. 이후 그는 창업을 해 USB 드라이브 제품 미고mego를 만들었는데, 그때 잡스가 남긴 이 원칙들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고 한다.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관여하는 프로젝트마다 열정적으로 뛰어들어라.

- 기회를 동력으로 삼고 그것을 활용하는 제품을 창조하라.

- 유능한 인재에게 늘 문을 열어놓아라.

-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라.

- 자신의 제품에 대해 스스로에게 정직하라.

- 제품이 당신과 당신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하라.

-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성공 시 모두 하나가 되어 축하하라.

-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닫아걸어라.

- 자신의 이상, 현재의 성취 가능한 현실을 넘어서는 완벽에 대한 자신의 비전에 가까워지도록 계속 혁신하라.

   저자가 스티브 잡스에게 배운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비전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무엇이 소비자를 흥분시키는가?”를 질문함으로써 끊임없이 도전의지를 스스로 자극하는 것이다.

   저자는 ‘잡스의 길’ 즉 잡스 웨이는 한마디로 “비즈니스는 리더를 반영한다.”라고 말한다. 잡스는 리더들에게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진정성이 없다면 진실하지 않기에 소비자에게도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열정, 최고에 대한 집착, 위대한 브랜딩, 실수를 통해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이 없었다면 스티브 잡스의 그 모든 빛나는 성취는 한낱 꿈으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CEO인 잡스로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애플 제품에 대한 잡스의 애정과 열정이었다. 

이 방송은 11월 15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7분 30초부터 이 책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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