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 부자 아빠가 되는 마지막 기회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고영태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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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의 마지막 경고

 

 

“앞으로 다가오는 10년은 세계 역사상 가장 변화무쌍한 10년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과거의 유산에 집착하는 사람들 - 즉 직업 안정성, 저축, 집, 그리고 은퇴연금 등에 집착하는 사람들 - 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적인 금융폭풍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나는 다음의 5가지 사실을 근거로 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 향후 10년 동안 산업화는 완전히 끝날 것이다.

2. 돈의 법칙은 1971년에 이미 바뀌었다.

3. 1971년 이후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4.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5.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세계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시대는 종말을 고할 것이다. 미국이 마구 찍어내는 달러와는 쓸모없는 종이 조각이 되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 경제 체제가 등장할 것이다. 저비용의 과학 기술에 의해 움직이는 국경 없는 새로운 세계는 천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고, 구시대의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한 음모를 폭로할 것이다.

 

금융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준비가 된 사람들 그리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들에게 앞으로 10년은 생애 최고의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음 10년은 생애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가 쓴 책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세계적으로 <부자아빠>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재테크 부분에 있어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큰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IMF를 막 졸업하고, ‘부자되기’ 열풍이 불던 때라 순풍에 돛단 듯이 잘 팔려나갔다. 이 책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위기의 2막이 시작되었음을 경고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다. 지금껏 세계 경제위기에 대해 폭로하는 책들은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고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호주머니 경제에 대해 일러주는 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 점에서 재테크에 있어 경제흐름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이라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 그가 전작들을 통해 주장해왔던 ‘집은 부채’이며 ‘금에 투자하라’는 조언들이 상당부분 들어 맞았다. 이번에도 금융위기 하에서 우리 가계경제를 지켜나갈 다양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이 책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에 다섯 가지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첫째,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 것이다. 바로 베이붐 세대들의 은퇴가 그 원인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향후 10년 동안 약 7,800만 명의 베이붐 세대들이 은퇴를 하는데, 이들의 52퍼센트는 퇴직연금이나 노후 대비 투자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복지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방 정부, 주 정부, 시청 등 지방 자치단체는 재정난을 겪게 될 것이며, 결국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결국 더 많은 세금, 더 열악한 대국민 서비스 그리고 더 많은 실직으로 중산층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둘째는 돈은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버린 대문에 미국 달러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부채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패자가 되어버린 형국이 되었다고 보았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 달러화의 구매력 가치는 95퍼센트나 하락했는데, 나머지 5퍼센트의 가치를 잃게 되는 데는 아마 4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번째는 상상 이상의 더 큰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로 원유가 이유인데, 지난 10년 동안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금과 비교해 398퍼센트나 하락했다. 반면 10년 만에 원유의 가격은 264퍼센트나 상승했다. 저자는 앞으로 더 큰 인플레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는 구제금융은 세계 경제위기에 결정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서브프라임 사태의 전모와 전 세계에 걸쳐 수조 달러의 구제금융이 집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지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1990년대에는 그 규모가 수십억 달러로 증가했다. 결국 2007년부터는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고, 이는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다섯 째는 산업화 시대가 끝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10년 동안 임금이 비싼 선진국의 공장들은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고, 더 많은 일자리들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보았다. 평생 고임금을 받는 직업을 유지하고 죽을 때까지 은퇴연금을 받는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구시대의 사고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이 바로 99% 평범한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금융 조언 5가지!

 

“2011년 1월 23일 <투데이쇼>에서 <컨슈머 리포트>지와 장 채트스키 기자가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그들은 지난 수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똑 같은 충고를 해주고 있다.

- 검소하게 살아라

- 예산을 세우고 401(k) 퇴직연금에 가입하라

- 저축하라.

- 부채를 없애라.

- 가능한 더 오래 일하고 늦게 퇴직하라.

 

나라면 이 충고를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쁜 충고일 뿐 아니라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절약하면서 저축하는 생활을 원하겠는가? 이런 충고는 나를 두렵게 만든다. 금융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조언은 상당히 훌륭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끔찍한 충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투데이쇼>의 충고를 따른 사람들은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부침과 높은 세금 때문에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조언을 따른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 또 주식시장이 폭락할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 것이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비극은 이런 구시대의 충고를 따른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큰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엄청난 부가 창출되지만 이는 무용지물이 된 과거의 충고를 따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구시대의 충고를 따르는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을 바라만 보게 될 것이다.” 38 페이지

 

우선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우선 이 책의 원제를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원제는 ‘Unfair Advantage(불공정한 경쟁우위)’ 이다. 한마디로 ‘부당하고 불공정한 경쟁’이란 뜻. 다시 말해 메가트렌드(Mega-Trend)를 예측하고 발 빠르게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경쟁은 공정한 게임이 안 된다는 뜻이다. 미리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 입장에서는 불공정하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은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는 뜻이 된다.

 

저자는 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게임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 그리고 생애 최악의 10년을 맞이하게 될 사람들은 과거의 유산, 즉 직업 안정성, 저축, 집 그리고 은퇴연금 등에 집착하는 이들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단지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는 데만 집착하고, 실제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돈이 진짜 돈이라고 생각한다. 또 세계 경제위기를 정부 관리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불편한 진실’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5가지 키워드를 ①지식 ②세금 ③부채 ④위험 ⑤보상으로 정리해 조언한다. ‘지식’은 더 이상 부자들의 음모에 당하지 않도록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세금’을 알면 더 많이 벌수록 합법적으로 더 적은 세금을 낼 수 있다고 알려준다. ‘부채’는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빚을 이용해 자산을 사들일 수 있으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면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돈을 위해 일하는 대신 ‘보상’의 법칙을 따르면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금융전문가에게 속지 마라!

 

“불행하게도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가와 재무설계사 또는 증권사 직원 등 자신들이 금융전문가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돈을 맡긴다. 이런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I사분면에 속한 투자가가 아니라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들 대부분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E사분면에 속한 종업원들이거나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S사분면에 속한 자영업자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산들을 위해 이랗는 투자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워런 버핏은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로부터 투자 조언을 구하는 유일한 곳이 바로 월스트리트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재정문제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사람들이 영업사원인지 사기꾼인지 아니면 바보인지 천재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 모든 사기꾼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듣고 싶은 말을 하면서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다면 당신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무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팔아야 한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말처럼 보험사 직원에게 보험이 필요한지를 물어봐서는 안 된다. 돈과 관련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돈을 빼앗아가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하고 무엇이든 팔려고 한다.” 258-259 페이지

 

투자에 있어 딜레마가 있다. 보다 나은 투자를 위해 투자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투자자 본인이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투자결정의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는데, 투자에서 성공하면 별 말이 없다가 투자에 실패하게 되면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대로 ‘금융전문가에게 속았다‘ 라고 말을 한다.

 

이에 대한 결론으로는 ‘내가 금융전문가 버금가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다. 성공한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금융전문가의 조언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조언을 최대한 참고는 한다. 이렇게 현명한 투자자라면 금융전문가들의 딜레마, 즉 ‘자신이 속한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최대한 좋게 이야기해야 하는 딜레마’는 십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좋으면 지금이 단타매매의 적기라고 한다. 하지만 장이 나쁘면 장기투자의 적기라고 말한다. 상황이 어떻든 주식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부동산, 금융 모두 마찬가지다. 현명한 투자자는 그런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공부, 즉 금융교육을 충분히 익혀두어야 한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은 투자처에 대해 말해 주지 않는다. 늘 ‘금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절대로 투자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백번이면 백번, 돈을 잃는 투자가 될 것이다.

 

지금 국내외 금융상황을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이다. 익히 체감하고 있겠지만 물가는 점점 높아지는데, 경기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수입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을 놓치지나 않을까 불안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재테크 성적은 어떠한가? 우선 부동산을 살펴보자. 아파트 투자는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대신할 정도로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상가투자 역시 상가에 입주하는 상인들이 장사가 잘 되어야 임대료를 제대로 받을 건데 경기가 불황이니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결국 공실률 싸움이 되고 있다. 남은 건 임대사업뿐. 이는 얼만큼의 비율로 대출을 받아 투자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금융은 더 볼 것도 없다. 뻔한 이자율에 인플레는 높아지니 소액투자자들에게는 문턱만 높은 투자대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그나마 투자하기 좋은 환경은 주식시장인데, 그것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 즉 준비가 충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혹자들은 투자해서 돈을 잃으면 그것을 가지고 ‘배웠다’고 하는데, 그런 건 없다. 게다가 현재 여러분의 투자금은 마지막 남은 종자돈이 아니던가?

 

결론은 투자자가 행복한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 전에 투자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해 잘 말한 책도 읽어 충분히 기본 지식을 갖춘 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다면 말을 따르기보다는 판단에 있어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자를 위한 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4월 3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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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만으로 살아보기 -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문제는 과소비야, 이 바보야!

 

 

“소비주의가 빚어낸 폐단은 비단 집 안이 어수선해지고 빚이 쌓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소유하는 물건의 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소비주의가 지닌 가장 비극적인 양상이다. 그렇기에 소비를 행복의 주된 방편으로 삼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더 많이’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손에 넣으면 ‘하나 더’ 갖고 싶어지고, 그만큼 우리의 불만은 더 커진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도전은 소비주의라는 비극적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다. 물론, 사람마다 소비주의를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누구도 아무런 희생을 치르지 않고 소비주의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너무 많은 물건에 치여 살아왔다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면, 너무 많이 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면, 당신은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분수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가 이 도전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많은 물건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내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 이제 나는 다음에 또 무엇을 살지, 그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물건이 아닌 다른 대상에서 기쁨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청림출판)는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비극적 사슬을 끊고 스스로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온 서른여덟 살 남성의 경험담을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다. 100개를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감축’, ‘거부’, ‘재조정’을 통해 버리며 사는 즐거움에 이르게 된 여정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의 삶이 물건에 치인 것 같아 소비주의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바라보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브루노는 어느 날 집 안팎을 둘러보다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 때문에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잡동사니들로부터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자는 도전 초기, 자신의 도전이 물건에 대한 거부가 아닌 소비주의를 향한 거부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소비 습관을 고치기 위해 1년 동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삶의 방향을 ‘소유’에서 ‘만족’으로 바꾼 셈이다.

 

브루노는 자신에게 성경에서 일기, 휴대전화, 카메라, 치솔, 면도기, 티셔츠, 운동화, 양복, 구두, 속옷과 양말까지 꼭 필요한 100개를 선정했는데, 같은 종목은 최대한 줄이고, 반면 책은 아예 서재를 하나라고 놓은 등 자기만의 다양한 기준과 선택으로 항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추가항목을 대비해 항상 90 몇 개 정도로 여유를 두었다.

 

그 후 더 추가할 항목이 생기면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고민을 했고, 선물을 받게 되면 쓸모여부를 따져 사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 주거나 자신의 100개 항목 중에서 재조정했다. 이후 그는 100 개만으로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고, 옷 한 벌도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구매했다. 또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대신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쇼핑하는 시간이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었고, 소비가 줄면서 가계에도 훨씬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정리하고 소유한 100개의 물건에서조차 매일 평균 사용하는 물건의 숫자는 전체 물건의 14퍼센트, 즉 14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물건은 놀랍게도 14개면 충분하더란 거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양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물건이 주는 만족의 한계를 알 것 같았다. 단순하지만 더 의미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 소비자 !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는 어느 정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물건에 치여 있다는 각성마저 즉흥적인 건 아니었다. 한동안 나는 우리 소비문화가 지닌 부정적 양상 때문에 고민을 해야 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우리가 실로 여러 면에서 소유물로 그리고 그 축적 정도로 평가된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서 비롯되는 압박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해방되고 싶어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 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불안감의 정체를 규명해 보기 위해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단어를 해체해 보았다. 그건 아주 유용했다. ‘소비자’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게 적중한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라는 어감은 대개 긍정적이다. 쇼핑을 하고 물건을 사는 우리가 소비자다. 그 긍정적인 어감의 연장으로 ‘소비자 권리’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소비자는 무언가를 사는 사람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하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사뭇 달랐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보면 소비자의 첫 번째 뜻이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심히 소비한(구매한) 물건들을 실제로 소비한다(또는 파괴한다).” 54~55 페이지.

 

이 본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있는 소비자의 정의 였는데, 바로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저자는 이처럼 물건들에 둘러쌓인 자신을 통해 미국인의 소비문화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필요한 것을 사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사는 자신과 미국인들을 본 것이다. 저자는 그 이면에 더 놀란다. 즉 필요해서 막상 사고 나면, 채워져야 할텐데, 정작 그렇지 않더란 것이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욕구가 생기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구조에는 기본적으로 불만족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나아가 저자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사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언뜻 생각나는 비슷한 책은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였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위 '된장남’이었던 주인공 부어맨은 어느 날 저마다 자기를 소유하면 행복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브랜드들을 원없이 많이 가졌는데, 오히려 점점 허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급기야 속았다는 각성을 하게 된다. 그는 '나는 브랜드 중독자다'라고 스스로 선언한 후 술과 약물중독자들이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듯 브랜드를 멀리하기로 결심하고, 운동장 한가운데 지금껏 구입했던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브랜드로 된 제품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두 권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라면 바로 ‘소비를 돌아본다’일 것이다.

 

 

하루 종일을 사는데 내가 필요한 물건은 몇 개일까?

 

“도전을 시작하고 석 달이 지난 어느 일요일, 나는 교회에 가기 직전에 목록을 펼쳐 보고 1년의 4분의 1이 지난 그 시점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즈음에 내게는 93개의 물건이 있었고 내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다음의 두 개 뿐이었다.

 

-물려받은 성경

-넥타이 하나

 

그리고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서는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짐 가방이었다. 그 가방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넣어 두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사용한 것으로 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총 93개의 개인 소유물 중, 내가 석 달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품은 2개 였고 그 정도면 과히 물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날 시간이 좀 남아도는 것 같아서 나는 내가 어딜 가든 갖고 다니는 물품도 세어 보았다. 그런 물건은 모두 14개 였다.

속옷 하의, 속옷 상의, 신발, 양말, 셔츠, 바지, 허리띠, 결혼반지, 시계, 지갑, 일기장, 연필, 선글라스, 휴대전화.

결과적으로 내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전체 개인 소유물의 2퍼센트,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14퍼센트였다. 이것으로 나는 100개 보다 더 작은 개인 소유물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 196~197 페이지

 

저자는 100개 중에서도 매일처럼 기본적으로 쓰는 물건은 14개이고, 90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의 숫자가 2개라고 말했다. 본문을 읽다가 보면 ‘정말 내가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없는 게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약 30년 전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전화기나 세탁기는 부자들이나 있던 물건이었다. 특히 전화기 같은 경우는 회선이 그리 많지 않아 당시 돈 10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고 순서를 기다려야 몇 달 후에 집에 전화를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에어컨은 신혼살림이고 전화는 아예 휴대전화를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한 사회학자는 요즘 같은 소비시대를 일러 ‘파괴소비’시대라고 불렀다. 즉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멀쩡한 물건을 파괴하는 소비, 즉 필요를 넘어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소비 시대라는 것이다. 휴대 전화의 평균 사용기간이 일 년 남짓이고, 심지어 아파트의 내용연수가 50년이 넘는데, 20년만 지나도 재건축 운운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파괴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서 처럼 정작 필요해서 사긴 샀는데,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쓰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브루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 중에는 하루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저축을 하는 것도 있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부분이 꽤 큰 편일지도 모른다. 당장 신용카드만 하더라도 이렇게 필요한 물건들을 소득이전에 미리 당겨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던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인데, 이 자동차는 하루 중에 한 두 시간을 달리는 물건이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100개 만으로 살아봐도 우리 생활에 달라질 건 없다!

 

“<오프라 쇼>가 내게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 회 주제는 ‘세상이 이런 일이’ 였다. 프로듀서와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도전에는 ‘세상이 이런 일이’ 정도의 기기묘묘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 출퇴근 과정, 교외의 우리 집, 애완견, 고양이, 내가 아침 마다, 또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등 기본적으로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텔레비전이 보여 주기 좋아하는 기기묘묘함의 성격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ABC 방송국의 <찰스 깁슨의 월드뉴스>의 프로듀서도 같은 반응이었다.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를 흥미롭게 비춰 주거나, 텔레비전으로 방송될 만큼의 재미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점이 도전의 흥미로운 점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미국 중산층 남자가 100개 이하의 개인 소유물로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기기묘묘한 일 아닌가 말이다.

 

이건 또 어떤가? 그렇게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데도 내 일상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 또한 충격적인 일 아닌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야말로 이 도전의 숨은 비밀일지 모른다. 우리 삶은 물건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쉿! 아직은 비밀이다. 아, 그 물건들이 없어지면 우리 삶을 풍성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긴다는 변화는 있다.” 206~207 페이지

 

사실 TV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인터뷰를 할 정도가 되면 100 개만으로 살다 보니 한 가지 옷을 며칠씩이나 입는 등 보통 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텐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다 보니 ‘방송꺼리’가 안된 것이다. 물론 침대와 탁자 의자 등,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는 물건은 100 개 중에 넣지 않거나, 책으로 가득 찬 책장을 ‘하나’로 두는 등 ‘자기 멋대로다’로 여길 만도 했다. 하지만 그가 행한 프로젝트를 잘 살펴보면 우리의 소비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의 프로젝트를 따라서 실행하게 되면 낭비를 줄이게 되어 자금이 넉넉해지고, 아울러 일할 시간을 늘리거나, 쇼핑할 시간이 적어져서 하루 중 여유로운 시간이 넉넉해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더 자유롭고 덜 숨 막히고 더 즐겁기 위한 인생 전환법’이라고 할 수 있다.

 

100 개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한다면 생활은 다소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은 오히려 풍성해 질 것이다. 아울러 소비를 줄임으로써 지구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생환경 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 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는걸 보면서 그 말이 확 와 닿을 것이다. 값싸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수많은 물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환경파괴이고 자원낭비인 것이다.

 

지난 해 <메시> <위 제너레이션>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모두 소유보다는 ‘공유’를 권하고 있는 지구촌을 이야기한 책으로 해외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책이다. 빌려주고 빌려 쓰는 공유는 아니더라도, 정말 필요한 것을 사는 소비정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올랐다.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을 느낀 그가 이 책을 읽는다면 박수를 칠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만족함’, 즉 enough를 알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잡동사니 없는 삶을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본 이미지는 팍스 TV(03월 27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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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실패하라 -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 / 미래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포스트잡스post-jobs는 제임스 다이슨이다!

 

 

 

나는 지난 해 6월 <다이슨 스토리>를 읽고 제임스 다이슨이란 인물을 알았다. 그리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에 소개해 ‘정용진 선풍기’로 알려진 날개 없는 선풍기가 다이슨의 제품이라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고, 책을 덮은 후에는 놓칠세라 리뷰를 썼다(Daum에서 책제목을 검색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출연해 주목되는 경제경영서를 소개하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다이슨 스토리>를 소개했고, 주위에 그 책을 구입해 선물했다. 지난 해 여름, 난 제임스 다이슨에 취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이슨 자서전Against the odd>(미래사)에 또 취했다.

 

 

 

 

 

 

 

 

 

나는 다이슨이 좋다. 다이슨 제품에는 발명가이자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수천 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품화에 성공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다. 수많은 실패로 자칫 시지프스가 될 뻔 했지만 포기를 몰랐던 그의 우직함을 나는 좋아한다. 모든 물건은 더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다이슨의 세계관을 공유하고자 나는 다이슨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실패를 감수하며 조금씩 발전하자는 그의 세계관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갈망하는 진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다이슨이 정말 좋다.

 

 

 

‘다이슨’하면 혁신이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 그가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전까지 영국인들은 자전거 바퀴처럼 먼지봉투는 진공청소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내 대신 청소를 하던 그는 기존 청소기의 작동이 시원치 않자 자리에 앉아 손수 뜯어보았다. 그리고 몇 번 의 실험을 통해 진공청소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작은 먼지는 구멍에 깊숙이 박혀 있어서 먼지봉투 속 먼지를 비워낸다 해도 청소기의 성능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먼지봉투가 가득 차서 진공청소기의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제조업자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다. 다이슨은 소비자로서 제조업체들의 못된 마음과 무관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먼지봉투가 붙은 진공청소기는 더 이상 청소기가 아니었다.

 

 

다이슨은 생계는 아내에게 맡긴 채 집 뒤편에 있는 낡은 마차 창고(성공하고 싶거든 창고에다 회사를 차리자. HP, 아마존, 애플 등 오늘날 성공한 위대한 기업가들의 첫 회사는 항상 그곳이었다)에서 싸이클론 방식을 결합한 신개념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매달렸다. 3년이라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다이슨 청소기가 완성됐다. 하지만 완제품을 만들 수가 없었다. 수년간 개발에 매달린 탓에 남은 돈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진공청소기의 아이디어와 생산권을 다른 회사에 팔려 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먼지봉투가 있는 청소기가 뭐 어때서? 우리 회사는 먼지봉투를 따로 팔아서 좋기만 한 걸? 우린 지금 아쉬울 게 없어.” 라며 거절했다. ‘늙은 여우는 더 이상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했던가. 청소기 회사들은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렀고, 결국 일본의 에이펙스 사에 지-포스G-Force라는 이름으로 다이슨 청소기는 처음으로 소비자를 만났다.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그는 화장실에서 바람으로 손을 건조하던 기계를 만들다가, ‘에어멀티플라이어’라는 날개 없는 선풍기도 만들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타임Time이 ‘올해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다이슨 본사 건물 문손잡이에 붙은 스티커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다이슨’하면 실패다. <다이슨 스토리>의 저자 레인 캐러더스는 ‘혁신은 결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거의 대부분 실패라는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이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빛나는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겪은 실패 때문일 것이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면서 5,127번의 시도와 그만큼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시도해 결국 성공했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 다이슨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장려한다. 엔지니어인 그의 삶에 실패는 당연한 결과다. 숱한 실패 속에 있었던 드물었던 몇 번의 성공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실패하면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떠오른다. 자서전의 제목이 <1승 9패>일 정도로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겼고, 중간에 결과가 좋지 못하면 바로 접었다. ‘실패는 곧 수치’라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본,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야나이 회장은 별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나의 성공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실패 없이 성공은 없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다이슨’하면 디자인이다. 그가 개발한 전공청소기는 영국에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비틀즈 이후 가장 큰 성공을 거든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영국 가정의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다이슨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다이슨 제품은 힘 쎄고 우수한 성능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로 통한다. 하지만 다이슨 제품이 인기가 높은 이유 중에는 독특한 디자인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다이슨 제품들은 현재 런던과학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로테르담 보이만 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현대 미술관, 취리히의 디자인 박물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리스본 디자인박물관,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가 사는 궁전에도 수십 대가 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두고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가진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그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잡스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봤다. 잡스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쉬운 것이라면, 다이슨에게 디자인은 제품 그 자체로서의 공학이다. 다시 말해 제품은 그 속에서부터 빛이 나야지 겉만 멋져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I just think things should work proprely.”

 

 

 

이병규는 <촉觸>(리더스북)에서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이 이미 포화되어 팔기가 어려워진 오늘날,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다며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려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觸)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먼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존의 제품을 바라봤고 촉으로 읽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 속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혁신에 있어 포스트잡스post-jobs를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라. 제임스 다이슨, 그가 포스트잡스다!

 

 

 

이 리뷰는 이 책<계속해서 실패하라>의 말미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5월 08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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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마흔 이후, 중년의 재발견

 

오늘날은 ‘홀로살기’가 훨씬 쉬워졌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 특히 중년에 접어든 남자들이다.

 

요즘 서점가에 중년바람이 거세다. 지난 해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청춘 콘서트'를 필두로 한 청춘이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중년이다. 중년의 남성 독자를 위한 책으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남자의 물건>, <중년수업> 등이 대표적인데, 제목 한 번 아저씨답다. 김난도 교수가 쓰고 있다는 중년을 위한 책 제목은 점입가경, <결리니까 중년이다>란다.

 

이러한 중년 바람의 시작은 '마흔'에 있다. 책들 대부분이 어떠한 유혹에도 미혹함이 없는 불혹을 맞아, 90세 수명까지의 후반부 인생에 대한 고민하는 중년들의 고민을 대신하고 있다.

 

'나는 동창회가 싫다. 월급, 몰고 다니는 자동차로 사는 수준을 판단하고 행복을 가늠하는 눈치들이 싫어서다. 회사에서는 어느 줄이 튼튼한 동아줄인지 잘 판단해서 줄서야 하고, 사는 순간 '상투 잡아 인생을 저당 잡힌 하우스푸어다. 나는 매주 금요일에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월요일에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로또가 된 줄 알아. 지중해에서 유람선 타고 있을 거야. 나 찾지 마." 로또를 가득 채워 두 장을 샀다. 그렇게 만원을 날렸다. '정말 로또 밖에 답이 없는가' 고민도 하지만, 다음 주면 나는 또 일주일의 꿈을 만원에 사고 있을 것이다. 밀린 주택담보 대출금 갚으려면, 대학을 앞둔 큰 딸 과외비대려면 나는 오늘도 일해야 한다. 나는 아프면 안되는 몸이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한국경제신문)의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 저자인 이의수 목사는 불혹의 마흔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아울러 오늘의 마흔들이 많은 애환과 아픔을 겪고 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나 남아있는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이기에 축복이라 여기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그동안 만난 마흔 남자들의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15개의 스토리를 엮었다. 마치 내 얘기같은 스토리에 흠뻑 빠져 있다보면 어김없이 저자의 조언이 등장해 내 어깨를 어루만진다. 우선 '내, 네 맘 다 안다.' 위로하고, 곧이어 '아직 쇠털처럼 많이 남은 인생을 위해 힘내자'고 격려한다. 책장을 덮으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 저자에게 위안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 마흔의 나는 지금, 위로받을 곳이 필요하다.

 

남자는 외로움에 익숙한 동물이다. '사냥을 도맡았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사냥을 할 때도 침묵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과묵하다'는 말이 칭찬이 되었다.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해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 하지만 남자도 외로움을 탄다. 걱정이 생기면 고민을 나누고도 싶다. 문제는 어디 내놓고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연히 친구와 만난 술자리에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넋두리할라 치면 돌아오는 대답은 “너, 취했냐?” 혹은 “나, 돈 없다”, 늘 똑같다.

 

저자는 외로운 중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우선 아내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면, 서로의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배우자의 성격,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며 저자는 이렇게 충고 한다. "남성은 외롭다. 인생의 외로움을 벗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나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심리학 교수 김정운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에서 외롭고 싶지 않다면 매일 감탄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꼭대기까지 죽어라 오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건강하려고 산을 오른다면 중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왜 그렇게 죽어라 하고 정상에까지 올라가는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고,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감탄하기 위해서다. 산꼭대기에 올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우와~!”하며 감탄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략) 감탄은 이 숭고함과 장엄함의 구체적 반응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으나,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감탄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감탄으로 양육한다. 감탄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시간 나는 대로 음악회도 열심히 가고, 미술관도 아내와 팔짱 끼고 가고, 축구장과 야구장에 아이들 손잡고 가는 이유도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정운은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에서는 남자란 아이덴티티를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그래서 어떤 것이든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직함이 필요하고, 그 옆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매개해주는 물건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어령의 물건은 3 미터짜리 책상이고 신영복은 아버지의 벼루, 안성기는 스케치북을 '내 물건'이라 꺼내들었다. 김정운은 60개가 넘는 만년필, 아빠의 만년필이 좋았던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당신의 물건'은 무엇인가?

 

 

 

 

영화 <버킷 리스트>는 자동차 정비사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버킷 리스트는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이자 나만의 목표, 그리고 꿈이 된다. 봄이다. 따뜻한 봄볕 아래서 나의 행복한 중년을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이 리뷰는 한국전력 사보 KEPKO TODAY (6호 - 4.10) '책의 향기' 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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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 - 매 순간 최고의 결과를 얻는 사람들의 비밀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디지털 시대의 생존자는 생각하는자thinker가 될 것!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아마도 첨단의 스마트폰으로 어제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느라, 게임을 하느라, 혹은 카톡을 하느라 지하철 풍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잘 안다, 오늘 아침 나도 그랬으니까. 열에 아홉 명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지켜보거나 두드리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단잠에 빠지거나, 무가지 신문을 읽거나, 몇몇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와 빛이 겹쳐 흡사 좀비를 닮았다.

 

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유무선 기술의 애플리케이션들은 혼자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대신 내게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갈 뿐, 정작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켠다. 혹 잠깐이라도 생각에 빠지면 ‘쓸데없이 멍~ 때린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짐을 꾸려 인적 없는 호숫가 통나무집을 찾아가 2주일간 ‘생각 주간(think week)’을 만들어 생각에 몰입한다. 그는 ‘생각 주간‘ 동안 임직원이 제출한 프로젝트와 보고서에 열중하며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한다. 빌 게이츠 뿐 아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워런 버핏은 1년에 50주 동안 생각하는데 쓰고, 남은 2주 만을 일한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하루 10분 이상은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쓴다. 구글의 전 직원들은 ’20퍼센트 타임제‘라고 해서 업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자유시간으로 쓸 수 있다. 그 시간에 구글러들은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다. 구글 뉴스, 애드 센스, 구글 맵스, 구글 어스, 구글 토크 등은 20퍼센트 타임제를 통해 탄생했다.

 

‘은둔의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같은 큰 생각을 만들 때면 예의 한남동의 승지원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생각에 잠긴다고 한다. 종종 초밥 서너 개만으로 하루를 버티며, 생각에 빠지면 48시간 동안 잠을 안자기도 했다 한다. 그에게 있어 ‘사색의 시간’은 중요한 일과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빌 게이츠는 왜 생각 주간을 만들었을까>(토네이도)는 ‘생각의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조직들의 전략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Daniel Patrick Forrester)는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는 ‘씽킹 타임(thinking time)’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개인에 있어서도 일과 삶 전체적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빌 게이츠처럼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IT전도사였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어느 날 독서 시간을 채 30분도 넘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의 독서 몰입도가 잠수부였다면, 지금은 서핑을 하는 서퍼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유를 각종 ‘스크린’ 때문이며,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제목의 책에 고백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중국의 교양을 대표하는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하고, 다작(多作)하고, 다상량(多商量)하라“고 말했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도연명의 이 말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말하지만, 순서를 바꿔보면 지식의 탄생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읽는 것이 인풋(In-put)이고, 쓰는 것이 아웃풋(Out-put)이라면, 생각하기는 아웃풋을 위한 과정(Process)이 된다. 아무리 훌륭한 글을 읽는다고 해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대로 베끼기만 될 뿐 나만의 훌륭한 글은 결코 만들 수 없듯이 세상을 바꾸는 좋은 아이디어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기를 강조하는 걸까? 학습(學習)이라는 말이 있듯 읽어 배웠으면 익히는 과정이 바로 생각하기다. 오늘 배운 것과 어제까지 배운 것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이 한데 뭉쳐 발효되고 숙성되는 시간, 이 시간이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청춘들의 멘토 박경철 원장도 책<자기혁명>에서 ‘배우는 것이 벽돌이라면 생각하는 것은 쌓는 것이다. 벽돌을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쌓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각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생각이 깊어지면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감수성(感受性)도 더불어 깊어진다. 그러면 매 순간 만나는 현상, 즉 스치는 바람과 흘러가는 뜬구름, 잎새 하나, 발에 차이는 돌맹이 하나 그 무엇 하나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귀스트 뒤팽, 제인 마플, 아가사 크리스티 등 명탐정들은 모두 최고의 관찰력을 갖고 있다.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흩어진 사실(fact)에 대한 관찰이다. 범인을 추론하는데 이어 정확한 정보수집과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력에 있어 단연 최고의 명탐정은 셜록 홈즈일 것이다. 그들은 사실 너머의 사실, 발생할 수도 있었으나 발생하지 않은 사실, 즉 ‘보이지 않는 사실(invisible fact)'을 본다. 그가 보이지 않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기 때문이다. 즉 보면서 두뇌를 사용해 생각하고, 뭔가를 찾아내고 발견하기 위해 시각적 감각과 사고력을 연결시켜 종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각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두 개, 세 개, 네 개, 멀티태스킹이 늘어날수록 생각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미국 유타 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며(2퍼센트만 가능하다) 하나씩 일을 처리할 때보다 현저히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남의 생각을 그만큼 더 많이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할 뿐, 내게서 비롯되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예일대학교 교수인 윌리엄 데레시에비츠는 “생각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끊임없이 방해를 받아가면서 또는 아이팟을 듣거나 유튜브의 무언가를 보면서 한 번에 20초 동안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각은 그냥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생각에 빠져들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생각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링컨대통령이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의 공간’을 만들기를 권한다. 아울러 지금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모든 정보와 대화의 스위치를 오프off로 내리고 온전히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또 하나의 ‘생각의 시간’이다. 저자는 생각에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하기에 잠도 잘 잔다고 말한다. 잠을 뒤척이면 집중력과 실행력, 단기 기억력, 기술 개발능력 등 많은 것들을 잃고 만다.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역시 모든 켜져 있는 것을 끄는 것은 기본이다.

 

매일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전긍긍 사는 우리에게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은 마치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자발적 구속’을 외치며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전 세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아날로그 세대의 자리는 사라지고 디지털 세대가 비즈니스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남는 건 ‘생각하는 자(thinker)'가 될 것이다.”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은 그것이 곧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때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4월호) '북소믈리에 칼럼'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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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1-2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찰력있는 글에서 책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리치보이 2015-01-21 12: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