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단지능의 원리, 꿀벌과 개미에게 배우다!

집단지성의 탄생 

  2008년 12월, 세계적인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는‘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이용하는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하면서 나이와 지역 그리고 어떤 악기를 쓰든 상관없다며,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감독 탄둔이 작곡한 <인터넷 심포니 에로이카Internet Symphony Eroica>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정해서 직접 연주해서 유튜브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접수한 결과, 무려 70개국에서 3,000여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클래식 전문가들의 심사에 의해 90명의 최종 단원이 선발되었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이 각자가 따로 연주하거나 노래한 것들을 한군데로 모아 다시 합치는 작업을 거쳐 인터넷 심포니 글로벌 메시업Internet Symphony Global Mesh Up 동영상이 탄생하였다.  

 그 뿐만 아니다. 이 동영상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유튜브는 전세계에 있는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불러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2,800명의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는 가운데 공연을 성공시켰다.  

  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 동영상은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 즉,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위키피디아, 클라우드소싱, 오마이뉴스, 지식in, 유튜브 등 대중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능을 강조하는 성공적인 비즈니즈 모델들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그 성공에 대한 사례 분석만이 있었을 뿐 이들 성공비즈니스 모델의 과학적 핵심 원리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개미와 꿀벌의 무리에서 답을 얻다 

  책 『스마트 스웜』은 그러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선임편집자로 활동하는 저자 피터 밀러는 이 책을 통해 곤충과 동물 집단의 행동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조직운영과 의사결정의 원리를 밝혀냈다. 책의 부제는 How Understanding Flocks, Schools, and Colonies Can Make Us Better at Communicating, Decision Making, and Getting Things Done. 해석하면 ‘동물의 떼, 무리, 군집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은 원활한 의사소통, 현명한 의사결정을 좀 더 잘할 수 있다’ 정도가 된다. 



 

   제목이 말하는 ‘스마트 스웜’ 은 개미, 꿀벌 등처럼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영리한 무리(집단, 떼)를 뜻한다. 주인공은 개미, 꿀벌, 흰개미, 참새이다.  

  개미는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길마다 페로몬 자취를 남겨서 뒤따르는 개미들이 페로몬 자취가 더 강한 길, 즉 앞서 더 많은 개미들이 지나간 길을 택할 수 있도록 힌트를 남긴다. 이러한 선택이 누적될수록 좋은 먹이 공급원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꿀벌의 무리는 새 집을 고를 때 무리 앞에서 꼬리춤을 추면서 서로 자신의 후보지가 좋다고 지지자를 모으고, 그 중 한 후보지로 오가는 벌들의 통행량이 다른 곳들보다 월등히 많아질 때 그 곳이 새 집이 된다. 

  한편 아프리카 남부의 흰개미 일꾼들은 3미터 높이의 집을 지을 때 개미끼리 소통하지 않고, 구조(집)와 상호작용을 한다. 즉 구조 자체가 흰개미가 할 일의 안내자가 된다. 예를 들어 쓰레기 기둥이 일단 어떤 높이에 도달하면, 일개미들은 더 높이 쌓기를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마치 거대한 한 마리처럼 동시에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는 참새나 찌르레기, 물고기의 무리는 6~7 마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일종의 구역 체계를 만들어 이를 통해 움직임을 조정한다. 



  이와 같은 영리한 무리의 행동 메커니즘을 단순화하면 자기 조직화, 정보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 이렇게 네 가지의 기본원리로 구분할 수 있다. 즉 개미처럼 개체들은 본능적으로 행동을 서로 조정하고(자기 조직화), 꿀벌처럼 집단 내 개체들의 다양한 지식을 경쟁시켜 근사치를 얻어낸다(정보 다양성). 그리고 흰개미처럼 한 집단의 개체들이 작은 변화에 자극을 받아 어떤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에 자극 받아 다른 개체들이 새로운 구조를 창조하고(간접 협동), 참새처럼 집단 내에서 개체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움직인다(적응 모방). 그렇다면 이들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과연 무엇인가?

 


“영리한 무리는 어떻게 일을 할까? 개미, 벌, 흰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은 문제 해결 과제를 많은 개체에 분산시킨다. 각 개체는 단순한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책임자 같은 것은 없다. 남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자도 없다. 대신 그런 집단의 개체들은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한다. 그러다 보면 개미 군체가 가장 가까이 있는 씨앗 더미를 찾게 해주고 청어 떼가 굶주린 꼬치고기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패턴이 출현한다. 움직임이나 의미의 전환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되돌아가 전 세계에서 보낸 지원자들이 보낸 일종의 오디션 화면이 담긴 인터넷 심포니 글로벌 메시업 동영상을 살펴보자. 동영상에 등장하는 제각각인 연주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소파에서 연주하는 사람, 팔에 부목을 한 채로 연주하는 사람, 스타워즈 캐릭터 헬멧을 쓰고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기도 아코디언이나 피리에서부터 자동차 휠로 치는 드럼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이렇듯 제각각인 연주자들이 메시업Mesh up되어 환상적인 연주곡을 만들어냈다.  

 집단지성의 활용, 비즈니스 경쟁력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대중의 지혜』를 쓴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의 저명한 경영 컬럼니스트이라 ‘제임스 서로위키’는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고 말한 바 있다. 저자 역시 이 책에서 ‘영리한 무리’의 지혜에 대해 특유의 접근 방법을 통해 ‘집단이 지혜를 모을 때 실수는 상쇄되고 최상의 해답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 세계에서 대륙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떼죽음을 당하는 사막메뚜기가 있듯이 해마다 성지순례에 나섰다가 대규모 압사를 당하는 어리석은 군중들도 있다며 모든 군중이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님을 저자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당신의 회사가 자기 조직화, 다양성, 지식, 개인 간의 협동, 적응성 모방을 받아들여서 경쟁 회사를 이기거나 사회에 더 공헌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대답은 우리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즉 웹 2.0 체제에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웹의 힘을 받아들여서 집단 지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내의 협력을 도모하거나,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공급자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위키, 블로그, 소셜 네트워킹 같은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 이 도구들은 개인 간의 의견을 공유할 뿐 아니라 공동의 문제에 협력하고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집단지성에 대한 관심이 깊은 독자라면 지금 일독할만한 하다. 아직도 ‘천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이른바 ‘천재경영론’을 읊조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픽사웨이
빌 캐포더글리 & 린 잭슨 지음, 장상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회사를 당신만의 혁신적인 놀이터로 만들라!

 

  지난 8월 국내에도 개봉한 헐리우드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3'가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에 뽑혔다.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토이스토리 3'는 8월 둘째 주말까지 전 세계에서 흥행 수입은 9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흥행 최고 기록인 '슈렉 2'(2004)의 9억1천9백만 달러를 넘는 대 기록이다. 

  한편 '토이스토리 3'는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전체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토이스토리 3'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9억3천8백만 달러)을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9위로 올라섰으며, 영화 흥행 열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놀라운 영화를 만든 장본인은 픽사PIXAR다. 픽사는 늘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선보이며, 내놓는 작품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지구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이다. 1986년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루카스 필름으로부터 500만 달러에 사들여 2006년에 디즈니에 약 74억 달러에 매각해 20년 동안 1,500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기도 했던 픽사. 과연 픽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책<픽사웨이Innovate the Pixar Way>는 픽사의 실체를 통해 창의적인 기업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밝혀낸 책이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혁신 전문가인 저자 빌 캐포더글리Bill Capodagli와 린 잭슨Lynn Jackson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혁신에 대한 픽사만의 특별한 방식, 픽사웨이는 그들만의 창의력과 조직력에 있음을 알아냈다. 



 

  우선 픽사의 성공을 있게 한 창의성을 살펴보자. 픽사의 놀라운 창의성을 일으키게 한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 그 답은 픽사가 만든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 담겨져 있다.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은 아이와 장난감. 픽사는 주인공들의 시선, 즉 어린 아이의 시선, 혹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고 보았다.  

 같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관점이 달라지면 보여지는 세상은 180도 달라진다. 토이 스토리는 아이들과 장난감이 주인공이고, 라따뚜이는 생쥐가 요리사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픽사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작품은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픽사는 ‘영화는 시작도 스토리, 끝도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속편이든 3편이든, 전편의 성공에 편승해서 무임승차하지 말고, 독립적이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2의 흥행 성공은 픽사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징크스를 깬 유일한 회사로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픽사의 영화를 보면서 놀라는 이유는 관객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세상을 그려내는 그들의 상상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한 두 명의 천재에 의해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픽사가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하는 데는 보통 4~5년. 이 오랜 기간 동안 ‘창조적인 집단’은 이미 만들어진 영화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덧칠한다. 그들이 믿는 것은 단 하나, ‘품질이야말로 최고의 사업계획서’라는 것이다. 이 금언은 모든 비즈니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성공비결 두 번째 힘은 바로 직원들의 협업Collacoration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 저자인 켄 블랜차드는 “우리보다 똑똑한 개인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픽사의 사내 교육 기관인 픽사대학의 심벌에도 “ Alienus Non Diutius.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픽사는 기업의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들이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에 픽사리언Pixarians(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고 그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10여 개 이상의 강좌가 열리는 픽사 대학을 설립하는가 하면 본사를 캠퍼스라고 부르며 직원들의 상상력을 북돋울 만한 독특한 모든 것들을 구비하고 있다. 그래서 픽사를 이노베이터들의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들은 혁신은 어느 한순간 기적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협동하는 과정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픽사는 직원들끼리 아이디어와 진행중인 작업물을 꾸준히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향상시킨다(그들은 이것을 플러싱plusing=plus+ing이라 불렀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에 관대하다.

 ‘토이 스토리3’를 만든 리 언크리치Lee Unkrich 감독 역시 픽사가 창의적인 영화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것은 플러싱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픽사는 대단하다. 우리가 많은 실수를 하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창의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을 망쳐도 안전하며, 실수를 하는 일이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단지 영화를 더 잘 만드는 것뿐이다.”

 

 픽사에게 협력이란 확장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갖고, 문제가 생기면 각자 자기만의 비장의 무기들을 들고 와서 모두 힘을 합치는 것이다. 회사를 설립 한 이후 한 번도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스토리를 사온 적이 없이 순수하게 내부 직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창조력으로 성공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협력 때문이었다.   

 <픽사 웨이>는 화제의 기업 픽사의 실체를 잘 짚어낸 책이다. 성공의 크기와 기업가의 치적에만 집중한 여느 기업의 성공스토리와는 달리 픽사의 성공에 숨어 있는 기업 마인드들이 인상적이었다.

  픽사만의 독특한 리더십 6가지, 직장에서 활기를 갖고 열정을 불어넣는 7가지 비법, 픽사리언들이 추천하는 당신의 일터나 팀의 혁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33가지 흥미로운 지침들, 등 저자들은 픽사의 리더십과 인재개발, 사내학습, 연구개발 등 ‘픽사웨이’의 실체들을 밝혀줄 경영 주제들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이들만 살펴봐도 이 책으로부터 얻는 소득은 충분해진다. 


  저자들은 경영 컨설턴드답게 픽사 못지 않게 ‘재미있는 일터’이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섯 곳의 기업을 소개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구글Google과 나이키Nike, 그리고 최근 8억 700만 달러에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는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 외에도 10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그리핀 병원, 사람 중심 경영의 정장 전문 소매업체 멘즈 웨어하우스, 고급 할인점 타깃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놀이터 같은 일터’, ‘창의력이 솟구치는 조직’의 전형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업종에서 무슨 일을 하던 변화를 추구하고, 조직에 창의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강령들이 그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당부는 실용독서의 완성은 실천이라는 것이다. “생각은 쉽고 행동이 어렵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아는 게 다가 아니다. 알고 있는 바를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론 충분치 않다. 그 의지에 따라 실천을 해야 한다.”는 독일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을 명심하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 포인트 - 선택과 결정의 힘
마이클 유심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고 포인트 - 결정의 순간, 자신의 이익을 낮춰라! 
 


모든 인생에는 결정의 순간이 온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어쩌면 ‘결정’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하루는 결정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결정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에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음료를 마실지 덜 시급하고 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도 있을 테지만 전 재산을 털어 어느 한 곳에 투자하는 결정을 할 때, 올해 회사의 프로젝트를 담당할 파트너를 결정할 때처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정이 정말 어려울 때는 중대한 결과가 뒤따르는 결단을 내릴 때,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는 결정공포증decidophobia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아니, 책임지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공포를 뜻하는 책임공포증hypengyophobia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 이외의 사람(특히 잘 모르는 사람)이 포함된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섣부른 결정을 내려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하느니 그 결정을 타인에게 맡기고 따르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편이다. 시쳇말로 ‘새가슴’이 된 것이다. 

  원래 성격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리드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이든 능숙하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는 특히 사업에 관련해서 여러 차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이후에는 내가 내린 결단에 내가 못미더워 더욱 어려워졌다.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것이 싫어서 급기야는 ‘지금은 결정적인 때가 아니다’며 아예 결정을 미루는 습관까지 생겼다. 결정하지 않는 삶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 어느 순간 항상 혼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 당하며 살고 있었다. 이런 삶은 결코 강자가 될 수 없는 약자의 삶이었다. 
마이클 유심은 책 『고 포인트』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성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며,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을 배우면 능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예스 아니면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특히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고 포인트Go Point'라고 불렀다. 저자는 고 포인트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동하는 바로 그 순간을 뜻하고 이를 다루는 지혜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보았다. 
1993년 ‘얼라이브Alive'라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던 로베르토 카네시의 이야기였다. 해발 3,500미터의 안데스산 눈밭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음식도 없이 힘겹게 버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두가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열흘째 되던 날, 카네사는 첫 번째 고 포인트가 왔음을 알았다. 의대생인 그는 생존자들이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먹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득했다. 이러한 식인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의 고 포인트는 생존자 전체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하지만 이제 그런 습관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와튼스쿨의 리더십 및 변화관리센터의 교수인



 

 고 포인트, 의사결정을 연습해보자 

  저자는 고 포인트를 배우는 방법으로 ‘현장 답사’를 추천했다. 즉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는지 관찰한 후에 거기에서 가장 유용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도 저자가 다양한 직업군의 수많은 인터뷰와 현장답사를 통해 얻어낸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해발 6,000의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가 하면 총칼이 난무하는 남북전쟁의 벌판을 달리고 있었고, 또 어느 순간엔 NASA로 가서 우주로의 여행을 앞둔 출발 직전의 우주비행사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장들을 글로써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역사 속의 ‘고 포인트’ 순간, 주인공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가 그러한 판단을 내렸던 상황을 예측해 보고 마치 대체역사 소설처럼 ‘만약 다르게 결정을 내렸다면?’하고 가정해 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내가 만난 가장 인상적인 ‘고 포인트’는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속에서 45명 중 29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그 후 카네사는 두 번째 고 포인트, 구조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구조대를 만들어 안데스산을 넘어 구조를 요청하자고 설득했다. 이것이 카네사가 내린 두 번째 고 포인트였다. 이번의 결정은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는, 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가만히 앉아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하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네사는 그 순간이 바로 ‘가야할 때’임을 알았고, 두 사람의 동행과 함께 산행에 착수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생존자 전원을 구조해냈다. 



  그가 안데스 산에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5가지 원칙이 있다. 33년이 지난 지금도 결단을 내릴 순간이 오면 이 원칙에 도움을 받는다는 5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정신을 집중하라

2. 기준을 높게 잡아라

3. 기본으로 돌아가라

4. 한번 내린 결정은 의심하지 않는다

5. 성공의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냉정하고 빈틈없는 태도를 유지한다

 

  나의 시선은 안데스 산맥의 비행기 추락현장에 머물며 ‘만약 내가 카네사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과연 내가 카네사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돌아보았다. 이처럼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크고 작은 다양한 ‘고 포인트’의 현장 속에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역사의 순간이 남겨준 아쉬운 장면을 짚어주고 현명한 결단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결정의 원칙: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라 

  그렇다면 ‘고 포인트’의 순간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연 무엇일까? 마이클 유심은 ‘남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는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 포인트는 나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기업이 사리추구를 뛰어넘는 의사결정자가 경영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증거가 많다. 저자는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정에 앞서 스스로를 정상에 세워서 아래를 조망한다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행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은유적으로 정상에 서서 내려다볼 수는 있다. 자신이 선수가 아니라 코치,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 조교가 아니라 학장, 비서가 아니라 CEO라고 상상해 보자. 제한된 시야로 그림의 일부만 보는 대신 전체 그림, 큰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본다고 상상하라는 말이다. 그 정상에 서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행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은유적으로 정상에 서서 내려다볼 수는 있다. 자신이 선수가 아니라 코치,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 조교가 아니라 학장, 비서가 아니라 CEO라고 상상해 보자. 제한된 시야로 그림의 일부만 보는 대신 전체 그림, 큰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본다고 상상하라는 말이다. 그 정상에 서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의사결정권자들이여! 타인을 위한 결단을 수행할 때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하라!” 이것이 고 포인트가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기 경제학 (양장)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U자형의 회복곡선, 몇 년간 평균이하의 성장세 감내해야 할 것

  “나는 금융위기가 '화이트 스완white swan', 즉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고 본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2막 격인 지금 벌어지는 일들 역시 예측할 수 있다.” 닥터 둠Dr. Doom 이라 불리는 비관주의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이번 뉴욕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블랙 스완black swan‘의 돌발상황이었다는 세상의 생각에 반대했다. 게다가 최근의 재앙은 돌발상황이 아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위기는 거품경제에서 시작된다. 거품이란 자산가치가 원래의 가치보다 부풀어오른 상태를 말한다. 투자자가 호황기에 한 몫을 보기 위해 돈을 빌리면서 과다하게 채무를 쌓아가다 보면, 거품이 이리저리 퍼져나가게 된다. 자산에 거품이 끼는 현상은 당연히 과다한 신용거래를 동반한다. 이는 금융시스템의 느슨한 관리감독이나 중앙은행의 허술한 통화정책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습관의 산물, 34-35쪽)

   루비니 박사는 최근 인기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미흠과 함께 발간한 책 <위기 경제학Crisis Economics>(청림출판)에서 위기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금융위기는 경제와 금융상의 취약점이 쌓여서 폭발하는 습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이성적 낙관주의, 다단계 금융시스템, 금융혁신, 자산거품, 공황상태, 은행이나 기타 금융회사의 경영문제 등 이번 경제위기를 있게 한 요인들은 수십 년 전 발생한 경제적 대재앙들의 원인과 유사점이 많은데 이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오늘 재채기를 하면, 다음날 아침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니던가? 요즈음 세계경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아마도 ‘미국 경제가 또 다시 경기침체를 맞을 것인가?’하는 우려일 것이다. 

  최근 마이클 보스킨 美스탠퍼드대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주가, 채권 수익률 등 올라야만 하는 지표는 떨어진 반면 실업률과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내려야만 하는 지표는 올랐다며 미국 경제는 이제 더블딥double deep을 넘어 일본식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루비니 박사 역시 지난 3일 이탈리아 코모 호(湖)에서 열린 연례 ‘암브로세티 경제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상당수 유럽국가 등 선진국들에서 더블딥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중소형 은행 400여 개가 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지금인 때문일까? <위기 경제학>은 더욱 실감나게 읽힌다.

저자들은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부터 1929년 대공황까지의 역사적인 경제위기 사례들을 통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위기였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왜곡된 보수시스템에서부터 AAA 등급을 남발한 부패한 신용평가기관에 이르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즉 느슨한 통화정책과 무모한 금융혁신, 도덕적 해이의 문제와 통일된 정책의 부재, 그림자 은행 시스템 등이 전대미문의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뉴욕발 금융위기 직후 포털사이트 Daum의 아고라 경방을 뒤덮으며 뜨겁게 달궜던 내용들이기도 하다. 특히 경방 고수 세일러가 쓴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위즈덤하우스)과 <불편한 경제학>(위즈덤하우스), 그리고 나선과 상승미소가 쓴 <똑똑한 돈>(한빛비즈)을 통해 이미 들은 바 있는 달러의 추악한 실체와 미국이 경제공황을 피할 수 없는 이유 등을 1-2년이 지난 후 루비니 교수에게서 거듭 듣는 기분은 새삼스럽고 묘하다. 순서와 토씨만 다를 뿐 주장들 대부분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 역시 루비니답게 과격하다. 그는 금융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업 직원들은 제한된 주식으로 보수를 받아야 하며, 처분은 퇴직할 때까지 불가능하게 하거나, 최소 10년 이상 소유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의 보너스문제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면서 보너스시스템을 단기이익이 아닌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파생증권 상품을 만들어내는 연구소에는 보너스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파생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해결책들은 채택 가능성여부를 떠나 은행주주, 대리인 그리고 금융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병폐와 심각성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세계경제는 다시 고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인가 아니면 장기간의 불황을 겪을 것인가? 

  저자들은 세계경제가 다시 반등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험과 취약성이 앞으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만약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 불황이 발생한다면 국가부채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한편 현재 가장 현실성 있는 경제회복 곡선 시나리오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U자형 곡선 회복이지만, 몇 년간 평균이하의 성장세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들이 한국을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이면서, 혁신적이며 역동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하며 BRIC은 한국을 포함해 BRICK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문제점 또한 없잖다. 유일한 한국의 문제는 남과 북으로 대치중인 북한의 문제로, 북한이 붕괴된다면 한국은 굶주린 난민들로 넘쳐나게 될 거라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가 보는 세계 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최소한 수년간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3일 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재정 부양 정책이나 재고 조정 같은 순풍이 역풍이 됐다며 더블 딥을 모면한다 해도 하반기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와 유사한 하강기로 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전망이 또 다시 들어맞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 - 개정판,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와 고객관리 전략을 배운다
이시즈카 시노부 지음, 이건호 옮김, 이정일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하려거든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팔아라! 

 오늘날 기업들이 마케팅에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고유의 브랜드만을 활용하여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통적인 공식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과 주주들이 느끼는 브랜드 가치는 점점 더 커지는 반면, 규모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도와 인지도, 신뢰도, 감동 등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브랜드 전략가인 존 거제마와 에드 러바는 ‘기업들이 브랜드 버블the brand bubble 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글이나 애플, 나이키처럼 소비자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에게 브랜드 버블은 남의 이야기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를 겸한 소비자, 까다로운 ‘프로슈머prosumer'의 소비자주권 시대라 할지라도 소비자를 위해 속도와 개방성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만큼은 무한한 사랑을 던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옛날의 화려한 명성을 믿고 자신이 만들어 팔기만 하면 누군가는 살 것이라고 생각에 빠져있는 기업가와 기업들이 아직 적지 않다. 뛰어난 품질의 제품은 차고도 넘칠 만큼 많다. 오늘의 소비자는 품질 그 이상의 무엇을 가진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필자는 이들에게 세계적인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를 보고 배우라고 주문하고 싶다. 자포스에게는 소비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녔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 원제-ザッポスの奇跡>(북로그컴퍼니)는 인터넷 기업의 신화가 된 자포스Zappos의 기업문화와 CEO 토니 셰이Tony Hsieh가 일워낸 기업 성공 스토리를 밝힌 책이다. 지은이 이시즈카 시노부는 IT 버블과 닷컴 신화 붕괴등 위기를 넘어 살아남은 기업들은 ‘기술과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두 요소의 균형을 잘 유지했고,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독특한 ‘기업문화’를 이루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성공적이고 대표적인 기업이 자포스라고 생각했다.  



 

 아마존, 자포스의 마케팅을 배우다


  세계 최대의 신발 온라인 쇼핑몰인 자포스는 2009년 글로벌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일 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23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0년에는 15위를 차지한 회사다. 2009년 7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어마어마한 인수금액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인수배경에 있었다.

  자포스는 아마존을 이기지 못해 흡수합병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기업 아마존이 자포스가 만들어온 ‘최상의 고객 감동 서비스’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고 받아들이기 위해 웃돈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번 인수에 대해 “아마존이 12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자포스를 인수한 것은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반한 자포스만의 서비스는 무엇일까? 



 

 자포스에게 서비스는 파는 물건이다

  일반 기업이 서비스가 물건을 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덤이나 공짜선물 같은 부수적인 것으로 여긴다면, 자포스에게 서비스는 돈을 받고 파는 물건과 같고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의 충성도를 쌓기 위한 투자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자포스는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감동 체험’을 파는 기업인 것이다.

  외부에서 보는 자포스는 과연 회사일까 싶을 정도로 대책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컨택센터에서 고객과 통화하는 자포니언zapponian(직원)은 고객과 제한이 없이 얼마든지 통화할 수 있고, 출근복장은 물론 피어싱과 문신 등 액세서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고객과 대화를 할 때도 매뉴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에 따라 그리고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자포니언은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심지어 남의 회사에서 상품을 사다 배달할 수 있는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지나칠 만큼 자유분방한 시스템은 자포스의 강점이 된다. 자포니언들에게 주어진 방대한 권한은 회사가 직원을 고객 이상으로 존중하고 있음 느끼게 하고, 또한 고객을 감동 시켰을 때 서비스와 행복을 팔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사람을 향하는 자포스의 정신은 고객에게도 이어진다. 자포스는 온라인 쇼핑몰이면서도 메일로 주문을 접수하기보다 전화주문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전화주문이 더 정확하고 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자포니언에게 고객 응대 매뉴얼은 따로 없다. 고객의 요구를 모두 충족 시켜주는 최적의 대응만이 해답인 것이다. 자포스는 서비스를 비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자포스가 진짜 팔고자 하는 것은 신발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감동 체험’을 경험하게 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비스 컴퍼니만이 살아남는 시대


  자포스의 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의 경영철학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늘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고객이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해서 고객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의 마음을 직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직원들도 행복할 거라고 보았다. 

  한편 자포스는 스스로를 ‘서비스 컴퍼니Service Company’라고 부른다.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가치 있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감정적인 따뜻함을 갖고 다음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나를 기분 좋게 맞아주는 상점이 어디였더라?’하며 다시 찾아와 상품을 구입하게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고객들이 ‘무엇을 살까?’ 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살까?’를 더 고민한다는 점에서 자포스는 소비자의 심리적 니즈를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의 성공에 최첨단의 과학기술이나 마케팅 기법이 동원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행복감을 남기고자 한 자포니언들의 열정熱情과 노력이었다는 점은 오늘날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포스를 통한다면 진정한 서비스의 의미, 그리고 21세기 성공 마케팅의 전부를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