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
김난도.최인수.윤덕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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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면, 세계시장이 보인다!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자신의 책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All Marketers Are Liars>에서 오늘날의 마케팅은 제품에 관한 객관적 사실정보만을 제공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진심이 담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케터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대신 원하는 것을 사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는 것은 실용적이고 객관적인 것이지만, 원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주관적인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팔든, 그리고 그 상대가 기업이든 일반 소비자든 간에 이윤과 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데 있다.”

마케팅을 뒤흔드는 소비자의 힘

  그렇다. 오늘날 우리는 객관적인 '필요'보다는 비합리적인 '욕구'에 의해 선택이 많이 좌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일용품을 만들어 팔면 돈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제품이나 오로지 서비스를 더 좋게, 싸게 만드는 것이 성장과 수익을 향한 확실한 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규칙이 바뀌었다. 시장은 커지고 훨씬 더 넓어져서 더 싼 값에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넘쳐나고, 같은 값에 월등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은 오래도로고 수익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를 먼저 알고, 한 발 더 앞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만이 살아남는 이른바 ‘소비자 주권’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즉, '화폐 투표'로 어떤 제품이 얼마만큼 생산될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돈을 투표용지처럼 사용해 경제 주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소비자 주권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쓴 책 <제3의 물결>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소비자이면서 생산자로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이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파는 기업의 광고물이나 홍보전략이 매우 중요했지만, 이제는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프로슈머들의 콘텐츠가 다른 고객의 물건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프로슈머의 위상을 한층 돈독하게 만들었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한 소비자가 상품평이나 이용 후기, 리뷰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마케팅의 핵심으로 소비자들의 평가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기업이 소비자 주권 시대의 프로슈머로 대변되는 깐깐한 소비자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와 욕구’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이 되어줄 예가 있다.

  2009년 말 영화 <아바타Avatar>가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역시 제임스 카메론이다’고 열광했다. 헐리우드에서 7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국내에서도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330만 명을 동원해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아이폰i-phone이다. 애플Apple은 2007년 6월 말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해 3년 만에 5,000만대를 판매했고, 어플리케이션 구매액은 80억 달러에 달해 세계 IT 시장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2009년 11월 조금은 늦게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한 아이폰은 국내 도입 100일 만에 40만 대를, 그리고 6개월 만에 70만 대를 달성했다. 이는 하루 평균 4천 명이 아이폰을 구매한 셈이다. 

  소비자들이 ‘아바타’와 ‘아이폰’에 이토록 열광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아니, 아바타와 아이폰은 소비자가 어떤 욕구를 느끼기도 전에, 제품을 내 놓아 소비자가 나중에 스스로 ‘욕구가 있었음’을 알게 했기 때문에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바타와 아이폰은 기존의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바타는 기존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컨텐츠와 테크놀로지 산업이 결합된 3D, 4D의 입체영상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켰고, 아이폰은 통화기능 중심의 휴대전화를, ‘미니 컴퓨터’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으로 변화시켰다.

  다시 말해 소비자를 기술 혁명의 대전환기에 서 있게 함으로써 증인으로서 이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에 한 발 앞선 혁신적인 기업의 혜안 덕분이었다. 

  아이폰과 때를 같이 해서 국내 전자업체에서도 스마트폰을 만들고, 아이패드i-pad의 대항마로 태블릿 PC를 내놓았지만, 성능과 가격의 우수함을 비교하기에 앞서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업체에 아쉬워하는 것은 애플처럼 소비자보다 한 발 앞서 ‘다르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ly’ 혁신innonation의 부재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금 ‘신제품’이 아닌 ‘내가 원하던 제품’을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이 한 권의 책에 그들의 생생한 욕구를 담았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한경BP)는 국내 기업들과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소비자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10억 원이 투입되었고, 데이터 신뢰도 확보를 위해 국내 최대 소비자 패널을 보유한 기업의 58만 패널이 참여하여 도출해낸 소비자 리서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이 방대한 데이터들은 다시 권위 있는 트렌드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참여하여 분석되어 깊이를 더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간, 비용, 규모 면’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책이다.



 

  지금껏 소비자의 소비 심리와 시장 트렌드의 흐름에 대해 언급된 책이 없지 않지만, 우리와는 환경이 다른 해외의 통계 자료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들 외국 자료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어림짐작으로 재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간혹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데이터를 도출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이 소요므로 고객의 채 1%도 되지 않는 트렌드 리더(트렌드세터trendsetter라고 불린다)들을 표본으로 조사하곤 했었다. 

   그에 반해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는 소수의 특정부류가 아닌 전체 시장을 구성하는 일반 소비자mass consumer의 생생한 욕구와 니즈를 담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 환경의 정확한 분석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전문가들답게 심도 깊은 질문과 내용들은 여느 설문지들과 다르고 매우 인상적이다.

  점점 더 까다로워진 소비자와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요즘 정확한 ‘소비자 정보’는 기업과 개인에게 가뭄철 단비와 같다. 수십 만 소비자 패널을 활용한 이러한 ‘소비자 정보’의 데이터는 희망사항이 더해진 예측이 아닌, ‘엄연한 사실fact'이고, 이것은 다시 소비자의 강력한 요구로 해석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군을 IT/자동차, 미디어/여가생활, 건강/라이프스타일, 학습/투자, 소비/행복 등 5개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접근할 수 있도록 다시 17개의 아이템으로 세분화해서 질문한 내용과 응답을 독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표와 그래프로 설명했다. 아울러 데이터로 도출된 사실들을 잘 이해하고 예측도 할 수 있도록 스토리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항목의 결과 몇 몇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는 <이동통신>에서 소비자들은 휴대폰은 여전히 전화기인 반면, 스마트폰은 휴대폰이 아닌 ‘미니 컴퓨터’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들은 스마트폰이 휴대폰을 대체하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만약 휴대폰과 스마트폰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양손에 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환골탈태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서 아이패드는 소비자 역시 스티브 잡스의 생각대로 넷북과 전자책 단말기의 중간으로 여기고 있다. 안방용 아이패드냐, 휴대용이라며 7인치로 줄여 대항마로 등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이냐 세간의 시선이 주목되지만, 아직 소비자의 선택은 미지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소비자의 필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품의 ‘지속성’이라면 어느 제품의 ‘어플리케이션’이 우위를 점하는가에 승패는 갈릴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트위터Twitter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스마트폰의 보급에 비례해서 애용될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SNS이기에 더욱 인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한편 양방향의 소통 관계를 전제로 한 SNS가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대한 효과는 온전히 소비자인 유저들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홍보에 앞서 ‘관계의 유지와 관리’ 그리고 ‘관계의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



<경차와 에코차>에서는 유가상승과 경기불안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경차와 에코차에 쏠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경차의 경우는 안정성, 에코차의 경우는 높은 차량 가격과 기술에 대한 불신이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또한 한정적인 경차와 에코차의 종류는 상대적으로 먼저 참여해 다양한 기술력과 종류를 보유하고 있는 수입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시장을 잠식 당할 우려감도 없지 않다. 국내 자동차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관리>는 의외로 게으르다. 건강하고 싶지만, 몸과 머리를 움직이기는 귀찮아 한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추구한다. 다이어트와 운동대신 굶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보다 쉽고 편리한 건강관리법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커피>에서 커피전문점의 증가는 ‘커피 맛’이 아닌 소비자들이 일으키는 ‘관계의 중요성’ 때문이고, <유통채널>은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의 등장으로 구매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들이 가진 한계가 있으므로 대형 할인마트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더 나은 혜택을 주는 변화가 요구된다.

 

한국 소비자를 읽으면 세계 시장이 보인다

  이 책은 자영업자를 비롯해 비즈니스맨은 물론 기업의 CEO까지 ‘내 고객의 생각’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하다. 특히 자금도 없고 방법도 몰라 ‘소비자 조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CEO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기에 권하고 싶다. 5가지 영역에 속하는 17개 분야의 상품군의 소비 조사는 개별적으로도 유익하지만, 서로 복합적으로 결합해 보면 새로운 소비 심리와 시장 트렌드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놓고 어떤 독자는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마켓’을 구상해야 하는 요즘 ‘기껏 한국 소비 시장조사냐?’고 과소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소비자만큼 ‘깐깐한 소비자’는 세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경우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크며,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테스트 마켓으로 최적이라는 게 외국 기업들의 평가다. 그래서 외국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Localization)의 일환으로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개발한 제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로 역수출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세계적인 주방기기 업체인 테팔은 우리나라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한국형 불고기 그릴을 만들었다. 테팔의 한국형 불고기 그릴은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이제 전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누가 주력이었던 도브는 샴푸도 만들어 달라는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도브크림샴푸’를 개발했다. 국내에서 출시되자마자 국내 헤어케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 현재 시장점유율 15%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도브 본사에선 이러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도브크림샴푸를 글로벌 브랜드로 내 놓았고 현재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는 1999년 통고구마 메뉴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역수출한 뒤 김치볶음밥을 응용한 ‘아델레이드 라이스’, 한국식 갈비구이를 변형한 ‘카카두 갈비 스테이크’ 등을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편 피자업체로는 피자 가장자리에 고구마 띠를 두른 ‘리치골드’를 개발한 한국피자헛의 경우 일본과 중국 기술팀이 방한해 기술을 전수해 갔을 정도다.

  이처럼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는 한국 시장에서 먹힌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도 높을 터,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과학적인 설문조사로 만들어낸 이 책이 갖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행본이 아닌 매년 시리즈로 출간 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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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실험실, HP연구소가 밝힌 행동경제학의 현주소

  지난 10월 말 부산에 부산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PIFF와 함께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행사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행사 이후를 평가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열린 불꽃축제가 생산유발액 750억 원에, 소득유발액 311억 원, 그리고 1737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냈다고 하니 부산시가 발표한 부산세계불꽃축제의 ‘경제적 유발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광객들을 볼모로 하는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려서 '바가지 축제'라는 오명을 갖기도 했다. 이유는 바로 불꽃축제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뷰포인트 때문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앞 해변로에 늘어서 있는 식당, 주점 앞문에는 모두 "불꽃축제명당 예약가능"이라는 큰 안내글을 붙여놓고 사전에 예약을 받았다. 인근 호텔은 축제기간 동안 객실요금을 30~40만 원 정도로 평소보다 올렸지만, 비싼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사흘 내내 객실 70여 개가 모두 동이 났고, 호텔 중식당과 레스토랑도 특별 메뉴로 거의 1인당 7만원~10만원 상당의 값을 매겼는데, 현재는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사흘간 펼쳐질 축제로 광안리 일대 상가가 모두 들썩이고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미 예약이 꽉 들어찬 것은 둘째치더라도 높은 가격 때문에 예약을 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안리의 어느 호프집은 4인 기준으로 미리 예약금 10만원을 받은 뒤 양주세트 메뉴만 30~40만 원에 제공하고, 다른 메뉴는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인근의 커피숍은 메뉴는 그대로지만 창가에 있는 테이블은 1인당 자릿세를 3만원 더 내야 앉을 수 있었다. 이는 과연 정당한 조치일까? 당신에게 묻는다면 아래의 네 가지의 답 중 무엇을 선택할까?

1) 전적으로 정당하다 2)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3) 부당하다 4) 대단히 부당하다

   HP(Hewlett-Packard)연구소 소장이자 행동경제학과 실험경제학 분야의 신진 주자 중 한 명인 케이윳 첸Kay-Yut Chen의 책<머니랩 Secrets of the Moneylab>(타임비즈)에 의하면 이와 비슷한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82%가 ‘부당하다(3번 혹은 4번)’고 평가했다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며 동의는 하지만, 한편으로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면 상당히 비논리적인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경제학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르면 가게 주인이 굳이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는 여기저기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만약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해도, 수요가 폭등함으로써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때로 가격 인상은 품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공급 부족이 생기면 얼마가 됐든 기꺼이 지불하려 하는 사람이 자연히 ‘전망 좋은 자리’를 얻게 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러한 ‘수요-공급’ 원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가 꼭 필요한 사람(내일 임종을 앞둔, 하지만 불꽃축제를 보고자 하는 암환자와 같은)이 그것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꼭 그 자리를 앉기 위해 생계비까지 희생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를 보면, 많은 이들이 ‘가격 인상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바로 소비자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기준을 무시하면, 기업은 별 생각 없이 내린 선택으로 인해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터무니없이 자릿세를 받는 업주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을 벌인다던가, 세무당국에 진정을 넣는다면 ‘가격 인상분’보다 더 큰 손해를 잃을 수 있다. 단 사흘뿐인 축제기간에 돈 벌자고 남은 362일을 저당을 잡을 수는 없잖은가?

  현명한 사업주라면 이런 소비자들의 ‘생각’을 민감하게 감지한다면, 고객들로 하여금 반감이 들게 하지 않으면서도(즉 고객들이 등을 돌리게 하지 않으면서도) 가격 인상 효과를 얻고 실익을 챙길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행동경제학이 당신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이롭게 할까How Behavioral Economics Can Improve Your Business 라는 부제를 가진 <머니랩>의 내용은 위와 같이 ‘돈 버는 경제실험(Money+Lab)을 행한 HP연구소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가득 담고 있다. 

  HP(Hewlett-Packard)연구소는 이제껏 실험실과 강의실에 갇혀 있던 경제학의 첨단 연구 결과를 현장에 활용하고, 아울러 비즈니스 경영과 공급망 관리, 가격 책정과 정책 결정, 수요와 판매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한 안목을 제시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휴렛패커드사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을 할 때 투자를 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의사결정이 가장 합리적인지 실험해 볼 수 있는 가상 연구소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왔다.

  다시 말해 HP연구소를 통해 경영진 스스로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객관성을 제고했다. 보통 이러한 연구소는 엄청난 비용 상의 이유로 구글이나 야후 같은 최첨단 기술관련 기업 몇 개를 제외하고는 운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와 실험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결정한 덕분에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인한 미래의 손해를 엄청나게 줄여왔으며 또한 인간의 행동 패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비즈니스에 접목함으로써 큰 수익을 냈다. 

  저자인 케이윳 첸과 마리나 크라코브스키는 그간 <뉴스위크>,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 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 흥미로운 기사를 연재해 왔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들이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이나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 등 그동안 우리가 흥미롭게 읽어 왔던 행동경제학 관련서에 언급된 실험들처럼 느껴지는 것은 실험의 시작이 HP연구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를 처음 만들었던 저자 케이윳 첸은 HP 연구소에서 밝혀낸 놀라운 인간행동의 열쇠를 이 책에서 공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이 그동안 HP연구소가 연구했던 15년 동안의 연구결과와 현장의 경험을 총망라했다고 밝혔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한 HP연구소의 실험결과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해진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때 보여주는 독특한 심리적 패턴에 주목했다. 보복심리, 보상심리, 대중의 흐름에 편승하는 심리, 위험 회피심리, 모험추구심리 등 사람들의 독특한 심리적 패턴들이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그 자체로 비즈니스의 향배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괴짜 경제학>, <상식 밖의 경제학>, <넛지>와 같은 기존에 나왔던 행동 경제학 분야 베스트셀러들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반드시 행동에 규칙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현대 과학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가끔 아주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실험결과를 통해 알려준다.

  지피지기하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던가? 모든 사람들의 심리적 패턴이 비슷하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가 알아낸다면 비즈니스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 된다. 비즈니스를 하는 독자라면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에서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첫째,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두려워한다.

  만약 당신이 2년 간 차량을 리스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계약 만료 시점에서 리스를 했던 차량을 더 많은 대금을 주고 구입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싼 가격으로 다른 중고차를 선택할 것인가? 아마도 웃돈을 주고 리스 했던 차량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이 쓰던 중고차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2년간 리스를 했던 차량의 경우는 이미 장단점을 다 알고 있어서, 다른 동급의 중고차보다 좀 더 비싸다고 하더라도 기꺼이 그 값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가 화재나 죽음과 같은 재난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카메라나 노트북 가격의 1/4-1/3에 달하는 과다한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A/S보증 상품을 구입하는 이유 역시 불확실성Uncertainty에서 오는 위험(리스크)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카지노와 보험사와 같이 리스크를 사고파는 기업들은 회계사와 통계 전문가들을 고용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그들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당신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불확실성(확정되지 않은 불안요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현혹시키는지 이해한다면 카지노와 보험회사만큼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사람들은 비즈니스에서 공정함Fairness 이나 형평성을 무척이나 따진다.

  사람들, 즉 우리 모두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만큼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로는 ‘공정성’을 쟁취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 점에서 기업이 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에 대해 잘 대처한다면 전보다 실익을 더 챙길 수도 있다.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식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재료비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더 이상 용량을 줄일 수 없을 만큼 작아졌지만).

셋째, 사람들은 상호주의Recipocity 혹은 호혜주의를 원한다.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당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것처럼’ 상대를 대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상호주의는 사원들의 급여와 생산성과의 관계에서부터 선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상황들에 적용된다. 물론 이는 비단 돈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시간당 급여를 받는 일용직 근로자처럼 대하면서 창의적인 결과를 내주기를 바라거나, 가족이나 친구처럼 지내자고 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배제하는 등의 ‘이중 잣대’를 댄다면 결코 상호주의의 관계를 성립시킬 수 없다. 또한 ‘충분히 보상을 하든지 아예 보상을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듯이 자칫 잘못 보상하게 되면 원망을 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등을 돌리면 가장 악명 높은 안티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합리적인 인간은 없다.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앵커링Anchoring, 즉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해답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성공하려면 절대 먼저 제안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지만, 실험 결과 첫 제안을 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정찰제가 아닌 상점에서 손님들은 10,000원을 부르는 가게 주인에게 8,000원이라 대꾸하며 흥정한다. 만약 상대가 8,000원을 불렀다면 5,000원이나 6,000원으로 흥정하려 했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문제의 핵심과 전혀 ‘연관이 없는’ 정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로 붐비는 현금인출기 앞에서 장시간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고 가정해 볼 때 계속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포기해야 할까? 판단의 근거는 내 앞에 선 사람들의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뒤쪽’도 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줄에서 이탈할 확률은 낮아진다. 답답할 때 마다 뒤를 돌아보며 나보다 더 기다려야 할 사람들을 보며 흐믓해 한다. 

  그리고 호텔이 투숙객에게 ‘타월을 한 번만 쓰고 세탁하는 것은 환경에 좋지 않으니 가급적 재사용 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다른 손님들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하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높고, ‘포인트 리워드 시스템’에서 고객들이 동일한 액수의 ‘현금’보다 ‘포인트’의 가치를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한편 사람들은 복잡한 숫자로 구성된 가격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인다. 사람들은 큰 숫자들을 반올림해서 부르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뒷자리가 복잡한 숫자를 더 작은 것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부동산 구매자들은 1,476,230 달러와 같이 마지막 숫자에 ‘0’이 하나만 붙은 가격의 매물에 대해 동급의 매물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더 싸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평판Reputation을 믿고 따른다.

  평판은 신뢰를 구축해서 사람들이 미지의 거래 상대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좋은 평판은 ‘리스크 프리미엄’의 값어치를 가지는데, 이는 ‘평판 프리미엄’이라고도 불린다. 조지 애컬로프가 1970년 발표한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라는 논문이 있다. 좋은 차들(복숭아)과 나쁜 차들(레몬)들이 있는 중고차시장에서 판매자는 잠재 구매자에게 보여주는 차가 ’레몬‘이라는 사실을 말해야 할 때 말을 하던, 하지 않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새 차나 다름없는 중고차가 신차에 비해 훨씬 싼 이유를 말해준다. 즉, 가격 자체가 ’차량이 레몬일 수 있는 리스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평판‘에 있다. 자동차 딜러가 판매실적이 좋고, 소비자가 만족해하며 나아가 차량이 진짜 ’레몬‘인 경우 환불도 해준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 시장은 ’레몬시장‘일망정 소비자는 딜러의 평판을 믿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판은 ’양날의 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판이 높아질수록 시장변동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명인이나 기업은 일반적으로 위기에 취약하며, 엄청난 평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은 잃을 것이 많아서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힘들다. 또한 이러한 평판을 악용하는 잠재적인 함정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상대를 한 번 신뢰하면 계속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때로 ‘한번 믿을 만한 사람은 영원히 믿을 만하다’는 암묵적 룰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신뢰에 대한 배신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상대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유지하고 높이려면 인센티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높은 수준의 신뢰가 있을 때라도 인센티브가 신뢰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보상과 벌칙을 비롯한 규칙체계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기업들이 이렇게 ‘경제학 실험’을 하는 이유는 비즈니스의 의사결정 순간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그래서 궁극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인 HP나 구글, 야후 등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불러 이러한 ‘돈을 잃지 않기 위한,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경제학 실험실’을 두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간이 비합리적이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흔히 만나는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사업진출’ 등의 담대한 결정들 역시 이러한 ‘경제학 실험실’을 거쳐 나온 결정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개의 개인이 이런 실험결과들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 될 것이다(물론 관심이 있는 독자에 한하겠지만). 전에 나왔던 <괴짜경제학> 류의 베스트셀러가 행동경제학을 재미있게 소개했다면, 케이윳 첸의 <머니 랩>은 보다 각론적인 접근해서 행동경제학이 비즈니스는 물론 우리의 실생활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경제학 공부를 했다는 느낌이 들게 한 유익하고 알찬 책이었다. 

“실험적 접근법은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단계에 있다. 경제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시작된 이 트렌드는 와튼, 하버드, 스탠포드, MIT슬로언 등 유수의 경영대학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빌리고 투자하는가(행동 금융학behavioral finance), 경영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행동 조정 경영 behavioral operations management), 사람들은 집단 속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조직 행동organizational behavior), 쇼핑객들은 어떻게 구매를 결정하는가(소비자 행동consumer behavior) 등을 잘 이해하기 위한 실험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책의 말미는 이러한 결과들이 이제 시작임을 알려준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다양하고 실제적인 행동경제학의 분야일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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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링 해피니스 - 재포스 CEO의 행복경영 노하우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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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최우선 핵심가치는 바로 ‘고객의 행복‘이다!

  한 여성이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을 구입했지만 머지않아 어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뒤, 그녀에게 구입한 신발이 잘 맞는지, 마음에 드는지 묻기 위해 신발 쇼핑몰에서 보낸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메일에 답장을 썼다.

  “병든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구두를 샀던 것인데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구두를 반품할 기회를 놓쳐 버렸네요.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안계시니 이 구두는 꼭 반품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그러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곧바로 “저희가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내 반품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시 마십시오.”라며 답장을 보내왔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그 여성에게 한 다발의 꽃이 배달되었다. 카드에는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여성을 위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에서 보낸 것이었다.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친절에 약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어요. 혹시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하신다면 이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감동받은 고객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기업이 많은 고객과 거래를 하다 보면 이런 감동적인 사연과 감사편지는 하나쯤 있을 법하다. 하지만 하루에도 약 200여 통의 감사편지Thanks note가 날아든다면 믿어지는가? 미국 인터넷 쇼핑업체인 재포스(zappos.com)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컨택센터에서 고객과 전화로 통화하는 자포니언zapponian(직원)에게는 시간제한이 없이 얼마든지 통화할 수 있고,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심지어 남의 회사에서 상품을 사다 배달할 수 있는 권한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회사는 고객과의 전화를 낭비가 아니라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소셜 미디어가 발전했다 하더라도 전화통화가 최고라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남다르고 괴짜 같은 회사, 정체가 뭘까?

  재포스는 온라인 신발 판매는 미국 1위위 온라인 신발·의류 판매회사다. 설립 10년 만에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했고, 2009년 7월 22일 재포스는 온라인 상거래 업계의 거인 '아마존'에 12억 달러 라는 최고의 인수가에 인수합병(M&A)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 인수에 대해 “아마존이 12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자포스를 인수한 것은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딜리버링 해피니스 Delivering Happiness>(북하우스)는 앞서 말한 괴짜회사 재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이가 쓴 성공스토리다. 평소 필자는 ‘잘 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는 소설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흥미롭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했던 말 같다. 소설보다 생생하고, 영화보다 재미있었다.

  소년 토니는 어릴 때부터 ‘팔기’를 좋아했던 장사꾼이었다. 차고세일은 물론 레모네이드, 단추 심지어는 지렁이까지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돈이 될 만한 것은 팔며 장사를 했다. 그러던 20대 초 IT 붐이 한창일 때 친구와 함께 설립한 인터넷 광고 회사 링크 익스체인지(LinkExchange)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억 6500만 달러에 팔리면서 토니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장사꾼이 아니던가? 돈 많고 할 일 없는 부자 대신 엔젤 투자를 하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이 때 온라인 신발 판매회사 재포스를 만나게 된다. 평소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등에 대해 질문하며 늘 고민했던 토니는 재포스에서 그 답을 찾았다. 

  "우리 목표는 고객과 직원 그리고 협력업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겁니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고,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이 돈을 벌어요. 이건 제가 처음 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다만 우린 그걸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나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을 즐겁고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객을 먼저 행복하게 하는 것이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후 재포스는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닌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행복을 전달하는 회사’로 발전하고자 노력했다. 자포니언zapponian(직원) 들이 고객과 통화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읽으면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며 노력할 때 고객은 ‘감동’하고 그 감동을 기꺼이 세상에 알린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에 대한 애정이 가능했던 것은 자포니언 모두가 참여해서 만든 재포스의 핵심가치 10가지 때문이었다. 

1. 서비스를 통해 ‘와우’ 경험을 선사한다.

2.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추진한다.

3.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을 창조한다.

4. 모험정신과 독창적이며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5.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

6.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구축한다.

7. 긍정적인 팀 정신과 가족정신을 조성한다.

8. 좀 더 적은 자원으로 좀 더 많은 성과를 낸다.

9. 열정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임한다.

10. 겸손한 자세를 가진다.



  매년 노사가 만나 협상을 할 때 마다 ‘매출우선이냐, 복지우선이냐’ 서로의 의견이 먼저였고, 고객은 항상 세 번째로 그 다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재포스는 노사합의의 대안을 제시한다. 2010년 1월 재포스는 ‘포천’지에서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15위를 차지했다. 이 말은 직원들도 기업에 만족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설 같은 재미와 더불어 유익함도 그득하다. 특히 저자 토니가 말하는 행복의 정의를 담은 제 7장 궁극의 목표는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CEO인 저자가 다 미처 하지 못한 재포스의 모든 것을 알려준 온라인 자료(부록)도 좋은 참고자료이다. 기업가와 비즈니스맨에게 행복을 향한 상생(相生)의 길을 알려주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훌륭한 바이블이 되어줄 책, 올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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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욱송 옮김 / 다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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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JAL을 일으키는 老회장의 경영원칙! 

회계를 모르고 현대 경영은 없다! 


  2조 3220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의 대표 항공회사, 일본항공JAL. 일본은 골칫거리인 JAL의 CEO 자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전회장 밖에 없다고 판단,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나모리 회장도 ‘JAL의 회생은 단순히 회사 하나 죽이고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일본의 자존심이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JAL의 경영정상화를 '조국에 대한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일체의 보수도 받지 않고 기꺼이 구원투수 역을 수락했다.

  지난 9월 도쿄지방재판소에 그는 대규모 구조 조정과 노선 감축 등을 골자로 한 JAL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2010년도에 641억엔의 영업흑자와 2013년에는 1175억엔의 흑자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파산의 벼랑 끝에 몰린 일본항공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에 의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니 그가 수렁에 빠진 일본을 건져내고 있다.  



  

   마쓰시타 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稲盛 和夫는 27세 때인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 세라믹(현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또한 1984년에는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해 10여 년 만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로 발전시켰다.

  그 후 창업 후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냈고,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했지만 한 번도 잡음은 없었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 그리고 투철한 장인정신이 이런 놀라운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사 경영은 경영자의 경영 철학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기고 모든 경영 판단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원리원칙에 근거하여 실행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다산북스)은 회계학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 경영의 원칙과 기본적 사고방식을 설명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회계를 모르고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회계학 전문가가 아닌 경영자가 쓴 ’경영을 위한 회계학‘이란 점이 매우 흥미롭다. 원제목은 ’稲盛和夫の実学―経営と会計(2000), 이나모리 가즈오의 실학 - 경영과 회계’이다.  



 

   교세라를 창업했을 당시의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의 경험은 전혀 없었던 27세의 기술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회계를 알았을 리 만무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그는 기존의 경영자를 위한 회계가 아닌, '기술자를 위한 회계’ 쪽으로 접근했다. 즉 회계는 기업이 이익 창출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록해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도리에 맞지 않거나 도덕에 어긋난 일을 행하면 결코 올바른 경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50년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경영을 위한 회계학의 7가지 실천원칙’에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 



 
 1. 현금을 바탕으로 경영하라. “계산은 맞는데 돈이 모자란다.”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현금 베이스가 아니라 결산상의 이익 베이스만으로 경영한 결과다(현금 베이스 경영의 원칙)

 2. 일대일 대응을 고수하라. 경제활동에서 제품과 돈이 움직일 때 전표의 움직임도 반드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일대일 대응의 원칙).

 3. 철저한 근육질 경영을 하라.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기업을 인간의 몸으로 봤을 때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통하게 하고, 허영심의 군살이 없이 활성화 되어 있는 탄탄한 근육질을 지니게 해야 한다(근육질 경영의 원칙).

 4. 완벽주의를 추구하라. 애매함이나 타협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일을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이루어내는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완벽주의의 원칙).

 5. 이중 체크로 회사와 사원을 지켜라. 여러 사람과 부서가 서로를 체크하고 확인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엄격한 시스템을 만들어라(이중 체크의 원칙).

 6. 채산성 향상을 유지하라. 기업의 회계에서 이익이 나도록 원가를 계산하고, 비용과 이윤을 정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중대한 일이다(채산성 향상의 원칙).

 7. 투명하게 경영하라.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명정대함이다. 그것을 보증하기 위해 경영을 모든 이의 감시 하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투명 경영의 원칙).

  이 원칙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야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기술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술자인 그가 마음 놓고 일(생산)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한 눈에 들어오는 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영자가 따로 체크하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인간의 행동을 규율하고 안팎으로 부정이 생길 수 없는 이처럼 투명하고 엄격한 회계원칙이 나온 것이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일대일 대응의 원칙’이다. 경영활동에서 제품과 돈이 움직일 때 전표의 움직임도 반드시 일대일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전표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물건이 움직이면 반드시 전표를 발행하고, 확인된 전표는 움직인다. 이렇게 되면 숫자는 사실 만을 나타내는 ‘실제’가 된다. 또한 부정을 방지하고 사내 도덕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경영을 위해서는 회계방식도 바꾼다는 그의 생각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경영하면서 축적된 생생한 ‘경영 노하우’를 기꺼이 후배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시행착오를 덜게 한다. 또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가 부단한 노력과 땀의 결실로 이뤄진 것임을 알게 한다.

 

  책의 말미에 있는 3부 ‘경영을 위한 회계학의 5가지 적용문답’은 그 보기 좋은 예이다. 이 부분은 이나모리 회장이 중견기업의 젊은 경영자들을 위해 주최하는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盛和塾’에서 나눈 회계상의 문제에 대해 ‘경영 카운슬링’을 해준 내용을 담았다. 문답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회계원칙의 적용케이스’로 이해하기에 적절했다. 

  이 책에 담긴 많은 가르침 중에서 딱 한 가지만 배워야 한다면 ‘이나모리 회장이 말하는 가격의 정의’일 것이다. 그는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라고 말했다. 물건이 팔려고 돈을 벌어야 회계도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가격 결정은 단지 제품을 팔기 위해, 주문을 받기 위해라는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사명을 결정하는 문제다.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결정은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사를 할 때 가격을 싸게 하면 누구라도 팔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영이 아니다. 고객이 납득하고 기쁜 마음으로 구매해주는 최대한의 가격, 그보다 싸면 얼마든지 주문을 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 비싸면 주문을 받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가격’을 찾아내야 한다.”

세일과 가격할인을 밥 먹듯 해서 제 값 주고 사는 소비자를 바보로 만드는 싸구려 기업인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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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야나이 다다시 지음, 정선우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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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 수습도 빨리하는 게 성공 비결
 

  1984년 6월 설립된 유니클로(UNIQLO)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일본 국민을 보온성이 높고 가벼운 폴리플리스 제품들로 따뜻하게 지켜주어 든든한 ‘국민기업’이 되었다.

  야나이 다다시(柳井正)는 2002년 11월, 40대의 유능한 인재 다마즈카 겐이치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며 ‘50대에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했다. 하지만 그는 채 3년이 되지 않아 다시 유니클로의 회장 겸 사장에 취임했다. 원인은 증수감익(增收減益), 즉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이익은 오르기는커녕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니클로가 안정성장을 지향하는 ‘대기업병’에 들었다고 판단했다. 이대로라면 결코 세계적인 기업, 혁신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김영사)는 야나이 다다시가 유니클로를 다시 맡은 2005년 이후의 ‘2기 경영사’를 직접 이야기한 책이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안정성장의 대기업병에 든 유니클로를 재창업한다는 생각으로 사내 구조개혁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우선 대기업 체질에서 고수익과 고성장의 혁신적인 기업 그룹으로 전환하고(재벤처화), 시장·상품·운영·인력·경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글로벌화를 추진하며(글로벌화),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통해 그룹 기업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했다(그룹화).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매출 90% 상승, 매장 수 3배 확장, 평균 영업이익률 15%라는 큰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야나이 다다시는 기업가라면 작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푯대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므로, 성공을 ‘성공이라는 이름의 실패’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고객이 아직 만족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업이 작은 성공에 만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야나이 회장은 실패에 대해 전작 <1승 9패>에서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 실패할 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내 성공 비결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패는 곧 수치’이므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이러한 그의 실패관은 거꾸로 성공의 비결이 된다. 

  이 책에는 유니클로의 중국 사업 실패와 성공,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FR Foods의 실패, 여성복 브랜드 ‘내셔널 스탠다드’ 등의 실패 등 다양한 실패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스스로 ‘흙투성이가 되어 악전고투를 거듭한 기록’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피터 드러커를 존경해 일하면서 벽에 부딪힐 때마다 몇 번이고 이들의 저서를 반복해서 읽는다는 야나이 다다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경영효율이 좋은 기업이 되어 매출액 5조엔, 경상이익 1조엔을 이룩한다는 그의 야심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세계 일류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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