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일하라 - 성과는 일벌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이슨 프라이드 &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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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생각했던 일의 개념부터 바꿔라

 

  IMF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대학을 졸업한 나는 취직을 할 수 없었다. 잘 다니던 직장인도 하루아침에 구조조정되어 공원 벤치 신세가 되는 판국에 입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희망사항이었다. 하루가 갈수록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국내경제와 마냥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외면하고 집안에서 무위도식하며 마냥 빈둥댈 수가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한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찾아간 곳은 중소기업에서 분양 업무를 맡고 있는 선배 두 명이 살고 있는 대학 주변 자취방. 그곳에서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며 더부살이를 했다. 

  취직한 선배들의 일터를 이곳저곳 아무리 살펴보고 부탁해 봐도 오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입사가 불가능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창업 뿐, 밥벌이를 궁리하기 위해 매일처럼 서점을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 한 쪽에서 일본 맥도널드의 창업자이자 ‘긴자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후지타 덴(藤田田)’이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책 ‘비즈니스에는 급소가 있다’를 읽다가 ‘사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바로 저자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그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없는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가진 사업종목을 갖춰라. 싸게, 빠르게, 어디에서나 같은 맛으로..라는 니크한 아이덴티티는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갖춘 사업종목’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나는 그런 종목을 몇 년 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학교 후문에 있는 조그마한 닭갈비집. 이곳의 ‘순살닭갈비볶음밥’은 가격 저렴하고 맛있어서 내가 거의 매일 찾던 메뉴였다. 이 맛이라면 사업을 위한 아이덴티티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이후 한 달여 동안 대형 서점을 뒤져가며 가맹점 사업에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해 기획서를 만들었고, 그 자료를 가지고 닭갈비집 사장님을 찾아가 가맹점 사업 동업을 제안했다. 단품메뉴가격 2,300원으로 일 매출이 200만 원이라는 놀라운 매상을 올리고 있었지만, 마땅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매일 전투를 치르듯 하루를 보내고 있던 닭갈비집 사장님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비슷한 처지의 선후배 몇 명과 합심해서 사무실을 얻고 두 달여를 준비해 당당히 ‘춘천골 닭갈비 체인사업본부’를 발족 했다. 그 후 약 20개월 동안 가맹점 60여 곳을 개설하며 ‘잘 나가는 닭갈비 회사’를 만들어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조직이라고는 들어가 본 적 없는 내가 회사를 차리고,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 읽었던 책들 덕분이었다. 창업을 한 후에도 거의 매주 대형서점을 들러 책을 읽었다. 기획서를 만드는 법, 전화 받는 예절, 마케팅, 영업, 홍보, 접객 매뉴얼까지... 질문이 생길 때 마다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답을 찾았다. 

 





 

   <똑바로 일하라REWORK>(21세기북스)을 읽는 내내 나의 ‘첫 창업’을 떠올렸다. 이 책은 웹 기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37signals(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가 투자자이다)의 창립자인 저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은 회사의 경영의 핵심을 엮은 것이다. 짧은 글에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다고 할 만큼 군더더기 없다. ‘첫 창업의 그 시절에 이 책이 나왔더라면..’하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원제목은 REWORK, 다 뜯어 고쳐라! 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면 경영經營은 백만사百萬事다. 경영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사줄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인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조직 전체와 조직의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올리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성과를 올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인은 ‘지나치게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이고 근본적인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그들은 최고의 수준의 개념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소수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상수들constants을 파악하려 한다.”

  업종에 따라 규모에 따라 경영기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전략적이고 근본적인 경영’에 다가서면 모두 하나가 된다. 저자들은 열심히만 일하는 일중독자가 되지 말고 제대로 성과를 내는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고 싶다면 일의 지금까지 생각했던 일의 개념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비즈니스 통념, 즉 ‘사업에 관한 전통적인 개념들’이다.  


 

  

 

 이를 테면 완벽한 계획은 본래 없고, 계획이란 추측에 불과하므로 시간과 공을 들여 장기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말한다. 또한 성장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크든 작든 내실 있고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에 힘쓰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어떤 사업을 하든 외부 자금의 비율을 최대한 줄여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마음껏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경영의 개념, 일, 성과, 경쟁, 차별화, 마케팅, 인사, 위기관리 등의 주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일선에서 업무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 놓은 것처럼 실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사업 선정에 대해 트렌드에 연연하는 세태를 지적한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 였다. 


   “본질이 아닌 덧없는 유행에 목을 매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영원한 것은 몰라보고 수시로 변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 사업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오늘도 원하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변함없이 원할 것들, 이런 것에 투자해야 한다. 아마존닷컴은 신속한 무료 배송, 다채로운 품목, 친절한 환불 정책, 적당한 가격에 올인한다. 이런 것은 언제나 귀하기 마련이다.“ 94쪽

  사업의 핵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공기처럼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 그래서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음식점은 맛과 청결, 친절 이 세 가지면 더할 나위 없고, 무슨 업종이든 친절한 서비스와 미소는 기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핵심가치들을 지닌 기업과 점포는 그리 많지 않다. 저자들은 300여 페이지 내내 이러한 실전 경영의 핵심을 거론하며 독자들의 폐부를 콕콕 찌르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는 ‘경영자’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 경영자를 꿈꾸는 비즈니스맨들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소자본 창업을 준비 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머리와 가슴으로 배우고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이 ‘나는 당신이 이 책을 당장 사지 않아도 될 그럴듯한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상할 수가 없다’고 이 책을 평했다). 비즈니스맨의 필독서로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 리뷰는 여산통신에서 발행하는 <라이브러리앤리브로>(2011년 4월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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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사
리처드 실라.시드니 호머 지음, 이은주 옮김, 홍춘욱 감수 / 리딩리더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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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사 - 이자율 보면 국가 흥망 보인다

 

  이자율은 저축의 꽃이요, 높은 이자는 달디 단 열매다. 예금자들이 시중은행 대신 저축은행과 같은 제2 금융권의 장기저축예금에 돈을 묻는 이유는 이자율이 단 0.1%라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인정한 5000만원 한도의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다는 예금보호법과 자기자본비율 8% 이상, 부실대출비율이 8% 미만인 우량 저축은행에 포상하는 8·8클럽제도 등 저축은행 예금자를 안심시켜주는 정책들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지난 1월 부산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예금보장한도를 방패삼아 고금리 예금상품을 남발했고, 그렇게 끌어들인 돈을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쏟아 붓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부실을 키웠다. 또한 정책 실패와 감독 소홀이 정치권과 지역 토호들, 그리고 대주주들의 사금고화 같은 지극히 후진적인 금융부실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금융권 부실이 어디 하루 이틀된 이야기던가. 문제는 이자 몇 푼 더 받겠다고 자신의 노후자금을 전부 예금했는데 5000만원 초과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보증이 안 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있는 예금자 수천 명의 앞날이다. 

 



 

  리처드 실라의 <금리의 역사>(리딩리더)는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이자율을 주제로 한 책으로, 뛰어난 학자였던 시드니 호머가 1962년에 처음 낸 이후 리처드 실라가 2005년에 제4판으로 출간했다.

 

  금리를 주제로 한 문헌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이 책은 바빌로니아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자율의 장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 로마 등의 이자율 역사를 살펴보면서 국가 혹은 문화가 번성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낮고, 쇠퇴하거나 망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치솟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 시간적 차원에서 볼 때 금리의 흐름에는 일정한 추세와 반복적 변동 패턴이 존재한다. 이러한 추세와 패턴은 한 국가와 전체 문명의 흥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서 언급되는 단어는 ‘신용’이다. 신용이란 말은 새로운 신용 형태가 등장한 근래가 아니라 이자를 받고 뭔가를 빌려주는 행위가 있었던 신석기시대부터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기원전 1800년께 만들어진 최초의 성문법전이라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최고 이자율이 제한되어 있다. 금리의 역사는 바로 신용의 역사인 셈이다.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있어 정부는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을 단죄하고 정책과 감독 실패와 부실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기관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놓치고 있는 큰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정부에게 잃은 국민들의 신용’은 누가, 어떻게 치유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예금을 하나 들더라도 공부해야 하는 세상임을 새삼 깨우쳐준다.

 

이 리뷰는 3월 26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에 실린 칼럼의 원고 입니다.

경향신문 바로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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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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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할수록 퇴화되는 뇌와 진화하는 인터넷의 불편한 관계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했었던 한 사람이 어느 날,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기 시작했다. 그가 쉽게 몰입했던 독서는 이제 힘들어하는 뇌를 억지로 붙들고 다시 글에 집중시켜야 하는 ‘투쟁’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인터넷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틀랜틱Atlantic’지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해 엄청난 파장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인터넷이 양산해내는 얕고 가벼운 지식에 대해 경고하는 그의 글들은 급기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청림출판)라는 책을 낳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소 진부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찬반양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전도사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가 최신의 미디어인 인터넷이 가져온 부작용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의 부작용이 단순히 중독 수준을 넘어 인간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아버린다는 그의 주장은 당장 책을 들게 했다.

  또한 지금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스마트 폰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늘이 아니던가. ‘인터넷은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당찬 저자의 문제제기는 우리가 한 번쯤 깊이 논의해야 할 시의적절한 논제이기도 했다. 

 

  일찍이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20세기의 ‘전자 미디어’에 의해 종이 인쇄물 등의 선형적 사고linear mind는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선형적 사고는 ‘전자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적 사고방식 에 밀려나 구식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면서 ’똑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것은 착각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지적(知的) 기량은 독서와 같이 대부분 오래 걸려 획득된 스키마에서 나오는데, 짧은 정보만을 섭취하게 하는 컴퓨터는 스키마 형성을 위한 뇌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읽기’에 관련해서 한때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지만 인터넷 때문에 지금은 제트 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고 자평했다. 온라인에 넘치듯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만 재빨리 훑는 방식의 스타카토staccato식 읽기’에 익숙해지고, 생각하는 방식 또한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게는 ‘광서방’(http://kwang.info/988)이라는 닉네임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는 오래전부터 e-book으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e-book 유저다. 광서방은 만날 때마다 도서관을 넣어도 될 만큼 장서를 보유할 수 있고,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고, 중요한 부분은 잘라서 저장했다가 요약본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컨텐츠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하다는 등의 탁월한 장점을 내게 늘어놓으며 e-book을 권했다.

  업무상 잦은 외출과 출장하는 그에게 e-book은 더 없이 소중한 플랫폼인 것만은 틀림없을 터, 하지만 기계치인 내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의 말에 혹해 고액을 주고 단말기를 구입했지만, 채 한 권을 읽지 못하고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e-book 단말기를 볼 때마다 ‘나는 구식(舊式) 인간이라 종이라는 재질이 주는 물성(物性)을 놓지 못하나보다’며 애써 자위하며 지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의 주장에 내 생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e-book을 즐겨 읽는 광서방은 내가 종이책을 읽을 때처럼 몰입을 할까?‘ 그가 과연 전자책을 얼마나 만끽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 책의 리뷰에서 애먼 e-book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오늘날 인터넷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e-book 시장이고, 저자 또한 최고의 지적(知的) 활동은 종이책과 같은 선형적 사고라고 말하고 있어 책의 전개 양상이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결구도를 띠고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러다이트Luddite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마다 달려 있는 링크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첨단의 e-book이 과연 ‘온라인 시대의 읽기’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의 책’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회의적이다. 그는 킨들과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의 최신 기능은 우리가 전자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주겠지만 고요함 속에서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색하게 하는 능력은 키워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 대한 저자의 반기는 구글Google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구글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만나는 것 역시 점점 편리할수록 인간의 두뇌는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첫 글자만 넣어도 알아서 단어를 선택해주고, 읽기를 위한 사색이나 잠시의 침묵도 들어설 여지를 주지 않는 구글의 ‘편리한 검색’은 결국 클릭할수록 인간의 집중력과 주의력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책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구글의 북서치에 대해서는 ‘구글에 있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정보 더미이며, 짧은 발췌문만 가득한 도서관’일 뿐 이라고 말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정보와 지식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우리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나 공유가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시행착오라는 경험치가 더해져서 생긴 지혜일 것이다. ‘오랜 시간의 몰입과 사색’도 경험이 될 터, 선형적 사고의 독서는 통찰력이라는 지혜를 무수히 낳았다. 하지만 무수한 링크와 하어퍼텍스트로 이어지는 정보를 서치search하고, 스킵skip하고, 스캐닝scanning하며 얻어내는 결과 속에서 인간성의 정수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터넷 정보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18절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앞뒤에 쓴 72페이지 분량의 메모로 엮어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친필 작업노트(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로 불린다)는 지난 1994년 경매에서 약 3천만 불(약 3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 노트의 구입자는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였다. 사람들은 이 엄청난 낙찰가를 두고 ‘오늘날의 천재가 과거의 천재에게 보낸 멋진 찬사’라고 평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가 그 소식을 들었다면 낭만적인 대답 대신 ‘낙찰가가 터무니없이 싸다’고 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트는 ‘인터넷 정보사회’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292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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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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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도 실험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 해안을 덮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가 원인이 된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시설의 폭발 사고가 겹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菅直人)는 어제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지진은 "전후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단결을 호소할 정도 상황은 극심하다.

  피해는 일본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13일 현재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지역 260만 세대와 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가 대부분으로 약 216만 세대가 정전 중이고, 도쿄 역시 4월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도ㆍ현을 5개 시간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차례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 2번 6시간 정전되는 곳도 생겨 전철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이 거의 올스톱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12, 13일까지 최대 규모 6의 여진이 60여 시간 동안 150여 차례의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사흘 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70%"라고 밝혔다. 재난으로 초토화한 일본의 절반을 또 한 번 강진이 덮칠 가능성이 거의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내가 일본의 아비규환 같은 처참한 상황을 처음 본 것은 공교롭게도 저녁을 먹을 때였다. 오후에 업무를 보던 중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이야기는 귓가에 들렸지만, ‘일본에 늘 있던 일’로 여기고 지나쳐 버렸다. 저녁을 먹다가 TV를 통해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처음 목격했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걸로 착각했다. 그 느낌은 예전 9/11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와 다름없었다. 그 때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던 10시 무렵이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 대재난의 영상 역시 재난 영화 ‘해운대’와 비교하며 경악하기 보다는 감탄을, 충격보다는 스릴과 함께 흥미를 느꼈다. 수십 분간의 뉴스가 흐른 뒤 정신은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그 끔찍한 장면을 ‘짜릿한 쾌감’과 함께 즐기고 있었던 사실에 스스로에게 불쾌해졌다. 내 속에 숨은 사악한 본성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구소련의 스탈린도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비극의 크기가 너무 크면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특성을 지적한 말인데, 난 이 말을 듣고 ‘반체제 인사들의 숙청을 계획할 때마다 망치로 구두를 했다더니 냉혈한다운 발언이다’라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스탈린과 같은 냉혈한이란 말인가?

 



 

   듀크대 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경제 심리학>(청림출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커다란 비극에 대한 무관심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돕는 행위에 대해 “내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봤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는 한 사람을 보았고, 그래서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고 한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이 어느 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그리고 불합리하게)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51쪽

  어떻게 사람이 이처럼 어리석을 수 있을까? 바로 ‘우리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존재임을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cs정통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완전하고 이성적인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 행동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서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학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말하는 행동경제학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계산기처럼 정확하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래서 인간이 비이성적적인 존재라는 결론을 내린다.

  완벽한 합리성rationality을 전제로 정립된 경제학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의 몇몇 전제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시장은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의 전제들은 엄청난 판단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생략)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실망할 일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결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더 큰 절제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때에 실패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러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 발명․ 창조한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에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11~15쪽 정리

  <경제 심리학The Upside Of Irrationality>은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이 던졌던 문제의식, 즉 경제 주체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과는 약간 다르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 인간이 지닌 비이성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면을 다루었다. 즉 만약 인간이 이성적이라면 남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비이성과 불합리가 때로는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때로는 위대한 일을 이루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원제목도 ‘불합리성의 이면‘이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은 독자로서 판단하건대 전작은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의 존재를 밝힘으로서 기존의 주루 경제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책은 기정사실이 된 ‘비이성적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회집단인 회사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인간행동들에 대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슬기로운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거액의 보너스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프로 골퍼에게 1미터짜리 퍼팅은 ‘누워서 떡 먹기’다. 하지만 만약 이 1미터짜리 퍼팅이 100억 원이 걸린 대회의 18번 홀에서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퍼팅이라면 이 골퍼에게 1미터는 과연 ‘누워서 떡 먹기’일까?

  저자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인센티브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임무의 경우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는 성과를 높이지만, 매우 높은 인센티브는 오히려 사람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교란시켜 스트레스를 낳아 성과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단순한 기계적인 임무 수행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너스가 높은 성과를 내는 반면, 두뇌를 사용하는 임무 수행자에게는 반대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요한 것은 과대한 보너스는 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압박감을 불러 오히려 성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까?

  안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공짜밥보다 노동해서 먹는 밥에 더 맛을 느낀다. 이처럼 사람들은 급여 이외에 다른 의미를 얻을 때 일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만족감, 도전함으로써 얻게 되는 성취감, 뭔가 큰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등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이 커다란 가치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오늘날 업무용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업무가 잘게 분할되어, 자신의 작은 업무만 보일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해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의 직원들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경영진의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서 성취감을 얻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업의 생산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할까?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 주부들이 요리제품을 고를 때 완제품보다 반제품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직접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창조했다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수록 더 큰 애착을 갖는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케아효과라고 불렀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어떤 대상에 투입되는 우리의 노력은 그 대상에 대한 애착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평가하는 방식까지도 바꾼다.

- 어떤 대상에 대한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할수록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갖는다.

- 우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역시 높게 평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아무리 많은 노력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완성하지 못한 물건에 대해서는 그리 큰 애착을 갖지 않는다. 

  저자는 이케아효과를 들어 노동을 하지 않는 휴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다시 말해 편리함에 대한 대가로 진정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휴식이라는 즐거움을 위해 거실에 서라운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돈을 주고 스피커 배선을 해줄 사람을 구하고, 예쁜 정원을 위해 돈을 들여 정원사를 고용하고, 요리하기 귀찮아서 외식을 하거나 시켜 먹고 있는데, 사실은 '뭔가를 직접 행함으로써 얻는 진정한 만족감과 즐거움‘은 못느낀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네 아이디어보다 낫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했던 세르비아 출신 발명가 니콜라스 테슬라는 똑같은 전력망을 사용해도 자신이 개발한 교류전기가 에디슨의 직류전기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디슨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다”며 가차없이 폄하했다. 그 뿐 아니라 교류전기는 위험하다고 소문까지 냈다. 에디슨은 자사 직원의 발명이기에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게 되었다.

  저자는 디지털 카메라를 인정하지 못한 아날로그 필름 시장, MD기술을 고집하다가 MP3 시장에서 몰락한 소니 등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다지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들어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이라고 불렀다. 만약 우리에게 NIH 성향이 발견된다면 유익한 면으로 전환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생산자의 이름을 제품에 달게 하거나, 자녀들에게 직접 채소를 심도록 하면 먹지 않던 채소도 먹게 된다.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를 알면 알수록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복수를 한다. 또한 복수에 대한 위협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작은 무례에도 복수심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오늘날 발견할 수 있는 부조리와 복수 기업과 소비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기업의 제품의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수(?)를 한다. 이러한 불쾌감을 주는 고객서비스를 소비자들이 겪게 되면 소비자의 복수는 어떤 방법이든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증폭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뭔가에 분노를 일으켜 보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 대상이 누군지 신경을 안 쓴다. 자신의 분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복수심에 대한 기업의 유일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바로 빠른 사과apology이다. 그렇다고 모든 복수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분노를 산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최선의 대응책은 ‘진심어린 사과’라고 저자도 말하고 있다.  

용기있는 추남은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이성의 외모에 관심을 덜 갖는다. 그리고 저자는 실험을 통해 우리의 외모 수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판단기준이 바뀌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특성의 우선순위는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 이외의 다른 특성들을 더욱 중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적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화상, 뚱뚱한 몸매, 뻐드렁니, 북슬북슬한 체모에 단순히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연인이나 배우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외모 이면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고 이내 사랑하게 빠지게 된다.”  

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까?

  저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일시적인 감동은 그 당시의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경과한 후 비슷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실험결과를 통해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를 알기에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내가 내린 결정이 미칠 미래의 파급력도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생의 결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카누타기’를 권했다.

  저자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고 결혼을 취소하기에 이르는 것 역시 카누타기와 같은 이치라고 보았다.    



 
  “나는 결혼상대자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과 카누와 두 개의 노를 이용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카누를 타러 갈 때마다 잘못된 방향으로 카누를 몬다며 다툼을 벌이는 커플들을 본다. 카누를 움직이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데 쉽게 생각한 커플들이 조종에 애를 먹으면서 다투게 되는 것이다....만약 당신이 데이트 상대와 함께 카누를 타러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카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서로를 비난하게 될까(저 바위 안보여?)? 말다툼이 심해져 결국은 카누 타기를 포기하고 한 시간 정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씩씩거리게 될까?

  아니면 바위가 나타났을 때 서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다음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노를 저어 순조롭게 바위를 피해가게 될까?“

409-411쪽 정리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은 명쾌하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한꺼풀씩 벗겨진다. 특히 저자는 18세 때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의외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본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치료과정을 겪게 된 경험 속에 어떤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갖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FDA가 의약품이나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듯 기업경영이나 공공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에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경계한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육감이나 직관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주장은 장영재 교수가 <경영학 콘서트>에서 ‘경영은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결정이 있게 한 과학, 즉 수학적 근거에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문제제기는 아래와 같다. 

“솔직히 나는 기업 경영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직관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담함을 보일 때마다 크게 놀라곤 한다. 정치인들이나 기업 경영자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어떤 심리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판단도 의료계의 판단만큼이나 오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이나 공공정책도 체계적인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430쪽 

   다시 처음에 말했던 일본 대지진으로 돌아가 보자.

 뉴스에 보도된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지진과 쓰나미의 놀라운 파괴력은 보여주지만, 유난히 피해를 입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면을 보다가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랬던 이유가 있다.

  특수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천재지변을 거의 매년 겪다시피 하는 일본은 ‘적나라하고 처참한 사고 현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생존자를 괴롭히고, 나아가 사고를 수습하는 데 이로울 것이 없다’는 보도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수한 일본의 특별한 보도방침이라 여길만하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는 이 같은 일본의 보도방침은 사람들이 희생자를 직접 돕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근접성, 생생함, 의미인식 등의 요소들이 우리의 행동 판단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소녀 혹은 할머니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가까운 나라 일본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댄 애리얼리 교수가 내가 가진 며칠간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내가 비극을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한 뉴스들을 다소 ‘관조적’으로 바라본 것은 일본의 방송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이런 보도방침 때문에 세계의 도움을 못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역시 없다.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아니던가? 폭발하고 있는 원전 때문에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일본에 지금 전세계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종군위안부로 있던 대한민국 할머니들이 '그 눔들 한 짓을 생각하지만 괘씸하지만서도..' 하며 도울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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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도 -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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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의 삶, 경영에도 통通한다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꼭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상생이다.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중심으로 ‘북극성을 도는 뭇별처럼 상생하면서 순환하자’는 뜻이지만, 경영학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정치 쪽보다 더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밀림의 생태계에서나 통하는 약육강식은 인간사회에서는 결코 선이 될 수 없는 생존방식이라고 보고 그 대안으로 상생 생존 모형을 제시했다. 올 1월 나온 <삶의 정도>(위즈덤하우스)는 ‘너 살고 나 살기’의 생존부등식 이론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이미 1991년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 2001년 <경영학의 진리체계> 등의 책을 통해 경영에서 ‘상생의 길’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법론으로 ‘생존부등식’ 이론을 소개한 바 있다.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제품의 원가(C)’가 생존부등식이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가치는 그 제품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공급자에게 소요된 원가(코스트)보다 커야 한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이런 생존부등식을 충족시키는 기업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기에 ‘모든 기업은 언젠가는 망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고, 정당한 주고받음을 실천할 수 있기에 부당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짐 콜린스의 책 제목처럼 기업들은 몰락하거나 소비자로부터 늘 비난을 받는다. 이유는 뭘까? 

  기업과 고객의 주고받음의 관계에서 ‘주는 일(생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20세기에는 ‘주는 일’이 쉬웠다. 하지만 모두 갖춘 오늘날의 소비자는 아무 것이나 ‘받으려(구매)’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것,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기업이 제공한다면 기업과 소비자의 ‘생존부등식’은 깨져버리고 만다.

  윤 교수는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로 감수성과 상상력, 그리고 탐색시행을 든다. 우선 기업은 글 모르는 백성의 아픔을 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것처럼 고객의 마음 속에 흐르고 있는 ‘필요 아픔 정서(감수성)’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감수성이 묻어난 제품에 고객은 ‘가치’를 느끼게 된다.

  고객의 필요를 알았다면 그 필요를 충족시킬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생각(상상력)해내야 한다. 상상력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여유의 조직 분위기에서 생겨난다. 폐유조선을 활용해 서산만 방조제 공사를 완성시킨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의 상상력은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가 아니었다. 폐유조선의 재고와 크기의 데이터, 방조제 공사 구간의 길이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공사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이를 가능케 했다. 이런 결정은 상상력에만 의존하는 의사결정이 아닌 현실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많은 노력(탐색시행)을 거쳐야 한다. 끝으로 저자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와 더불어 간결함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이 리뷰는 3월 12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바로가기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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